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63화 (63/211)
  • #63. 여사친도 운세에 있나요

    사주강화술 메시지를 쭉 확인했다.

    <예명, 호, 자>

    당신은 두 가지의 이름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두 개의 정체성을 감당 가능하므로 자아와 관련한 비겁운이 상승합니다.

    <명성>의 효과로 관성운과 비겁운이 지급됩니다.

    비겁운의 지지자운, 형제운, 친구운, 경쟁력 레벨을 올릴 수 있습니다!

    “아 이거 비겁 많이 오르네, 이거 오르면 재물 좀 깨는디.”

    명성이 올라가면 갈수록 내 콧대가 같이 높아져서 큰일이다.

    올려서 나쁠 거야 없지만.

    일단 중시하는 지지자운을 보았다.

    <지지자운 LV8> +1 대운 강화, +1 계절 강화

    당신은 정당과 바람을 타지 않아도 인구 1000명의 표심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당신은 1000여 명의 지지층을 기반으로 가지며 당신이 분연히 일어날 시 이 중 5~10%의 장정이 수행하며 긴밀히 목숨을 겁니다.

    특) 종교/사상/신념운 LV9 효과, 인구 1000~5000 사이의 표심을 얻게끔 하며 분연히 일어날 시 장정 동원력이 2배로 상승합니다.

    특) 부하운LV5 효과 장정 동원력을 추가로 상승시킵니다.

    이젠 운들이 상호작용을 일으켜서 덕지덕지 붙어 있다.

    그러니까 내가 반란을 조직하면 한 50~200명의 무리가 날 따르고 분연히 같이 죽는다네.

    설명이 너무 비장한 거 아니냐.

    “무소속으로 나가도 1000~5000명이 찍으면 진짜 군수 나가도 되겠는데?”

    군수 나갈 생각 아니니 이번엔 친구운을 찍을까 싶다.

    지지자운은 정치 나가거나 연예인 활동을 하거나 글을 쓰면 모르겠는데 지금 높여 봐야 필요가 없다.

    지지자운을 9레벨 찍으면 정당이 없어도 기본 보장 기초 표심이 5000명.

    정치하란 소리다.

    근데 겨울에 선거가 없다.

    <친구운 LV6> +1 대운 강화, +1 계절 강화.

    당신은 동성이 아닌 이성이나 세대가 다른 연령대, 인종과 국적이 다른 인물과도 침상을 같이 쓸 정도로 신뢰하는 친구가 됩니다.

    친구운 5레벨은 이성이나 연령대, 인종과 국적이 다른 이들과도 친구가 됩니다. 이다.

    이건 사주강화술 책 쭉 읽을 때부터 생각해 봤는데….

    그냥 유럽 호스텔 혼성 도미토리에 묶으면 되는 운세 아닌가 싶다만.

    비상한 게 있으면 좋겠네.

    * * *

    명승철학관에 당면한 문제는 인력 부족이라 사람 써야 했다.

    이쪽 업계에서 쓸 수 있을 만한 인력이 필요한데.

    업계엔 이론을 나 이상으로 배운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까 나는 영업을 위해 ‘이론이 뭐가 중요하냐? 현장이지.’ 하는 스타일이고.

    이론형 석박사들은 충실한 이론에 맞게 영업하지만.

    사주는 이론이 낡아서 실정에 안 맞는다.

    증명력도 내 입장에선 대단하지 않다고 보고.

    저들은 이론은 잘하지만 현장에서 나처럼 손님 다루는 기술이 모자라니 충돌이 필연적이다.

    역술인 타이틀로 장사하지만, 이건 뭐 그냥 탐정질이더라고.

    “그냥 일반 알바 쓸까. 대학생 방학 기간이기도 한데.”

    그래도…. 부르고 싶은 친구가 있다.

    작년에 보고 못 봤잖아.

    어떻게 부르지 그럼?

    고민은 할 만큼 했다.

    점쟁이는 본디 제 앞길은 모른다.

    타인은 객관적으로 볼 수 있지만 스스로는 주관적으로 볼 수밖에 없으니까.

    고민이 있고 해결 안 되는 것이라면 도와줄 사람을 찾는 게 맞다.

    “저기요 사형.”

