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반공열사의 방어전략.
졸지에 정은이를 게임으로 우회 비판한 반공열사가 되어 버렸다.
포털 기사로 뜬 불편한 정은 씨는 다운로드 수가 늘어나 랭킹에 진입했다.
“···참 나.”
그 게임 랭킹을 보며 참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불편한 정은 씨’가 유독 뜬 건 여러 요소가 있었다.
우선 제목발. 대놓고 최고 존엄 이름을 가져다 썼다.
권력 1호니, 김정운이니 하면서 돌려 쓰는 것에 비해 너무 그냥 대놓고 갖다 박은 것.
이어 617담화가 표현은 지랄 맞아도 결국 주제는 ‘불편하다’인 것.
거기다 콘텐츠 진흥원의 분원인 공기관이 만들었다도 중요하다.
영화나 드라마도 나라에서 설립한 영상진흥기관에서 지원금을 받는 모양이긴 하나.
그래도 사기업인 제작사가 따로 있다.
그러나 불편한 정은 씨는 아예 공기업과 지자체가 만들었다.
한마디로 공공으로 정은이를 비꼰 것이나 마찬가지다.
···라고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
장문의 북한 담화를 다 읽는다면 ‘불편한 정은 씨’는 굳이 저놈들도 염두에 둔 게 아니라는 걸 알 텐데.
그걸 누가 다 읽냐.
공식 담화라고 쌍욕은 안 써 놓는데, 욕을 어떻게 검열 안 걸리게 돌려서 하는지 보고 싶다면 참고하면 좋긴 하겠더라.
이어 나는 전주에 가서 CN애들과 함께 전북일보와 인터뷰를 한 번 했다.
이건 콘텐츠 진흥원이나 임실군 차원의 입김이 닿았나.
“아, 푸흡.”
“안녕하세요. 하하하.”
아마추어 개발팀, CN의 김진택과 최영준을 만났다.
얘네들도 황당한 모양.
617담화 이후, 전북 콘텐츠 진흥원은 그냥 지역의 창작자들한테 돈 지원해 주는 사업으로 대박을 친 셈이 되었다.
정은이 부수는 게임이라고 하니 소문이 나서 평도 별점도 좋다.
오죽 한국어 화자들한테 원한을 샀으면···.
“작전사령관 표창을 받으셨다고요?”
전북일보는 뉴전북신문과는 다르게, 나와 본 건 김병용 선거캠프에서다.
그 덕에 역술인 IP는 추궁받지 않았다.
정치하려는 선거사무원 청년 정도로 본 것 같은데 김병용 전주시 국회의원과 무슨 관계냐고 다소 묻다가.
대침투 작전 민간협동 상을 받았다고 말하니 놀라 적는다.
이게 공로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이 공은 나눠 먹을 가능성이 충만했다.
프로젝트 총괄자 유명심 교수, 콘텐츠 진흥원 음식문화 스토리, 게임을 담당한 엄대한 씨 그리고 여기 CN팀 애들까지.
나는 특히 이걸 기어이 만들어 놓은 CN의 김진택이 부각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한테는 민간인임에도 육군 대장이 준 상과 표창이 있었다.
* * *
-반공도 추억을 관통하는 컨텐츠.
-세대를 이어 보고 싶었다.
-임실 치즈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저한테 뭔 일 나면 북한 소행으로 생각해 주세요(웃음)
그리고 나는 전국지, 메이저 신문과 인터뷰했다.
<인터뷰>
매스컴에 출연합니다, 당신의 명성을 직관적으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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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운이 레벨업 가능합니다!
반사이익을 꽤 봤다.
예전부터 정치판 보면서 생각한 것인데, 권력자를 들이받고 까면 뭐라도 되더라고.
대신 반대파 안티들을 가득 짊어지고 가게 되는데.
그게 괴뢰군 수장이면 그 안티가 그다지 많지 않다.
진짜 날 딱 지목해서 ‘간나 새끼, 뒤질 줄 알라우.’ 한마디 해 주면 반사이익을 제대로 봤을 텐데 오히려 그게 좀 아쉬울 지경.
-푸하하하하하.
“뭐 때문에 전화하자마자 웃으십니까, 배지 단 거 신 나나 봐요.”
