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67화 (67/211)
  • #67. 나이 든 첩

    영험하다는 말은 무당 관련 언어인데.

    무당 쪽 경험은 있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치사하게 엄마 보내네, 이러면 제대로 못 까잖아.

    물론 설민혁이 오지는 못한다.

    설민혁은 프랑스에, 설은겸은 스코틀랜드에 갔기 때문.

    일 관련해서 간다고는 했지만 견학 느낌도 있는 모양새인지 꽤 장기간이다.

    회사가 보내 주는 유럽 여행도 가고 좋겠다.

    설은겸이 종종 사진 몇 개 보내 주는데 눈 쌓인 하이랜드 멋있더라.

    설민혁도 한두 마디 연락은 남겼다.

    [와 선생님 시바 여기 여자들 패딩 하나에 레깅스만 입고 다녀. 도….]

    미리보기로 도…. 에서 끊기는 거 보고 메시지 일부러 확인 안 했는데.

    뭔 소린지 미루어 짐작은 간다.

    이거 얘네 엄마한테 이를까.

    “민혁 씨 어머님 맞으시죠?”

    “네, 대전에서 왔어요.”

    “아아 반갑습니다. 아드님이 어머니를 닮아 잘생겼던 거였군요.”

    설민혁은 머리털만 붙이면 잘생기긴 잘생겼다.

    바람 불 때 앞머리 흩날리면 많이 깰 뿐.

    “아닙니다. 회장님을 더 닮으셨죠.”

    속설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이상하게 아들이 엄마를 더 닮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딸이 아빠 닮고.

    뭐 설양훈도 닮긴 닮았지, 피는 못 속인다 싶을 정도로.

    “예, 뭐 그렇다고 칠게요.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나요. 사주 보시게요? 그 대충 아시지 않을까 싶은데 본인 사주는요.”

    “일단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그런 걸 받을 만한 짓은 제가 안 했던 거 같은데 어떤?”

    “저랑 아들이 3년간 얼굴을 못 봤어요.”

    “그건 얼핏 들었습니다.”

    “그것도 해소해 주시고…. 그 민혁이 누나들하고도 오해를 풀어 주셨고, 민혁이 앞에 걸리는 것도 해결해 주시고 사람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민혁이 누나들과 오해는 풀린 게 아니라 전략적 접근이지.

    근데 그렇게 보이고 있다면 설민혁은 생각보다 잘하고 있다.

    “그걸 말을 해요?”

    “워낙 과하게 솔직하니.”

    그래 뭐 자기 공이라고 다 안 돌리는 게, 그나마 낫다.

    “근데 그런 말씀이라면 연락으로 주셔도 되고, 민혁이 편으로 전달해 주셔도 된다고 보는데, 굳이 여기까지 그것도 예약까지 해 주시고 오신 이유가 있을까요?”

    “그건….”

    “사주를 봐 드릴까요. 솔직히 말하자면 얼핏 어머님 인생을 알고 있으니까 재미없는 일이 되겠고, 아마 어머님도 무당들에게 사주를 좀 보셨을 거 같네요. 무당 좀 보셨죠?”

    “예 몇 번 간 적이 있어요.”

    “대덕구에 설운선녀?”

    “아 거기는 안 가 봤네요.”

    설운선녀 그 양반은 어디로 갔으려나.

    내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진짜 무당인데.

    “그럼 젊었을 적 알던 친구나 동료 중에 좀 그쪽이 있나 보네요.”

    “예, 그런 쪽으로 간 친구들이 있는 편이에요.”

    화류업 쪽에도 무속인 팔자는 꽤 있는 편이다.

    여성 중에 남자가 많아서 화류계로 가는 이들이 있는 반면.

    정말 그게 좋아서 하는 이들이 유의미하게 존재한다.

    내뱉는 운, 즉 낳는 운이 과하게 발달된 여성들인 경우로 나름 그 일이 재밌어서 한다.

