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명예를 떼고
소녀보살이 있는 안방에 들어갔다.
설양훈이 스위트룸까지 예약이 가능하게 해 놨다며 기름을 쳐 놓긴 했지만.
혼자 갈 셈이었는데 나도 대전을 가며 느끼는 바도 있고.
“그 대전 가실 분? 있나요?”
소녀보살과 수이, 영민이가 같이 앉아 있었는데 내 쪽을 본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소녀보살 쪽에 대고 한 이야기는 아니고.
“뭔 소리냐.”
“그게 너랑 가면 좋을 거 같은데.”
기겁을 하는 수이 쪽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네?”
“어머머.”
“아니, 그, 그 왜 그래요?”
수이는 가랑이 사이로 손을 넣어 앉아 있던 방석을 움켜쥐며 끌어올린다.
방석을 마치 무릎 담요 하듯이.
“원래는 너한테 권하고 싶었는데, 좀 그 책임을 더는 느낌을 얻으려고 그냥 외쳤다. 아무것도 아닌 양 말하려고, 근데 너한테 먼저 말해야겠어.”
“저한테, 왜요?”
“나 원래 학교도 자취방도 거기에 있어서 대전을 자주 갔었거든.”
“그런데…요?”
“갈 때 딱히 별생각이 없었지, 가야만 하고 일단 살아야 하는 곳이니까, 그런데 요즘 대전 갈 일이 종종 생겼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소녀보살이 끼어들긴 했는데 그냥 말을 이었다.
“가다 보면 호텔에서 용건이 있는데 거기만 가면 계속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이러는 거.”
“그거 그러려고 가자는 거잖아요.”
“어.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지.”
“으, 그땐 그냥 분위기가….”
“그러다 보니까 대전 간다 하면 괜히 설렌다. 기차를 타는 것도 괜히 들뜨고 그 호텔에 발을 들이면 누군가를 찾아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말야. 그리고 그래, 그게 여깄잖아.”
난 덤덤하게 말하는데 수이는 얼굴이 달아오른다.
감정이 나만 멀쩡하고 남은 격동하면 재밌다.
타인의 감정을 지배할 수 있는 것 같다.
“저녁에 같이 내려와도 되니까, 가자. 그런 거 안 해도 되니까 신경 끄고.”
“그게 저, 저기 아….”
“흐~음.”
소녀보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드르륵 미닫이문을 연다.
수이가 다급히 말린다.
“아, 앗 보살님 잠시만요.”
“흐.”
나야 뭐 크게 상관없는데 배시시 웃으며 나가네.
그렇게 둘만 남았다.
“저, 저 이제 대전 잘 못 가요. 자는 건 더 안 되고….”
나는 얼굴 똑바로 보고 말하는데 수이는 날 못 쳐다보며 말한다.
“그래도 자주 가자.”
“아, 저, 저는요.”
“가서 다른 걸 같이 하면 그런 생각이 안 날, 아니 덜 날 거야. 다른 추억 쌓으면 되는 거 아니겠어? 심심한 동네지만 내가 좀 알아. 괜히 거기가 생각나면 그 일이 생각나고 그게 생각나면 괜히 얼굴 빨개지고 나 피하는 거 끝내게.”
솔직히 그 상황이 안 아쉽고 복기가 안 된다면 변태 칭호는 반납하는 게 좋겠다.
그 일이 생각나면 잠을 같이 자려던 일 자체가 떠오를 것이고.
거기서 IF를 달면, 그 다음 일이 떠오른다. 당연하게도.
“…아, 그 안 피해요. 무슨 말이에요.”
수이의 이마를 찍어 누르면서 말했다.
솔직하진 않으니 별수 없지.
“너 야한 생각 많이 하잖아.”
“에엑?! 아니에요….”
“아니지 않아, 네 인생이 그렇잖아. 방구석이 좋은 사람들은 현실보다 상상과 망상에서 경험을 얻으려 들고 꿈만 원대하지 실현할 의지가 없거든.”
