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21화 (121/211)

#121. 모르는 여자를 불러내는 법.

인터넷에서 사주 강화술 용 사주 수집을 하고 있다.

사주를 9,600명분을 모으면 사주 강화술 레벨 3개를 깎아서 각기 다른 레벨을 3개를 올릴 수 있다.

그러니까 레벨 재분배의 기술이 가능한 것이다.

5레벨 이하의 낮은 레벨을 희생시키면 높은 레벨을 올리는 건 3개 깎아 2개까지.

이거면 주거운도 11레벨.

내가 바라던 1차적 목표는 완성이다.

레벨을 깎을 운은 아직 안 정했다.

누구 걸 봐줄까, 하면서 클릭질 중인데 안 누르기 힘든 걸 발견했다.

<이 사주, 변태 사주인가요?>

자극적인 감평 요청 글이네.

엥?

29살의 여자였다.

그리고…….

사주가 나랑 같다.

생일이야 닮은 사람을 둘 봤지만 시간까지 똑같은 사람은 처음이다.

“어, 으, 으음?”

원래 인터넷 사주는 보고 내가 알아서 학습하듯 풀어 보고.

공개는 안 한다.

그냥 힌트 댓글 한두 개 남겨 글쓴이가 낚여 질문 막 남기는 걸 보고 슬쩍 사라지는 편.

남녀의 사주는 감평 방법이 조금은 다르지만 일단 데이터 자체는 같다.

그러니까 조금만 비틀면 감평은 쉽다는 이야기다.

<사주 도플갱어>

당신은 당신과 똑같은 사주의 인물을 만났습니다. 이 인물을 만나 인생을 들으십시오.

친구운 LV1이 오릅니다.

“이것 봐라?”

안 할 수가 없다.

친구운은 올리기 힘든 운세다.

만렙이 10레벨로 강화술 포인트가 6레벨부터 다른 레벨의 10~11레벨급으로 들어간다.

올리려면 이런 식의 이벤트로 올리는 게 효율적이다.

6레벨 친구운은 간단하게 ‘친구와 친구를 친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이다.

6레벨 친구운의 설명대로라면 이 운은 왠지…….

아주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주라는 게 중개와 중재의 역할을 수행할 때가 많아 직업적으로도 도움 되고.

4~5레벨에서 이미 성별, 국적, 나이를 초월한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는 달성했으니까.

일단 댓글 절단신공을 써봐야겠다.

막 휴가철이 끝난 끝자락 여름의 바다로 태어난 인물입니다.

사람이 떠난 바다는 맑고 푸르름을 되찾고.

파헤치고 뭔가가 버려졌던 앞의 모래사장은 당신의 파도가 다시 곱게 다집니다.

해수욕장을 할 만큼의 맑은 바다이며 저녁노을이 비추어 붉은빛이 넘실거리는 아름다운 바다이나.

슬슬 수온은 차갑고, 그 시간에 물에 담기엔 사람들은 몸이 차다 느낍니다.

그리하여 다시 올 다음 여름을, 그 뜨거운 시절을 한없이 품고 살아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줄 그 여름을 말입니다.

서사를 조금 깔아 둔 다음에, 다소 담백하게 사주로 풀어낸 팩트 몇 개를 담았다.

―한 마디로, 한철 장사꾼, 비성수기 인간.

―한 번의 성수기 때 거둔 돈으로 까먹고 지낸다.

뭐, 다른 해석도 가능한데.

성수기 때 바짝 벌어서 그걸로 획득한 권리들로 불로소득을 받아먹으며 유유자적 조용히 지낼 수도 있다.

거기서 나온 게 이국의 호텔에서 자기 계발서나 쓸 팔자이다.

―아마 글을 적지 않을까.

원인을 잘은 모르겠다만 여자들이 글을 써보거나.

혹은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

좀 사주에 화기가 많다 싶으면 왕년에 연습장에 낙서 좀 해본 여자들이 많고.

수기나 목기에 가깝다 싶으면 글을 적는 여자들이 많은 편.

취미 활동이 격한 운동이나 경쟁과는 멀고, 아름다움을 추구하고픈 본능이 있어 그러하지 않나 추측만 하고 있다.

거기에 내 사주대로라면 아마 문예 관련 뭔가가 있다.

