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16화 (116/211)
  • #116. 서울 분점.

    설 회장이 변명했다.

    “이건 제 뜻은 아닙니다. 며느리 뜻이에요.”

    “둘째나 시집보내라, 그게 말이죠?”

    “나는 선생이 상당한 기린아라 여기고 있습니다. 사람을 파악하는 능력, 정보를 취합하는 능력, 거기다 기략과 당당함까지 있으며 심지어 뭔가 운도 따라 주는 것 같아요.”

    “과찬이십니다.”

    “머리가 비상한 겁니다. 아랍어까지 유창한 인재일 줄이야.”

    “왜 이렇게 띄워 주십니까. 이렇게 띄워 주면 반전을 주는 게 효과가 큰데?”

    내가 써먹는 칭찬 속에 독이 있는 화법을 쓰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아끼는 장손녀보다 능력이 뛰어난 겁니다.”

    그런데 이번엔 칭찬이 이어진다.

    “은겸 양만큼의 학력도, 미모도, 자신감도 없습니다.”

    “외모도 이 정도면 제 젊었을 적을 보는 것 같군요.”

    이거 놀려 달라는 거지?

    할배들한테는 외모 칭찬이 잘 안 먹힌다.

    할매들에겐 그래도 먹히는 편인데.

    한창 젊은 놈이 할배한테 잘생겼다, 잘생기셨겠다 하면?

    할배들은 ‘이놈이 사회생활은 잘하네’ 싶어는 하나 득점으로 여기진 않는다.

    젊은이가 늙은이한테 하는 모든 칭찬은 기만과 아부에 불과하니까.

    “아 물론 가문의 식솔들을 보면 정말 왕년에는 날리셨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들 선남선녀예요.”

    “어쩐 일로 늙었다 타박을 안 하네요?”

    그러니 돌려서 말해야지, ‘유전자가 좋으시다’ 정도로.

    자식 칭찬, 손녀 칭찬으로 우회하는 게 정석이다.

    “민망한 말씀을 하게 했으니, 띄워 드려야죠. 그걸 약점 잡아 놀리거나 자꾸 비하하면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참 나 이거, 능구렁이를 몇 마리를 삶아 먹은 건지. 원.”

    "칭찬 감사합니다."

    “그리고 배움은, 실질적인 배움이 중요하지요. 은겸이는 실기나 입학사정관인가 뭔가로도 갈 수 있는 대학이었어요.”

    사주강화술 덕이다.

    그게 없었다면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았다.

    “어 순수한 칭찬이라고 믿을게요.”

    “그렇지만 이건 내 생각일 뿐이지요.”

    “그 생각은 돈으로 관철시킬 수 있으시지 않습니까. 가능하신 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설 회장은 돈으로 내 이미지를 젊은 교양서 작가로 어느 정도 변모시켜 줬다.

    그냥 무식하게 구매하기로.

    “것과 별개로 선생을 이렇게 자주 본 사람이 아니면 그렇게 느끼질 못하는 경우는 있을 겁니다.”

    “그럼요. 사람을 깊게 아는 것은 가족이나 되어야 가능합니다. 아니, 가족이어도 모릅니다.”

    “선생은 그렇게 사람을 깊게 아는 것이 가능한 사람이더군요.”

    “아유 그만 칭찬하세요, 그냥 찍은 겁니다. 자식 두고 유학이 일반론이 아니라서요.”

    설정환이 의심받던 혼외자였다가 30년 만에 아니었음이 밝혀졌던 것을 맞추자 칭찬이 과해졌다.

    사주에 이 사람 친자다, 친자 아니다 이런 게 안 나오는 건 아닌데.

    안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막장 부모를 만난 사주 중에 그게 계부, 계모인 경우가 있는 편이나.

    내 새끼여도 막장부모 많다.

    좋은 부모를 만나는 것도 복이지···.

    “선생이 잘 봤습니다. 세간이나 딸들은 왜 이렇게 며느리한테 그리 잡혀 살 듯이 그러느냐 그래요.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냐면서 비꼬고.”

    “아,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설양훈이 내게 해 주겠다고 한 것 중에 진행이 안 되는 사안이 하나 있다.

