#151. 권력 있는 사주가.
설정환이 사망 의혹 기사는 한 주 째 내려가지 않았다.
내리고 싶은 사람들은 많았다고 들었다만,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그사이 기사를 내리고 싶은 사람들 중 드러나는 이들이 있었다.
현재현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가 말해 주었다.
[충청 포럼과 스카이피아 홍보팀 쪽에서 기사를 내려 달라고 하더군요. 홍보팀에선 안 그래도 된다고 사과하긴 했는데.]
스카이피아 홍보팀은 노승환 사장이 기사의 파급력을 우려해서 막으려다가 내가 한 것이라면 놔두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사장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만한 행동이었다.
저 회사는 회장 자식들이 사람까지 죽인다는 수준의 흉흉한 소문이 돌아서 회사에 좋을 게 없잖은가.
특히 주식 하는 사람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여서.
현재현 기자는 투자자들한테 기사 내려 달라는 소리를 꽤 들었으나.
의외로 주가는 기사 나온 첫날만 하락했다가 일주일 된 지금은 원래 일주일 전 가격을 되찾아 딱히 상관없는 일이 되었다고 한다.
[계속해서 항의하는 건 충청 포럼 쪽 사람들입니다. 진짜로 그랬나 생각이 들 정도네요. 저도 더 알아보겠습니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저도 일생일대의 취재입니다.]
현재현 기자도 내가 물어다 주는 기사가 많아서 그런지 내 쪽에서 선을 타고 정보를 흘려 주는 편이다.
직접적으로 항의하진 않고 지역 내 정치 후원 모임인 충청 포럼을 통해서만 압력을 주는 모양새다.
충청 포럼은 스카이피아에서 후원금을 얻은 게 많고, 정기상 교수는 이 포럼을 주도하는 정식 멤버이며.
이어 설재영이 밀던 대전시 교육감 후보 등도 섞여 있었다.
“뭐, 협박 같은 건 없으셨고요?”
[이전에도 비슷한 기사 썼으니까요.]
현재현 기자는 2년 전, 설정환 사망 당시에 좀 눈치 없는 기사를 썼던 적이 있다.
―형제의 난에 이은 장남의 죽음, 스카이피아 경영권 향방은 어디로?
충청 대망론 기획 기사랑 비슷하게 스카이피아 차기 회장의 가능성을 꼽은 것으로.
여기서 들먹인 사람들이 이번 ‘설정환은 살해됐다.’ 기사에 용의자로 언급되고 있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난 지금 기사가 내려가고, 현재현 기자가 연락이 되지 않았다.
갑작스럽지만 예상은 했던 일이다.
“야……. 돈 푸나 보네.”
7944호, 박효성 그리고 노승환에게서 속속들이 뭔가가 입수됐다.
스카이피아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임원과 실무진들에게 광범위한 접대가 이뤄지고 있었다.
아산에 다녀온 정기상이 스카이피아의 모 임원에게 직접 현금을 건넸다는 소식은 7944호에게 건네 들었고.
설인훈의 아들이 스카이피아 실무진들을 로비 및 접대하고 다닌다는 소식은 이미 알려져 있었으며.
노승환도 설인훈 의원이 아산에서 불렀다고 내게 귀띔해 왔다.
이어 정기상을 통해 ‘명승철학관’ 예약이 잡혔다.
설인훈 의원이었다.
* * *
명승철학관에 양복을 챙겨 입은 중년과 노년의 기로에 선 듯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반갑습니다.”
“아유 공사가 다망하실 텐데, 먼 곳 와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간만에 다시 보는 그였다.
“이거야 원, 바쁘신 분이라 직접 찾아왔습니다.”
설 의원은 아주 예의 바른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지금도 예의는 차리고 있었지만, 책망하는 말투를 쓴다.
정치하는 사람에게 있어 별로 좋은 말투는 아니다.
“죄송합니다. 요즘은 제 본업인 사주업을 못 할 정도로 바빠서.”
웃으며 대답했다.
사주업을 못 할 정도로 바쁜 활동은 스카이피아에서 설인훈 쪽의 영향력을 지우는 활동이다.
지금까지 내가 한 건 회사에 도움 되는 일을 의도하고 하기보다는.
설인훈 쪽의 파벌을 탄압하면서 의도치 않게 벌어진 일들에 불과하다.
“이분은?”
설인훈은 내 옆에 있는 여인을 경계한다.
너무 눈에 확 띄지?
만화 같은 캐릭터로 연출했다.
전주에 있는 전통이 깊은 여학교의 세일러복은 평소 입는 복장이라 상관없지만 거기에 추가해서 한복 쓰개치마를 두르게 했다.
