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83화 (83/211)
  • #83. 말 못하는 공주

    근데 아무리 봐도 조건이 이상하다.

    너무 뻔히, 함정이 보이지 않나?

    이건 할배가 주책인 건가? 시험해 보는 건가?

    어떤 경우이건 한번 들이받아 봐야겠다.

    “어르신.”

    “할 말씀이라도 있나요?”

    “이러면 제가 여기서 그,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면서 무릎 꿇고 여기 손녀 분한테 결혼해 주십시오 해야 하는 겁니까?”

    “그러면 좋을 거 같으니 이러겠지요.”

    고개를 저었다.

    “안 받겠습니다.”

    “겸양은 당연히 떨 줄 알았습니다.”

    “겸양 아닙니다.”

    “음?”

    “그냥 주시면 받겠는데 그런 조건이면 안 받겠습니다. 줄 거면 그냥 주십시오.”

    “뭐가 맘에 안 드나요?”

    “제가 여자면 이런 건물을 준다고 청혼하는 인간이면 별로 안 만나고 싶을 거 같은데, 이건 어르신께서 시험하는 것이다. 그 이상 생각이 안 듭니다.”

    아니면 주책이거나.

    이어 준다고 난리를 피우면서 왜 그런 건 생각을 안 했지?

    종교운 10레벨 성전 건축을 받는다가 얼마 안 남아,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

    사주강화술이 딱딱 맞아 드는 것도 있기는 하지만.

    포인트가 쌓여서 레벨이 가까워져 오면 모종의 경우로 운명이 그 레벨로 이끄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영감이 날 총애해서 주책을 떨었다고 생각하고 싶은데.

    영감 체면도 있고 하니 시험으로 몰아가야겠다.

    설양훈은 그럴 자격 있고 원래 그런 인간이다.

    “허허….”

    그런데 설양훈은 그저 웃고만 있다.

    아, 혹시.

    시험의 주체가 다른가?

    이걸 테스트로 달 수 있는 사람이면?

    설은겸을 슬쩍 흘겨보았다.

    이런 걸 시험한다면, 왜 그랬는지 알 거 같아서 기쁘다.

    근데 화난 척해야겠다.

    만약 그렇다면 내가 명분을 다 틀어쥔 셈으로 분노를 토로해 얻을 수 있는 최대치가 가장 많다.

    “은겸 씨.”

    “네, 넵?!”

    당황하네?

    “이런 것까지 주면서 나랑 잘되게 유도해 달라는 겁니까?”

    “아….”

    “아니면 돈이면 다 되는 놈이겠지인 겁니까?”

    “그게, 선사님…. 저.”

    내가 화난 듯 보이자 설은겸은 뒷걸음질치면서 주춤거렸고.

    설양훈이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는 걸 느꼈는지 날 두드린다.

    “이런, 내가 착각했어요, 둘이 잘되었으면 싶어 이렇게 여행도 같이 다니게 한 거고, 그 뜻대로 잘해 주는 게 이 늙은이 맘에도 너무 들떠서 주책을 부려 봤습니다.”

    “어르신의 제안이라기엔 생각이 너무 어립니다. 이런 건 보통 감정이 묻어나야 나올 수 있는 실수고요.”

    “늙으면 유치해지는 것이 상수 아닙니까.”

    “어르신의 말씀에 도리가 있으나, 지금은 손녀 대신 욕을 먹겠다는 어진 할아버지 그 이상으론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다시 설은겸을 노려보고 대답했다.

    “그래서 뭔 감정이 묻어나왔냐고 묻잖아요?”

    나는 출구 전략을 줬다.

    선택지를 좋아 보이는 쪽으로 하나 던져 줬다.

    전자면 할아버지한테까지 도움 청해, ‘저 오빠하고 잘되게 해 주세요’하는 사랑에 환장한 소녀가 되는 건데.

    후자면 사람을 돈으로 처 발라 조종할 것이라 생각하는 재벌 3세 철부지가 되는 거다.

    전자는 사랑스럽고, 후자는 괘씸하다.

    전자였으면 좋겠다.

    아 근데….

    후자 고를 것도 같다는 생각은 드네.

    내면을 인정하는 걸, 잘 안 하는 애다.

    아니면 내가 이건 사주로 미루어 짐작하는 거지, 진짜로 그 내면이 돈이면 다 되는데 네깟 놈이? 일 수도 있고.

    그건 그거 나름 취향이지만 지금은 화내 보고.

    정말 후자라면 욕망 자체에는 너무 진솔한 놈을 편들겠다.

    “뭐냐고, 대답 안 해? 왜 이런 걸로 사람을 재냐? 기분 나쁘네. 너 이전에도 이랬잖아? 이런 취미 있어?”

    화났다는 느낌으로 반말했다.

