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95화 (95/211)

#95. 다섯 가지 선물

명승 선생의 서신에 적힌 것을 하나 수행하려 소녀보살 신당을 찾았는데 나오는 사람이 없다.

오면 강아지 마냥 뽈뽈거리며 뛰어나왔었는데.

소녀보살 걔는 툭툭 뱉는 말과 달리 사람 방문 꽤 좋아해서.

뭔 일인가 싶어 내당을 들여다보는데 소녀보살이 누워 있다.

“잉, 뭐야 자냐? 아니네, 너 괜찮냐?”

소녀보살은 일어나지도 못하고 오뉴월에 두꺼운 솜이불을 턱까지 덮고 누워 있었다.

상체도 못 일으킨다.

“아니…아프다. 미안하다 못 가서.”

경선 그거 못 온 걸 미안해할 필요까지는….

“아냐 아냐 너 괜찮아? 어디가 아프길래.”

“아, 미안한데, 영민이 밥 좀 줄래?”

“아, 그래.”

고양이 사료를 챙겨 주고 나왔는데도 소녀보살은 일어나질 못했다.

“안 주면 조만간 집 나가서 길고양이로 살다가 어느 할머니가 준 볼락 김치 볼락 먹고 복수 차서 죽을 것 같더라. 근데 못 일어나겠다.”

“야, 병원 가자.”

“병명을 모를 거다, 그리고 지금 나는 잠을 잘 수가 없어. 사흘간 잠을 잔 적이 없다. 누워 있었지만 그래서 이러는 거다.”

“이게 그 신병이냐?”

“또 올 줄은 몰랐구나.”

신병神病이라….

아파 보이지만 분석해서 말하자면, 정신적 이상으로 인해 불면증이 몰아쳐 사흘간 잠을 못 잤고.

그 잠을 못 잔 피로 누적과 면역력 저하에 크게 몸살이 난 것 같은데.

설운선녀 같은 진짜배기도 있어서 뭐라 할 건 못 된다.

“이번엔 죽을 것 같다. 아쉽구나 죽으면 군산 선유도에 풍장시켜 다오, 검문이 심하면 곰소쯤이 좋겠다.”

고교 국어 검정고시 참고서가 베개 옆에 있다.

“문학 공부 중이었구나.”

“처녀 귀신이 되어도 너한텐 안 붙으마.”

“농담하는 거 보니 죽지는 않을 모양이다.”

“그럴 거 같으니? 냄새 안 나?”

“무슨….”

“나 일어나지도 못하고 한 번 지렸어. 고독사 하면 이렇게 죽는다더니 그 모양이 될 거 같다.”

어떻게 아프면 만 23세의 젊디젊은 젊은이가 이 모양이 되나?

“밥은?”

“먹은 몰골로 보이니? 다 토해서 말이다. 그나마 그건 안 마려워 다행이지 뭐냐.”

정답은 수액이네.

“병원 가자. 앰뷸런스 불러 줄게.”

“소용없다, 신병이야 지역 가입 건강 보험료 뜯긴 건 아깝긴 하지만 나도 얼마 전에 사랑니 날 때는 병원 갔어….”

황당해서 예전에 본 신병 앓는다는 사주한테 내뱉던 말 그대로 뱉었다.

“신병이라는 거 너희들은 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만, 그냥 몸이 약한 거다.”

“안 아플 때가 있다는 건 어떻게 설명하려고 이러니?”

목소리 조금 살아나는 거 같다?

꾀병은 아닌 거 같지만.

“아니, 병이 없어도 사람이 선천적으로 약하게 태어나는 사람이 있다. 그건 너도 알 테고.”

“신약하긴 하지….”

“그러면 누군가는 그 사람을 돕고 부축하고 지탱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가족이 없다?”

“그래.”

“나이 들거나 어리면 사람들의 온정이라도 있지, 누가 적당히 다 큰 사람을 가족이나 신앙인 아니고서 부축하고 지탱하겠냐? 병수발이 쉬운 게 아닌데?”

하필이면 진짜 용한 무당을 봐서 이게 다 뻥이라고, 괴력난신은 없다고 진심으로는 말을 못 하는 게 참 아쉽다.

