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언론 재벌.
“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유보단 통제를 원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내 족쇄는 까먹고 남한테 족쇄를 씌우는 것이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뭐 어떤 식으로 말씀드릴까요? 사주나 주역에 말하는 동양철학적으로 말씀을 드릴까요, 아니면.”
“뭐든지 좋습니다.”
재밌는 아저씨를 김병용이 달고 왔다.
* * *
“참 얼마나 대단하신 분을 소개해 주려고 이렇게 안달이 나셨대. 청와대에서라도 오나요?”
“쓸 만한 젊은 애들 없냐는 애먼 소리는 계속 나오지, 그리고 정치하는 사람 아니다. 정치하는 양반들도 함 보자고는 하는데 시간이 안 맞네.”
그러면 돈 좀 쓰는 사람인 모양이다.
그런 경우라면 환영이다.
“설 회장님 이상으로 뭘 주실 분은 없는 거 같은데요.”
“울 아버지가 물론 대단하신 분이기는 하다마는, 대전서 안 올라오시다 보니까는 그렇게 인맥을 트고 지내시지는 않아.”
“누나들이 다 서울로 시집왔죠. 뭐.”
설민혁 말에 내가 트집을 잡았다.
“쟤가 누나라고 하네요? 한 명 말고는 잘 안 하던데.”
“그 누나는 누나라고 하라고 내가 좀 가르쳤다.”
“발길질로.”
서로 비꼬는 장인과 사위 관계 참 단란해 보인다.
“우리 사위는 맞는 걸 왜 이리 좋아하나 모르겠어. 그런 취향 있나? 사주로.”
“좀 있죠.”
아가씨들한테 들은 바로는 온갖 취향을 실험을 해 봤다고.
“너네 누나들 시집갈 때는, 회사가 막 그렇게까지 부자 회사는 아니었다. 내가 그때 주식이 5,850원인가일 때 샀는데.”
“지금 한 주당 17만 원 넘지 않아요? 30배 가까이 뛰었네.”
“6만 원 할 때 팔아서 돈 좀 만졌구나 했더마는···.”
참 돈이란 게 저래서 문제다.
10배를 넘게 벌었는데도 30배를 못 번 게 배 아픈 것이니까.
“주식이 그래서 어렵습니다. 근데 뭐 의원님 돈복이 딱 고만고만합니다.”
“그 얘기는 그때 스님부터 너까지 안 하는 사람이 없더라, 월급쟁이 해야 한다고.”
“그래도 그 돈으로 선거는 치렀잖아요.”
“아무튼 간에 내가 정환이한테 너 여동생들 예쁜데 소개시켜 달라 했을 때는 아버지가 혼처를 딱 정해 놨다고 그러더라.”
“또 저 소리 하시네.”
설민혁은 지겹게 들은 모양인데, 나는 첨 듣는 이야기라 흥미가 동했다.
“아 그러니까, 설재영 혹은 설윤영 사모님한테 관심이 있었다?”
설혜영은 워낙 위의 네 형제와 나이가 뚝 떨어진 막둥이라서, 포함하지 않았다.
따진다면 둘째 언니보다, 설민혁하고 나이 차가 더 적다.
“정확히는 그쪽이 나한테 관심이 있었지.”
“니예, 니예.”
비꼬긴 했지만, 노안인 것을 제외하면 사람이 유쾌하고 성격이 좋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 싶다.
군인이면 또 육체적으로는 탄탄하니까.
“그짓말인 줄 아나?”
“뭐 교차 검증하면 답 나오겠죠.”
“좌우지간 그때는 울 아버지가 기업을 키우고 싶은 의지가 무척 강하셨다. 딸들 막 좋은데 시집보내야 한다고 그러시던 때였어.”
“그래요?”
“조금 그게 있으셨다, 꿀려 하신다는 느낌이 말이다. 그때도 순위로 세우면 100위는 됐을 텐데.”
죄다 서울에 본사를 세우고 가는 마당에 오히려 대전, 세종에 뿌리를 내린 것은 과감한 결정이었는데.
그걸로 결국 성공을 거뒀다.
김병용이 그때 이야기를 좀 하는데,
대략 20~25년 전에는 지방권 촌놈 졸부가 유서 깊은 재벌 가문들에게 혼인동맹을 타진하는.
