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13화 (113/211)
  • #113. 판교의 돌진하는 트럭.

    허윤식은 이 메모를 받아 들고 물었다.

    “나라를 논하는 자리인데, 복채를 많이 드려야겠죠?”

    복채 안 받아도 된다.

    지금까지 또 뻔한 말 뻔한 소리를 했다.

    신기하게 한 개소리라고 해 봐야, 정치인들을 다섯 운의 분류로 나눈 것 정도다.

    저건 교양서에 넣을까 말까 하다가 안 넣은 것이다.

    한밭신문출판에서는 재밌다고 넣자고 한 건데 나는 뺐다.

    따로 정치관련서적을 내면 모를까.

    “어 그것도 좋지만, 저는 알고 싶은 게 따로 있습니다.”

    “알고 싶은 것이오?”

    “정보를 알고 싶습니다.”

    “말씀이 예사롭지가 않으시네. 정보요?”

    “전국신문이지 않습니까? 저는 신문방송사면 국정원 다음으로는 정보가 빠르게 돌아가겠거니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그렇게들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자랑할 처지는 아니겠다만.”

    김병용이 의아하다는 양 묻는다.

    “정보···? 니 뭐 그, 정찰총국이 니 모가지 따러 오는 거 걱정하나 그런 거 안 한다던데.”

    “북한 장교 전문 배우도 안 할 건데, 저따위를 그러겠다고요?”

    허윤식이 물었다.

    “그런데 정보라고 한다면, 여기 분들이 들어도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들어도 되는 사람들이 좀 있다.

    “예, 이 사람들이 들어도 상관없을 것 같아서 물어보는 겁니다.”

    “스카이피아 관련 질문이시군요.”

    “예리하신데요?”

    “스카이피아가 근래에 문제가 되는 건, 아무래도 재작년에 돌아가신 설정환 회장님일 겁니다.”

    “그렇지요.”

    “여기는 친구셨고, 여기는 동생이셨고.”

    “아 저쪽은. 악.”

    설민혁 발을 밟았다, 그걸 뭐 굳이.

    성사된 것도 아니고.

    “제가 듣기로는 스카피이아 설정환 회장님의 사망에 의혹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예에?”

    “뭐라고요?”

    “······.”

    나만 유일하게 짐작하고 있던 것이라, 대답하지 않았다.

    김병용이 더 놀라서 목소리를 죽이고 묻는다.

    “야가 심장이 약해가 그리, 되어 버린 게 아니란 말씀이십니까?”

    “모르는 분들이 꽤 있었네요. 이게 자세한 건 안 나와서 폐기한 것인데···.”

    허윤식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을 꺼냈다.

    * * *

    서울행에서는 서울은 아니지만 마지막으로 판교에 왔다.

    설마 여전히 명승 선생님이 트럭에서 시위하시나 싶었는데.

    하고 있다.

    유저간담회로 그럭저럭 합의를 본 것 같은데, 그럼에도 꿋꿋이 회사를 성토하며 이어 나가는 시위자가 몇 분 계신다고 했다.

    그분들 중에 한 명이 명승 선생님일 것이라 염치불구하고 트럭 운전사들을 찾아뵈었다.

    연락처 안 주시더라고.

    개중에 트럭 한 대가, 내부가 개조되어 컨테이너 박스 살림집처럼 생긴 것이 있었다.

    마치 트럭을 개조한 캠핑카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명승 선생님은 돈이 많으니까, 이런 개인 트럭을 동원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운전석에서 에어컨 틀고 모자 쓰고 주무시는 아저씨를 한 번 불러 봤다.

    “그 명승 선생님? 명승 선생님. 아, 죄송합니다.”

    느낌이 명승 선생님 같았는데, 생각보다 멀쑥하고 젊어 보여 돌아섰다.

    40대 초중반 같은 아저씨다.

    명승 선생은 이형탁 교수님과는 적어도 비슷한 연배여야 맞다.

    친구라고 했으니까.

    부스스하게 일어난 운전수는 날 보며 피식 웃었다.

    “접니다.”

    “예?”

