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73화 (73/211)
  • #73. 연애와 결혼에 배경을 삭제한다

    <명예운 - 명성>

    당신의 명성이 이성 집단에 퍼져 나가기 시작하여 여자운에 직접적인 포인트가 부여됩니다.

    자고 일어나니 이게 올라있다.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어 가는 소문에서 명성이 퍼지는 것이라.

    명성과 명예운은 통제가 불가능하다.

    명성이 퍼지면서 명예운이 5레벨이 되더니, 명예운도 명성을 뿜기 시작한다.

    명성은 온갖 운세에 다 보탬을 주는 종합 효과이다.

    “뭐가 올랐냐… 으잉?”

    - 여성 집단에 명성이 퍼져 여자운이 직관적으로 상승, 여자운이 오릅니다.

    - 여자운 레벨이 오릅니다.

    여자한테 명성이 퍼지면 여자운을 그냥 퍼주기 시작한다.

    반면 명예가 오르면 사주강화술의 거의 유일한 디버프인 ‘고난 책무’가 같이 오르고.

    그와 동시에 ‘자아’를 깎아내린다.

    자기 전 내 여자운은 4레벨이다.

    용화미륵천부경 효과로 4레벨을 찍었지만, 여자운이 ‘불’과 ‘여름’에 깃들어서.

    겨울엔 계절로 인해 레벨이 낮아져 3레벨로 유지되었다.

    그리고 명예운, 명성의 효과로 여자운이 5레벨로 저절로 올랐다.

    한 게 딱히 없는데 말이다.

    물론 명성은 사람이 뭐 한 게 없어도 뭔가를 쌓아 주니 당연하겠지만.

    여기에 입춘이 되어 봄이므로 계절로 인한 디버프가 풀려, 한 번에 레벨 5가 되었다.

    <여자운 LV5>

    당신은 연애 결혼이 가능해집니다. 혼인을 규정하는 여러 요소 중에 개인의 매력이 차지하는 부분이 증가하며 연애의 차원으로 내려온다면 연애를 가로막는 나이, 직업, 학력 등의 몇 가지 요인은 대부분 작용하지 않습니다. 외모 등의 신체적 요인은 작용하나 도화살과 홍염살이 높다면 이 또한 영향력을 감소시킵니다.

    그러니까, 이 레벨부터는 개인적 배경과 상관없이 연애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배경을 무시할 정도의 개인적 매력이 생긴다고 봐도 되겠다.

    이걸 보니 광대가 치솟아 오르다가 이내 냉정을 되찾았다.

    주변 미인들이 죄다 남자운들이 고자라….

    본디 남자운이 낮은 여성을 만나기가 더 어렵다.

    * * *

    구민 강좌 마치고 단상 정리 중이다.

    조만간 설이라 그런지 선물을 여러 개 받았는데 이걸 다 들고 가는 게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다.

    선물을 주시는 건 좋은데, 정성 들인 농수산물이라 부피가 죄다 크다.

    “아 이 양반들 참. 안 주셔도 된다니까.”

    기력도 없으실 양반들이 뭘 바리바리 싸 와서 하나씩 놓고 가는데 참 난감하다, 안 받을 수도 없고.

    일단 아버지 찬스를 쓸 생각, 차 좀 빌려달라고 할 참이다.

    차 트렁크랑 뒷자리에 실으면 어떻게든 감당은 될 거 같다.

    그렇게 선물들을 정리 중인데 끝까지 그 모습을 보며 남아 있던 여자애 하나가 말한다.

    “도와드려요?”

    “학생…. 됐고, 집에 가.”

    “싫어요.”

    “아니 이제 오지 마.”

    “싫어요, 오면 안 돼요?”

    “19세 미만 안 됩니다. 이 강의는 시니어들을 위한 거라서.”

    좀 빨간 맛 섞은 드립이 어르신들 매우 즐겁게 만드는 강의다.

    아침마당 부부 트러블 관련한 방송에서 영감도 받았고.

    군에서 사주 보기 전 쌩 신병 때 ‘라이브 야설’로 내무 부조리를 충실히 수행하던 짬이 있어, 잘한다.

    수이나 소녀보살은 그래도 어른이라 막 지르지만, 여긴….

    “지난주에는 철학관 오던 언니랑 애도 있던데요?”

    “그 언니는 어른이고요, 애는…. 애네.”

    반박 불가.

    근데 뭐 동안이란 말은 어찌됐건 칭찬이니까.

