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 말할 권리.
사내, 사외이사들 8명에게 재계약 불가 통보를 내릴 참이다.
그 중심에는 정기상 교수가 있다.
5명 정도는 대체자로 부상해 올라올 부장급, 팀장급 인물들, 혹은 노승환이 생각하고 있는 사외 영입 인사들의 기량이 괜찮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정기상 교수는 나름 건축공학 전문가에 정치권과도 연줄이 닿아 있어 노승환과 오원술의 우려가 컸다.
‘정 교수는 그래도 일도 많이 했고, 회장님도 아끼셨던 친굽니다.’
‘충청포럼하고도 연관이 된 사람이라 그 뒷배가.’
‘고경필을 비롯해 이 사람들 보내면 정기상도 힘을 못 쓸 건데.’
노승환은 정기상의 수족만 자르는 식으로 권유했지만 충청포럼 이야기를 듣고 자신감이 생겼다.
지금 시즌에는 역술인이 가치가 높다.
정기상은 못 들은 것인 양 되물었다.
“학교로 돌아가라고 하신 겁니까?”
“예. 뭐, 그렇게 되었습니다.”
“저한테요?”
정기상이 믿기지 않는 양 묻는다.
당연히 안 잘릴 줄 알았던 모양이네.
“아쉽습니다.”
“이유가 있을 거 아닙니까?”
“사주가 안 좋다고 하면 믿으실까요. 관운이 떠났잖아요. 관운대로 말씀드리는 겁니다.”
“사주를 근거로 하시면…….”
정기상 교수는 반박하려다가 말문이 막힌다.
물론 사주 자체를 미신이라고 하면 내 말에 반박이 될 것인데.
그 반박 기다리고 있었다.
카운터 칠 명분을 깔아놨으니까.
반박 안 하면 관철시키면 되고.
“그러라고 있는 자리고, 또 그러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뻔뻔하게 대답했다.
어쩌라고 할 건데? 사주 보는 인간이 내리는 인사 조치다.
아니, 일단 사주라고 해야 한다.
이거저거 뒷정보를 들어서 트집 잡아 둔 게 많지만.
어쨌건 개인의 사생활을 먼저 언급하는 것은 명분이 떨어진다.
내가 혹은 회사가 뭐라고 개인의 사생활을 인질로 잡나?
설 회장이 그랬어도 이건 사회문제로 비화될 일이다.
성진경의 경우는 박효성, 이민준에게 들은 고민을 캐치해서 알게 된 것이고, 사건이 꺼내지면 파급력이 지은 죄에 비해 강해서 그가 납득한 면이 있다.
그래서 우선은 사주로 권고했다.
똑똑한 사람이니 알아듣겠지 하고.
“아니, 그러면 사주가 안 좋은 사람들은 죄다 쓸려 나갑니까? 그 관운이 흔들리는 사람이오?”
사주 자체를 공격은 안 하지만 그 이야기를 꺼내는군.
이미 스카이피아 자체가 사주대로 돌아가는 기업이다.
가장 큰 권한인 인사권을 내게 일임한 것에서부터 알 수 있다.
심지어 십여 년 전에 서울진출과 세종시에 올인하자는 파벌 다툼에서도 사주가 이용됐다고 들었다.
북방, 수도운인 서울과 휴전선 아래 한반도의 중심인 종심, 중앙운의 대전 세종을 두고 첨예한 다툼이 있었다고.
“관운이 즉 직장이 흔들릴 경향성은 확실히 높아집니다. 최소한 평소엔 안 하던 고민조차 하게 되지요.”
“그렇습니까?”
“예를 들어 X 같은 상사가 등장하거나 상사가 X 같아져서 너 잘라버린다 협박을 하거나, 너 이 회사 못 다니게 만들겠다 해서 비위를 맞춰야 한다는 경우가 많이 생겨요.”
그 말을 한 뒤, 계약 연장 불가를 통보하는 자리이지만 피식 웃었다.
X 같은 상사를 나로 생각하게끔.
“그럼, 새 상사가……?”