그런 느낌이었다고.
“서울깍쟁이들은 아직 대전서 그리 잘나가도 촌동네 회사 그런 이미지가 있는 모양이드라 안 그렇나?”
“알아주진 않는 거 같기도 하네요.”
기업의 2세가 직접 인정했다.
나는 대전 살았는데도 몰랐다.
“글다 보니 막내···. 혜영이도 그렇고 이놈도 그렇고 이제는 그 높으신 가문들에 시집 안 보내고, 적당히 과시를 하는 게 있으시다. 이제는 그만큼이 됐다 이거지.”
그러다 보니 막내딸부터는 더 좋은 가문에 시집을 안 보냈다고.
설혜영부터는 그래도 나름 돈 있는 집안이지만 연애 결혼을 시켰단다.
다만 그 설혜영만 이혼한 걸 보면···. 그것도 신통친 않은 거 같고.
설민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이제 30위권 보인다고 하시네요. 뭐 게임단이 홍보 효과가 좋은 것 같은데 맡아 보겠냐고도 하시고.”
설민혁에게 게임단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반응한다.
“좋을 거 같은데 왜?”
“막내 누나 수영팀 맡긴 거 보면 그냥 한직인데 그거.”
“그래도 그걸로 성과 내면 한 번에 뛰어오를 수 있지 않냐?”
스카이피아는 근래에는 스포츠단에도 관심이 생긴 모양이다.
그러니까, 설정환 회장 당시에 회사가 무척 커서 이제 과시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아직도 수도권에서는 하위티어로 치는 그런 게 있다고.
서울에 있는 기업들이 얼마나 버는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몇조 급을 쥐고 있는 스카이피아만큼 현금이 많을지는 또 의문이다.
가산을 조 단위로 갖고 있는 사람이 흔한가.
그사이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한 중년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왔네, 어서 오십쇼.”
“의원님 계셨네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일단은 일어나서 인사했다.
50대 정도로 보이는데.
사람이 뭔가 젊어 보이려고 노력을 많이 한 듯한 느낌이 든다.
60대일 수도 있겠고 김병용과 나이가 비슷할 수도 있겠다.
김병용은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야가 그놈입니다.”
“아하, 의원님한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
악수를 청하길래 손을 맞잡았다.
“혹시, 저를 아십니까?”
“모르겠습니다.”
“뭐 말씀을 안 하셨다더니 정말이셨군요. 이분은?”
“이쪽은 대전 스카이피아 설양훈 회장 막내아들입니다.”
“아, 아아 반갑습니다. 있다는 소식만 들었는데.”
“아마 건너 건너 인척 아닙니까?”
“사촌이, 그 결혼했던 것으로.”
초대 손님은 우선 설민혁과 악수를 나눴다.
“야가 사주 볼 앤데, 어 말씀드려도 될까요?”
“아하. 뭐 제 운명을 알고 싶은 건 아니니까. 말씀드려도 되겠죠. 여기 명함.”
설민혁 둘째 누나 설윤영이 시집간 집안이, 인척간 문어발 경영을 하고 있는 기업가 가문이다.
이 남자는 그중 방송국을 소유한 신문사의 실질적인 사주인 허윤식이었다.
정확히는 이 남자의 아버지가 사주이고.
이 남자는 그저 총괄 상무로 임원에서도 최고직은 아니지만.
세간에서는 허윤식을 실질 회장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오, 반갑습니다. 안 그래도 거기서 인터뷰 했는데요.”
“인터뷰도 하셨어요? 그것까지는 몰랐네.”
“그 뭐 정은이가 편찮으시다. 이런 게임을 내서.”
허윤식은 김병용의 불편한 정은 씨 언급에 입꼬리가 씰룩 올라갔다.
“아, 아하 예 그건 들어 봤습니다. 그걸 만드신 분이라고요?”
“그렇답니다.”
“어유 정말 인터뷰나 방송에 등장하실 분을 만났네. 북한을 움직인 청년!”
“떠헉.”
허윤식은 손을 내밀어 한 번 더 악수를 청하는 듯 보였는데 쫙 펼친 손을 꽉 쥔다.