사주 철학관이니 있을 법하다고 하기에도 신기한 캐릭터다.
“근래에 들인 제자입니다. 사주가 아니라 귀신을 보는 능력이 있는데, 그걸 형언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제자로 키우고 있지요.”
“아, 그래요? 귀신을 본다?”
“예, 특히 억울한 이의 소리를 듣습니다. 전주에서 자살로 위장당해 죽은 이를 파헤쳤던 유명한 무당입니다.”
물론 뻥이지. 그런 거 없다.
무당이 자살 위장을 파헤쳤다면 그건 어디에선가는 반드시 매스컴이 땄을 것이다.
위장 자살도 초동수사에서 경찰이 헛짓하거나 경찰이 매수되지 않은 이상 근거가 남는다고 봐서 현대의 암살에 적합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본다.
단지 유가족이 믿지 않아 생기는 무성한 뒷말에 음모론이 개입할 여지가 있고.
그 음모론 대다수가 허튼소리로 논파되므로 그 음모론에 진실이 감춰질 가능성을 계산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걱정을 사서 하는 팔자라 그런가.
혹시 모를 상황까지 염두에는 두고 있다 보니 별생각을 다 한다.
“허허.”
설인훈의 표정이 좋진 않았다.
항상 웃는 인상 좋은 아저씨, 할아버지를 연출하던 가락은 남았는지 눈은 웃고 있지만.
계속해서 저격을 받는 기분이 들 것이다.
특히 저런 이력을 들고 있는 무당이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은 그저 면회가 아니라.
취조의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본인이 켕기면 켕길수록.
그는 소녀 보살을 위아래로 쭉 훑었는데, 그 시선이 칼에서 멈췄다.
“범상치 않으시군요. 허리춤에 그건?”
“아, 줘 보겠어?”
“네.”
다소곳하게 대답하네, 놀랍지만 제법 몰입을 잘한다.
소녀 보살이 허리춤에서 칼을 풀었다.
저거 진검이라 꽤 무겁다.
그나저나 연기가 괜찮은 편이다.
내뱉는 운과 귀문살이 강한 사람은 연기력이 좋은 편이라 보기는 한다만.
침착한 연기를 잘할 줄은 몰랐다.
“경의검이라고 하는 칼입니다. 제 제자가 귀신을 부릴 때 쓰는 칼이죠.”
진검인 걸 보여 준다.
설인훈은 칼을 보며 살짝 혀를 날름거렸다.
입술이 마른다는 거겠지.
위압을 통한 사주 감평을 할 수 있는 판이 깔려서 이를 시도하고 있었다.
오게 만들었으니까.
“귀신을 부릴 때 쓰는 겁니까?”
“이 칼은 남명 조식 선생이 의가 아닌 것에 대해 휘두르라 하며 남긴 칼입니다. 칼의 뜻에 유학의 가르침과 어긋나는 불의와 괴력난신을 척결하라는 뜻이 있어 귀신을 통제하는 힘을 머금었지요.”
이것도 그런 전설 없다. 실시간으로 가져다 붙인 거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역술에는 이미지가 있다.
특히 귀신을 부릴 것 같은 권위.
이어 사주와 무속신앙, 신점에 대한 몰이해의 교집합.
이를 이용해서 줄을 타고 있다.
왜냐?
정황만 있지, 증거는 없어 다그쳐 캐내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다그치는데 필요한 환경을 조성해놨다.
오느냐, 가느냐.
그것 하나만으로도 조성할 수 있는 상황이 많다.
이어 사람이 단둘이 보느냐, 사람을 더 두느냐에 따라서도 위압감의 차이는 있다.
친구 집에 놀러 갈 때도 부모님이 계시냐, 마느냐에 따라 처신과 행동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가능하면 안 계신 집을 선호하는 것도 아이들의 소망일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칼을 한번 보여 준 뒤 물었다.
“그런데 저를 어쩐 일로 부르셨습니까? 사주를 봐 드릴 분이 있나요?”
“직접 만나 뵙고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러한 것인데, 제자 분은 나가게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안 돼!”
“예에?”
소녀 보살이 단말마 외침을 내질렀는데, 목소리 울림이 마치 마이크로 말하는 듯이 울려 기괴했다.
“그렇다는군요.”
“안 되는 겁니까? 아가씨?”
소녀 보살은 내게서 돌려받은 경의검을 반쯤 빼어 들고 외친다.
“네가 단칼에 죽고 싶은 모양이냐? 도망간들 어디에 살 수 있겠느냐!”
