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14화 (114/211)
  • #114. 세 번째 편지.

    ‘종교운은 저도 만렙이 아니라서, 흠. 이건 사실 그 레벨에 도달했다고 하신 분들은 죽어서도 사상이 살아남아 숨쉰다는 것을 설명한 건데 진짜일 수도 있겠네요.’

    ‘아 그러니까, 몸의 죽음이 죽음이 아닌 것이다. 그거인 거죠?’

    ‘안 찍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될 겁니다.’

    종교운 관련해서는 속 시원하게 풀리는 것은 없었다.

    물론 조절해서 안 올리면 되는 거니까 상관없다.

    11레벨에서 유지하고 12레벨은 절대 안 올리는 걸로.

    갑작스럽게 비급으로는 오를 수 있지만, 퀘스트 안내는 명승 선생님이 안내해 줘서 그 퀘스트 안 하면 된다.

    퀘스트 안내 지침을 잠시 살펴보았다.

    <여자운 퀘스트>

    여성이 90퍼 이상인 직장, 혹은 학교에서 청일점으로 살아남으십시오.

    1년여간 버티면 가능합니다.

    특) 당신이 여장을 하고 그들을 속인다면, 여성 100퍼인 금남의 구역에서 60일간 살아남아도 가능합니다.

    여자운 LV1을 상승시킵니다.

    퀘스트 수령 조건, 여장 혹은 여초 직장 취업.

    “와, 이건 어렵다. 하고 싶지도 않고.”

    성관계를 1000번 하는 게 낫겠다 싶은 난이도다.

    <주거운 퀘스트>

    집을 직접 짓거나, 건설 현장의 총괄자가 되어 진두지휘합니다. 지은 집의 기준은 법적으로 주택임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주거운 LV1을 상승시킵니다.

    퀘스트 수령 조건, 건설 현장 종사.

    “어, 이건 괜찮네.”

    주거운은 괜찮아 보인다. 당장 땅을 하나 사서 해 볼까 싶은 생각도 들고.

    한 번 건설 현장 주관 맡겨 봐 달라고 해도 된다.

    학위운 아껴 둔 거 있으니까 건설 관련 올릴까?

    <친구운 퀘스트>

    성관계를 한 이성에게 사랑을 말하지 않고 친분을 10년간 유지시키십시오.

    혹은 성관계를 한 이성임에도 결혼식에 부르고 결혼 향후 3년간 친구 관계를 유지시키십시오.

    친구운 LV1을 상승시킵니다.

    퀘스트 수령 조건, 친구라면서 사고치기, 혹은 성관계를 했음에도 연인으로 발전하지 못하기.

    “미친···.”

    이건 가히 헬난이도다.

    동성 친구는 친구운 레벨이 낮아도 만들 수 있는데.

    그 이상의 사람들을 친구로 만드는 게 난관이 많다.

    나이 많은 사람, 나이 적은 사람, 이성 등은 운이 친구로 적용이 안 되므로 친구 삼기가 어렵다.

    <아버지운 퀘스트>

    아버지가 되십시오.

    아버지 운을 LV1 상승시킵니다.

    퀘스트 수령 조건, 아내의 임신.

    쉬운데 쉽지 않은 것 같은 아버지운 퀘스트다.

    <근로소득운 퀘스트>

    구걸만으로 하루 소득 500달러 이상을 달성하십시오.

    근로소득 운을 LV1 상승시킵니다.

    퀘스트 수령 조건, 남의 음식 한 입 빼앗아 먹고 욕 먹기.

    “거지행···.”

    횡재운은 우연찮게 얻은 <대연회>가 있어서 조만간 백만 달러급 수지를 여러 차례 맞는 수십억 부자로 거듭날 수 있다.

    종교운도 <성지순례>가 한 곳 남았고.

    가만, 그러면 명승 선생님은 여장, 집짓기, 친구라면서 음식 빼앗아 먹기, 여사친과 사고 치기.

    다 해 봤다는 이야기야?

    명승 선생님 취향이 심히 의심스러워졌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여자운은···. 여초 직장 취업인 거겠지? 그렇게 믿겠다.

