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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역술인이 되었다-55화 (55/211)

#55. 무림 역술인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같지만, 짐작 가는 사람이 있어 대답했다.

“혹시 스카이피아 설양훈 회장님이 알선해 주셨나요.”

“예, 아시는군요. 그분이 유명한 역술인 분들을 좋아하셔서 소개를 받고 있습니다.”

“아 그럼 계룡선사? 계룡 쪽을 먼저 추천하시지 않던가요?”

“그분은 굉장히 유명하시죠. 하지만 세 분을 모셔서 의견을 다는 기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설 회장도 비슷하게 생각하던데.

꽤 제대로 된 기획 기사인가 보다.

신년 직전에 이런 방문이 종종 있다고 들었다.

내가 겪는 건 처음이지만.

명승 선생도 이런 논평을 몇 번 하시고 인터뷰도 하셨더라고.

“근데 제가 해도 될까요? 그 나이 지긋하게 드신 할아버지 술사들이 주로 기고하는 그런 이야기잖아요.”

“2~30대의 정치 참여도 늘었는데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을 하면 어떨까. 하는 기획입니다. 젊은 술사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역술인의 의견에 나이가 그리 중요하려나?

“그게 저밖에 없나요?”

“흔치는 않죠.”

“으음….”

“그리고 글도 쓰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에이 할배 아주 동네방네 소문을 다 내네.

뭐 좋게 봤으니까 소문도 내는 거겠지마는.

“그러면 뭐 제가 이 자리에서 다 봐 드리면 기자님이 받아 적으시고 기사로 쓰시는 건가요?”

문제는 내가 실제 사람을 못 보면 사주를 맞출 확률이 떨어진다.

그래서 비대면 사주를 선호하지 않는 편.

나름 잘 맞는다고 칭찬 받는 동네 사람들에 비해서, 사주강화술 경험치 쌓으려 인터넷에서 보는 사주로는 욕도 좀 먹는다.

실제로 보는 사람들이 면전 앞에서 욕을 안 하려는 예의의 가면이 있다고 보지만.

당연하게도 눈치로 점수 따고 들어가서 몰아가는 대면 사주와 눈치를 활용할 수 없는 비대면은 실력의 격차가 있다.

“하실 생각은 있으신지요?”

“재미는 있을 거 같네요. 나랏일을 논하는 거면.”

<논담>이라고 관성운 포인트를 꽤 준다. 사회 문제의식을 바로 인식하고 해결을 모색합니다. 라나?

본디 운명학은 정치랑 떼고 논하기가 힘들다.

권력을 두고 다투는 논담이라.

승자에겐 모든 것이, 패자에겐 파멸이 있다 보니 그 판에 놓인 선수들도 두려운지 알음알음 찾곤 한다.

그리고 애초에 교본이 죄다 잘된, 나랏일 하는 양반들이다.

이 사주는 지방관에 이르렀다.

이 명리는 재상에 이르렀다.

이 사주는 편재운에 요참형을 당해 시체가 찢어졌다.

이 사주는 무슨 운에 역적으로 몰려 머리가 베어졌다.

책 내용이 이럼.

요즘 같으면 정치도 참 편하게 하는 거다.

사지가 찢어질 일은 없으니까.

“여기, 제가 모아 온 그분들 사주입니다.”

현 기자는 여러 사람의 사주를 내밀었다.

많기도 하다.

열 명가량이었는데, 황당한 이름들이 좀 있었다.

일단 대전 친구들에게 들은 전직 대전시장 나무킹.

그렇게 나무를 좋아했다는데 이 사람은 사주에 나무가 필요한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사주가 나무 그 자체라, 대전을 숲의 도시로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근데 그 다음 시장이 트램왕.

나무의 기운이 가시니, 쇠의 기운이 온 것인가.

목요일 끝나면 금요일 오니까.

과연 그렇도다.

“설인훈…?”

설씨 성의…. 지역 3선도 있네.

설인훈이라는 이름의 천안과 아산 쪽에 지역 기반을 둔 정치인이다.

단언하여 말하자면, 누구 동생 같다.

“이분은 혹시 설양훈 회장님 인척이신가요.”

“예, 천안과 아산 쪽에서 꽤 세를 모으고 계십니다.”

대전한밭신문은 아무래도 출자금과 지분에 스카이피아가 있을 듯.

