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 별을 품은 사주마스터
목격했다.
들어오려다가 기와 담장 밑에서 헉, 하고 고개 숙이더라.
평상에 앉은 상태인데 은겸이가 보이고 싶지 않았던 등과 척추의 능선은 고스란히 보였겠고.
어디도 보였겠다.
그거, 야했겠네.
모른 체 살짝 눈 내리까니까, 흘끔흘끔 고개 들어 보더라고.
내 국부가 보인 것인데 그냥 비춰졌다면 민망했겠지만 그게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 광경이라면 상관없다.
홀로 우뚝 선 것과 채워져 있지 않은 것이 외로운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정신 승리하는데, 내가 봐도 내가 점점 더 음양론에 미친 놈 같네.
“언니한텐 비밀로 합시다. 그걸 말하면 부끄러워서 미사일에 타겠다고 할 수도 있으니까.”
“부끄러울 짓을 왜 해!? 미쳤어. 울 언니가 더 변태야…….”
베갯머리송사에서 있는 일을 죄다 변태라 여기는 풍조, 이거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만.
반응은 보편적이다.
“그런 건 보통 언니한테 귀띔을 하는데 나한테 먼저 하네요.”
“아저씨가 나왔잖아요?”
패턴이 일반적이진 않다.
여자들이 향유할 이야기인 것 같은데.
나한테 이야기하네.
뭐, 눈치를 깐 게 나니까 그럴 수도 있지만.
“땀 식은 지 좀 됐겠다, 감기 들지 모르니까 들어가 씻어요.”
“이렇게, 이렇게요.”
“뭐가?”
설유겸은 목소리를 낮췄다.
“막 해요? 아무 데서.”
“네.”
“……진, 짜요?”
“회사 내 사무실 빼곤.”
그런 데선 쌍방이 체면을 잘 지킨다.
“아니 저, 저 봤는데요. 언니야 등이랑 엉덩이만 보이지만 아저씨는 으, 으. 안 부끄러워요?”
말했듯이 혼자 있다 들켰으면 쪽팔렸겠다만.
남자의 기물이 외롭지 않은 상태라서 당당했다.
“남녀는 음양이오, 음양은 그러라고 있는 존재입니다. 그것에서 사회를 순환시키는 새 원동력을 얻을진데 무엇이 부끄럽겠습니까.”
“아 맞다, 이거 하시는 분이었지.”
원래 이런 사람 맞는데 새삼 깨달은 모양이다.
사주로 친해진 사람들은 사주 드립으로 환기를 시켜 줘야 한다니까.
* * *
은겸이는 언제가 깊게 잠든 타이밍인지 이제 느낌이 온다.
꽉 껴안았다가 스르륵 손이 풀릴 때다.
그전에는 벗어나면 다시 꽉 붙든다. ‘어딜 가요?!’ 하면서.
그래서 좀 같이 자기는 힘들다.
잠깐 스르륵 잠드는 경우는 있지마는, 하룻밤을 꼬박 같이 자진 못한다.
“날 추운데.”
이불이나마 제대로 덮어 주려다가 꽤 오래 쳐다보게 된다.
뭔가, 계속 아무것도 입히고 싶지 않은 몸매다.
그 어떤 예쁜 옷이라도 실례가 될 것 같은.
그래도 산행하고 좀 먹더니 살짝 잡힐 것 같은 볼록함이네.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바깥 인기척을 느끼고 나도 나왔다.
저녁에 설유겸에게 말했듯이 놀러 나온 김에, 운동한 김에 더했다.
그것도 둘이 쓰는 방의 문을 살짝 열고.
‘드, 듣거나 보면 어떡하려고?’
라고 묻기는 했지만 말만 그랬을 뿐이지, 막상 경계는 안 하더라.
설유겸도 눈치가 있다면 두 남녀가 쓰는 방에 기웃거리진 않을 터라.
서로 마음껏 안았다.
내 소원 성취해 준다고 열심히라, 무조건 응한다.
본인이 하겠다는데, 나야 고맙지.
그리고 일이 그리되면 일을 수행할 다른 저 집안 자식이 한 명 더 필요할 것 같아 설유겸 내려오라 한 것이다.
어머니 공약 왈, 월 100만 원만 줘도 내 새끼 키워 준댔다.
본인이 더 늙기 전에 데려오라고, 더 늙으면 못 본다고.
선금 2억 4천 지급하고 20년간 키워 주소, 하는 게 불가능하지도 않다.
매우 불효자스럽지만 엄마 호언장담이니까, 그리할 셈.
새벽 1시쯤인데 인기척이 있다.
은겸이는 곤히 자고 있고, 설유겸 아니면…….