    “판교에 있다고 말을 안 했어야 했는데, 것 참. 결국 찾아오셨군요. 그래요. 정말 오랜만입니다.”

    “와, 명승 선생님이시라고요?”

    운장산에서 뵈었을 때가 워낙 수염과 머리를 기르셔서 못 알아봤다.

    그런데 주름이 없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회춘인가?

    “뭐 교사가 아니니까 선생은 그렇고, 명승헌 씨 정도로 좀 젊게 불러주세요.”

    “예, 명승헌 씨.”

    “너무 빨리 적응하는 거 아닙니까.”

    “농담이죠. 선생님. 못 알아볼 뻔했는데요. 왜 이렇게 젊으세요? 강화술 쓰신 거죠?”

    “수명운을 늘렸지요. 시위는 격렬한 의사표현이니 수명운이 포함된 식상운이 오릅니다. 명이 늘었으니 명만큼 사람이 젊어지는 것이고요. 거기에 피부미용 같은 걸 붙잡아 두면 가능합니다.”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아, 그러면 나이 먹을수록 수명운이 떨어지잖아요. 양생과 섭생, 활동으로 그걸 끌어올릴 수 있나요? 죽기 직전에 레벨업 하면 눈을 번뜩 뜬다거나?”

    “그건 죽어 봐야 알겠지요. 제가 죽을 나이까지는 아닙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진짜 겁나 많았습니다. 왜 이렇게 피하세요.”

    “사실은 스승이 흑막이었다. 이런 전개를 원했습니다. 어떤 흑막이 되어 줄까 하고 있었는데.”

    황당.

    “그걸 왜 하시는 겁니까?”

    “1인 전승의 비급으로 정파의 천하제일인이 되었는데, 그게 알고 보니 마도의 비급이었다 재미있지 않습니까.”

    “뿌, 뿌헐.”

    너무 무협노사시라 각혈하게 된다.

    “사주강화술은 도대체 어떻게 생긴 겁니까. 개발하신 거예요?”

    “세상의 시스템을 느꼈지요.”

    “아 역시 이 세상은.”

    “라는 건 뻥이고, 저도 얻어걸린 겁니다.”

    “그걸 어떻게 얻어걸리는데요?”

    “운이 좋았지요. 사주를 보는 프로그래머다 보니 사주와 관련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짰습니다. 그리고 그 시스템으로 게임을 만들려다 보니 레벨업과 강화 기능을 넣었고 개발자 ID로 제 사주를 넣었더니 발동이 되었습니다.”

    “아···하?”

    “그래서 나도 원인 자체를 모릅니다. 모르니까, 설명하기가 어렵지요. 설명하기 어려운데 설명해 달라고 올 것이기 때문에 피한 겁니다.”

    “짐작만 하시고 있다?”

    “그렇지요, 하지만 검증된 답은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생각하고 내밀 수 있는 답이지. 그 정도면 우리 작가 양반도 충분히 나름의 답이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건 뭐 으레 물어본 것이지, 굳이 탐구하고 싶지 않다.

    인류가 어디서 온 사람들인지 하는 정답 같은 건 물리학자들과 신학자들이 열심히 연구할 테고.

    지들이 알아낸 거 공감받고 싶으면 쉽게 설명한 책과 학설 내겠지.

    그거 읽으면 된다.

    궁금한 건 사주강화술의 적용 유무 등이다.

    “게임엔 진짜 진심이시네요.”

    “세상의 희로애락을 모두 체감한 자에게 남은 것은 유희가 전부입니다. 게임이 얼마나 재밌는지 모릅니다.”

    “날려 먹었다면서요.”

    “트럭으로 지금 본사로 들이받을까 고민 중인데, 공범이 되어 주시겠습니까?”

    “기왕지사 폭약도 가득 넣죠.”

    “물 운을 많이 찍으면 폭염저항력이 높아져서 괜찮습니다.”

    “1절만 해 주세요.”

    명승 선생은 삐진 표정이다.

    물 관련 운세가 높아지면 정말 폭염저항력이 오르나, 이런 건 안 적혀 있으니까.

