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49화 (149/211)

#149. 죄인에게 누명을.

내가 권한 것은 설정환 회장 사망사건 공론화다.

“아…….”

설은겸은 단말마 탄식을 내뱉으며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죽게 만든 자들을 찾아내는 이점이야 있겠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은 설정환이므로 명예에 크게 누가 된다.

물론 그것도 불식시킬 방법이 생각난 게 있긴 하나.

가족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어머니 설득은 제가 하죠.”

“그걸, 그걸 말해도 되는 거예요?”

“지금은 해야죠. 안 그러면 그냥 돌아가셨다고 말하는 쪽이 뭔가 켕기는 게 됩니다.”

권력에 접근하는 권한을 얻게 된 이후부터 들어오는 정보가 고급이다.

김병용도 설정환 건에 대해서는 진심이라 그러려고 금배지 단 사람인 양. 검찰에 정보공개를 자꾸 요구하면서 캐내고 있더라고.

기업 회장을 압박하는 일은 정치권의 입김까지 닿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사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내 입장에선 기업집단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물운을 통해 새로운 계층을 형성한 신 귀족 집단이라.

아랫것들의 민의로는 무너뜨리는 게 어렵다.

민심을 잃어 가업이 흔들리는 것이야 가능하지만 그 사람들이 거지꼴로 나앉는 걸 본 적이 있는가?

거지꼴은커녕 서민으로 전락한 것도 큰 뉴스감일 텐데 그런 경우 본 적이 없다.

“그러면, 확실히 드러날까요?”

“드러납니다.”

설 씨 자매는 이미 내가 흘린 정보로 얼추 누군지는 안다.

나도 알고.

“물증이 없다고 하셨잖아요?”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죽음을 의도하지 않았다고 발뺌하면 그만이기 때문이고, 켕기는 게 있어 그러지 않았냐고 우길 것이기 때문이죠.”

“으음 확신하는 이유는 사주고요?”

“우습게도 그런 셈이죠. 사주가 또…….”

심증이 있는 사람들을 좁히는 데는 입수한 사주를 썼다.

설정환을 제거하는데 검경이라는 대표적인 사정기관.

즉, 권력의 근원인 통제기관을 사용한 자들이니까, 소위 관운을 바라보는 사주겠거니 하면서 찍었는데.

얼추 맞는 거 같아서 ‘사주가 또…….’ 이러고 있다.

나는 사람에 폐급을 잘 나누지 않았지만.

‘사주로 얜 군 생활 적응 못 하겠다, 이놈은 군 생활하는 기계네. 말뚝 박겄다.’에서 틀린 적이 거의 없다.

그럴 때마다 했던 말이다.

“아니, 안 우스워요. 선생님은 그거 잘하니까.”

설은겸은 사주를 들먹인 설파로 내 편으로 완벽히 끌어들인 사람이라.

내 말을 믿는다.

“그래서 덫을 놓으려고 합니다. 이쪽은 다 알고 있는 것마냥 던지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궁금해 마각을 드러낼 겁니다.”

이번에 재미 좀 본 설양훈의 죽음을 빌미로 세력 확대를 꾀하는 자들을 단죄한 방법을 또 쓸 생각이다.

80 넘은 노인이 회생하기 어렵겠다는 의학적 소견을 뒤집은 사주 예언이 있으니.

그걸 반박하고자 자기들도 사주인을 가져다 쓴 정황이 보이지 않던가.

그 반박엔 애시당초 설 회장이 죽길 바라는 흉참한 생각이 있으니 이번에 줄줄이 계약 해지를 당한 것이고.

“그렇다면…….”

“음?”

“그냥 그 사람들 파멸시킬 수 없을까요?”

“그냥? 진상이 밝혀지는 건 원하지 않아요?”

“저는……. 그 사람들이 똑같은 상황에 몰려 봤으면 좋겠어요. 그 사람들의 이유라는 거, 그렇게까지 알고 싶지는 않아요.”

아, 그랬지.

은겸은 한발 물러서는 듯 말했지만 원하는 건 복수다.

쎄해서 이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서로 재미난 일을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해서 심각한 사안에서는 말을 사린다.

그래도 이유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여 설득을 할까 생각도 했다.

정상참작이라는 게 사회 제도에 있지 않던가.

