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39화 (139/211)

#139. 명리와 명분의 충돌.

계룡 선사를 향해 던진 도전장은 아니지만, 물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근데 진짜 덥석 무네.

이건 내가 가짜 예언으로 선동을 해서 물은 것이다.

왜 물었는지 알겠지만 물지 말지.

절로 혀를 차게 된다.

“이 양반, 조급하신가 보네.”

나는 계룡 선사의 반박 글에서 조급함이 읽혔다.

죽음을 단정하는 예측은 하면 안 된다.

그건 정도(正道)가 아니다.

사람 죽는 사주를 내가 못 봐서 이럴까?

나는 틀려도 사람의 회생을 기다렸으므로 동정표를 산다.

저 양반은 맞히면 명성을 얻겠지만 이미 명성이 높다.

그럼 사려야지.

‘위험하시다.’나 ‘이 고비를 넘기시면’이란 표현이 없다.

즉 완전 노빠꾸인 것이다.

이 정도 명성을 얻은 술사가 보험 하나 안 들고 노빠꾸라니.

이건 잠자코 기다렸다가 내가 사주명식에 어긋나 보이는 희망 사항을 전파하고 다니자마자 ‘이거다!’ 하고 뒤집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아니면 너무 확신하나?

“계룡 선사의 이 서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서신은 모 임원을 통하여 회사 내에 접수됐다.

모 임원이랄 것도 없이 노승환이 누구인지 알려 줬다.

정기상 교수와 어울려 다니던 패거리였다.

내 예언에 이어 계룡 선사의 사주 논평까지 회사 경영에 끼어든 것이다.

두 가지 예언이 혼재되어 설씨가문과 회사 상층부에 퍼지니.

노승환이 직접 확인하러 왔다.

노승환이 그나마 이런 괴력난신 잘 안 믿는 사람 중 하나다.

“저도 그럼 확언으로 말씀드리지요. 그 고비는 인정합니다. 그러나 넘기시면 쾌차하실 것이고, 넘기실 겁니다.”

“허어, 이게 이렇게 의견이 확 갈려 버리네요. 사주라는 게 학문이라 어느 정도 같은 해석이 있다고 봤건만.”

그러게요.

그리고 들으면 비슷한 말이다.

‘그 시기 위험하고, 못 넘긴다.’

‘그 시기 위험하지만 넘기면 살아난다.’

후자는 희망과 퇴로가 있는데, 전자는 퇴로가 없다.

이건 확신이라는 건데.

왜 확신하지?

“역술인은 죽을 시기를 함부로 말하지 않습니다. 미루어 짐작하는 것은 가능하나 사안이 워낙에 중하고 그야말로 운명의 종착역이라 틀릴 경우 타격이 큽니다.”

“그래요?”

“제가 단언컨대, 이건 틀려도 상관없는 정치적 발언입니다. 그리고 설사 틀려도 상관없을 뒷배가 존재할 것입니다.”

죽음의 시기를 어떻게 잡았는지 충분히 추측 된다.

그런데 그게 확실할까?

그럼 설양훈 나이의 사주 양반들 다 그 나이에 죽게?

아니, 그 사주의 사람들 중에 안 죽은 사람 없게?

이건 진짜 신들리게 용하거나, 결과를 만들어 내거나, 뭔가 분노와 자만에 빠져 결과를 왜곡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정치적인 발언이다.

내가 ‘설양훈 깨어난다’라는 말을 너무 자신감 있게 했나?

그런 경우라면 이를 탄핵하기 위해 더 자극적이고 확신적인 워딩을 활용한 것으로 보면 되겠다.

“그걸 어떻게 단언하십니까?”

“제가 그렇지 않습니까? 저도 회생할 것이라 믿고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확신은 없습니다. 차도가 있겠지만 100세 인생을 사실까? 그건 의문이거든요. 그런데 설씨가문과 노 사장님 백 믿고 지르는 거죠.”

“역지사지다 이거군요?”

“그나저나 아싸리 판이네요. 재밌습니다. 기업 경영에 합리가 어디 가고.”