    활용도를 위해 여쭈러 온 것이다.

    “요즘 나온 무협은 좀 읽으시나요.”

    “것보다 무협게임을 했는데 그게 지금 제가 농성하고 있는 이 회사에는 무협에 대한 진지한 자세가 없습니다. 허벅지 탄탄한 아가씨들이 젖가슴 출렁이며 뛰어다니고 애들이 꼬랑지와 귀를 달고 다니는 그런 무협을.”

    저 회사 무협게임 한 번 하고 주화입마 오셨나 보네.

    “아하하. 그래도 허벅지 탱글한 여캐들은 좋지 않습니까.”

    “그래픽이 많이 좋아졌더군요. 저는 여캐는 안 합니다.”

    의외로 완고한 양반 같으니.

    명승 선생은 여캐 드립 치고 민망하셨는지 다시 강화술에 대한 논평을 말씀하신다.

    “결국 노력하면 인생 레벨이 오른다는 것을, 세상을 에워싸는 시스템이 보여 주고 싶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 길을 발견하게 사주라는 힌트를 깔아 놨고 어딘가에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거나.”

    “예.”

    “사주가 그 세상의 진실로 가는 힌트라 이에 대해 접근성을 좋게 한 자들에게 보답으로 확정적인 노력의 길을 알려 주는 것이지요. 나는 그것을 처음 깨달은 자에 불과해요.”

    “접근성이라···.”

    “그랬기에 응용력이 있고 전파력이 뛰어난 사주 관련 문헌이나 시스템을 만드는 자가 그 길을 세상에 알려 줬다 생각하여 무언가를 부여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비급이 왜 존재하는지는 알 것 같다.

    “하지만, 없는 레벨은 오르지 않는 것도 세상을 둘러싼 시스템의 농간이겠네요.”

    “한계이겠죠. 사주가 그렇지 않습니까.”

    나는 그 말씀엔 고개를 저었다.

    “저는 없이 태어난 자는 없이 태어난 사명이 있다고 생각해서요.”

    “그래요?”

    “없는 자는 없는 것에도 집착하지만 그나마 있는 것에도 집착하게 되잖습니까. 아버지가 없는 아들은 아버지와 같은 남성의 표상을 원하므로 자신만의 남성상을 갖춰가고 없는 딸은 아버지와 같은 존중할 수 있는 남편에게 기대므로 남성의 가족애를 높입니다.”

    “이야.”

    “결핍은 발전을 부릅니다. 사주가 결핍된 자들은 분명 포기하는 자들도 있겠지만···. 결핍을 채우고 발전시키기 위해 주력하는 자들도 있을 것입니다. 갖춘 사람이 있다면 부족한 이들이 있어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것이죠. 그게 음양 아닙니까.”

    “하하하하하하, 크하하하하.”

    명승 선생은 광오하게 웃었다.

    뭔가 이런 표현이 어울리는 사람 같다.

    “그래서 나는 사주강화술을 선생에게 남긴 것입니다.”

    “그렇습니까?”

    “나는 사주로 소설을 낸 글을 쓰는 자를 만났을 때, 전율했습니다. 비전을 남길 자라고 봤거든요.”

    “쑥스럽군요.”

    “지금 보면 발전을 시킬 수도 있겠습니다.”

    “선생님도 가능하실 것 같은데요.”

    “욕구가 중요합니다. 내가 인위적으로 욕망을 늘릴 수야 있겠지요. 강화술로 말이지요. 하지만 의미가 없습니다. 나이 든 사내는 젊은이의 욕망을 좇을 수 없어요.”

    말없이 트럭에 삿대질을 해 드렸다.

    이게 욕망이 없어?

    명승 선생은 알아들었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저건 안 되겠더군요.”

    “왜죠?”

    “재물이며, 여자며, 권력이며 원하는 걸 쥐려면 다 쥘 수 있는데 저놈의 아이템 강화는 저놈들이 조작을 하잖습니까? 쳐 죽일 놈들 같으니.”

    그건 그렇겠다.