그리고….

요식업자.

이건 좀 황당하네, 이 아저씨 등판하겠대?

“요식업자도 대망론 주자가 됩니까?”

“사실 이 중에 가망은 높으신 축에 속합니다.”

“아, 하긴….”

거 멀쩡히 장사하는 사람한테 정치 똥 끼얹으려고 노력하네.

정치는 정치가 사주의 인물들이 길게 정치하고 성과도 내면서 잘할 것이라고 여기는데.

세태는 꼭 신상을 찾고, 권력욕이 덜해 보이는 인물들을 선호한다.

근데 그런 사람들은 아마 권좌를 스스로 걷어차는 운명을 살았을 것이라 생각보다 신통치가 않다.

‘일찍이 큰 뜻을 품어 비상하게 움직였다.’

이런 사람들이 하는 짓은 천상 꾼이라 꼴 보기는 싫으나.

자리에선 안정감 있게 한다.

“불사조는 좀. 이분이 또 하신대요?”

“그래도 어르신들에겐 여전히 명망이 있죠. 많이들 안타까워하십니다.”

이분은 워낙 많이 나와서 한 20년 전 뒤져 보면 술사들이 사주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해 놨을 건데, 굳이 또 묻네.

“근데 이분들을 다 진짜 넣어요? 지면이 되려나.”

“풀어 주시면 데스크에서 유력하신 분을 꼽아서 담을 겁니다. 인터넷 기사에는 다 올라갈 수도 있고요.”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요. 어떤 식으로 하나요? 인터뷰 형식인가요? 제가 에잉 쯧쯧 이 사람은 아니야. 이렇게? 기자님은 쓰실 데 전주 선사를 만났다. 그가 본 잠룡 10인을, 뭐 이런 식으로?”

“글을 쓰신다니까. 기고를 해 주시면 저희가 받아 볼까 합니다. 고료는 챙겨 드리겠습니다.”

기자가 기사 쓰는 일을 하청 주는 느낌이긴 한데.

마음에 들었다.

인터뷰하면서 사진 찍히고 내 말이 곡해되어 적히는 걸 보는 것보다는.

내가 쓰고 보낸 초고가 근거로 남는 게 좋다.

“오 그거 좋네요.”

비대면 사주 안 그래도 힘든데, 그걸 하루에 10여 명을 다 풀어서 인터뷰하듯 이야기하기도 어렵다.

어떤 사람들인지 인생 행적 검색해 보고.

잠룡 가능성이 있는지, 정치가 사주인지만 풀어 주면 될 것 같다.

“그러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살펴 가십쇼.”

현 기자가 돌아가고 마침 부탁도 받은 겸.

사주를 한번 풀어 보고 글을 적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여기 이 사람들 말만 잠룡이지, 잡룡 그 이하다.

충청권에서 꼽자니 이 정도인 거고.

대권은 어렵다고 보니까 부정적인 표현이 주가 될 것 같은데.

사주 글이니까.

흠, 이렇게 기재하는 게 좋겠지.

‘일양의 기가 쇠하는 섣달 그믐에 태어난 고귀한 불꽃이나, 냉혹한 엄한에 필요한 사람이다.’

‘그러나 시운을 타지 못하였다. 이 사람의 대운은 여전히 한겨울의 눈밭을 걷고 있다. 자기 한 몸 건사하기 어려우리라.’

‘전형적 야당 의원의 명이다. 재기가 있고 아이디어가 넘치며 더 큰 권력에 대해서 속 시원히 할 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말에 사람이 미치지 못하니 비판을 감내하는 자리에서 견뎌 내기 어렵고 대안 제시 능력이 부족하다. 수운이 오면 발복하리라.’

이런 식으로 다 적었다.

나름 재미있네.

정치하는 양반 까는 글 쓰고 올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나.

사주 이야기니까 깐다.

적은 뒤 현 기자가 남기고 간 신문사 메일로 기고문을 보냈다.

얼마 안 가 신문사에서 연락이 온다.

[예 현재현입니다.]

“네 기고했습니다.”

[아 무척 잘 써 주셨는데요. 제가 거의 손을 볼 게 없을 정도입니다.]

“별말씀을요.”

[그런데, 그게 음.]

그런데가 나오는 걸 보니 잘 쓴 게 아니구만.

