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11화 (111/211)

#111. 노량진의 장제스.

고서의 사주 표본 중에 여복이 좋은 자가 ‘자매와 결혼했다.’가 있기는 있다.

그 얘길 써 놓으셨네.

실제로 고대나 요즘도 중동쯤에선.

못사는데 딸이 많은 집안이면 부잣집에 딸 둘을 시집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어 나온 표현이고.

처첩은 무하마드 행전처럼 진짜 완전히 공평히 대하더라도 갈등이 있으므로.

처첩을 여럿 맞이하고 싶던 사내들의 욕망이 담긴 서술이다.

자매면 처첩이어도 좀 덜 그러지 않겠나 싶은?

그렇습니까 고대인 여러분?

자매···면 생각나는 사람이 없지 않은데, 그 자매면 돈이 너무 많으니까 처첩보다는 기둥서방의 격에 부합하겠지.

기둥서방이라.

사주는 고전학문이라 남자가 여자 먹여 살리는 게 디폴트다.

남자는 여자운이 8레벨쯤은 되어야.

‘나이 많은 부인이 당신을 거두어 먹여 살립니다. 그러나 취업하라는 잔소리는 엄마한테 듣듯이 들을 것입니다. 그래도 내쫓지는 않습니다.’

가 나오는데.

소녀보살한테서 본바, 여자의 남자운은 5레벨만 되어도 ‘맞벌이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남편이 돈을 괜찮게 법니다’가 성사된다.

운이라는 게 고레벨을 타고난 사람이 적은바, 보편적인 평균이 저렇다고 봐도 되겠다.

그래도 2레벨이었는데 여기까지 온 게 어디야.

사실 ‘남방대운’이라고 해서 대운강화가 대략 30년은 이어진다.

그래서 아마 4레벨 정도는 되어서 한 30년 살다가 졸혼하지 않나 싶었는데, 운이 좋아져서 괜찮겠지.

그치만 불 기술이 늘어 빙하던전 깨는 게 편해졌으면.

불 던전 깨는 건 어려워진다.

비겁운에 있는 대운강화가 사라져서, 자아/지지자/친구/형제 운들이 레벨이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리고···.

<탐재파인>

당신은 재물과 여자를 탐냈고 그에 맞는 운을 갖추었으므로, 이를 위해 바빠지게 될 것입니다.

그로 인해 배움과 준비의 시간, 느긋하게 받을 수 있는 권리가 희생됩니다.

또한 아버지의 기를 살려 어머니의 기세를 약화시켰습니다.

인성운 레벨 하나를 회수합니다. 랜덤으로 결정됩니다.

인성운 레벨 하나 바쳐야 된다.

재물 쪽이 너무 많이 올랐다.

일찍 돈 벌고 돈에 환장하면, 배움과 게으름을 피워도 밥 먹을 수 있는 권리 등을 상실한다.

‘주거, 학위만 떨어지지 마라.’

종교도 떨어져도 된다, 위험수위 정도로 높다.

15렙 되면 승천하니까.

종교신념은 딱 11레벨.

수도원 영지, 학교 재단 등이 생긴다에서 그치는 게 좋다.

마이너스 랜덤박스는 처음인데, 좌우지간 뽑았다.

<어머니운 LV6>

당신의 어머니는 자식을 위한 보험과 저축 등의 금융상품을 한두 개만 가지고 있지 않고 여러 개를 굴리고 있습니다. 이 금액은 어머니의 절약 강요로 인해 예측하지 못할 금액일 가능성이 높고, 당신이 패망하거나 크게 다칠 경우를 예방합니다.

특) 형제운은 이 효과를 형제의 수만큼 반감시키나 어머니 운이 높은 형제일수록 그 배율을 높게 할당받습니다.

아, 어머니운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괜찮은 편인데, 7레벨은 엄마가 땅이나 집을 숨김이다.

숨긴 집이나 땅 팔아서 금융으로 바꾸시는 모양.

졸지에 불효자 됐으니, 엄마한텐 봉투 좀 해야겠다.

잘하면 진짜 한국말 하는 며느리 데려갈 수 있으니 양해해 주십시오.

30년간 잡혀 산 아버지 말년에 큰소리 좀 치실 때 됐다.

“존나 덥다.”

공항은 나름 에어컨 나오는데 그래도 짐 찾아서 들고 걷다 보니 엄청나게 덥다.

사람들 많은 데에선 혼잣말 잘 안 하는데 덥다 덥다는 연신 나오네.

그리고 공항에 날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설유겸이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제 선물은요?”

