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87화 (87/211)

#87. 뭐든지 다 한다고?

낚는 거다.

설양훈 자식들 이제 둘 봤지만 이 집안 방종하기 그지없다.

솔직히 말해 설양훈도 방종했을 테고.

욕망 있는데 돈도 많으면 방종할 수밖에 없다.

근데 여기서 그 목적어가 뭐냐고 파고 드는 것도 웃기니까, 그냥 웃다가 대답했다.

“꽂고 싶네요.”

“정말로?”

수영장에는 높은 창가에서 들어오는 햇살을 받을 수 있는 의자들이 있었는데 설혜영은 거기에 앉았다.

허벅다리는 마음에 든다.

그러더니 옆 의자에 앉으라는 양 두드린다.

“꽂아 볼래요?”

아줌마들 섹드립 한두 번 당해 봤나.

이럴 땐 맞장구를 치던가, 말을 넘겨야지.

아니오, 싫어요. 하면 놀림감 그 이상이 안 된다.

그 곤란해 하는 반응 보고자 하는 짓거리들이다.

거기에 그대로 반응해 주면 재밌어서 또 한다.

복채 내고 사주 보는 아줌마들이면 맞장구라도 치겠지만.

이 아줌마한텐 잠자코 들어 주는 서비스 해 줄 이유가 하나도 없다.

“닥치고 그래도 되나요? 그렇게 배운 적 없는데.”

“배워야 하는 거예요?”

“아무것도 모를 것처럼 생겼다고 그랬는데.”

“몸이 좀 젖어 있어서.”

“더 확실한 액션을 취하시면 그렇게 하죠. 어디가 젖었는지 직접 눈으로 보여 주시고 유혹도 해 주셨으면 합니다. 거기다 제가 녹취까지 할 건데요, 그것까지 괜찮으시다면야 기꺼이.”

“한마디도 안 지네?”

“지고 싶지 않게 말씀을 하셔서.”

야설 쓰던 전력이 있는 바, 섹드립에서 지고 싶지는 않다.

특히 그걸 공격 소재로 삼으면 봐줄 수가 없고, 언제나 배로 보복한다.

“사주도 물어보고는 싶네요. 결혼 다시 하는 게 낫겠냐고.”

“설 회장님은 모르시죠?”

“알면 저는 배제하시겠죠? 그 어린 은겸이 유겸이도 결혼시킨다 만다 아니면 일찍 시집가라 이러시는 분인데.”

설양훈 그 양반 나이 들어 그런지 그런 거 좀 집착하는 면이 있다.

사주 배운 내가 거기서 쿵짝이 잘 맞으니 같이 놀지.

근데 그 갓 졸업했다는 은겸이 동생한테도 그러는 건 과했다.

재수하느니 시집이나 빨리 가란 말을 했단다.

주책이라고 까야겠다, 좋은 소재 들었네.

“잘 알고 계시네요?”

“여행 같이 가셨던 분이 저랑 좀 친해서.”

와, 사람 깔아 놨어?

비서진, 경호원 2명, 의사인 오영화.

경호원은 마주친 적은 딱히 없으나 한 명이 인어공주상 앞에서 우리를 관측은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저 셋 중에 있다는 이야기다.

설혜영은 몸이 마르자 걸쳐 둔 바람막이 같은 것을 입었다.

“자 이제 됐죠?”

“아래는 보이는데?”

“이러고도 인터뷰도 했는데 신경 쓰이나 봐요.”

“어 무지 신경 쓰이죠. 그런 말씀을 해 놓으셔서 시선이 그리로만 갈 거 같은데 괜찮겠어요?”

“아우, 알았어요.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네.”

더 강력한 진상을 떨어 사과를 얻어냈다.

자신의 육체를 믿고 이성적 흥분을 야기시켜 페이스 흩어 놓은 다음에 화제를 관철시키고 대화를 이어 나가려고 했던 모양이나.

꾀는 있었다고 본다만, 거기에 대응한 벼랑 끝 전술은 나도 쓸 수 있다.