맥락 없는 대사와 미친 흉내, 잘하고 있다.
위압형 사주 감평은 역술, 점술업에서 유서 깊은 감평법이다.
사주를 보지도 않고 이미 사주 보러 온 사람을 동요하게 하는 기술이다.
수많은 책, 나이 든 외견, 한복과 수염, 전문 용어, 등 뒤의 사천왕상, 관우상, 날 서린 검과 언월도와 서슬 퍼런 작두 등등.
철학관들은 주로 학문적 권위와 동양적 신비가 있어 보이는 환경을 구축하고.
무속인들은 영적인 분위기의 환경을 구축해 이를 활용한다.
나는 학문적 권위가 있는 외견을 굳이 구축하지 않다 보니.
만만하게 보이는 편이라 언변이나 관찰력을 기른 편이고.
이어 사주명리학의 학문적 권위보다는 현실이나 기략을 사용한 편이다.
거기다 역으로 사람들도 학문적 깊이가 있다기보다는 ‘신비한 힘’으로 사주를 보는 것이 아닐까 자체적으로 착각해 주기도 했고.
뭣보다 소설에 써먹었으면 이 길로 안 왔을 법 싶은, 서문으로 이목을 끄는 어그로를 써먹었다.
이게 되면, 사주를 이미 반을 맞추고 들어가는 소위 ‘필승법’ 이 완성된다.
“세상일을 잘 모르는 어린 친구니까. 괜찮을 겁니다.”
예언? 사주 감평? 조금 틀리면 어떠한가.
역술이 귀신의 권위나 예언에 대해 권위를 부여하면 사람들은 역술인이나 무당이 사주를 틀리게 봐도 찝찝해하고 불안해하며.
사주엔 이지선다급의 해답.
‘고집이 세다, 줏대가 약하다.’ 등의 감평도 있기 때문에 위압이 잘 먹힌다.
나도 군에서는 써 본 적이 있다.
상병쯤 되니 계급으로 형성된 권위가 존재해서 찍어 누르는 게 가능했다.
사주 보는 나를 계급의 권위로 찍어 누르던 놈들에게 역지사지로 배운 것이다.
“제가 정기상 교수하고는 좀 친합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말씀을 들어 보니까. 제가 흉악한 사주라고 하신 것 같은데.”
“아, 그거 정은이 사주를 안다고 말한 겁니다.”
“……제가 김정은이 같은 사주를 타고난 건가요?”
물론 설인훈이 정은이 사주를 닮았다는 건 아니다.
정은이 사주는 명확한 게 없다.
정은이랑 걔 여동생 생일 정도는 인터넷에도 돈다만.
그게 확실한 것인지는 의문이 인다.
북한에도 아직 점술가가 남아 있다고 하는데, 그 동네 왕가의 사주를 노출시켜 그들이 씹고 뜯고 맛보게 할 리가 없지.
“아니오, 하지만 돈을 위해 가족을 팔아먹는 사람은 많지요.”
“그러니까 선생께서 하고 싶으신 말은……. 내가 돈을 위해 조카를 해했다고 하고 싶으신 모양인데, 이를 철회해 주셨으면 합니다.”
“어째 그걸 제가 한 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민혁이가 제보했다는 말까지는 들었습니다. 다만 저는 민혁이 그놈이 그랬으리라고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그건 설민혁 군을 올곧게 바라보고 계시지 못한 것입니다. 설민혁은 제법 스스로의 강단이 있습니다. 술이나 퍼먹고 여자나 주무르던 모습이 진정한 모습이라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선생은 제가 큰형님의 자식들을, 그것도 아들들을 모두 공격했다는 심증이 있으신 것이 아닌지요?”
“최소 설윤환을 집어넣는 데에 공을 세우신 것도 사실이고, 설민혁을 아들 회사의 자금으로 그 모양 그 꼴로 놀게끔 방치하신 것도 사실입니다.”
설양훈의 두 아들에 개입한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다고 정환이한테까지 그랬다는 건 비약입니다. 제가 무슨 이득이 있어 그랬겠습니까?”
“본디 아들이 없으면 왕위는 형제에게 내려가기 마련이지요.”
“저는 동생보다 딸이 더 귀여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습니까?”
“조카들을 아끼지만, 내 새끼들만 못하다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나뿐 아니라 형님도 그러셨을 것입니다. 아들들이 난리라지만 재영이, 윤영이, 혜영이가 그리 못난 딸들이 아닙니다.”
설인훈은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아들한테 못 물려줘도 조카나 동생보다는 딸들한테라도 물려줄 것인데.
