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81화 (81/211)
  • #81. 헐벗고 달려드는 운명

    설양훈에게 노승환을 데리고 갔다.

    노승환은 스카이피아를 떠났던 그 직원을 찾아갔었고.

    조금은 마음의 짐을 내려 놓았던 모양인지 연락을 줬다.

    “회장님.”

    “아, 이야, 이야 이게 누구야. 노승환이 아닌가.”

    “이제야 뵙게 되었습니다. 인사는 드렸어야 했는데.”

    기업 최고위층들이 만나는 자리라 더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바로 빠졌다.

    “그럼 저는 이만.”

    “에헤, 에헤이이. 선생 가지 마세요.”

    “그래도, 자리가 있을 자리가 아닌 것 같네요.”

    “그러면 잠시만 대기하고 계세요. 스파라도 쓰시고.”

    설양훈과 노승환이 재회하는 자리를 만들어 준 뒤 호텔 돌아다니다가 이내 다시 호출을 받고 올라갔다.

    “끝나셨습니까?”

    설양훈은 내게 박수를 쳤다.

    “이야, 이야아아. 하하하하. 내가 10년을 불러도 안 오던 노승환이를 선생이 한 달만에 데려왔네요? 대단합니다. 참으로 대단해요.”

    손을 꼭 잡으면서 칭찬을 하는데 칭찬이 너무 격해 살짝 민망해져 딴소리를 했다.

    “십년대운을 아실 겁니다.”

    “알지요.”

    “그냥 그 십년의 주기가 끝났습니다. 그때를 타이밍 좋게 제가 파고 들어간 것에 불과하고요.”

    냉정하게 보면 밥 못 얻어먹는 것에서 볼 때.

    돈 떨어지고 무시받는 거 못 견딜 때 됐다 싶었다.

    “겸손하기까지.”

    되게 건방진데 이럴 땐 또 겸손하다고 본단 말야.

    “정말이지 민혁이 놈이 딸이었으면 사위로 삼았을 텐데.”

    끔찍한데?

    “민혁이 같은 딸이면 안 받겠습니다.”

    “그래도 그런 딸이면 시집 보내는 게 미안하니 열심히 붙어서 살아 달라고 빌딩 하나 떼어 줬겠지요.”

    “우와…. 그래도 민혁이 같은 딸이면 수절하겠습니다.”

    “그건…. 그럴 만해요.”

    설양훈은 표정이 살짝 뚱해졌는데, 이내 바로 인정한다.

    20대 후반 30대쯤 되는 딸이 있으면 그러겠다며 농담 거는 건 알겠는데, 상상 자체가 불쾌하다.

    “인재를 키우고 역량을 확인하는 것에는 자리 만한 것이 없고, 후계를 생각하면 그 후계를 보좌할 인재도 키워야 하는 것이지요.”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그러자면 제 후계를 자처하는 이들 중에 선생이 가장 몰입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연령대로나 성향은 설민혁이죠. 겉변태와 속변태.”

    “변태라, 그렇다면 본디 여인과의 연분을 아주 중하게 여기겠지요.”

    뭘로 몰아가는지 알겠다.

    설은겸과 잘되면 인생이 편다.

    이걸 모르겠나.

    귀천상혼으로 넘볼 수도 없을 법한 집안의 아가씨와 잘되는 판타지 정도는 나도 품고 있다.

    그런데 나는 슬슬 결혼 생각이 들 나이여도 그쪽은 아직 그럴 나이가 아니다.

    그쪽이 좋아 죽겠다면 모를까.

    학교 다닐 애한테 동거 드립 쳤다가 울리고 그러는데.

    그리고 설은겸의 일이 내 일이 되어서 몰입하면 내가 가진 장점이 많이 사라질 것이다.

    훈수를 두는 것에서 경쟁력과 가치가 있다고 보는데.

    사람들은 본디 자기가 가야 할 길은 스스로 비우고 멀어져야 보인다.

    제3자는 반면 그 길이 냉정하게 훨씬 잘 보인다.

