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회사를 장악하는 수단
‘사주 보러 가서 눈탱이 안 맞는 법’
일단 가제는 이렇게 정해 놓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잘 써지네.
교양서 판형은 잘 모르지만 원고지 800~1,000매에 맞게 정말 쓸데없는 좋은 말이나 사주가 말하는 시사점을 적었다.
‘엄마 없냐.’욕이 먼저 나오는 이유.
- 엄마의 치맛바람이 강남 학군을 만든다.
- 어머니 운과 공부의 상관관계.
왼손잡이가 전 세계 모든 문화권에서 탄압받던 이유.
- 우뇌와 연결된 왼손, 세상은 감성 있는 인재를 좋아하지 않았다.
- 감각 있는 사주를 불리하게 보는 이유.
속설을 그럴듯하게 쓰는 거 왜 이렇게 재밌나.
많이 읽을 책이라고 생각 안 들고.
전국 도서관들 생각해서 몇 백 부 팔리면 많이 팔릴 글이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재밌게 적는다.
이렇게 글을 위주로 적고 있었다.
2층 사무실에 상임 고문실 간판을 달까 고민을 하다가….
그러려면 좀 더 떳떳하게 교양서를 냈다는 이력을 달고자 하여 미루었다.
월급이 많은데 마땅한 일을 안 하고 놀고 있으니까, 미안하잖은가.
“실례합니다….”
“오, 반갑습니다.”
“아니 왜 그러세요?”
좀 과하게 반갑게 맞이했나.
“대전 사시나요? 전주서 오신 거 아니고?”
“예, 여기 삽니다.”
“첫 손님, 오늘은 무료.”
명승철학관 in 대전의 대전 첫 손님이다.
지금까지는 전주에서 발품을 팔아 오시는 분들만 만났다.
“그래요? 그냥 물어만 보려고 왔는데, 한번 볼까요.”
“본 철학관은 스카이피아 건설의 후원을 받고 있는 바 스카이피아 혹은 범 천지인 그룹 사원이시면 무료입니다.”
“어 스카이피아 다닙니다?”
뭐야 설양훈이 보냈나.
대전와서 첫 손님은 둔산 스카이피아 본사에 다니는 직장인 박효성 씨다.
대전 곳곳에 스카이피아 관련 건물들이 있어 건물 관리 업무도 많은지 외근이 잦아 보인다.
시간이 외근 때 찾아온 거 같은 느낌인데 기강이 별로구만.
2층 상임 고문실은 간판이 없어서 그런가.
“제가 보기엔 고민은 결혼과 직장 트러블입니다.”
“오….”
30대 후반의 반지 없고 관리가 안 보이는 목에 때 탄 와이셔츠.
부인이나 어머니의 케어가 없다 여겨진다.
맞벌이인 케이스 있지 않겠느냐?
30대 후반한테 결혼과 직장 트러블, 돈 문제로 왔다고 던져 놓으면 그 셋 중 하나는 맞으니까 상관없다.
적성, 소질, 취향, 취업, 시험, 사랑, 돈 다 맞춰야 하는 20대보단 훨씬 수월하다.
일단 외견을 보고 의심 가는 결혼 문제부터 파 보겠다.
스카이피아면 연봉 괜찮은 기업인데 일단 장가를 못 갔다?
얼굴이 흔한 아저씨 같지만 못생기진 않았다.
몇 가지가 더 보이는데 여기서 종합적으로 결혼은 못했을 것이라 파악해서 장가 못 갔다 생각한다.
“어디 사주를 보자, 스읍.”
음, 사주가 좀 안 좋네.
내가 굉장히 안 좋게 보는 외로운 사주다.
이렇게 사주 나쁜 손님들을 보면 내 인상부터가 나빠진다.
안 좋은 걸 어떡하나, 좋게 말해 주고 싶은데 안 좋아.
그것도 남자 손님이면 더욱 그렇다.
남자 손님들한테도 아부가 먹히기는 하지마는 팩폭이 더 잘 박힌다.