김병용이 이 사태를 보고 전화했다.
그냥 CN애들한테 묻혀 갈 수도 있었는데, 대민작전 포스타 표창장을 받게 유도해 준 김병용도 공이 크다.
그리고 CN애들도 그 이상 또라이는 아니었는지 티를 안 내고 공로를 나한테 몰더라고.
내가 제일 또라이였나 봐.
-니는 뭐 국방위고 정보위고 문체위고 이야기가 다 나오네? 대단하다, 대단해.
그러니까 언론이 찾아오겠죠.
617담화는 다른 사안에 묻히긴 했지만 나름 뉴스 타는 사안이다.
<명성>
스마트폰 위에 메시지 뜨는 거 봐, 또 오르나 보네.
“상 받게 힘써 주신 덕이죠.”
-김정으이가 니 직이 삔다 카는데?
“아이구 무서워라, 나라가 지켜 줘야죠? 이만갑 PD분은 멀쩡하십니까.”
-이놈 자슥은 안 속네, 의원님 말씀인데.
“그 동네 왕이 뭐하러 일개 글쟁이를 적대해서 위상을 키워 줍니까, 지들 격을 미국 대통령 그 이상으로 높이고 있는 놈들인데요. 그 정도 계산도 안 되면 그 어린놈이 나라 10년간 지탱하고 있는 게 신기할 노릇입니다?”
나야 그냥 웃겨서 가져다 쓴 건데, 진심으로 이런 목적을 갖고 정은이 때리는 사람들은 널렸다.
매번 비슷한 기사를 생산하는 보수언론이나, 정치인, 탈북자도 나름 멀쩡하게 살고 있는데 딱히 쫄 이유가 없다.
게임으로 만든 건 물론 이례적인 일이지만.
“근데 그렇게 보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재밌다고?
“농담으로 한 얘긴데 신문에 말한 것처럼 하고 다녀야겠습니다. 개인 웹페이지에 난 절대 자살하지 않는다, 같은 거 올리고요.”
사실 걱정하는 게 아예 없지는 않다.
두려운 건 정치가 아니라 돈이다.
정치는 효용에 따라 적도 동지가 될 수 있고.
뭐 행여 동지여도 숙청을 당할 수야 있지만.
그런 건 사주가 기똥차게 잘 짚는다.
‘응, 여기서 너 더 깝치면 목숨줄 나간다.’ 이런 암시가 진짜 많으니까.
수천 년을 한두 마디 꼬투리로 숙청당하고 숙청되던 동아시아 정치판 보고 만든 학문인데 그걸 모르는 게 더 이상한 것.
서민의 인생에 그렇게까지 정치할 일들이 안 나와서 그렇지.
그러나 돈은 다르다.
사주가 말하는 오복인 가족조차 가르고 그들의 숨줄을 조인다.
사람들이 그리 극단적으로 막 그러겠나, 그거 뭐 영화 드라마 이야기 아닌가 생각하기는 하는데.
내가 맡을 돈이 적당한 돈은 아니다.
먹튀각 나오면 설양훈부터 날 가만 놔두려 하지 않을걸?
음···.
그러고 보니 어쩌면 나와 신세가 흡사한 이태현이 생각난다.
이태현은 여자 문제에 집중하다 보니 말을 안 한 게 하나 있다.
사회가 안정감이 있어서 위해를 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냥 체력과 힘이 다해서 병을 얻는다고 정도로 판단하는 사안인데.
재물이 많은데 감당할 체력이 없는 사람의 사주 표본 중에는 무거운 행상을 하다가.
수적, 산적, 이민족의 습격을 받아 죽은 사주도 존재한다.
* * *
그 생각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태현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요즘 감이 트여 가는 느낌이 든단 말야.
병실에 누워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면회 온 참이다.
의식은 있었다.
그리고 이태현은 일단 내 쪽을 의심했다.
“···제가요? 아닌데.”
“아.”
“그러면 뭐 약물 같은 거라도 들고 왔겠죠? 칼이라거나.”
“그렇긴 하겠습니다만.”
의심할 거 같아서 찾아온 것이다.
깁스한 이태현이 안쓰러워 한마디 했다.
“거 차라리 어거지로라도 여자 만난다고 조작을 하지, 이렇게까지.”
