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51화 (51/211)
  • #51. R-19 사주철학관

    설민혁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을 찌푸린다.

    “아, 너무하네.”

    너무한 거 하나도 없다.

    “거 그래도 긴밀히 지내 왔던 사람들 쓸모없다고 하는 건 어디서 배워 먹은 버르장머리요? 사람을 얻는데 예의가 하나도 없네. 사람 되려면 멀었다. 어휴.”

    “아 그, 좀 도사님 띄워 줄라고 그런 거지. 내 딴에는 그런 거 있잖아. 그대야 말로 왕자지재요. 삼국지 이런 거.”

    좌, 인데 일부러 저렇게 쓰는 거 같다.

    “설민혁 씨는 사람을 쓰다 버릴 사람이라 안 믿네요.”

    “그러면 도대체 왜 나한테 배팅을 하는데? 아버지나 다른 사람들이?”

    “그게 기업가잖아.”

    “아…?”

    “사람도 돈을 위해 소모품으로 쓸 사람들, 사람의 머릿수가 돈으로 보이는 사람들. 그러니까. 그릇이 된다고 하지.”

    돈 꼬이고 여자도 꼬이지만.

    그 돈과 여자를 보고 남자들도 가득 꼬인다.

    고로 누구나 얻기 쉬웠을 사람으로.

    그냥 사람 자체를 진지하게 본 적이 없다.

    그 대신 공평하다.

    모두 천시하므로 모두 가릴 거 없는 머리 위의 돈이니까.

    “그러면 나는 뭐 인재, 사람 이런 거 못 얻어? 그럴 팔자야?”

    “그러니까, 적부터 네 편 만들어 와라. 느그 누나들.”

    “와하, 이게 이렇게? 알았다니까.”

    “네 적은 죽이고 싶은 사람이잖냐. 그런 사람을 용서하는 듯 받아들이면,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아, 이놈은 적도 받아들이는 아량이 있구나.”

    설민혁은 뭔가로 한 대 맞은 듯 멍 때리다.

    뒤늦게 웃어 재꼈다.

    “아하하하, 하하하하. 와 선생님 대단하다. 맞아. 그렇겠다. 알았어, 해 볼게. 그럼 되는 거지?”

    “그 아량이 있다면 누구라고 안 친해지고 싶겠어, 열심히 해 보쇼.”

    사주강화술 <친구운 LV9> 8에서 9레벨에 필요치 5000포인트.

    당신은 적도 친구로 만들 수 있습니다.

    친구운은 포인트로 쌓아 올릴 수 있는 레벨의 상한선이 몹시 높다.

    그만큼 항시 있을 것 같지만 얻기 어려운 것이다.

    * * *

    “이게 무슨 냄새야?”

    “아 안녕하세요. 요즘 커피 내리고 있어서.”

    “커어피?”

    “한잔 드셔 보실래요?”

    “어우 그럼 좋지이.”

    윗집 집주인 아줌마가 커피 향에 내려오길래 한잔 드려 봤다.

    “좋다아 총각. 카페 하게?”

    “그냥 커피 요구하는 손님이 많으셔서요.”

    “카페 해도 되겠어. 사주 카페 그런 거.”

    “종종 드시러 오세요. 타 드릴 테니.”

    “근데 원래 요식업종으로 임대 내 준 거 아닌데 막 냄새나고 연기 나고 그러면 안 되는 거 알지?”

    “아, 물론이죠.”

    음.

    건물주 아줌마 반응이 좀 쎄하다?

    요식업 드립에, 사주 카페 해라.

    속마음이 들리는 것 같다.

    요식업은 냄새 난다고 트집 잡으려는 거고, 사주 카페 하라는 건.

    ‘사업 확장해서 딴 데로 나가라.’ 이런 느낌?

    스스로는 속마음을 감춘다고 감췄는데 감춰지지 않았던 거 같다.

    커피로는 트집을 못 잡은 거겠지.

    “임대료 인상이나, 이전을 원할 가능성 있어 보이네.”