―맑은, 혹은 맑아진 바다이다. 그리고 햇살은 아직 높다. 바닷가에 황금빛 태양이 어른거린다. 외모가 괜찮거나 최소 피부는 어여쁘다.

―변태 맞다,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품었다. 끊임없이 갈망할 것이다.

음양오행론의 일반론에 의거하면 여자는 욕망이 더 안 채워진다.

비어 있고 채워지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금이 그 성수기일지도 모른다.

자, 여기까지.

이쯤에서 끊고, 처음으로 광고를 붙여넣기 했다.

대전 명승철학관, 문의 전화 및 방문 약도.

“나도 장사꾼 다 됐다.”

이거 너무 노골적으로 광고 글이다.

1~25화 무료 공개하고, 나머지 감추는 마케팅.

근데 생각해 보니 광고인 게 차라리 낫겠다.

동년배의 여자한테 ‘우리, 사주가 같네요?’ 등의 말을 하면서 만날까요? 유도하는 게 더 이상하다.

내 사주와 같다면 기본적으로 경계심이나 걱정이 많아서, 아마 여간해서는 오려 하지 않을 것이다.

오픈톡으로나 불러내서 깔짝거릴 게 틀림없다.

―톡방에서 말씀해 주시면 안 되나요?

예상대로 대댓글이 달린다.

―일단 댓글은 불편하니까, 그럴게요.

뭐, 그럼에도 불러내야 하는 게, 끊기로 다음 편 결제 유도하는 연재 작가의 숙명 아니겠는가.

여자 쪽이 먼저 채팅방을 파 준다.

저쪽은 개 캐릭터, 나는 곰 캐릭터로 표현된다.

개) 안녕하세요.

곰) 네, 안녕하세요.

개) 성수기는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거죠?

곰) 제 사주 판단 자료에는 관상도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찾아와 주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이거 간만에 미인 사주인 여자분들 오프라인으로 꼬드기는 느낌이 나는군.

관상은 잘 볼 줄 모르지만 좋은 명분이다.

그리고 나는 관찰로 관상이 아닌데도 관상처럼 들리게 하는 기술이 있어 상관없다.

자, 이제 사진으론 안 되냐고 할 것이다.

개) 사진이면 되지 않을까요?

곰) 세상에 셀기꾼이 한둘입니까?

뭔가 꽂히는 것, 즉 사주에 대해 집착이 있을 것이나.

겁이 많고, 겁이 많으니 경계심이 있다.

자신이 겁먹고 친 장벽과 배리어가 깨지는 걸 원치 않을 것이므로 여기서는 협상을 할 것이다.

개) 그러면 제가 바로 찍어서 보낼게요. 아무것도 손 안 대고요.

곰) 몇 세대 이후 휴대폰들은 죄다 셀카 보정이 있어서 안 믿습니다.

여기서 고양이 수염, 볼 터치, 과한 보정으로 인해 헛웃음 지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거기다 요즘엔 아예 자동 보정이 되어 있더만.

그 자동 보정을 굳이 고쳐서 사실적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이 흔할까?

그리고, 여기선 지지 않으려는 성격이므로 의심 한 번 하지 싶다.

지지 않으려는 성격은 많다만 성향이 논리적인 자는 따지고 그러지 못한 자는 침묵하거나 화낸다.

논리적인 자로 본다.

개) 그냥 제 얼굴 사진 보시려는 거 아니고요?

곰) 그럴 거면 그냥 아리따움에 환상이나 품고 말게 보정 많이 한 사진 올린 인스타 주소나 알려 달라고 하겠죠?

개) 아리땁다고요?

곰) 맑은 바다, 그리고 싱그러운 햇살, 치워진 모래사장, 그 모든 것이 미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여기선 겸손 떨 거다.

이건 뭐, 사주가 아니어도 기본이고.

사주로 따져도 물이 많은 사람들은 속내를 감추고 누르고 숨기고 참는다고 했다.

‘관대한데 참다가 터지면 무섭다’는 평가가 나온다면, 아, 이건 큰물로 태어난 사람이구나 하면 된다.

여기서 초성 연타 하면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인데.

이런 오프로 남자를 많이 만나서 자존감이 충만해진 평범한 미모의 여성.

그게 아니면 진짜 자부심이 있는 미인이다.

