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27화 (127/211)

#127. 왕비와 여왕.

설윤영과 병원에 입점한 편의점 옆 카페에 앉았다.

“남편일 가능성이 높다, 그건 무슨 뜻이죠?”

그거, 그냥 일반론이다.

아줌마들의 숙적은 일반적으로 남편이고 할배다.

원인은 뭐 살아 봐야 알겠지만 남편 흉보기, 아들 칭찬하기를 했을 때 실패한 적이 없다.

딸은 좀 반반 공부 잘하거나 직장 좋으면 칭찬, 그렇지 않으면 깐다.

그러나 남편은 돈을 잘 벌건, 밤일을 잘하건 아줌마들에게 들은 남편들의 까일 만한 소재 하나 던져 주면 깐다.

소재가 정 없다?

‘오줌 서서 싼다.’

이거 하나만 던져 줘도 불타오른다.

그것만 있는가? 운전을 상대적으로 세게 한다, 휴일에 안 나간다.

그렇게 딱히 별 잘못 아닌 걸 도화선으로 던져서 아줌마들의 분노를 토로하게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그걸로도 마누라 불만 스탯을 쌓고 있는 남편들에게 묵념을 보낸다.

저런 걸로 까이는 아저씨들 참 불쌍하다.

아줌마들도 약점 가져다 바친 게 많아서 아저씨들 오면 기깔나게 까줄 수 있는데, 아저씨들이 잘 안 와…….

좌우지간 거기서 힌트가 다 나오니까, 거의 아줌마의 불패다.

‘오줌 서서 싼다’에서 아줌마 입에서 예외로 ‘우리 남편은 안 그러는데?’가 나온다?

남편이 마누라 말을 잘 들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겠거니 하고 파오면 줄줄이 나오지.

만약 ‘원래 앉아 눴다.’인 경우라면?

그거 보통은 다른 여자가 압력을 행사한 거고, 그게 누굴까?

시어머니겠지.

그럼 이제 시어머니와 마마보이 남편을 까면 된다.

즉, 이 정서가 보편적이라는 것.

고로 ‘남편에 뭔가 문제가 있을 것이다.’를 던져 주면 안 낚이는 부인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여기에 낚였다?

“사이가 안 좋으신 모양이군요?”

“뭐, 남 같이 살고 있죠.”

몰아가면 되고 설윤영은 반쯤 인정했다.

이러면 필살기인 ‘오줌 서서 싼다.’는 꺼낼 필요가 없다.

음식이야 취미로 할지 몰라도 화장실 청소를 직접 하진 않을 테니.

“일반적으로 자식을 아낄수록 남편하고는 멀어집니다.”

“그래요?”

“내 배 아파 낳은 자식한테 이래라저래라하는 사람 좋아하는 부인들은 없더군요.”

“푸흡.”

안 좋아는 하지만 설양훈, 석영인처럼 돈이 압도적으로 많던가, 남편의 학력이 뛰어나든가 하면 그래도 묵인하는 편이다.

아이 양육에서 두 사람의 의견이 합치되는 경우는 ‘아이가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대의 말고는 없다.

“자식은 본디 엄마와 결속이 더 강합니다.”

“왜 그럴까요?”

설윤영이 테이블에 팔꿈치를 올리고 좀 더 상체를 기울인다.

남편 까기에 성공하면, 아줌마들이 친밀하게 대한다.

그걸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솔직히 서서 오줌 싸는 걸 트집 잡기는 과하다 싶어 막 동조하진 않는데, 지금은 그 담론이 아니니까.

“인간의 근본입니다. 낳은 어미는 내 자식을 모르기가 힘들지만 아비는 저게 누구 자식인지 절대적으로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 근간이 해소되면 설양훈과 설정환처럼 된다.

“어떻게 이렇게, 사주나 그런 걸 말씀도 안 하시고 맞추는 거죠?”

“사장님이 부자이기 때문입니다.”

“……어머?”

“본디 돈이 많을수록 보수적이고 문화도 전통적입니다.”

설윤영은 납득한다는 양 고개를 끄덕인다.

