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60화 (60/211)
  • #60. 회사 일은 어떠신지

    “아 거 존나 무섭게 노려보네.”

    “아냐 잘하네, 잘한다. 필요 없는 사람이면 버려야지, 말했잖냐. 그게 장사꾼이라고 기업인이라고.”

    저놈의 입장에선 최선의 판단을 한 것이라, 마냥 까긴 그렇다.

    그리고 저놈도 여차하면 버려질 인생 아닌가.

    그것도 아버지한테 이용당하고.

    결국 버려진다면 그때 비웃어 주면 된다.

    버리다가 이렇게 됐다고.

    “그냥, 그 친구들이랑 앞으로 연락하기 힘들다 정도인데 뭘 왜 이렇게 화를 내.”

    “있어서 도움 안 되는 사람은 분명 있으니까, 네 뜻대로 해라. 근데 그건 혼자 고민하고 판단해.”

    나도 혼낼 만한 처지는 아니다. 필요 없는 사람과는 끝내라고 말하니까.

    궁합이 정 아니면 헤어지라고 종용도 하고.

    “그게 어려우니까, 이게 잘하는 거냐고 물을 사람이 필요해.”

    덤덤하게 타이르듯 대답했다.

    “너도 버리고 싶은 사람인데, 그 말을 들으면 누가 널 재활용하겠니. 그리 생각해도 되는데 내색하진 마라.”

    “아 씨 존나 무섭게 말하네.”

    “고민이라도 한다는 게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보긴 할게.”

    맹상군의 계명구도 이야기를 하고는 싶은데 관뒀다.

    솔직히 옛 중국 전국시대에나 먹힐 낭만이다.

    결국 이제는 돈이 사람을 모은다.

    “사장님, 그러면 선생님이었잖아. 잘 알 거 같아서 부탁하는 건데.”

    “그래.”

    “애들 둘만 부탁할 수 있을까?”

    애들을 듣자마자 바로 연관되는 게 있었다.

    “애…들? 제정신이냐? 넌 감옥 맛 함 봐야 쓰겄다.”

    “아니아니아니 여자애들 아니야. 여자앤 타이르고 돌려보내고 그러지 일 안 시켜.”

    “아 그 여자애는 돌려보냈지만 개인적으로 연락하셨고.”

    “아나 십, 사장님 그렇게 말하지 말자. 거긴 찐이었어.”

    “여자는 못 버리나 보다?”

    “그렇지.”

    어휴 미친놈.

    “진지하게 말하자면 그 다른 직원들은 인수하면서 같이 따라가면 되는데 걔넨 인수받은 다음 사람들이 쓰기 난감하거든, 나머진 합법 불법의 줄타기에 있는데 그건….”

    “흠.”

    “딱 걔네들만 부탁할게.”

    사주강화술 망명, 피신이 뜨기도 했고 애들 관련 문제가 걸리면 내가 좀 약하다.

    다만 이놈한테 부탁을 받는다면 받을 건 확실히 받아야겠다.

    “돈 주면 안 할 이유 없지.”

    “그건 당연하지, 나 누구 줄 거 돈밖에 없는 놈이야.”

    설민혁은 마요르카에서 데리고 있는 미성년자 잡부 둘이 있었다.

    뻔히 주먹 세계에 환상을 갖고 집을 뛰쳐나왔다가 굴러간 곳이 거기뿐인 녀석들이라는데.

    “집으론 못 보내냐?”

    “집이 지옥인 애들이 있긴 하잖아.”

    그 말에는 동의해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군 시절 있었던 일이다.

    “야 상근이 왜 현역 생활관에 들어오고 지랄이야. 꺼져.”

    “저 사주 한번 봐 주심 안 되겠습니까.”

    “형 건규 사주 봤다가 영창 갈 뻔했다. 안 봐.”

    “라보떼 쏘겠슴다.”

    아, 라보떼는 못 참지.

    “사주 보고 싶으면 생년월일시랑 지통실 가서 상황병한테 이면지 하나 달라 그래.”

    오침 시간 지휘통제실 지키고 있을 작전과 부사수한테 이면지 하나 달라고 했다.

    사주는 펜으로 적어서 풀어 가면서 봐 주는 게 편했다.

    “가져왔슴다.”