    조건부가 살벌한 것이라 쉽게 진행이 당연히 안 되는 것이기는 한데.

    가능하면 달성해야지.

    세상에 몇 남지 않은 귀한 출셋길이다.

    사주강화술의 개연성에 가장 부합하기도 하지.

    강화술을 올린다고 돈이나 건물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는 않는다.

    현재 하는 행동에 맞서 그 뭔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나한테 주는 것이다.

    그러니 설 회장 패는 쉽게 접을 수가 없다.

    문제는 이걸 잘 키워 놓은 큰 딸이 아니라 자꾸 작은 딸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있는 것.

    설양훈의 며느리 언급은 그러니까.

    ‘나는 아들한테 진 빚이 많아서 며느리한테도 차마 강요는 못 한다. 그러니, 며느리 설득은 네가 해 봐라.’

    이 뜻이다.

    영감이 꽁꽁 감춘 콤플렉스를 알아서 나도 쥘 수 있는 게 많으나.

    영감도 그 콤플렉스를 통해 오히려 수를 둘 줄 아는 고수다.

    “아 참 그나저나 또 한 번 출국을 할 것 같은데.”

    참 유유자적한 삶인데 나이가 들어서 막 부럽진 않다.

    설양훈 회장 같은 삶을 좀 더 젊을 때 향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 예, 괜찮죠. 다니세요.”

    “계룡선사가 서쪽이 불리하다고 하던데.”

    “서쪽이면 유럽인데 괜찮았지 않습니까? 저는 오히려 남쪽이 그다지 좋지 않겠거니 싶어요.”

    “이게 갈리네요? 서쪽이면 쇠기, 남쪽이면 화기 아닙니까?”

    “어 그냥 어르신이 방한대책은 잘하고 다니는데, 방열대책을 하고 다니시는 건 본 적이 없어서 걱정합니다. 지금도 에어컨은 켜고 긴팔 입고 계시네요.”

    방향론은 딱히 잘 들어맞는다고 보지는 않는다. 동쪽에서 귀인이 온다 뭐 이런 거.

    그래도 재미로 봐 달라는 것 같아서 간략히 말해 줬다.

    * * *

    설유겸이 성북동 저택 앞에서 여자애 한 명을 발견하더니 차를 급 멈춘다.

    비상깜박이 눌러야 하는 건가 싶어서 슬쩍 켰다.

    주차를 안 했거든.

    “아, 그, 차 차로 쫓아가야 되나?”

    “누군데요.”

    “그, 그 이 집 전 주인집 딸이오.”

    “아, 아하 여기가 거긴가 보구나.”

    “아세요?”

    짐작하는 저택이 딱 하나 있다.

    스카이피아 후계자는 설윤환으로 점찍어져 있었다.

    능력이 아주 좋다는 평가는 아니지만 무난했고, 어쨌건 형이 배제되어 있어서.

    설양훈은 설윤환을 서울권에 보내고 주요 정치인사나 재벌가와 교류시켰다.

    그 움직임 중 하나가 서울본사 설립 등의 서울진출이고.

    그 서울진출을 해야 하는 설윤환의 저택은 당연하게도 서울에 있었다.

    거기서 대전세종으로의 회귀를 택한 설정환의 안목이 빛났다.

    “설윤환 씨 살던 집인가 보네요.”

    “네 작은아빠 살던 집이오.”

    “아, 그러면.”

    더워 죽겠지만 달린다.

    그리고 금방 따라잡았다.

    뒤이어 설유겸이 헥헥거리면서 달려온다.

    달려오기엔 샌들이라 아파 보였는데 여학생도 샌들이다.

    샌들 신고 달리긴 아프지.

    “해나지? 왜 도망가? 나야 유겸 언니.”

    “······.”

    “아저씨 잠시만요. 저희 이야기 좀 해도 될까요.”

    “집 보고 있죠.”

    유겸이가 해나라는 여자애를 붙들었는데, 집을 보고 있겠다는 말에 저 여자애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다.

    퇴거된 원주민인가.

    안 들어도 대충 스토리가 나온다.

    오래되어 보이는 메이커의 샌들과, 오픈마켓에서 본 것 같은 옷들.

