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47화 (147/211)
  • #147. 별 보러 갈래.

    설인훈은 기가 찼다.

    “그 사주 보는 친구가요? 윤영이가 아니고? 민혁이인가는 그럴 머리가 없을 것이고.”

    “아무리 봐도 그 친구인 것 같습니다.”

    “허, 내가 회사에 욕심을 내는 모습을 딱히 보인 적이 없는데 가혹하게 대하는군요. 형님의 유고인가?”

    정기상 교수 해임에 이어, 아들의 시공사에까지 칼날이 몰아치자 설인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설인훈은 어째서 이렇게 자신 측근을 아예 찍어 놓고 공격하는지에 대해서 의구심이 일었다.

    “온갖 트집을 다 잡고 공격하는데, 대응할 방법이 마땅한 게 없습니다. 계룡 선사도 덜컥 낙향해 버렸고요.”

    “그 사람이야 형님의 사람이니.”

    설인훈은 이 일련의 움직임이 청산 작업임을 짐작은 했다.

    설양훈은 그가 그렇게 미워하는 설윤환의 화근을 제거해야 했고, 어설프게 욕심을 부리는 딸들은 분란의 소지가 있으니 적절한 선에서 수습해야 했다.

    그리고 그 자식들에게 삼촌이라고 나름 줄을 대고 있었던 자신의 영향력을 지우겠다는 것까지 이해하려면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다.

    그런데 이건 숫제 자기 쪽만 죄지은 듯 파고든다.

    이건 누가 찍어 놓고 ‘설인훈을 조져라.’ 라는 명령이 떨어지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일방적이다.

    백산시공 관련해서는 명분도 없다 봤는데, 길바닥 양아치 하나를 빌미로 트집을 잡아 공세를 퍼붓고 있다.

    ‘정환이네 애기들하고 친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마는.’

    “의원님, 여기 있습니다.”

    설인훈은 이 숙청 작업을 진행 중인 그 어린 역술인이 뭐 하는 놈인가 궁금하여 보좌진에게 조사를 맡겼다.

    “……허?”

    그리고 뭔가 설인훈의 내심을 파악이라도 한 듯.

    북한 및 매수자, 충청지역 간첩단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는 말을 지속적으로 했다.

    거기다 그 말이 설득력이 있는 인생 행보까지 갖고 있었다.

    * * *

    설인훈의 수족과 자금, 지분을 죄다 자르고 있었다.

    그는 여의도에 있어야 하므로 직접 신경 쓸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그리고 그게 패착이다.

    기껏해야 대리전을 뛰고 있는 정기상으로나 뭘 할 수 있는데.

    대리 플레이어인 정기상이 반 어거지로 해임된 이후엔 영향력을 정당하게 미칠 방법이 제한된다.

    법조 인맥을 동원해 사정 기관으로 회사 자체를 타격하는 방법은 있겠지만.

    그 경우 다치는 건 설민혁 정도다.

    설민혁이 박살 나면 차선으로 설윤영을 끌어올리면 된다.

    그리고 설윤영은 못 때린다.

    설윤영을 타격하면 설윤영의 시가와도 한판 붙겠다는 시그널이다.

    “그거 하려면 대통령 집권 초 1~2년 차에 해야지. 일개 의원 가지고는 안 되지.”

    그렇다고 내가 본 설인훈은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아이고, 내가 잘못했네’ 하고 개입을 중단할 사람은 아니다.

    중단한다 하더라도 내가 멈추면 안 되고.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황이나 심증에다가 사주로 생긴 선입견으로 공세를 펼치는 것이다.

    ‘이럴 놈이면 그리 살 것이다.’라는 심증이 있으니까.

    아니, 이런 놈이고 자시고 수십조에 달하는 자산의 콘트롤 권한에다가, 회사 자체가 남계 후손이 없으면 운영하기 어렵다 싶은 느낌이면 남계 후손을 모조리 배제 시키면 동생과 조카에도 기회가 있다.

    이 상황이면 나라도 가져 보려고 난리 부르스를 출 것이라.

    “조심해야겠네.”

    이런 돈 앞에 가리는 거 없는데 정식으로 할 게 모두 막힌 사람이다?

    우두머리인 설민혁을 공격하거나, 그게 아니면 나한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없진 않다.