“씻고 오세요. 의관 정제하고 나오시면 이야기하죠.”

“정제 안 하면?”

“아직도 장난을 걸고 싶으신 모양이네, 솔직히 약점을 가져다 바치면서까지 유혹을 하겠다고 하시면 그건 정말 육체적 호감을 느꼈다는 거니까, 기대하고 있을게요.”

설혜영이 유혹했다는 증거 채증까지 다 해 두면 설 회장 막내딸 내가 손아귀에서 갖고 놀 수 있다.

3, 4, 5위권 주자지만 이 셋을 다 컨트롤 가능하면 내 가치에 이견을 걸 만한 사람이 누가 또 있을까?

“재밌는 분이셔, 근데 여기 물 저 혼자 써서.”

“그럼 옷만 입고 오십시오. 망측합니다.”

“망측, 아하하, 말씀이 재밌으시니 그렇게 할게요.”

설혜영은 오피스룩을 입고 다시 나타났다.

그래도 몸이 확실히 탄탄하다, 어깨와 허벅다리가 발달해서 S라인이 확연히 잡힌다.

운동을 해서 그런지 얼굴도 정말 나보다 한두 살 누나 정도로 보이고.

“반갑습니다. 명승철학관의 명관 거사입니다.”

“설혜영입니다. 와, 이제야 사람 취급하시네.”

“말씀드렸잖습니까, 방금 전까진 그저 작부를 만나 희롱할 뿐이었지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를 할 계제가 아니었습니다.”

“…말투가 너무 늙으셨다. 얼굴은 귀여운데.”

“할아버지들하고 놀다 보니까.”

사람들은 역술인에게 기대하는 캐릭터가 있다.

뭔가 비상한 포스를 풍기고 사람을 넘어 미래를 보고, 정말 평생을 바쳐서 연구했을 것 같은 할아버지 같은 느낌을 원하더라.

나는 그 캐릭터를 충족을 못한다.

그렇다고 소녀보살처럼 한복을 입거나 칼을 차고 호통을 칠 건 또 아니라.

말을 좀 옛스럽게 하는 것을 하나의 캐릭터로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너무 나이에 안 맞게 생뚱맞은 단어가 나오니까, 재미 있어 하시더라.

“저 많이 알아요. 선생님에 대해서.”

“뭘 알고 계시죠?”

“민혁이더러 윤영 언니랑 손잡으라고 한 것도 알고, 우리 조카랑 잘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아버지가 끼고 도는 것도 알죠.”

“그렇죠. 잘하셨네요.”

“왜 칭찬을?”

“잘한 거 못한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하시고 싶은 말씀이 뭡니까.”

“말씀드렸는데요, 임원 회의 꽂아 달라고.”

“아, 아아. 다른 데 꽂아 달라고 하시는 줄 알았죠.”

이젠 내 턴이다.

“거기에 집착하시네?”

“어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막내딸까지 어떻게든 구워 삶으면 제 위치는 더 올라가거든요. 그런데 가장 좋은 방법인 성적 암시를 주셨으니 놓친 게 아쉽다. 그 생각이 들죠? 아리땁기도 아리땁고.”

기분 좋으라고 띄워 줬다.

어쨌건 열 살 넘게 차이 나는데 그만큼 어린놈이 이성적 흥미를 가지는 건, 나이 든 사람들에게 자랑거리다.

물론 유부녀는 사양한다, 어떤 빌미로 약점을 잡힐지 알 수 없고.

내 처신과 평판을 엄청나게 깎아 내린다.

“괜한 소리를 했네요, 이상하게 보였나 봐.”

“이상하신 분일 텐데요.”

“…그게 이상한 건가요?”

“그게 뭔데요?”

내가 여자한텐 안 몰아서 그렇지, 욕망이 있다는 게 포착되면 몰아가는 건 너무 쉽다.

“으음, 미안해요. 젊은 남자분이시고 또 이야기를 좀 들어서 놀려 보려고 그랬어요. 제가 막 그런 것까지는 또 아녜요.”