    * * *

    “여기요.”

    “어 정말 고맙습니다.”

    설혜영에게 부탁했던 자료가 도착했다.

    뭐 자료랄 것도 아니고, 그냥 둘째 오빠 설윤환의 사주.

    그리고 지금껏 얼굴 본 적 없는 설씨가 두 자매 설재영과 설윤영의 생년월일시 등등이다.

    “으흐음, 제가 고맙죠.”

    “왜···? 아아.”

    뭐 아직 꽂아 준 것도 없는데 고맙다고 하기에 뭘 잘했지?

    생각해 보다가 아버지 설 회장한테 좋게 말해 준 것이 있었다.

    * * *

    “만 39세 여성, 한국 나이 41살. 이혼녀일 가능성이 높은 사주, 막내 따님 사주군요. 어, 근데 행적을 다 아는데요.”

    “사주를 보면 다 티가 나나 봐요?”

    “뭐 그런 셈이죠.”

    “계룡선사는 새 사람을 찾아주는 게 좋겠다고 말해서 말이지요.”

    설혜영의 사주를 드디어 입수했다.

    이 집안은 한 번에 사주를 얻기가 쉽지 않단 말이지.

    “물을 진짜 좋아하네요.”

    사주가 짐작한 그대로다.

    “어떻습니까, 재가시킬 수 있겠습니까.”

    재가라, 다시 시집보내겠다는 이야기인데.

    이건 사주상으로는 계룡선사처럼 말을 해도 되겠지만···.

    * * *

    “결혼 강요하지 말라고 한 것은 그것 때문인가요?”

    설 회장의 설혜영의 재혼 추진을 일단 반대했다.

    그러자 설혜영은 그걸 듣고는 고마워하는 듯하다.

    “이상하게 아버지가 이 도사님 말은 믿는단 말야.”

    “사주상으로는 다시 결혼하는 게 낫긴 합니다.”

    “그래요?”

    “근데···.”

    “근데?”

    “어찌됐건 결혼생활에 회의도 느끼고, 이제 막 이혼하신 분한테 정략혼일 결혼을 권하기는 좀 그렇죠.”

    설혜영은 싱긋 웃는다.

    주름이 슬슬 보일 나이임에도 잡히는 게 없군.

    “왜 그러셨죠? 판단하신 바가 있을 거 아녜요?”

    “음, 고전사주학과 제가 생각하는 사주학의 충돌이죠.”

    “어떻게?”

    많은 남자를 차지하는 여왕사주야 분명 있다.

    그냥 아리따운 여자는 많은 남자가 어떻게든 달려들게 되어 있는데.

    여자가 가문과 재산이 빵빵하고 성적 욕망도 있다면 그 많은 남자를 콘트롤하는 여왕의 격이 된다.

    다만 고전사주학에서는 그런 여인을 보는 시선이 나빴고.

    나나 계룡선사나 지금도 그런 사회적 시선이 좋을 것이라 여기지는 않으므로.

    ‘새 남편으로 위장을 하거나 그 남편으로 견뎌 보라.’

    라고 진단을 하는 것인데.

    “욕망이 강하니 어떻게든 남편을 붙여 놓아야, 구설이 없다는 판단에서는 저도 계룡선사님과 동일합니다만···.”

    “그랬어요?”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과하면, 더 많이 사랑받아야죠. 그러나 한 사람이 주는 사랑의 총량은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그걸 받는 그릇이 큰데 한 사람에게만 사랑받으라는 것도 저는 이해 못 하겠네요.”

    거기서 나는 ‘뭐 어때? 한 번 사는 삶 본성대로 살아야지.’가 우선이라, 틀었다.

    여러 짝과 관계하고 싶은 건 생물적 본능이다.

    육체가 고강하고 생식력이 좋을수록 더욱 그렇다.

    그걸 굳이 사회적 시선에 맞춰 깎아내려야 하나.

    혼인 상태도 아니고.

