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 명분과 줄.
설 회장은 서울의 병원으로 후송되었다가 다시 대전으로 내려왔다.
멀쩡해서 내려왔으면 좋았겠는데 그렇지 않았다.
“…….”
대전의 천지인 지분이 있는 3차 병원 1인 입원실에 누워 있는 설 회장을 창문 너머로만 보고만 있다.
코에 튜브삽관을 한 채로 입을 벌리고 누워만 있다.
노인네 아프면 가엽다.
요양병원 할배, 할매들을 봤는데 몸과 눈빛에 죽음이 반쯤 어린 듯한 모습들이 안타까웠다.
설양훈은 안 그런 노인네였는데….
그런 할아버지들과 비슷하게 말라서 추레하다.
이런 노인네들을 그나마 덜 안쓰럽게 해주는 건, 주변에 케어해 줄 자손의 유무이다.
내가 이곳을 계속 지키고 있던 것은 아닌지라, 확신은 못하겠지만 딱히 마주치는 사람들이 없다.
“저걸 보면 자식이 있어도 소용이 없는 거 같기도 하고.”
설 회장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지 3주 가량 되었다.
한 3~4일 그룹 사람들과 각계 인사들의 병문안이 있었지만 잠잠해졌고.
초반에 바짝 찾아오던 가족들도 잘 찾지 않는다.
회사에서 붙인 개인 요양보호사들이 케어하고는 있어 가족들이 들여다 볼 이유까지야 없겠다.
그 요양보호사들이 회장님 옥체라고 잘 모실지….
아니면 천덕꾸러기 반송장이라고 뒷다마나 까면서 왕따애들 괴롭히듯 괴롭힐지는 모를 일이긴 하나.
자식들이 근무 몇 시간에 남들의 수십, 수백 배의 돈을 버는 사람들이니.
병 든 노인 돌보는 일을 굳이 할 필요야 없겠다.
언제나 늙은 사람만 불쌍하다.
그래도….
병원에 CCTV도 있고 1인 병실 앞에도 CCTV있고, 출입병문안 명부도 적혀 있고.
설 회장이 정말 회복을 못 할까?
설사 못 깨어난다 하더라도….
병실에 누워 있는 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지극하다는 것을 보여주면 입소문이 나지 않을까?
아직 후계자가 명확히 정해진 것도 아니고.
영감 병수발을 굳이 들 필요도 없다. 돈 주고 쓰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냥 자주 보러만 와도 명분이 된다.
근데, 잘 안 보인다.
그냥 못 마주친 건 아닐까.
“은겸이, 은겸이, 김병용, 설민혁, 은겸이, 석영인, 은겸이, 노승환….”
김병용과 설민혁이 한 번 왔다 가긴 했지만.
주로 내가 시키면 말을 듣는 설은겸만 주로 VIP병실 명부에 있다.
거, 명부를 일부러 안 적나?
어차피 CCTV등 근거가 남을 거니까?
유행병에 민감해져서 병실들이 방명록을 적어 두는 문화가 많이 남았다.
아니면 진짜 나머지 자식들은 코빼기도 안 비추나.
나머지 자식이라고 해봐야 설양훈 세 자매인데.
설민혁이 장인님하고 딱 한 번 왔네.
“자식운이 개판이드만.”
물론 설양훈도 잘한 것만은 없다.
정실의 핏줄인 둘째 아들을 티내고 편애하다가, 과학이 장남이 명백한 핏줄임을 밝혀주자 미안해서 드리프트를 틀었더니.
둘째가 미쳐 날뛰기 시작했고.
그놈의 핏줄 집착으로 집에 들여 키우던 서자 덕에.
딸들과 거리가 간극이 있다.
이어 그 딸들을 정략결혼으로 해치우듯이 시집보내서 더 사이가 나빠졌다.
김병용의 증언이다.
‘눈물로 헤어져서 평생 나를 못 잊고 사는 거 같더라.’
‘말도 안 돼, 그 누나가요?’
‘느그 집안 유전자가 우리 집안 유전자를 애타게 찾는 게 있는갑다.’
너무 뻔뻔하게 얘기하는데다, 그 예시인 설민혁 김아미 커플이 있으니 그럴싸하다 싶기도 하고.
그런 증언들로 미루어 볼 때, 딸들은 그저 아버지가 쓰러진 것을 불행으로 여기기보다는 기회로 삼고 활동하는데 바쁜 것 아닐까.
어딘가로 전화를 한 통 걸었다.
“유겸 씨.”
[네 아조시.]
“수능 안 친댔죠?”
[네, 그렇게 됐어요.]
“그럼 대전 내려와야겠네.”
[에…예?]
“아조시가 일 줄 게. 와서 일 해.”