“저도 설마설마했는데.”
아라비아반도 오만에서 마약의 일종인 까트 재배지를 밀어 버리고 만든 새로운 신도시가 있다.
그 신도시의 거주지를 스카이피아가 지어 올렸다.
이를 대가로 오만 왕가가 준 자금이 잡혀 있고. 그 자금이 설정환 전 회장이 동생네를 위해 남긴 자금이다.
까트 마약상이 옆 예멘 반군과 연계되어 있어서 오만의 정부 조직에서 공식적으로 대금을 지급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마을이라지만 거의 신도시이고 이 신도시에 잡혀 있는 자금이 적당하지는 않다.
추산으로 천억대라고.
훨씬 면적이 넓은 오아시스 신도시가, 아랍권 금융무역 중심지 수십 층 센터보다 단가가 낮은 건 황당하긴 하나···.
수도권 20 몇 평 아파트가 지방의 대저택보다 비싼 게 부동산이니.
“여자들이 달려들긴 하지만, 나이가 저물어 여자에 욕심을 내지는 못하실 분입니다. 그러면 극단적인 수단으로 배제하려고 한 거 같은데. 이건 죽어도 좋고, 죽지 않아도 쫄아 보라고 한 것 같네요.”
이태현은 실제로 약점 잡힐 무언가가 있다고 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설정환의 유명을 지키는 사람이다.
하지만 공격을 꿋꿋이 버티고 있고 그들도 결정적인 규탄 사유를 갖고 있지는 못한 듯했다.
이태현에게 듣자니, 가해자가 술도 먹지 않고 그냥 자길 보고 액셀을 밟았다고.
급발진이라고 주장하는 모양인데 음주나 그런 게 없어서 크게 벌을 받지는 않을 모양이다.
치이고 날아가지 않고 본네트에 걸려 이태현은 다리만 다쳤단다.
우연일 수도 있다고는 보지만, 눈먼 큰돈을 쥐고 있으면···.
저럴 수도 있다고 보는 것도 이상한 시각은 아니다.
“다른 짐작 가는 사람들이 누군지는 모르시겠습니까?”
이태현은 설정환의 자금을 노리는 이들을 규정 짓지는 못했다.
설은겸 쪽은 설은겸이 워낙 어리니 차마 의심 못 하고 있고.
설은겸에게 그런 자금이 있다면서 접근하여 환심을 사려는 자들.
혹은 그만한 돈을 감추는 걸 용인하지 못할 설양훈 쪽.
당장 그 돈이 필요한 설윤환 쪽.
그룹 먹겠다고 욕심을 부리는 게 너무 눈에 보이는 딸들과 설인훈 등등.
누구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까 은겸이 주라니까요.”
결과적으로 설씨가 돈인데 설씨가 맡아 두고 있어야 잡음이 없었겠다.
현재 스카이피아 내에서 눈먼 돈으로 돌아다니는 설씨가 자금은 설정환의 자금 외에 없는 모양이다.
아마 그 돈을 노리는, 세력이 미약한 이들의 행동 같다.
설양훈이 해외로 돌린 자금만 수조 원일 건데 천몇 억에 목숨 거는 게 황당하긴 한데.
그거 있는 줄 모르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면, 이사님이 그만두면 오만의 자금을 이어 관리할 후임자는 누구입니까.”
죽일 거였다면 좀 더 극단적인 수단을 썼을 수도 있는데.
근거리 급발진 사고 위장은 위협에 가까워 보인다.
실제로도 이태현은 죽지는 않았으니까.
“해외영업2팀일 겁니다.”
해외영업2팀이라.
해외영업2팀은 아주 잘 안다.
박효성, 이민준 등등.
개중 해외영업2팀에 뒷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사람이 있다.
가족을 사실상 해외망명 시킨 부장.
유흥 마니아이자 전파자.
“성진경 부장?”
“···아마 그럴 겁니다.”
해외영업2팀이면 탄핵할 거리가 넘친다.
일단 박효성 씨 부인부터···.
“우선 설 회장님이 조만간 귀국하십니다. 말씀을 드리고 보호를 받으세요. 지금 아무도 못 건들 사람은 설 회장뿐이니까요.”