그건 좀 무섭겠네, 갑자기 산중에 치성드리러 갔던 무속인이 발 헛디뎌 내려와서 영화 곡성에서나 나올 법한 소리 지껄이면.
혹시 몰라 살펴보니 설유겸이었다.
“담배 피워요?”
“엑? 아, 아니에요.”
“왜 안 자고?”
“자다 깼어요. 온몸이 아프다.”
수상하네.
날 보고 왜 이렇게 놀라지?
불은 계속 켜져 있어서 안 잘 거라 예상할 수 있었을 텐데.
할 말도 마땅찮아 그냥 놀릴 셈 지껄였다.
“또 봤죠?”
“예에?”
“속일 생각 하지 마십시오.”
“어, 어떻게. 아시는 거죠? 사, 사주가 이걸 봐요?”
……뭐야, 진짜야?
사주를 맞힌 사람 상대로는 종종 특전이 있다.
그냥 으름장만 놓아도 내가 사주로서 증거를 갖고 있을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죄를 털어놓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인식도 못 했던 일병 나부랭이의 내리 갈굼을 포착한 적이 있었는데 솔직하네.
이런 행운에는 넘겨짚은 척하지 않고, 논리를 마련해서 타격함이 좋다.
“취미 됐나 보네.”
“아, 아, 아, 아니거든요?”
“중독 초기입니다.”
“중독이라고요?”
“너무 큰 자극을 한 번에 받았네.”
의도치 않았지만 잘됐네.
낙인을 찍을 것이 생겼다.
특히 그 낙인이 거부하고 싶은 것일수록 좋다.
“자극?”
“굳이 사주대로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유겸 양은 시각적 자극에 민감한 유형입니다. 단순, 직관적인 것을 원하죠.”
“그렇죠…….”
그림 그리는 거 보고 미루어 찍은 건데, 또 속냐.
순진한 건지, 단순한 건지.
“그렇기에 예쁜 것 아름다운 것에 사족을 못 쓰는 것인데.”
“언니 몸이 너무…… 예뻐요. 그게, 거기에 그런데 그게…… 아. 그게.”
솔직한 거군.
자극을 팔던 입장에서 느낌이 온다.
어찌 보면 포르노 등 성인 매체의 단면이기도 하다.
물론 그 생산자를 경고장으로 국가 권력이 개인을 압박하여 낙인을 찍어선 안 되는 것이므로 그 사안에선 닥치고 저항할 생각이다.
아, 직소해서 로비 넣을까?
“그 몸을 뭔가가 휘젓는다는 것에 대해 상당한 감흥을 받은 모양이군요.”
“어, 좀 그런 거 같아요. 죄송합니다.”
변태…….
생각하는 게 나랑 비슷하다.
남녀 공히 변태로 몰아가는 게 가능한 내게 아주 좋은 빌드업 거리를 주는구먼.
“욕망이 남자와 같아서 그럽니다.”
“네에?”
“남성 대다수는 시각적 자극이라는 직관적인 자극을 좋아합니다. 반면 여성은 남성만큼은 시각적 자극에 덜 몰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그들도 시선을 빼앗기는 것은 있지만 분포가 다릅니다.”
아저씨들 사주 보다 들으니 부인한텐 안 되는데 동영상엔 된다는 분들이 종종 있다.
부인이 줄 수 있는 시각, 청각 그 이상의 촉각적인 감각을 모두 제치고 시청각에 올인한 매체가 비교 우위에 놓인 것이다.
반면 여자들은 시각적 자극이 거의 최우선인 남자보다는 덜한 편이다.
다만 그런 사람들 중에 여자가 시각적인 것에 트인 경우도 있다.
그림 그리는 아가씨들이 주로 그러한 편으로 꽤 표본을 모았는데.
야한 망상 많은 사주입니다.
한마디 하면 흠칫 놀라는 사주 분류군이다.
“그런데 유겸 양은 사주에서 시각적 자극에 우선하는 성질이 우세종이고 그것에서 자극을 얻는 것을 지금 확인을 했으며.”
“푸훕! 우세종이래, ……뭐 그런 거 같아요.”
“자극은 곧 욕망으로 이어지므로, 남성과 흡사한 욕망을 갖고 있다고 보네요.”
“저 남자 좋아하거든요? 언닌 그냥 몸매가 동경하는 몸인 거고요. 무슨 이상한 쪽으로 몰아가시려고.”
“남성적 욕망이, 그런 뜻은 아닌데요.”
“아, 아니에요?”
버럭하던 설유겸이 뻘쭘해 한다.
설유겸의 생각이 뭔지는 파악이 된다만 서브 컬쳐의 속성 중에서도 마이너한 쪽으로 들어가므로 보편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양적인 존재는 욕망을 드러내는 쪽으로 발전하고, 음적인 존재는 욕망을 감추는 쪽으로 발전합니다. 밝힌다란 말이 있죠.”