    돈 없는 여성이었으면 아마 계룡선사와 같은 말을 했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구설이라 해 봐야 뒷이야기고 돈 많은 사람이라 대놓고 비판도 못 한다.

    부부관계에 참견하고 그걸 알았다고 떠드는 자가 문란한 자보다 더 진상이다.

    설혜영은 어깨를 들썩이며 씰룩인다.

    “제 사주가 어떤데요? 뭐 몇 번 듣긴 들었지만.”

    “아 몇 번 들었으면 그냥 필터 없이 말해도 돼요?”

    “필터 없이?”

    “필터를 하고 말하면 그 전에 몇 번 들은 사주랑 다를 게 없으니까 재미가 없거든요.”

    “네, 그럼 그냥 필터 없이 말해 줘요.”

    “뭐 은근 좋아하실 거니까, 말씀드리죠.”

    “궁금하네요.”

    사주 몇 번 봤다, 그럴 만도 하다 계룡선사도 있고.

    사주를 알면서 묻는 사람들, 한 번 보고 또 묻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평범하게 감평해 주면 다 알았다는 양 시큰둥해한다.

    안 봐도 비디오다 싶은 감정을 갖고 사주를 묻는 자들인데.

    이런 이들한테는 특효약이 있다.

    그 특효약은, 어그로다.

    “번식왕인데요.”

    “······야, 너 까분다? 어른이야.”

    “저도 애는 아닌데요.”

    “그 뭐 은겸이랑 비슷할···. 아, 아닌가?”

    내 나이 파악은 제대로 안 된 모양이다.

    언제 한 번 이 아줌마한텐 띠동갑 수준이라고 말을 했던 것도 같은데.

    나도 기억이 안 나고, 설혜영도 기억이 안 나는 모양.

    “아무튼 생식왕, 번식왕입니다. 몸이 탄탄한 강철로 났는데 그게 바다 한가운데에 둥둥 떠 있어요.”

    “그래서?”

    “배 같다는 말이죠. 배엔 주로 누가 탑니까? 예로부터 남자들이 탑니다.”

    “그래서 수영선수 했었잖아? 그렇게는 해석이 안 돼요? 그렇게들 말씀하시던데.”

    “그렇죠. 그러니까.”

    “수영선수는 다 번식왕이야?”

    “물 친화고, 물은 비뇨, 생식기를 뜻하니 사주상 그렇습니다?”

    졸지에 다 번식왕 만들었는데, 남성에 한해서는 맞는 말이다.

    운동선수 남성은 몹시 강한 사람들인데.

    필연적으로 노출이 필요한 종목인 수영에선 말 못 할 정도로 더욱 그렇다.

    세계 각국엔 목욕, 온천 문화가 있는 동네가 있는데 그런 곳은 죄다 남녀가 성적인 접촉이 많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바로 대전 명승철학관이 있는 유성온천만 해도 온천관광지구인데 유흥업소가 한둘이 아니네?

    여자도 아마 그 말대로일 것 같은데, 여자가 아니라 확언은 못 하겠다.

    ‘충격! 선수촌 르포’ 하면서 여성 수영선수들 취재해서 누구 방 들어갔다.

    ‘아 그 남자선수는 정말 딱따구리 같았어요. 죽지 않는.’

    이런 건 한국에서 하면 매달려 죽을 테니, 자료가 없다.

    “나 참 어이없네. 뭐 어떻게 번식왕인데?”

    “설혜영 씨의 내재된 본능에는 양수에서 헤엄치던 게 좋았던 것이 있어요. 모두 벗은 몸으로 말이죠. 그때의 아주 미력한 기억이 물속에서의 활동하는 적성을 마련해 준 겁니다.”

    “어, 어머?”

    이건 개소리다.

    태아가 물에 익숙하므로 뭐 수중분만을 한다거나.

    아이 때부터 수영을 시키면 잘한다거나 등등의 속설을 듣고.

    수영선수였던 설혜영한테 가져다 붙인 거다.

    “그러면 뭐냐, 내 새끼들 그 양수 속에서 헤엄치게 하고픈 마음도 있는 겁니다. 좋은 사람한테 좋은 거 해 주고 싶잖아요. 재밌는 거 그쵸?”