따지고 드니까 후려 패 버리는 게 편하고 후려 팰 소재도 무궁무진하다.
그치만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어야 후려 패다가 달래다가 하면서 당근과 채찍을 주는 거지.
나쁜 것만 있으면 후려 패기가 미안하다.
돈은 내가 받는데 패는 것도 내가 패잖아.
뭐, 무료니까 그냥 팰까?
“뭐가 문제겠습니까?”
“선생님 결혼이 어려울 거 같은데요. 근데 다녀오시긴 해야 할 듯합니다.”
이건 별 수 없다.
‘니 사주 똥이다.’
라고 박고 시작하지 말고 지엽적인 문제들로만 진단해야 한다.
“어려운데 해야 한다?”
흥미가 있어 보이네, 결혼 고민 맞구만.
“겨울의 너른 땅으로 태어나셨습니다. 이게 땅이 완전 꽁꽁 얼어 있는 영구동토, 마치 시베리아가 생각나네요. 그 언 땅에 아무도 오지 않고 오롯이 침엽수림 나무들만이 우뚝 서 있습니다.”
“아, 아아, 그 뭐 짐작 가는 게 있긴 있네요.”
“고로 엄청나게 외로운 운명입니다. 이건 어,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어머니를 일찍 여의거나 어머니가 집을 나가셨거나 하는 경우를 꽤 봅니다.”
“앗, 아….”
사람이 여자 손길이 안 닿아 있다.
여자들이 좀 더 숲을 보면 나무를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공기관 알바 다닐 때 아버지랑 같이 출근한 적 있는데, 아버지는 괜찮다 하던 것을.
어머니는 옷에 주름 잡힌 거 하나 하나 다 잡더라고.
이분은 어깨의 하얀 비듬인지 먼지인진 모르지만 좌우지간 어깨의 하얀 것들, 비뚤어진 넥타이, 목에 때 보이는 와이셔츠.
그리고 너무 정직하게 짧고 바른 스포츠머리와 그 안에 보이는 각질.
그냥 질색할 것들만 갖고 있다.
머리를 너무 바싹 말린 거 아닌가.
“그게 사주인가요?”
“선생님 외견에 여자 손길이 안 닿아 있습니다.”
“여자 손길이오?”
“뭐 넥타이 매어 주는 부인이 없다 그런 식으로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요. 그런데 말이죠. 흠.”
아줌마들 사주 보다 친해지면 아줌마들이 나한테도 아들내미한테 하듯 잔소리하는데.
군에서도 눈치를 보며 배웠는데, 그 아줌마들을 보면서도 스캔 능력이 상승했다.
“왜 그러시는지?”
“아닙니다. 이따 말씀드릴게요. 우선은 공무원 쪽 한번 생각을 해 보시는 건 어떨지.”
“공무원을요?”
“선생님의 운명은 오롯이 직장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자면 직장을 다닐 수 있는 동기 요인인 2세를 만드시거나, 그렇지 않다면 직장에서 개판 쳐도 자르지 않는 곳을 다니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공무원 공부를 다시 하고 싶진 않을 것이고 2세를 만들라는 쪽으로 권고했다.
“아, 아아….”
“공부는 어느 정도 하셨을 것이고 능력 있으십니다. 특히 외국을 다니는 능력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와 신기하네.”
“네 시베리아 영구동토는 광활하잖습니까? 그걸 다 밟는다는 뜻으로 역마살이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인이며 역마살이 있다면 외국어 어학 능력은 있다는 뜻이죠.”
“무슨 외국어 하시는지도 아십니까.”
영어는 요즘 인재다 하면 못하는 게 이상하다 싶으니까, 기본은 하겠고.
서브컬쳐 향유층이지 싶어 일어를 잘하느냐? 라고 묻고 싶은데.
저걸 묻는 걸 보면 특이한 걸 잘할 거 같다.
건설업계에서 특이한 외국어 써야 하면 돈으로 건물 처바르는 동네일 거고.