그렇게 몰아갈지 알았는지, 행동에 대해 사과한다.

그러니 이런 곳에서 만나자고 하고 수영복 입고 회담을 하려 한 사람이 문제다.

무슨 외교가에서나 고의적으로 쓰는 결례를 대놓고 하나.

독일 총리 메르켈이 개 공포증 있다는데, 회담장에 개 데리고 나온 러시아 푸틴의 사례와 흡사한 결례였다.

“욕망이 그냥 강하다고 할게요, 우리나라는 그게 강하면 이상하다고 보는 풍토가 있어서 괜히들 그럽니다. 저도 간혹 그러네요.”

“몰아가시는 거 같은데.”

“현상으로 드러나잖아요.”

“제가 막 그런 사람으로 보이시나 봐요?”

“네.”

“자식도 있는데?”

“남편은 왜 없죠? 아 혹시 이미 서류상으론 아닌가 봐요?”

“노코멘트.”

물론 남편과 자식이 있어서 제어가 되는 욕망이면 그건 음탕함이라고 말을 안 한다.

“뭐 오히려 남편도 있고 자식도 있으니 더는 자식을 두지 않으려 한 조치에서 나오는 욕망도 있는 것이죠. 거기다 본디 돈 있는 남녀가 짝을 서로 오래 같이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말씀 나누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말씀이 재밌으시다?”

음담패설이 원래 재밌는 것이다.

나눌 사람이 흔치 않고 세상이 눈치 줘서 그렇지.

“재물이 받침이 되므로 서로에게 의지할 필요가 없어요. 돈으로 부릴 수 있는 사람이 하염없이 나타납니다. 그러니 그 재물을 물려줄 자식을 낳고 나면 바로 소원해지죠. 그때부턴 짝이 아닌, 그저 동료에 불과합니다.”

“결혼도 안 해 보신 것 같은데 잘 아시네요.”

“돈이 사람을 이끌어 오고 그러면 그 사람들 중에 육신의 본능을 깨우는 사람이 있습니다.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는 몸매라고 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자신감은 있나 보네, 자신감 있을 만하다.

슬슬 미모가 잡히지 않을 나이인데 붙들고 있네, 돈이 좋긴 좋다.

“설혜영님은 본디 가진 바 욕망이 크나 유흥 인프라는 남성이 더 접하기 편합니다, 결국 좀 더 남편 쪽에 집착을 하시는 쪽이 되었겠다가 지금은 완전히 기분이 상하신 게 아닐까.”

첨 보는 철학관 역술인에게 섹드립을 칠 정도의 여성은 사주에서도 욕망이 크고, 결핍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입에 담을 정도로 욕망이 쌓여 있다는 뜻이다.

“어머 맞아요, 맞아.”

부부는 한 사람만 있으면 없는 상대가 잘못이라고 하는 게 낫다.

그걸 가리는 건 이혼 소송 민사 재판부가 하는 거고, 나야 위로만 해 주면 장땡이지.

이 이상 분위기 몰아갈 생각은 없어, 화제를 돌렸다.

적당히 칭찬과 덕담 나누면서 친근감은 쌓았으니까.

“어쨌건 저는 임원 회의에 가고 싶으시다면 직접 아버지께 말씀을 드리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요즘 아버지가 말만 하면 다 들어주신다는 분이 계셔서 따로 이렇게 말씀드리고 있잖아요? 제가 말해서 들어주셨다면 그렇게 했겠죠?”

“하긴….”

“이번에도 운을 안 띄웠겠어요? 그런데 거사님 통해서 말하라니까, 이리 모신 거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일단 꽂아 드리겠습니다.”

“정말요? 어머 이렇게 쉽게?”

이게 임원으로 꽂았다고 착각하는 모양인데, 임원급 대우의 상임 고문 대리인 자격이다.

그거 뭐 설은겸, 설혜영 번갈아서 나가라고 하면 되는 일이고.