‘왜 그랬을까?’에 대해서는 설사 용서할 수 없는 존재라도 알아 두는 게 나쁠 것은 없다.

그 뜻을 알아야 벌을 주는 것에 공론을 얻을 수 있지만.

뭐, 나야 제삼자니까.

죽은 사람 가족의 뜻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직접 밝힐 필요는 없고요. 혹시 제가 뻥을 쳐도 될까요?”

“뻥을 쳐요? 대체 무슨?”

“그 뻥에 대해서 아니라고 하지 마시고 의혹이 있는 것 같은데 무서워서 차마 말을 못 한다 그런 느낌으로 대응해 주시면 좋을 거 같네요.”

“무슨 뻥을 치시려고요?”

“그, 어머니 접촉 사고가 있었다고 했죠?”

“아, 근데 그건, 엄마가 급브레이크를 밟아서.”

얼마 전 구예련 님이 타시던 차를 누가 뒤에서 박았다고 한다.

다친 사람은 없고, 과실은 은근히 급브레이크로 멈춘 은겸이 어머니 쪽도 있는 편인데.

차가 워낙 비싼 탓에 박은 상대 운전자가 냅다 도망친 바람에 골치 아프시다고.

“그렇게 비싼 차였나, 그 차.”

“어, 아빠 차였을 거예요. 그건 꽤 비싸죠.”

아, 차가 한 대가 아니었구나.

도심 운전에다가 세게 박은 것도 아니나, 차 대물 보상비가 없어서 도주했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만.

그 말을 듣고 생각한 것이 있다.

현대 한국에서 그나마 개연성 있는 암살이라면 교통사고 위장이 우선이고 그다음이 자살 위장이라고 본다.

이태현만큼 큰 사고는 아니지만…….

“누가 아버님을 직접적으로 해한 거라고 떠들고 다닐 생각입니다. 가족들은 위협을 받고 있어서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하고요.”

충분히 비약할 수 있는 일이다.

표현은 이렇게 했지만 ‘암살당하셨다.’라고 폭로하고 떠들 생각이다.

위력에 의해 스스로 생을 저버리신 것과 살해 음모에 당했다는 것은 그 파괴력이 천지 차이다.

“그럼 결과적으로는 알린다는 거잖아요?”

“아뇨, 이건 내막을 알고 있는 가족이 폭로한 것이 아니니 투쟁을 이어갈 필요가 없죠. 비공식입니다. 스피커를 따로 찾을 거고.”

“……어.”

“침묵만 지켜 주면 됩니다. 그럴싸한 분위기를 풍기면서요. 진실이 뭐든 중요하지 않다는 거라면 있던 사실을 더 크게 부풀려서 하지 않은 일 때문에 억울하게 만들 겁니다.”

아주 큰 지병까지는 없어 보이던 50대 한창의 회장이 급사한 경우에는 의혹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여기다 자살 위장 살해라는 말도 안 되는 떡밥을 던지면.

그것도 근거가 있어 보이는 것들로 던지면.

불타오르지 않을 수 없다.

이어 용의가 있는 사람들까지 던지면, 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 반응으로 유추할 수 있다.

“저는 그 사연이 드러나는 게 두렵긴 해요. 근데 말씀대로 복수를 위해서라면…….”

“아주 큰 지병까지는 없어 보이던 50대 한창때의 회장이 급사한 경우에는 의혹이 아예 없을 수는 없어요. 최상의 의료 케어를 받으셨었고 실제로도 심장병 전력은 없으셨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공황장애가 조금 있으셨을 뿐.”

“그랬…… 죠.”

“그 의혹에 불을 지필 증거들은 있으니까, 던져주면 타오를 겁니다. 이득 본 사람들을 말할 건데 그 사람들은 용의선상에 오를 거고요. 용의선상에 오른다? 억울하면 해명을 할 것이고 찔린다면 증거를 인멸할 건데 그 인멸이 발각되면 그자가 범인입니다.”

고민하던 설은겸은 긴말하지 않았다.

“믿을게요.”

설정환 가문의 설은겸이 승낙했다면 됐다.

그래도 유가족들이 최대한 드러나지 않게 공론화 대신 유언비어를 빌려 실행하는 쪽으로 굽혔다.

스피커는 이미 생각한 사람이 있다.