“어……. 지킬 게 많아서 그렇겠죠?”

“그렇다면 전통에서 전래 된 사주팔자의 일반론이 찰떡같이 맞아 들 수밖에 없습니다.”

설윤영은 수도권 범 재벌가에 시집갔다.

남편은 일전에 김병용의 소개로 본 신문사의 실질적 사주(結社)인 허윤식과 사촌 관계다.

스카이피아도 돈이 여간한 건 아니지마는 서울에 본사 빌딩만 있어도 그 빌딩과 부지 값이 아부 탈리브 센터에 맞먹지 않을까.

“어떤 일반론인지 궁금하네요. 저는 그렇게까지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서.”

“아비와 아들을 무엇이라 보십니까, 그것도 지킬 것이 많고 가진 것이 많은 가문에서요.”

“권력자와 후계자겠죠?”

내가 다 미소가 나온다.

명민하게 알아듣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는 사주를 조금 어필할 때가 됐다.

“혹시 태어난 생년월일시를 알면 주시겠습니까. 제가 사주로 한번 재주를 부려 보겠습니다.”

“음, 좋아요. 궁금해졌어요.”

설윤영의 사주는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병원서 대기하고 있었지.

설재영, 설윤영 둘 다 만나 볼 생각이었지만 가능하면 둘째 설윤영을 원했다.

사주로 어느 정도 어떤 사람인지 머릿속에 그려놓고 있었는데, 근본이 아줌마들이라 둘 다 다루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만.

설윤영이 좀 더 사주가 쉽고 직관적이다.

한 마디로 몰아갈 거리가 많고, 협상이 잘 먹힐 가망이 높았다.

“스스로 당당하고, 말도 잘하며 그 말에 허황됨이 덜한, 정치가 사주…… 퀸의 사주라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퀸일까요? 뭐죠, 왕비? 여왕?”

“그 영어가 저는 비슷하게 들리네요. 왕비나 여왕은 같습니다.”

“다르지 않아요?”

“자식운이 강하니까요?”

“아리송하네요. 그게 왜 그렇게 되나요?”

그건 나뿐만 아니라 예언 업종의 특성 같은 거라 포기할 수 없다.

‘공포의 대왕이 내려온다.’와 ‘몇 년 몇 월 며칠 지구가 멸망한다.’는 차이가 있다.

해석에 여지를 주는 것이 점술업이다.

그래야 안 맞았을 때 핑계 댈 거리가 있다.

“고대에 여왕이 드문 것이 사실이지만 역사에서 권력을 쥔 여성들, 사실상의 왕은 항시 등장했습니다. 무측천부터 서태후, 조선 시대의 수렴청정 등등, 대다수의 공통점은 왕의 반려로 시작했지요.”

“그거 왠지 소위 말하는 반사체 아닌가요? 그리고 그냥 혈통상 왕이 된 사람들이 역사에 있었던 것 같아요.”

“신라 세 여왕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권력을 자의로 온전히 투사할 수 없다면 그것은 왕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경우 진골 정권으로의 이양기에 진골의 대부가 김유신 군부 세력과 영합하고 성골인 여성을 과도기의 꼭두각시로 내세운 것이죠. 입헌군주정의 여왕이나 크게 다를 바 없었으리라 봅니다.”

입헌군주도 왕이라고 보는 편이라, 지금 하는 말은 신념에 위배되지만 그게 뭐 대순가.

단 한 마디도 우물쭈물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어머…… 그게 바로 나오시네?”

신라 역사로 바로 반박하니까, 설윤영은 더 흥미 있어 한다.

“사주가 여자도 왕이 된다는 이론을 만들어 내려고 연구를 많이 해서 말이지요. ”

“만들어 냈어요?”

“사주는 유교 영향을 받아서 여자 주군의 등장에 긍정적인 평을 그다지 하지 않지만 주된 향유층이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아 그분들이 주로 지지하던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위한 논리가 많이 개발됐습니다.”

“말이 와, 청산유수시네.”

유교 맛인 사주엔 왕비였다가 전권을 휘두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지만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않다.