지금은 그런 사례를 봤음에도 그 사례를 무시한 일반론으로 말하는 것이라.

사실 진짜를 겪었을 법한 소녀보살이나 설운선녀 같은 사람들은 콧방귀를 뀔 수 있다.

자기들에게 아니었으면 그 감평은 결국 아닌 거니까.

그래도 관철시킬 생각이다.

그냥 신이 두 번이나 들지 않을 것이라는 내 감.

그리고 신병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사주로 파헤친 사주의 통념이 있으니까.

사주하던 사람들이 무당들 덕에 사짜로 몰리는 게 너무나 싫었는지 무당을 탄핵할 근거를 사주책에 열심히 마련해 놨다.

심지어 명승 선생님의 사주강화술에도.

“사람이 약하니까 뜻대로 되는 게 없어서 신경질적이고 아프니 공부나 취미도 성과가 없다, 뜻대로 한 게 없으니까 뭘 잘 알아서 주변 사람들을 재밌게 해 주거나 그런 것도 없다.”

“흥…. 내 앞에서.”

가족 없는 젊은이가 병환에 걸려 골골댄다면, 그건 누가 도와줄 사람이 없다.

설사 가족이 있다 해도 그들이 돈 벌기에 바쁘거나 이기적이라면 어느 순간 아픈 가족의 취급은 천덕꾸러기로 변한다.

“그러면 아픈 스스로의 몸이 너무 밉고, 사람들이 자신을 동정하는 것도 싫고 그 사람들이 그 자기혐오를 보고 다가오지도 않는다.”

“그래서?”

소녀보살도 얼추 알겠지만, 지금 풀어서 말하는 건 내 사견이자.

‘신병에 걸린 것 같아요.’라고 고민하던 사람을 돌려 세웠던 연설이다.

“그렇게 몸져 누워 있다 보면 망상만 가득하고, 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동경만 있다. 거기다 낮에도 누워 정양하니까 밤에 잠 안 오지.”

“흥.”

“그러면 활동도 친구도 없으니 결국 내면에 대화할 친구를 찾다가 부르는 게 가상의 인격이다. 사람을 많이 못 봤으니 사람 행태는 있으나 사람스럽지 않은 인격을 불러 망상을 하는 거고 그걸 귀라 한다.”

“사람의 형태가 있었거든, 남명 선생님하고….”

역사 속 위인이 형상화되는 이유는 잘은 모르겠으나.

추측하기로는 장군과 같은 강한 무언가를 상상하는 거 아닐까.

“그 망상의 친구이자 스스로 상상하는, 자기는 아파서 못 보는 세상 어딘가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존재가 마치 자기 스스로를 차지한 양 행동하는 게, 귀신 쓰인 자들의 근간이다.”

“나도 그렇다?”

시비 터니까, 눈빛에 생기가 돌아오네.

지고는 못 사는 것 같으니.

“오롯이 그 망상을 할 때만 몰입을 해서 덜 아프고 사실 스스로를 이렇게 가둬 버린 육체에 대한 분노가 가득 차서, 정신을 놓았을 때 자기도 모르게 자해하거나 그런 경우도 많아, 그리고 그게 조금 정신이 들면 아파 죽겠다 싶은 거지. 그 착각이다.”

“흐음.”

“그러니까, 원래 아픈 사람이 망상이나 몰입으로 잠깐 아픈 걸 이겨 내다 도로 아픈 게 일반적인 신병이라고.”

“망상이나 몰입을 하면 덜 아프다 이거냐? 안 되는데.”

“내가 초등학교 때 포경수술을 기습적으로 당했거든? 마취가 딱 풀려서 아플 즈음에 내가 말했지, 컴퓨터 게임하게 해 주세요. 그러면 잊을 거 같아요. 라고 말야. 엄마가 학원도 안 보내고 게임 실컷하게 해 주더라고 그땐 정말 신기하게 안 아팠다.”

지금 생각하니 그날 학원을 보냈으면 주워 온 아이였나 고민해 봐야겠다.

