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03화 (103/211)
  • #103. 명성이 자꾸 올라.

    “···으음, 뭐 나쁘진 않아.”

    횡재 뽑으려다 뽑힌 건, 근로소득이다.

    현재는 레벨이 낮은 아버지운 말고는 뭐가 올라도 이득이다.

    아버지운도 올라서 나쁠 건 없다.

    레벨이 초반에 두 개 찍고 안 찍어서 3레벨이다 보니 포인트 이득이 덜할 뿐이지.

    슬슬 불효자는 웁니다 각인데···.

    장가갈 돈 해 준다고 단타 치시는 거 그만하게끔 은겸이 소개나 해 볼까.

    그러고 보면 서민의 아들자식은 결국 아버지 퇴직금 투자한 신혼집으로 시작하는 거니···.

    아버지운과 여자운이 같다고 말하는 사주가 또 1승 한다.

    <근로소득 LV6 +2> +직업 LV2 (비정규)

    당신은 연봉이나, 부업까지 합하여 세후 1억의 연수익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특) 현재의 레벨은 가진 직종으로 인해 펌핑되어 있습니다. 현재의 직종을 그대로 굳힌다면 이는 레벨로 그대로 환산됩니다.

    “1억이··· 안 될 건데? 돈 벌 일 생기나 보네. 장사가 잘되려나.”

    대전은 계룡선사나 그 제자들이 꽉 잡고 있어, 사업수익이 영 변변찮다.

    소녀보살 신기 빠져서 뻘소리 할 때쯤 끼어들었던 전주 시장이 오히려 내게는 더 컸던 것 같은 느낌이다.

    스카이피아 사원들이야 돈을 안 내고 보니까 찾아오는 거고.

    특임고문에게 업무 추진비가 나오기는 하지만 업무 추진비로 할 게 마땅히 없어서 반납하고 있다.

    이런 돈은 함부로 삼키면 안 된다.

    “에이, 하나 더 뽑자.”

    하나 뽑고 나니까, 못 참겠다.

    이게 사행성이네···.

    하나 더 뽑으면 뭐라도 될 거 같은 느낌의 그거.

    아껴 두려고 했지만 관성운 관련 운세도 뽑을 수 있었는데, 꽝 있는 걸 미리 뽑아 두는 게 낫다 싶어 뽑았다.

    관성운은 다섯 가지 운 중에 유일하게 ‘고난’이 운으로 있는 운세라서 뽑아 두는 게 낫다.

    <명예운 LV7>

    당신의 이름은 인구 5~60만급 도시의 수장 정도에 준합니다. 즉 이에 비슷한 인구가 당신을 압니다.

    이어 당신은 도청 소재급 시 집단이나 취미, 활동, 직업 집단에서 상을 수여받거나 그 집단에서 사람들이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는 명사가 됩니다.

    근로와 명예···.

    이건 명예가 올라서 얻는 기본수익이 증가한다는 암시인가.

    * * *

    6월, 재보선이 끝나고 김병용 당선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이튿날 김병용이 전화해서 소식을 알려왔다.

    -이거 다 네 덕분이다.

    “뭘 제 덕입니까, 아버지 김병용입니다가 먹힌 겁니다.”

    -그거 네가 적어 준 거잖냐.

    “아버지, 어머니 타령은 맨날 의원님이 하시던 소리 아닙니까.”

    -당에서 내려온 보좌관들이 니 글 잘 썼다 하더라, 경선 때 이미 소문이 쏵 퍼졌다. 당에선 내가 이미 질 거 생각을 하고 짜고 있었다는데.

    경선 이야기 벌써 몇 번째인가 싶지만.

    중앙당은 원래 임순남을 보내려던 김병용을 전주로 돌렸다.

    시골권역인 임순남에서는 우려하던 지역색이 크게 결점이 되었다.

    그래서 그나마 도시권이라 지역색이 덜하고 지역유착형 정치인이 똥을 거하게 싼 지역구로 옮겨 출마시켰으나.

    ‘그나마’였다.

    그걸 메꾼 경선 동원력은, 나도 놀랐지만 주목받고 있는 모양이다.

    거기다 또 김병용 특유의 이빨로 광고까지 하고 있어서.

    -너 말이다.

    “예에.”

    -요즈음 청년 정치가 화두다.

    뭔 소리 할지 알겠다.

    자신은 있지만 할 생각은 딱히 없다니까는.

    정말 한다면···.

    왠지 나는 어렴풋이 짐작 가는 경우가 있다.

    돈 있는 자들이 돈을 위세로 내 신분을 비하할 때이다.