주먹 인사였던 것이다.
보와 보가 만났는데 보 대 바위가 됐다.
“어, 졌네요. 제가.”
“딱밤이라도 맞으시려고요?”
중년 아저씨임에도 말씨가 꽤 젊고 경쾌했다.
뭔가 젊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 같은데.
거기서 보이는 사주가 머릿속에 쓰여진다.
하지만 용건을 꺼낸 허윤식은 자기 사주를 보는 것은 거부했다.
“저는 크리스천입니다. 사주를 아주 신뢰하지는 않습니다.”
“예.”
“그렇지만 조만간 대선이 다가옵니다. 대권정국, 아니 여간한 의원, 도지사 캠프만 봐도 역술인 한 명 없는 캠프를 보기가 어렵습니다. 지금도 대선에 출마한다는 주자들이 하는 행적을 보면 죄다 풍수적으로 어디가 좋다, 어디가 대통령이 나온 건물이다. 등등.”
동네선거는 모르겠지만 대권급이면 진짜로 역술인이 캠프에는 어디든 있었다.
다만 역술인이라는 한계 덕에 공식적인 직위를 받지는 못한다.
그러다 보니 비선실세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더라, 네가 쫄 필요가 없었다.”
“예, 북한을 움직인 청년이면 그냥 사주 같은 걸 곁들어서 배웠다고 말씀해도 되는 거거든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졸지 북한을 움직인 청년이 되어 버렸네.
그거 불시착 때문에 그런 거라는데, 왜 자꾸 불편한 정은 씨로 까는지 모르겠네.
그건 K드라마라서 안 되고 이건 게임이라서 냅다 까나?
“그러다 보니까 사주나 풍수를 보시는 분들의 의견이 궁금해졌는데 여기 장군님, 아니 의원님하고는 제가 연분이 좀 깊거든요. 이분이 몇 년 전부터 사주를 아주 젊게 말하는 분이 있다. 말씀을 쭉 해 오시다가.”
“아 옛날부터 그러셨어요?”
“니 완전 센세이션이었다.”
센···세이션.
진짜 아저씨들이랑 놀면 말투가 밴다니까.
“전북지부 쪽에서 들어보니까 철학관을 운영하는 청년이 동원하는 사람이 수백 명이었다고. 여기 김 장군님, 아니 의원님이 하던 말이 허풍이 아니었더군요. 그래서 먼저 만나 뵙게 해 달라고.”
김병용이 의기양양하게 허윤식에게 묻는다.
“것 봐요. 진짜죠?”
“아 이 형님은 예전부터 알고 동생아, 동생아 하던 분이 왜 자꾸 이러시는지.”
“체면 차려야죠.”
저분이 김병용보다 어렸구나, 참 별 인맥을 다 달고 산다.
군 윗선을 들이박은 김병용을 띄워 준 언론이 있기는 있었다.
어쩌면 대단하다 싶다, 기본적으로 이 정도로 마당발이기도 쉽지 않은데.
“그래서 우선 나랏일과 대권을 논해 보고 싶습니다. 슬슬 정해야 할 시기가 왔거든요. 내년 국운은 어떻겠습니까.”
대놓고 말은 안 했지만 줄을 탄다는 이야기다.
“국운은 그냥 안 좋습니다.”
“그렇습니까? 사주나 뭐 점술로 그러는 게 아니시고?”
“언론과 방송이면 그걸 원할 것이기도 할 거고 그냥 그렇게 말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공감할 것입니다.”
“그렇습니까?”
“국운은 주관적입니다, 9할의 서민은 당연하지만 올해도 내년도 팍팍합니다. 개인이 그렇게 느끼는데 국운이 무슨 소용입니까. 그 개인은 자신이 망한 것을 자신을 성찰하기 보다는 누군가의 탓을 할 것인데 나라 탓이 가장 쉽고, 국운이 좋다고 말하면 그 국운이 좋다 말하는 사람을 두들겨 팰 것입니다.”
“아···하.”
“그러니 국운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것이 없겠고.”
허윤식이 감탄하며 박수를 친다.
“와, 제가 사주 안 본다고 말은 했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몇 분 불러 모셔서 말은 한 적이 있는데 이렇게 말하시는 분 첨 봐요.”