    낳는 운이 좋다는 건 아이를 많이 가질 수 있으며 배설의 매커니즘인 성욕에 적극적인 데다가 그걸로 돈까지 벌리니까.

    다만 거기서 내뱉는 운이 몸의 무언가만이 아니라.

    정신까지 내뱉기 시작하면 무당의 명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말투가 차분하시네요.”

    “아 감사해요.”

    목적이 미루어 짐작이 간다.

    내가 설민혁 행보에 조언을 준 것 중에 사주쟁이의 고견을 부모가 직접 와서 들을 만한 것은 현재로서는 결혼밖에 없다.

    “혹시 이 사주를 한번 봐 주시겠나요?”

    “아, 네…. 음 여명이죠?”

    “여명이라 하심은?”

    “여자.”

    “아 그래요. 맞네요.”

    역시….

    그리고 나 이 사주 본 적 있다.

    얼굴 사진도 봤다.

    시간은 몰랐는데 알게 되네?

    설민혁의 도깨비 신부.

    이 사주를 보니까, 그냥 웃긴다.

    뭔 의도인지 너무 빤히 보이니까.

    아침 드라마만 보면서 에이 저럴까 했는데 진짜로 그러네?

    “알겠네요.”

    “어떤 것을 말인지요.”

    “야…. 복채를 얼마 주시려고?”

    “아주 크게는 아닐지 몰라도 원하시는 만큼 드려야겠어요.”

    일갈하기 전에 나는 일단 석영인 님 사주부터 구했다.

    “그러면 우선 어머니 사주를 주시겠어요?”

    “왜 제 사주가 궁금하신가요?”

    “그게 있어야 오늘 사주 볼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아 네, 저는….”

    생년월일시를 받고 종이에 적은 다음, 만세력으로 호출해 그 한자를 또박또박 적었다.

    이분 사주도 기가 차는군.

    이어 먼저 내민 설민혁의 소녀 사주를 적은 종이를 들이밀었다.

    “그래서 이 아가씨 사주는 어떻게 개판 쳐서 드리면 되나요?”

    “예…?”

    “제게 원하시는 건 사주가 아닐 거 같은데요. 모략과 험담이지.”

    “무슨, 말씀이신가요?”

    “설민혁이가 왜 엄마 안 만났는지 알겠네요.”

    “어떤….”

    “서로 없이 못 살고 좋아 죽는 두 남녀한테 똥물을 뿌리니까. 그렇겠지요?”

    설민혁의 나름의 끝사랑의 종말과 엄마를 안 보고 산 세월이 소름 돋게 일치한다.

    그럼 원인은? 엄마지 뭐.

    그래도 이 아줌마는 놀라거나 들켰다는 반응보다는.

    내가 뭔 말을 할지 모르겠어서 두려워하는 눈빛이었다.

    “그 무척 안 좋은 궁합이라고 들어서….”

    “솔직히 말하면 설민혁과 사는 여자는 다 불행한데요. 장가 안 보내시려고요?”

    석영인은 급히 핸드백에서 뭔가 다른 걸 꺼냈다.

    포스트잇 하나가 있는데 여기엔 다른 사람의 생년월일이 적혀 있다.

    “저는 그렇진 않고 사주상 이쪽 아가씨가 더….”

    미안하지만 슬쩍 보고 접어 두었다.

    “뭐 그냥 며느리 욕심이 컸다. 그렇게 생각은 해 드릴게요.”

    “보시지도 않고….”

    “안 됐지만 어머니가 유도하는 그대로 결혼을 할 수 있는 친구가 아닌데요. 아버지면 모를까?”

    어머니운이 낮아서 영향을 못 끼친다.

    “엄마로서 그 정도는 이야기를….”

    “참견이고 뭐고 하지 마세요.”

    “예?”

    “어머니는 사주에 유일한 불빛이 아들이라서요. 집착이 엄청 심해요.”

    “그렇게 집착이 많은 사람이 아들을 그렇게 못 봤을까요.”

