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48화 (148/211)
  • #148. 허가가 필요한 일.

    설유겸이 허리를 숙여 내 배를 꽉 안고 있다.

    모습이 마치 유령의 집에서 뭐 나올까 무서워 옆에 있는 상대 몸에 파묻힌 모양새다.

    그리고 일단 남자 쪽을 흘기다가, 여자 쪽도 흘긴다.

    나도 다가온 남학생을 봤는데.

    남자애가 뭐랄까, 꽤 자신감 있게 생겼네.

    일단 모르는 여성한테 접근한다는 것 자체가 욕망이 강해서 짓누를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짓누를 수 없음에도 저렇게 하는 것은 실패의 경험이 누적되지 않은 남자라는 것을 뜻한다.

    “아, 그…….”

    여기서 자아운 쪽이 강하면 남성 경쟁자를 짓누르는 면이 있고.

    인성운과 관성운이 총체적으로 낮으면 사회적으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아, 물러서야지.’가 아니라, ‘아, 뺏어야지.’

    혹은 그냥 친구나 오빠겠지? 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 여자운이 낮고 자존감도 낮으면 주변 남자를 죄 ‘남친이다.’ 생각하는 경향이, 반대의 경우엔 주변 남자를 별거 없는 관계일 것이다. 생각하는 경향이 엿보인다.

    군에서 여자 문제 앞에서는 객관성을 망실한 놈들을 꽤 봐서 구분하기 좋다.

    “으으으으으응.”

    얼굴을 파묻은 설유겸은 아예 내 배에다 자리를 잡고 괴성을 내며 고개를 저은 다음.

    남학생 안 본다.

    “아이구, 아이구, 왜, 왜.”

    말로 했으면 모를까, 행동으로 보여줬는데도 못 알아듣는 것 같으니 어깨를 붙들고 폭 안았다.

    은겸이보다 키가 8~10센티 정도 작은 표준이라 타점(?)이 낮은 편이다.

    유겸이가 쥐어짜듯 안기는 만큼의 악력은 나도 가해야 해서 나름 꽉 쥐었더니 옆구리 쪽이 살짝 잡혔는데…….

    어, 음, 노코멘트.

    “아, 그 죄송합니다.”

    아, ‘남친 있구나!’ 하고 바로 스리슬쩍 사라져야지 그걸 기어이 와서 머뭇거리나.

    아쉽긴 무지 아쉬웠나 보네.

    뭐 하는 놈이지?

    과잠 보면 같은 단과인데, 명찰 같은 걸 달고 다니는 건 아니라서 알아볼 수는 없다.

    그래도 사주와 관상으로 얼추 어째 생겨 먹은 놈인지 기억은 해 놨으니까.

    스카이피아 취업을 빌미로 취업 성공 선배가 하는 특강 자리 내가 나간다고 말해볼까.

    “우와, 누구?”

    일련의 행동을 본 이다온이 묻는다.

    행동을 보면 ‘아, 여자 친구구나’ 하고 깨달아야 맞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아서 얼버무렸다.

    이쪽은 내가 난감한 상황이니까.

    “여자친구!”

    “와, 아.”

    ‘……의 동생.’이라고는 얼굴을 묻은 채 내 배때기에서 읊조린다.

    뭐, 이렇게 부끄러워하나.

    “되게 어려 보이는 애를 만나시네요. 학생 아냐?”

    9살 차면 많기는 많다.

    복학생이 새내기만 만나도 도둑 소리 듣는 것이 현실이라.

    “어, 학생 아냐.”

    대학생조차도 아니기는 하지.

    그리고 새내기로도 보이지는 않는다.

    이다온이 되물었다.

    “여동생 같은데?”

    ‘여자친구! ……의 동생’이라는 말을 들었나?

    “닮아 보여?”

    “아니, 어려 보여서요. 애들이 되게 좋아하지 않았나.”

    “그때 그걸 받으면 미친놈이지, 너는 받냐?”

    “몇 살인데요?”

    설유겸이 얼굴을 묻은 것을 풀면서 경계하듯 대답했다.

    “스무 살인데요.”

    설유겸을 본 이다온의 표정이 좀 놀라 보인다.

    아까 유겸이 다다다다 하고 달려올 때 못 봤나?