    “아, 그런 거예요?”

    누가 내 새끼 양수에서 헤엄치게 하고 싶어서 임신을 해.

    궤변인데 속고 있네.

    “뭐 곱게 말하면 사주 자체가 물에 젖어 있는 탄탄한 육체의 사람을 말하고요. 설혜영 님의 사주에서의 물은 표현의 운이거든요.”

    “그래서요?”

    “그러니까 물로 표현을 한다는 것이죠. 물로 표현을 하는 직업에는 바텐더, 바리스타, 국밥집 아줌마 등등도 있고 수영, 수구, 목욕관리사 등등도 발견됩니다만.”

    “···만?”

    “마치 담벼락에 오줌 갈겨서 그림을 그려 놓는 어린아이 느낌도 나는군요. 육체는 주로 물로 배설을 합니다?”

    “뭘 배설하죠. 진짜 엉큼하시네···.”

    내가 보기엔 ‘음란함, 배설’의 상징인 물이 ‘표현과 활동’의 운에 든 사람이 더 엉큼할 거 같은데.

    “뭔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양수가 터지는 일이 잦다고 표현을 하는 건데. 즉 아이를 많이 가진다. 그 뜻이죠.”

    “그, 그래요? 뭐 둘밖에 안 낳았는데?”

    “그럼 다른 게 터지나 봐요.”

    “야···.”

    뭔 상상을 하셨길래?

    “다만 물은 원래 스며들고 아래로 하강하는 성질이 있어서 표현의 운에 들었음에도 표현이 대놓고는 아니죠.”

    “뭔 소린데요?”

    “한마디로 밝히는 게, 은근~ 합니다. 암시 같은 걸로 먼저 남자가 먼저 들이대야 잠자리로 부르는 것이죠.”

    “역술인 아저씨, 지금 당신도 은근~ 하거든요? 처음 봤을 때 내가 그랬다고 너무 몰아가시는 거 같은데.”

    “아뇨, 이건 사주 따위가 아니라 명확한 근거가 있습니다.”

    “도대체 어디에?”

    설혜영도 삶의 행적으로 사주의 근거가 있다.

    “10살 어린 설민혁 군을 성적 괴롭힘을 하신 전력이 가장 많습니다. 거기에 관심이 무척 많···.”

    “야아아아아아아.”

    설민혁이 그래도 누나 드립 쳐서 겉으로만 미워한 척해서 그렇지, 죄질은 제일 나쁘다.

    설혜영은 소리를 빽 지르며 손을 내저었다.

    사람은 할 말이 없으면 원래 소리를 지르고 폭력을 휘두르지.

    이래서 지인 사주가 편하다, 진짜 가두고 패는 거 가능하니까.

    “아버지한텐 이렇게 말 안 했죠? 그쵸? 이게 뭐야.”

    “미친놈이에요? 딸 사주를 아버지 앞에서 이렇게 말하게. 회장님이 지팡이 가지고 있었으면 그걸로 죽도록 맞았겠네요.”

    설혜영은 난리 부르스를 추다가 그제야 조금 진정한다.

    “그래도 번식왕은 참 날 너무 이상하게 보는 것도 같고···.”

    “그럼 좋게 말씀드릴게요.”

    “예, 그래 주세요. 반드시요.”

    “앞서 말씀드렸죠.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클 뿐이라고.”

    “아, 그랬죠.”

    좋은 말은 까먹지 말지.

    “자식에게 기대를 품는 겁니다. 내가 준 만큼의 사랑이 돌아올 존재가 아닐까 하고요.”

    “그건 공감이 되네요.”

    안 돌아오는 게 문제겠지만.

    “그러므로 사랑해 줄 존재를 만들기 위해 사랑을 너무 받고 싶어하는 그런 여성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

    “사랑을 품고 싶은 여자, 받아도 받아도 받고 싶은 사랑을 하고픈 여자.”