    그런 거만한 위세에는 돈 가진 자들을 휘두를 수 있는 명예를 갖추는 게 최고의 복수가 된다.

    근데 사주강화술과 설양훈을 배경으로 두고 있다면 크게 두렵지는 않아.

    굳이 정치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있다.

    “사師괘라고 합니다.”

    -뭔 소리고?

    “모두가 소인일 때 오롯이 20대만 굳건한 의지를 갖고 있는 시대를 말하죠.”

    -그런 시대라고?

    “그런 시대가 아니니까, 화두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 화두가 되는 시기가 오면 반드시 군이 들고 일어날 것이고요. 초급장교들이 분연히 일어선 포르투갈 카네이션 혁명이나 이집트 공화국, 카이사르 암살 같은 경우가 될 것입니다. 카네이션 혁명은 긍정적이지만 이집트나 브루투스의 카이사르 암살처럼 되면 안 좋죠.”

    세상의 형국은 주역과 여론조사 세대 그래프로 판단하는 편인데.

    20대만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시대면 세상이 뒤엎어진다.

    그러나 뒤엎어진 세상이 옳을지는 알 수 없다.

    “저는 그 시대는 아직 아닌 거 같습니다. 주역으로 보아하니 2030이 화합한다면 승괘라 하여 바람이 불어 크게 날아오르는 형국에 다다른다고 보지만. 30대가 20대에게 붙을 생각이 없고, 20대도 30대를 위해 싸우고 싶지도 않습니다.”

    -재미있네 스피커폰 틀어도 되나? 내 요새 잘 안 들린다. 하도 확성기를 써서 말이제, 들어 보자.

    “30대는 청년층에서는 대장격입니다, 20대가 이들을 대장으로 세워 주고 대신 싸워 30대에게 공로를 바쳐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30은 사회의 과실을 따는 롤모델인 4050에 더 친숙함을 느낄 것입니다. 그러나 20대가 이를 감수하겠습니까?”

    사회운동 등 젊은이들이 따다 준 열매를 가장 섭취하기 좋은 세대는 이제 갓 사회진입을 한 30대이다.

    20대가 재주는 자기들이 부리고 과실은 엄한 놈이 먹는 걸 감수하느냐가 관건인데.

    “20대의 제언은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놓인 30대 이상의 공감대를 크게 이끌기 어렵습니다. 하나 30대의 제언은 사회의 주축인 4050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있어 위로의 확장도 충분히 가능하죠. 그러나 20대가 확장할 수 있는 영역은 30대까지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는 345가 중앙을 구축하면 2가 뭘 해도 답이 없다.

    6이 그나마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세대로서 융합의 여지가 조금 있지만, 세대가 워낙에 멀어 평행선이다.

    결국 3을 끌어와야 하는데, 3을 끌어오려면 2는 3이 되면 얻을 수 있는 미래의 해답만 받을 뿐, 현실의 문제가 나아지는 게 없다.

    그런데 2가 희생할까?

    그래서 주역은 23이 뭉치면 바람이 분다 했고, 2만 있으면 군사를 모는 비상한 수단을 쓴다고 했다.

    -확실히 니는 통찰이 있다.

    “결국 계란이 병아리를 위한 정책을 내야 하는 격이지요. 계란과 병아리가 모두 만족할 담론이 필요하나. 과연 그럴까요?”

    -병아리가 계란을 쪼아 묵지나 않으믄 다행이지.

    “그러려면 20대는 담론도 제시하고, 그 담론으로 40대에 기운 30대도 설득하면서 자기들이 30대가 될 때까지 꾹 버텨야 한다는 난관에 부딪힙니다. 그래서···.”

    그러므로 청년 정치의 시대가 열리려면 여전히 멀다. 라는 논지를 펼치려는데, 김병용이 딴소리를 한다.

    -야가 말은 정말 잘하지 않습니까?

    엥?!

    아니 이 양반이 누구랑 듣고 있었던 거야?

    * * *

    “크헉.”

    주화입마가 걸릴 것 같아 각혈했다.

    5월에, 1년여 만에 내 명작 불편한 정은씨가 모바일 횡스크롤 액션 게임으로 출시됐다.

    지금 다운받아 켜 보고 있는데, 미치갔구만 기래.

    “이걸 기어이 만들었네. 하기사 군민의 돈이 몇 푼인데.”

    솔직히 말해 CN애들이 임실 군민 돈으로 전주에서 식도락을 즐기며 흐지부지될 줄 알았는데 이걸 기어이 만들었다.

    생각보다 그놈들 진심이었나 보다.

    뭐 공기업도, 임실군도 바보 아니니까 뭐라도 성과 안 내어놓으면 CN놈들 쳐 죽일 장치 정도는 있었겠지.

