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몸의 한 부분을 떼어 낸다면.
이번 손님은 찾아오자마자 감이 온다.
어, 그쪽이구나.
이번엔 또 어떤 패턴으로 들쑤셔야 하나.
화류업종 여성들은 일단 인생이 찍어 낸 듯이 뻔해서 감평이 쉽고.
팁을 잘 줘서 나름 선호하는 손님의 부류이지만.
매번 똑같은 말을 해야 하는 게 내 스스로가 질릴 뿐 아니라.
입소문을 내려면 다 똑같게 말해 주면 안 된다.
고로 이번엔 패턴을 조금 바꿔 보자.
눈에 보이는 것들로 트집 잡아 화류업을 할 것이란 논거를 만들고 그걸로 실토하게 만드는 감평법을 주로 쓰는데.
이번 손님에겐 그러지 않았다.
“어 자존감이 무척 낮아 보이시네요.”
“네···?”
“농담입니다, 사주 보러 오셨죠? 생년월일시 적어 주시면 됩니다.”
사주는 안 보지만 뻔하지 싶다.
좋은 사주면 이런 쪽으로는 안 빠진다.
좋은 사주인데 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그런 이들은 성애와 연애에 진솔하고, 낙인처럼 굳이 안고 살아가지 않으며.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자기합리화가 잘되어.
치고 빠질 타이밍을 알고.
스스로 일시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진입이라, 자격지심도 안 갖는다.
이런 타입은 사주를 보러 오면 다른 용건으로 보러 왔다가.
‘좀 야하시고 욕망을 감춤이 없으신 편. 근데 돈에 집착은 쩌시네요.’
이런 정도의 이야기를 듣고는 본인들이 대수롭지 않은 양 털어놓는 경우를 봤다.
“이름도 혹시 적어야 되나요?”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이름 밝히기를 꺼려 하네.
이름이 정말 이상하거나 비대면인 경우 말고는 흔치 않다.
비대면인 여성들의 경우에는 사주를 봐 달라면서 생년월일시를 안 주려고 하는 경우도 봤다.
···어쩌자고?
사주철학관을 찾았다는 것은 어쨌건 생년월일이라는 개인정보는 털어놓을 생각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사주에 생년월일시는 필수이나.
이름은 한자 이름 아니고선 딱히 필요는 없고 한자 이름이어도 쓸 일은 딱히 없으므로.
사주 7944호 정도로 적어 둬도 상관은 없다.
“한겨울에 따스한 불로 태어나셨습니다.”
“네.”
“한겨울의 모닥불이니 귀하고 누군가에겐 필요한 사람입니다. 추위에 못 이긴 이들이 당신을 쬐고 싶어하고 당신을 쬐면 두껍게 챙겨 입은 외투를 벗네요.”
“아, 아···.”
굳이 확정하고 말 안 하고 은유하면서 그냥 표정만 눈치를 봤다.
내가 눈치 보는 것에서 느껴지는 바가 있겠지.
“하지만 잠시 몸을 녹일 뿐이지, 곁에서 야영을 할 수는 없습니다. 세상이 눈밭으로 가득하거든요. 한겨울의 당신은 귀해서 누군가는 반드시 원하지만 다가왔던 자들은 잠시 몸을 녹이고 오두막과 산장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누가 오래 안 있는다는 이야기시네요.”
나름 영명하군.
눈치가 발달하지 않을 수가 없었겠지.
“그리고 곁에 다가오는 차가운 눈송이들이 녹아서 물로 내리지요. 몸에 물이 닿습니다.”
“말씀을 좀 어, 뭐랄까. 어.”
“뭐가요?”
“아, 아녜요.”
트집 못 잡을걸? 물이 뭔데 그래서?
“고로 이 사주는 뜨거운 물과 관련된 서비스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뜨거운 물이오?”
“손에 닿으면 차지만, 몸속으로 들어가면 뜨겁게 느껴지는 것을 말합니다.”