    사주강화술로 거머쥘 수 있는 건 다 쥘 수 있는데 게임 아이템은 그게 안 되는 모양이다.

    통제권이 게임사에 달려 있을 테니.

    그것 말고도 한창 궁금한 것을 물었다. 종교운 15렙 되면 정말 승천하냐 등등.

    그런 다음에 명승 선생을 찾으면 드리고 싶었던 것을 내밀었다.

    “아 선생님, 이거 받으세요. 이번에 새로 낸 제 책입니다.”

    “오호···.”

    오면서 서점 들러 하나 샀다.

    서울권 서점에서도 베스트셀러로 깔려 있어 감개무량하다.

    막 수십만 권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만 부 이상 팔리는 모양이다.

    명승 선생은 말없이 내가 내민 사주교양서를 둘러봤다.

    “이야 사주교양서···. 이걸 이렇게도 쓰고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던 것이었군요.”

    “사주 야설도 쓸 겁니다.”

    “하하하, 욕망이 과해 그럴 줄 알았습니다. 한데 뭐 부탁은 아니고 바람을 하나 말씀드리자면.”

    “예.”

    “제 사주강화술에도 이렇게 주석, 해석본을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군요.”

    “아, 제가 해도 되는 겁니까.”

    “그럼요. 제 글 쓰는 꼴 보셨을 테니까요.”

    응답하지 않음으로 긍정했다.

    명승 선생에 비하면 나는 쉽게 쓰는 것이었다.

    “그리고 책을 받았으니 제가 또 선물을 안 드릴 수 없겠네요.”

    “아이고, 안 그러셔도 됩니다.”

    “비급과 분타, 협의를 행할 보검, 이어서 영약과 내단을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말은 이렇게 했지만, 또 뭐 하나 주시면 좋지.

    내심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래도 거절은 하는 것이 예의라서.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돈을 얼마를 주셨는데.”

    “책 쓰는 데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얼마나 고생하는지 압니다.”

    “괜찮습니다. 왠지 책 써서 가져다 바치면 레벨을 내어주는 NPC 취급하는 거 같아서요.”

    “NPC라···. 발전하는 자가 있다면 조력하는 자가 있어야지요. 미래를 위해서 길을 내어 주는 것이 기성세대의 책무이고요.”

    명승 선생은 뭔가를 받음으로써 내가 바라는 것을 덜 민망하게 해 주는 가벼움이 있었다.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 몇 절까지만 하라고 할까 봐.

    “자 그렇다면, 어떤 걸 원하십니까. 제멋대로 드릴까요?”

    “그런데 레벨은 어떻게 전수하시는 거죠? 이건 사주강화술 시스템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으시다거나.”

    “사주강화술의 한 개의 탭이 모두 만렙에 도달하면 찍을 게 없어집니다. 그러면 그 남은 포인트를 혈육이나 이성을 제외한 누군가에게 주는 것이 가능합니다.”

    “아, 아아아. 그 6만 명 사주 보면?”

    “그렇지요.”

    “10성이시군요.”

    “10갑자의 무력이나 마찬가지이니 그럴 수도 있지요, 어디 선생의 사주강화술을 한번 볼까요.”

    “여기 있습니다.”

    사주강화술 앱을 내밀었다.

    명승 선생님은 실실 웃는다.

    “이건 누가 봐도 여자운에 포인트를 주고 올렸군요. 역시 미인을 만나신 모양입니다. 오르기는 종교운이 가장 많이 올랐는데, 아하.”

    “랜덤박스가 두 개 연달아 터지던데요.”

    “거기다 종교운 업적에 꾸란 암송이 있군요. 이건···.”

    “······.”

    뭔가 말하지 않아도 아시는 듯한 분위기다.

    “알~겠습니다. 도움이 되는 걸 드려야겠지요.”

    명승 선생은 사주강화술 프로그램을 몇 번 매만지더니 내게 돌려줬다.

    스마트폰 잘 쓰시네.

    엄지손가락이 여중생의 스마트폰을 만지는 속도에 버금간다.

    그리고 올라간 운수의 메시지가 보인다.