“예언부터가…….”

“그렇긴 하죠, 저에 대한 자학도 포함된 겁니다. 겸손도 떨 겸해서요.”

“다만 회장님이 계시고 안 계시고는 경영에 분명 차이가 있지요. 그걸 맞춰서 전략을 꾸리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요. 그 점에서 어느 쪽이 옳을지 저도 지켜보고 있습니다.”

계룡 선사는 내 대안으로 꾸준히 언급되고 있었다.

내가 없었다면 아마 현재의 내 역할은 계룡 선사가 맡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걸 나조차 인정한다.

그렇다면 억하심정이 있을 수도 있다.

차이는 설은겸과의 관계와 사주강화술의 특수 효과.

그리고 설양훈의 말에 의하자면.

‘때입니다.’

‘중의적으로 들리네요. 몸에서 나오는 때와 시기를 말하는 때.’

‘작가라 그렇게도 보는군요. 그 때도 묻지 않았고, 무엇보다 맞이한 때가 나아가고자 하는 신입 사원의 패기가 가득 있습니다.’

때 묻지 않은, 때가 도래하지 않은 신상품으로서 다르다고 했다.

그 덕에 설양훈이 그를 여전히 불러다 이야기를 듣고 중히 쓰기는 하였으나 아낌이 예전과 같지 않았다.

나는 그 말에 나름 계룡 선사 뭐 잘못한 거 있나 뒤져 보기도 했다.

“사주로 말씀드리자면 계룡 선사의 말이 옳습니다.”

“예?”

“아니, 일반론으로 말씀드려도 계룡 선사의 추측이 다르지 않습니다.”

“어, 그러면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관상이나 뭐 다른 방식의 사주가 있는 겁니까?”

사주의 이치로 따지면 맞는 말이다.

사주학으로 보자면 엄혹한 북방 한기가 권리를 잡는 시기가 오면 설양훈의 양생의 기운인 불의 기운이 쇠락한다.

쉽게 말해 겨울에 설양훈의 수명운이 터진다.

아니, 그런 거 다 제쳐도 원래 노인들 겨울과 환절기가 위험하다.

“일단 그 계룡 선사의 말씀대로라면 최대 입춘, 뭐, 넓게 잡아 경칩까지 설 회장의 목숨은 고작 3~4개월여 남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게 또.”

“설 회장의 의중은 배경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을 키워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요.”

“그리고 저나 노 사장님들의 효용성은 회장님이 어쨌거나 살아 계실 때까지입니다.”

“선생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도 모르는 회장님 자식분들을 다 알고 계시더군요.”

피식 웃었다.

캐스팅보트를 쥐었으면 후보자 파악은 다 해야 하니까.

“3개월은 짧고, 그렇다면 설양훈 회장님의 의중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그 시간 동안 쌓을 수 있는 명분과 업적이라는 게 대단하지 않습니다. 죽을 사람 구하지 않는 이상 말이죠.”

“자화자찬을 하시는 걸로 들리는군요.”

씩 웃고 말았다.

노승환은 내가 강라은 난동을 수습한 사건을 꽤 높이 친다.

자신의 내면 콤플렉스를 끄집어내어 임용시킨 것보다 더더욱.

보통 사람들이 자기 일을 맞히는 것을 더 놀라워하는데 그러지 않는 편이다.

“그러므로 이 발언은 정치적이며, 그 배후에 당장 회장이 죽으면 유언장과 별개로 유류분 청구 소송을 통해 자산을 불리면 가장 큰 지배권을 거머쥐게 될 사람들의 입김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저야 누가 되든 크게 상관은 없다 생각하지만 그건 선생에게 권한이 있으니…….”

“사장님이 도와주셔야겠습니다.”

“내가 어떻게? 말씀만 하세요.”

거의 유일하게 노승환만 이 다툼에서 한 발짝 멀어져 있었다.

본인도 나이가 꽤 먹었고, 본인도 실무자로서 돈을 많이 벌면 그만이지, 회사 자체를 삼키고 더 큰 직위를 받는다는 명예욕이 덜하다.