“이놈아가 그게 있습니다. 입으로는 나 사주 안 믿어요. 라고 말하는데, 그게 신비하게 말이 맞아요.”
남자들 상대하다 보면 얻는 스킬이다.
사주 안 믿어요, 사주 뻥이에요, 가 전제된 사주만 섞은 일반론 말하기.
허윤식이 흥미롭다는 양 이것저것을 묻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사주에 묻은 유불선의 통치학에 익숙해서 대답이 안 막힌다.
“이번에 화두는 아무래도 젊은이들이 치고 올라오는 기분이 들어서 자유에 가치가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 국민은 통제를 좋아하는데요.”
“아하?”
“아니 정확히는, 인간은 통제를 좋아합니다. 나 빼고요. 단지 유독 우리나라가 그게 더 잘 보일 뿐이죠.”
앞서 말한 대로 사주적으로 먼저 설명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인문적으로 말했다.
“사람은 나, 내가 중심입니다. 세상 모든 것이 나를 위해 돌길 원해요. 하지만 그렇지 않죠.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 남이 도는 것을 멈추게 하는 겁니다.”
“와아, 진짜 말을 잘 하시네.”
“거기다 우리나라는 땅이 좁죠, 몇만 광년 떨어진 게 아니라. 그냥 바로 옆에서 뻘짓 하는 게 잘 보여요. 이런 나라에서는 자유라는 것은 공론화된 자유 그 이상을 누릴 수 없습니다. 자유를 말하는 사람들도 자기 기준의 자유를 말하지, 남들이 맘껏 누릴 자유를 말하지 않아요.”
“이야, 와하. 이건 저도 공감하는 말이네요.”
야설 쓰다 보면 충분히 느끼는 말이다.
말하기 부끄러운 권리는 일단 통제하고 자유가 아닌 것처럼 만들어 버리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주 선생님께서는 차기 대권이 어디에 돌아갈 것이라 판단하십니까?”
“사주쟁이는 음양 2분법을, 더 나아가 오복의 5분법을 씁니다. 그러니 정치인도 다섯 분류로 말씀을 드리고 판단해 보겠습니다.”
“와 그래요? 궁금합니다.”
이 아저씨 집중하는 건 마음에 든다.
“첫째로, 관운이 성한 자들입니다. 이들은 통제받는 것에 익숙하고 통제하는 것에도 익숙합니다. 그러나 스스로 누군가의 마음을 사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대체로 안정감이 있고 시킨 일도 잘하고, 남을 부리는 일도 잘하나 선거에선 잘 이기질 못하고 유권자와의 스킨십이 적어 정권 중심에서 꽃보직만 얻어먹으려 합니다. 왕이 되는 경우는, 권한 대행까지는 봤습니다. 즉 재상까지만.”
“아하,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네요.”
통제와 규칙, 사회 관련 관성운 정치인이다. 정치가 중에 가장 많다.
한가락 하던 사람들인데 공천에 휘둘리는 당의 예스맨들.
장관 등 정부 임명직에 들어가면 그래도 꽤 잘한다.
대권은 관의 표상인 군에서 시작하여 새로운 시대의 섭정처럼 올려진 사람 한 명 정도는 있다.
“둘째로, 혁명가의 사주입니다. 위를 거스르는 사주이죠. 이들은 입법부와 야당에 적합합니다. 까는 것을 잘하고 대안도 나름 있고 정치 거물이 많이 배출되는 사주입니다. 그러나 검증이 심화되는 자리에 오르면 말에 실체가 없고, 그동안 신랄하게 깠던 것들이 역으로 돌아와 극렬한 반대파들을 만들어 냅니다. 왕이 된 자는, 있었으나···.”
“예, 알 것 같습니다.”
화술과 표현 관련 식상운 정치인이다. 정치인 중에 관성운 정치인만큼이나 많다.
관을 파괴하거나 통제하는 사람들이므로 시민단체, 투쟁가, 시장, 도지사, 의원에 두루 적합하고 말과 유권자 스킨십이 좋아 인기가 있다.
주어진 틀과 권위를 거부해서 파격적인 면도 보인다.
정부관료에선 좀 트러블이 있고, 대권은 바람을 탔던 한 명만 배출된 걸로 판단하고 있다.