“키프로스산 와인?”

“언니가 술쟁이라서 안 받고 싶어요.”

은겸이 요새 칵테일 한두 잔 어쩌다 마시지 잘 안 먹는데.

술쟁이 이미지 안 좋다.

“그런데 예까지 무슨 행차를.”

“저, 저 운전면허 땄거든요. 제 차 타세요. 태워 드릴게요.”

공항에서 보자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차를?

“어, 면허 딴 지 며칠이라고요?”

“열흘!”

손 두 짝을 쫙 펴는데, 무섭다.

이제 돈 좀 있는데 대전까지 쭉 택시 타고 가도 되는데 어···.

경인권이라고 해도 서울 인천도 꽤 거리가 있는데, 태우러 온 건 나름 운전에 자신이 있는 모양인데.

뭐 아예 장롱에 가까운 나보다는 잘 몰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 왜 근데 저를 굳이? 설마, 그 차 타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지금?”

“네에 짐 많고 고생하시겠다 싶어서 제가요.”

“가족부터 태우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어, 어어, 어어어, 가족이 되실 거라고.”

못 미덥지만 태우러 와 줬으니 탔다.

운전은 꽤 안정적으로 한다. 주행차선 알박 저속, 아니 정속주행.

정속주행이 설유겸 혼자라서 그렇지.

“잘하죠!?”

“예, 예에.”

알박 저속주행인데 왜 이렇게 도로노면의 상태가 엉덩이에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냐.

그래서 각 잡고 앉아 있다.

세상에서 가장 죽거나 다칠 확률이 높은 것을 도로교통사고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 차 타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떠시는데요···? 다리 떨면 복 달아난다고.”

“아뇨, 관상학에서 이르기를 허리의 중정이 바로 서지 않으면 운이 좋지 않다고 말하는데 한마디로 이미 복이 달아나서 다리가 절로 떨리는 자세가 된 것이죠. 전후관계가 달라요.”

가져다 붙인 잡소리다.

그냥 의자에 앉는 사람들이어야 다리 떠는 빈도가 많고.

의자에 오래 앉는 사람들이 척추 건강이 건강하진 않다.

근데 다리 왜 떠는지는 모르겠고.

그냥 내가 무심코 다리 떨 때 정당화하기 위해 저런 말을 하고 있다.

남이 보기 싫어하는 거 말곤 딱히 잘못 아닌 거 같은데 말이지.

“푸훕. 말씀하실 때마다 사주 관상 이런 이야기하시는 거예요?”

“그게 내 캐릭터니까, 가 아니라 앞에 봐!?”

“아, 아 맞다.”

깜박이도 안 켜고 차량이 옆 차선에 막 들어가려고 하길래 기겁했다.

“대전까지 쭉 가실래요?”

절대 그러고 싶지 않군.

“아 괜찮고요, 그 노량진역 찍고 가 주시겠어요? 아 아니다, 영등포 여의도 잠깐 찍고 바래다주실 수 있으면 바래다주시고.”

“노량진이오?”

“만날 사람이 있어서.”

“어 여자아?”

“남자.”

“남자아!?”

한 대 쥐어박으려다 참는다.

남의 집 귀한 딸이라, 그럼 안 된다.

“그럼 대전 안 내려가세요?”

“서울에서 볼일이 있어서 한 하루 이틀 있어야 할 거 같네요.”

“아, 아아 그럼 저희 집 오실래요!?”

“혼자 있는 집이면 갑니다.”

“헤에, 저랑 단둘이 같이 있었다는 소문이 나면 누구 놀리기 참 재밌을 거 같은데.”

농담을 한술 더 떠서 받네.

근데 그걸 왜 누굴 놀리겠다는 생각부터 먼저 떠올리면서 하냐.

“남동생은 있는 집이라고 정정할게요.”

애들이랑은 잘 논다.

어머니 뵙기가 좀 쫄린다는 거지.

돈봉투 탁 놓으면서 물 끼얹기 이런 걸 하실 법한 분위기다.

여전히 젊으셔서 아직은 대기업 사모님 시어머니 역할 하긴 연륜이 없어 보이시긴 하는데.

호텔 하나 잡아 두고 짐 내려 둔 뒤, 노량진으로 향했다.

만날 친구가 있었다.

“야, 나여.”

“존나 덥구만 뭔 일이냐.”

“살 만하냐.”

“살 만해 보이냐?”

가뜩이나 시체가 걸어 다니는 듯한 얼굴이었는데 얼굴이 팍 갔다.

중동도 다녀오는 마당이나.