스카이피아는 설정환 회장부터는 지역 건설사를 넘어선 지 꽤 되어, 중동과 동남아 시장 진출에도 나름 적극적이다.
“태양빛 많이 받으시는 데서 있었을 거 같아요. 동남아나 중동? 비스밀라~? 알함두릴라?”
“앗살람.”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 웃긴 했는데, 웃음이 나오는 사주는 아니다.
사주 보고 팍팍하다 싶은 건 오랜만이네.
“하나 사람이 혹한기 훈련할 때 얼어붙어 야삽 안 드는 땅마냥 차갑네요. 무심하고요.”
“무심하다….”
이런 사주는 풀리는 불이 있어야 사르르 녹을 건데.
불이 없다.
말이 불이라고 하지만 외향적 성격과 행동력, 뜨거운 가슴을 말하는 것이다.
이건 사주에 불이 있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갖고 있어서 좀 일반화해서 말한다.
물, 불, 쇠는 일반화해서 말하면 그 성격이 잘 들어맞는 편이라.
일반화해서 말하기도 한다.
통계가 쌓여 가면서 7할 이상으로 수렴되어 가니까, 진리는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맞다.’는 성립한다.
그런 걸 가진 여자를 만나면 미쳐 날뛰겠구만.
“이러면 무심한데 고집까지 미친 듯이 세거든요. 거기다 이성적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고요. 그런데도 사주를 보러 오시네요. 아주 큰 고민이 있으신 겁니다.”
“아 그게.”
“제가 맞춰 보겠습니다.”
“아 그러시는 분이죠.”
생각하는 척하며 말을 붙였다.
“근데 말입니다. 선생님.”
“예.”
“식사를 애매하신 시간에 드셨나 봐요?”
“아 출장 나오느라 좀 늦게 먹었네요.”
“근데 원래 가글 같은 거 안 하실 거 같은데요.”
이에서 치석 봤다.
치아 건강과 미용에 관심이 없다는 뜻.
스케일링이 뭔지도 모르는 거 아닐까, 건강보험으로 1년에 한 번씩 되는데.
이는 건강하니까 밥은 잘 먹겠다.
그래도 구취는 못 느꼈다.
오히려 이 양반이 냄새가 아니라 향기가 난다.
“아 막 열심히 그러진 않죠.”
“점심시간에 여직원들 우르르 몰려가서 양치하는 거 이해 못 하시고?”
“칫솔까지 굳이 회사에 두고 그래야 합니까? 양치야 텁텁하고 갑갑하고 하면 언제든 해도 되는 거죠.”
“어, 선생님의 이 사주는 여자 만나기가 참 힘든 사주입니다.”
“그건 그렇습니다.”
“괜찮게 생기셨는데 말입니다.”
“에이 그게 뭐…. 결국 여자를 못 만나는데요.”
“근데요. 반전처럼 느껴지는 게 하나 있네요.”
“무슨?”
“선생님한테 여자 냄새 납니다. 이상한 방향제 같은 남자들이 절대 안 뿌릴 거 같은 향수? 화장품.”
“아…?”
사주상, 얼어붙은 동토에 스며들었다가 같이 얼어붙은 겨울철 눈송이는 흙에 더럽혀진 물이 된다.
사주상 흙인 남자에게 물은 여자이고, 진흙물이라….
물론 사주로 판단 안 해도 된다.
외근을 나왔다지만 이 시간에 직장인이, 유흥 지구인 유성온천 근처에서 그것도 행색에 여자 없을 것 같은 양반에게서 여자 향수 냄새가 난다?
그걸 남자가 왜 뿌리겠으며, 그게 왜 몸에 배냐?
“좋은 시간 보내고 오셨나봐요. 오피스에 오피스 걸이 사나 보죠?”
“예?”
“거길 갔다 오고 사주를 보러 왔다…. 무슨 이성 고민이 있을까요?”
“아니, 그게 아닙니다.”
귀 빨개지는 거 보소.
“아니에요?”
“예!”