새파란 애송이가 자리를 두고 갑질할 것이라 여기기는 쉽지 않다.
설윤영과 설민혁을 불러들였고, 설정환 딸들을 비서진으로 끌어 올렸다는 소문은 벌써 파다하다.
그 사람들 명령으로 움직였다고 생각하는 게 먼저겠지.
그런데 그리 말할 생각 없었다.
“아니오, 제가 사주로 판단한 것입니다. X 같은 상사는 사주로 재계약 불가를 선언한 저겠죠.”
“개인의 고용에 사주 같은 불확실성이 큰 요소를…….”
드디어 사주 까기 시작하는군.
사주 때문에 계약 해지가 된다는 건 보통 사람들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해고 조건일 것이다.
그럼에도 몰아가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이 안 드나 보군.
나는 내가 명분에 벗어난 일을 벌이면 사람들이 ‘어려서.’, ‘뭘 몰라서.’ ‘미신을 믿어서.’라고 생각하고픈 신분이 있었다.
“임원이야 어차피 계약직이고 재계약 불가를 통보하는 건 계약에 따라 정당한 행위입니다. 그냥 노동계약이 끝난 거고 회사에서보다 학교에서 교수님을 더 원할 것이라 판단한 것이죠.”
“제가 그렇게 일을 못했습니까? 제가 제언한 층간소음방지공법으로 지은 신축들에는 택지가 안 좋아도 미분양이 없습니다.”
“에이, 그거 기술 자체는 여간한 건설사들은 다 갖고 있던데요. 정확히는 그 공법으로 이 단가를 맞추는 떼먹기 기술이겠죠.”
“떼먹기라니요. 그렇게 표현하시면 안 되죠.”
정기상은 아파트 층간소음을 잡는 건축 공법과 관련하여 논문도 많이 쓰고 연구도 많이 하여 권위가 있었다.
다만 그런 기술을 정기상만 갖고 있지는 않았다.
정기상의 능력은 그 공법을 싸게 맞출 수 있으면서도 비싼 단가로 포장하고 분양받는 이들에게 대출을 당기게 만드는 데 있었다.
기업의 입장에선 좋은 인재 맞았다.
하나, 기술 자체는 이미 회사에 노하우가 쌓였고, 그 업적을 토대로 후계자 정치 싸움에 몰두하고 더 나아가서는 스카이피아의 뒷배를 입어 정치권으로 진입하려는 야욕이 강했다.
정기상은 슬슬 격앙되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피식하며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하게끔 유도했다.
“직장운이 왜 흔들린다고 생각하십니까?”
“무슨 말씀이시죠? 나쁜 상사가 와서 흔들린다는 말씀을 하신 것 같은데요.”
“사외이사 겸 객원교수인데 상사가 존재하나요? 회사에서 아득바득 올라온 다른 임원들이야 그럴 수 있지만.”
“그래도 저는 회사의 연로하신 윗분들을 존중하고 있습니다만.”
정치적 수사구만.
굳이 연로하신, 이란 표현을 할 필요가 없다.
정기상 본인도 연로했다. 환갑이 한 손가락으로 세도 될 정도로 가깝다.
“바로 말하는 운이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말하는 운이오?”
“사람은 윗사람을 믿고 따르는 일면과 그 윗사람이 시키는 일에 대해 부정하고픈 욕망이 누구나 상존합니다.”
“그렇습니까?”
“사주에서는 그 두 가지의 균형을 절묘하게 잘 잡는 사람은 큰 인물이 된다고 보고, 믿고 따르는 면모를 가진 인물은 사회에 적합한 인재가 된다고 보며, 윗사람이 시키는 일을 부정하는 인물은 소인이면 불평불만분자, 군자면 혁명을 일으킬 변설가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그 윗사람을 부정하는 사주라고요? 그럴 리가요?”
아니다.
그런 사주였으면 오히려 설득했다.
사주로도 그렇지 않고 인생의 행적도 그렇게 말한다.