    그 말에는 설혜영이 감탄한 듯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랬나 봐요. 그런 것도 같네요.”

    “뭐, 번식왕보다는 낫겠죠.”

    “그게 뭐야?! 훨씬 낫다.”

    그것이 사랑의 근원인 것을.

    포장이 번식이냐 사랑이냐에 따라 반응이 확 갈리는 것이 또 여인네들의 마음이겠다.

    “그래야 집중을 잘하죠. 비난 같은 말 한마디 들어야 발끈해서 제 말을 더 귀담아듣는 거니까.”

    “그래도···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맙네요. 말씀만 안 하시지 시선들이 안 좋은 건 느껴졌는데요.”

    “말 한마디일 뿐인데.”

    “그걸 뭐, 아버지한테도 말씀드려 주셨으니까.”

    놀리다가 수습해 준 걸로 대단히 고마워하니, 겸연쩍은데.

    하지만 겸연쩍은 건 잠시고.

    그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기다렸다.

    고맙다면 뭔가를 관철시켜야지.

    무료 사주에는 함정이 있다.

    인터넷 무료 사주에 보험사 광고 수신 동의가 들어 있듯이.

    “그렇게 고마우시면 제 소원 하나 들어주시겠어요?”

    “놀린 거에 의도가 있었구나? 무슨 소원이죠?”

    설혜영은 상황 조성만 해서 남자를 끌어들이지, 본인이 먼저 들이밀거나 그러진 않는다.

    먼저 말하지 않는 쪽이 받는 쪽이 된다는 것을 본질적으로 아는 것이다.

    사랑을 받아도 받아도 부족한 여인네의 특징이다.

    “누굴 면회 한 번 다녀오시겠어요?”

    “예, 아, 네, 누구를?”

    설혜영은 당황해한다.

    이 낚시 재밌다, 분위기 조성은 해 놓고 바른말 하기.

    “설윤환.”

    얼마 전, 설윤환의 세 번째 괴편지가 도착했다.

    나는 그 내용을 보여 주지는 않고 에둘러 설명했다.

    “아, 작은오빠가 편지를 자꾸 보낸다고요? 왜지.”

    “모르죠, 왜 저한테 보내는지. 그래서 알려 달라고 하는 건데.”

    “근데 작은오빠 면회 가면···. 이게 알려지는 순간 진짜로 아버지한테는.”

    나나 손녀 라인인 은겸이, 유겸이는 모르겠는데, 이 집안은 자식들이 하나같이 아버지를 두려워한다.

    “민혁이랑 친해졌다지 않았습니까.”

    “안 친하거든요.”

    “막상 그 녀석은 설혜영 씨가 자기만 유일하게 누나라고 했다고 그렇게 괴롭혔어도 싫어하진 않던데.”

    “참 나···. 에휴.”

    “미안하시긴 한 거죠?”

    “그러네요···.”

    설혜영은 몹시 착잡해한다.

    피해자가 오히려 먼저 손을 내민 것에서 시사점이 없다면 사람의 마음이 아니겠지.

    사람이 조금은 변한 것 같다.

    “즉, 설혜영 씨는 현재 우애의 명분을 손에 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작은오빠를 만나러 가도 그 행동이 이상하지 않습니다.”

    “흐으음, 뭐 면회 정도 가는 거야. 가지 말라고 하신 적도 없고. 알겠어요.”

    물론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정확히는 가장 쭉정이 플레이어를 보내는 것이다.

    설윤환의 이번 편지엔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가 형을 가만히 놔뒀을까요?’

    블러핑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그래도 설 회장이 설윤환을 넌덜머리 나게 싫어하므로 나나 그룹의 위로 올라갈 사람들을 보낼 수는 없다.

    끈 떨어진 죄수 둘째 아들 편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은 조심해야지.

    그러다 보니 대리인이 한 명 반드시 필요했는데···.

    설혜영은 여기서 ‘많은 사랑을 받고 싶은 여자.’가 아니라.

    대의와 꿈을 위해서 욕망을 감수하고 혼인동맹을 성립시키는 전략가의 모습을 보여 줬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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