    정아진이가 소녀보살보다 머리 하나 더 크다.

    “그럼 된 거 아녜요?”

    “걔 담배도 폈었고 경찰서에 불려 간 적도 있고 까졌어, 그러니까. 착한 학생은 그러지 말자? 국영수에 집중하시고 이런 공부 하지 마세요.”

    팩트만 말했습니다.

    담배는 착실히 끊은 것 같아서 그건 좀 기분 좋다.

    뭔가 시켜서 사람이 교정이 됐다는 거 아닌가.

    “고등학교 가면 공부하느라 못 노는데, 지금 이런 공부 하면 안 돼요?”

    구민 강좌는 이미 수강생이 200명이 넘어서 공무원들이 인원 수 제한을 걸다가, 민원 폭탄을 못 이겨 강좌를 500명 수용 가능한 시청아트홀로 옮겼다.

    여기 오기 2주 전, 1월 23일에는 방학 중인 초등학교 강당으로 갔는데.

    ‘우리 못 오게 할라고 이러는 거제? 응? 국장 나오라 혀, 국장 어딨어?’

    ‘직원분들 이러시면 안 돼죠. 우리 나이에 감기만 들어도 위험해요. 이 뭐 하는 짓이에요?’

    ‘일 이렇게 할 거여?’

    온풍기 안 되어 추워서 열 받은 김홍로 할배를 위시한 우리 반 할배 할매들이 공무원들을 무릎 꿇렸다.

    송희영 씨도 꿇었는데 좀 불쌍.

    구청홀에서 초등학교 강당으로 움직이라고 하니까 200분 중에 50명이 넘게 이탈을 하셨는데 그러면 돌아와야지….

    그걸 끝까지 강행하다 갑인 민원인들을 들쑤셔 놨고, 인근 초등학교 강당으로 옮기는 건 무산됐다.

    저날 송희영 씨 축 처져 계시길래, 위로의 말씀 드렸다.

    ‘그냥 빨리 끝낼까요? 날 따스워지면 더 늘어날 거 같은데.’

    ‘아, 그러고 싶을 지경이긴 하네요.’

    그렇게 시청아트홀로 옮기자, 어찌됐건 시청과 구청 사이에 거리가 존재하므로 이탈자와 새로 합류하는 수강생이 생겼는데.

    시청 근처에 사는 예비 고1이 나와서 자리 차지하고 앉아 있다.

    “친구들 데려올 건데요?”

    “안 됩니다.”

    “왜요? 선생님한테 다시 사주 보고 싶다고 다들 그러는데에 예약 밀려서 못 하고 있어요.”

    “…그, 혹시 편지 쓴 친구?”

    여학생들 러시 때 사주 열심히 봐 줬던 여학생 한 명한테 편지 하나 받았다.

    “네.”

    “미안하다고 해 줄래?”

    “왜요?”

    왜요? 는 무슨 왜요.

    애들은 특히 자기들이 미성년자라는 자가 배리어를 갖고 있어서 안 돌아올 관심인 걸 알면서 관심을 갈구하면서 짓궂게 괴롭힌다.

    내 동기 중 임용 발령 나서 교사 된 놈들도 좀 흔히 겪는 일이다.

    단순 관심이면 모르겠는데 문제는 사춘기라 이성적 관심이 혼재된 경우가 많아서 그걸 야멸차게 대하면 배신감 느껴서 틱틱거리고.

    그렇다고 당연하지만 잘 대해 줄 수도 없다.

    사춘기 학생이 이성적 호감으로 잘 따르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교사가 특별 관리하면 그건 그거 나름 문제다.

    아 근데 난 자영업자지.

    어른으로서 문제다 설민혁보단 떳떳한 인간이고 싶다.

    “저 은팔찌 차는 거 보고 싶어요?”

    “고등학생부터는 된대요.”

    “쇠고랑이오?”

    여자운 5레벨이 나이, 배경 이런 거 삭제되고 이성과 연분이 생긴다더니.

    내가 기대한 건 가문 배경 삭제 정도인데 효과가 괴이쩍다.

    “근데 그 편지 누가 썼게요?”

    알 게 뭐냐.

    손님들 거의 다 기억나긴 하는데 그 편지 익명의 여학생이었다.

    장난 같기도 한데 글씨체는 또 여자 같긴 하고.

    “모르겠는데요.”

    “그거 제가 썼어요!”

    “스읍, 넌 인기도 많은 애가 왜 그러냐?”