    “아, 아아, 아니오 그게, 저기 선사님.”

    “그때도 말했지, 나 돈 그렇게 필요 없다고? 그래 돈 좋아하지, 근데 돈보다 난 중요한 게 있다고 안 했나? 1억이 안 되면 10억 10억이 안 되면 100억 이딴 식으로 할 거냐?”

    물론 진짜로 그렇게 주면 기어야지.

    “미, 미안해요. 그게요.”

    “미안하다고 하지 말고 대답을 하라고.”

    “…아, 그게요. 아아….”

    대답이 없어 필살기 꺼냈다.

    좋은 말로 나름 심금을 울렸던 기억이 있다.

    딱 12월 어느 날의 그 이야기 그대로다.

    건방지게 나한테 뭘 해 주겠다고 시험해 보러 오던 때.

    그거 나중에 설양훈이 자기가 시킨 일이라며 사과하긴 했지만.

    “나는 믿겠다고 했는데…. 넌 날 여전히 안 믿네.”

    “아, 아아….”

    설은겸은 그 말을 듣더니 뛰쳐 달려 나갔다.

    이건 내가 남자 사주를 감평할 때, 변태와 인간쓰레기를 2지선다를 만들어 놓고.

    그중 하나를 어쩔 수 없이 선택한다면 여기 앞에 도사님이 야설도 쓰신 분이니 ‘차라리 변태임을 인정하겠다.’를 선택하게 하고.

    이런 욕망을 품었구나? 하며 폭격을 가하는 감평법이다.

    최철승에게 활용한 방법이기도 하고.

    여기서 물론 인간쓰레기를 택하는, 정말 성적으로 이만큼도 용인하지 않는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예 회피를 해 버리네.

    근데 잘됐다, 할아버지 앞에서 손녀 계속 갈구는 거 좀 그렇다.

    짝짝짝.

    “왜 박수를 치십니까?”

    “이야, 선생은 좋아하긴 하나 보네요. 기쁩니다.”

    “예에? 어째서?”

    “봐요, 별로 화도 안 났죠?”

    “화난 건 맞습니다, 근데 그냥 감정 컨트롤이 좋아요.”

    설양훈은 대단히 좋아하고 있었다.

    눈앞에서 손녀 갈구고 있는데 재밌어 죽을라 그러네.

    “은겸이 녀석한테 선사님이 좋아서 그래요! 라고 정말 끝까지 몰아서 대답 들으려고 그러는 거잖아요? 이거 요즘 청춘 드라마도 좀 봐야 하나. 아주 재밌네요.”

    설양훈이 내 2지선다 화술 트릭을 간파했다.

    “옆에서 보면 보이시죠? 어떻게 하는지.”

    “이거 청춘 드라마 보는 것 같아 심장이 다 두근두근 뜁니다.”

    “그거 진료부터 받으셔야….”

    거 심장 이상하게 뛰면 부정맥이라고 했는데.

    설양훈은 손녀 반응 너무 신기하다는 듯 신나 하다가 그래도 차분히 답했다.

    “그래도 너무 그러진 마세요. 돈으로 시험해 달라는 건 아니었어요.”

    “그걸 할아버지 입으로 듣고 싶진 않은데요.”

    “그냥 내가 너무 몰아가니까, 은겸이가 그럼 그분이 날 좋아해야 뭐라도 하는 거 아녜요? 이러길래 그러면 그놈의 몰래카메라인가 뭔가를 해 보자. 하다가 이렇게 된 겁니다.”

    할아버지는 뭐 이럴 수밖에 없지.

    “이상한 예능을 보셨어.”

    “이 노인네 주책인 거였으니, 너무 그러지 마세요.”

    “친인척 말은 증거로 안 씁니다. 본인이 자백해야.”

    “정 없기는.”

    “그치만 비밀로는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그럴게요. 선생이 은겸이를 너무 막 그렇게까지 몰지는 않을 거라 생각이 드니까, 지켜만 보겠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뛰쳐나간 설은겸이 돌아오지 않고 해가 진데다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안 오니까, 설양훈한테 가서 물었다.

    “걱정 안 하십니까? 시간이 늦었는데.”

    “경호원한테 미행하고 숨어서 어디에 있는지 위치 파악해서 보고하고는 있으니까요. 너무 늦으면 데리러 가지요.”

    돈 있겠다 경호원 있겠다 큰 문제는 아닐 것도 같지만.

    “그래도 외국에서 밤에 혼자 있는 건…. 여기 사람들 덩치도 크고.”

    “선생이 걱정이 되시면 가 보는 게 어떨까요.”

    “할아버지로서 걱정이 안 되세요?”

    “할아버지로서 지금 내가 뭔 소리를 해도 강제로 끌고 오지 않는 한은 어렵다는 걸 아는 겁니다.”