그래서 회장 유명을 받들고 그 유명을 지키는 내 보호 역할에 충실하다.

“우선 회장님이 돌아가신다는 유언비어를 살포하는 자들에 대해 강력하게 제재 조치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유언비어요? 계룡 선사의 예언을 막아 달라 이겁니까.”

계룡 선사의 의견은 유언비어 취급했다.

“예, 그러면서 명백히 절 편들어 주십시오. 설사 그게 맞다 해도 사람이 죽는 걸 예언하는 건 께름칙하다. 등등 공격할 거리는 넘칩니다.”

“그냥 찍어 눌러 달라는 거군요.”

“일개 외부인, 일개 사주쟁이 의견 아니겠습니까? 귀담아듣지 않아도 되는 일입니다. 뭐, 어쩔 건데요?”

사다리 걷어차기로 대응했다.

역술인의 의견은 원래 이렇게 되는 게 정석이다.

“선생을 비하할 생각은 아니지만 그러면 선생의 의견도 비슷하지 않습니까?”

노승환이 걱정해하며 묻자 뻔뻔하게 대답했다.

“제 의견은 아버지가 몸져누워 다시 못 뵐까, 두려운 자식들에게 드리는 위로입니다. 거긴 그 아버지 곧 죽는다는 저주고요.”

“확실히 듣자니 그렇군요.”

“그것도 회사 정규 임원이 낸 공식 의견이고, 그 임원이 인사권을 틀어쥐었으므로 이 회사는 그걸 채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승환은 내 뻔뻔함에 배를 잡았다.

“크흣, 선생은 정말이지……. 좋습니다, 해 보죠.”

사뿐히 무시하고 보란 듯이 내 의견만 받아들이면 전해 듣기로 더 분통 터질 수밖에 없다.

“산다, 잘된다는 예언은 받들지만 죽는다, 망한다는 예언은 버려집니다. 설사 맞혀도 음험하고 재수 없으며 저주를 파는 예언가가 되지요. 그 포지션으로 논평을 한 순간, 망한 겁니다.”

그 말을 들은 노승환은 바로 다음 임원 회의에서 내 말대로 으름장을 놓았다.

“승계 작업은 회사가 이미 하는 일이고, 이런 예언은 차기 회장이 되실 분들에게도 실례가 되는 말이야. 회의에서 언급하지 말게.”

내가 놓는 으름장이지만 노승환이 질러야 효과가 좋다.

“아버지가 돌아가셔야만 얻는 것을 기다린다면 이는 아비의 목숨을 파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아버지로 바꿔 올 수 있는 재산을 기뻐하는 자식들이 없기를 바랍니다.”

나는 그 뒤에 거들었다.

회사에 개입하려는 역술인이 일침을 받았고 나한테도 그게 번질 수 있으니.

이번 예언 건과 관련하여 눈물샘인 ‘부모님’ 들먹여 공격을 차단한 것이다.

설씨 같은 세습 재벌 가문은 재물과 권력이 워낙에 크니, 내심은 그러지 않은 이들이 보이지만.

대다수가 아버지이고 물려받은 것도, 물려줄 것도 설씨에 비교해 변변치 않은 임원들은 그 말들에 수긍하는 모양새였다.

반박하려도 내가 권력도 쥐고 있고, 회장의 복귀를 바란다는 명분도 쥐고 있다.

* * *

그렇게 계룡 선사의 예언을 개무시로 대응하자.

몇몇 이상한 징조들이 있었다.

회사 출근하면서 철학관 문 안 연 지 꽤 되었는데, 전화 예약 신청이 있었고, 누군가가 찾아와서 기웃거리기도 했다.

이어 대전 명승철학관 리뷰가 최초로 유성 지역 카페에 올라왔다.

대놓고 욕 박지는 않았지만 교묘하게 까는 내용으로 읽혔고…….

뭣보다 이런 손님 온 적이 없다.

“그럴 줄 알았다…….”

뭔가 기업의 중책으로 낙하산을 타서 이를 고깝게 본 공세를 받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 사주 실력에 대한 의문 제기만한 좋은 방법이 따로 없을 것이다.

