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43화 (143/211)
  • #143. 애송이 손의 살생부.

    계룡 선사가 내 앞에 나타나더니, 무릎 꿇고 엎드렸다.

    “아니, 왜 이러세요?”

    대충 짐작은 가지만, 격해서 놀랐다.

    체벌의 의미로는 대가리 박는 것만 못하다고 보지만.

    무릎 꿇는 행위가 주는 시사점이 크다.

    “제가 어떻게 하면 그 비술을 전수받을 수 있겠습니까?”

    명승 선생님을 만나고 온 모양이다.

    명승 선생님한테 참교육을 부탁하긴 했는데, 어떤 참교육을 당했길래 이러나?

    사주강화술 응용력에서는 내가 그분을 따라갈 수가 없다.

    강화술의 극의에 다다르면 타인의 사주를 강화시켜 줄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 경지인 것으로 추측된다.

    인생을 강화하는 선물 랜덤박스를 주는 양반이잖아.

    그렇게 된다면 명승 선생은 치유마법을 쓰는 현인이나 다름이 없다.

    머리를 나게 해 줬나?

    이어 명승 선생님은 이 양반에게 강화술을 전수해 줄지 말지의 여부의 처분을 나한테 맡겼다.

    “좋아요, 선사님 같은 인물이면 환영입니다. 그런데요.”

    “말씀하십시오.”

    “일단 그렇게 무슨 표류하다 배를 만난 듯이 그러지 마시고요. 우선 사주를 주세요. 그다음으로.”

    “예에.”

    “설 회장 죽는다는 사주 투서를 넣게끔 부추긴 사람, 혹은 그걸로 이득을 볼 사람 누구인지 얘기해 주시면 됩니다. 설 씨가 누군지요.”

    “그런 것까진 아니지만 말씀드리지요.”

    설인훈 아들 설현호가 걸려들었다.

    그 집안은 설인훈 자체는 자산이 별로 없는데, 그 아저씨 장남 설현호가 운영하는 시공업체가 스카이피아에서 사업도 많이 따고 있고.

    기타 특혜로 성장하는 건실한 사업체였다.

    이어 그 회사가 스카이피아 지분도 꽤 들고 있다.

    뭔가 너무 예상대로의 인물이었지만, 증언이 나온 게 어디인가.

    확실해졌다.

    “고맙습니다. 이어, 마지막으로 말입니다. 선사님을 사주강화술의 제3 전승자에게 맡기고 싶군요.”

    그걸 알게 됐으니 영양가 있는 건 다 빼먹었다.

    명승 선생님이 이 아저씨 강화술 가르침 하청을 준 모양인데, 하청의 하청을 줄 예정이다.

    여차하면 칼등이 아니라 칼날으로도 쥐어팰 명승 문하 동문의 사저가 있거든.

    거기다 과제도 하나 줬다.

    ‘사주강화술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토대로 소설을 쓰시오, 원고지 3,000매 내외.’

    * * *

    계룡 선사의 토로로 윤곽이 확실히 잡혔다.

    “반전 없이 그 아저씨냐.”

    사주로 티가 나더니만…….

    사주가 이런 건 또 잘 맞혀요.

    자금 흐름이나 설정환까지 잡아넣으려고 했던 일련의 움직임 등에 어떤 의도가 개입되었나, 그것까진 모르겠다.

    뭐, 이상한 짓을 꾸미는 사람들은 알고 있고, 직접 증언까지 얻었으니, 이제 트집을 잡을 때다.

    왕의 회생을 기대하지 않은 부하들은 역사적으로 그 끝이 좋지는 않았다.

    트집을 잡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신하도 아니고, 승계를 받으려는 쪽은 더더욱 좋지 않다.

    이를 알게 되고, 곧장 두 사람의 면접을 시행했다.

    “들어오십쇼.”

    “옙!”

    씩씩하네, 이 새끼.

    “주류 수입 회사 설주의 대표이사 설민혁입니다. 저희는 사과로 담근 브랜디, 사과 꼬냑 깔바도스의 수입 및 주류 유통을 맡고 있고…….”