    요샌 또 무슨 음식문화 개인방송 공모전으로 전북지역 먹방 콘텐츠 찍어 영상 올리는 걸로 공모전 하고 있더라.

    당연하지만, 내가 안 해 볼 수는 없으므로 게임을 받았다.

    글을 오래 쓰다 보니 손가락 부상이 있어 모바일 게임은 잘 안 하는 편이다.

    특히 터치 많은 거.

    키보드면 모를까, 평면 화면은 터치할 때마다 손가락 인대 마디마디가 고통을 토로한다.

    그래도 이게 나왔으니까, 게임을 안 해 볼 수는 없어서 다운로드해서 받는다.

    ‘전북 컨텐츠진흥원, 임실군, 충경사단이 함께합니다.’

    지방자치단체 공영사업이라는 걸 딱 박고 시작하는 것부터가 범상치가 않다.

    아 세금 아까워···.

    “은근 재밌는데?”

    세금 아깝다고 생각하고 플레이 중인데 의외로 할 만하다.

    일단 주인공이 진짜 정으니가 아니다.

    그거부터가 거름망이었는데, 내 원작 스토리를 반영해 줬다.

    원작은 임실군 치즈 장학생 양석기가 최고 권위의 스위스 낙농업대학에서 인정받아, 에멘탈 치즈를 만들 수 있는 젖소 송아지 한 마리를 받는다.

    이를 장수한우와 교배시켜 얻은, 에멘탈 치즈 생산이 가능한 암소들로 임실군의 치즈 사업을 번영시키기 직전.

    경제 제재로 에멘탈 치즈 먹기 힘들어진 북녘의 정으니가 남파간첩을 통해 이 송아지들을 훔쳐 가고.

    이를 쫓는 집념의 치즈 장학생 양석기 아저씨의 평양 북진이 원작이다.

    양석기는 순하게 소나 키우고 있었지만 사실, 장수한우 장군이를 타고 전의경 1만 명을 상대한 화려한 전적의 전직 농민영웅으로.

    고추장 영웅 김말석 스토리를 섞었다.

    씨소인 장수한우 장군이와 함께 소도둑 정으니를 잡으러 개성, 사리원, 평성의 인민군과 보안원을 뚫고 평양으로 내달린다.

    그러니까, 뭐 제목은 ‘임실군 치즈장학생의 평양침투’가 적합하겠다.

    내가 썼지만 참 미친 스토리네.

    근데 게임 만들기엔 장맛이 변하면 집안이 망한다, 지정환 신부의 하와이안 피자 이런 건 쓰기 어려웠을 것도 같고.

    “타격감이 생각보다 괜찮은데.”

    장군이로 인민군 수십 명 몰아서 딜을 넣는 타격감이 좋다.

    손가락 아픈데 광클하고 있네, 무쌍시리즈를 하는 느낌이다.

    원작에선 총탄을 뚫고 가는 게 너무 말이 안 되니까, 인민군 놈들 완전 당나라 군대고 총알도 전시비축용밖에 없어.

    빵야빵야로 사격하는 놈들로 묘사했다.

    그나마 총알 불출을 받으려면.

    군부 쿠데타와 군이 맘대로 움직이는 걸 경계하는 김씨일족에게까지 보고가 들어가야 하는 막장 체제로 묘사를 해 놨다.

    여기선 게임이니까, 소가 투우하듯이 대시로 박살 내는 게 웃긴다.

    양석기의 농기구 어택도 타격감 좋고.

    스토리는 그냥 웃음벨이고, 액션성으로 가는 게임이네.

    “생각보다 재밌어? 황당하네.”

    엔딩도 원작대로다.

    평양은 김씨일족의 안위를 위해 더더욱 총기의 사사로운 활용이 규제되어 있어.

    황소 탄 영웅에 팍팍 뚫리고 이 영웅이 끝내 소도둑놈을 만나 응징하려던 찰나.

    양석기는 스위스 낙농업학교 다니던 시절, 상대가 치즈를 좋아하던 한인청년 으니였음을 깨닫고 죽이진 않고 돌아온다.

    전의경들 하이바를 수급처럼 취하긴 했지만, 사람 죽인 적은 없는 치즈장학생인데 거기서 살인하는 것도 개연성 깨지기도 하고.

    전연령이라.

    그리고 훗날, 양석기는 한반도 평화사절이 되고.

    에멘탈 치즈를 생산 가능한 젖소들을 몰고 소떼방북 하는 것으로 엔딩 크레딧이 내린다.

    사행성은 아예 없고, 지자체 홍보가 목적인 괴작이라 플레이타임도 짧고 쉬우며.