    뭔가 제안이 들어오긴 들어온 모양이다.

    문 닫은 내 단골 카페는 버거왕이 들어온다고 하더군.

    그렇다면 커피는 마실 수도 있겠고 점심도 때우기 쉽겠으며 유동 인구가 좀 늘어서 사주 보는 사람도 늘 수 있겠지만.

    내가 쫓겨나면 쓸모가 없지.

    “흐음.”

    저 건물주 아줌마 반응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걸 생각하니까, 설민혁의 말은 솔깃하게 느껴지는 제안이었다.

    “이제 대목인데.”

    수능 끝나고 한창 학생들 진로 상담 모여들 타이밍에 연말.

    궁합 수요, 내년 운세 수요 폭증이건만.

    그럼에도 고사했다.

    대전에 무료임대 사무실, 그래 좋다 끌린다.

    하지만, 설은겸 쪽 딜이 있는지 보고 생각하련다.

    둘 다 뭐 준다고 하면 줄 타야지 뭐 하러 곧장 받고 나는 이쪽 진영이오. 이러나.

    특히 설은겸 쪽은 등판도 안 한 상태라서 딜을 걸기 좋다.

    둘 다 숙제시키는 거 같아 재밌네.

    “안녕하세요!”

    그사이 손님이 찾아왔다.

    어, 근데…너무 좀 앳되다?

    “저기 실례지만, 학생이죠?”

    “네!”

    “학생은 사주 안 봐요. 가세요.”

    “왜요? 그럼 왜 19세 미만 출입 불가 안 붙여요?”

    사주철학관에 그걸 붙이면 도대체 뭐 하는 집이라고 생각을 할까.

    궁금하긴 하네.

    에너지가 넘쳐서 그런지 막무가내로 질문하는데 대답도 난감하다.

    “중3이구만.”

    “오, 오오오오. 맞아요.”

    “아니면 15세 미만이라고 했겠지.”

    “저 다른 거 다 안 물어보고 딱 하나만 물어볼게요. 그거 돼죠?”

    장사하시는 분들 중에, 운을 나눠서 봐 주는 분들이 있다.

    연애운만, 재물운만 해서 5천 원.

    뭐 이런 식이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사주 보면 그게 뭐 신문 오늘의 운세, 94년생 동쪽에서 귀인이 온다.

    식으로 너무 간략하게 끝나는 거라.

    추천하지는 않는다.

    근데 학생이라고 5천 원이 전 재산인가 보네.

    그걸로는 떡볶이 하나 사도 튀김 몇 개 못 올리지.

    그 말에 보지도 듣지도 않고 대답했다.

    “아, 연예인 하지 마.”

    “헐. 싫은데요?”

    역시….

    애들을 굳이 외모를 눈여겨보고 싶지는 않으나.

    애가 키도 크고 다리가 길고 늘씬하고 눈이 크고 똘망한 게, 보통의 자태가 아니었다.

    그리고 얘 누군지 알 거 같아.

    “그럼 가세요. 잘되겠지 뭐.”

    원더걸스에 중3때 데뷔한 친구가 있었던 거 같으니 가능도 하겠다만.

    근데 또 연예인 하라기엔 그 업계에서 특출 날 것 같지는 않다.

    “그걸로 끝이에요?”

    “예.”

    “좀 더 봐 주세요.”

    “오바하지 마요. 학생, 평소엔 얌전하잖아 왜 깝쳐? 여기가 무슨 노래방인 줄 알아. 그렇게 무서운 데 아니니까. 평상시대로 해요.”

    “아? 어? 아?”

    “뭐 하세요? 혼자.”

    “어떻게 그걸 알아요?”

    어릴 때부터 자기 미모를 알면 남의 시선에 민감하다.

    미모를 깨는 행위를 했을 때의 타인의 기대치를 미리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예쁘니까, 그러면 안 돼.’ 가 교육부터 주입 되었을 테고 거울만 봐도 본인이 알 테니까. 순순히 납득한다.