    “어디 보…. 에라이 미친놈이.”

    그리고 이 이면지 또 뒤에 3급 비밀 붙어 있는 보안 문서다.

    누워서 일어나기 되게 귀찮았는데 안 일어날 수가 없다.

    그 이면지를 들고 지통실로 쳐들어가 짬도 안 되면서 인트라넷 삼매경인 내 부사수 놈한테 들이밀었다.

    “진성아.”

    “일병 이, 진, 성.”

    “너 형이랑 더 오래 군생활하고 싶니?”

    “아, 아닙니다.”

    “아니면 나 존나 미웠구나.”

    “아닙니다!”

    “뭐가 아냐. 이새끼야. 왜 자꾸 비문을 이면지라고 보내는데? 이거 세절을 하라고 임마 여기 비, 밀 안 보여!?”

    “죄 죄송합니다.”

    “넌 또 비문 이면지라고 쥐어 보내면 영창 나 혼자 안 간다. 니가 준 거라고 헌병대에 또박또박 말할 거다. 사수 부사수 사이 좋게 영창 가서 우리 작전과장님 엿 먹이자잉?”

    구타 없는 부대이므로 말 이상은 갈굴 수 없다.

    나도 처맞은 적은 없으니까, 터치하진 말아야지.

    욕은 모르겠다.

    결국 직접 가서 비밀 이면지는 내가 직접 갈고.

    세절기 앞에 쌓인 이면지 중 명상의 시간 좋은 글귀 쓰인 종이 하나 가져왔다.

    같이 따라갔던 상근 임철진이 한마디 한다.

    “와, 존나 폐급인가 봅니다.”

    “사람에 폐급이 어딨냐.”

    라는 지론이 있었으나 병사한텐 있다고 생각이 드는 게 군 생활이었다.

    물론 상황 대타와 세절기 청소 및 세절 임무 말곤 마땅히 일이 없는 부사수가 파기할 비문을 세절기 앞에 쌓아 두는 건.

    좀 깔 만하다.

    이면지를 가져와 생활관에서 다시 사주를 풀어 주고 있었는데.

    “허, 흠….”

    “어 왜 그러심까?”

    임철진 이놈, 문신만 봐도 이거 인생이 범상 찮을 거라 여기긴 했는데 느낌이 썩.

    생활관에 다른 병사들이 있었다.

    “야 너 담배 피냐?”

    “핍니다.”

    “일단 나가자.”

    상근 철진이를 데리고 족구장 옆에서 한 대 태우게 했다.

    “안 태우십니까?”

    “난 원래 안 펴.”

    데리고 나온 이유가 있었다.

    내가 사주에서 가장 잘 뽑을 수 있는 데이터는 남자 성욕, 인기 유무, 학력 그리고 부모 유무, 이 병사의 군 복무 적응도 정도다.

    성욕, 인기 유무, 군 복무 적응도는 그냥 말하면 생활관을 웃음바다로 만드는 소재라 그냥 대놓고 떠들고.

    주변에 그 병사들의 다른 친한 병사들이 들으러 와서 모여들어서 같이 웃는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될 소재들이 몇 있다.

    “너 어머니 안 계시지.”

    담배 피우면서 갈구는 경우를 많이 봐서 아는데, 철진은 담뱃불을 흡입으로 끌어당기지 못했다.

    속절 없이 그냥 혼자 타고 있다.

    “어,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본성은 착한 놈이다. 그냥 비뚤어진 포인트가 있었어.”

    “그렇…슴까?”

    “가책은 받는 놈이다. 후회는 한다는 거지. 그럼 더 나쁜 놈들이 보기에 별거 아닌 일이, 너한텐 큰일이다.”

    상근 중에 조폭이 들어왔다고 소문이 자자했는데.

    이놈이었던 것 같다.

    키는 180 넘고 몸무게도 100은 넘을 것 같은 놈이 눈물이 글썽거리는 것도 참.

    내가 다 담배 태우고 싶어지네.

    “그럼 저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 팔자인 겁니까?”

    “사주가 글더라. 솔직히 말해서 손 씻을 놈이라곤 안 보인다. 그렇게 살지 말라곤 해도 그렇게 살겠다.”

    아마 그 시기부터 주변엔 바른길을 가라고 할 부모보다는.