“아….”
지도 배웠으니 알겠지.
내가 이걸 치고 들어가는 게 난감하기도 하고 은둔으로 대응하기에 못했지만.
소녀보살이 이끌어 줬고, 원인이 ‘대전’인 것도 알아냈다.
이성에게 이런 소재로 몰다가는 실수할 가능성이 있어서 정보 수집 중이었는데.
민혁이 어머님 가실 때, 바지를 추스른다고 보기엔 엉거주춤해서 속옷을 조정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걸로 안 되겠는지 끝내 화장실도 다녀왔고….
그게 용무를 봤다기엔 꽤 짧은 시간.
실금하는 나이 드신 분들에게서 보이는 엉거주춤과 화장실 용무로 판단된다.
이런 건 물론 얘기했다간 뭐 될 수 있으니 안 한다.
신체 현상이 뭐 어떠냐 하며 좀 자연스럽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없진 않은데.
얜 아니다, 속마음을 더 긁어내야 가능하다.
“모를 때는 그저 상상이지만, 현실에서 그럴 뻔했던 경험이 있었으니 네 욕망의 상상이 죄다 거기서 시작하는 거다.”
“으아 아니, 저기, 선생님. 아. 아니라고요. 믿어 줘요.”
여성에게 상당히 많은 ‘머리로만 변태’다.
상상으론 다 했는데 실행으로는 못 옮기는 것.
여자들이야 임신의 불안감을 갖고 가는 거라서 그럴 수밖에 없는 면은 분명 있다.
다만 상상을 하면 당연히 신체는 반응하는 것이고….
신체 반응이 없다면 그건 그거 나름 문제다.
거기다 동성 동료라도 많으면 서로의 음담을 공유하는 문화라도 있어서 ‘이상한 건 아니구나’ 싶을 것이나.
수이는 집순이에 취미가 동떨어져 있어서 그런 걸 공유할 긴밀한 비밀 친구도 마땅히 없지 싶다.
학교에서도 좀 특이한 여자애로 딴 반에만 친구가 있었다.
“그러니 내가 등장하거나 그랬던 장소 가면 그 상상이 들고.”
“아, 아니야. 안 들을래요.”
이젠 양 손으로 아예 얼굴을 가려 버린다.
안 듣는다면서 귀를 안 막고 눈을 가리네.
“너 왜 내가 이런 걸 알고 있는지 궁금하진 않아?”
“왜, 왜 알고 있는데요?”
은근히 인정하는 발언이지만 그걸 더 몰진 않았다.
“쭉 말했잖아, 내가 그런다고.”
“네에?”
이런 경우엔 그냥 남자가 들이밀어서 공감대를 나누는 게 낫다.
그러자면 일단 남자는 최소 ‘이 변태.’는 될 각오가 있어야 하고.
“나도 그러니까, 너도 그렇겠지. 그러면 결국 같은 정서와 감정을 공유하다는 거잖냐. 그게 아니면 좀 서운해서 이런다.”
수이는 그제야 얼굴에 댄 손을 천천히 내리다가 내가 쳐다보니까 눈을 또 질끈 감는다.
“그런… 거예요?”
“같은 걸 보거나 체험하면 물론 다르게 느낄 수도 있지만 가능하면 비슷하게라도 느꼈으면 좋겠다.”
나도 그러니까, 네가 그러는 건 이상한 게 아니다.
이 말 좀 해 주고 싶었는데 자꾸 피해서 이제야 말하게 된다.
“사람이 같은 경험을 갖고도 다른 생각을 갖는 경우가 흔하지만, 보통은 상대도 같은 생각을 하기 바라기 때문에 같이 뭔가를 하고자 하는 거니까. 그러니까, 다른 생각 갖게 같이 뭐라도 하자.”
“그래도 그게,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고는 생각…해요.”