    소녀보살과 이야기하면 왠지 무협스럽게 말하게 된다.

    비급을 못 받은 수제자, 비급을 얻은 2대 제자의 입장에서 주는 스토리 라인이 무협을 꿈꾸게 만든다.

    거기다 초졸 학력과 걸맞지 않게 옛말을 잘하는 편이고.

    무협 마니아였던 명승 선생한테 배운 적이 있으니 혹시나 싶고.

    원랜 사저가 맞겠지만, 사형도 일반적인 단어가 아닌데 그건 더 못 알아들을까.

    [뭔 소리냐? …아? 날 죽이겠다고? 옳거니.]

    그걸 기어이 보복할 기회를 잡고 있냐.

    그리고 모르는군.

    사형師兄을 사형死刑으로 알아들은 모양이다.

    “사형은요, 그 뜻이 아니라요. 스승 사에 형제 형 그러니까 먼저 배운 선배 학년을 뜻하는 겁니다. 꼬…. 아가씨.”

    꼬맹이라고 하려다 드리프트 했다.

    지금은 부탁할 게 있어서.

    [무슨 일이야.]

    “보고 싶어요 하면 또 오나?”

    [니가 오세요.]

    나긋나긋하게 말 잘한다. 이번엔 건방졌지만.

    오라니까 찾아갔다.

    한옥 대문이라 문고리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해질녘이라 청사초롱을 달아 놨는데 빛이 나고 있다.

    “이보시오 주인장.”

    “진짜 오네.”

    소녀보살은 한복에 발목까지 가리는 롱패딩을 입고 군밤장수 모자를 쓰고 있었다.

    명승당 여기 춥나?

    실내로 들어가니까 후끈한데? 온돌에 보일러 다 있어 보인다.

    담배 사러 나가려고 했나? 냄새는 안 나는데.

    용건부터 꺼냈다.

    “장사 재개해 주면 안 돼? 소녀보살 쉰다고 더 오네.”

    명승철학관 폭파의 원인 중 하나는 소녀보살의 휴업도 있었다.

    한옥마을은 점술업 종사자가 많아서 분산된 감은 있지마는.

    나는 어느덧 ‘소녀보살급 점쟁이’가 되어서 칭송받고 있었다.

    지역 맘카페 댓글을 보면 ‘소녀보살 신당이 문을 안 여는데 어디 좋은 데 있을까요?’가 있는데.

    거기서 명승철학관 추천이 가장 많다.

    “경쟁 업장이 쉰다는데, 좋아해야지?”

    명승당이라 불리는 소녀보살 신당 한옥집의 주변 근처가 눈에 들어온다.

    “여기 그러고 보니까 한옥마을 공영 주차장 얼마 안 머네.”

    “헤 이제야 기어들어 올 생각이 나나 보네? 연초가 더 바쁘지?”

    “그러니까 도와주십시오. 가르침을 구하러 왔습니다.”

    대충 자초지종을 말하자 소녀보살이 논점은 파악한다.

    수이가 필요할 것 같지만, 소녀보살이라도 도와주면 숨통이 트일 것 같다.

    “그렇게 사람이 많이 오면 인력이 나 갖고는 안 될 거다. 그리고 날 고작 접객용으로 쓰겠다고?”

    “전문 인력이시죠.”

    “내 공부는 마쳤으니 슬슬 그래도 되기는 하겠다만 어느 정도로 붐비기에 이 모양이냐.”

    공부를 마쳤다니 무슨 천기와 지기를 공부한 것 같다는 느낌인데.

    ‘중학생’ 공부라고 하자.

    “그 할머니 하나 사이다 자주 드시고 소화 안 된다길래 위 내시경 좀 하라고 했다가.”

    위암 맞췄다는 이야기 하니까, 소녀보살은 꺄르르 웃는다.

    “뽀록이구나. 그래, 터지지. 아무 말인데 맞는 경우.”

    “아무 말은 아니었는데.”

    점쟁이인데 무근본 찍기가 맞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다.

    물론 이희자 어머님 같은 경우는 근거가 있는 편이었지만.

    소녀보살은 영민이를 양 겨드랑이를 잡아 들어 올린다.

    자식 슬프게도 그게 없구나.

    “이놈을 인정하면 도와주지.”

    이때다 싶은가 본데.