    발은 어릴 때 다 컸나 보다. 여자애들은 일찍 크지.

    설유겸과 비교해 보면 간단하다.

    여름 의류 시장은 천이 많이 안 들어가서 저렴하기는 하나.

    그래도 백화점에서 사서 깔맞춤한 것 같은 사람과 차이가 난다.

    설유겸과, 설해나로 추측되는 여학생은 복장은 교복마냥 티에 짧은 반바지로 같은데, 한 마디로 때깔이 다르다.

    부자와 몰락부자 같은 느낌.

    “사촌 맞죠?”

    “네, 사촌 동생이네요.”

    “뭐 서울에서는 살고 있는 모양이네요, 망해도 3년은 가야지. 옛날 살던 집 그리워서 왔대요?”

    “아, 서울에는 아직 살고 있다는데···. 어떻게 알아요?”

    “여학생 혼자 예까지 왔다면 아주 멀리서 온 건 아니겠죠.”

    그치만 지방 살던 서민 입장에서 여전히 서울, 수도권에는 살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동정까진 안 하고 싶다.

    학생이 혼자서 오려면 최소 지하철로는 통하는 거리일 테고.

    주거운 7~9레벨 업적을 물려받은 사람들이다.

    나는 설 회장이 서울 집 준다니까 충성심 뿜뿜하고 있구만.

    저들은 그냥 서울에 머물 권리를 갖고 태어난 것.

    서울 집 팔고 지방으로 내려간다면 저런 대저택까진 아니어도 방구깨나 뀌고 살 수 있을 것인데 그러진 않겠지.

    “몰랐네요.”

    “뭘 말씀하시나요.”

    “저희 아버지 돌아가신 것도 작은아빠가 감옥 간 것도 모르네요. 하기야, 안 왔죠. 장례식에도.”

    “그리고 원망이 있죠?”

    “네···.”

    “뭐 본디 아버지 없는 집안은 풍족할 수 없고, 풍족하지 못한 집안에 화목함이 어릴 수 없으며 그 집 아이에게 웃음이 있을 리 없습니다.”

    “···말 진짜 잘하셔.”

    그래도 영감 잔인하긴 하네.

    아마 줬던 거 거의 다 뺏고 철저히 파멸시킨 거 같은데, 살던 집에서도 내쫓았나 보다.

    그렇다면 차지하는 건 몰락한 적대세력이라지만 너무 크게 원한을 심어 줄 수도 있겠다.

    “이 집은 유겸양이 팔아서 돈으로 쓰는 게 좋을 거 같네요. 살기엔 너무 크네요.”

    “어, 언니랑 아저씨 사는 집··· 아니에요?”

    정확히는 유겸이 주되, 유겸이랑 잘해 볼 거면 ‘내가 갖고 같이 살아라’라고 한 집구석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하긴 그렇고.

    “한창일 남녀는 공간이 너무 넓으면 멀어집니다. 은겸이나 나나 서로 각기의 영역이 놓이면 그 영역 속에서의 활동에 몰두할 사람들이라.”

    “아 언니 그거 좀 있어요. 영역 치는 거.”

    “언니 사주를 한두 번 본 게 아니니까.”

    “그래서 시집가기 진~짜 힘들겠다 했는데.”

    “대신 깨고 들어가면 무조건 내 편이죠.”

    “깨고 들어갔나 봐요? 와 전혀 상상이 안 가네. 어떻게요?”

    “남녀니까.”

    “우와아아, 남녀만 할 수 있는 거?”

    “엉큼하긴.”

    놀리니까 설유겸이 발끈한다.

    “한 사람이 더 엉큼하다아.”

    집구경을 얼추 마치고 나오니 주거운 포인트가 오른다.

    1차적 목표가 주거운 11레벨이다.

    이자, 주식, 지대 등 놀아도 거둬 먹는 소득을 받을 권리가 백작급 영주가 세금을 거두는 정도로 되는 운을 주거운 11레벨로 칭한다.

    아부 탈리브 센터에서 나오는 이자 소득 정도면 그 이상인 공작급 영주가 세금 거두는 급인 12레벨은 가능할 것이다.

    이어 북촌에 갔다.