수도권을 올 일이 별로 없어 귀국하는 김에 들렀다.

인근 무한리필 말고 적당한 고깃집에서 고기 구워 먹였다.

내가 돈 없던 재작년쯤엔 곱창전골 한 번 지가 쐈으니.

적당히 소주 한 잔 기울이다가 용건을 꺼냈다.

“그, 너 국회의원 보좌관 안 해 볼래?”

“야 나 한 달 전에 노량진 왔다?”

“영등포도 가까운데 출퇴근한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냐? 여의도는 환승 한 번이면 가던데.”

원래 5월에 불러서 김병용 선거를 돕게 하려 했는데, 한창 지방직 치고 있어서 부를 수 없었다.

하지만 가채점 결과 이번에도 떨어진 모양이고.

이젠 아예 노량진 고시촌으로 각 잡고 들어온 모양.

“아 진짜 재수가 너무 없다. 작년 컷이었으면 붙는 건데.”

“너 34세까지는 운기가 없다고 몇 번 말하냐. 지능을 믿고 자만해서 그 한 끗이 안 된다. 차라리 잠깐 돈 벌고 나중에 해라.”

H대 출신의 남원의 장제스는 내 고교 친구들 중에서는 가장 학벌이 좋았다.

일단 인서울 성공했으니까.

그러나 현재 9급을 대학 재학 시절부터 5수째 하고 있다.

처음엔 7급이랑 병행했다가 재작년부터 9급에만 매달리고 있다.

그리고, 정확히는 사주가 모택동을 닮았다.

“그러니까 원래 전통과 문화를 잇고 법치를 수호하겠다고 할 놈이 아니라 파괴할 사주라니까. 뒤집어엎는 짓과 선동을 잘하지, 통치는 안 된다. 9급 7급도 결국 행정통치의 운세여.”

“진짜 같잖아, 개새야.”

이놈은 반중의식이 추종하던 대만 출신 아이돌 주자유 양이 대륙에게 맞기 시작할 때부터 크게 싹 텄다.

당연하지만 놀리려고 저렇게 부르는 것 맞다.

모택동에 비유해야 열렬하게 부정적, 격정적 반응을 토해 내니 재밌잖은가.

다만 최근엔 반항이 심해서 연상하는 단어로 장제스라고 말하고 있다.

주작, 주작 하면 발광하니까, 현무 드립 치는 거라고나 할까.

“야 좀 다른 나라 정치인엔 나랑 비슷한 사주가 없냐?”

“국내 정치인이면 더 X 같을 건데.”

“최고로 X 같은데?”

“그 기분 느끼라고.”

“개새.”

근데 비유할 만한 국외 정치가도 흔치는 않다.

사주관상은 바둑처럼 한중일, 대만, 홍콩 정도에서만 향유하는 문화라.

그마저도 중국은 지금 말하는 놈이 개박살을 내놔서.

저 사람들은 그 전 시대 사람들이라 사주가 남은 것이다.

미국 대통령 사주 정도는 역술가들도 생일을 알아 와서 행적에다가 시간을 맞춰 판별하긴 하는데.

“넌 근원이 그런 사주에 있다, 출제자의 의도대로 문제를 맞춰야 하는데 소녀가 난 보랏빛이 좋아, 라고 하면 의도는 그냥 정답이 소녀의 죽음을 암시하는 거잖냐, 넌 샹? 보라색이 왜 죽음이야? 그런 기질이 공부할 때나 시험 볼 때 드러나.”

“그건 맞네.”

노량진의 장제스는 공부가 부족한 게 아니다.

매번 한 끗 차다.

“생각해 보기엔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교과서나 전공서에 안 나오는 거름막 질문이 있어, 그런 거에 맨날 낚이는 거다. 수능모의고사 볼 때도 그러더만 그게 안 바뀌네.”

아무래도 이런 시험은 떨어뜨리기 위해 내는 시험이라.

책에 쓰인 정답을 교묘하게 말을 꼬아서 내고, 책엔 없으나 현실적으로도 맞다 싶은 다른 지문들로 낚시를 시도한다.

배움이 많으나 굴종하지 못하는 자들은 그 오지선다에서 그 지문 중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무심코 찍고.

그런 걸로 점수를 잃는다.

어찌 보면 시험이라는 게 객관식이어도 그런 걸로 교묘하게 ‘정학正學’에 어긋나는 이단자를 찍어 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틀린 견해가 아닌데, 넌 틀렸다고 주입하는 느낌.

“한마디로 넌 출제자의 의도를 부정하고 싶어하고 그걸 자의적으로 판단한다. 이건 공부와 별개로 사람 성향이다.”