    내가 그냥 구르고 구른 인물이면 흠집을 잡으려고 할 건데.

    그럴 만한 건 사주 말곤 마땅히 없을 거니까.

    내 주변인을 물고 늘어지거나, 내가 밀고 있다고 여겨지는 원톱인 설민혁에 대한 집요한 공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혹시나 이태현에게 쓴 것 같은 극단적인 방식을 가할 가능성도 기우 같지만 없지는 않았다.

    안 그래도 한밭 신문이나 허윤식 쪽에서 한 번 더 인터뷰하자고 하던데, 반공 드립 한 번 더 칠 셈이다.

    인근 지역의 뜨내기 간첩단이 잡혀서 뭔가 더 내 주장이 강화된다.

    “그게 아니면 설재영을 대리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설재영은 어쨌건 두 오빠가 나가떨어진 이상 맏이이다.

    상식적인 차원의 대응이면 설인훈도 이선 후퇴해서 설양훈의 자식으로서 명분을 가진 사람을 미는 쪽으로 전략을 바꿀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이한 대응을 하겠지.

    <연설>

    당신의 말을 설파했습니다. 화술과 관련된 식상운이 오릅니다.

    <협객>

    예로부터 협객은 대의 혹은 의뢰를 받아 대리 복수전에 조력하였고, 당신은 그 복수전을 충실히 수행하여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설사 실패한다 할지라도 당신은 형가와 창해 역사와 같이 열전에 이름을 남길 위명을 얻을 것입니다.

    위명의 효과로 비겁운이 오릅니다.

    자아운, 지지자운, 형제운을 올릴 수 있습니다!

    칼 한 자루도 없는데 협객이 됐네.

    통합 비겁운이 올랐는데 친구운은 올리는 게 불가능하고, 형제운은 그다지 올리고 싶지 않다.

    안 그래도 폭포 맞고, 랜덤박스 하나 받아 놨는데 쭉 올릴까?

    자아운을 LV8로 복구했다.

    복구는 아니고, 대운 강화빨로 높았던 것인데 대운 강화가 재물과 여자에 깃드니 줄어들어서, 대운 강화가 될 때만큼의 레벨로 올렸다.

    사주학에 따르자면 인생은 오행의 오지선다다.

    개중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고의 답을 용신(用神)이라고 하고, 나머지 답은 미적지근하거나 나쁜 답이다.

    자아운 9레벨부터는 인생 오지선다를 사지선다로, 10레벨부터는 이지선다로 줄여 준다.

    인생의 어떠한 선택을 하면 지금까지는 20% 최고의 결과로 얻을 수 있고, 나머지 80%의 애매모호한 답이나 확고한 오답을 얻어 정신승리만 하고 살아가는데.

    사주강화술로 그것을 25%, 더 나아가 50%로 만들 수 있으며.

    그것은 ‘내’ 가 하는 인생의 모든 선택에 잘못될 확률을 줄여 주는 사기적인 운세다.

    * * *

    퇴근길은 유성온천 족욕장이 있는 길을 스쳐 지나간다.

    이 족욕장 있는 길에는 대형 온천 호텔들이 있고, 그중에 부지가 넓은 군 복지단 운영 계룡스파텔과 그에 맞선 스카이피아 호텔이 있다.

    오늘은 조기 퇴근이다.

    점심 겸 저녁거리나 포장할 겸 스카이피아 호텔에 들른다.

    연간 회원권 다 되어 가는데 갱신해야겠네.

    그리고 이 시간에 오면 밥 같이 먹자는 사람이 한 명 있다.

    일찍 퇴근한다고 하니까 나오란다.

    “안녕하세요.”

    “식사부터 하죠.”

    “네에.”

    호텔 지박령처럼 살고 있는 설유겸이었다.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이라, 요즘은 만나서 뭔가 하는 일이 유겸이와도 잦다.

    “지낼 만해요?”

    “좋은데요, 잔소리 들을 일 없고, 청소할 일 없고, 옷도 맡기면 빨아 주고.”

    “안에서 그림 같은 건 못 그리잖아요.”

    “타블렛이랑 다 있네요. 에헤헤.”

    “원래는 할아버지 계셔서 자주 들렀는데, 이젠 동생분이 계셔서 들르네요.”