술인 척했지만 다른 것이기도 하다.
“왜 이렇게 은유만 하세요.”
“이것도 서비스이므로 행여나 들으시는 손님분께서 불쾌할 이야기를 뺍니다.”
“하셔도 돼요. 왠지 아시는 거 같은데.”
허락을 득해야 표현할 수 있다.
한국의 실정법으로는 범법자니까, 그걸로 몰아가면 패는 것 이상의 결과가 안 나온다.
나는 돈 받아야 하는 서비스직이고 영업자이므로 패 달라는 손님도 패는 건 꺼린다.
“예. 그래서 좀 직접적으로 말씀드리면 손님의 사주는 밤에 일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사주에 왜 그렇게 나올까요?”
“작은 불이니까, 세상을 밝혀야 해서 밤에 일합니다.”
“그래요?”
“뭐 밝힘이 있기도 했을 겁니다. 그리고 많은 애정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것도 젊을 적이 아니라 어릴 적에요. 원인은 간단합니다. 사주에 있습니다. 누구나 잠시 머물고 싶은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인기가 많았···죠? 그랬어요.”
인기가 없는 경우는 개별영업 쪽으로 빠진다.
하지만 이곳은 유흥지구라 소속 업소 정도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벽난로와 화덕, 장작으로 보완되지 않은 눈밭의 모닥불은 언제 꺼질지 모르는 불안감에 가득합니다.”
“무슨 말씀이실까요?”
“즉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분이라는 것이지요. 그게 어릴 적부터 없었습니다. 장작이 한 덩어리 있으나, 물을 흠뻑 먹은 장작이라 미적지근하고요. 이 장작은 어미, 불을 보호해 줄 벽난로는 아비입니다.”
“아···.”
어릴 적 가정을 제공해 줄 아비가 없고, 다그쳐 교육시킬 어미조차 약하면.
그 사회적 안전망을 어릴 적부터 추구하게 되고.
그건 젊을 적에 학문에 몰두하기 보다는.
생업전선에 일찍 뛰어든 배움이 덜한 자들이 재물을 토대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일찍이 깊은 연애를 시작하지만.
배움이 덜한 자들 중에는 도덕적 결여가 있는 직종 종사자가 많다.
“가정이 약하면, 사회적 안전망을 어릴 적부터 추구합니다. 그러면 젊을 적에 학문에 힘써 20대 후반쯤에나 사회적 전선에 나갈 수 있는 준비된 자들보다 20대 초 그 이전부터 생업전선에 뛰어든 배움이 부족한 자들이 달려들거나.”
“예.”
7944호는 침을 꿀꺽 삼키며 집중하고 있었다.
별반 반응도 안 했고 나도 그 반응을 확인을 안 했지만.
“학교폭력이 표면화될 즈음인 사춘기 시기에, 학생사회의 최상층에 위치한 남학생들이 사회의 최강자로 보이고 사회 안전망을 제공해 줄 수 있겠다 오인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특히 학교사회에서는 그 안전망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학교의 무뢰배들에게 끌리는 소녀들이 무척 많다.
학교사회의 최강자가 사회의 최강자가 되는 것이 아니나, 그 신호를 잘못 받아들여 같이 나락 가는 경우가 많다.
“어머··· 아, 그게. 거.”
7944는 나랑 동갑이다.
그냥 학교에서 보던 느낌대로 말해도 아무런 무리가 없다.
이쁜 애들은 언제나 그런 놈들을 만나고 있었다.
“거기서 나오는 우여곡절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굳이 묻고 싶지도 않습니다. 사연이 같거든요.”
“그런가요?”
“부류가 둘 정도 더 있습니다. 진짜 좋아서 하는 변태녀가 있고요, 돈에 미친 현실주의자가 있습니다. 다만 이 두 부류는 명확한 목적, 욕구충족과, 돈이 있기 때문에 합리화가 훨씬 쉬워 사주에 의존하는 빈도가 낮습니다.”