“네.”
“밝히는 것은 드러낸다와 말이 같습니다. 뭔가의 진상을 밝힌다. 그 뜻이죠. 내색하지 말아야 할 것을 밝힌다. 그 뜻이죠.”
“아, 이거 아니라고 하기도 그렇고.”
“아무튼 그런 취향인 것이죠.”
“이상한 거잖아요. 말려 주셔야죠.”
왜 말리나.
스무 살 나이의 청년들은 쌓아 올린 악행도 선행도 별것이 없어 약점을 잡기 곤란하나.
오롯이 그 젊은 나이에 걸맞은 욕망과 취향만이 취약한 고리다.
“설유겸 양 인생, 죄다 누군가가 멋대로 살려는 걸 뜯어말렸을 텐데 저까지 뜯어말립니까? 왜 그래야 하죠.”
“아…….”
“욕망에 진솔한 게 좋습니다. 욕망은 천성이죠. 드러내거나 남에게 폐만 안 끼치면 갖고 계십시오. 억누르면 억누를수록 더 이상해집니다.”
성은 누구나 호기심을 갖는 것이다.
그것의 첫 틈바구니를 우연찮게 열었으므로 사주로 너는 이러저러해서 그렇다고 캐릭터를 씌워 주고.
그게 나쁘지 않은 양 수긍해 준다.
“이런 게 제 취향이면 누군가를 계속 봐야 한다는 거잖아요? 그게 폐가 안 되겠어요?”
“뭐, 문화 매체 등으로 잘 풀며 살아야죠. 천성이 그렇다고 욕망을 타인에게 인정받는 경우는 흔치 않으니까요.”
“……는 저 그런 취향 아니에요.”
“풉, 이제 와서?”
피식하며 비웃었다.
부정부터 했어야지.
“정말 아니다. 뭐, 그냥, 그냥 그건 우연하게 본 거라고요.”
“그랬다면 고개를 돌리거나 문이라도 닫아, 뭐 하는 거야, 여기서, 라고 충분히 일갈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프라이빗한 공간이었다 해도 저희와 온 이상 공동의 공간이니까요.”
물론 관음하는 성격이라 호도해서 그 캐릭터를 만들어 뒤집어씌워, ‘내가 정말 그런가? 아 모르겠는데. 그런 것도 같네?’ 싶은 상태로 몰아가긴 했다만.
그럴 명분을 퍼다 준 건 설유겸이다.
본인의 행동이 실제 그랬기에 속으로 철렁하는 것이다.
‘내가 진짜 그랬나 봐. 나 진짜 변태인가 봐.’ 하면서.
“그, 그건 당황해서.”
“언니 몸이 너무 예뻐요. 당신이 한 말입니다. 등 밀어 주겠다며 필요 없다는 언니 놀려 가면서 욕실 침입한 것도 당신이 한 짓입니다. 여기서 충분히 유추할 수 있죠.”
“……칫.”
전과가 있고, 정황도 있으며 자백까지 해 놓고 새삼 부정하나.
솔직히 단순 호기심에 그랬으리라 보지만.
놀리며 몰아가는 건 재밌다.
그리고 이런 대화에서 도출되는 결론은 재미난 게 많기도 하고.
“언니에게 부탁해 보십시오. 그렇게 예뻐해 준다는데 가르쳐 달라고 하면 수긍할 수도요.”
“우리 언니가요? 요즘 좀 미친 거 같긴 한데 그럴 리가?”
“그럼 스스로를 거울에 빗대어 보는 수밖에요. 집에 거울을 많이 두고 자유롭게 사십시오.”
“나는, 그렇게 안 예뻐요……. 그럴 사람도 없고.”
“자기만족이 없는 모양인데, 충분히 아리땁습니다.”
그 말을 듣자, 설유겸이 곧장 반박한다.
입씨름을 할 때 칭찬 한마디를 들으면 자기가 유리해졌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거로군.
“은근 저한테 욕심내는 거 같으신데요? 그렇게 이쁜 우리 언니랑 그러고도.”
이런 공격엔 아무런 타격이 없다.
사실이니까.
“극음은 여러 양을 빨아들이고, 극양은 여러 음에게 발산하는 것입니다. 넓은 수영장에는 여러 사람이 멱을 감고, 좁은 욕탕에는 담길 사람이 많지 않으며, 전구는 방 하나를 밝히지만 태양은 세상을 밝히지요.”
내가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수도 있는 행동을 사주로 합리화하는 언사다.
이렇게 감추면 그 말의 속뜻은 희석된다.
속사포로 변명해 대자 설유겸은 혀를 내두른다.
“……미쳤어.”