대한민국에서 교수 자리라는 게 연구실적과 배움,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능력만으로 갈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얼마나 잘 빠느냐가 중요한 자리다.
즉 말을 절제할 능력을 기본으로 갖췄다는 것이다.
“사주 상 정기상 교수님의 힘이 강해지는 시기가 왔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강해졌다는 것을 표현할 방법이 여럿 있으나 문명인은 그것을 주로 말과 글로 표현합니다.”
사람은 생명력이 넘치면 활동하고, 활동하는데 필요한 음식을 먹으며, 생명력의 방출인 생식 활동을 한다.
식복이 들어온다고 하거나 여자에게 자식운이 들어왔다고 하면 생명력이 채워지는 시기가 왔다고 봐도 무관하다.
그 방출 중 가장 세련된 것이 의사소통 시도이고 그것이 말과 글, 더 나아가 예술이다.
“이해할 수 없군요. 그러면 더 제가 정력적으로 일할 거 아니겠습니까. 말을 잘하게 되는 게 어째서 문제가 됩니까?”
그리고 일도 열심히 하는 쪽으로 발전한다.
“문제는 말과 행동은 주권자만 혹은 주권자의 의도에 따라서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
“어떤 조직, 특히 상하관계가 획일화된 조직, 사기업이지만 건설을 기반으로 마치 군대문화이듯 수직적으로 관리되어 온 조직에선 더더욱 그렇습니다.”
스카이피아 관련 익명 평가를 봤는데.
재입대한 기분이라는 평가가 딱이었다.
임원진들 사이에서 나이나 연공서열로 딱 가르는 거 하며, 사회를 처음 겪지만 군대랑 달라 보이지 않았다.
나는 마치 참모총장 아들인 것마냥 붕 뜬 존재의 입장에서 지켜보는데도 그렇게 느껴진다.
“사람은 누구나 윗선의 결정에 의문을 품지만 그들이 자신의 운명을 재물로 제약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 침묵합니다.”
“제가 돈 때문에 이러는 걸로 보이십니까?”
이어 일을 열심히 했다고 스스로 여기는 자는 그 일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일한 만큼의 권리를 갖는다 생각하고 일을 시키는 쪽에서는 일 열심히 하는 것은 보기 좋으나, 사람의 기세가 그만큼 성해 일을 열심히 하는바.
그가 입으로서 권리를 더 주장하게 되고.
이에 불쾌해하기 시작한다.
“그게 안 되는 사람들이 있고, 그렇게 안 하다가 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특히 교수님은 하필이면 설양훈 회장이 쓰러진 이후에 그 시기를 맞으셨습니다.”
그래서 말하는 운이 들어오면 직장운과, 직장을 형성하는 사업주, 보스, 왕을 공격한다.
식복은 일복이라 이게 들어오면 일은 잘하는데, 일을 관둔다.
너무 잘해서 이직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세상은 언제나 노력만큼의 보상이 돌아오지 않으며.
개인 따위가 힘이 좋아져 일을 열심히 한다 해도, 사용자의 눈에는 성에 안 차는 괴리가 발생한다.
그에 따른 불만이 피어나는 게 자기 기세가 강해진 운의 약점이다.
“그게 문제가 되어 저한테 이러시는 거라고요?”
“알면 말하고 싶은 것은 사람의 본능이고, 특히 교수라는 직업은 내가 아는 것을 타인에게 말해 주고 싶은 직업이니. 그런바, 교수님은 이제 다시 말로써 설파를 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그 설파는 무엇일까요?”
정기상의 경우는 조금 다르겠지만 그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학교로 가라고 하신 겁니까?”
“아니, 뒤집어엎어서 되돌아보면 말을 하며 살 사람이 그동안 참아왔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겠네요.”
“예?”
“회장의 유고를 상정한 권력 다툼을 유발할 가능성을 저는 아주 높게 봅니다.”
“제가 말입니까? 아닙니다.”
아니라는 말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그런 뒤 사주학에 묻은 유교 통치학, 제왕학을 말했다.