    “음 그건 그럴 거 같네요.”

    “선생, 비행기에서 황산벌이란 영화를 봤는데 말예요.”

    “예.”

    “노인네가 가면 약발이 안 먹힌답니다.”

    그래, 내가 가자.

    코펜하겐의 인어공주 동상 가는 길에는 칠흑 같은 바다가 차 있다.

    간판도 불빛도 많이 없어서 음울하고 어둑한데다 하늘도 새까맣다.

    상당히 먼 거리였는데 비서 양반이 렌트한 차량이 있어서 태워 줬다.

    다만 인어상 근처로는 항구 항만 지역이라 차량 진입이 안 되어서 우산 들고 찾아갔다.

    딱 외딴 인어공주상 혼자 있는 곳 주변, 공원과 교회가 하나 있는데 그 앞 벤치에 설은겸이 있었다.

    외국인, 아니 현지인들은 그래도 운동하면서 돌아다니고는 있었다. 시간이 아주 늦은 시각은 아니었던지라.

    근데 뭔 여자애 하나가 머리 처녀 귀신처럼 축 늘어뜨리고 있으니 시선들을 산다.

    “갑시다. 쉬게, 감기 들라.”

    설은겸은 고개를 들어 나를 본 뒤 다시 고개를 숙인다.

    “잘못했어요….”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정말 잘못했어요….”

    “좋아서 그랬다면 앙큼하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러지 마세요.”

    “저는.”

    “예.”

    “둘 다 그랬어요. 죄송해요….”

    책임까지 두 개를 지려고 그러네.

    “그럴 수밖에요.”

    “…네?”

    “내가 안 받으면 시험에 통과한 것이니 기대를 받을 거고, 받는다고 했으면 실망했을 것이니 돈 보고 접근하는 공사꾼이 되겠죠. 그 두 모습을 상상했을 것이니 마땅히 두 가지 생각이 다 들었을 겁니다.”

    당연하지만 두 가지 생각은 다 있었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한 가지 생각은 숨기지 않을까 싶어서, 몰아간 건데.

    둘 다 인정해 버리면 솔직하다고 좋게 봐 줘야겠다.

    “그리고 믿지 못했던 게 너무 죄송해요. 읍, 욱.”

    입은 가리는데 눈에선 또 운다.

    이렇게까지 뛰쳐나간 건 아마 믿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심어 준 대사가 제일 큰 듯싶다.

    “에휴 울보.”

    “죄송합니다….”

    “기분 안 나빴으니까. 그만 울어요.”

    “내가 봐도 기분이 나쁠 거 같은데 왜 기분이 안 나빠요?”

    그런 짓을 왜 했을까? 에 대해선 여러 가지 추측이 되는데.

    원인 제공을 한 게 없지는 않았다.

    듣는 거 알면서도 오영화한테 드립 친 거하며.

    근데 그걸 털어놓으면 내 약간의 잘못이 잡혀 물타기로 이용될 수도 있으니 말 안 한다.

    설은겸이 어디까지 미안해할 수 있는지 보고 싶다.

    “그럼 기분 나빴으니까, 보상을 하면 됩니다.”

    설은겸이 양팔을 벌린다.

    “소원….”

    “아니 그거 됐고.”

    “좋아하신다고 그랬잖아요….”

    지금 그러면 내가 뭐가 되냐.

    솔직히 용화미륵천부경 이론대로 몰아가면 그냥도 가능하다.

    그 짓거리 안 하려고 맨날 하다 까이는 원 패턴 가져가는 거 아닌가.

    “그러니까, 왜 그런 짓을 했어.”

    “선사님도 나빠요.”

    “뭐가?”

    “왜 그런 말을 하시는 거예요….”

    “무슨 말?”

    술 안 취했었다고 드디어 말하려는 건가.

    “할아버지한테 다 들었어요. 관심 있다고 그랬다고.”

    그건 얘기 안 하는군.

    내가 그랬나?

    그렇게 직접적으로는 이야기 안 했는데 중간에서 가짜 뉴스급으로 생산을 하네.

    이 영감 호도하는 거 봐.

    “영감님이 자꾸 넌 사실 내 손녀를 좋아해, 좋아할 거야, 그래야만 해 이러고 있는데 스읍 내가 그런가? 이걸 안 하기도 이상한데요. 원래 애매한 사이인데, 제3자가 둘은 사랑하고 있다고!를 계속 외치면 괜히 그렇게 되는 겁니다.”

    사랑은 둘이 하는 것이나, 중개자가 필요할 때가 있다.

    남녀가 욕망에 충실하면 알아서 그저 어우러질 것인데.

    그걸 짐승처럼 보던 문화가 쭉 이어져 내려와서 사람들의 맘이 닫힌 것이다.