자기가 조카들을 해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느냐 그 뜻이다.
그것도 본인이었다면 자식들한테 물려주지, 조카한테 물려주지 않는다는 심경까지 고백하면서.
“제 일련의 행동은 능력이 미치지 못하나 형님네 집안 보고 눈만 높아진 제 불초한 자식이 그저 어느 정도 잘살길 바라여 한 일들이고, 그것이 형님을 잇는 자리를 노리는 것처럼 보였던 것뿐이지. 실제 그렇지 않습니다.”
나름 설득이 되는 말이다. ‘자식을 위해 한 행동인데 오해를 산 것 같다.’니까.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런 판을 깐 이유를 모르나 보네.
“아니오.”
“아니라고요?”
“저는 처음부터 찍어 놨습니다.”
“처음부터?”
“충청 대망론 기사부터 말입니다.”
“거기서 부터요?”
“다람쥐 같은 사주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었으나 그때 그 기사엔 정치를 논하기에 언급할 수 없었습니다만.”
“다람쥐라?”
“굴을 파고 쌓아 놓아도, 놓아도 더 쌓고 싶은 만족이 없는 인생을 말합니다.”
설인훈의 사주에 ‘살인자’의 사주가 나온다?
그렇지 않다.
하지만 모략가의 사주는 나온다. 재물이 걸리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고도 나온다.
돈과 유산 때문에 부모에게 불손하고 형제와 불화하나 외부엔 잘하는 자식이 이런 사주인 경우를 자주 봤다.
물론 내 논리는 비약이다.
재물에 대해 만족하는 인생이 오히려 찾기 드물지 않을까?
그러나 신경 쓰지 않았다.
해명을 듣고, 찾아오게 만드는 쪽이 갑이거든.
“의원님은 제가 의심하는 모든 일에 모략으로 개입하고 탐욕으로서 행하셨을 그런 사주이며 그런 인생이었습니다. 그럴 겁니다.”
“제가요?”
“그러므로 의원님은 제 의심을 확고히 풀 만한, 사주를 넘은 진실을 제시해 주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저는 계속해서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답은 ‘그 사주가 틀렸다.’겠지만.
내 앞에서 ‘그 사주는 틀렸다, 거짓말이다’라고 한들 의미가 없다.
이미 난 그 사주를 가지고 권위를 빌어 활동하는 상태이므로 ‘내’가 틀렸다고 해야 하지.
사주가 틀렸다고 할 수 없다.
종교 지도자가 최고위급 권력자라면 그가 말하는 영적이고 종교적인 명분은 트집을 잡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나는 사주를 신탁인 양 이미 답을 정해 놓은 상태로.
상황을 뒤집으려면 확고한 증거를 가지고 내가 내놓은 말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내가 관심법을 쓴다 한들, 어쩔 건데?
이런 사주인을 임용한 병상의 설 회장을 몰아내는 것 외엔 답이 없으나.
그 아프고 언제 죽을지도 모를 영감을 몰아낼 여론을 조성할 수 있겠나?
“사주를 넘은 의견이라, 제가 사주를 알고 반박을 드려야 하는 겁니까?”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하겠지만, 그 역시도 무시할 방법은 많다.
“아니오, 진실과 그 진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주시면 됩니다.”
“허허…….”
“그렇지 않으면 사주라는 선입견으로 제가 본 의원님은 이미 회사의 분란 덩어리이고 그 분란을 통해 재물을 거두려는 통속적인 분이시며 이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입니다.”
“…….”
“나는 그리 생각할 것이고, 계속 그렇게 퍼뜨릴 것입니다.”
“…….”
“그리고 모든 현상은 내 말이 맞다고 뒷받침하고 있으며, 설민혁을 위시한 설양훈 식솔들은 거의 다가 내 의견에 동조하여 내 의견에 힘을 보탤 겁니다.”
“큿.”
“그들은 그게 이득이거든요. 자기들이 먹을 파이에 누가 침 흘리지 않는 거.”
그들이 믿고 있고 그들의 이득을 위해 움직이는 게 내 밑천이다.
설인훈은 침음하다가 물었다.
“선생은 누구를 위해 뛰는 겁니까? 민혁이? 윤영이? 아니면 은겸이?”
“저는 저를 위해 뜁니다.”
“선생을 위무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사람을 위무하는 것은 재물이겠지요.”
이런 협상 태도에 상대가 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 정도겠다.
내가 원하는 답을 내놓든가.
혹은 이런 의견을 내미는 자에 대한 극단적인 배제.
마지막으로…….
설득이 아닌 보상을 통한 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