    “그 전엔 더 심했을 거라 생각하네요? 그래서 집착이 없으세요?”

    자기 인생이 없는 사람은 인생이 가진 유일한 업적에 집착한다.

    그 업적이랄 것이 자식 하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고.

    “그건, 엄마라면 다 갖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네요.”

    “어머니 사주는 심한데요?”

    “어떤 식으로 그럴까요?”

    이분 사주는 사주로만 봐도 머릿속에 그려진다.

    “밤에 난 아주 아름답고 영롱한 꽃나무네요.”

    간만에 꽃 드립 친다.

    사주대로의 인생일 것 같아 간만에 물상에 대조해 풀어냈다.

    나는 좀 오글거리는데 아주머니들한텐 잘 먹히니 쓴다.

    “그런데 낮에 이 아름다운 꽃나무를 본 사람들이 몰래 꽃과 가지를 꺾어 가려고 온갖 칼날을 들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꽃은 심야에 유일하게 자신을 비추어 주는 작은 별빛만을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공포의 대왕’스러운 전형적인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예언서 느낌이다.

    해석에 확신은 없이 해석하기 나름으로 알아듣게 하되.

    글귀는 최대한 포장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별이 멀어지거나 구름이 약간만 껴도 아주 경기를 일으키지요. 그 빛이 없으면 언제 찢겨져 나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으니까.”

    운세엔 흉이 적혀 있어도, 포장인 리본과 주머니가 예뻐서 돈이 안 아까운 느낌을 주는 상술?

    지금은 대면 사주인 바 해석은 바로바로 해 준다.

    비대면이면 그냥 글귀로 써서 주고 ‘너 알아서 생각해’가 편하고.

    “근데 그 빛이 그 꽃나무에 관심이 있을까요?”

    “없…겠지요.”

    그건 파악하고 계시지만, 일반적인 부모와 다르다.

    체념들은 다 하지만 기대하지는 않는다.

    여긴 체념을 해 놓고도 기대가 있다, 내가 집착하는 만큼은 보여 달라고.

    “예, 유감이지만 없습니다. 그 빛은 밝히는 데 여념이 없거든요. 그렇게 전형적인 돌아오지 못하는 집착만이 남은 인생입니다. 그 밝히는 빛이 비추는 세상의 모든 것이 싫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런단 말씀인가요?”

    “대신 그 불빛에 대한 열의 하나만큼은 진심이겠네요.”

    “그럼 제가 죽으면 되는 건가요?”

    얌전히 말씀하시더니 말은 극단적이다.

    엄마가 과집착이라니, 무서워 죽겠네.

    “계속 몰라주고 딴 데 비출 건데, 왜 그러죠?”

    “저는 그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건 진심이라 믿고 있을 거짓말일 확률이 크다만…?

    “그럼 그냥 만나게 해 줘요. 왜 굳이 3년간 얼굴을 안 볼 정도로 아들이 하고 싶다는 일을 못 하게 하나요? 서로 좋다니까. 죄도 아니드만.”

    “학생인 친구를 그렇게 해서 만나고 그 어린 나이에 철 없는 결혼을 하게 하는 게 맞다는 거라고 지금 말씀하시는 건가요?”

    “예.”

    단호하게 대답하니 말을 못 이으시네, 사회적 규범이란 것에서 명분이 있었는데.

    물론 그때부터 개싸움으로 어머님은 그럼…?

    하면 되겠지만, 그럴 이유까진 없다.

    “물론 30년간 키워 오신 어머니의 안목을 존중하는 편입니다만.”

    “그런가요?”

    석영인은 내 말이 아니게 느껴지는지 경계심이 있다.

    그리고 그 느낌대로다.

    “근데 애정이 과해서 이미 본인의 생각대로만 해석하고 계시네요. 저는 그 친구 상병신이라고 생각해서 등신짓이 너무 잘 보여요.”

    조금 화나 보인다.

    “그런 아이까지는 아닙니다….”

    “모르시는 건 아닐 테고 그냥 덮고 싶으신 거죠?”