    사회 유지 등을 위해 뭐 어쩔 수 없던 선택이었겠지만.

    그래도 그 덕에 고정관념이 잔뜩 생겨났고, 그 때문에 이어줘야 할 가교가 필요하다.

    전역 후 대학교에선 CC 메이커, 교생에서도 커플 메이커 하던 내 지론이다.

    저런 중매에다가 마음을 안정시키는 명분인 궁합을 하나 던져 주면 완성된다.

    “그래요?”

    “너도 그랬잖아요?”

    물론 난 설은겸이 손 잡아 준다고 할 때, 호감이 있다고 이미 느껴서 그 후로 쭉 작업 쳤다.

    “네….”

    “자기 마음을 냉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신이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대로 지향과 취향이 있다고 착각할 뿐, 진짜 모습은 본디 자기도 모릅니다. 그러니 그 감정은 누군가가 깨워 주는 겁니다.”

    “이럴 때도 사주 보듯이 말해….”

    미안하다 직업병 됐다.

    “그러니까, 좋아한다고 말해 봐요.”

    “…아.”

    “내가 그 감정이 깨어나나 보게.”

    “못 해요, 왜요? 너무해요.”

    “나한테 큰 폐를 끼쳤으니까, 그리해야 합니다. 이게 뭐야, 돈벌레 취급에 이 추적추적 비 오는 날 여기까지 뛰어오게 만들고.”

    안 뛰어왔다.

    차 타고 왔으니까, 젖은 기미도 안 보일 것이다.

    물론 그걸 파악할 겨를은 없는 거 같고.

    “꼭, 말을 해야 해요?”

    목소리나 몸에 힘은 안 들어가는 거 같은데 그래도 호불호는 여전하다.

    “어 저는 사주로 물이라고 했죠?”

    “네에….”

    “그러니까, 보여 주는 거울입니다. 기대한 모습을 먼저 보여 줘야 그 모습을 비춰 드리는 거예요. 자, 얘기해 봐요.”

    설은겸은 양팔을 벌리더니 날 와락 안는다.

    말보다 행동이 더 와 닿는 게 많고, 말은 거울이 아니라 메아리라고 해야겠지마는.

    말을 시켜야 한다.

    나도 좀 들어 보고 싶다.

    여기서 뜬금없이 사주 교정한다고 여겨지지만, 그럴 수 있는 여자다.

    끌어낼 수 있다.

    “말로 합시다.”

    “싫어요.”

    “자 말로 해 보자 은겸아.”

    “으으으으응.”

    몸서리치면서 애같이 구는데….

    뭐 이것만으로도 귀엽고 좋다.

    그치만 시키면 계속 이럴 거 같아서 안 시킬 수도 없었다.

    자아가 굳건해서 몹시 진귀한 장면이다, 감정에 휘말려 있을 때 이런 걸 끄집어내야 한다.

    “착하지이?”

    “강아지 아냐아, 애도 아냐.”

    “그럼 못 끌어낼지도 모르는데?”

    설은겸은 얼굴 안 보여 주다가 팔을 풀고 나를 보더니 내 볼을 콕 찌른다.

    그리고 고개 세차게 젓는다.

    “싫어.”

    “에헤이 은겸아?”

    볼을 찌르던 손은 입을 쉿 하듯 가린다.

    “말 안 할 거야, 그만해.”

    “얘길 해 줘야지.”

    설은겸은 눈을 집중해서 내 미간을 보듯 노려보더니.

    자기 입도 막으면서 내 입도 막아 버렸다.

    시선을 둘 곳이 없었는데….

    이 벤치에서 보이는 테트라포드 근처의 인어공주상이 입항 하는 배의 불빛을 받아 빛나는 게 예사롭지 않았다.

    운이나 징조를 조금은 믿는 편이라.

    * * *

    “으으으으응 완전 귀여웠는데.”

    “그마안….”

    “인어공주님이 왜 인어공주겠어요. 말을 못해서 우우우우웅. 만 하니까.”

    “내가 미쳤나 봐요.”

    “이리와요.”

    “싫어요. 이상한 거 자꾸 닿아요. 그리고 비행기야.”

    “아 1등석 감사드린다고 할아버지한테 말씀드리시고요.”

    말은 저러면서도 다가와서 슬쩍 안기고 자기 자리로 간다.

    사주로 본다면 뜨거운 애욕을 갖고 있는 여잔데, 그걸 자아가 다 흡수해서 도자기처럼 딱딱해지고 굳건해지는 사주였다.

    그 첨예하고 굳건한 자아 덕에 범접하기 힘든 여인이고 속내를 알기 어렵지만.

    알아내니, 자기 혼자만 품고 연습하던 것들을 털어놓았다.

    근데 여전히 그 말은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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