    “제가 과몰입하면 그건 제3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와 비슷하게 됩니다. 점술가가 보는 스스로의 운명은 주관이 많아 맞지 않고, 그럼 제 장점을 많이 잃을 것입니다.”

    “제가 선생을 겉에서 관측하는 사람이지요?”

    “어,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노인네가 보기엔 선생은 이성에 몰입하면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 같아 보입니다.”

    부정하지는 않았다.

    아가씨를 향한 기사도, 마왕에 잡힌 공주가 유구한 클리셰인 것에서 보듯.

    미인은 혈기 있는 남성에게 엄청난 동기 의식을 유발한다.

    “뭐 욕망 강한 남성 집단에선 실제로 그러하죠, 남성호르몬과 성취도의 상관 관계는 사회적 실험으로도 나온 것이기도 하니까.”

    “거기다 왠지 선생이 요즘 외모가 부쩍 핀 것 같기도 하고.”

    이상한 게 줄줄이 올랐지요.

    피부미용도 그렇고.

    이게 본의 아니게 9레벨이라 요새 피부 좋다는 얘길 많이 듣는다.

    만렙 바로 직전이라.

    “아이고 감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은겸이랑 좀 더 친해졌으면 합니다.”

    “기승전 은겸 양 이야기를 하시네요.”

    “그러면, 어디보자 유겸이가 올해 재수를 한다고 했으니 벌써 스무 살인데 이 녀석도 데리고 갈까요?”

    설유겸은 설은겸과 세 살 차이 나는 여동생이다.

    우와 나랑 아홉 살 차…. 이 변화구는 참신하다?

    “변화구로 꽂으시네요.”

    “이렇게 성과를 냈는데 내가 줄 게 시원찮아서 그래요. 이거 세종이나 대전에 우리 아파트를 하나 들어가게 해 드릴까.”

    이거 설마 주거운 8레벨?

    지방 아파트이긴 하지만 화들짝 놀랐다.

    몸값이 너무 뛰어서.

    “아이고 괜찮습니다, 이미 많이 해 주셨어요.”

    “난 더 해 줬음 싶네요, 그러지 않으면 왠지 불안해요, 스물세 살 손녀가 무리수인 것을 내가 왜 모르겠습니까? 그런데 그거 밖에 내가 가진 패가 없다고 생각이 들어요.”

    “에이 아니에요. 돈이면 충분합니다.”

    “돈으로 붙든 사람은 원래 더 큰 돈이 들어오면 나가는 겁니다.”

    이 이상의 값을 내게 쳐 줄 사람이 있을까? 생각은 들었지만.

    설양훈의 말도 정론이었으므로 반박하지 않았다.

    “그러니 가족으로 엮는 게 맘이 편하신 겁니까?”

    “제 말이오.”

    그걸 왜 남 일처럼 말씀을 하십니까.

    * * *

    “역마살이 없는 사람들이 여행을 오겠어요. 다 있지.”

    직업을 밝히는 순간 술자리 장악력이 상승한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소재로 대화를 틀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분이 역마살이 미친 듯이 심하거든요, 근데 남자분은 아주 큰 배, 비행기로 태어난 운이에요. 그러니까, 그냥 여자분이 올라타면 되는 겁니다.”

    여행 와서 동행하다가 눈 맞은 듯한 남녀가 있어 신나게 몰아갔더니 술자리에서 난리가 났다.

    여기는 베를린의 한인 민박이다.

    민박 사장이 한식과 맥주를 놓고 투숙객들을 모아 파티를 열었는데 거기서 술을 마시고 있는 중이다.

    ‘나도 저런 데 한 번은 묵고 싶네요.’

    설양훈이 바라던 게, 꽃보다 할배 같은 여행이라니 기획했다.

    일행은 경호 인력 두 명과 비서진 한 명.

    그리고 설양훈과 설은겸, 의사 한 명이 왔다.

    경호 인력과 비서진은 극구 다른 곳을 쓰겠다고 하여, 민박엔 없었다.

    문제는 설양훈도 없었다.

    그러니까 할아버지 없는 할아버지 효도 여행이 된 것이다.