“은겸이랑 가족들은 그에 대해서 알고 있는 양 두려운 연기만 해주면 됩니다. 특히 대외적으로 가장 활동을 많이 한 은겸이만 그러면 돼요.”

이 건은 설은겸을 처음 보고 아버지 죽음에 의혹이 있다, 를 맞춘 이후부터 곧장 생각난 방법인데.

그 유명이 ‘아버지에겐 절대 알리지 마라.’여서 실행할 수 없었다.

나는 패륜이지만 아버지가 아들을 찍어낸 경우가 역사에도 존재하고.

설양훈도 둘째한텐 그리했으므로 장남에게도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싶어 말을 꺼내지 않았으나.

그런 차원은 아니었음을 확인하고 설 회장이 쓰러진 지금에서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설은겸은 입을 앙다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다음 말했다.

“어떻게 선생님은 그렇게 고민 없이 생각한 걸 밀 수 있어요?”

“운이 왔거든요.”

“운이 왔어요?”

정확히는 귀인과 사주강화술이 왔다.

운을 강화하는 시스템이므로 운이 왔다고 봐도 무관하다.

“운이 온 사람은 고민을 하는 것이 잘못하는 겁니다.”

물론 천성이 고민을 하는 성격이기는 하나, 말은 그렇게 했다.

지금은 신뢰감을 더 줄 때라서.

내가 하는 일이 다 옳다고 자존감 충만한 느낌을 줘야 믿지.

그리고 사주쟁이니까 신뢰를 줄 그 명분은 운에서 찾은 것이고.

“운이 왔다……. 음 그냥 제가 1년 전쯤에 뵈었을 때랑 같은 것도 같은데.”

“네가 네 옆에 있잖아요.”

“아…….”

“여자랑 재물만 차면 완벽한 운세였는데 그게 평생 성에 안 차서 쫓아다녔을 것이고 휘둘렸을 텐데.”

“내가 와서 채워졌다?”

오복 중 유일하게 떨어지는 운세니까, 직접 와서 채워 준 것은 맞다.

“우뚝 서서 노출된 봉우리를 온몸으로 살포시 감아 감춰주었으니, 마치 땅에서 홀로 솟아 있는 사람에게 다가온 옷과 같은 것이죠. 입고 있고 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럴 의도로 한 말 아니죠?”

눈치 빠르구만.

“그럼 당연하지.”

“선생님한테는 내가 다 할 수 있는 사람인 것처럼 계속 칭찬만 받는데, 왜 결국 선생님이 이렇게 다 하는 거예요?”

“책임의 차이입니다.”

“네?”

“제삼자니까, 거행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이죠. 내 일이라 몰두할 수도 있지만 내 일이라 부담감을 안는 일이 있는 거니까. 은겸이는 그냥 거기에 부담이 더 컸던 거죠.”

은겸이 재물과 회사 자산을 쥐는 게 정답이라 생각하고 무척 열심히 했다.

그냥 그걸 뛰어넘을 정도로 내가 정계 인맥을 뚫어 놓고 파헤친 것뿐이지.

복수의 대의보다 욕망이 더 과한 원동력이었다는 황당한 결과인 것 같지만.

책임이란 말로 빗겨서 말했다.

“내가 그 부담을 넘겨준 것 같네요.”

“나는 그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 좋아서 하는 거니까.”

“고마워요. 어떻게 보답해야 하지.”

“말했듯이 감싸만 주면 됩니다.”

“이렇게요?”

“꾸웨에에에에엑.”

애들마냥 프로레슬링 리액션을 해 주면 좋아해서 하고 있다.

“아니, 근데 이거 말고……. 바라는 거 없어요? 이건 그냥도 줄 수 있는 거라고오.”

그냥이라는 말이 왠지 감격이다.

“그건 뭐, 성과를 논할 때가 되면 말할게요.”

* * *

설민혁은 놀랍게도 얼마 전 내 연설에 대해 정당하게 지적을 한다.

“그거 좀 잘못되었지 않았냐?”

“그래?”

“네가 날 밀어주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하더라. 그게 내 전적을 언급해서 오히려 내 이미지를 그쪽으로 몰아가는 느낌이라고.”

“뭐, 틀린 말은 아니네.”

인정해주니 좋아한다.

“오, 그치, 그치? 그게 이미지가 적당해서 해명할 수 있는 건 해명을 하고 넘어가는데, 이미지가 개판이라서 그냥 꺼내는 것 자체가 별로인 건 묻고 가더라고.”