근데 그걸 현대에 한국에서 여주가 탄생할 거 같으니까.

좋은 말로 통변하는 방식이 발달을 했다.

“자식을 이야기한 것은 왕비가 실질적인 여왕이 되는 경우는 많았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왜 그런가요?”

“여성도 미래 권력을 결정하는 것에서는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었고, 미래 권력을 잘 쥐고 있기만 하면 그 권력을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었습니다. 유력 후계자를 낳은 여성은 남편과의 선천적인 수명의 차이 등으로 충분히 권력의 공백기에 집권이 가능했거든요.”

“아들 덕에 왕이 된다……?”

“위 사주는 본인이 무척 강하여 남편을 씹어 먹을 수 있으며 자식도 강한……. 왕인 남편을 후처에나 빠져들게 만들어 국사를 어지럽혀 명분을 상실시키고, 다음 왕에 대한 강한 통제력을 발휘해 여주로서 다년간 군림할 수 있는 명입니다.”

“재밌어요, 연상 되는 게 있네요?”

설윤영의 씨익 웃으며 궁금한 게 생겼는지 연속해서 물었다.

“남편의 후처는 어떻게 나오나요? 그게 제 사주에서 보이나요?”

“원래 이렇게 돈 많은 집안끼리 정략혼으로 결합하면, 남녀 공히 정부를 두는 법입니다.”

“어, 제가 그런 게 있어 보이세요?”

“남편은 있을 것이고, 어디 보자 부인인 사모님께서는 없을 확률이 큽니다.”

이건 사주강화술로 설명된다.

남자는 여자운이 8레벨부터 축첩이 가능하다고 쓰여 있으나 여자는 남자운이 11레벨은 되어야 일처다부가 가능하다.

반대로 남자는 여자운이 8레벨은 되어야 마누라가 먹여 살리려 든다, 가 성립하고, 여자는 남자운이 5레벨만 되어도 맞벌이 필요 없이 남편이 버는 돈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다.

물론 이런 설명은 안 했고.

“왜 그럴까요?”

“강력한 후계자 아들이 엄마의 애인을 별로 긍정하지 않아, 반드시 앙심을 품기 때문입니다. 사자무리에 혈통이 다른 늙은 수사자를 들이는 일이니까요. 반대로 아빠의 애인에게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렇습니다.”

“자식새끼 키워 봤자네요.”

거기서 왜 굳이 한탄을 하세요?

“그래도 예전만큼 남자의 축첩에 긍정적이지 않은 세상입니다. 오히려 똘망한 아들을 낳고 키워 낸 덕에 시댁에서 전혀 발언권이 꿇리지 않고 남편이 오히려 명분을 잃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들을 통한 뒤집기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사주와 현상을 통해 파악한 설윤영의 인생은, 강력한 아들과 후계를 길러내어 남편을 뒤엎는 왕비이자 실질적인 여왕의 명이다.

재벌가에 전근대적 문화가 묻어 있지만 전근대는 아니라, 더욱 쉬울 것 같다.

전근대였다면 후처소생으로 뒤엎어 마누라를 퇴출시키는 경우도 발생했겠지만 그렇지 않으니까.

“와, 진짜 생각해 볼 게 많은 말씀을 하시네요. 선생님 책이라도 사 봐야 하나.”

“그래서 뵙고 싶었습니다.”

“그래요?”

“왜냐면, 사장님은 스카이피아를 탐을 내는 것이 아닙니다.”

“흐음.”

“아니, 갖기 위해 탐을 내는 게 아니라고 할까요. 이걸 발판으로 노리는 더 큰 뭔가가 있는 것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이미 다른 가문의 사람으로 활동하고 계시거든요.”

“출가외인이다 이거죠?”

“중세에서 자주 있던 일입니다. 친가의 상속권과 외가의 상속권이 둘 다 존재하는 경우, 한쪽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오.”

“으음, 보통 둘 다 갖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아들이 갖고 싶어 하는 쪽에 비중을 더 크게 두고 계십니다.”

“…….”