    주로 적들로 등장하는 인민군과 바리케이드를 시원하고 다양하게 부수는 것에 게임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로딩 때마다 전주시, 남원시, 임실군, 고창군, 순창군, 장수군 로고가 랜덤으로 뜨는 것도 참 웃기네.

    스마트폰을 쥐고 여운에 잠겨 있는데, 메시지가 뜬다.

    <비난 성명>

    당신은 반체제 반군을 맹비난하는 성명을 표현물로 만들어 발표했습니다. 인쇄 출판물을 넘은 전자전송물과 문화매체는 그 전파력이 실로 강력하여 효과가 더욱 큽니다.

    반체제 세력에 대한 통렬한 비난은 당신을 추종하는 이들을 만듭니다.

    지지자운 LV1이 오릅니다.

    “···비난 성명?”

    지지자운이 대운강화로 8레벨이다가, 대운이 바뀌는 시기라 레벨이 내려갔다.

    그런데 비난 성명이 되면서 다시 레벨 8로 올랐다.

    이어서.

    <괴명성>

    당신이나 당신의 창조물의 명성이 그저 주변에 미치지 않고 특정 집단과 나라 밖으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관성운에 300포인트, 비겁운에 100포인트가 추가됩니다.

    뭔 소린가 했는데, 알아듣는 데 그리 긴 시일이 걸리지 않았다.

    * * *

    6월은 한반도 관련 외교와 분쟁의 상징적인 달이다.

    사건이 워낙 많았어서.

    북한 관련 글을 적으면서 검색하면서 느낀 건데.

    확실히 3월, 6월, 그리고 8월마다 대북관련 뉴스가 많아진다.

    3월은 키리졸브 독수리 한미연합훈련, 6월은 위에 말한 대로의 이벤트가 많고, 8월은 을지 연습이 있는 시기다.

    다만 3월, 8월은 도발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라면,

    6월은 애매한 입씨름을 남북이 서로 주고받는 달이다.

    이번 6월도 통일부에서 615남북공동선언을 명분 삼아 성명을 내며 대화촉구를 했는데 북한의 맞대응 성명이 터졌다.

    언제나 그렇듯 비난, 비꼼, 비아냥 성명인데···.

    <우리의 최고존엄에 대한 예의가 없다>로 시작된 사설을 정으니 동생이 나와서 발표해서 화제가 컸다.

    저것들 발표문이나 입장은 어차피 일단 딜을 박는 거니까 상관없지만 누가 발표했느냐는 의미가 크다.

    나야 으레 또 하는 개소리구나 하고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이튿날 인터넷 기사나 둘러볼까, 포털을 켜 보니 비난 성명과 도발에 대해 다룬 기사들이 있었다.

    그것도 뭐 딱히 관심이 없었는데···.

    “···엥? 뭐야, X발.”

    -6.17 북한 담화···. 스틸레인, 불편한 정은 씨는 무엇?

    포털 메인에 ‘불편한 정은 씨는 무엇?’이라는 기사가 걸려 있다.

    이게 왜 걸려 있나, 검색을 해 봤더니 북한 6.17 담화에서 언급이 됐다고.

    “미쳤나 봐.”

    전문을 보니 북한이 콕 찝어서 말하지는 않았다.

    그저 자기네들 존엄에 위해를 가하는 반동적 문화계 책동을 남조선 당국이 방치하면 안 참겠다 하는 으름장이었는데.

    그걸 한국의 언론들이 ‘어떤 것들이 있길래?’ 하며.

    영화, 드라마, 게임, 웹툰, 소설을 나열한 것들 중.

    게임의 예시로 ‘불편한 정은 씨’가 있었다.

    그리고 제목의 조화로 인해, 메인 기사에 실려 있었다.

    6.17 북한 담화가 누가 봐도 불편함이 담겨 있다 보니, 언어유희로 쓴 것이다.

    “누가 봐도 영화랑 드라마잖아?”

    황당해서 담화를 찾아보는데 정은이가 한국으로 망명했다거나, 북한 군관하고 불시착해 연애한다거나 뭐 이런 거 인민들이 암암리에 봐서 체제 흔들린다고 발광하는 거 같은데.

    게임은 G나, A가 스토어를 만들어 줘야 받아서 하지?

    -그러니까, 우리 K컬쳐가 이미 상당 부분 북한사회에 침투했다는 것이죠. 백두혈통 가문에 대한 남한 사회의 풍자나 묘사조차도 용인할 수 없는 북한 체제의 취약성을 말합니다.

    우와, 방송에서 정치인이 불편한 정은 씨 가지고 평론을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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