“신하가 가장 목소리가 큰 시점은 확고한 왕이 무너졌을 때입니다. 큰 힘이 주는 압박이 없거나 덜한 시점에서 그 목소리는 대표성을 얻습니다.”
‘너 우리 줄을 안 탔어?’라고 하면서 퇴출할 수는 없다.
사주로 이상하다고 퇴출하는 것보다 더욱 명분이 없다.
그래서 정기상이 사주를 보러 온 것이 너무 고맙다.
그냥 계약 철회를 해도 될 정도가 아닌 거물이라 뒷조사한 걸 빌미 삼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런데 지금 사주인 척 넘겨짚기로 맞춰 궁지에 몰 수 있게 벌린 아가리 속으로 들어왔으니.
아니 고마울 수 있겠는가.
“그러면 결국 회장님의 금지옥엽들이 다시 다툴 것이고 다툼의 종국은 분열입니다. 분열이 있다면 말하는 이들의 수장이 모두 갈리니 말할 기회가 폭넓게 열리는 것이지요. 그럴 운을 맞으신 겁니다.”
“그…….”
연상되는 게 없을 리 없겠다.
“말과 행동은 권력을 견제하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권력의 견제는 종국엔 그 권력의 분열을 노리지요. 권력은 집중되어 있을수록 힘이 강하니까요.”
“그냥, 그냥 몇 번 만나 술이나 마신 게 전부입니다. 천안 쪽에 대규모 산단을 유치하시려고 하셔서.”
당황했는지 정기상은 내가 짐작하는 흉참한 근원을 뱉는다.
하지만 술 몇 번 먹은 정도가 아니던데?
“그러면 충청포럼에 영향력이 있으시니까, 보좌진이라거나 천안개발공사 등에 들어가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충분히 가능하시리라 보는데요.”
“너무 급작스럽습니다?”
설인훈의 충남지사 출마 촉구 지지 모임 발족 등.
너무 그쪽과 연관이 많다.
그런데 그러려면 돈 필요하겠지.
“사주쟁이로서 설계해 드리는 겁니다. 앞으로의 인생을 말이죠. 지금 사주 보러 오셨잖아요?”
빙긋 웃으며 더는 타협할 생각이 없다는 양, 대답만 기다렸다.
정기상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공로를 설명하지만 내가 반응하지 않자, 끝내 목소리를 높이며 한 마디를 질렀다.
“회장님이 저한테 보장하셨습니다. 다음 계약을요.”
정기상 교수가 설 회장을 언급하며 으름장을 놓는데…….
그 말 나오길 기대했다.
되치기 한 마디를 아껴 놓고 기다렸다.
“어, 그러면, 왜 회장님이 돌아가신다는 점괘를 받아 달라고 수차례 요청을 하셨습니까?”
“……!”
계룡 선사에게 들었다.
설인훈이 직접 접촉하긴 어렵다. 여의도에 있으니.
그 하수인이 마땅히 그를 찾아온 것인데, 계룡 선사의 점사에 기뻐했다고 했다.
“그 계약의 주체인 설 회장이 깨어나지 않길 바라는 것은 그 계약이 연장되길 바라지 않는다는 뜻으로 비약해도 문제가 없겠죠?”
“그, 그건.”
그래도 나름 냉철하게 받아치던 정기상이 말을 더듬었다.
“설 회장이 바보도 아니고 자기 죽을 것에 배팅하는 수하를 왜 신임을 하겠습니까. 저 역시도 신임을 하지 않아 불신임을 하는 거고요.”
“저는 회사에 충성하는 것이지…….”
회장일가에 충성 안 하겠다는 뜻이 담긴 말끝 흐림일세.
그럼 더 좋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설 회장의 자식분들에게도 실례가 되는 행위이지요. 그분들 죄다 이 회사 대주주로 사실상 회사의 주인입니다?”
“…….”
“아, 혹시 그거 바라는 혈육도 있나요? 그걸 혈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
그게 뻘로 던진 예언이 아니다.
애당초 정기상 같은 사람들 잡아낼 색출용이었다.