인생 꼬인 부류와, 좋아서 하는 변태녀, 돈에 미친 현실주의자 정도로 구분된다.
돈타령깨나 하는 후배 여자애가 하나 있었는데, 졸업하고 서울 교대 쪽 가서 산다는 소문이 들리더니.
이상한 커피원두 같은 걸 사 볼 생각 없냐고 전화 오더라고.
십수만 원짜리를.
사주 한 번 봐주긴 했지만, 아주 친하진 않았는데 뭘 자꾸 사 달래서 연락 안 받았다.
얼굴이 반반해서 좋아하는 놈들이 많았는데, 자꾸 물건 사라고 해서 학교 인맥이 다 닳았다.
지금은 돈 좀 벌었다고 교대가 아니라 역삼, 서초 쪽에 살면서 좋은 차 몰고 다닌다는데.
다단계 – 빚 – 인근 유흥의 메카 진입의 테크를 타지 않았나 짐작하고만 있다.
다들 그렇게 짐작하는데 쉬쉬한다.
인생 꼬인 부류와 돈에 미친 현실주의자의 조합으로 등장하는 패턴으로 추측 중이다.
이 손님이 그와 같아 보인다.
“손님은 꼬였지만, 돈이 필요한 현실주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밤의 일에 대한 청산을 계속해서 꿈은 꾸겠으나, 돈이 아직 덜 차오른 모양이군요.”
돈 쓰려고 진입한 사람은 정말 돈맛 보고 쓰기라도 잘 쓴다.
명품이든 여행이든.
행색을 어리게 꾸리긴 했으나 돈의 티는 7944에게 보이지 않는다.
돈이 없거나 아낀다는 뜻이겠다.
돈을 아낀다면 희망이 있고, 돈이 없다면 희망조차 없다.
“하아, 잘 보시네요. 저는 말이죠.”
이제 사연 청취 시간이다.
약간씩 다름은 있지만, 비슷하다.
성적 욕망이 어느 정도 있는데, 재화를 받는 성관계가 있었다.
그건 그냥 돈 많은 남친이 주는 용돈 같은 것이었으나, 그 돈맛이 이끌었다.
사연을 들었다면 답은 해야 한다.
어차피 해결책은 돈 아껴라 말고는 마땅히 없고.
가장 큰 본질적인 문제는 사회적으로 천시 받는 직종에 있다는 자격지심이다.
몸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는 관념도 있다.
그러니 자존감이 옅다, 내 몸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사람이니까.
그러면, 몸의 가치를 낮추면 된다.
“그래도 건실하신 편입니다. 사회 하류층은 아니네요.”
“이게요?”
“본디 고전 사주학에서 남자의 사주가 나쁘면 노비, 객사, 장돌뱅이, 뱃사람, 망나니, 범죄자, 산적 등등 온갖 다양한 하류인생이 되지만, 여자의 나쁜 사주는 십중팔구 몸을 판다고 봅니다.”
“그렇잖아요. 취급이.”
고개를 저었다.
“현대는 다릅니다. 적어도 사람이 약간의 행동력만 있어 관청에다 먹을 것을 구휼해 달라 청할 수만 있다면 굶어 죽는 경우는 흔히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현대의 하류인생들은 근래엔 몸을 축내기 보다는 정신을 축내며 가상의 세계에서 생을 태우고 싸우는 데 몰두하고 있지요.”
모두가 위만, 서울만, 높은 신분만 바라보는 아파트 공화국인 한국에서 그렇지 않다.
갖가지 하류층이나, 화류계에 종사할 남녀가 바라봐야 할 부의 성취는 너무 커서 엄두가 나질 않으므로.
그냥 재화 창출 활동을 거의 포기하고.
자신의 신분을 감출 수 있는 가상의 공간에서 혐오의 선봉장에 서서 화합 대신 싸우는 데 힘을 소진한다.