    내 뒤통수에 신경 쓰고 있어서 그랬을 수도.

    “우와, 능력 있네요? 혹시 제자였던 거 아냐?”

    “뭐, 어른 되면 그다지 신경 안 써서.”

    “그럴 거 같긴 하네요.”

    “뭐, 그런 운명이라고 몇 차례 얘기했던 거 같은데.”

    “아, 교수님이 사주 철학관 열었다고 알려줬는데 어때요. 잘돼요?”

    그렇다면 문 닫은 것도 알 텐데.

    “다른 데 계약직 들어가서 말이야.”

    “학교 다시 나오는 건 어때요? 우리 과목이나 교차 과목 구하는데.”

    좀 교사 제일주의가 있다, 여기 사람들.

    ‘때려 죽어도 공무원.’이라는 우리 부모님이나 가질 법한 사고관.

    계약직이라고 말하자마자 차라리 기간제 하지 이러고 있네.

    “왜 나왔는지 모르고 그러냐?”

    “그거야……. 그냥 돈을 안 내서 그런 거 아니었어요?”

    물론 얘 책임으로 몰 생각은 없다.

    사주 아웃팅은 저게 푼수라서 실수했고, 애시당초 그걸 요구한 사학이 잘못한 거다.

    저 리스크를 관리할 거였으면 내가 사주를 풀어주면 안 됐고, 그걸 소문내서도 안 됐고, 이어 그 학교가 사주 가지고는 페널티를 거는 학교다.

    이걸 다 예측했어야 했으니까.

    사실 학교에서도 그거 가지고 임용취소 한 게 아니라, 무슨 면벌부 팔듯이 십일조 형식의 월급 기부에 더해서 돈을 좀 더 개인적으로 요구해서 그거 내면 괜찮다고 하더군.

    그러니까 그놈의 사주 아웃팅이 문제라기보다는 그걸 빌미로 임용에 돈을 좀 더 낼 생각이 없냐고 압박하는 게 문제였다.

    그것도 윤리과 전공이라던 운영부장이 말이지.

    “그러면 그때랑 똑같은 결과를 얻겠구먼.”

    “그때보다 조건도 완화됐고 요새는 뭐 이사장님이 그런 걸 보러 다닌다고 예전처럼 그렇게 안 해요.”

    재밌는 교차정보다.

    사주로 본 설재영 이사장은 꽤 종교적이었다.

    그럼에도 계룡 선사에게 듣기로 설재영 이사장이 그를 찾았다고 한다.

    내 예언인 ‘설양훈 2월 지나면 깨어난다.’라는 관련 검증을 위해서.

    그리고 아버지와 사이가 좋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 운과 종교운이 강하고.

    혼외자를 불결하게 보며 세례도 안 해주던 기독교 세계관에서 설양훈은 사탄 쓰인 아버지였을 것이다.

    근데 그런 것 치고 사주로 나온 예언에서는 사주쟁이를 찾았구먼.

    행여 설재영의 사주를 볼 날이 온다면 써먹을 소재였다.

    머지않은 거 같기도 하고.

    “거긴 와 달라고 난리 쳐도 안 갈 거라.”

    “제가 그래도요?”

    “응.”

    “잘 사시나 보네.”

    홍선군 교수한테 내가 잘 안 되는 거 같다는 소리를 듣지 않았을까.

    그 양반이 내가 장사한다더니 문 닫고 도통 안 연다고 거기 자리 있으면 데려가라고 했다던데.

    “뭐, 못살지는 않지.”

    “여자친구 있으니까?”

    “……기억하나 보네.”

    “그럼요. 하는 말이 다 맞았는데요.”

    말에 비꼼이 있네.

    그러면서 이다온은 내 발목을 본다.

    그리고 날 올려본다.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군, 날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은 다 저런다. 예전 키가 아니라.

    아예 적이면 차라리 편하겠는데.

    미묘한 관계라 마주하기가 거북스럽다.

    그것도 ‘사주가 다 맞아서 선배가 미워요.’ 이런 말도 안 되는 명분을 갖고 있어서 대화가 피곤하다.

    저런 사람들이 꽤 있지만, 얜 내 인맥에 포함되어서 그러니까.