“아닐 거 같아.”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사주 비슷할 거니까?”
“비슷하다고요?”
처음에 볼 때야 못 알아봐서 몰랐지만 나는 이 녀석 사주를 뻔히 안다.
“내가 너 어릴 때는 그걸 말을 안 했어요.”
“무슨 말을요?”
애들을 사주 봐 줄 때는 차마 못하는 말들이 존재하는 법이다.
“지금 말해 줄게, 네 사주에 말 안 했던 거.”
“어…. 뭔데요?”
“일단, 변태예요.”
“아, 아니라고오오.”
사람은 할 말이 없으면 폭력을 휘두른다.
방석으로 맞아서 아프지는 않지만.
* * *
설양훈을 만나러 왔다.
노인네 말벗하면서 돈 버는 일인데 안 올 이유가 없다.
“호텔에서 상주하시나요? 매번 여기로.”
“여기가 제 집이라고 위세를 좀 떨쳐 볼까요?”
“할 말 없네요.”
소유주가 저 양반이니 틀린 말은 없다.
“그러면 다음엔 한옥 호텔로 모실까요.”
“아니, 그 괜찮습니다. 여기 좋은데요. 밥도 맛있고.”
“집에도 간혹 초대는 하는 편이었지만 환대할 자식들이 이제는 없네요. 다 독립하고 마누라도 죽고 해서 빈집입니다. 일하시는 분들만 몇 있는데 솔직히 적막해서 있고 싶지 않아요. 여긴, 이 얼마나 활기찹니까.”
“그렇겠네요. 어르신들 괜히 길가에 나와서 벤치에 앉아 계시는 게 아니더라고요.”
“하하하, 딱 그 심정입니다. 저도 조금 더 젊을 적엔 왜 그런지 이해를 못 했었어요.”
이 회의실 옆의 VVIP룸이 붙어 있는데.
여기서 나가면 난간에서 아래층의 넓은 로비가 보인다.
바퀴 달린 의자를 끌고 나와서 사람 구경하기 좋은 위치다.
“이번엔 선생한테 편지를 하나 맡길까 합니다.”
“아 편지요?”
“저한테도 비서실이 있고 글을 좀 봐 주기도 합니다마는 선생이 공로로 가져갔으면 합니다.”
어 이건 과중한 신임이네.
권력자의 글과 말은 그 하나하나가 의미가 있는 것이라.
전담하는 보좌진이 있을 정도가 아닌가.
“아, 중요한 임무네요.”
“글과 말을 옮겨 적는 업적을 가져가셔야지, 선생이 걱정하시는 역술인에 대한 세간의 시선을 희석시킬 수 있을 겁니다.”
“말씀대로이십니다. 저도 글에 대한 욕심이 아예 없지는 않으니까요.”
말도 안 되는 직종을 얻었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글을 쓰는 일을 주는 건 환영이다.
주된 일은 사주를 봐 주는 일이겠지만.
역술인의 정체성보다 글 쓰는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우선해야 나나 설양훈이나 떳떳할 것이다.
“그리고 마침 전주에 살고 있는 늙은이 하나를 데려와 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 뭐 어렸을 적 친구이신가요?”
“옛 직원입니다.”
“사람을 맞이하시려면 저처럼 직접 가시는 게 좋겠다 싶지만, 알겠습니다. 어르신이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쪽이다 이거군요.”
“하하하 역시 통찰이 있으시군요. 잘 보셨네요.”
이 양반처럼 요새 뭐 할 거 없어서 웹페이지, 스마트폰 뒤져 보는 듯한 영감이 굳이 다른 사람을 시킨다면.
그 인물과는 아마 척을 졌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돈을 여간 주면 정말 여간해서는 올 것인데, 돈이 안 부족하거나 척을 진 사람.
“근데 어르신이 못 하는 걸 제가 하라고요? 돈으로도 발라 보셨을 거고 사람 끌어오는 능력은 사주부터 행동까지 뭘로 보나 훨씬 뛰어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선생은 궁합론을 아시지요?”