“그렇게 가상의 세계에서 누군가를 헐뜯고 벗어나지 못하며 인생을 축내는 사람들보다야 세상의 재화를 거머쥐겠다는 몸부림이 낫습니다. 왜? 자본주의 사회니까.”
“몸부림이라는 말이 아프게 들리네요.”
“몸은 쓰면 축납니다. 어쩔 수 없는 겁니다. 무거운 걸 들어 나르는 일을 하면 팔과 허리가 집중적으로 작살이 나고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분들도 허리와 목, 눈 등이 작살이 나죠. 그 부위에 과한 신성성을 가지지 마십시오.”
“신성성이라니···.”
뭔가 과도한 관념이 있다고 본다.
사람 몸에 안 중요한 곳이 어디에 있겠냐 싶고.
2세를 생산하는 기관만큼 생물의 목적이 그대로 담긴 부위가 없다고 보지만.
사람 몸 중 생식기에 유독 인문적 사회적 보정이 많다.
가리고 살아서 그런가.
나야 추종하지만, 대를 잇는 게 중요하던 시절에 내려온 오래된 관념이라.
“신이 말합니다, 널 살려 주는 대가로 몸의 부분이나 장기를 하나 빼앗아 가겠다고요. 사주의 오복에 해당하는 기관을 가져가겠다고 합니다. 심장과 눈, 간과 뼈, 위와 입, 폐와 대장, 그리고 생식기. 당신은 뭘 포기하겠습니까?”
신장과 생식기라고 말해야 하는데 의도를 갖고 누락했다.
사주상 불이 강하면 심장 기능과 눈이 좋다고 그러는 게 고전 사주학인데.
요즘 애들 안경 쓰는 거 보면 그것도 아닌 거 같지만 예시로는 들었다.
“아, 아···.”
그래도 목숨 포기한다는 말은 안 하네.
자포자기한 양 그런 거 포기한다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다 필요 없고, 생식기가 중하다면 당신은 아이를 갖고 싶은 것이니 나오는 게 좋습니다. 적어도 잠시라도 쉬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깟 것에 의미 부여하지 마세요. 환관은 취업을 위해서 포기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명예를 위해서 자른 사람도 존재하는데 새삼.
장기, 팔다리, 눈 등등 신체의 뭔가를 포기할 상황에 놓인다면?
생식기를 대신 택하는 자들이 있기야 하겠지만.
팔다리나, 눈, 오장을 떼어 내면 생식 활동에 지장이 안 갈까?
그건 아예 생명 활동에 문제가 날 건데?
“갖가지 피임도구에서 보듯, 사람은 그 기관을 통제하려 듭니다. 왜냐? 원치 않는 임신을 우려하기 때문이죠. 왜 원치 않느냐? 키울 돈이 없어서입니다.”
그리고, 돈이 없으면 생식 활동을 할 수 있나?
돈이 주는 사회안전망이 없다고 안 그래도 후세 생산을 중단하고 있는데?
“그러니 이를 돈을 위해 활용하는 것은 그 기능의 본질에도 부합합니다. 이를 2세를 위해, 사랑을 위해 쓴다는 사람들을 동경하거나 부러워할 필요가 딱히 없습니다. 당신의 활동도 2세를 위한 자신의 안정과 안녕을 위한 활동입니다.”
돈이 생식과 합치되지는 않지만.
생식엔 돈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랑을 위해서는 안 되는 걸까요?”
“사랑이 돈 없이 되는 겁니까?”
그 반론에 7944번 손님은 대답하지 못했다.
* * *
7944번 손님과의 상담을 끝마쳤다.
‘내 인생 왜 그러냐?’ 질문에 ‘사주 탓이다.’
라고 한 뒤 사주를 실컷 까 줬더니 재미있어한다.
그러고는 장지갑에서 현금을 꺼내는데 사임당이 많다.
한 장만 받으면 되는데 한 장을 더 집는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 복채 대신에요.”
“네?”
“돈 대신에 부탁드리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살짝 말 꺼내기 민망하다는 양 머뭇거리며 말했다.