    그럭저럭 말도 잘하고?

    괜히 여의도 갔던 게 아니구먼.

    스카이피아 내에 작년 말 신 사업팀이 생겼다.

    그리고 신 사업팀 출신의 직원들이 전부 나가서 주류 관련 수입업체를 세웠는데, 이 주류 수입업체는 누군가에게 최저가에 입찰, 인수되어 ‘설주’라는 회사가 되어 존재했다.

    물론 스카이피아가 지배하는 산하 회사로 설민혁에게 경력란 달아 주기 위한 유령회사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 고등학생은 왜 만났습니까?”

    “예에? 아니 X발 그게 왜 나와요?”

    “어허, 신성한 면접장에서 X발?”

    저 썩을 놈이 낙하산에 요식행위라고 티를 오지게 내네.

    안 뽑을 수도 없고.

    “선생아, 부러워서 그러지, 응?”

    산 네 곳 더 오르면 네놈 여자운에 근접해서 딱히.

    “압박 면접 모르냐? 야, 그리고 영상 녹화하고 있는데 욕을 왜 해, 미친놈아.”

    “선생아, 그럼 고등학생 만난 걸 물어보면 안 되는 거 아니냐?”

    “다시 해. 아우 귀찮아.”

    “삐 처리해, 삐.”

    “이런 삐― 같은 새끼를 봤나.”

    너무 대놓고 낙하산이라 낙하산 아닌 양, 연출 면접으로 근거자료 하나 놔둘 생각이었는데 협조가 영…….

    이어 다음 면접자가 들어왔다.

    “네, 들어오십시오.”

    “안녕하세요.”

    “어, 10년 정도 경력 단절이 있으셨네요.”

    “아이들 낳고 기르다 보니까. 바빴지요.”

    “근데 그 이후에 FM푸드에서도 임원으로 계셨고요.”

    “그랬습니다.”

    “건설보단 아무래도 식품 쪽에 더 적성이 맞지 않으셨을까요. 요리를 직접 해서 자식들 주신다고 쓰셨는데.”

    “이 회사는 아버지가 다니시던 회사로 저도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보면서 꿈을 키워 온 회사입니다.”

    아, 여기도 NG.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고 아버지를 보면서 꿈을 키워왔다.

    너무 사실적이다.

    “그 누님, 너무 뭐랄까. 답안이 모범인데요. 좀 기발한 거 없나요.”

    “민혁이 걔처럼 난리를 피울 순 없잖아요?”

    “그래도 다시 한번만 갈게요.”

    “그러세요.”

    연말은 임원 단년 계약 갱신이 있다.

    이어 연초에 새로 임명할 임원들에 대한 채용도 있어야 했다.

    기본적으로 사주 보는 눈은 있어도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건 어려워, 가능하면 현재 인원들을 데리고 가는 쪽으로 하려 했으나.

    일단은 두 명 준비해 놨다.

    * * *

    “예, 노 사장님, 오 이사님.”

    탁고 3인의 회견이다.

    이 영감님들과 아저씨가 배운 거 훨씬 많고 경험도 많은데.

    나름 내 의견을 우대해 줘서 만나는 게 재밌다.

    “좋은 시간 보낼 텐데, 늙은이들 있는 곳으로 불러서 미안합니다.”

    “저는 불쑥 끼어들었네요. 아직 막 편해 보이지는 않은데.”

    원래 노승환이 보자고 해서 온 건데, 오원술도 자리하고 있다.

    “아닙니다. 말은 본디 음성으로 퍼지는 것이므로 한 번 할 때 여러 사람이 들으면 좋습니다.”

    오원술은 강라은 난동 진압 이후로 본인이 나름 친한 척을 하고 있다.

    오원술 본인은 딱히 사주를 내게 보려 하지는 않아서.

    사주 보고 친해지는 친구 만들기 패턴을 갖고 있는 나로서 친해지기 힘들었는데 이번에 불쑥 들이밀었다.