    뭣보다…….

    “헤어졌나 봐?”

    “뭐, 그것도 맞고요.”

    “더는 안 맞기를 바란다.”

    치정이 얽혀서 더 그렇다.

    그냥 썸타다, 여자는 미래가 보장되는 직장에 붙고, 남자는 떨어져서 여자가 드리프트한 흔한 이야기다.

    그리고 내가 떨어진 사유에 제 잘못이 있는 거 같으니까.

    내가 언급한 사주 예언을 들먹이며 합리화를 시전한다.

    그래도 원망까지는 안 한다.

    저 얼굴을 보면 내 밑에서 신음하던 게, 더 나아가 몸을 보면 아무것도 안 입은 걸 본 게 떠오르니까.

    거의 사귄 것 같지만 서로 교사가 같이 되면 사귀자고 한 건 본인이라.

    “여자 친구분 기대되네요.”

    “응?”

    “동생이라고 이분이 그러는 소리 들었어요. 선배 동생인지, 선배 여자친구 동생인지는 좀 말이 헷갈리는데 선배가 애인 없을 팔자라고 했던 거 기억에 남아서 말이야.”

    “네에?”

    안겨 있다가 대화를 듣고 슬쩍 팔을 풀던 설유겸이 고개를 치켜들고 물었다.

    “아닌데…… 요!?”

    “어떤 여자 친구가 그러고 있을까요?”

    남친의 여자지인 앞에서 계속 껴안기 고수하는 행동은 물론 과하다.

    보여 주기식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가 봐도 판단 가능할 것이다.

    “아, 어, 어어…….”

    이어 내가 애인이 생긴다는 걸 믿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 시각이 의외로 정답을 찍어낸다.

    내가 쟤한테 한 말은 거의 다 맞았으니까.

    물론 설유겸이 거짓말을 더럽게 못하는 것도 한몫한다.

    궁지에서 거짓말을 말하느니 그냥 대답하고 자폭하는 스타일이긴 하지.

    “번호 바뀐 거 아니죠? 연락할게요. 애들도 선생님 그립다고들 하고.”

    “걔들 다 이제 대학 갈 텐데 뭔.”

    “그래도요. 아니, 그러니까 더 봐야지 않겠어요?”

    “그래, 알아서 해, 난 먼저 간다.”

    “또 봐요.”

    애들 핑계 대네.

    전환 조건의 기간제고 그땐 젊어서 그냥 계약직 교사들보다는 아이들의 대우가 좋기는 했었다만.

    학업스트레스를 만만한 선생들에게 장난으로 풀던 것들이라 그립진 않다.

    이다온이 두고 다시 천문대로 발걸음을 옮기자 설유겸이 속사포로 묻는다.

    “누구? 누구예요?”

    “어, 아는 후뱁니다.”

    “그냥 아는 후배 같지 않던데.”

    “그냥 아는 후배는 아니죠.”

    “우와, 뭐야, 뭐야아, 전 여자 친구? 여자 친구 없었다면서.”

    이걸 굳이 말해도 되나 싶지만.

    이다온하고의 서사는 풀어서 불리할 게 없어 보인다.

    “어……. 대체품?”

    “네?”

    “아까 얘기 한참 하지 않았나요. 밥 먹으면서.”

    “아, 아아, 아저씨가 대체품?”

    “그런 셈이네요.”

    설유겸이 화들짝 놀란다.

    “헐, 그렇게 한 여자랑 이렇게 말해요?”

    이상한 질문이다.

    그 이후에는 부끄러워서 도저히 얼굴 보고 말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나 보다.

    “은겸이랑도 말하는데 왜 못합니까?”

    “그게, 그게 아니지 않아요?”

    “그렇기는 하죠.”

    “근데 서로 막 썩 달가워하는 눈치는 아니었어요.”

    “유겸이는 감정을 파악하는 게 빠르네요.”

    뜬금없는 무지성 칭찬에 설유겸이 당황한다.

    “그, 그런가? 뭐 때문에 그러시는 거예요? 대체품으로 쓴 것 때문에?”

    “어, 대체품으로만 쓰지 않을 것처럼 하다가…….”

    대충 설명해줬다.

    2픽 인생 하소연도 조금 섞어서.