“그래도 좋은 명분 드리지 않았습니까?”
“무슨……?”
“정치 다툼의 희생양, 엄한 데 줄 대다 잘리는 게 아니라. 인사권자가 사주쟁이인 미친 그룹에서 사주 때문에 잘렸다.”
목소리를 낮췄다.
“근데 말입니다.”
“예?”
“사주로 보면 더 나오는 게 많거든요. 특히 은밀한 거요.”
사주인 척 들은 정보 몇 마디를 꺼내 주니 아연실색한다.
교수면 교육자라 더 문제다.
“사주로 좋은 명분 드릴 때, 물러서시는 게 좋다고 봅니다. 진흙탕 가시지 말고요.”
그래도 궁지에 몰린 쥐, 고양이 물지 말라고 출구도 줬다.
정기상은 고개를 푹 숙였다.
“회장님이 깨어나시면 재고하시라고 하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후학들 가르치고 계세요.”
그에게 한마디를 남기며 나왔다.
요즘 세상에 충성은 모르겠지만 아직도 줄은 남아 있다.
잘못된 줄을 잡았지만 너무 많이 올라왔다면 줄이 찢어져도 그 손으로 놓을 수 없는 게 줄이다.
* * *
설 회장 병원에 찾아갔다.
그리고 그곳엔 새로이 출근하고 있는 설유겸이 있었다.
은겸이가 하겠다고 하지만 둘이 번갈아 가면서 나오는 걸로 타협을 봤다.
“오셨어요, 변태 아조씨.”
워낙 자주 하고 또 듣는 말이라 타격이 없다.
“집은요? 구했어요?”
“아직 호텔서 지내는데요.”
“그러지 말고, 같이 살지?”
“네?!”
설유겸까지 끌어들여 대전에 설정환 가문의 저택을 조성할 계획이다.
슬슬 그 집 가장 노릇 해도 될 거 같은 느낌이고.
전횡을 부리고 있는바, 최대 주주 가문인 설정환 자매들의 후견인의 위치도 확고히 다질 필요도 있었다.
“그게 변태 아가씨, 취향에도 맞을 건데.”
거기다 하필 둘째의 은밀한 습관(?)에도 도움이 된다.
“그걸로 어디까지 몰아갈 거예요?”
“인정해 놓고 왜 이러십니까. 외모가 아니라 그 진솔함에서 나오는 반짝임이 예뻤는데.”
설유겸은 별을 만들어 놓고 그걸로 계속 칭송 중이다.
내 사주의 강한 속성인 물이 동양오행철학 상 밤과 검은색을 맡고 있어서 친 드립인데 서정적 사주인이 되어 손해 볼 것이 없었다.
“저랑 아저씨가 음란지합이다 어쩐다, 그랬잖아요? 어디까지 진솔해지라고 그러는 거예요?”
음란지합은 말 그대로 음란하게 만나는 합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해 줘서 유겸이도 알고 대응한다.
물론 유겸이는 틱틱대지만 말 몇 마디면 됐다.
“저는 사주인이라서 예로부터 별을 보는 사람이었습니다. 학술의 목적으로 보는 것이었지만 어느덧 밝은 별이 더 아름답게 빛나길 바라기도 하죠.”
“윽.”
“그리고 별은 본디 가까워질수록 육안에 더욱 반짝여서 아름답습니다. 그러니 가까워지길 기대하는 것이죠.”
“와, 말씀하는 게 진짜……. 미쳤어.”
머리를 매만지는데 이번엔 얌전하다.
뒷머리까지 쓰다듬다 뒷목을 손이 살짝 스쳤는데 몸이 흠칫하고 움츠러든다.
“그, 그러지 마요. 어디까지 손이 내려오는 거야?”
더 내려갈 생각은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지만 사렸다.
“별의 움직임은 충남대 뒤에 천문대 있으니 거기서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멀지 않으니 기회가 되면 같이 가시죠.”
“어, 언니랑 같이 가면 안 돼요?”
이젠 본인이 언니를 찾고 있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