    무리 짓는 친구들과 동네 형들밖에 없었다.

    거기다 덩치는 또 크게 타고 나서 눈에 띌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근데 네 탓은 아니다. 타고난 운명이 앗아 간 거니까. 운명을 탓하되, 악행엔 계속해서 아파해라. 너 자신을 버릴 정도로 아파하진 말되, 경각은 가져. 그러면 일생에 불리함은 없겠다.”

    등을 시작으로 세심히 덕담을 좀 해 줬다.

    의리를 위해서 사람도 죽일 수 있는 놈이라고 봐서 그런 거 하지 말라고 잔소리도 좀 하고.

    “아 진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야 뭔 절이야 미친놈아.”

    그렇게 사주 빌미로 좋은 말과 잔소리를 좀 했을 뿐인데 따르기 시작한, 안면을 텄던 상근 후임 임철진을 만나러 왔다.

    그 맨날 하던 좋은 말 또 한 것에 불과한데, 저놈이 감명받아서 따르더라고.

    그 좋은 말을 해 준 사람이 없었다는 건 좀 충격이긴 했지만.

    “아이 형님 진짜 반갑습니다. 아 진짜 너무 비싸게 군 거 아닙니까? 얼굴을 몇 년만에 봅니까?”

    “대전에 있었다고 임마. 그리고 너 부담스러워 문신 좀 줄여라.”

    “이거 문신이 아니라 타툽니다.”

    “…같은 말 아니냐?”

    “타투라고 했슴다.”

    헤나랑 헷갈려서 그런…가? 했다.

    뭐가 다른 거지? 문신을 영어로 타투라고 안 하나?

    너무 우겨서 분명 아닌 거 같은데 갸웃하게 된다.

    “글고 요즘 문신은 문신도 아님다. 식구들 아닌데도 하고 다니는 놈들이 좀 많아야지 말입니다.”

    “지난번엔 고마웠다.”

    “아 그 새끼 말임까? 패 죽여 놨지 말임다. 저희 청년회에서 그런 거 못하게 순찰도 나갈까 생각 중임다.”

    “너네 식구들도 다나까 쓰니? 왜 군대처럼 얘길 해.”

    “좀 그런 거 있슴다. 요즘은 군필자 많이 있슴다.”

    문신빨과 전과빨로 군대 빼던 전 세대와 달리 근래 논두렁들은 군필자가 많아서 문화가 좀 많이 물들었다고 한다.

    한국 사회가 서열 좀 있다 치면 어딜 가나 군대놀이를 하려 드는 게 있긴 하다.

    말투까지 그대로 하는 건 좀 웃기긴 한데.

    “너 아직 큰 죄 지은 거 없으면 부사관이라도 해. 군 생활 적응 잘하더만.”

    남성 집단 적응력과 명령 복종의 기질은 군인이나 조폭이나 사주가 크게 다르진 않다.

    계기는 약간의 공부 정도로 어떤 스승이 이끌어 주느냐에 따라 운이 갈린다.

    “요새 뭐 불법적인 일 안 합니다. 그리고 저 전국굽니다.”

    그 사적 제재는 불법이라고 한단다.

    내가 부탁하긴 한 거지마는.

    “전주 바닥에서나 먹어 주는 정도 아니냐?”

    “저 대통령 후보님 수행한 적 있습니다.”

    이건 뭔 생뚱맞은 소리야?

    “대통령 후보를 수행했다고?”

    “아 모자이크가 되어 놔서 잘은 안 보이는데 이거 접니다.”

    모 옛 대통령 후보 옆에 양복을 입은 청년 떡대들이 있는데.

    체형이며 얼굴형이 누가 봐도 이놈이다.

    “…뭐시여? 진짜여?”

    놀라서 사투리 나오네.

    임철진은 진짜, 전국구였다.

    “그래서 이젠 뭐 아주 나쁜 짓 안 함다. 검사님이 이렇게만 하시면 굳이 안 잡죠. 이러셨슴다.”

    “음악홀 위주로 장사 안 하냐?”

    “아 저는 흥신소랑 그 대리운전 기사님들 가드로 활동합니다.”

    흥신소야 대표적인 논두렁들 세탁 사업이라 알고 있었는데.

    대리운전 기사는 처음 듣는다.