팀은 세 명까지 구성 되니까, 한 명 더 뽑아서 문제없다.

거기다 정말로 날 통해 말하면 회장이 들어 줄 것도 같다.

노승환, 유럽행 이후부터 정말 대접이 융숭하다.

“보상은 뭐 딱히 필요 없고요, 그냥 저랑 약속 한 가지만 해 주시고, 누구한테 말 한마디만 제대로 해 주시면 됩니다.”

“되게 쿨하시네요, 뭐길래?”

말이 잘 통한다고 생각했는지, 설혜영은 표정이 좋아졌다.

하지만 이내 안색이 나빠진다.

“민혁이한테 따뜻한 말 한마디와 사과를 하고 용서를 받아 오면 됩니다.”

“……그걸 왜?”

“그거면 정말로 말씀대로 할게요.”

“사과는 이미 했는데요?”

“목소리 떨리면서 말씀하시네요, 그 사과를 치욕으로 느끼고 계신 거 같고 아마 용서도 못 받은 거 같은데.”

도대체 무슨 한을 그렇게 깊게 받았길래, 피해자한테 사과하는 한마디를 못 하겠다고 날 서게 반응하나?

근데 생각보다 저런 이가 많다.

“왜 제가 용서받아야 하죠?”

“가정 폭력 가해자니까, 용서를 받아야 하죠.”

“그건 하고 싶지 않네요. 그 앤….”

“그 애가 지가 스스로 태어났나요? 그건 아버지한테 따져야죠?”

“…….”

“아버지한테는 못 따지겠죠?”

근원적 원인을 따지면 제 아버지가 잘못한 것인데.

아버지한테 못 하니까, 어린 동생을 괴롭혀댄 것이다.

“그런 기질이 회장님이 따님을 기업의 중진에 쓸 수 없는 이유일 겁니다.”

“너 설민혁 편 드는구나?”

갑자기 반말이야?

“네.”

“왜? 그런 애가 잘될 거 같아?”

“그 프로레슬링 용어인데 푸시라고 합니다. 프로레슬링은 실제로 하면 너무 위험해서 각본이 사전에 정해져 있는데 거기서 이겨서 스타가 될 만한 사람을 챔피언으로 만들죠. 그 사람을 스타, 챔피언으로 만드는 각본을 총체적으로 그렇게 말하죠.”

“은근슬쩍 자꾸 그런 말 쓰네?”

에이 아줌마 머릿속에 마구니가 가득하네.

“설 회장의 행보는 누가 봐도 설민혁한테 푸시를 몰아주고 있어요. 그러면 당연히 회사의 간판이 될 사람에게 붙어야 정상 아닙니까?”

“걔가 된다고요?”

“걔는 아니어도 설혜영 님은 안 될 거 같네요.”

“…….”

꽁했는지 한마디도 안 한다.

무슨 나이 마흔 아줌마가, 친구랑 절교하고 다른 친구한테 걔랑 놀지마 하는 여중생마냥 이러냐.

“프로레슬링에서는 박살 낸 악역도 다음 임무가 있기 때문에, 비중이 작고 찌질한 악역을 먼저 푸시 주는 챔피언한테 제물로 바치죠. 그게 누굴까요?”

“…….”

“그런 악역 되지 말고 먼저 사과하십시오.”

설혜영은 억대 용돈 말고는 수익이 없는 설민혁을 제외하면 4위권 주자다.

언니들과 설민혁은커녕, 설은겸보다 돈이 없다.

거기다 동반자이자 가산을 빌려줄 남편과도 아마 벌써 정리했던가 소원하다.

그러한 현실 인식은 되는 모양인데, 미운 놈 하나를 받아들이는 아량이 없다.

‘젤 떨어지는 분 만나게 해 달라고 하기는 했다마는….’

아버지 뒤를 노린다는 세 딸 중에는 이미 상속 분할을 받았다.

그러니까, 가장 후순위였다는 것.

호텔 하나 떼어 주고 이거면 됐지? 이런 느낌이다.