    북촌에 전통문화 전시관으로 쓰던 개조가 된 한옥이 한 채 있다.

    “신축인데 동네에 꽤 어울리네.”

    나한테 적합한 물건이라더니.

    기생충에나 나올 법한 대저택도 좋지만, 그건 자식도 여럿 있고 개도 키우고 가정부도 둬야 할 거 같고.

    제법이 아니라 상당히 마음에 든다.

    역술인이면 한옥살이 해야지.

    소녀보살의 집 명승당보다 넓고 방도 많다.

    그리고 전시관으로 쓰던 곳이라 그런지 사업용으로 사용도 가능할 것 같다.

    전시관 이전에는 한옥스테이로 썼다니까.

    숙박업을 돌리면 주거운이 빠르게 차오른다.

    “유겸 씨.”

    “네?”

    “혹시 뭐 숙박업 해 볼 생각 없나요?”

    “···네에?”

    “어머니와의 관계가 고민이죠.”

    “뭐 그렇게까지 고민은 아니에요. 저를 주로 나무라시지만, 저만 나무라시는 건 아니니까.”

    “어 제가 아는 사주 비전에 의하면요.”

    “어, 네.”

    “누군가에게 잠자리를 마련해 주고 내 집에 놓고 보살피는 일을 하면 그것에서 어머니의 심정을 깨닫게 되어 어머니와의 운이 크게 발전한다고 하네요.”

    “변태에.”

    “···어째서? 아니 그 잠자리 말고.”

    나는 감동 주려고 한 말인데, 졸지에 변태로 날아오네.

    엉큼하다 드립에 앙금이 있었군.

    이건 설 회장한테 연락만 하면 명의를 이전해 준다고 약속받았다.

    왜인지 알 것 같은 인테리어다.

    “괜찮은데?”

    숙박업, 사주업, 한정식 식당 다 가능할 거 같은 집구석이다.

    대전 명승철학관에서는 장사가 잘 안 됐다.

    일단 입소문을 잘 안 내는 남성 직장인 집단, 여성 화류계 집단만 찾기 편한 철학관이라는 것도 있고.

    주요 원인이라 생각되는 계룡선사 문하 계룡산 카르텔이 대전에 공고해서 비집고 들어가기가 어렵다.

    그나마 오히려 사주철학관을 잘 안 찾는 남성 직장인층에 알음알음 이야기가 퍼져서 적자는 안 날 정도로 장사한 편이다.

    이들은 영향을 안 받으니까.

    다만 딱히 영업 훼방을 놓거나 도장깨기마냥 도전하는 경우는 없어서 그냥 카르텔이 강력하구나 하고 있다.

    지금도 서로 좋은 말만 하고 나는 ‘그 양반 말씀도 옳다.’ 이런 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니까.

    설양훈 회장이 짱짱하게 중재하고 있고.

    돈은 사업 수익보다 나한테 고문료로 주는 게 훨씬 많아서 다투진 않고 있다.

    권력과 돈까지 쥐고 있는 중재자가 있으니 서로 티격태격 댈 수가 있나.

    안 싸우는 게 이득이니까. 안 부딪히고, 계룡선사도 그리 생각하는 모양.

    그 정도 모자란 사람은 아니라 더 만만치가 않다.

    계룡선사 같은 배워서 논리적인 사람의 기를 꺾으려면 승부내기나, 막무가내 돌격력이 강한 사람이 필요하다.

    대신 싸울 용병, 고교 검정고시는 붙었으려나?

    “유겸···. 어.”

    설유겸은 차 몰고 돌아다니는 게 힘들었는지 대청마루에 누워 잠들어 있다.

    자게 냅뒀다.

    운전하느라 고생했겠다.

    재수 거의 포기한 거 같던데.

    그럼 집구석에만 있다가 늘어지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집에서 욕 먹고.

    뭔가 그려지는 광경이다.

    근데 언제까지 자는 거야?

    험하게 자네 이불 없는데.

    “아, 예, 예, 내일도 되세요? 아, 네. 그럼 내일 제가 본사로 아 3층 편집국실이오? 알겠습니다.”

    온 김에 용건 한 번에 처리하는 습관이 있어, 시간 늦을까 미리 전화해 놨다.