[집안일이요? 어머 그거요?]
은겸이한테 도대체 뭐라고 하길래, 얠 이리 경계하나 했는데 짐작은 가는 언사다.
나 이런 걸로 놀리면 한 술 더 뜨는 걸 넘어 몇 배로 되갚아주지 않고는 못 참는데.
“거 뭐 레이스 달린 치마옷에 프릴 머리 같은 거 하고 업무하시면 추가금 드릴까요.”
[우와 진짜 변태다아.]
“자매 둘 다 입히는 게 제 꿈입니다.”
[미쳤나봐…. 언니가 그걸 입어요?]
시켜 본 적 없지만…. 그 정도 소망은 들어줄 거 같기도 하고.
“보고 싶지?”
[와 진짜, 그건 보고 싶다.]
“그러니까 내려와요.”
[저도 입어보고 싶어요! 궁금하다.]
“환영합니다.”
[근데 정말 그게 목적이세요? 정말?!]
“그렇진 않고, 대전에서 할아버지 하루에 한 번씩 뵈어요.”
[아 할아버지….]
수발 드는 것도 아니고 그저 병문안.
나는 이게 세간에 명성을, 가족의 인정을 받기에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누군가는 떠먹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최대한 자식들에게는 ‘바쁘다’ 는 선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안 바쁜 손녀들이라도 하게끔 유도 중이다.
아줌마들에게 평생 얼굴도 안 보던 시어머니가 돈 좀 있으시다 밝혀지면 벽에 똥칠을 하더라도 모시던가 요양병원 얼굴 비추라고 권한다.
하물며 설 회장인데?
설사 설양훈이 이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더라도 와 보는 게 이득이라 판단 중이다.
근데, 나 말고 이걸 생각을 못 해?
유겸이 같은 애들이야 그럴 수 있지만….
그 다 큰 어른들이?
그냥 찾아오는 자식들이 있는데, 방명록만 안 적는 쪽으로 조금 더 머리쓰나?
아니면 어찌됐건 다른 회사의 단순 사모님이 아닌 중책으로 자리 비우면 정말 하루 수천만원가량 손실이 나나?
난 CCTV나 병원에서 마주한 사람 등등.
입소문이 결국은 날 거라고 생각해서 방명록을 안 적는 기교는 안 부린다.
안 찾아오는 척 하다가 나중에 밝혀지는 게 극적인 효과는 큰데.
설양훈은 그 정도는 간파 가능한 사람이다.
그렇게 자식들이 안 하니 내가 요즘 업무를 설 회장 입원한 병원을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설 회장이 날 소위 탁고대신으로 삼은 명분을 자식 같고 손자 같은 사람이라고 홍보해 준 덕분에.
진짜 효도하는 것처럼 보여야 하는 아이러니에 놓였다.
집에다도 이렇게 안 하는데 말이지.
설 회장의 돈인 아부 탈리브 센터를 받아 놓은 이상, 어차피 나 몰라라 하는 건 안 된다.
영감도 인사총괄상무이사라는 내 주제에 말도 안 되는 직책에서 최대 15년 간 수금 받을 수 있는 권리로 잘 제약해놨다.
내가 보기엔 15년은 딱 설정환 댁 막내, 대졸 혹은 군 전역까지 안배한 시간으로 보인다.
설유겸도 돈을 좀 쥐고, 독립해서 어느 정도는 공주님 같은 삶 대신에 그 돈을 통해 미술 쪽을 열심히 파서.
원하는 꿈을 실현시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다.
그리고….
은겸이 회사에 꽂아놓고 양지에서 움직이게 하면, 설정환 회장 사망의 근원을 파고들 주체가 마땅히 없다.
병실 바깥에서 설유겸과 통화하고 누워 있는 설 회장에게 안 들릴 작별을 고하고 나갈 겸 다시 병실로 돌아갔는데.
나와 비슷한 포지션에서 지켜 보고 있는 아주머니가 한 분 계셨다.
“누구…?”
VIP병실 어차피 설양훈 밖에 없어서 그런지 바로 용무를 눈치 챈다.
“아?”
“여기 아무나 드나들지 말라고 그랬는데.”
아줌마들은 화장과 행색만 봐도 연령 짐작이 얼추 맞아 떨어진다.
결혼하고 애 가졌을 때 즈음하여 거기서 유행이 멈춘 화석과 같다.
조금씩 최신식을 따가려고 하는데, 기본 베이스는 옛 모습 그대로.
나이는 석영인보다 조금 아래로 보이고, 구예련보다는 많아 보인다.
그리고 대사는 누가 봐도 주요 관계자임을 뜻한다.