“사람들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지려 드는 쪽을 반드시 경계했습니다. 그리고 아드님은 친가의 상속권이 더 진하죠.”

“정말 그럴 거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시댁 쪽에만 관심이 있어 보이나요?”

사람이라면 당연히 몇 가지 진로를 상상은 해 봤겠지.

“사모님이 둘째라는 것도 주목할 점입니다.”

“왜죠?”

“세 자매의 둘째라는 위치는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가장 적을 수밖에 없는 위치입니다. 이런 아이는 어떤 면에서든 무지성적인 기대와 사랑을 받는 언니와 여동생에 비해 견제구가 많고 중간위치에 있기 때문에 사람이 현실적입니다. 고로 현실주의를 갖고 있을 것이다.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이야…….”

“그런 현실주의를 갖고 있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객관적입니다. 설민혁과 가장 먼저 화해한 누나 타이틀이 어디에 도움이 되었겠습니까?”

“저는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네요.”

“도움만 됐지, 그게 설 회장에게 인정받는 길은 아니었습니다.”

“아버지가 인정해 줬으면 진작 뭐라도 더 물려주셨겠죠.”

이번엔 자기도 모르게 인정해 버린다.

그 말을 듣고 바로 수긍하게끔 파고들었다.

“예, 이미 체념하고 계시네요?”

“……그런가?”

“그거, 결국 설민혁을 가족이 인정해 준다는 신호이고 설민혁에게 큰 이득이 되는 일입니다.”

‘누나들 중 한 명과 손을 잡아라.’

누나들에게도 이득이 안 되는 일은 아니었겠지만 이득이 압도적으로 큰 것은 단연 설민혁이다.

가족 인증으로 레이스에 끼워 준다는 뜻이니까.

“설민혁이 내민 화합의 손을 잡아주지 않으면 그는 플레이어가 될 수 없었습니다.”

“끌려드는 언변이네요. 정말 재밌어요. 와, 이거 우리 아들도 나중에 도와줬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네요.”

“저는 설윤영 사장님이 그 계산이 없이, 민혁이와 손을 잡았을 것이라 생각을 안 하네요. 그러므로, 노리시는 것은 친정의 지원을 통해 못 미더울 남편에게서 그 권력을 빼앗아 아들에게 주는 것입니다.”

설윤영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린 뒤 목소리를 낮춰 대답했다.

“어디다 말은 안 했는데…… 그래요. 우선, 그 인간 내쫓는 게 먼저죠.”

“그러니 설 회장님 유명을 받은 저는 설윤영 사장님에게 회장님의 뒤를 이을 사람을 지원해달라 말할 수 있는 것이죠.”

‘아버지 회사를 갖고는 싶은데, 현실적으로 안 되겠지.’ 포지션에서 움직이는 게 현상에서도 보였다.

그러나 욕심이 없지는 않은 바, 노리는 다른 것이 있어 보였는데.

자식의 운이 무척 강해서 자식이 집안의 재산권을 이르게 행사함을 바라지 않을까 추측했는데, 맞아들어가는 모양이다.

스카이피아는 손아귀에 들어오면 마다하지 않겠지만 설양훈의 외손자가 직접 탐을 내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이거 내가 보기엔……. 도와달라는 말 같은데, 말씀이 고급져서 확신이 안 가네요?”

이번에도 확실한 것 대신 빙 돌려서 비유로 대답했다.

“여주는 본디, 사대부와 친하지 않은 법입니다. 사대부 대신에 소외된 지식층 승려 등의 종교인이나 점쟁이, 환관 등과 친하지요.”

“사대부라…….”

설윤영은 뭔가 짚이는 게 있는 모양이다.

남성 지식인층, 즉 신하들을 말하는 것이다.

여왕은 권위의 유지를 위해서 제대로 된 남성 측근을 들이기가 힘들다.

염문설은 물론이거니와, 그 공로가 신하의 덕이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들이 존재하여 권위를 계속 깎아내린다.

권위를 상실한 여왕은 왕이 아니게 될 테고, 설윤영이 말한 신라 여왕이 좋은 예시다.