    “그건 안 됩니다.”

    “야 이.”

    소녀보살이 영민이 앞발을 쥐어 나한테 긋는다.

    물론 팔이 짧아서 안 닿는다.

    공격할 생각도 아닌 듯했다.

    공격하려면 저기 뒤의 칼을 뽑아서 휘두르는 게 낫겠지.

    “드럽게 까다롭네.”

    “환심을 사려면 조건을 내밀면 안 되는 법이지요.”

    “넌, 내 환심을 사야 할 건데.”

    “그럼 제가 친구 할게요. 그럼 이제 둘 남죠? 친구.”

    사실 내가 건 인수 조건이라 완화해 줘도 됐는데.

    그럼 사주강화술을 얻는 의미가 없다.

    그 대신 편의주의적으로 해결했다.

    “참 편하게 산다 너?”

    “불편하게 살 건 또 뭔데요.”

    “그럴거면 연애를 하고 말겠다.”

    “누구랑?”

    “뭐 너밖에 더 있겠니?”

    이건 고백이냐.

    “갑자기?”

    “완전 외로운데 문제 있니?”

    “그 썸녀들이 있어서?”

    “너만 타는?”

    “뼈아프네.”

    팩트로는 그만 좀 패세요. 아프잖아.

    “너 물이잖아.”

    “오 내 사주 안 봤을 텐데?”

    나도 이런 건 그냥 눈썰미로 짐작하면 반은 맞춘다.

    사주로 이르자면 사람은 목화토금수 다섯 가지 속성 중 하나를 타고 태어나는데.

    목화토금수 5가지 분류라 그냥 막 찍으면 20퍼센트지만.

    사람의 행색을 보고 50퍼센트로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이건 좀 MBTI같이 분류법이 잘 맞아서 ‘도대체 뭔 근거지?’ 싶지만 혈액형 성격설보다는 표본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어서 있나 보다 한다.

    “변태니까.”

    “물이 다 변태는 아닌데, 나는 인정.”

    “그리고 꽤 클 테니 마름이 없고, 마름이 없으니 여자를 한둘 가지곤 만족하지 않지.”

    그래서 옹녀에 끌리고 버릇이 잘못 들어 과정을 잘 못 쌓는다.

    다만 여자는 욕망이 강하면 그 골짜기가 남자의 상상 이상으로 깊어서, 남자가 아무리 강해도 그 한 명으로 만족을 안 하므로.

    2픽 인생이라는 나 같은 해괴한 여자운의 팔자가 탄생한다.

    육체의 뭔가를 내뱉는 쪽과 받아들이는 쪽의 밸런스 차이다.

    소녀보살도 제법 사주를 안 보고도 잘 끌어가는군?

    “그렇지.”

    “그럼 나한테 물을 줘야지.”

    대사 해괴하게 치네.

    “아 수용신이세요? 그럼 큰 나무거나 꽃나무시겠네. 사방이 불길인.”

    소녀보살은 사주에 수의 기운이 필요한 팔자인 모양.

    만난다거나 하룻밤이거나 하면 나는 꼭 목이나 화로 태어난 여성들과 인연이 있는 편이다.

    그쪽을 내가 좋아하는 느낌이기도 하겠지마는.

    그쪽이 접근해 오기도 한다.

    빈도가 낮아서 일반론으로는 말을 못하겠지만, 다가오면 목이나 화로 태어난 여성들이라 예사롭지 않게 보고는 있다.

    일반론적으로 보면 외향적이라.

    여자 모르는 남자들이 알기 쉽고, 진솔함이 잘 먹힌다.

    “잘 알고 있네.”

    “그래도 그럼 양기가 센 편이라, 귀기가 어지간하면 안 붙는데 사술귀문도 있겠고 인성운이 완전 고립에 초년에 불대운만 만났나 보네. 화재 있었지?”

    전문 용어로 말하지만.

    사람이 양적인 기질이 강하면 음의 존재인 귀신 쓰이는 일이 적다고 보는데.

    워낙에 사주가 안 좋아서 양적인 기질이 있건 말건, 정신을 놓을 정도로 운명이 초년에 나빴다는 뜻이다.