이 집구석에 내가 말을 안 해도 아버지 병원에 드나드는 효녀가 있었나.
있다면 사주 상….
욕망이 있으나 가장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겠다.
“아 설윤영 사장님?”
“절 아시나요?”
“아 스카이피아 다니는 사원입니다. 회장님 용태를 살펴 달라는 노승환 사장, 이야기를 듣고.”
“노승환…? 그렇군요. 감시하는 건가요?”
“그런 건 아닙니다.”
“매일 병문안을 오는 직원이면….”
속여 넘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바로 든다.
직원이면 본인이 왔다는 근거를 둬야 하니까, 방명록을 꼬박 작성했을 것인데.
방명록에 그런 직원의 이름이 따로 없다. 나만 적었다.
이제 난 알려 질만큼 알려졌다.
회장의 탁고를 들은 3인이 있다는 건 회사 내에 소문이 자자하다고 한다.
뭣보다….
기다리고 있었다.
“음…. 혹시 절 아실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요?”
“처음 뵙는데.”
“제가 아무나가 아닌 것을 알고 있으실 거 같은데요.”
“…어째서 그렇게 보는 거죠?”
귀문관살 레벨이 오르면서 촉이 더 좋아졌다.
“아무나라고 말했다면 이미 몇 차례 방문을 하셨다는 것이죠. 고작 한두 번 들러서 아무나라고 하지는 않거든요. 그렇다면 자주 방문하신 것이고, 꽤 자주 방문한 손님을 모르기 쉽지 않습니다.”
설윤영은 날 빤히 쳐다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렇게 보는군요. 뭐 뵙기는 처음 뵙네요. 익히 들어 압니다. 반갑네요.”
설윤영이 악수 차원으로 오른손을 내밀었다.
부잣집 아줌마인 걸로 아는데 물불쇠의 흔적이 있다?
가짜? 아니면….
“요리에 관심이 있으셨나보네요.”
“…제가 설윤영인 것은 어떻게 아셨지요?”
표정에 약간의 요동이 있었지만, 격한 놀라운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물불쇠의 흔적은 아줌마들에겐 일반적이라 말을 안 하는데.
귀부인스러우면 꼭 언급하고, 의심한다. 괴이쩍거든.
“이 집안 따님들 중에서, 아픈 아버지의 곁을 지키는 게 득점이 된다는 걸 깨달으신 분은 뭐…사장님? 밖에 없는 거 같아서요.”
“그래 보이나요? 어째서.”
“설민혁한테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애가 먼저 손을 내밀었죠.”
“손을 잡아 줄 거라고 추정해서 내민 것 아닐까요.”
“잘해 준 것도 없는데…. 셋중 하나를 찍는다면 그랬을 수 있죠.”
설윤영은 큰 입의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말마다 제법 잘 받아치는군.
“아니오, 저는 설 사장님이 가족의 화합과 화해가 명분이 된다는 걸 깨닫고 있으셨다고 저는 봅니다.”
“뭘 명분까지, 그냥 민혁이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그랬던 것이죠.”
비교로 띄워주고 있다.
누나 중 한 명에게 손을 뻗어라, 그럼 그 누나의 주가가 오른다.
거기서 설민혁이 선택한 것도, 이를 받아들인 것도 설윤영이고.
그렇게 주가가 올랐으며 아버지 설 회장에게 더 뭔가를 할양 받은 것도 설윤영이다.
사주 몰라도 예상했었다.
세 자매의 둘째라면 둘째가 눈치가 보편적으로 발달해 있을 것이라.
“다른 딸들은 그걸 안 하니까요. 하다 못해 아버지도 잘 찾아오지 않네요.”
“저도 뭐, 자주 온 편은 아닙니다. 그저 한가로이 있으니.”
곧장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일거리를 찾으시는 겁니다.”
“무슨 일거리를 찾는다는 말이죠? 여기서요?”
사소한 것에서 의문을 찾아내는 걸 잘 하시는구만.
“네 찾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실까? 저에 대해 뭘 아신다고.”
못 믿는 양 질문이 잦은데, 나는 군인과 아줌마 전문이다.
침몰시키는 건 일도 아니다.
“엄마니까.”
“……엄마니까?”
아줌마들에겐 자식으로 치고 들어가면 불리할 일이 없다.
“자식이 있는 어머니는 일을 잘 못 놓더군요. 사소한 일이라도 말이죠. 돈이 없는 엄마는 자식 밥 먹이려 세일하는 식재료 발품 팔아 장 보러 다니고, 돈이 있는 엄마는 은행에 붙은 증권사에서 펀드와 투자 관련 이야기 듣습니다.”
“……훗.”
설윤영은 그 말에 웃는다.