    “아, 그런데 사장님.”

    “예?”

    “그러면 저도 사람 불러도 됩니까.”

    “누구를……?”

    “설민혁이오.”

    “오호.”

    “다른 분 원하셔도 되는데 설혜영, 설윤영 씨는 북쪽에 있으니까.”

    “부르실 수 있습니까?”

    “와야죠.”

    “음, 모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라고 하시죠.”

    허락받고 설민혁 불렀다.

    이제 회사 일 좀 알아야지 맞다.

    그런데 연락받는 대신, 메시지가 하나 날아온다.

    ‘쉿, X스 중.’

    …….

    행동은 좀 달라졌는데 말이 예전하고 다를 게 없네.

    거절 메시지 보내는 것조차 알려 줘야 하나.

    물론 이런 멍청한 소리 지껄이며 같이 노는 친구 놈들이 나름 바깥에선 멀쩡한 사람 행세하는 것을 봐서는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선 안 샐 수도 있다 싶지만 사주로 볼 때는 이런 미친놈은 밖에서도 미친 짓 한다고 평가하는 편이다.

    ‘끊고 텨 와. 미친놈아.’

    이거 한 마디 보내고 무시하고 자리에 앉았다.

    돈 많은 직장인들이라 그런가 비싼 술집이 여기저기 있다는 걸 보여 주는구먼.

    “근데 무슨 일입니까? 말씀이나 나누자고 부르신 건 아니지, 싶은데.”

    “다른 건 아니고, 충청 포럼의 이야기가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저도 충청 포럼에 이름이 있어서요.”

    충청 포럼은 충청권의 큰일을 이룩하기 위한 충청 내 정치 경제계, 교육, 문화계 인사들의 사모임이다.

    경제계를 대표하는 기업은 스카이피아인 바 정기상 교수, 설인훈 의원 등, 스카이피아 출신 인물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었다.

    여의도에서 세종 말고 충청권 오면 꼭 악수는 하고 가야 하는 모임에 꼽힌다.

    즉, 정계와 접촉을 위해 필수적으로 활용해야 할 인맥세탁소 겸 인맥의 보고다.

    근데…….

    “노 사장님 전북 완주군 운주면 출신이잖아요?”

    “예, 아, 제가 그걸 말한 적이 있던가요?”

    “인사팀 데이터베이스에 적어 두셨던데요, 자그마치 수기 이력서.”

    “거기선 익산이나 삼례보다 대전이 더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옆 금산은 원래 호남이었어요.”

    “금산이 호남일 때를 아십니까?”

    “내 나이를 아는가?”

    노승환과 오원술에게도 세대 차이는 존재했다.

    그래도 노승환이 확실히 연장자라 그런지 오원술이 한 수 접는다.

    지도로 보니까, 대둔산 근처로 논산, 금산, 대전이 확실히 더 가깝다.

    내가 저기 살아도 뭐 쇼핑이나 시내 문화 즐기려면 대전으로 가지 전주로는 안 갈 것 같다.

    “그 뒷말하는 사람들 중에는 인사팀 데이터로 본다는 사람들도 있던데. 물론 선생께서 봐도 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미 사주 보신 분들이 많아서 괜찮습니다.”

    인사팀 데이터로 사주 본다는 말은 기존에 스카이피아에서 명승철학관을 찾았던 손님들이 불식시켜 주고 있다.

    그리고 뭐 인사팀에서 모을 수 없는 개인의 성격이나 성향, 욕정으로 때려 맞히면 되어서 큰 난관은 없었다.

    “그것이 대전도 타향민들이 많은 도시라 충청 포럼에 충청 원적자들만 있지는 않지요.”

    “그거야 그렇겠습니다.”

    “충청 포럼과 스카이피아가 하려는 일은 알고 계시겠죠?”

    “줄 서기 말이죠?”

    “시기가 그렇습니다.”

    충청 포럼 이야기부터 알았다.