    나는 2픽 인생이었던 것에 세상이나 여자 원망하고 그러진 않는다만.

    이 서사는 힘이 있고 동정을 살 수 있어서 언급하는 편이다.

    특히 ‘여자 경험 있는 솔로’라는 성립 안 될 거 같은 캐릭터가 부여되어서 써먹기 좋다.

    한 마디로 ‘경력 같은 신입’이니까.

    “그거 바람이잖아요?”

    “제 여복은 언제나 그랬어서 뭐 실망은 안 했습니다.”

    “그거, 그거 화가 나고 그래야 되는 거 아녜요?”

    “쓰던 물건도 버릴 때엔 처음 샀을 때, 처음 가졌을 때 애착이 생각이 나는데 하물며 사람입니다. 정서 이상의 교류를 금전 없이 나눴다면 좋은 쪽을 먼저 생각할 수도 있죠.”

    “으에……. 맨날 그런 쪽 이야기.”

    “그쪽에 관심이 많으니까요. 싫다면 하지 않겠습니다.”

    “어……. 아녜요. 저도 뭐, 재밌어요.”

    인정을 끌어내니 수긍하는구먼.

    예시가 넘치기 때문에 거부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음, 그래서 그런 건가?”

    “뭘?”

    “저한테 들이대는 거요. 그렇게 당해 왔으니까. 하고 싶은 거? 누군가는 2픽으로 두고 이용하려는?”

    피식했다.

    여자운 9레벨 믿고 덤비기엔 두 아가씨가 너무 돈이 많습니다.

    종교운 11레벨 용화 미륵 천부경 효과 믿고 덤비는 건 가능한데 그 길은…….

    비상한 경우가 생기면 그럴 때나 쓸 생각이다.

    “아니죠, 그리 교훈을 받았으니 둘 이상 나를 좋다 하면 다 1픽 삼아 갖겠다, 생각하는 게 정상이죠.”

    “교훈이 뭐 그래!?”

    이게 정답 아닌가?

    둘 중 하나를 버려라, 가 정답이겠지만.

    못 버리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처우를 다르게 해서 생기는 폐해를 내가 입었다고 토로한 것이니까.

    나는 둘 다 못 버리는 상황에 놓이면 그럴 수밖에 없지.

    “피해라 생각은 안 하지만 피해를 받았으면 그걸 되돌려 주겠다고 이 악물고 살기보단 반면교사를 얻어 남들에겐 피해를 주지 않는 쪽으로 마음을 가다듬는 게 몇 배는 숭고합니다.”

    그렇게까지 숭고하게 살지는 않는데, 숭고한 척했다.

    대사원 급 영지도 공여받는 종교권위자인데 그래도 된다.

    “착한 말만 하는 변태 같아.”

    본질을 꿰뚫어 봤네.

    반박할 거리가 없어 물타기로 트집을 잡았다.

    “남자 친구라고 팔고 다니는 건 유겸이인데 왜 저한테 뒤집어씌웁니까.”

    “아, 그, 그건요…… 죄송해요.”

    “죄송요?”

    뜻밖의 반응이라 어리둥절하다.

    “들켰잖아요. 진짜처럼 행동했어야 했죠?”

    “엥? 네? 굳이?”

    그건 네가 솔직한 것 때문인 것 같다만.

    여자친구…… 의 동생 드립을 여기서 친 최후의 양심은 칭찬한다.

    은겸이한테 믿음 캐릭터를 줬다면 유겸은 진실 캐릭터를 줬거든.

    사람은 타인이 보는 긍정적인 캐릭터를 버리기 힘들어한다.

    그 캐릭터 대로 따라 주고 있다는 증거라 오히려 좋다.

    “그 왠지요. 생각해 보니 화나요. 그 여자 기분 나빠. 왜 우리 언니 같은 더 이쁘고 대기업 다니는 그런 언니가 좋다고 그러는데.”

    “당시엔 돈 없고 미래가 없으며 그 돈 없고 미래 없는 것에 대해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여서 그랬겠죠.”

    “그랬다 하더라도 지금 아니잖아요. 후회하게 만들어 줘야 하는 거 아녜요? 그 뭐, 거의 백수 취급하면서 내 밑으로 들어오라 그런 얘기만 하고.”