이 이야기를 공무원 도전하기 전부터 하긴 했지만.

내 친구들 중엔 가장 공부를 잘했으므로 무시하진 않았다.

얘보다 공부를 못하던 애들도 공무원이 됐었으니까.

학업능력이 훨씬 뛰어난 노량진 장제스는 마땅히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근데 5년째 이러니까, 그 원인을 사주로 짚어 줘도 됐다.

정확히는 어느 정도 합격권 점수 나오니까, 죽어라 공부하진 않고 커뮤니티질에나 몰두하면서 드립이나 익히던 것 때문이겠다만.

본인은 나름 노오력을 했다고 여길 테니까.

그걸 까지 않고 사주에 원인을 돌려주는 것이다.

사주 탓이 맘이 편하거든.

“야 그럼 그 의원 나으리들도 안 좋아라 하지 않냐? 그거 그냥 반골이잖아?”

“입법부인데 뭘, 입법의 기능은 본디 행정부 견제니까. 반골을 넘어 혁명할 놈이어도 효험을 본다. 뜨기는 그런 놈들이 떠, 왕이 안 된다 뿐이지.”

권력 견제라는 게 존재하므로 위를 거스르는 사주 / 혁명가 사주의 효용성이 정치에서 늘었다.

그 권력이 워낙에 못한다면 견제만 해도 위치를 얻을 수 있고.

권력견제가 된다는 건 적당한 수준의 권력기구를 감찰하는 중간간부로서의 권력 행사에도 소질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

“넌 뭐 문제에서 다양성을 보는 놈이니 잘할 거다. 그러니까 추천하는 거고. 정석에서 아 이건 아니지 않나? 가 신념처럼 있으니까. 잘 생각해 봐라.”

고기를 먹였는데도 피골이 상접하네.

백 퍼 반항하고 안 좋은 소리 나올 걸 알지만, 환전하고 남은 현금 중 사임당 두 장 정도 꺼냈다.

“뭔 돈이야, X발 꺼져.”

“야 기억 안 나냐, 너한테 3만 원 빌린 적 있다?”

“아 그랬냐? 그랬나?”

“그 입대하기 전에 술값 더치할 때 네가 냈었어. 그때 피시방 요금도 네가 냈을걸? 이자 쳐서 갚는 거다. 밥 잘 먹고 다녀라.”

물론 나는 여태껏 돈 빌려 본 적이 없다.

* * *

여의도 모처의 호텔이었다.

숙박하는 호텔 근처라서 걸어서도 갈 수 있었다.

“어 왔냐.”

“어 왔다.”

들어섰는데 설민혁이 로비에서 날 맞이한다.

“내 후임은?”

“뭐 말은 해 놨는데, 할지는 모르겠네. 야.”

일단 발 한 번 밟았다.

“악, 야 넌 뭐 사람을 보자마자 치냐. 장난 까나?”

“너 조카한테 찝쩍댔다며 교복 입은 애한테.”

“아 진짜 이건 내 부랄 두 쪽에 맹세코 몰랐다. 몰랐으니까, 조카인지 몰랐으니까. 그랬던 거지 진짜 일체 사심 없었다.”

설민혁이 그걸 걸면, 믿어도 될 거 같기도.

“조카만 아니었어도 하지 않았고?”

“야아, 사람을 뭘로···.”

설민혁의 변명이 들리기는 하는데, 귀 닫았다.

그래야 더 민망해지지.

설민혁을 무시하고 호텔 중식당에 들어갔다.

둥그런 큰 테이블이 있고 방이 따로 있다.

스카이피아 호텔에도 비슷한 곳이 있는데 인테리어가 멋있네.

“왔습니다.”

“오랜만이다.”

그 안에는 김병용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게요.”

“그렇게 바쁘나, 뭔 중동 갔다 오고 나서야 시간이 나나.”

“요즘 돈 벌어야 해서, 정치에 관심이 뚝 떨어졌는데요.”

“돈을 벌면 정치엔 더 관심을 가져야지, 정치꾼들 한마디에 세금이 달라지는데.”

“뭐 그것도 그렇겠네요.”

“아 형 저는 나갈까요?”

“너도 뭐 있어도 된다.”

설민혁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김병용이 묻는다.

“니 왜 불렀는지 알긋나?”

“사주 아니면 부를 이유가 없죠, 돈 많든가 권력 많은 손님 연결해 주시려고 불렀나 보네요.”

“네가 그런 양반들 구워삶는 재주가 있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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