“그리고 동생한테 컴퓨터 주라고 하는 순간, 다섯 시간의 고통이 몰려오더라.”

“푸훕.”

어 웃었다.

“결국 마음가짐이 병을 부르고, 병이 다시 아픈 마음을 부르는 악순환이다. 그러니까 친구 사귀고.”

“그 친구들은 어느 순간 그들은 날 도와줘야 하는 존재로 여기고 돕다 보면 귀찮아지겠지.”

“지금은 내가 도와줄 테니까, 그딴 잡소리 하지 말고 병원 가.”

이렇게 말하지만, 아닌 사례는 알아서 정말 신병일 수도 있다.

그러면 뭐 그때 가서 ‘아 미안해, 내가 틀렸네.’ 해야지 뭐.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게 병원 보내는 것밖에 없으니까.

“네 말대로라고 한다면 나는 계속 아플 것이고 그 때문에 평생 도와줄 사람이 필요한 건데, 넌 나한테 그런 말 하지 마라. 요즘 보인다.”

“뭐가 보이냐.”

“사우나에서, 남녀가 다 들어 있는 사우나에서 누군가와 땀에 젖은 손을 살포시 포개고 있다. 그게 보여.”

그건 좀 용하네, 어떻게 봐야 보이는 거지.

“논점 이탈하지 말고, 결과적으로 어쨌든 몸이 건강을 되찾으면 신병이고 지랄이고 물러갈 테니까. 간호사나 옆 병실 사람이라도 있는 병원 가자.”

“싫다.”

“신병 아니라니까.”

“그래… 나도 진료받아야지 싶다. 근데, 안겨서 가야 될 거 같은데 그게 싫어.”

뭔 망상을 한 거야. 내가 왜 안고 가냐.

하라면 못 할 건 없지만 싫다니까 안 한다.

“앰뷸런스 불러서 들것에 실어 가라고 하면 되는데.”

“지렸다고 했잖아.”

“손 하나 까딱도 못 하니?”

“그 정도는 되는데 하기 싫어…. 나 지금 못 일어나.”

“설마 뭐 아무것도 안 입었냐?”

“그건 아냐, 팬티는 안 입었지만.”

어 좀 놀랐다, 이불 들추는 순간 리얼 변태 인증.

“어 그럼 됐어, 난 안 볼게.”

“으음 부끄럽지만 별수 없지.”

아니 안 본다니까요.

소녀보살은 이불을 살짝 내렸는데 어깨가 드러난다.

뭔가 이불 확 들추면 안 될 거 같아 머뭇거리고 있었는데….

“엥? 교복?”

뭐 이 미친? 앓으면서 교복을 입고 누워 있어?

“나 어른이야, 만 23세로 건보증 찍히고 그럴 건데 이 꼴로 가?”

“이 옷 참 맘에 들었나 보다?”

“거울 보는데 내가 너무 예쁘더라. 그래서 못 벗겠더라고. 한 벌 더 살까 봐.”

진짜 맘에 들었나 보다.

하긴, 누가 옷을 사다 주기는 했으려나.

이걸 갈아 입을 기력은 없다 이건데, 내가 이걸 갈아입히는 걸 수행할 생각은 딱히 없다.

이대로 보내야지 뭐 어쩌겠나.

“너한테 줄 선물이 있거든, 병원 가자. 그러면 줄게.”

“내 건 됐고, 저 녀석 츄르나 남겨 줘라.”

“네가 무척 바랄 선물 같은데.”

“내가 바라는 선물은 아들 삼형제에 막내딸 하나야. 남편은 운이 없으니 포기했고.”

그럼 그 집 막내는 여우겠다.

“그건 아니고, 그것도 포함할 수 있는 걸 주마, 가자. 부축해도 되냐?”

그냥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베개와 어깨 사이의 틈에 팔을 집어넣고 소녀보살의 다른 쪽 팔을 들어 끌어올리자 가벼운 몸이 곧장 연행되듯이 끌려 나온다.

치마가 미끄러져 내려가서 다행히 민망할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속옷 하나 챙겨서 가져다 줬는데, 이것도 선물 하나 해야지 싶네.