    “아뇨 모릅니다. 그렇게까지는 생각을 하고 싶지도 않네요.”

    “근데, 그럼 20년을 다른 데서 자라 온 남의 집 딸은 대체 뭘 알고 참견하세요?”

    “사주가, 그게 너무 안 맞는다고 제가 몇 곳을….”

    근거로 궁합 몇 개 들고 왔나 보다.

    근데 궁합이 아니라, 설민혁이를 보면 그냥 사람으로서 보인다.

    이거 누구랑 해로하기 힘든 놈이다.

    “그건 아들이 미친놈이고 여자애도 맨정신이 아니라서 그래요. 그 둘은 어디 다른 사람들 만나게 하면 상대를 미친놈 미친년으로 타락시킬 거라서 둘이 서로 미쳐 죽는 게 제일 낫습니다.”

    “아, 막 그렇게까지는….”

    감싸 주고는 싶겠지만 현실이 그럴 것이다.

    “목적은 아들이 잘되는 거죠? 본인이 잘되는 것보다.”

    “네.”

    비장하시네.

    “어머님이 하실 일은 아들 인생에 감 놔라 배 놔라, 이 여자랑 만나라 만나지 마라가 아니라요. 본인이 잘되어야 합니다. 일단.”

    “저를 말인가요?”

    “솔직히 얘 내 아들이다 못 하는 엄마일 텐데요. 조선 시대 후궁이 낳은 자식은 다 법적으로는 중전의 자식이었거든요. 그거랑 똑같아요.”

    “그렇기야 하지마는….”

    “지금이 근데 조선 시대에요?”

    “크게 달라졌을까요?”

    그 발언 자체는 인정하지만, 논점 이탈이라 무시했다.

    “스스로를 천하게 여기니까, 남들도 천하게 여기는 겁니다. 거기서 나온 콩알만 한 자존감이 유일한 업적인 아들한테 쏠리니까, 미친 듯이 집착하고 아들은 또 그 집착의 부담감을 못 이겨 스스로 무너지죠.”

    “사라져 주는 것도 방법이겠네요?”

    “아 거 제가 살 방법 알려 드릴 테니까, 그딴 소리 하지 마세요. 사주로 보면 세 가지 정도 방법 있어요.”

    이 중년 여성의 길을 찾자면 세 가지가 보인다.

    “밤이 저물면 해가 뜹니다.”

    “무슨 뜻이시죠?”

    “지금 발악할 필요 없이 기다리면 된다는 겁니다. 별빛이 아닌 햇빛으로 쏘아 줄 때는 오니까요. 그 밤하늘 빛에 난장 피워서 질리게 하지 말고 기다리면 새벽이 옵니다.”

    그냥 대기, 가장 쉽고 상책이다.

    이 난리를 피울 이유가 없다.

    헤어지게 만들었다고 3년간 얼굴 쳐다도 안 볼 여자에 미친 독종을 뭐 하러 건드리나.

    부모가 사랑에 간섭하는 거 아니다.

    별빛이 햇빛으로 드는 때가 올 건데, 왜 자꾸 나만 안 비춰 주냐고 땡깡인가.

    “근데 그게 불안해 죽겠죠. 뭐 직접 밑에 두고 키운 자식도 아니고 빼앗겼던 자식이니까.”

    문제는 그냥 대기가 안 되겠지.

    너무 소극적이라 약간의 가시적인 성과만 안 나도 조바심이 날 것이다.

    “그리고, 날 귀하게 여길 수많은 칼날들이 비록 아프게 하더라도 그들의 품에 안겨 꽃병에 놓여 안주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는 거.”

    이런 사주의 맹점이자 사주의 난제 중 하나다.

    비유는 이리 했지만 이 어머니의 사주에 가득 찬 ‘관살’을 말하는 것이다.

    화류계를 못 벗어나게 만들 이 여자의 젊음을 탐했을 아주 수많은 혹은 강력한 남자들.