김춘추, 김유신이 잘했다 한들 그들의 업적이 지도자의 업적으로 남아야 하는데 저 둘만 부상하고 말았다.

뭔가 은겸이한테도 해주고 싶은 말을 하고 있네.

“여주와 비선실세는 그 본질이 같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유교와 통치학에서는 여자와 환관, 무당을 정치에 들이지 말라고 했습니다.”

“갑자기?”

어리둥절해 하는 설윤영에게 한 마디를 굳혔다.

“즉, 바꿔 말하면 여왕과 환관과 점쟁이는 한편인 것입니다.”

설윤영은 배를 잡고 폭소했다.

“아하하하하, 같은 편이 되자는 말을 이렇게 하시네요. 근데, 그거 너무 옛날이야기 아녜요?”

“아뇨. 21세기의 여주의 시대도 그와 같았습니다. 여왕과 무당과 딸랑이가 있는 환관들.”

“아니, 그건 또 안 좋아 보이잖아요? 끝이 나빴는데요?”

“그건 정치판에서나 먹히는 이야기고, 돈을 두고 다투는 건 상관없는 이야기죠.”

“정말…… 한 마디도 안 지는 분이시네.”

‘게임 X같이 하네’ 느낌의 최고의 칭찬이었다.

* * *

“그래도 너무 어리지 않습니까?”

인사권을 총괄하는 상무의 이야기는 그룹 내를 격동시켰다.

오원술이 맡은 재무야 어차피 사내, 사외 이사들과 임원진들이 각기 털어먹는 순간 범죄가 되는 회삿돈이고, 노승환이 맡은 총괄이야 70줄에 접어든 노승환이 언제까지 버티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이가 없었다.

그러나 임원진마저 조종할 수 있는 인사권을 쥐었다는 사주 보는 사외 이사진은 그들의 목줄을 정면으로 위협했다.

그러다 보니 가장 약한 고리인 역술인이 공격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노승환 사장이 경력을 말하며 실드를 치고는 있었지만 여기 있는 임원들이면 죄다 한 가닥 했던 경력자들이다.

“딱, 특이한 이력을 가진 신입사원으로 특채할 정도? 그 정도 친구네요.”

“특이하긴 합니다. 특이해요. 그런데 회사 일을…….”

“으음.”

이에 대해서는 인연이 있어 찬성하고 있던 노승환도 부정하기는 어렵다.

자신의 콤플렉스를 끄집어 낸 젊은 역술인이 내심 마음에는 들었지만 ‘특이한 이력의 신입사원’ 그 이상의 평가를 내리기엔 부족하다는 것을 그도 동의하는 편이다.

“그래도 회장님 뜻이고, 은겸 양과 김병용 의원까지 편을 들고 있으니 무시할 사람이 아닙니다. 비상 상황이고 어차피 두 큰 따님 아니면 마땅한 대안도 없어요.”

노승환이 일갈을 해 좌중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내 다시 다른 의견들이 터져 나왔다.

“결론은 사주 보는 점쟁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점을 잘 치는지가 먼저 검증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몇몇 이사들이 노승환의 일갈에 전혀 따를 생각이 없었다.

이 정도면 의도적인 무시다.

노승환도 사실 흘러간 물이었고, 정말 물이 됐다.

타협 없는 성격은 남았으나 10년의 휴식과 노쇠화, 그리고 극복이 덜 된 트라우마로 이전만큼의 장악력을 보여 줄 수 없었다.

회장 끗발을 가장 잘 이용하는 2인자로 설 회장이 있는 동안엔 ‘화려한 복귀’ 로 회자됐으나.

설 회장이 몸져눕자 종이호랑이를 호위하는 여우가 되었다.

“어차피 역술가를 쓸 거면, 대전에선 누구나 인정하고 회장님도 총애하셨던 계룡 선사를 불러 씀이 좋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옹고집의 노승환이 굽히지 않자 이사들도 타협의 차원에서 의견을 냈다.

계룡 선사 대안론이었다.

노승환은 명승철학관 선생과 나눈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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