    아진이 정도면 외모가 특출 나고 남자아이들이 바라는 여인상을 구현하므로 인기가 많아서 그 나이대에 최고의 남자애들이 줄줄이 대기를 할 것이라, 이런 경우가 흔치 않아야 맞는데.

    아빠를 못 만나다 보니, 연상 연령대 남성에 대한 결핍이 존재한다.

    그걸 이상한 놈한테 인생 개판 되기 전에 구해 낸 건 좋은데.

    내가 뒤집어쓰고 싶지는 않은데 말야.

    “그…. 대신 쓴 거거든요?”

    “그럼 써 달란 친구한테 전해 줄래? 사주 아저씨 여자 친구 있다고? 미안하다고.”

    친구한테 전해 달라고 하는데 왜 얘가 표정이 이래.

    “어, 거짓말.”

    “너 봤잖아?”

    “그 언니요?”

    “응.”

    “거짓말.”

    거짓을 간파할 능력이 있군.

    “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그런 언니가 왜 선생님이랑 사귀어요?”

    제법 남의 일에 대해서 분석할 수 있는 능력도 있군.

    뻔뻔하게 거짓말하려다 말문이 막혔다.

    사주강화술 아니면 애초에 못 쳐다볼 인물이다.

    “그렇긴 하겠다.”

    “그쵸 그냥 손님이죠?”

    “그건 아닌데 너무 대단해서 엄두를 못 내겠네.”

    “여자 맘을 몰라서 그래요.”

    그래도 여자 맘을 네가 설명해 줄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어린아이에게도 배울 것은 있다 생각은 해서 그냥 듣긴 들었다.

    “뭐 어떻게 모르는 거 같은데?”

    “너무 이쁘면 선생님을 안 좋아할걸요?”

    “학생 너무 이쁘더라, 미인이 좋아하지 않는 내 운명을 뼈저리게 깨닫게 해 줘서 고맙고, 그 현실이 너무 아프다. 그러니 빨랑 꺼져.”

    “저 안 이뻐요.”

    대전 가면 애들 손님은 부모 동행 말고는 안 받는 게 좋겠다.

    너무 진심으로 돕게 되는데 그 진심을 애들이 오해한다.

    아진이 설교에서 구해 준 건 송희영 씨다.

    “아 선생님 아직 안 가셨네요. 다행이다.”

    졸지에 시청 출장까지 나오는 송희영 씨는 요즘은 좀 불쌍하다.

    기획이 너무 성공했다.

    사기업이면 성과라도 듬뿍 받을 건데 공무원이고.

    실적과 관계 없이 스케일이 너무 커져서 대응을 못하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다.

    불쌍해서라도 관둬야지.

    그런데 송희영 씨 옆으로 중년의 아저씨 둘이 모습을 드러낸다.

    “안녕하십니까.”

    “예 안녕하세요. 누구신지.”

    “구청장입니다. 반갑습니다. 선생님.”

    “아 반갑습니다.”

    전주는 구청장이 선출직이 아니다.

    이유는 정확히는 모르겠다, 심판하고 싶은 사람들이 널렸는데.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을 보면 꼿꼿하게 대할 생각이었는데 그래도 예의는 차리게 된다.

    구청장 이 양반, 지금 싱글벙글 웃고는 있는데.

    ‘구청장님이 그만하라고.’

    시위자 한 명과 시의원에 쫄아, 강의 폐강 결정한 그 구청장이다.

    공무원으로서 당연한 행보라고 봐서 원한까진 없지만, 좋게 보는 건 또 아니다.

    “무슨 일이신지?”

    “어이구, 이건 다 뭡니까?”

    “고맙게도 설 선물을 받았네요.”

    “거의 이쯤 되면 아이돌인데요?”

    할배 할매들의 아이돌이 되긴 했지.

    “잠시 저희랑 말씀 좀 나눌 수 있으실까요?”

    아직 아버지한테 전화 안 해서 상관없었다.

    솔직히 아버지한테 ‘차 몰고 오쇼.’ 하는 것도 좀 그렇고.

    “예 그러시죠.”

    “여기 제가 보고 있을게요.”

    안 그래도 1월 23일, 초등학교 온풍기 방전 사태 때는 문화예술과 과장이 할배 할매들한테 비는 걸 봤는데 이번엔 구청장이네.

    이러다 잘하면 시장도 보겠는데?