“나는 극양의 바다라서 모두가 내 품에 들어오길 바랍니다.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게 그렇게 당당하게 하실 말씀인가요?”
물론 유겸이가 아예 바보도 아니고 그 정도 파악이 안 되지는 않았는지 날 꾸짖는다.
그치만 뭐 은유로 이미 다 빠져나갈 각은 재 놓은 발언이고.
그 의문은 한 마디로 일축시켰다.
“진실엔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그래요?”
“예, 진실은 사람의 타고난 천성이고 천성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몸에서 더 나아가 생명의 원천에서 오는 것이니.”
“…….”
“그것을 속이며 살면 사람은 제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억누르면 억누를수록 은밀해지고 해괴해지죠.”
“와, 뭔가 생각할 지점이 있네요, 정말.”
“솔직하게 천성을 인정하시면 사주상 해결할 방법을 드리고 나는 양해하며 이해하겠습니다.”
설유겸은 입이 살짝 벌어진 채로 눈을 깜박이며 날 쭉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말했다.
“알고 싶으세요?”
“저도 제 진심을 말했으니까요. 이 진심이 부끄럽진 않으나 어딜 가서 떳떳하게 드러낼 것도 아니지요.”
극양이 어쩌고 드립이지만, 여자운 9렙에서 비롯된 근거 없는 자신감에 내뱉은 토로다.
영산 순례 퀘스트를 받으면서 더 자신감이 생겼다.
나는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진심을 말하면 아저씨처럼 이렇게 진지하게 평온하게 말할 수 있어요?”
고개를 끄덕여 줬다.
아니 그건 연습해야지. 라고는 말 안 했다.
고민 듣는 서비스직이라 밴 거지, 진심을 말한다고 그리된 건 아니다.
“나는……. 아, 어. 그게요.”
“예.”
설유겸은 괜히 고개를 들고 별을 본다.
산야의 하늘이라 그런지 별이 많다.
그리고 나는 쳐다보지 않고 말한다.
“뭔가, 그 모습이 내가 된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기분이 좀 많이 그랬어요.”
“어떤?”
“처음엔 당황한 거예요. 그런 걸 보는 건 처음이잖아요. 그런데, 언니가 없었다면 알다시피 할아버지도 엄마도 날 정말 보내려고 하셨고 어쩌면 나였겠다. 저게 내 모습이었겠다. 나는 그러면 어땠을까.”
“…….”
“막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뭔가 두 사람이 더 보고 싶고, 마침 소리는 들리고 남자는 저렇구나, 아니, 아저씨 저렇구나 싶기도 하고.”
뭐라고 논평 한마디는 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다.
마치 별과 하늘에 고백하는 듯한 말투였고, 나도 모르게 진지한 토로에 할 말을 잊진 않았고 삼켰다.
참견 말고 들어 줄 때다. 라는 것을 수천 명 사주 본 경험이 그리고 본능이 말했다.
“그래서, 아마 몰아가시는 게 맞을 거예요. 훔쳐보기를 좋아하게 된 이상한 애, 그게 저도 뭔가 마음이 더 편해요. 나는 그냥 야한 애야. 그렇게 말하는 게 뭐, 원래도 그랬구.”
진심에는 부끄러움이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게 아니면, 저는 더 이상한 애가 되거든요.”
진심이 담겨 명분이 있고 명분이 담겨 힘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설유겸이 바라보고 있는 검은 하늘을 바라보게 된다.
“유겸 양 사주가 어떤지 아십니까?”
“많이 들었는데요, 갑자기?”
“하늘에 펼쳐진 검은 바다에서 외로이 빛나는 별빛입니다.”
“……그런가요?”
“그런데 검은 바다가 없어서 드러나지 않게만 밝히지요.”
“아조씨, 끝까지 그렇게 몰아갈 거예요?”
“몰아가긴요, 사주대로 말하는 건데 제가 검은 바다의 운명이거든요.”
“그래요?”
“하늘의 검은 바다는 온통 검은 칠을 한 그 몸에 별을 박아 두고 싶어 하고, 별빛은 하늘이 검어야만 자신의 빛을 세상에 보일 수 있습니다.”
사주의 작용으로 정임합이라고 한다.
검은 도화지에서만 빛날 수 있는 것과 빛나는 것이 있기에 좋은 배경이 되는 검은 도화지.
고대엔 음란지합 혹은 유정지합이라 불렀다.
앙큼한 욕망을 밝힐 수 있는 배경과 그마저도 포용할 수 있는 거대한 욕망의 바다.
“그러니, 말 잘한 겁니다. 어떻게 빛나는지 보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나도 모르게 무심코 유겸이 머리에 손이 갔다.
“으으.”
“응?”
“더 이상한 애 될 거 같은데요. 그만……하세요.”
그…….
손을 떨쳐 내면 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