개) 안 예쁜데.

역시 물러서는 결론이네, 괜찮다 싶지만 자신감은 없지?

곰) 그건 보고 판단해 드리겠습니다. 일단 사주로는 동안이고 피부 좋고 미모가 대단하다고 나옵니다.

개) 어디서 근거가 있죠? 도화살?

사주가 사주에 관심이 있다고 나온다.

상대가 사주 다 알면서 낚는 경우도 생각을 하겠다.

특히 고수라면 인터넷에서는 내가 망신만 당할 테니까, 전문용어는 안 쓸 예정.

만나서 털리는 건 상관없다. 레벨은 내가 버는 거니까.

곰) 님이 변태인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개) ??? 왜?

곰) 미인은 보통 음란한 사주거든요.

개) 왜요?

곰) 어린 시절부터 미모를 감출 수가 없으므로 온갖 잘생긴 남자들이 달려듭니다. 그들을 고를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이것까지 치고 대사 안 쳤다.

개) 왜 말씀을 안 하세요?

개) ???

개) 저기요?

절단신공이지 이 양반아.

뜸 5분 정도 들이고, 어디보자 커피나 한잔 마실까.

그런 다음 전화가 와서 그랬다고 미안하다고 할 참이다.

곰) 아, 잠시 전화가 와서요. 죄송합니다.

개) 그러셨구나.

개) 왜 미인이면 음란한데요? 저한테 자꾸 그런 캐릭터를.

갑갑했구먼, 내 대사 안 기다리고 바로 친다.

캐릭터란 말은 사람들이 흔하게 쓰지 않던데?

‘캐릭터’가 익숙한 직종일 가능성이 높다.

곰) 확인은 직접 뵙고 하겠습니다. 지금 너무 말씀드리면 만나 뵐 때 재밌는 말씀을 못 드려요.

내가 사주 강화술 때문에 끌어들여야 할 처지다.

괜히 여기서 음란함의 이유를 서술할 이유 없다.

말로 하면 절제가 되는데, 서술로 하면 너무 실력을 발휘해서.

자칫하다 사주를 빌미로 음란채팅을 하는 음란 채팅남으로 찍힐 가능성이 있다.

개) 저한테 재밌는 말씀을 하셔야 해요?

곰) 그래야 복채 받죠. 무료 아닌데요, 이것도 상담료 받아야 해서.

다른 제안을 할 것이다.

상대는 주거운이 있고 경계심이 강해서 집에서 나오는 일에 섣불리 응하지 않는다.

개) 정말 사진으로는 안 될까요?

곰) 전면, 측면, 뒤통수, 전신, 다 필요한데 그런 사진을 주느니 차라리 오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개) 그렇게까지 필요하다고요?

곰) 네.

그냥 얼굴 한 번 보이는 게 차라리 나을 것이라고 하는 어필이다.

일단 외모나 행색을 보고 반쯤 때려 맞추고 들어가는 게 기본이라서.

가능한 한 얼굴을 보려 한다.

그러나 이걸, 들이대는 것으로 경계하는 여자들이 있어서.

그 경계심을 허물고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 관건인데.

그리 어렵지는 않다.

곰) 자 나머지는 저희 철학관에 오시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개) 여자분이세요?

곰) 남잡니다.

여기선 티를 안 낼 것이다.

경계심이 있는 게 눈에 보이지만, 경계를 안 한 척하겠지.

‘만날 거면 동성이었으면 좋겠다.’인 것이나.

이성이면 꺼려지지만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겠다는 속내가 엿보인다.

그러니까 온갖 쓸데없는 걱정을 다 해서 겁은 있으나, 계산은 된다.

감정이 있지만 컨트롤이 잘 되는 현실주의자라는 뜻이다.

그걸 티를 내면 안 된다는 것도 머릿속에 있다.

개) 그런데 왜 인터넷에서 사주 보고 계세요? 영업 안 하시고.

여기선 소설 쓰는 티를 한 번 내볼까.

곰) 1년 전에 자살을 암시하면서 인생을 한탄하는 사주 명식이 올라왔습니다. 그걸 보고 나름 살아보라고 응원의 댓글을 달았는데 그저 낚시였는지, 소식이 없더군요.

개) 아아, 그랬구나.