    설 회장이 있던 VVIP 회의실에 눈길을 한번 줬다.

    “할아버지를 우리들보다 더 그리워하시네요?”

    “효도하는 아들과 손자가 없는 분이니, 그 포지션을 잡아서 불리할 게 없습니다. 살가운 아들자식이라는 건 거의 환상의 동물로, 절 비범하게 보이게도 만들고요.”

    “와…….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고 살면 재밌어요?”

    “그럼요, 의식과 생각이 닿는 곳에서 뜻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리고?”

    설유겸을 의식하며 한마디 했다.

    “나도 모르던 내 실력을 알아주고 그에 걸맞은 자리를 준 은인입니다. 낳은 건 부모이나 세상을 살며 따를 자를 찾는다면 그만한 인물이 없었습니다.”

    “와.”

    “단지 만날 시간이 길지 않은 친구였다는 게 참 아쉬울 뿐이죠. 장기를 다시 둘 날을 기대하고는 있습니다만.”

    “만날 시간이 길지 않은 친구……. 그 말 좋은 거 같아요.”

    “그래서 사주학에선 친구는 보통 같은 세대를 말하곤 하죠.”

    “우리도요?”

    “아저씨라며.”

    “그건 그래.”

    스테이크 썰 때 보니 나름 떠오르네, 그 양반이 싸 가서 먹으라고 할 때는 진짜 할배 같았는데.

    “근데요, 여기 예전 여자 친구랑 오셨다면서요?”

    “뭐, 깊은 관계로는 이어지지 못해서 여자 친구라고 치기는 아깝군요.”

    “언니가 그때 인상을 좋게 받았다고 했어요.”

    그 덕에 호텔 칵테일 바는 지속적으로 이용 중이다.

    “그건 그냥 두 분이 남자랑 술 먹고 흐트러지지 마라, 그런 교육을 받아서 그런 거 아닐까?”

    “엄마가 그 얘기 많이 하긴 하네요.”

    “맨정신인 분의 수줍음과 부끄러움마저 귀엽다고 여기는 입장인지라 술을 먹이면 오히려 안 덤빕니다.”

    “그럼 언니 전엔 연애 안 해 보셨다는 거 같은데?”

    속뜻은 연애 안 해봤다는 것치고 여자들한테 이야길 잘한다 이거겠지?

    “남친 있는 여자들의 유사 연애 겸 대체품으로는 자주 활용된 적 있어요.”

    “으엑? 대체품이요?”

    대체품이란 단어가 좀 튀기는 할 것이다.

    이런 단어를 써서 말하면 몹시 궁금해한다.

    “내가 매력이 없어서 남친이 바람을 피울까요? 혹은 날 사랑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 걸까요? 질문에, ‘그 매력은 나를 충분히 혹하게 만들 정도니까 자신감 가져라’라고 말했다가 증명해 보라고 해서 좀 과감히 말했죠. 환장할 거라고.”

    “환장한데, 우와아.”

    “그러니 환장할 명분을 주더군요.”

    “와, 그래서요? 그게 연애가 아니야?”

    “네가 나한테 환장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만 내 마음은 다른 남자 거야, 뭐 이런 식의 만남이었고 환장해 드리는 대신 내가 환장함으로써 오른 자존감의 보답은 받았죠.”

    “보답이 뭐야?”

    “제가 이성과 가장 하고 싶은 교류 행위요.”

    “가장 하고 싶은 거? 우와. 그게 뭐지.”

    알면서 묻는 것 보게.

    “남녀가 나눌 수 있는 언어와 행동, 마음을 넘은 진심의 교류라고 생각합니다.”

    “저한텐 왜 그렇게 말 안 해요?”

    “……예?”

    뭔 헛소리를 하냐는 듯 되묻자, 설유겸은 당황한다.

    “아, 아니, 죄, 죄송요. 이상하게 들렸겠다. 그런 뜻 아니고요.”

    실컷 당황하고 해명하게 침묵을 지키다 대답했다.

    “그건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요?”

    말을 붙여 주자 유겸이는 목소리 톤이 확 올라간다.

    아무렇지 않게 넘겨 준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

    그러겠니…….

    지금 들은 말로 나중에 어떻게든 써먹을 궁리 다 해 놓은 거지.