    저 여자의 인생을 휘두르는 자들이지만, 그들에게 종속되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걸 시사한다.

    어차피 뜯겨 갈 야생화라면 드라이플라워를 잘해 줄 플로리스트나 좋은 물병과 화분을 고르는 게 낫지 않나 싶은 것.

    그 너른 들판이 좋은지, 뜯겨 간 곳이 좋을지는 스스로의 선택이다.

    “그건 무슨 말씀이신지 알 것도 같네요.”

    그리고 이미 그런 식의 선택을 하는 삶을 살아 놨다.

    “마지막으로 밤에 맺힌 이슬이 고인 작은 웅덩이가 옅게나마 빛을 반사해 비춰 주고 있다는 거.”

    “그건…?”

    “제3의 길이죠. 자식도, 남자도 아닌 길. 스스로 강해지는 길이라고 봐야겠지만 이게 최상책입니다.”

    “자식이 잘되는 쪽이 저는 좋아요.”

    저리 말할 줄 알았다.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 잘되게끔 유도하는 게 아니라.

    그냥 사주 보는 내가 맞으니 이대로 해! 가 낫다.

    조금은 그게 되는 분인가 하고 몰아 봤는데 안 되겠다.

    “그럼 제가 아주 명쾌한 해답을 드릴게요. 어머니는 아들이 업적인 운명이 아닙니다.”

    조금씩 아들 신세 나아지고 자기 찾아오니까, 곧장 간섭하려 드는 것에서 볼 때 조급증이 미쳐 날뛰고 있으니.

    상책은 권할 수가 없다.

    최상책은 의지가 없어 보이고.

    “그러면요?”

    “설양훈한테 결혼해 달라고 하세요.”

    “…예? 무슨 말씀을.”

    “아들을 위해 다 하신다고 하셨죠?”

    “예.”

    그대로 되물었다.

    “그럼 왜 결혼은 못 해요?”

    “아…. 그, 그건.”

    물론 설양훈이 여지를 안 줄 테니 이리 겁을 집어먹은 거겠다마는.

    명예를 인두겁으로 쓰고 있는 설양훈은 예상보다 쉽다.

    주간신문에 설양훈의 밤일 취향 이런 거 한두 마디만 기사로 흘려도 노인네 명예를 박살 낼 수 있는 위치 아닌가?

    거두게끔 유도하면 불리할 게 없어 보이는데, 엄두도 못 내네.

    “안 넘어와요? 그 할아버지 다 되어서 그럴 수도 있겠네, 근데 그거 아니면 못 홀리나요? 아니면 최소 같이 살자고라도 하세요. 사실혼이라도 되게.”

    “그게…그럴 엄두가.”

    “잔인하게 말씀드리자면 어머니 최고의 업적은 VVIP를 유혹한 겁니다. 아들이 아니에요.”

    “물론 모신 건 매우….”

    진짜 조선 시대인 줄 아나 뭘 모셔? 어이가 없네.

    “그리고 진짜 후처가 되어서 유산 지분을 조금이라도 늘리는 게 아들한테 최고로 도움이 될 거 같은데요?”

    “그 집엔 저와 같은 나이인 회장님 딸이…. 반대가.”

    “왜 본인은 아들의 연애사엔 간섭하려 들면서, 본인은 다른 이들이 눈총을 줄 걸 지레짐작해 싫어하실까요? 아들을 위해 죽는다면서 그게 안 되세요?”

    “그게 그것과는 다르….”

    부모가 못 하는 걸 자식한테 하라고 하면 쓰나.

    핑계 대시는 것 같아, 끝을 봤다.

    “그럼 아들을 위한 게 아니죠. 본인을 위한 거지. 죽는다는 말은 그저 아들을 휘두르기 위한 수단이고요.”

    자식 덕을 보는 사주가 없다고는 못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자식은 부모 덕을 보는 사람이지 부모한테 덕을 끼치는 사람이 아니다.

    그 덕은 자식의 자식에게 내려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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