* * *

‘내가 이렇게 선생을 남겨 놓고도 별반 소통의 이야기가 없었군요.’

‘나는 지금 판교에 있습니다.’

‘트럭 시위 중이지요.’

‘내가 그놈의 E북이라는 것을 듣고 핸드폰으로 볼 수 있나 싶어 휴대폰 대리점에 갔다가.’

‘휴대폰 요금을 한 달에 10만 원씩 내고 있습니다. 5G는 비싸군요.’

명승 선생의 편지는 근황으로 시작했다.

“선생님 호…갱, 근데 근로소득운이 2레벨도 안 되실 리는 없지 않나?”

뭐 상대가 화술운과 재성운이 넘치면 그럴 수도 있고.

사주강화술이 인생의 모든 걸 규정하는 건 또 아니니까.

판교 트럭 시위 검색하는데 진짜로 있다.

명승 선생님이 나오지는 않지만, 저 트럭 중에 타고 계신 모양.

‘어쩌다 보니 모바일로 나온 예전에 하던 게임을 다시 시작을 했는데, 그만 또 날려 먹었지 뭡니까.’

‘이번엔 이놈들하고 사생결단을 낼 겁니다.’

‘그 회장 놈 20년 전엔 얼굴 본 아는 놈이에요. 나한테 이럴 순 없는 겁니다.’

1세대 개발자인 명승 선생은 언론 좀 타는 게임 기업의 수장을 아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번 선물은 정말 잘 받았습니다.’

‘그래요, 뒤로 갈수록 말아먹었다는 겸양은 들었지만 저는 그것도 충분히 재미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한 사람만을 위해 만든 책이라는 것에 감명받았지요.’

‘그러다 보니 우리 작가 선생의 사주를 곱씹게 되는군요.’

‘받은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는 것도 은원이고 협의라 생각합니다.’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선생의 책도 결국 사주를 풀어 쓰고 응용을 한 책으로서 사주강화술의 비급으로 활용이 된다는 것을요?’

‘덕분에 제 문창성과, 학위운, 양인살이 올랐습니다.’

“…무협이면 양인살 오르냐?”

양인살羊刃殺을 한자 뜻 그대로 풀면 양 잡는 칼을 들었다는 뜻인데,

칼을 쥐고 양을 잡는 사람은 고기를 분배할 권력이 있는 자로 유목민 전통이 사주학에 녹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진짜 칼 쥐는 사람도 꽤 있는 편이라 ‘협’은 몰라도 최소 ‘무’에서는 관련성이 있다.

얼추 짐작은 했다.

천용화가 쓴 용화미륵천부경 같은 불쏘시개도 뭘 올려 주는데.

혹시 내가 쓰는 것도 그게 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러하니 저 역시도 보답을 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이번엔 책이 무려 다섯 권이니 다섯 개의 선물을 드려야겠는데, 이게 마침 우리 사주인들은 알 수 있는 오복에 이르더군요.’

‘자존감, 수명, 재물, 사명, 권리를 그대로 주면 의미가 깊겠지만.’

‘세상의 선물은 점차로 현금과 상품권으로 돌아가는 세상이니….’

‘사주강화술 탭 중에 기프트가 있을 겁니다. 그걸 클릭해 보세요.’

‘그게 그냥 켜기만 해도 드리는 것이었으면 좋겠지만, 사주강화술은 행동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니….’

‘그래도, 많이 까다로운 조건은 아닐 것입니다.’

명승 선생이 역술인의 검 4~8권, 다섯 권의 책을 받은 뒤.

내게 다섯 가지 선물을 줬다.

나무 운 – 식상운.

맛있는 것을 먹고, 쾌변을 눈 뒤, 푹 주무세요.

해발 500미터 이상 산의 정상, 빌딩 스카이라운지 등을 올라가 하늘을 보세요.

건강 관련 운세와, 인생 관련 운세 LV1씩을 무조건 드립니다(랜덤)

불 운 – 재성운.

여자 친구나 부인과 돈을 쓰는 데이트를 해 보세요.

캠프파이어를 피워 보세요.