    정치권에 상납금 낼 때 됐으니 줄을 대자는 이야기 임원 회의에서도 나왔던 말이다.

    “당연히 여야 다 대야 하는 거 아닐까요? 스카이피아는 커넥션이 여야에 다 있잖아요?”

    “그 도지사가 감옥 간 이후로 한쪽 축이 무너지긴 했습니다.”

    설양훈 회장은 그 특유의 절묘한 위치에서 정치권에 줄을 잘 탔다.

    80대 노인의 온고한 면이 있기도 하지만 젊은 시절 든 나름의 외국물이 심장에 있는 사람이라 좌우를 모두 수용하는 게 가능했다.

    그 덕에 양측의 주류와 다 접촉해 친분을 유지했고.

    ‘영남 대통령이 나오고 호남 대통령이 나와서 수도권만 발전한 게 현실이지마는 그래도 이곳 사람들의 정서에 녹아 있지요.’

    그럼에도 나름 충청 대망론 신봉자로 충청권 정치판의 정서를 지키고 있었다.

    “그래도 회장님은 두 곳 모두와 긴요하게 지내신 걸로 압니다.”

    “여자 대통령일 때는 여자도 할 때 됐다면서 따님들한테 이거저거 사업 한번 해 보겠느냐 하셨다더군요.”

    “탄핵 됐을 땐 안 되는가 보다 하셨답니다.”

    어, 그건 첨 듣는 이야기네.

    세종시 관련으로 힘 좀 썼던 여자 대통령 밀었다는 이야기는 아는데, 그거 보고 감동을 먹어 딸한테도 일들을 시키려 했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

    설 회장은 특히 준비된 여성 대통령 박과, 충남의 아들 안을 좋아하여 열렬히 후원했다.

    박이 당선되던 시기에 괜히 자기가 신나서 딸들에게도 뭐 하나씩 시켜 보고 며느리한테도 재단 이사 주고 막 그러다가.

    박이 탄핵 되니 안 그래도 심했던 장남 몰아주기를 더 많이 했다고 지금 들었다.

    ‘그래서 그런가.’

    우선 설양훈 동생인 설인훈이 그의 아들을 앞세워서 뭔가 꾸미고 있는 것은 확실했지만 계룡 선사가 그들만 만난 건 아니었다.

    설양훈 맏딸 설재영도 산사를 찾았다고 했다.

    “저희가 대망론 적자인 안을 밀었던 건 아시는 일일 테고.”

    안타깝게도 설양훈의 정치권 기대주는 죄다 기대를 배신하는 결과로 드러났다.

    후원해 주던 여야의 인물들이 모두 난리가 났기 때문이다.

    “회장님은 아직도 살려 볼 수 있을 것이라 여기셨던지 몇 개 남은 후원회에 후원 안 끊으셨습니다.”

    “예, 밑바닥 정서의 중론이 법리적 판단보다 우선하는 게 정치라고 하시더군요.”

    매몰 비용이 컸는지 설 회장은 정치에서 완전히 적출된 것 같은 감옥 간 옛 도지사 양반 살려 내 보겠다는 의지까지 있었다.

    영감이 다른 건 몰라도 그 사람한텐 좀 미련 보이길래, 말은 ‘밑바닥 정서의 중론.’이라고 해 뒀고 설양훈은 그에 동의하여 내가 한 말인데 자기가 생각한 것인 양, 말하고 다녔다.

    이 동네 노인분들에게 그런 정서가 좀 남아 있긴 하더라고.

    그 양반은 이미 정치인으로서는 치명적인 뇌물죄가 있었으나 선거를 통해 용납을 받은 케이스라.

    “그 절묘한 줄타기 실력대로 정말 그냥 둘 다 대고 차별 없이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저희한테 권한이 다 있잖습니까?”

    “하지만 이 문제는 저희가 전권이 있다 한들, 회장님만 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아, 그렇겠네요.”

    물론 그 말 대로였다.