“셋째로 낙향선비의 사주입니다. 그냥 학문이나 자신의 꼿꼿함 깨끗함을 위해 정치에 물도 잘 묻히려 들지 않고 굽히지도 않는 스타일인데 정치에 신물이 난 민중들은 그 모습을 좋아하나, 조율과 타협의 역량이 모자랍니다. 이들은 감투를 쥐려 해도 잘 못 쥐거나, 얻은 감투를 쉽게 버립니다. 이로써 참된 선비의 명성은 얻지만···.”
“설마, 몇 분이 떠오르는데.”
“그 책 읽는 고고한 선비의 요강은 마누라나 하인들이 치워 주고 선비가 가진 논마지기에 거름도 그들이 묻혀 가며 뿌리지요.”
배움과 신념의 인성운 정치인이다. 사회지도층은 많은데, 정치인은 드물다.
신념 있고 잘 굽히지 않으며 명분도 잘 집으나.
그 때문에 설사 자리에 가더라도 윗선과의 트러블이 있고 쫓겨난다.
정치에서 ‘꾼’의 느낌이 안 나는 신상품이라 인기가 많다.
그러나 현실정치에서 대신 똥 묻힐 사람이 필요하다.
“넷째로 그냥 왕의 사주입니다. 혈통이 강하거나 스스로 왕좌를 자아내는 자들입니다, 혈통이 없으면 아주 큰 고비 등 인생에 자신의 스토리를 가득 깔아야 합니다. 6공화국에선 셋이나 나왔는데 그 이후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뭐 당연하겠지요.”
“현재는 왕이 없다?”
“예, 없습니다. 왕 될 자는 반대파에서도 왕 될 때 됐다. 정도 말이 나와야 합니다.”
인화와 단결의 비겁운 정치인, 수많은 사람들을 애당초 끌어가서 정치에 다다르거나 혈통이 수많은 사람을 이끈 사람이다.
두 인구스폿을 제대로 끌고 간 사람들과, 혈통을 타고난 사람 정도가 있다.
인성운 정치인은 고난을 피하는데.
이들은 맞서서 박살이 난 경력이 더 사람을 몰아주는 스토리가 된다.
“마지막으로 장사치의 사주입니다. 이들은 친화력이 아주 좋고 사람을 머리 위의 돈으로 보기 때문에 공평하게 대하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돈에는 철학이 없어, 잠시 얻은 인기가 허상입니다. 그가 정말로 돈을 주지는 않기 때문이죠.”
“음.”
“비행기의 스튜어디스가 서비스를 잘해 주기에 같은 서비스를 바라고 결혼했더니 시집 안 간 골칫덩이 여동생이 방구석에 늘어앉은 격이 되니, 뽑아 놓고 깊이 후회합니다.”
돈의 재성운 정치인.
사람의 욕심은 당연히 재물이므로 재물이 화두가 된 세상에선 폭발적인 파괴력을 갖지만.
유권자를 주권자가 아닌 손님으로 보므로 정치하기엔 근원적인 뭔가가 잘못되었고 비리에 얽힌 경우가 많다.
주로 공당의 후원회장 등 돈셔틀 역할을 하는 편.
설인훈 씨를 이렇게 봐서 악평을 달았었다.
“하하하하. 정말 말을 잘하시는데요.”
“감사합니다.”
“이거 나중에 기자를 보내겠습니다. 기사로 써도 될 법한 말씀이셨습니다.”
“나는 어디에 드나?”
“정치군인형이라고 또 나눌까 했는데 최근엔 그러지 않으니까, 없다고 치고 혁명가형이죠.”
허윤식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그렇다면, 지금 말하는 사람들을 분류해 주십시오. 어디에 속하는지요?”
“그건, 뭐 가능합니다.”
허윤식은 지지율 여론조사에 이름이 나오는 사람들을 말한다.
확실히 충청대망론 기획 기사 때보다는 전국구 이름들이 나온다.
사주강화술 레벨업용, 사주 수집을 하다 보니 알기는 다 아는 사람들이다.
“메모로 부탁드려도 됩니까?”
그들의 이름에, 하나하나 앞서 말한 유형을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