“자식 가진 어미의 욕심은 끝이 없고 여자의 원동력이 됩니다.”
“뭐 나름 공감 가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일거리를 찾지 않으신다고요?”
“어디서 제 사주를 보셨나봐요? 아버지가 보여주셨나.”
“아니오, 그냥 사주명리학의 보편론에 입각해서 말씀드려봤습니다. 그런 식으로 행동하실 거 같아서요.”
못 봤다고 거짓말을 했다.
물론 설혜영의 편으로 입수해서 보긴 봤다.
근데 아닌 척 해야 훨씬 내가 대단해 보이지 않겠는가.
사주로 봤다고 할 경우, ‘내’ 가 아니라 ‘사주’ 가 공로를 다 처먹는 경우가 있다.
“그 보편론에, 뭐라고 적혀 있길래?”
“사주명리학에서는 자식이 있는 여자는 먹을 복과 일복이 터진다고 합니다.”
“후, 어디서 들으셨길래, 이 정도로 아시는 걸까요?”
뭘 연상했길래 이렇게 말하는 걸까?
먹을 복?
“음식 하시는 걸 말하신다면, 손을 보고 안 겁니다.”
“……손을요?”
“밥 하는 아주머니의 손은 씻은 물의 흔적, 기름이 튄 불의 흔적, 칼에 베인 쇠의 흔적이 다 남아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설 회장님 따님분이고 또 유명 그룹의 사모님이시니, 그런 일을 안 할 것이라 예상되는데. 그런 일을 하시네요.”
설윤영은 자기 손등을 물끄러미 내려본다. 문드러진 살 아문 자국.
약간의 습진, 검지에 살이 패인 자국이 있다.
“취미가 조금 있었죠.”
“취미란 말씀을 부정하진 않겠습니다만 음식을 자기 먹으려고 고생해서 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이건 누군가 해 먹이기 위한 것이고, 그게…. 누굴까요?”
“재밌네요. 맞혀 보세요.”
“남편도 아니고, 딸도 아니고 아들일 겁니다.”
“왜 아들이죠?”
“그냥 아들이 많이 먹어요.”
“풉.”
남편은 바깥에서 먹을 일 많은데다, 어느 정도 오래 같이 살면 해주기도 싫어하는 게 아줌마들의 속성이고.
딸들은 깍쟁이마냥 잘 안 먹고, 이어 엄마들도 딸애들 살찌우는 걸 원하지 않는다.
“재밌어요, 재밌어. 우리 아들 정도 나이 같아 보여서 믿질 않았네요. 신기하네, 더 말씀해보세요.”
“사주는 고대의 학문입니다. 그 시절엔 노인의 복지는 자식이 맡았고 여인의 일은 자식을 기르는 것이었습니다. 젊어 투자한 자식이 돌아오는 효로서 노모를 봉양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죠.”
“예, 그랬었던 것 같네요.”
“우리 사회는 아직도 그 큰 틀에서 못 벗어났습니다. 고로 설윤영님은 일복이 많습니다. 일복도 많고, 일 욕심도 많고, 일 욕심이 많으면 성과급 등에 민감하고, 성과급만 그러겠습니까? 돈과 투자 그 자체에 민감하지요.”
설윤영은 눈을 치켜뜨면서 날 본다.
“그러므로 욕망이 있으신 것이니, 숨기실 필요 없습니다. 이미 숨기지 않으셔도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평가할 것입니다. 본인만 숨기고 생각하고 계실걸요.”
“재밌네요, 아버지가 불러서 보실 만 해요.”
“사주 같은 걸 보신 적 없으십니까? 아예?”
“저는 딱히 없네요.”
“아들 대학교 같은 건 물어보셨죠?”
“아들은…봤지요. 그래요.”
“내리사랑이 있으면 어느 정도의 치사랑도 존재합니다. 사람이라면 내가 기대하는 만큼 누군가에게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러니 조금 더 자주 찾아오신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후.”
“그리고 도모할 목표는….”
“으흠?”
“남편일 가능성이 높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설윤영이 씩 웃는다.
“정말 듣던 바 재밌는 분이네요. 어디, 여기 말고 다른 데에서 이야기 좀 할까요?”
스카이피아는 현재 백가쟁명이 벌어지기 일보 직전이다.
설 회장이 직책과 돈은 줬지만, 돈은 내가 맘대로 쓸 수 있는 자금이 아니고.
설 회장 그 자체의 백이 사라진 지금.
끗발을 내세우기에는 돈 없는 설민혁이나, 나이 어린 설은겸, 나이 든 철부지 설혜영, 직위만 있는 노승환에 업혀 가기엔 취약하다.
그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연륜과 직위, 재산 그 모든 것에서 합당해 보이는 정통 후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