    유겸이가 사이다 성분 부족을 토로하고 난리일세.

    그랬으면 좋았겠다 싶긴 했었다.

    유겸이가 아니고 은겸이었다면, 서로 부자연스러운 게 없었으니 한 방 제대로 먹였겠지.

    자기가 버린 놈, 객관적으로 더 대단한 사람이 주워가면 잘못 픽한 게 아닌가 싶을 테니까.

    “뭐, 복수를 한다면 최고의 복수는 더 어여쁘고 잘나가는 여자 친구 보여 주는 거라 생각하긴 했는데.”

    “도와드릴게요.”

    “도와요? 아니 굳이? 그냥 언니를 데리고 뭐 단과 모임 같은데 나가면 되는데.”

    “언니한테 말하면 아저씨가 그 옛날이야기 언니한테 다 해야 되잖아요. 그리고 그런 사람 보는 게 유쾌하지도 않을 테고.”

    설득되네.

    이상한 데에서 명분을 잡아서 연인 놀이 더 하고 싶은 모양인데.

    내가 잘 사는 걸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하는 거, 그거 어렵다.

    그걸 굳이 어필하려고 하면 티가 심하게 나고 굳이 그렇게 신경써서 엿 먹이고픈 인물도 아니라, 갸웃한다.

    다만 설유겸, 본인이 그걸 하겠다면 장단이야 맞춰 줄 생각이다.

    나 대신 나도 잘 못 느끼는 내 분노와 내 사연에 공감해 주겠다는 거 아닌가?

    저게 내가 하던 일이다.

    사주로 파악한 당사자의 인생을 당사자보다 더 공감해 주는 걸로 장사하는 사람이다.

    “유겸이가 하려고요? 이미 눈치챈 모양인데.”

    “무시당한 거 같아요. 내가 어딜 봐서 그냥 여동생이야. 아저씨랑 사귀기엔 너무 어려 보인다잖아요.”

    아, 본인이 무시당했다 생각해서 화가 났다?

    공감뿐 아니라 자신의 일로 확장시키니 명분이 있네.

    “아, 그래서 사귀는 티를 내 보겠다?”

    “뭐, 간단하게 언니처럼 하면 되지 않을까요?”

    “언니처럼?”

    사주강화술이 올라서 빚어내는 결과가 있는 반면, 직접 그 레벨에 맞는 걸 달성을 해서 오르는 경우도 분명 있다.

    * * *

    긴요한 이야기를 꺼냈다.

    “은겸이.”

    “네에.”

    “허락받아야 할 게 있는데요.”

    “저한테요? 무슨? 어, 어.”

    아, 뭔 생각하는지 알겠다.

    “야한 생각 금지.”

    “그런 거 말곤 나한테 허락 안 받잖아요? 그리고 온갖 게 다 있잖아?”

    유겸이처럼 입히질 않는 걸 좋아하긴 하는데.

    온갖 거라고 하긴 뭐한데.

    불 켜자, 지금 여기서 가능할까? 이 정도건만.

    “어, 제가 바라는 건 허가해 준 걸로 아는데.”

    “갱신을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고 나면 한참은 벗고 있어야 한다고오.”

    그런 말을 하면…….

    어쩔 수가 없네.

    “그럼 벗자.”

    은겸이는 기모 스타킹에 통이 넓은 짧은 바지를 입었다.

    치마처럼 보이는 느낌이다.

    그 통 넓은 바지의 허리춤과 스타킹에 동시에 손을 밀어 넣었고 단추를 풀었다.

    “아, 아아!? 아아아, 이제 추운데.”

    “핫팩을 붙이면 몸의 부위 인근이 따뜻해집니다.”

    “으휴.”

    할 말이 좀 쎄해서 미리 이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고.

    털 스웨터 조끼 속에 와이셔츠 칼라가 보이는데, 그 아래로는 뽀얀 피부가 그대로 드러나는 게 좋다.

    …….

    “그래서 무슨 허락을 받고 싶은 거여요?”

    “은겸이 이용권?”

    “야아.”

    한 대 맞았는데, 이용권은 받았다(?).

    “그런 거 아니고, 좀 힘든 부탁일 수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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