그냥 여자운 낮은 운명의 남자가, 남자가 무척 많은 운명이라 어느 남자라도 품는 여자와 재물을 매개로 만났다.
이렇게 생각하고 딱히 비난할 생각 없는데 말이지.
근데 거짓말하면 털어야지 별수 있나.
“벨트 아래 단추 안 잠겼어요. 바지 좀 후딱 입으셨나 봅니다. 거기다 와이셔츠랑 조끼 다 삐져나와 있고요.”
“예? 어.”
옷매무새에 관심이 없습니다, 큰 거 누고 왔습니다 하면 될 것을 왜 놀라나.
물론 2타 준비되어 있다.
“건조해서 피부 다 트는데 물 닿은 것처럼 얼굴에 뭐가 하얗게 일어나 있으시네요. 이 시간에.”
“…….”
“양치도 안 하신다면서 출근하셨는데 땀도 안 나는 꽃샘 추위에 옷을 다시 한번 벗었다 입으셨나 봐요? 그것도 윗옷을요?”
친구놈들 중에 같이 자취방에 모여서 술 먹는데 술 부족하다고 사러 간다면서 담배 탐을 몇 시간 갖고 오는 미친놈이 있다.
한밤중에 담배 탐을 가는데 몸이 세척되어 오는 제정신 아닌 놈.
그 새끼 단속할 때가 딱 이랬다.
양말 뒤집어 신었더라.
“사우나 다녀오셨나 봐요 하하.”
사우나로 구원을 줬다.
그러면 씻었다는 건 실토할 것이다.
“예 사우나 좀 다녀왔습니다. 하하.”
“거짓말하지 마시고.”
구출해 준 것 같았지?
그럴 생각 없다.
“…그게 말이지요.”
“질문이 이런 짓을 관둬도 되겠냐? 이길 빌겠습니다. 그 여자랑 만나도 되겠냐가 아니라요.”
30대 결혼 안 한 직장인의 고민은 일과 사랑일 수밖에 없다.
둘 다 돈이 얽혀 있지만 돈은 워낙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고민이고.
“그게…. 허, 이걸 말씀드려도 될지.”
전주는 첫 손님이 미용실 아줌마부터 시작하더니만.
여기는 유흥맨 회사원이라.
도시와 상업 지구가 다르니 사람부터가 다르다.
“아니면 그게 작동을 안 하는 고민이다. 이거면 저기 비뇨기과 가서 약 받으세요. 사주 보지 마시고.”
그런 곳을 다녀와서 생길 고민 중, 가장 남자가 거부하고 싶을 상황을 상정해 던졌다.
그걸로 몰아감을 당하느니 아마 다른 것이라 인정을 할 것이다.
“아니 그건 아니고…. 아 이게 참, 그 이걸 보여 드려도 되나. 개인 대화라.”
“발설하진 않을 것이니, 원한다면 보여 주십시오.”
박효성은 자기 휴대폰을 내밀어 일부 부분의 메시지를 읽게 해 줬다.
이건 오피스걸과 썸 타는 수준이 아니라 결혼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내용인데 돌겠구만.
스카이피아는 평균 연봉이 8천 가까이 된다.
대전에서 살면 집값이나 그런 게 덜 들어가니까 충분히 내 집 마련 후 좋은 차 굴리면서 살 수 있다.
그 계산 나오겠지.
파견 갔다 온 적 있으면 돈도 더 많이 받았을 것이고.
“아, 이분 나름 규율을 지키는 분인데 왜 외근 나와서까지 찾아가는지 알겠네. 외근으로 만난 거면 선생님만 만나는 게 아닐 거 아닙니까?”
“좀 더 좋은 집에서 시작하자고.”
여자면 그게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누가 봐도 공사인데, 화류계 여성과 본인은 진심을 나누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 둘만의 사이에서 있었던 일을 외부인들은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므로 뭐라 말해도 안 먹힌다.
“그럼 뭐, 돈만 유출시키지 말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십시오.”
“예?”