이건 선결 조건이 어려울 수도 있겠는데, 뭐 쉬운 것처럼 써 놓으셨어.

흙 운 – 관성운.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근교를 여행해 보세요.

구덩이를 깊게 파 보세요.

쇠 운 – 인성운.

책을 한 권 독서하고 독후감을 써 보세요.

못을 박거나, 채소를 썰어 보세요.

물 운 – 비겁운.

친구들과 교류해 보세요.

폭포를 맞으며 명상을 해 보세요.

수행 제한 기한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레벨을 열 개를 아주 간단한 퀘스트만 하면 주신다는 것이다.

그것도, 밀려서 쓸 수 있는 것으로.

“근데 이거 너무 튜토리얼….”

조건들이 간략해서 실웃음이 나온다.

폭포 아래 명상이 좀 기괴하나, 마땅히 해야지.

랜덤박스인 거 말곤 불만 없는 선물이다.

랜덤박스는 아무래도 요즘 모바일 게임 하다가 물드신 모양.

원래도 좀 물들어 있긴 하셨지마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제가, 제가 반드시 사주 야설을 써서 출판해 올릴게요. 야설이면 도화살, 홍염살, 남성 기능 오르겠죠? 그쵸? 스승님 새장가 가십시오.”

안 계시고, 사실 명승철학관에 뭐 두고 가신 거 없지만 여기까지 와서 절했다.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선생은 이지적이고 계산적인 사람이나 본디 선생의 사람이 된다고 한다면 품어 주는 성향이 있으십니다.’

이건 내 사주를 규정해서 ‘너는 이럴 것이니까, 내 기대에 부응해 주세요.’란 뜻이 담겨 있군.

‘그렇다면 아량을 베풀어 소녀보살에게 사주강화술을 사사해 줬으면 합니다.’

이건 원작자 말 따를 생각이다.

내가 자의적인 조건을 내밀고 사람을 시험대에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성찰 정도는 있었다.

물론 쉽게 줄 생각은 아니었지만, 원작자의 의견이라면 존중해야지.

‘선생이 소여한테 말씀하신 수여 조건은 실로 바람직했으나, 아마 그 아이가 이루지도 못할 것이고 그사이 오래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그 녀석 사주를 보면 아시겠지요.’

‘선생이 요 근래 필요한 것은 아마도 돈일 것입니다.’

‘선생의 화술은 이성을 이끌 힘이 있었고, 이성운이 통하면 선생은 반드시 귀천상혼을 통해 신분 상승을 노릴 것입니다.’

‘그러나 선생은 스스로의 자존감이 대단하여 단순히 데릴사위나 기둥서방에 그치려 하지 않을 것이라.’

‘사회가 그 귀천상혼을 인정할 만한 가산과 명예가 있음을 추구할 것이니.’

어디서 지켜본 거 아니야? 소름 돋네.

나는 이 정도까지 유추하려면 관찰이 꽤 필요하다.

‘소여는 제 딸과 같은 아이입니다. 선생이 도와주신다면 그에 대한 보답으로 돈을 벌 밑천을 드리겠습니다.’

‘불리는 것은, 작가 선생의 사주는 재성운이 가장 아쉬워서 장담은 할 수가 없지만 사주강화술과 선생의 재간을 생각하면 아주 어렵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뭐 명예를 얻고, 사람을 홀리는 일은 본디 우리 작가 선생에겐 쉬운 일이었겠지만 말이지요.’

‘가능하면 세속의 모든 것을 얻어,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며 믿고 따를 역술인이 되시길 바랍니다.’

‘선생은 오복을 두루 갖춘 사람이니, 가능할 것입니다.’

“아….”

내 사주를 입수한 데다 훨씬 고수라 그런지 명승 선생은 내 행동 패턴을 아예 꿰고 있었다.

“운명을 알아, 스스로 성공한 역술인이 주는 조언…. 그 이상으로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명승 선생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돈이 많아, 이렇게 돈을 벌라 할 수 있고.

미인을 얻어 여심을 사로잡는 법을 일러 줄 수 있으며.

명예가 드높아, 이렇게 성공하라고 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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