설은겸만도 못한 지분을 갖고 있는데, 욕심만 크다.

“아니면 혹시 강제로 사과하고 싶으세요?”

“강제로라고요?”

“민혁이와 화해하지 않았는데, 설민혁이 정말 다 먹는 미래가 되면 당연히 보복당하지 않을까요?”

“…….”

“미래를 위해서라도 보험 하나 들어 둔다 생각하고 그러는 게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

그것도 안 무서운 모양인지 대답을 안 한다.

“아버지의 판단이 옳았네요.”

“무슨 말씀이시죠?”

“원래 자식을 아는 이는 아비만 한 이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회장님이 자기 눈이 틀렸기를 바라면서 제3자의 눈을 통해 판단해 보라고 하셨는데, 욕망만 있지 그릇이 안 되네요.”

욕심 많고 행동은 과감하나 서투르고 애 같다고 하더니.

“네에?”

“그래서 다른 건 다 포기했어도 미신인 사주를 근거로 하면서까지 그거라도 좋으면 딸을 쓸 생각이 있다고 하셨는데, 안 되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사주 떡밥 딱 던지고 물러섰다.

회장이 사주 보고 오라, 뭐 그런 이야기까지는 안 했다.

만나나 보라고 했지.

근데 내가 오면 사주 봐야지, 뭐 하겠나?

“잠깐만요.”

설혜영이 일어나려는 날 붙들었다.

“왜?”

“그러면 사주를 좋게 말씀드려 주면 되는 거 아녜요?”

“거기서부턴 조작인데요.”

“뭐가 필요하시죠?”

“그거 뭐 다른 사람한테 사주 보게 하면 바로 들통날 것을 왜?”

“뭐가 필요하시냐고요.”

“필요한 거 다 주실 수도 없는 분한테 말하고 싶진 않네요. 다 가질 수 있는 사람한테 말해야지.”

“뭐든지 원하시는대로 말씀만 하세요.”

붙들길래 귓속말로 말했다, 절대 못 받을 만한 것들로만.

“그, 그것까지는….”

“그러게요? 그런 걸 하느니, 그냥 민혁이한테 누나가 정말 미안해 하면 되지 않아요?”

“아…. 진짜로 못하겠는데.”

한숨을 내쉬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사주를 왜 보나요, 볼 필요도 없이 그릇이 나오는데.”

사주는 좋게 나올 것이다.

딱히 노력을 하지 않아도 부를 타고 태어나며 마음껏 이성을 고를 수 있는 운명이면 사주가 이상하기가 더 힘들다.

그런데 그게 큰일을 시킬 자질은 아니지.

“그걸 안 하고도 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어요?”

설혜영을 설득해서 설민혁과 화해시킬 수 있었다면 베스트였겠지만.

안 그럴 거 같았다.

그랬다면 둘째 언니인 설윤영이 설민혁과 만나 교류하기 시작할 때부터 뭔가 느낀 게 있어 행동이 달라졌겠지.

다만 설은겸과 연합이 되면 후계자 중에선 가장 강한 세력이 탄생하니까.

조카의 지지자가 될 수 있는지를 떠봤다.

여기 온 목적도 설은겸의 급격한 부상에 부정적 여론을 생성할 만한 인물을 포섭하려는 것이지.

설민혁하고 화해시키려고 온 건 아니다.

그건 돈이나 로비를 받는 듯한 느낌은 이상하니까, 도의를 아는지 본 건데 그걸 못 하겠다니까.

“그럼 은겸이 쪽을 밀어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은겸이? 그 어린애를요?”

“설혜영 님 행동도 어린애랑 크게 다름은 없습니다?”

외려 이걸로 쭉 트집을 잡을 수 있다면 내가 가르치고 꾸중함으로 사주를 몰라도 기를 꺾을 수 있다.

지분이 만만치 않으나 그릇이 크진 않아 어차피 흡수될 인물인 듯하니, 내가 미는 쪽에 거름으로 삼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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