    그리고 설유겸한테는 전화가 왔는데, 엄마 전화다.

    엄마한테 하트 붙여 놨네.

    “저기요, 일어나세요. 유겸 씨.”

    엄마 전화에도 안 일어나길래 깨웠다.

    대청마루에서 울리는 진동인데 그걸 안 깨나?

    그냥 안 일어나고 싶었던 거 같기도.

    "으아, 몇 시예요?"

    "7시 넘었는데."

    “어, 그러면 엄마 오겠다.”

    “여길 어떻게 알고요?”

    “아동위치추적앱 깔아 놨지이.”

    “아동위치추적앱이라굽쇼?”

    설유겸을 흘겨봤다.

    ···아동이야?

    “아, 휴대폰 버리고 싶다.”

    “성인 아냐?”

    “통금 8시랍니다!”

    그게 이렇게 깨발랄할 일이야?

    “은겸이는 안 그러던데···.”

    “대학가면 풀어 준다고 그랬고요, 언닌 아빠가 막아 줬지롱.”

    아, 이게 이런 식으로 발휘되는구나.

    왜 이런 미인 자매가 애인들이 없었다고 난리 치는지 알 것도 같다.

    20대의 외모가 어느 정도 되는 여성의 애인 없었다, 남친 없었다는 말이나 그런 사주는 일단 안 맞는다고 판단한다.

    시집 못 갈 팔자라고 사주가 나와도 그 나이 대엔 외모만 되면 연애 거의 다 한다.

    그런데 설은겸마냥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눈이 겁나게 높거나.

    집구석의 단속이 너무 심하거나.

    ‘자취하는 여자’가 이상형으로 꼽히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이기도 할 것이다.

    특히 유겸이 같은 경우는 애교가 가득해서 애욕을 드러내는 스타일인데도 안 꼬인 건.

    아···. 그렇구나 싶다.

    “살벌한데요.”

    “아녜요, 그거 말곤 진짜 좋은 엄마예요. 우리 엄마 같은 사람 없어요.”

    “세뇌된 거 아냐?!”

    “으헤헤헤. 아니거드은.”

    설유겸은 양 볼에 손을 대고 이지러지는 듯 웃는데, 뭉크의 절규가 연상된다.

    아줌마들의 아들 집착과 딸 집착은 다르다.

    아들 집착은 아들에게 뭔가 기대치가 있어 하는 집착이나 통제하기가 어렵다.

    아들놈들은 엄마들이 남자인 자식의 행동 패턴이 예측 불가능해서 효과적인 규제를 가할 수가 없다.

    민혁이 어머니처럼 동정심 유발과 죽네 마네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써야 간신히 관심 조금 끄는 정도.

    반면, 딸 집착은 딸이 자신의 젊을 적 행동 패턴이 고스란히 보이므로 통제를 가하기 쉽다.

    아줌마들 사주 보면서 자식운 관련 이야기하면 아들딸 둘 다 까지만 딸을 까는 게 더 찰지다.

    “아, 오셨다.”

    좀 부담스러워서 자리를 피하려고 했는데.

    운이 이끄는 것 같다면 만나야겠다.

    언제까지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유겸이 너 저녁 시간이 다 됐는데 어머?"

    “아··· 엄마. 막내는?”

    일단 설유겸의 말 돌리는 화법이 인상 깊다.

    추궁받기 전에 질문부터 던지기.

    “누구시니?”

    구예련, 설씨가 맏며느리.

    회장님 사모님으로 소일하다가 근래엔 교육, 예술문화재단 같은 쪽 일도 맡아 하시고.

    연예게 복귀도 노리고 있으신 전직 미스코리아 출신.

    아직 50이 안 되셨고, 미스코리아 사진 때 본 사자머리와 강한 화장의 인상이···.

    그저 화장은 아니었다.

    아름다우시나 서양인 같은 짙은 이목구비가 먼저 눈에 띈다.

    세 보이지만.

    구워 삶아야 할 과제가 있다.

    설유겸은 대뜸 외친다.

    “남자친구!”

    “언제부터? 너 아예···.”

    “언니의!”

    그걸 먼저 붙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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