    * * *

    설양훈은 독일에 도착하자마자….

    “추억에 젖고 싶으니 혼자 다니겠습니다.”

    “할아버지?”

    “은겸이가 경호실이랑 비서실도 오게끔 해서 괜찮아요. 아 의사 선생?”

    “네.”

    “의사 선생님은 번거로우시겠지만 낮에는 함께 하고 밤에는 이 친구들 숙소로 가시는 식으로 하면 될 거 같습니다, 예 뭐 가까운데 머물 테니 너희들은 너무 걱정 말고.”

    하여, 졸지에 설은겸과 둘만 남았다.

    영감이 할배들 유럽 가는 예능을 재탕을 여러 번 하더니 PD의 양아치 짓을 배운 모양.

    “어떡…하죠?”

    “별수 없죠, 밀어주시는 거 같은데 밀월여행이다 생각하고 다닙시다. 가시죠.”

    설계당했네 싶었지만 오히려 좋다.

    회장님 모시는 여행, 당연히 불편하지.

    어르신한테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기특하시다.

    “어, 저도 할아버지 그런 낌새는 알았는데, 선사님 그 여자 친구 있지 않았어요?”

    “같이 살자, 너를 갖고 싶다. 수십, 수백, 수천 번 갖고 싶다.”

    “…예에에에?”

    침묵했다, 반응 좀 보려고.

    대답을 안 하고 빤히 쳐다보기만 하니까 설은겸이 당황한다.

    “어, 어, 어어, 어어어?”

    “이렇게 말했다가 까였어요. 너무 진지했나 봐.”

    “……흑.”

    그런데 설은겸이 갑자기 주저 앉아서 자기 무릎에 고개를 묻는다.

    그러면서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고백인 줄 알았는데…. 으흐흑.”

    엥, 뭐야 이런 걸로 울 친구는 아닌데?

    이런 생각은 들었으나 처연해서 당혹감이 먼저 든다.

    슬퍼하는데 ‘야 연기하지 마라’, 이것도 참 정 없다 싶고.

    낚는다면 낚일 셈으로 위로하며 걱정해 줬다.

    “…그게 그러려는 건 아니고.”

    “뻥이거든?!”

    눈 아래 뒤집어 까면서 놀린다, 발전했네.

    “그러게요. 차인 쪽은 난데, 왜 은겸 양이 우나 했다.”

    감성으로 공략당했으니, 나도 감성으로 대응했다.

    센치한 척하니까, 설은겸은 일어나서 미안해하다가.

    “에이 참… 자요.”

    손을 내밀었다.

    “뭔데요?”

    “애인인 척 해 줄 테니까, 잡아요. 뭐, 누가 알아볼 곳도 아니고.”

    “저는 척 대신 진짜가 필요한데요.”

    “일단 잡아 보고 판단할까요?”

    라면서 잡아챈다.

    다른 모든 걸 나누고 밖에 나왔을 때, 이미 다른 건 나눴으니 이게 뭐 대수냐 싶어 서슴없이 손을 잡고.

    그러니 놀라면서도 미소 짓는 것을 보는 감성은 갖고 있었지만.

    이런 것도 나쁘지는 않네.

    * * *

    그리고 저러고 돌아다니다 보니….

    숙소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저희 봤어요. 두 분 손 꼭 잡고 돌아다니시는 거, 근데 커플이 아니에요?”

    동양인이기도 하나 설은겸의 미모가 워낙에 독보적이라, 눈에 띈 모양.

    현지인들의 시선도 관광객들의 시선도 무척 많이 받았는데 그중 한 팀이 여기 묵었다.

    그리고는 길에선 그렇게 다녀 놓고 숙소에선 연인인 척 안 하는 것마냥 몰아가길래.

    선제적 공세 전략으로 사주를 꺼내어 모조리 침몰시켰다.

    누굴 추궁하려 들어?

    “와 진짜 말 잘하시네, 재밌게들 노세요. 그 테이블은 안 치우셔도 되고 맥주는 꺼내 드세요. 취해서 안 되겠네.”

    “일찍 나가야 되어서 잘게요.”