    “아저씨 호칭.”

    “응? 그게 왜?”

    “타인의 호칭은 그 사람의 기대치를 방증하는 겁니다. 저는 별로 지칭합니다. 유겸 양을요.”

    “밝히는 기대치!?”

    “아니요, 아름답고 동경하지만 딸 수 없는 저 먼 곳의 반짝이는 그것이오.”

    “야아아, 그만. 왜 또 그래요?”

    이런 건 싫다 해도 하면 좋아하더라.

    눈꼬리 말리는 거 보이거든.

    “반면 제가 듣는 말은 그냥 아저씨, 혹은 아조씨니까. 그 이미지 그대로 보고 계신 것이구나 생각해서 별생각이 없습니다.”

    “그게 왜!?”

    “무의식적으로 나이 많은 남성에 대해 선을 긋는 호칭인 겁니다.”

    “그, 꼭 그렇진 않은데…… 요.”

    그거야 맞는 말이다.

    은겸이가 선생님이라고 한다고 선을 긋는 게 아니니까.

    “그렇죠, 호칭은 단편적인 근거니까.”

    인정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전형적인 틀려도 상관없는 찌르기다.

    이 표현은 의표를 찌르지 않더라도.

    나는 좋게 보는데, 너는 좋게 보지 않는 것 같다는 상황을 인지시켜 본질적인 미안함을 부른다.

    “저기, 요?”

    “왜, 요?”

    “그, 그, 그 천문대가 어디예요?”

    “충남대 뒤에 대전시민천문대라고 있어요.”

    “가실래요?”

    이게 미안해서 나온 말이라면 의도가 성공을 거둔 것이다.

    <천문 관측>

    사주학의 근간입니다. 해, 달, 별과 기상의 영향이 지상에 미치는 시기에 태어난 만물의 성질에 특징이 있는 것을 구별하다 보니 정립된 학문입니다.

    관측으로는 모든 운이 오르며, 그 계절을 상징하는 별자리를 찾아내면 계절과 관련된 속성의 운이 크게 오릅니다.

    천문 관측은 농사와 함께 사주강화술 전 운세가 동시에 약간씩이나마 오르는 만능 이벤트였다.

    하늘을 보는 기술은 권력과 농업이라는 생산의 근간이니까.

    별을 진지하게 본 적이 한동안 없었는데, 뜬금없이 별을 보니까 뜨더라고.

    산을 사서 사설 천문대를 놓을까.

    “그거야 뭐, 같이 가기로 한 거니까. 그러시죠.”

    좌우지간 저 퀘스트가 되므로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대전시민천문대는 충남대 캠퍼스를 가로질러 가지 않으면 우회해야 해서 걸어가기엔 좀 멀다.

    설유겸 저질 체력 생각하면 그렇게 가도 괜찮겠지만 학교에 들를 일도 있어서.

    수능이 얼마 안 남은 시점이라 그런지 학교에는 교복 입은 학생들이 무더기로 보였다.

    학사 일정상 대충 수시로 판가름이 난 고3들은 인근 대학교 캠퍼스로 데려와 수시 면접도 보게 하고 학교 견학도 시켜 주는 일련의 학사 일정인데.

    사실 11월에 벼락치기 공부하는 고3은 공부를 잘못한 거다.

    주식시장에 악재와 호재가 선반영되듯이 수능 끝난 해방감이 이미 10월 말부터 선반영되어 있고.

    그 싱숭생숭한 맘을 다잡을 때 그놈의 캠퍼스 낭만으로 채워 주는 게 나쁘진 않다고 본다.

    “와, 애들 진짜 많다.”

    고작 한 살 많으면서 애들 많다는 대사에 웃음이 터진다.

    올해라도 수능 봤으면 설유겸이 저 애들이랑 같이 동기를 먹어야 한다.

    “수능 정말 안 칠 겁니까?”

    “‘고졸 미인 대기업 회장 여비서!’니까 괜찮아요.”

    깨발랄한 건 좋다만.

    말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먼저 앞서갔다.

    “아, 아니 왜 그러세요?”

    놀리는 거라서 대답 안 했다.

    자기 입으로 미인이라 할 만은 하다. 그리고 그 모습이 훨씬 낫다.