“모르면서 장사하면 안 되겠죠?”
궁합이 진짜 꿀 떨어지는 킬러 콘텐츠인데 그걸 빼고는 철학관 못 한다.
“정말 사사건건 맞지 않는 이인데, 그럼에도 그 사람이 필요한 사주가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런 경우라면? 선생은 어쩌시겠습니까.”
그런 경우가 있다.
물과 불, 여름과 겨울 같은 사람들.
성향이 음과 양의 극단이라 정말 성향이 사사건건 안 맞으나.
여름엔 바다가 필요하고, 겨울엔 난로가 필요하므로 파트너십으로는 좋은 경우.
양 극단인 바 최고의 합의점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양 극단인 바, 원래 사는 세계가 달라 긴밀해지기가 쉽지 않다.
이런 사람들을 묶는 방법이라면…?
“그냥 중간에 한 명 더 있으면 됩니다. 3인 체제.”
“하하하하하. 살짝 제가 하려는 말을 먼저 하시려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해결책을 참 간단하게 찾아내시는군요.”
“직업병입니다. 상대가 힌트를 주기 전에 맞춰야 용하다고 느끼거든요.”
물론 말을 한 자라도 더 들으면 더 쉬워지는 것은 맞지만.
‘말 한마디’, 소위 ‘무릎이 닿기도 전에’ 맞추면 그 신묘함은 상대에게 엄청난 신뢰감을 주니까.
포기할 수가 없다.
“그리고 어르신이 문제를 내시려는 경향도 있으시고요.”
“손녀 사윗감 테스트라고 해도 됩니까.”
좀 친하다고 자랑했더니 자꾸 들먹이네.
그쪽이 날 집착하게 되어 있는 궁합이긴 한데, 궁합을 넘어 그냥 신분이.
현대가 신분제가 없다고 표면적으로는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에이 직원을 쓰시는 것과 가문에 들이는 건 차원이 다른 일이죠. 거짓말이십니다. 거짓말을 이렇게 능청스럽게 쓰시니 원.”
“그래도 저는 선생이 가진 묘한 흡입력을 믿습니다.”
“어르신이 절 믿는다고 모두가 절 믿는 것은 아닙니다. 거기다 어르신은 끊임없이 의심하고 탐구하시는 성격이라.”
“그렇게 보십니까?”
“그래서 비선을 좋아하시고 배경을 신경 쓰지 않는 편이신 겁니다. 크게 의심할 이유도 크게 의심할 필요도 없는 사람이오. 그러면 젊은이들에게 눈길이 가게 되어 있습니다.”
“확실히 그렇지요. 그치만 노인은 본디 젊음을 부러워하는 법이에요.”
설양훈에게 인물의 신상을 받았다.
사주로 사람을 설득해 오라는 거면 어려운 부탁이다 했겠지만.
종교운 믿고 해 볼 생각.
“편지는 좀 빠른 시일 내에 작성이 되었으면 합니다. 가능하면 바로 작업을 해 주시고, 있다 가십시오.”
그나저나 편지는 한 시간이면 쓸 것을 오래 붙들어 두네.
“그 정도로 편지를 구구절절하게 써야 하나요? 어디 뭐 대통령한테 보내는 서한이라도 됩니까?”
“죽은 정환이한테 쓸 편지입니다.”
죽은 아들한테 편지를 쓴다니 뭔 개소린가 했다가 순간 바로 소름 돋았다.
진짜 죽은 사람이 편지를 볼 수 있는 건 아닐 것이고….
그냥 애석해서 쓴다면, 본인이 직접 써야지 않나?
영감 뭔가 꾸미고 있는 게 틀림없다.
“아, 이거 뭔가에 이용하려고 쓰시는 거죠? 그냥 애도문이거나 스스로만 품으실 글이 아니라?”