    권리와 실질적인 힘이 있다 한들, 설 회장만큼의 영역을 커버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 집안이 먹고 배당받을 돈을 꺼내다 쓰는 결정일 테니.

    정치권에 줄 대는데, 회삿돈 공공연하게 쓸 수가 없겠지.

    “그래서 충청 포럼 쪽에서 선생에게 아예 방향을 정해 달라고 합니다.”

    “아, 사주로 봐서 될 사람한테만 보내자?”

    “그렇게까진 아니지만 차등을 두자 정도는 할 듯싶어요.”

    국운과 나라님을 차기 권력을 짐작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이 건은 내가 거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기업의 입장에선 될 놈만 밀어서 돈을 아끼는 게 중요하니까.

    물론 군소정당을 빼고 거대양당을 찍으면 되는 2지선다라 어려울 건 없었다.

    제3 지대도 소식은 있는 모양인데, 제3의 길이 안 된다는 건 정치사가 증명하고 있으니까.

    뭐 충청포럼에 나와 갈릴 만한 의견을 낼 대전지역의 유명 역술인은 이미 포섭됐고.

    “아, 그리고 저도 드릴 인사 제안서가 하나 있습니다.”

    “주십시오. 검토하겠습니다.”

    노승환, 오원술 이 임원양반들은 술자리에서 일하는 걸 마땅히 여기는구먼.

    그리고 노승환은 이 인사 제안서를 보고 흠칫 놀란다.

    “이렇게까지요?”

    “말씀만 주십시오, 이분들 있어야 하는 분들입니까, 없어도 되는 분들입니까.”

    채운 자리 있으면 빈자리 생겨야 했고.

    무엇보다 현재, 숙청이 필요했다.

    * * *

    “아, 관운이 흔들린다고요?”

    “예, 올해 말부터 그럴 가능성이 있으시네요.”

    “관운은 저도 들었습니다. 직장과 명예 관련 운이 아닙니까. 제 자리가 흔들린다거나 그러는 모양인 거군요. 아, 사주로는 말이죠.”

    “뭐,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자식이 말을 안 듣고 그럴 가능성도 있고요.”

    “그래서 어째 제 직장은 탄탄하겠습니까?”

    정기상 교수가 씨익 웃으며 묻는다.

    저 말은 사주 보는 역술인인 나한테 하는 말이라기보다는 농담을 빌려, 인사권자인 나한테 하는 말이겠다.

    연말은 스카이피아 1년 임기제 임원들의 재계약 시즌으로 자리에 민감할 시기였다.

    노승환한테 준 2년 계약이나, 나한테 준 연장 5+5+5계약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지만.

    “예, 탄탄하시죠.”

    “다행입니다. 고 이사는 어떻습니까.”

    “아, 고경필 이사님, 어, 이분은 좀.”

    “왜 안 나오셨어요, 저희도 사주도 들을 겸. 모시려고 했는데.”

    “그땐 계룡산에 있었습니다.”

    10월 4/4분기에 이르면 이사들도 인사팀과 회장 비서실 등에 뭐 돌리고 접대하듯 친분 다지기 하는 등, 자리를 지키기 위한 경쟁이 과열된다고 한다.

    정기상 교수 역시 평소엔 날 소 닭 보듯 하다가 한우 세트 들고 찾아와 날 떠보고 있다.

    고기는 맛있겠네.

    “연말 되기 전에 한잔하시죠. 인사드리고픈 사람들이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뭐, 어떻게 탄탄해진다, 그런 건 사주에 없나요?”

    보직 같은 것까지 묻고 있군.

    사주에 관심 있는 척은 했지만 정기상 교수는 탄탄하다는 말을 재계약 탄탄으로 알아듣고 나머지는 예의상 묻고 있는 모양이다.

    인사권을 쥐고 있는 나는 다른 이들은 몰라도 회사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임원진들에 대해서는 권위를 휘두를 수 있었다.

    “아마 가르치거나 정치적인 일에서 크게 발복하지 않을까.”

    “아, 가르치는 일, 가르치는 일이라…….”

    본업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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