    언니랑 자기를 저울질하면서 자기를 깎아 먹는 것보다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아는 교복도 있네, 저기 내가 기간제 나갔던…….

    하은고 애들일세.

    저 학교가 속한 기독교 색채의 재단인 하은 재단 이사장은 설양훈 큰딸 설재영이다.

    그녀를 직접 본 적은 없다마는 재단 운영 자체는 체험해 본 바.

    흔한 비리 사학이다.

    서울 쪽 많이 못 보낸 모양이군, 지역 인재 만들려고 애쓴다.

    가만, 여기 견학 왔으면 고3일 텐데 내가 몇 학년을 맡았…….

    아이쿠.

    알아볼 놈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왜 그래요? 잘못하신 거 있어요?”

    “아, 그런 건 아니고, 해가 아직 안 졌으니까. 여기가 제 모교인데 잠시 교수님 좀 뵙고 와도 될까요?”

    “아, 어, 네, 기다릴게요.”

    설유겸이 흔쾌히 허락해 줘서 지도 교수인 홍 교수 연구실 잠깐 들렀다.

    “너 또 왔니?”

    “전화 주셨잖아요.”

    “그래, 내가 너 일하는 데 한번 가 보려고 했는데 문을 닫았더라? 일하는 거 맞니?”

    “지금은 계약직으로 회사 일 하거든요.”

    “그래? 어디 회사.”

    “스카이피아.”

    “거기가 널 뽑아? 우리 과 학생을?”

    전공이랑 좀 괴리되기는 하죠?

    “뽑아 주데요.”

    “취업 못 한 애들 한 트럭이야, 뭘 부끄러운 거라고.”

    “계약직을 그렇게 까다롭게 뽑지는 않던데 왜 안 믿어 주십니까.”

    “너, 확인해 본다? 내가 거기 회장님 큰딸이랑 동창이야. 너 기억나지? 다온이랑 기간제 나가서 있었던 학교 이사장? 거짓말하면 죽어?”

    홍선군 교수는 사범대학 학과장 교수로 충청 내의 교육재단 이사장인 설재영과도 명함 정도는 나눈 사이로 보인다.

    홍 교수 인맥은 충청 내 온갖 교육 쪽 인사들에 다 뻗어 있어서 이상할 것도 없었다.

    “아이고, 교수님, 진짜라니까요.”

    “말이 뭐 계속 바뀌어? 사주철학관 한댔다가 이젠 기업 다닌다고 그러네? 다온이가 우리 과 학생 한 명 더 보내 달라는데 너 안 갈래? 안 그래도 방금 전 나한테 인사하고 갔어. 커피만 벌써 두 잔이네.”

    “아, 아하하, 괜찮습니다. 진짜로 계약직 다닌다니까요.”

    “너, 내가 확인해 볼 거야. 가 봐.”

    홍 교수님이야 재밌으신 분이지만, 후배인 이다온은 마주하기 꺼려지는 인물이라.

    후딱 인사드리고 도망 나왔다.

    유겸이도 기다리고 있고.

    교정 앞에 등나무 벤치가 있고 설유겸은 거기서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는데, 과잠 입은 남학생 한 명이 귀찮게 굴고 있다.

    번호라도 따는 모양인데, 옛 감성 같지만 설유겸이면 저런 모습이 당연하지 싶다.

    이어 사주상 은겸이보다 유겸이 쪽에 누군가가 더 달라붙기 쉽다.

    설유겸은 애써 무시하고 휴대폰을 매만지고 있었는데, 유겸의 메시지가 나에게 온다.

    재촉이었다.

    답장을 해 주니까 두리번거리다, 날 발견하고는 박차고 일어나 달려온다.

    그런데 누군가가 뒤에서 내 어깨에서 손 올린다.

    “선배다. 맞죠?”

    “아…….”

    이 목소리 알고, 누군지도 안다.

    “아저씨, 어?”

    “누구예요?”

    그리고 다가오던 유겸이가 내 뒤의 여인네를 인지했고, 뒤의 후배도 설유겸을 봤다.

    나는 머쓱해하며 다가오는 과잠의 남학생을 봤는데, 그 순간.

    “……오빠아.”

    이어 설유겸이 내 배를 양팔로 끌어안으며 안겼다.

    누구 동생인지 알 것 같은 악력…….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