“하지만, 그분이 아시면 이 돈은 회수하실 겁니다. 이건 어찌됐건 돌아가신 설정환 회장님의 우애가 담긴 돈이라.”
“그렇다고 목숨 걸 이유까진 없잖아요?”
이 말에는 대답을 안 한다.
뜻을 굽힐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제대로 된 은행원 사주로구먼···.
* * *
“설 회장님.”
“아이구, 선생이 여기까지 나오셨습니까.”
백야현상이 극에 달한 하지가 끝나고, 설양훈이 귀국했다.
설양훈의 입국편 비행기를 기다리다가 버선발로 달려가 그를 맞이했다.
설양훈의 옆에는 굉장히 눈에 띄는 핫팬츠 아가씨가 얼굴을 볼까지 가리는 왕방울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어, 몸매가 서구적이다.
“그래요, 긴급한 용건이 뭔가요.”
“제가 공항 내에 회의실 하나를 대절했습니다. 그리로.”
“아 여기를 소개를 해 줘야 하는데.”
“아 설유겸 씨?”
여자는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목소리는 놀란 감정이 어린다.
“누구시죠?”
“바로 알아보네요?”
설양훈이 감탄한다.
“누구 동생인데요.”
사주 보러 오는 인척을 맞추는 것에는 도가 텄다.
일단 설 회장한테 용건이 있어 인천공항 근처 대절한 회의실로 모시고 갔다.
수행원들 몇 명과 여인네를 놔두고 설양훈과 회의실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신가요.”
“사람 한 명을 보호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사람을요?”
“설정환 회장의 자금을 갖고 있던 사람입니다.”
“그걸 찾아냈나요? 흐음, 이태현인가가 가지고 있지 않았던가.”
“어, 아셨군요.”
“확실하진 않지만 그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해외사업부가 쥐고 있을 건데, 정환이가 이태현이한테 10년 넘는 고용계약서를 써 줬어요.”
설양훈이 아예 모르는 건 아니라 봤다.
다만 그걸 그냥 더 파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는데 마지막 그 돈의 목적에서는 다소 고민했다.
이거 설윤환한테 주라고 남긴 돈이라고 해도 되나?
설양훈은 설정환이 다른 의도로 가지고 있던 돈이라 생각하고 아마 그게 설은겸 남매에게 돌아갈 것이라 본 듯하다.
그 돈의 목적은 모른 체했다.
자길 감옥 넣으려 했던 동생조차 용서하고 잘 살게끔 남긴 돈이면 그 목적 자체엔···.
우리 사회에 주는 시사점이 있고.
형제는 숙적이라고 감평 하는 내게도 격동이 있다.
“별놈들이 다 있군요, 그러면 이건 부족한 내 인척들이 벌인 짓이겠지요. 허, 이렇게까지 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는데···. 선생.”
설양훈이 근심하는 표정을 지으며 날 본다.
“예.”
“자금을 맡게 할 선생도 걱정이 되네요. 그 돈을 가지고도 그 난리가 났다는데 아부 탈리브 센터면.”
이태현과 나는 신세가 흡사하다.
그가 그리되었다면 어쩌면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다.
근데, 그게 크게 겁나지는 않는다.
“아, 저는 괜찮을 거 같습니다. 주십시오.”
“그래요?”
“저는 제가 뭔 일을 당하면 북한 소행이 될 거라서요.”
설양훈이 뭔 황당한 말을 하냐고 되묻는다.
“예에?”
내가 짠 건 아니고 그렇게 판이 짜이는 걸 이용하고 있다.
617담화가 날 저격한 게 아닌데, 사람들의 인식이 누군가를 저격한 게 되어 있고.
나는 그게 날 저격한 것인 양 조성되는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그러므로 내가 인력이 개입된 듯 보이는 사고를 당하면, 북한 소행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덕에 사건 조사를 소홀히 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의 좌우가 이를 정치쟁점화 시키며 전국민을 탐정으로 만들 것이기 때문.
혹시나 그 사건 조사를 그치게 하려거나 매수하려는 시도가 있으면?
뭘로 몰릴진 말 안 해도 알 것이거니와.
그런 관심이 몰릴 인물에 대해 쉽게 테러를 감행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인터뷰마다 나한테 뭔 일 나면 걔네 짓이라고 못 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