근데 나름 이런 기획 기사 여럿 찾아보고 이런 문장이면 되겠구나. 싶어서 쓴 기고문이라.

난감해할 이유를 못 찾겠다.

“예 뭐 내용이 너무 위험한가요?”

굳이 찾자면 좀 까는 식으로 쓴 거?

내가 보기엔 잠룡이 아니라 잡룡들이라.

헛꿈 적당히 꾸고 지역에나 더 열심히 일하라는 응원의 말소리를 좀 격하게 담은 것이다.

[아 그런 건 아니고.]

“아니면 뭐 누군가는 좋게 써 줬어야 할까요?”

보통 이런 지방지부터 시작해서 사람을 좀 어거지로 띄우기 시작하더라고.

김병용 씨 인터뷰 요새 지역지에 꽤 실려.

[그렇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언론사가 아니겠죠.]

“그러면 뭐가 문제인지 말씀을 주세요. 한 번 정도는 고쳐서 다시 드릴 테니까.”

[원래 기획한 바대로는 젊은 역술인의 눈으로 본, 잠룡들의 사주라서 이건 그…. 너무 좀 기성 역술인들의 느낌이 납니다.]

아, 낡았다고요?

“아, 그러면 뭐 어떻게?”

[조금만 더 젊은 생각이 들어간 사견이나 표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부탁드려도 될까요?]

거 요새 뭐 큰맘 먹고 글만 쓰면 사람들이 과하게 정상 작동되고.

이상 작동하면 사주강화술로 반드시 사수할 내 팬티 속 안부를 묻던데.

이건 큰일이네. 말투가 왜 이리 늙었지?

“예 그럼 한번 다시 퇴고하고 보내 드리겠습니다.”

일단 알겠다고 했다.

글 에둘러서 고쳐 달라고 하는 통화 한두 번 들은 것도 아니고 덤덤한 일이다.

“사주풀이를 젊게…. 그 뭐 레벨로 표시해 줘?”

쉽게 써 달라면 모르겠는데 젊게? 라는 말을 들으니까 아리송하다.

그 뭐 사람들 얼굴에 운세 스텟 써 놓고 레벨 1, 2, 3 적어?

5~70 나이대의 정치인들 사주 평하는데, 뭐 깨발랄하게 적어?

흠….

사주를 깨발랄하게 적어라….

젊은 층은 거의 읽지도 않을 지방지 신문에 할아버지들만 클릭할 거 같은 기사에 그래도 되나?

“에라 모르겠다. 또 써 오라고 하면 안 한다고 하지 뭐.”

잠룡 사주들을 다시 적기 시작했다.

젊은 느낌이라고는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깨발랄하게는 못 적겠고.

사주가 깨발랄한 것도 좀 이상하다.

7~80대 어르신들이 보기에 젊다고 느끼는 식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적었다.

진짜 젊음은 아니고 젊은 척이 보이는 방식이 아닐까.

‘호서 무림의 기린아 십룡이 있으니….’

‘호서는 금가삼황金家三皇의 필종泌鍾이 위세를 떨쳤으나, 천하 무림에 나머지 삼황과는 이름만 같이 거론될 뿐, 천하제일좌를 얻은 두 삼황에 미치지 못하더라.’

‘천하 대망을 꿈꾸는 호서인들이 이제 십룡을 논하며 누가 으뜸일 것이며 천하제일좌를 얻을 그릇은 누구이냐. 길바닥의 점사에게 묻노니 감히 논한다.’

‘단연코 말하자면 호서를 넘어 천하제일좌에는 십룡의 명성을 거부하는 객잔의 숙수가 여느 칼잡이를 능가하며 단지 숙수로 머무르리라 보기엔 아까운 사주의 근골을 지녔으나, 강호인이면 모를까 숙수라면 천하제일좌보다 중한 것이 있기 마련이겠다.’

‘대전의 목왕은, 숲의 사내로 들불을 만나는 운기에 처했으니 호서대망의 바람이 분다 한들 무엇하리오. 제 발등의 불을 끄기는커녕 바람에 날아갈 명줄에 처했도다.’

‘천하제일좌 비무에서 제 삼좌의 자리를 차지한 적 있던 불굴의 비조飛鳥는 어찌하여 초로의 나이에 대운의 길이 열린단 말인가. 뜻과 기상이 열렸으나 이제 이 노야老爺를 강호인들이 미더워하지 못할 것이다.’