    “그런 것도 있어?”

    “원래 술 먹고 사람 패는 사람들 막으려고 있는 청년회 아닙니까. 대리운전 기사님들 폭행당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름은 그럴싸하다. 로터리 청년회.

    사설 폭력 업계는 그렇게 성장해 온 게 사실이다.

    나이트나 술집 등의 기도 쪽에서의 수요가 있으니까.

    그게 요샌 대리운전에도 있나 보네, 하기사 취객한테 봉변당하기 쉬운 업종이다.

    “그러면 어려우려나. 부탁할 게 있는데.”

    “뭔 일입니까?”

    “그쪽 지망하는 애들 둘 정도를 누가 맡아 달라더라.”

    “혼쭐을 내서 돌려보냅니까? 아니면?”

    “그 뭐 청년회인가 뭔가에서 보살펴는 줄 수 있지 않냐. 돈을 좀 준대.”

    “아 그런거면 한번 알아는 보겠습니다.”

    “어 그리고 너 흥신소는 어디까지 가서 활동하냐?”

    “부산까지도 갑니다?”

    그러고 보니 기자와 흥신소가 필요하겠다고 막연하게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뜻하지 않게 잘됐다.

    * * *

    설민혁에게 연락이 왔다.

    [저기 사장님.]

    “뭔 전화냐.”

    [일단 고맙다고, 전주 로터리 청년회인가에서 맡아 준다며.]

    “어 그렇게 됐어.”

    [사장님 이런 쪽도 알고 지냈어?]

    사람을 딱히 버리진 않아서 그렇다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이런 건 자화자찬할 필요 없다. 드러나게 되어 있으니까.

    분명 밑바닥 감성이 있을 건데, 자본주의의 괴물처럼 구는 게 같잖았을 뿐이다.

    내가 볼 땐 그 캐릭터가 강점인데 말이다.

    [사장님, 근데 부탁할 게 하나 더 있거든.]

    “말씀하쇼.”

    [그 영감이 나한테 프랑스를 가라네?]

    “유학? 아니면 뭐 와인 양조장이라도 하나?”

    [그 와인은 아니고 깔바도스라고 무슨 사과 꼬냑? 거기 인수팀에서 일단 일을 하래. 인턴사원으로.]

    “그런데 왜 나한테 전화?”

    [사장님도 그 좀 같이 해 보자고 전화했어.]

    거절한다.

    “싫다.”

    [그 돈 꽤 준대.]

    “그 말을 듣고도 네 밑에서 일하겠냐.”

    [아이 그 좀 폼 좀 재 보려고 한 말이지.]

    딱히 그런 건 아니고 제안이 안 끌린다.

    그거 어찌 됐건 영어, 불어는 해야 되지 않나?

    “현실적으로도 아니다, 내가 그런 업무는커녕 외국어 어학 능력도 별론데 그걸 어떻게 하냐?”

    [나라고 뭐 알겠어? 나도 그냥 실무팀 따까리고 한 명 더 데리고 같이 가라는데 그 영감탱이가 말하는 그 한 명이 사장님일 거 같아 그러지.]

    “누구 맘대로 날 따까리를 시켜? 여기선 사장인데. 끊어라.”

    자영업은 사장.

    기업 실무팀은 막내.

    요즘 매출처럼 돈 벌면 당연히 자영업 하지 무슨 실무팀인가.

    패기 있게 소상공인 사장을 하겠다고 외친 뒤 전화 끊었다.

    그리고 저녁 장사 마칠 무렵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어 안녕하세요.”

    노트북을 황급히 덮었다.

    아니 이 양반은 왜 나 게임 할 때만 찾아오고 난리야 책 좀 볼 때 찾아오지는.

    설양훈은 날 보더니 그냥.

    “하, 하하하하.”

    냅다 웃었다.

    “아, 아하하하.”

    냅다 웃길래 나도 따라서 같이 웃었다.

    설씨가 끝판왕이 왕림했네.

    그렇게 좀 웃었을까, 설양훈이 웃음을 그치고 말했다.

    “이야. 하하하하, 이거 웃음밖에 나오질 않는군요. 연말이라 부르기도 그렇고 강의 나가시는 날 예약 안 한다고 해서 직접 왔습니다.”

    “부르시라니까요.”