    “난 몰라, 근데 아빠가 교통사고 난 차에서 뭔가에 갇혀서 불에 타 죽었대. 죽은 상태로 탄 거 아니랬어. 발버둥치다가 그러셨대.”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한참 어린 나이였을텐데 수사관이나 부검의가 그런 걸 알려 줘?

    “아빠가 말해 줬어.”

    “아니 그런 이야기하지 말고….”

    “그러니 엄마도 무서워서 뛰어내렸겠지?”

    무덤덤하게 자기 가족 죽은 호러 이야기를 하는데 무섭다.

    “너 뭐 동생이나 언니 오빠는 없니?”

    “동생 있지.”

    “걘 어디 살아?”

    “내가 걔 앞에서 밤마다 칼을 들고 있었거든, 엄마가 어디 보냈는데 소식 몰라.”

    “구라 아냐?”

    “그랬으면 좋겠다.”

    진짜 겪은 일처럼 이야기하는데 이걸 어찌할 재간이 있나.

    “그러니, 뭐 가족을 만들어야지. 아직 젊고 초년이 파란만장하면 중노년부터는 풀리기 마련이니 괜찮을 거다.”

    “그래서 시집갈라고 그러는데.”

    나도 사주로 섹드립을 치라면 너무 잘 쳐서 자제하는데, 백 배 천 배로 타격할까?

    나 이상으로 덤덤하게 얘기해서 장난으로 받아도 될 것 같다.

    “거 식상이 과다해서 남자가 안 붙으실 분이 왜 이러세요.”

    “응 너는 이해하니까, 네가 붙어라.”

    식상은 내뱉는 것을 말하는 운세다.

    내뱉는 것, 베푸는 것, 낳는 것, 활동하는 것, 꾸미는 것 등을 말한다.

    여자가 저게 많이 있으면 애교 많고 귀엽고 잔소리가 더럽게 많다.

    자식을 얻고 싶으니 성적인 욕망에도 솔직하여 남자들이 설레어하고 좋아한다. 잔소리가 디테일하게 많지만.

    그리고 잔소리 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도 많다. 교육, 보육.

    소녀보살 같은 경우는 이게 너무 강해서.

    몸의 기가 다 새기 때문에 그 약해진 자아에 깃든 게 귀신이고.

    그래도 사주적으로 말하자면 양기가 충만해서.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몸이 크면서 건강해지자 정신도 말짱해져 지금은 사람답게 살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동안의 인생이 타인을 압도하고 갈구고 으름장을 놓는 식의 방식을 살다 보니.

    너무 튀어서 이성의 유혹이 없는 격이다.

    시집가기도 힘들 것이다.

    극단적으로 시어머니한테 ‘네 이년!’ 할 캐릭터면 말 다 했지?

    내가 한번 꺾은 게 이례적이다.

    뭐, 법 무서운 줄은 알아야지.

    “됐군, 이제 걔한테 전해.”

    “뭘.”

    “나랑 사귄다고.”

    “아직 그런 얘기 안 했는데.”

    “한달음에 뛰어올 거다.”

    진단도 방법도 알고 있네.

    나도 어렴풋이 그거 말고 방법이 있을까, 생각 중이었는데.

    “아 그래서 그 얘기한 거야?”

    “내가 남자 복 없는 걸 모르겠니? 난 꽤 예쁜데, 아무도 안 덤비잖아.”

    “그건 귀신 쓰여서….”

    “열아홉부터는 안 보였는데 난 그때 더 예뻤어.”

    원인을 알 것 같지만 이야기하진 않았다.

    나같이 안 가리면서, 소녀보살의 포스에 안 눌려야 가능한데 그 두 조건이 성사시키기 힘들다.

    칼 들고 다니는 분노에 직설적인 여자 친구 만나겠냐.

    “지금도 아리따우십니다. 선배님.”

    “선배님, 그거 마음에 드네.”

    뽕이 가득 차 있어 보여 칭찬했다.

    “걘 뭔 이상한 일만 생기면 세상에 장벽을 치고 자기 혼자 갇혀 버리는 운일 거다.”

    “어 그렇더라.”

    “뭐라던? 말 같은 거 남긴 거 없나.”

    “몸이 이상해서 못 보겠다는데.”

    “아프단 거 아냐?”

    “몸이 아프냐고 물으니까, 그건 아니라던데.”