    민박집 사장과 스탭은 ‘이방인 사주’ 드립 치면서 보내 버렸고.

    남자 여행객들은 욕망 드립으로 박살 냈으며,

    동행하던 남녀도 나와 설은겸 그 이상으로 엮어서 내일은 아마 저 둘 호텔 쓸 거 같다.

    저녁 8시부터 시작해서 11시까지 세 시간을 떠들었네.

    나는 술자리 주도하면서 떠들다가 다른 사람들은 사주로 심금을 흔든 다음 술을 먹여서 보내 버리고.

    나 혼자 끝까지 남는 걸 좋아한다.

    사람의 제일 밑바닥, 술 취해 이성과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선 끌어낼 수 있는 게 많으니까.

    나는 사주 봐야 되니까 안 마시겠다면 권하는 이도 없고.

    “우와, 우와아 진짜 재밌으세요 선샤님.”

    그리고 설은겸도 반쯤 죽어 있다 혀 꼬여서 그런지.

    선샤님, 선샤님 하는데 어미가 좀.

    거기다 아까부터 젓가락으로 빈 맥주병 입구를 실로폰마냥 치면서 놀고 있다.

    “소리가 다 달라요, 선샤니임.”

    “에헤이 은겸 씨. 들어가서 자.”

    일전에 호텔 바에서 있었던 일을 오마주 하듯이 설은겸은 술과 안주 놓인 테이블 모서리에 얼굴을 묻었다.

    많이 안 마신 거 같았는데…. 시차 적응 힘드나?

    여긴 그래도 호텔 마냥 멀찍이 데려갈 필요까지는 딱히 없고, 그때 날 부축해 줬으니 대충 정리하고 들어갈 예정이다.

    이 자리에 나와 함께 살아남은 건 늦은 시각 설양훈 파티와 인사하고 뒤늦게 합류한 의사 양반 한 명이었다.

    “선생님은 안 주무세요?”

    “시차가 안 맞아서 잠이 안 와요.”

    오영화, 31살.

    스카이피아 임원진 딸로 회장의 유럽행에 천거됐다고 들었다.

    늦게 와서 자리엔 앉았는데 술 조금만 하고 내 이야기를 듣고 웃고만 있었다.

    공항에서 인사만 나누고 데면데면했는데, 방금 전 술자리에선 꽤 맞장구 잘 치며 웃었다.

    “선생님은 그냥 회장님 묵는 호텔에서 방 잡아 주지 밤중에.”

    “경호하시는 분들이 잘 데려다줘서.”

    아마 설양훈이 예전에 민혁이 엄마로 추정되는 묘령의 연하 여인과 괌 가서 스포츠 신문에 사진 한번 찍혀 곤욕 치른 적 있어서인 것 같은데.

    팀 구성은 설은겸이 맡아서 해서 사전에 거르지도 못한 모양이다.

    “근데 진짜 말씀 잘하시네요. 멋있으시다.”

    “감사합니다, 슬슬 들어갈까요. 아마 가족실 은겸 양이랑 같이 쓰셔야 할 거 같은데.”

    “저도 사주 한번 봐 주세요.”

    “어 보실 이유가 딱히 없으실 텐데요?”

    “왜요? 재밌던데요.”

    “의사면 매우 좋은 직종이고 밥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서 사주를 보면 물을 게 연애, 결혼, 자식밖에 없는데 미모도 아리따우신 편이라 되묻고 싶네요. 사주를 왜 봐요?”

    “음, 심심해서요?”

    “제가 사주로 유추해서 직업 같은 걸 맞춰야 신기할 텐데, 이미 의사인 걸 알잖아요. 그러면 사주가 재미가 없어요.”

    “그래도 한번 봐 주세요. 복채는 드릴게요.”

    팔을 잡아 끌면서 그러시네.

    “아이고 알겠습니다. 그러면 생년월일시 알려 주세요.”

    타인의 직종까지 알고 보는 사주는 별로 재미가 없다.

    내 장점이 돈 안 내고 갈구며 사주 보는 최강의 진상 손님들에게 얻은 관찰력인데.