어느새 여의도 문법에 충실해진 설민혁이다.

마요르카 유흥주점 종사자 이야기를 내밀어서 사칭범에게서 설민혁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

막상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생길 수 있다고 고민하는 것이다.

서당 개도 아니고 여의도 3개월에 이 정도라니.

일부러 눈을 좀 과하게 비볐다.

환절기 지나 겨울철에 접어들어서 눈 비비는 거 안 좋다.

그러며 말했다.

“옛 스카이피아의 무식한 설민혁이 아니로구나.”

“거, 공부 아예 안 하지는 않았다?”

아버지 설 회장급은 아니다.

그 양반이면 고사를 알고 대응할 텐데.

“그치만 널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거 하면서 너도 띄워주는 것이었지.”

“아, 그래?”

“내가 뭐 널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면 널 안 때리지.”

“설윤영 씨가 날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라던데.”

“별소릴 다 하네.”

“아니냐?”

“일은 스스로를 위해서 하는 거지, 누굴 위해서 하는 거겠냐.”

“스스로를 위해서 하는 거라…….”

“그러니 총대 메라.”

설정환 암살설 유포자로 선정한 건 설민혁이다.

이미 어느 정도 진상과 정황을 알고 있으므로 퍼뜨릴 소문과 그 소문에 대한 해명에 대해 내가 가공한 정보 몇 가지만 외우면 된다.

“이건 누굴 위해서 하는 거잖냐?”

“아니, 널 위해 하는 거지.”

“왜?”

“에휴, 돈 있는 장남 가문과 연합이 가능한 데다가 너네 형을 그리 몰아간 반대파들을 숙청할 수 있잖냐.”

“네가 다 한 거 아냐?”

우두머리들이 남았다.

“사람들이 너한테 원하는 건 뭐 치밀한 경영 능력이나 비상한 두뇌 그런 게 아냐. 그냥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게 그런 기술 아니겠냐.”

“그 끌어들이는 사람들한텐 자리가 필요하다. 그러자면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을 버려야 해.”

“버리는 건 내가 존나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말야.”

“말만 그러더라.”

설민혁은 입은 매번 버린다고 하지만 막상 버린 사람이 없다.

엄마는 버린 것처럼 굴더니, 은근히 효자질 하고 있고.

그리 괴롭힌 누나들도 결국 어느 정도 화합해서 같이 편 먹고 가고 있고.

유흥주점 시절 인맥들도 계속해서 만나가며 어떻게든 양지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유흥 시절 인맥들을 끌어올리는 건 우려되지만…….

그 시절 인맥조차 끌어안을 수 있다는 상징으로는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말만 그래 보이냐? 존나 잘 버리는데.”

“너 아직도 연락 은근히 하잖아.”

“……그건 여자니까?”

심지어 그땐 버린다고 했던 그 젊은 아가씨도 요즘은 다시 그러는 모양.

사람을 못 놓는다는 결론으로 귀결하고 그쪽으로 몰아가도 될 거 같다.

“어, 근데 진짜 내가 버린 적은 없네.”

“그럼 여자들하곤 왜 헤어졌냐.”

“나는 걔도 좋고 쟤도 좋고 넌 못 놓겠다. 다 만나겠다고 했다?”

미친놈이 그걸 정면 돌파하네.

설민혁과는 스카이피아 건물 옆 카페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낡은 구두의 중년 아저씨가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십니까. 아, 아아?!”

한밭 신문 현재현 기자는 눈썰미가 제법이다.

그때 그 빨간 코 청년이다.

설민혁은 공식적으로는 있다는 썰만 돌았지, 알려지기는 처음 알려진 인물이다.

‘스카이피아가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단신에 실려 있는 정도.

그걸 빌미로 불렀다.

스카이피아 차기 회장으로 각광 받는 인물들 기획 기사 써 보실 생각 없냐고.

이 일에 확고한 증언을 해 줄 이형탁 교수와는 이미 사전에 의견을 다 나눴고.

* * *

<충청 A 건설사 B 회장의 죽음, 타살이었다?>

심근경색으로 인한 급사로 알려졌던 B 회장의 사망에 의혹이 일고 있다……(중략).

이 기사는 정면으로 충청 포럼과 A 의원을 저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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