    시장은 직접 보면 코스트코 들여오라고 멱살 한번 거칠게 잡을 거 같다.

    코스트코가 없어서 대전 간다.

    시청 내에 어딘가로 어르신들 따라가서 앉았다.

    의자 좋은 응접실이었다.

    “그 무슨 일로 이런 말씀을? 그리고 이쪽 분은? 보좌진이신가요? 아니면 뭐 다른 데 국장님?”

    “아, 이분은 전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님이십니다.”

    “아 반갑습니다.”

    뭐 때문에 이 양반들이 날 불러다 놓고 이런다냐?

    “근데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구청장님이 직접?”

    “우선은 저희가 그 선생님이 하시는 시민 강좌를 더 키워 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2~300분이 오시는 강좌는 그 뭐라 해야 되나? 말 그대로 쾌거죠. 쾌거.”

    앞뒤 다른 거 보소.

    “그 무슨, 올림픽 메달이라도 따 온 것처럼 들리네요. 어, 근데….”

    “그거 들었습니다. 취업하신다고.”

    알면서 왜 굳이 이런 이야기를?

    “그렇죠, 저는 어려울 거 같은 이야기고 더 말씀을 하셔도 아마 안 할 거 같습니다.”

    “왜 굳이 그러시나요. 듣고 한번 생각을 해 보심이.”

    “좋은 데 취업했거든요. 월 3~400은 나오는 직장하고 하루 한 시간 수강료 5만 원 쳐주는 여기랑 같나요?”

    “음 그렇지요.”

    구청장이 입을 닫고 듣고 있는 새 옆의 문화재단 이사장이 말한다.

    “그래서 저희 전주문화예술재단에서 선생님을 직접 고용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 정말요?”

    “안 그래도 청년창업지원반이라고 해서, 그 국책 사업 하시는 건 알고 계시죠?”

    “네 전통문화의 도시.”

    “전통 점술학도 전통문화의 도시에 어울리는 그 사라지는 우리의 옛 전통, 아니겠습니까. 심화반으로 이 전통점술학을 이어 나갈 인재들을 키우는 수업을 전통한지공예관 3층에서.”

    “예.”

    “지금같이 하시던 강좌도 저희 재단에서 맡아서 시청아트홀이나 소리문화의전당에서 하시게끔 자리를 한번 만들어 볼까 합니다.”

    “정규직인가요?”

    “물론이지요.”

    한다는 소리도 안 했는데, 벌써 기획은 다 만들어 왔네.

    위화감이 넘친다.

    올 초, 이미 관둔다고 전달은 했고 이 강의는 다른 역술인을 구해 메꾸기로 이야기가 됐다.

    후임자로 소녀보살을 추천도 했다.

    초졸이라 안 되겠지만.

    거기다 공무원이 아마 월 2~300은 줄 수 있는 정규직 자리 가지고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미는 건 처음 본다.

    공기관 알바만 5회차인데 피똥싸는 산불 관리원 하나만 무기 계약직 권유받고 사무 행정은 그런 적을 본 적이 없다.

    그런 자리 보통, 읍읍.

    “그리고 저는 그 이야기를,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한테 잘 해 드리면 되는 걸까요?”

    “예?”

    “구청장님이 시청아트홀에서 강좌도 하게 마련해 주시고, 강좌도 이어 나가게 해 주시고, 라고요?”

    며칠 전이다.

    35사단장에서 계룡대로 전출 간 김병용과 통화하던 도중 들은 것인데.

    [니 진짜로 대전 가나?]

    “말씀을 드렸던 걸로 아는데요. 장군님 양아버지가 불러서 간다니까.”

    [전주에 있어야 니를 부려먹을 건데.]

    “아 그 공천 나왔어요? 별로 안 머니까 내려오면 되죠.”

    [그게 말이다.]

    전주시 한 국회의원이 대법 판결을 남겨 두고 있었는데.

    판결이 며칠 뒤 나온다고 한다.

    입법 기관 나으리들이 흔히 자기도 아는 명백한 죄를 지었음에도 방탄 국회 빨을 믿고 뱃지 조금이라도 더 유지하려 어거지로 대법원까지 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랬던 모양.

    하지만 이미 법조계나 정계에는 의원상실형을 기본으로 예측하고 있고 재보궐에 전주시 지역구를 포함할 모양새였다.

    뉴전북신문 요새 몇 부 받아 보는 나도 논설을 보니 그럴 거 같아 보였다.

    [거기가 비면, 그리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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