    그걸 뭐 딱히 쓸데가 없잖은가.

    특히 의사나, 간호사 등 주사 바늘 다루는 사람들은 사주에서 티가 너무 잘 나서 사주만 보고 찍어도 잘 맞는데 아쉽다.

    바늘, 칼 다루는 사람들의 공부와 지식의 농도를 재서 의사냐, 재단사냐, 미용사냐 등을 맞추는 거 재밌는데.

    “으음?”

    “왜 그래요? 문제 있어요?”

    한여름의 큰 바다라…. 나랑 운명이 흡사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분은 8월 초.

    나는 8월 말이라 여름과 가을 바다인 차이가 있다.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결론은?

    변태.

    “한여름에 큰 바다로 태어나신 분이시네요, 그것도 피서철.”

    “뜨거울 때네요?”

    “그래서 사람들이 헐벗고 달려드는 운인데요.”

    “아 주사 맞으려고?”

    “의사가 직접 주사 놓나요? 아니지 않나.”

    전문직을 속설로 농락하는 것도 보통은 쉽지 않다.

    이러면 기술을 달리 써야 한다.

    군인과 조폭의 사주는 한 끗 차이이다.

    그런데 사주 보는 눈앞에 있는 사람이 군복을 입었다?

    그러면 서사를 잘 짜야 한다.

    마치 사주가 조폭, 강도 등 범죄자가 될 것처럼 흘러갔다는 식으로 쭉 서사를 깔다가….

    막판에 딱.

    ‘하지만 당신은 당신의 노력으로 조폭이나 범죄자가 되었을 것을 군인으로 극복을 하셨습니다! 무력을 헛되이 자랑할 운명을 무력을 유사시에 쓰게 절제하도록 인격을 닦았고~ 체력 단련과 전투력으로 자랑하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사주 보는 이에 대한 찬가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사주의 서사를 꾸리면 듣는 사람이 대단히 만족해한다.

    운명이 절박한 사람이 아니므로 사주를 듣고 재미와 만족 그리고 자존감을 충족하게끔 풀어 주는 것이다.

    그런 목적인 거 같으니 그렇게 해야겠다.

    “이런 운세였다면 공부운이 없었으면, 화류업으로 갔습니다.”

    “아하~?”

    “여름철의 바다는 사람들에게 필요합니다. 바다는 여름철이 아니면 쓸쓸하게 파도만 치고 있죠, 그렇기에 평소엔 무척 외롭습니다.”

    “오….”

    “그런데 시기가 여름, 더운 불지옥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그것도 태어날 때 그 자체인 원초적인 모습에 가깝게 말이죠. 바다는 언제나 외롭다가 이 시기만큼은 무척이나 사랑받고.”

    “네, 네.”

    “드넓은 바다이므로, 누구나 받아 줍니다.”

    남자였으면 부러워했을 사주이다.

    여름 바다.

    여자가 끊임없이, 헐벗고 달려드는 운명.

    “누구나 받아요?”

    “거기다 그 뜨거운 태양이 계속해서 손님을 공급해 주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돈도 많이 벌게 됩니다.”

    좋아서 돈 보고 하는 고학력 화류업 에이스와 사주가 흡사했다.

    그런 식으로 들리게끔 고의적으로 서사를 깔았다.

    이래야 반전이 재밌지.

    공부운이 깨져 있었던 게 오영화 님과는 차이가 있지만, 이분은 이놈의 사주로만 보면 공부를 통해 그럴 운명을 의료인으로 잘 돌린 것이다.

    자 이제.

    ‘이 에너지를 공부로 돌려서 훌륭한 직업을 갖춘 분이 되셨다!’

    라고 마무리를 지으면 되는….

    “그러면 도사님도 받아 주고 싶네요?”

    이렇게 생각하며 서사의 종결을 짓고자 한 날 맛깔나게 후려치는 발언이었다.

    내 무릎엔 어느새 오연화의 손이 올라가 있었다.

    ‘음탕하다’를 사주로 맞추면 간혹 그걸 알아준 사람에게 보답을 주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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