“그러니 선생 같은 비선을 불러 말하는 거겠지요?”
이런 편지를 대필시킨다니.
여러 원인이 생각이 나지만 본질은 감정이 메말라 있거나.
그 감정을 표출하는 것을 몹시 절제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감정을 드러낸 듯한 편지를 써 놓으라니, 모순이다.
“그건…. 근데 안 되겠습니다.”
“으음?”
“그런 편지는 제가 쓸 수 없는 겁니다.”
“부탁드립니다.”
“차라리 이런 건 손녀한테 시킴이 어떨지.”
“저도 이제 나이가 나이입니다. 슬픈 것, 못한 것에 대한 회한보다는 해 보지 못한 것, 즐거운 것에만 관심을 두고 싶네요.”
아주 최소한의 명분 정도는 있었다.
납득이 가는 건 아니었지만.
“그게 나이 든 어르신들에겐 긍정적이라 생각은 합니다만.”
“눈시울 붉어지는 글은 못 쓸 것 같습니다. 죽을 때까지 사내로 죽어야지요. 나는 나도 모르게 호흡기 달고 눈물방울 흘릴까 하는 상상조차도 끔찍합니다.”
평생을 그놈의 체면을 못 깨고 사는 건가?
자식의 죽음까지 이용해 먹을 준비가 되었다는 점에선 혀를 아니 내두를 수 없었지만.
부끄러움까지 명분을 삼으면 탓할 수는 없었다.
본성이 그렇다고 하니.
“좋습니다. 그런데 이 건은 제 공로가 되지는 않는데요. 어르신이 보내는 편지가 될 테니까.”
“아, 말씀을 드리지 않았군요. 하기야, 전화로 할 때는 생각이 안 나다가 나중에서야 생각나고, 그것도 또 잊었다가 지금에서야 생각이 나는군요. 저도 많이 늙었습니다.”
뻔뻔하기도 하시지.
책임을 좀 묻고자 하면 이 몸이 늙어서라고 회피한다.
위엄을 세울 때는 늙은 척을 안 하면서 자존심 세우고.
“예.”
“지금 문득 생각이 난 것인데 선생이 책을 꽤 여러 권 냈던 걸로 압니다만.”
“어르신 자서전을 혹시 맡기시려고요?”
“이 늙은이는 그럴 만한 사람이 못 됩니다.”
“그러면…혹시 설정환 님?”
“예, 선생이 얼마 전 재벌가 망나니 서자라는 글을 쓰시다가 마치셨더군요.”
재벌가 망나니 서자는 19화까지 쓰고 연중했다.
그 망나니 머릿속에 딴 사람을 빙의해서 채워 넣었어야 재미가 있었겠더라고.
그게 한 15화쯤 쓰고 나니 번뜩 생각이 들었다.
웹소설에 실제 망나니를 데려다가 고증을 처하고 있었던 것.
그게 아니라 망나니가 갑자기 사람이 되어서 승승장구하게 썼어야 했는데.
그냥 망나니 그 자체로 쓰니까 수위가 너무 높아지더니 한계치에 다다라.
19화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마침 19화라 19금씬을 넣고 폭파했다. 실존 모델 설민혁의 증언에 따라 세 명이 등장하는.
“아, 그걸 보셨다고요?”
내가 남긴 행적마다 추적하는구만 이 양반.
“선생이 쓰신다기에 뭘 쓰고 있나 찾아는 봤습니다. 민혁이 이야기 같았는데 정환이 이야기도 이렇게 써 주셨음 어떨지.”
죽은 아들의 자서전이나 자전적 소설을 맡길 모양이다.
그런데 문득 듣자니 뭔가 이 영감이 의뢰한 일과 행보가 예사롭지 않았다.
옛 직원을 불러들이는 일.
그리고 그룹의 창시자보다 더 공이 많은 2대 회장에 대한 추증과 추모.
“그…. 명예회장에서 명예 떼고 일 다시 하시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