‘아산의 인훈은 본디 삼재 상단의 상공을 하는 가문으로 금전을 둔 일에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아니한다. 하나 탐욕을 향해 나아가는 힘의 근간은 천하인과 닮아 있으며 욕망은 실력을 자아내니 이를 미루어 따르는 무리가 많을 것이나 욕망을 찾는 무리의 집단이 그의 위기가 닥칠 때 옆을 지키려 할 지는 의심스럽다.’

천지인 그룹이니까 삼재 상단이라고 했다.

근데 쓰다 보니 죄다 욕 같네.

얼굴 보고 사주 보면 상대도 예의의 가면을 쓰지만.

마찬가지로 나도 예를 차리는 편인 모양이다.

글로 사주를 쓰면 보통은 신랄해진다.

“됐다. 썅.”

이게 젊은가? 는 둘째 치고 다 적었다.

하던 짓이 이런 거라 적으니까 적히네.

엄혹한 시절에 무협 노사들이 정권에 필화당하는 무협 적는 거 같지만.

타깃이 그 이상 어르신들이, 나름 젊음이 발랄함? 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이라 그냥 적었다.

이거 이상 발랄한 거 생각 안 난다.

“미치겠네. 개 오글거리는데, 그냥 처음 거 받지는.”

걱정하며 기고했는데….

[아하하하하, 이야 이거 너무 재미있게 쓰셨는데요. 작가 출신 젊은 역술인이라고 찾아뵈었는데 기대보다 더 잘해 주셨네요.]

재밌다네.

사주에 레벨과 상태창을 섞은 걸 기사로 내라 할 수는 없어서.

무협을 섞은 것뿐인데.

“근데 이게 기사가 될까요? 어딜 봐서 이게 객관적 사실 전달인가요.”

[기사로 만들어 봐야죠. 이야 진짜 너무 말씀해 주신 그대로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데스크에서도 무척 마음에 들어 하시네요.]

그래 뭐 잘 썼었다면 됐지.

간만에 내 글도 어딘가에 걸리긴 걸리는 거고.

<논설>

당신은 사회를 논하고 그 의견을 공신력 있는 세상의 매체에 게재하였습니다. 당신의 관성운이 50포인트 상승합니다.

마침 명예운이 필요하기도 했다.

그리고 저 기사가 올라간 뒤.

지방지 두 곳에서 연락 왔다.

* * *

설양훈의 전화가 왔다.

“아 예, 어르신.”

[하하하하하하, 거 참.]

“제 목소리를 들으시면 기분이 좋으신가 봐요?”

[그럼요, 멀리 사는 친구의 목소리를 들으면 경쾌해지는 법이니까요.]

“아 제 위치가 친구까지 격상했나 보네요.”

[동년배엔 친구가 없어서 말이에요.]

할배들이 이런 개그를 치면 웃기도 뭐 하고 참.

[아 참, 이번 한밭신문 기사 봤습니다. 이거 참 재밌네요.]

“좋은 기회 알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두 군데서 더 온다네요.”

[계룡은 연말엔 저조차 연락이 힘들 정도입니다. 선생도 마땅히 그 정도는 되어야지요. 근데, 하하하 이쪽 재주도 뛰어나 보이던데. 어디 문인 쪽으로 생각은 없습니까?]

나이 든 양반들은 글 쓴다 하면 꼭 문인과 순수 쪽으로 몰아가더라.

“작은 기교에 불과합니다.”

[아 참. 아마 아셨으리라 생각을 하지만 그 기사에 제 동생이 나와 있습니다.]

“어이구 욕처럼 썼는데, 보셨답니까.”

[예, 하하하하. 봤다는군요.]

설인훈은 설양훈 7남매의 막내로 나이 차이가 꽤 있는 설양훈의 동생이었다.

작게 자회사를 하나 맡아 하긴 했으나 경영 쪽보다는 정치 쪽에 관심이 많았고.

현재는 스카이피아가 인수한 천안과 아산 쪽의 산업 단지를 근간으로 한 지지로 정치인이 되어 있었다.

“어후 마주치지 말아야겠는데요.”

[이런, 한번 보자고 하던데요.]

신문에다 사실상 비방을 해 놓은 대상이 날 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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