    <주거운 LV9>

    당신은 수도 성읍 중심지에 가문이 가진 자택의 상속권이나 스스로의 자택이 있습니다. 수도 성안 마을 사람으로 전통적 부르주아지에 속합니다.

    혹은 수도성읍 내부 자택을 임대로 내어놓은 것만큼의 수익이 노동과 수반하지 않고 쌓입니다.

    수도에 기거하지 않을 경우 지역거점이나 최중심지의 고가의 저택을 소유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주거운이 올랐다.

    이건···. 집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뭐 여자운을 드릴 것을 그랬나.”

    “아니, 아니요. 괜찮습니다. 10레벨 여자운부터는 그걸 감당하기가.”

    “젊었을 때 올려야지요.”

    “아닙니다, 진짜 만족합니다. 주거운이면 정말 올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여자운이 이렇게 올랐다면 여인네들을 기거시킬 주거가 따로 있어야 하겠지요. 두 집 살림이란 말이 있습니다. 좋아 죽겠다는 남녀도 24시간 같은 곳에 있으면.”

    “쌈 나고 서로 붙어 있으려 들지 않지요. 하물며, 처첩이면.”

    이심전심이다. 명승 선생이 알고 있는 것이면 나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아, 그리고 업적 몇 개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업적이 주는 레벨을 찾아 먹는다면 더 큰 인물이 될 수 있겠지요. 이게 무척 불친절해서 일정 조건을 수반해야 퀘스트가 날아옵니다.”

    “아, 그건 그렇더라고요.”

    “요즘 게임 쉽게 쉽게 만드는 편인데 말이지요.”

    “프로그램은 선생님이 짠 거잖아요?”

    “저도 나이 들었습니다. 게임은 쉬우면 재미없잖아요.”

    명승 선생은 사주강화술 앱에 몇 가지 특수업적 이벤트를 적어 줬다.

    직접 헤딩해서 알아내지 말고, 알고 접근하라고.

    그 외에도 명승 선생은 사주강화술 관련한 팁을 여러 개 알려 줬다.

    식사라도 대접하려는데 그러면 뭘 또 줘야 하니, 그냥 가라신다.

    “에이,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래요, 다음에 본다면 제 비급의 각주와, 사주 야설 기대하겠습니다.”

    하지만 마냥 그냥 돌아설 수는 없었다.

    “그리고 스승님. 감사합니다.”

    “아이고, 아이고 일어나세요. 길바닥인데.”

    “선생님이야말로 제게 진짜 스승님이셨습니다.”

    “뭐 내가 얼마나 도움 되는 사람이겠습니까.”

    “팔자를 고쳐 주셨습니다.”

    사주하는 사람이니 알 것이다. 그게 고쳐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그는 고쳐 줬다.

    다른 건 다 내게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재물과 이성은 그러지 않았다.

    그러니 정말로 그가 내 팔자를 고쳐 놓은 것이다.

    “고쳐진 것이라, 아니지요. 원래 그럴 사람이었기에 내가 숟가락을 얻은 겁니다.”

    “그 숟가락에는 금가루가 붙어 있었습니다. 제가 마땅히 은혜를 다 해야지요. 큰 보답을 해야 하는데 고작 이런 절밖에 드릴 수가 없네요.”

    “은혜라···. 작가 양반이 잘 사는 소식이 들리는 것이 그 보답입니다.”

    아버지도 안 하시는 말씀을 하셔서 쉽게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결국 사주는··· 음 이건 내가 생각하던 말은 아니고, 어떤 이의 소설에서 본 말입니다.”

    엥?

    “사주는 불변하나, 딱 하나 바꾸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 설마.

    “자 잠시만요. 선생님. 그거 제 책에.”

    “그건 바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 변하는 겁니다.”

    역술인의 검에서 주제의식 같은 무의미한 좋은 말 넣으려고 했던 주인공 대사가 그대로 돌아와 꽂힌다.

    “크허억. 으아악 오글거려.”

    “하하하, 나는 이런 말은 못 해요. 하지만 작가 양반은 하더군요. 그래서 믿습니다. 그렇게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저 말로써 감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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