“저한테요, 무슨?”
“그 잘하실 일일 거 같아서.”
“에에? 어, 뭘까요?”
7944호는 하! 하긴 했지만 이내 너털웃음을 지으며 뭔지 캐물었다.
당연히 중의적으로 느끼라고 하는 행동 맞다.
아, 이 역술인 놈 복채 대신 몸으로 받으려고 그러네? 날 여기서도 그런 식으로 보나.
싶은 감정을 불러일으킬 의도가 있었다.
반전과 오해를 사게 하는 것만큼 사람의 격한 감정을 끌어낼 수 있는 것도 많지 않다.
“아, 이걸 말씀드려도 되나.”
“말해 보세요. 별말씀을 다 하셨는데.”
말에 뜸을 두고 선뜻 꺼내기 어려운 것인 양, 말해서.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를 잠깐 느끼게 놔뒀다.
그리고 철학관 노트북의 모니터를 돌려 뭔가를 보여 주었다.
“이 사람들, 혹시 아세요?”
“어···. 뭐예요?”
“이 남자는 모르는 게 더 이상할 거 같고.”
“아, 네! 알아요. 그 다른 데 사장이라고 했는데 요새는 안 온다던데, 팁을 진짜 많이 줬다고.”
“이분은···. 뭐 얼굴만 아실 수도 있겠지만 그쪽을 아주 잘 다니시는 분이거든요.”
“어, 근데 이걸 왜 보여 주시는 거죠?”
“혹시나 이 사람들에 대해서 아는 분들 있으면 그 소식을 저한테 좀 흘려 주시겠어요?”
“네에에? 이걸 왜?”
“업종에 회의감을 느끼지만, 돈 때문에 벗어날 순 없다고 했잖습니까? 그렇다면 기왕지사 제가 다른 일도 하나 드리는 겁니다.”
정체성에 회의감이 있다면, 정체성을 하나 더 쓰면 된다.
내가 근래에 배운 것이다.
“무슨 일을···.”
“사설 정보원.”
마요르카 유흥주점 설민혁은 뭐, 워낙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라 넣었다.
물론 거기서 뭔가가 더 잡히면 좋다.
점차로 사람이 정상이 되어 가고 있어서, 긍정적이긴 한데.
언제까지 긍정의 에너지만 흡수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긍정적, 부정적 모든 관심을 흡수하고 싶은 사람은 오행철학의 일반론에 따라.
그 모인 관심과 기대의 에너지를 크게 방출할 때가 있다.
그 에너지 발산을 현재는 성욕 방출로 충족하는 모양이지만.
돈과 권력을 쥐었을 때의 모습은 예단할 수 없다.
이어, 상임고문인 정기상 건축공학과 교수.
이태현이 쫓겨나면 아마 다음으로 설정환 자금을 맡아 관리하게 될 해외영업2팀의 성진경 부장.
그리고 이태현 교통사고 사건의 급발진 가해자 등을 보여 줬다.
“특히 이 두 분은 자주 들른다는 소식이 있어서 들을 게 많습니다, 이 사람들을 보셨거나, 알고 계신 게 있으면 일러 주시면 제가 정보료를 드리겠습니다.”
“저, 정보원···. 너무 그···. 뭐라고 해야 되나 제가요?”
이 동네에서 이 손님이 나간다고 말하는 업소 화대를 감당할 만한 직장인들은 평균연봉 8천 스카이피아 말고 흔치 않을 것이다.
“그 외에 스카이피아 관련 사원들이 오면 그것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부탁드립니다.”
은겸이한테 내가 낸 책을 자랑할 때 느낀 것인데.
사내들은 여인에게서 자신의 허세와 대단함을 인정받고 싶을 때가 있다.
나도 그러는데 다른 이들은 아닐까.
특히 몸과 취향을 밝힌 이후부터는 뭔가 말 안 하고 살던 것도 말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여급은 유서 깊은 정보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