우려를 하여 당분간 문을 닫았는데 진짜로 그러고 있네.

설 회장 같은 나름의 카리스마나 중재력이 있는 리더가 현재 없다.

심지어 그가 역술인 같은 비주류 인재를, 그것도 색깔이 튀지 않을 수가 없는 사람들을 잘 규합해서 사용했다.

그렇다면 그가 없으면 충돌하는 건 필연이었다.

계룡 선사를 명승 선생님 모욕 건으로 애초에 썩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내 사주 감평에 사심은 없길래,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여기고 미워하지는 않은 편이다.

존경하는 사람 욕하면 기분이야 나쁘지만.

‘저 새끼, 내 스승과 사문의 원수이니 반드시 목을 베어야겠다.’

사람이 이러고 살지는 않잖은가?

무협 작가였지만 무협 감성대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건드리네?

별수 없지.

충돌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 예상해 틈틈이 자료를 쌓아 뒀다.

설양훈에게 들은 이야기를 7944호에게 확인한 것도 있고, 불확실한 정보지만 계룡산 가면 확실해질 정보도 있었다.

원래 그가 더 배움이 많을 것이라 여겨 사렸으나 이제는 괜찮을 듯싶다.

단순 점쟁이와 성공한 비선 실세엔 지식과 관계없이 급의 차이가 있다.

‘스카이피아 인사 총괄 상무 겸 특임 고문입니다. 설양훈 회장님의 사주와 그분의 위상과 재산을 물려받아 지킬 자에 대하여 선생께 논하고 가르침을 구하는 바입니다. 답신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의의 가면을 쓰고 이쪽을 대하고 있으니까, 나도 마찬가지로 대했다.

전화 대신 메신저로 장문을 남겼다.

약간의 시간을 두고 계룡 선사의 답신이 왔다.

‘가르침을 받고 싶으시다면 계룡산 동학사 아래 와운산장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그대가 온다면 기꺼이 하루를 비워 두겠습니다.’

계룡 선사는 계룡산 국립공원에 있는 동학사 아래 주소지에 산장과 학숙을 지어 놓고 제자들을 받아 기르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이 와운산장에 예약을 하고 찾아가 사주를 보는 시스템이다.

설양훈 등 VIP가 부를 경우에만 산사를 내려온다고 한다.

“자기 홈구장으로 부르네.”

회사나 스카이피아 호텔로 불러들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안 올 거 같고, ‘공식’ 의견 아니게 하는 게 중요하다.

공식적으로 무시하고 있으니까, 회사의 공론이 될 수 있는 회의장에서 만나는 거 좋지 않다.

계룡산이라…….

지리산과 함께 뭔가 사주 배운 사람으로서 안 가 볼 수 없는 산이다.

마침 벼르고 별렀던 산행을 미루기 힘든 시기가 왔다.

‘산 정상 등반’, ‘땅파기’, ‘불 피우기’, ‘폭포 맞기’가 퀘스트니까.

안 그래도 건조해지고 조만간 산불 시즌이다.

어쩌다 산과 불의 사이클에 익숙해져서 불씨가 위험할 때 감행하는 건 꺼려진다.

이어 동반자가 둘 이상 있으면 ‘친구와 교류해 보세요’가 성립되니까.

한 번에 처리할 생각이다.

“한옥 리모델링 펜션 괜찮네.”

계룡산이 기거하는 대전 유성과 가깝기는 하지만 간 김에 할 일이 잡다하게 많아 숙박을 구했다.

그리고 외박할 바에, 그냥 은겸이한테 같이 가길 권했다.

본인이 요샌 없으면 잠 잘 못 잔다고 했으니까?

“자, 자고 와요?”

얼굴 왜 붉히시죠?

“잠을 안 재울 거 같은데…….”

“……헷.”

설은겸은 쭈뼛거리다 날 한 대 툭 친다.

얌전한 아가씨로만 봤는데 의외의 망상이 있어서 좋네.

“왜 이렇게 좋아하게 됐지요?”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네요.”