    “하하하. 이야.”

    짐작이 안 가는 건 아닌데 그렇게까지 웃긴가.

    “선생, 은겸이랑 민혁이 둘한테 다 지금 조언하고 계시는 겁니까?”

    “예, 유언장 말씀 들으니까.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그래요?”

    “정확히는 가늠을 못하지만 4~5위권 주자들이라 누구 한 명 찍어서 도울 필요가 없겠더라고요. 그냥 끌어올려서 메달권에만 들게 하면 훨씬 좋은 선택이 되시겠죠.”

    “은겸이가 제 막내딸보다 지분이 많습니다. 저도 무시 못 할 지분이지요.”

    의외로 설은겸은 설회장 맏딸, 둘째딸과 맞먹는 돈을 가졌다.

    종합적으로 나이나 경력을 본다면 3세대니까 5위권 이하가 적합한 평가겠지만 가진 자산만 보면 그렇지는 않은 모양.

    장남네 큰집 프리미엄이 세 남매한테 나눠져서 못 했을 뿐, 모으면 상당한 것이었다.

    “그 녀석 어릴 적 별명이 얼음공주였습니다. 몇 년 전에 얼음왕국인가? 그 애들 좋아하는 만화 있잖습니까.”

    겨울왕국이겠지만, 정정하진 않았다.

    그 좀 표현 안 하고 무뚝뚝한 어린 딸아이들을 그렇게들 말하더라.

    “예, 그 파란 드레스 입은.”

    “어유 은겸이도 얼음공주였구나, 했건만. 그땐 반응이 영 그랬었는데.”

    근데 그쯤엔 한 중고등학생 되지 않았나? 그럼 좀 그렇지.

    “그 나이 쯤에는 교복 입고 학교 다닐 때 아니었을까요.”

    “아주 어릴 적에도 그런 아이였습니다. 어 이것 좀 보십시오.”

    설양훈이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는데 옛 사진이다.

    설씨 가문 손주 손녀들 찍은 사진인데.

    설은겸만 유독 이쁜 얼굴 맹하니 냉랭하게 카메라 보고 있다.

    세 장 정도 보여 주시길래 봤는데 표정이 다 똑같다.

    이래서 카메라 테스트 같은 건 어떻게 한 걸까?

    “그런 아이가 허허, 아, 그래서 샤샤샤는 도대체 뭔 뜻입니까?”

    “그 어 걸그룹 아이돌 멤버 중에 일본인 출신이 있는데, 노래 가사가 샤이샤이샤이인 것을….”

    “아하하하하 부끄러워 부끄러워. 이야, 하하하.”

    할배 너무 좋아하는데?

    훌륭한 선물이 된 것 같다.

    “아이고 이거 자랑을 너무 늘어놨군요.”

    “자랑하실 만한 손녀님입니다.”

    “각설하고 어, 내년 3월, 그러니까. 선생이 구민 강의 마칠 때쯤.”

    “아 그것까지 파악하고 계셨나요?”

    “그것만 파악을 했을까요? 그 내셨던 책이, 그림 속 아가씨들이 곱더군요.”

    남의 입에서 내 책 이야기를 듣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아무튼 그 때, 선생을 천지인의 상임 고문으로 모셔 볼까 합니다.”

    “상임 고문으로요? 저를요?”

    “비상임을 원하신다면 그리 해도 되고, 지금처럼 선생을 이렇게 찾아와서 말씀을 나누는 것도 좋겠지마는…. 직함을 주고 묶어 놔야겠습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거 대기업들이 사회 명망가, 주로 전직 정치인 출신들을 채워 넣는 그런 자리 아닌가.

    너무 엄두가 안 나는 직책이다.

    아까 설민혁이 제안한 깔바도스 양조장 인수팀, 거절을 했는데 그게 너무 뛰었다.

    돈이면 몰라도 감당 안 되는 자리는 섣불리 처먹는 게 아니고.

    역술인은 본디 양지에서는 못 깝친다.

    점잖게 부담감을 어필했다.

    “역술인을 그런 직책에 쓰시면 뒷말이 무성할 거라 생각합니다. 계룡선사를 오래 아끼셨지만 그런 직책엔 쓰지 못하지 않으셨습니까?”

    “선생은…. 소설간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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