“잔인한 말이지만 선생님에겐 이런 여성분을 제어할 분이 안 계십니다. 그러니 결국 둘만 좋으면 혼인은 성립할 것입니다.”
“아.”
“솔직히 공사 치고 있다는 의심 정도는 스스로도 느끼실 겁니다. 아실 거예요. 근데, 마음이 그게 안 되니까. 이러는 겁니다.”
남자를 다 수용할 수 있는 여성이므로 비위가 좋다.
그 비위를 못 참을 것만 걸리지 않는다면 이 남성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본인도 미친 짓이라 생각할 것이고, 주변도 미친 짓이라 할 것입니다. 물론 저도 미친 짓이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거기서 거둘 수 있는 결과가 있다면 호랑이 굴을 알면서도 들어가 볼만하다 생각합니다.”
“결과라면?”
“그 미친 짓을 그래도 할 거니 약간의 희망이라도 달라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 장비 갖추고 클리어 조건을 거창한 거 말고 중간 보스까지만 잡겠다 하고 들어가세요.”
“클리어 조건이오?”
게임 용어 쓰니까 신기한가 보네, 알아도 듣고.
“사마귀 암컷이다 생각하고 알을 남기고 오십시오. 일단 일은 못하게 하고 자식부터 갖자고 해요. 핑계는 아버지가 그래도 꺼려 하신다 정도면 수긍할 겁니다.”
“아….”
“그걸 안 하겠다고 하면 공사 칠 의도 그 이상은 없으니 그때 다시 생각해 보고, 거기에 따른다면 그건 선생님 그릇에 달렸습니다. 아마 여자를 수용할 만한 그릇은 안 되어서 앞길을 불길하게 치지만.”
“끄응.”
“선생님 유전자 확실한 자식 하나 얻어 나오면 성공한 전략입니다.”
이분은 운명이 자식이 있으면 굉장히 개선된다고 본다.
거기다 여자가 아름답다면 자식한테는 좋은 외모 물려줘 대물림은 안 하겠지.
“정말 제 맘대로 해도 되는 겁니까?”
“보편적으로 나쁜 길이죠. 근데.”
“예.”
“떳떳한 여자면 선생님을 안 만날 거 같습니다. 그랬으면 이 스펙을 갖고 벌써 결혼을 하셨겠죠? 그러니 정말 마음은 가되, 돈은 적당히 가는 방식으로 퇴로만 만들어 놓으면 됩니다.”
“제가 친구들에게는 몇 번 상담을 했습니다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네요.”
“제3자니까요. 정 불안하면 같이 사주 보러 오십시오.”
무심하고, 꾸밀 생각도 없고, 여성의 마음을 돌릴 생각도 없는 제멋대로인 남자이며 나름의 능력과 돈이 있으므로 그 생각에 확신까지 확고하다.
그럼 어차피 돈과 기반 보고 오는 여자밖에 못 만난다.
외국인 신부는 뭐 같겠는가.
업소녀와 유흥남이면 서로를 퇴짜 놓을 처지일까 싶기도 하고.
“결혼, 그 던전 가 보고는 싶잖아요? 뭐 있는지.”
“던전 푸하하하하. 게임 좀 하세요?”
“한창 게임 할 나이 같아 보이지 않나요?”
38세 박효성 과장.
외근 시간에 그런 데 다니며 결혼까지 생각 중.
박효성이 돌아가고 난 뒤, 2층 상임 고문 사무실 간판 제작을 취소해 달라고 했다.
티를 낼 것이 아니었다.
스카이피아 사원 복지몰에 이미 ‘대전 명승철학관 무료 이용’이 배너로 떠 있다.
내가 이런 자리를 받아도 되나 싶은 불안이 여전히 있어 열심히 일해야겠다 생각 중이었다.
그런데….
혹시 직원들이 정말 사원 복지라고 해서 사주 보러 오고 여기다 인생을 토로한다면?
저 회사 사람들의 사주를 10퍼만 쥔다 해도 사원 10퍼센트를 통제하에 둘 수도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