“아니야.”

“뭐가 아닌데요?”

“원래 좋아했다니까. 뜨겁게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굳어 조성된 백자 그릇이야. 그 뜨거움을 담아 완성된 청아한 도자기라 그 뜨겁게 사랑하고픈 마음으로 이뤄진…….”

“어, 이번엔 도자기예요?”

황토 찜질팩이라고 예전에도 묘사해 줬는데.

황토 드립을 뭐 썩 좋아하지는 않더라고.

많이 긴밀해져서 직관적으로 묘사해도 될 거라 여긴 내가 바보였다.

그래서 도자기라고 말하고 있다.

흙으로 태어난 여성을 사주로 묘사하는 데는 들판, 백사장 등 생각하기로 예쁜 기물이 많지는 않다.

그래서 흙으로 빚은 조형물 중에서 유리와 도자기, 심지어 반도체 드립도 친다.

이어 흙인 여성을 깊은 관계로 만나 본 적이 없던 고로.

이런 연인 있으면 해야지 싶었던 드립이 있다.

“아리따운 곡선의 유려한 몸이니까?”

“작가인 티를 꼭 낸다니깐……. 그것뿐이에요?”

그렇다면 야설 쓰는 티도 내줘야겠다.

“그리고 도자기로 태어난 몸이 효용을 얻기 위해서는 물을 담아 두길 바라죠. 그래서 물을 담아 드립니다.”

“무, 물……. 또, 또 그런다?”

“사주인의 진리입니다. 물과 불은 곧 음양이고 음양은 조화를 이룰 때 역사를 쓰지요.”

사주에선 물 처리하는 기관이 강하면 음란하다 했다.

“도자기한테 그러면 깨진다고요.”

도자기 묘사는 마음에 들었나 보다.

“그 덕에 세심히 아끼면서 다루고 있습니다? 거기다 티끌이나 먼지 안 묻고 광택 나게 닦아 준다니까.”

“그, 거 안 돼.”

“잘할 자신 있는데 물의 남자인바 세신에도 적성이 있는데.”

물 사주한테 알몸인 사람들이 찾아오는 운명, 그들에게 필요한 운명이라고 종종 말하는데, 그런 분 중에 세신사가 두 분 존재했다.

이런 예시를 대는 이유?

은겸이 등 밀기 꼭 해 보고 싶다.

이거 약점 한 번 잡으면 은겸이 특성상 10년은 놀릴 수 있을 것이다.

“나 목욕탕 다녀온다니까?”

은겸이는 요즘 등을 보이려 하지 않는다.

안 그래도 안기는 성향 덕에 등을 보기는 어려웠는데.

설유겸의 ‘등을 보이지 않는다.’ 증언 한 방에 이젠 아예 콤플렉스가 되었는지 일말의 틈도 안 준다.

앞이 더 치명적이지마는 뒤태도 보고플 때가 있건만.

“어, 그건 내가 반대.”

“그걸 왜 선생님이 반대해요?”

“이를 본 여성들의 성적 지향성을 뒤흔들 확률도 높거니와, 무리한 몸매 관리를 해야겠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시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설은겸은 가면 안 되는 장소입니다.”

“……에베베.”

얼굴 빨개져서는 혀 내밀어 놀리는 거 봐.

그리고 놀리는 스타일이 어째, 누구 닮았네?

“동생 닮았다.”

“어, 유겸이도 데려가도 될까요?”

어, 은겸이랑만 가면 ‘친구와 교류해 보세요’가 안 되는데 나름 달가운 답변이다.

방은 어차피 따로 나뉘어 있으니 상관없고.

그런데 팔딱 뛰며 거절할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꽤 전향적이 됐네.

친구운 6레벨, ‘친구와 친구를 친구로 만들 수 있습니다’, 가 되나?

그러고 보면 사주로서 계룡 선사와 비슷한 답을 내고 있다가 처음으로 그와 반대되는 의견을 낸 것이 손자를 언급한 것이다

그땐 막연히 장남 집안 손주들이 어리니까 배제된 거겠거니 했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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