곰) 그래도 그 사람이 혹시 소식을 전할까, 간혹 그 소식을 들으려 찾아가고 있습니다.

개) 사주만으로는 안 되는 거예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어설프게 기본 사주 지식은 주워들은 것이 있긴 한 모양.

곰) 즉각적인 피드백인 겁니다. 특히 외모는요. 미인 사주임을 확인해야만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이 있고 그게 진실성이 있습니다.

개) 제가 정말 미인일 거라고 생각하세요?

곰) 그건 뵙고 제 입꼬리가 어디까지 말려가는지 보면 확인하실 수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드디어 초성이 나온다.

초성을 묘하게 자제하더군.

여자들 거의 초성을 달고 산다.

이모티콘도 달고 사는데, 이모티콘이 나오려면 정말 친해야 하고.

초성 정도는 모르는 사람을 만났어도 재미있으면 친다.

그놈의 키읔 자가 몇 개가 들어갔느냐에 따라서 기분도 짐작해야 하는 세태가 아닌가.

그럼에도 초성을 자제한다?

초성 자제하는 것과 내 사주와 같으니까 느낌 오는 것이 있다.

언어 관련한 사람이다.

개) 아, 진짜. 그럼 저 갈게요. 근데 카페 같은 데서 보시면 안 될까요?

세상 참 별의별 걱정을 다 하는구먼.

근데 나도 오픈톡으로 사주 모객할 때, 유독 적극적인 여자분을 만나면 두려워서 그리했다.

단 둘이 있는 곳에서 보자느니 하는 경우.

왜냐고 물으니까, 자기 이야기 새어 나가는 거 싫다나?

신음 소리가 새어 나가기 싫은 것이었지만.

곰) 저 애인 있습니다. 고로 영업장으로 오십시오.

개) 그게 왜 그렇게 대나요.

개) 되나요?

이건 본질적인 오타구나, 말하고 싶은 대로 쓴.

그걸 굳이 정정까지 할 필요는…….

곰) 일터에서 뵈면 일로 만난 사이지만 카페에서 보면 사적으로 만난 사이로도 보일 수 있으니까요.

이미 거의 다 넘어온 것 같지만 내가 더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한마디 더 넌지시 떠봤다.

상대는 상상력이 좋고 냉정한 편일 것이다.

여기선 비판 의식이 먼저 들 것이나, 그걸 감췄을 것이다.

곰) 물론 애인 있다고 안 들이대겠나? 흑심 안 품겠나? 의구심은 드시겠지만 제 여친은 미인 중의 미인 사주를 찾아 만난 거라서 괜찮습니다.

다시 초성이 가득 찬다.

* * *

진짜 오네.

김예빈, 29세. 나와 태어난 생년월일시가 같은 사주의 여성이다.

잡티가 없는 피부 미인으로 꽤 동안으로 뿔테 안경을 썼는데 160 살짝 안 되어 보이는 키에 체구가 고만고만하다.

피부는 정말 하얗고, 작은 얼굴에 이목구비가 오밀조밀하여, 인상이 ‘꽤 귀엽네’를 불러일으킨다.

함지박만 하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

걸어 다니는 친구운 6레벨이잖아.

그리고 안산서 왔다. 멀리서도 왔네.

“봐요, 피부 좋잖아.”

“그런가요? 미인은 아닌 거잖아요?”

“그걸 왜 본인이 평가합니까?”

“예?”

“자신에 대한 평가는 본인이 하는 게 아닙니다? 타인이 하는 거지, 내가 미인이라면 미인인 겁니다.”

“아, 하…….”

“아니라는 평점은 다른 데 가서, 그것도 남성들한테 얻어 오십시오. 그게 객관적으로 낮으면 아니라고 인정할게요.”

“아하하하.”

자네가 미인 사주면 나도 미남 사주니까 미인이셔야 합니다.

…인 것이기도 하다만.

나랑 같은 사주인데 인생이 안 풀리고 있다면….

사주 강화술이 없어서인 것이겠다만.

그 근본은 자존감 결여도 아닌, 그저 ‘겁’이다.

자존감은 넘친다.

단지 내 것엔 분명한 장점이 있지만 그걸 인정받지 못해 가진 두려움.

누군가의 ‘네 결과물은 좋았다.’ 그 응원 한마디가 시작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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