    수이를 설득하는 일은 내가 보기엔 중간 가교가 한 명 있어야 했다.

    그것도 여자로.

    ‘날 보면 몸이 이상해’는 몸에 대해 그나마 말할 수 있는 동성이 있어야 한다.

    말하고 싶긴 한데, 안 받아 줄 가능성이 높다.

    “마음이 없으면 맴돌지 않는다. 그것도 동선도 맞지 않는 작업장까지 와서 말이지. 거기다 그런 말까지 했다면, 그냥 갇히는 걸 선택했을 거다.”

    “그런 건 아는데 거의 두 달 간 코빼기도 안 비치면 원래는 끝인 게 정상이라…. 도와줘요. 선배님.”

    소녀보살은 볼이 이만큼 올라왔다. 진짜 좋아하네.

    실제로 선배이기도 하고, 아부가 곧이곧대로 먹히는 스타일이라.

    자주 해야겠다.

    “좋아, 내가 이야기 들어 보지. 걔 연락처 줘 봐.”

    “갑자기?”

    “친구 삼으려고.”

    “으응?”

    “너 친구.”

    “그래.”

    “친구의 친구 내 친구. 오케이?”

    어려운 문제를 제법 간단히 생각하는군?

    “오 멋지십니다.”

    “내가 좀.”

    기를 발산하고 새는 사람들의 특징이 칭찬에 아주 약하다.

    칭찬은 기를 북돋아주는 거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근데 널 좀 무서워하던데.”

    “그러더라? 왜 그러지, 난 강의할 때 또래가 걔밖에 없어서 좀 친한 척한 것뿐인데.”

    칼 들고 친한 척을 하니까 그렇지.

    “그러면 부탁드려도 될까요. 선배님?”

    “좋아, 믿어라.”

    소녀보살은 의외로 선배다웠다.

    * * *

    당연하지만 구민 강좌도 터졌다.

    초기 출석 인원 30명에 이런저런 일로 빠지고 안 나오고 하는 경우가 많아, 한 반 인원은 15~20명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은 80분이 오셨다.

    그저께엔 60명이 오셔서, 강의실이 1층에서 구청 공개홀로 변경됐는데….

    지금은 수업 시작 전에 벌써 80명, 더 늘지도 모른다.

    내 지지자운, 동원력의 힘이….

    “와 오늘도 많이 오셨네요.”

    “우리 선생님은 젊은 아가씨가 오셔야 좋을 건데…. 이거 노인네들밖에 없어서.”

    김홍로 할배가 날 놀리면서 웃는다.

    그러자 옆자리 어머님들도 수군댄다.

    “선생님이랑 친하게 다니는 그 아가씨, 요즘 안 오네.”

    “그거 선생님이 아가씨들마다 다 만나고 다녀서 그런 거 아냐?”

    “아 그 책 팔던 그 아가씨들?”

    어쩌다 보니 강의에 나오는 20대 여성들을 다 유혹해 안 나오게 하는 것마냥 들리는데.

    “제가 다 울리긴 했죠.”

    진실이다.

    “나쁜 남자시네.”

    “거 남자가 여자 좀 좋아할 수도 있는 거 아이요.”

    “어르신도요?”

    “어르신이라고 하지 마시오. 내 열정이 있는 사주라잖소.”

    김홍로 할배가 아주머니들을 대신 제압해 줬다.

    혈관확장제 정기 복용 중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해 본 소리다.

    비아그라도 그 기전에서 시작된 약이고.

    80분인데 여전히 공개홀에는 또 몇몇 분들이 들이민다.

    그리고 묵직한 문을 여는 곳에, 수이가 있었다.

    소녀보살과 함께.

    “아.”

    난 반가워하며 쳐다보는데 죄 지은 것 마냥 고개를 푹 숙이면서 눈 안 마주치고 들어와 눈에 안 띄는 자리에 앉는다.

    귀 안 들리신다고 맨 앞자리를 차지한 김홍로 할배가 말했다.

    “아이고 나오니까, 선생님이 무척 좋아하시네.”

    “강의 받는 분들이 많이 온 게 기뻐서 그럽니다?”

    때로는 의지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의지한 사람의 공감을 산다면 그가 열심히 나서 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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