    “연예인 한다며?”

    “네 그런데요?”

    “그럼 어릴 때부터 예뻐서 칭찬 많이 들었겠지, 그러면 말을 막 하지 않고 이미지 관리를 하니까. 속은 몰라도 평소엔 얌전하고 내성적인 척 살지. 안 그래?”

    “지금 좀 활발하지 않았어요?”

    “응 사춘기.”

    다만 사춘기 즈음하여 그냥 끓어오르는 뭔가가 있는데.

    그땐 좀 왈가닥이 된다.

    원래 어릴 때부터 왈가닥이었으면 못 말리는 텐션이 되겠지만.

    이런 친구들은 뭔가 위축되고 겁먹었을 때 억지로 왈가닥을 하거나.

    친구들 앞에서 일부러 푼수짓을 좀 하거나.

    평소엔 얌전함을 유지하지만 남들 시선 없는 곳에서 왁자지껄해지거나.

    등등 그런 식으로 ‘평소엔 안 이런데.’의 캐릭터성을 보인다.

    학창 시절이 마무리 될 즈음에야 다시 얌전함을 되찾는 편.

    물론 그게 애들 입장에서나 그렇다는 거고.

    나이 먹으니까, 그냥 저 정도여도 시끄럽다.

    애들 진짜 제대로 왈가닥이면 저 세상 텐션이다. 힘들어.

    “너 초등학생 땐 안 그랬다.”

    “어 맞아요. 맞아, 우와. 우와아.”

    “그리고 끼 없다.”

    “왜요!? 왜?”

    “그 얌전함이 네 활동성을 잡아먹거든. 화보 찍기 말곤 재능 없어.”

    뭐 꼭 그렇지는 않다.

    그냥 끼를 드러내는 걸 이미지 망칠까.

    꺼리는 편이라서 끼가 잠재되어 있고 그걸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노래 잘하거든요?”

    “해 보시든가.”

    멍석을 깔아 주니 부르긴 하네?

    이거 안 되는 사람 천진데.

    거기다 괜찮게 불러.

    근데 말이지.

    “아, 그 고음은 잘 올라가는데 왜 감동이 없지?”

    “아아아아아. 왜요오오?”

    “아이돌 서브 보컬은 하겠다만…. 흠. 태어난 연월일시.”

    학교서 학생들 관찰하던 느낌으로만 풀다가 여기서 막혔다.

    여기까지 몇 점 깔았으면, 이겨 놓은 판이니.

    사주를 받았다.

    닥치고 돌려보내려다가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는 않아서.

    나는 애들 사주도 꽤 잘 보는 편이나.

    기본적으로 확률 낮은 유튜버, 프로게이머, 연예인 이런 거 한다는 애들 조인트 까고 싶어지는 성질이 있어서.

    꿈을 좌절시켜 버리는 경우가 많아 꺼린다.

    근데 그 나이엔 아이들의 가능성을 높이 치고 응원해야 한다는 교육 철학도 나름 있어서 이성과 신념이 충돌한다.

    응원하다 헛바람 집어넣기 VS 애 기죽이기.

    거기다 복채를 내는 주체는 부모란 말이지.

    그들의 소원은 죄다 애 맘 다잡아서 공부시켜 주세요. 고.

    “흐으으으음.”

    “왜요? 뭐 안 좋아요?”

    역시 관살혼잡이다.

    수이가 이거 그대로 말했다가 개털렸지.

    내가 포장에서 아주 좋게 표현하자면.

    ‘타인이 바라는 대로의 모습만 투영하고 사는 사람.’

    그 덕에 시키는 거 잘하고, 남의 눈 밖에 안 나고.

    “흐음 아주 맑고 깨끗한 물의 소녀입니다.”

    “맑고 깨끗해요? 이쁘단 얘기죠?”

    “그런데 주변에 메마르고 먼지 날리는 운동장만 있고 그들이 아우성입니다. 물님 제발 저희를 적셔 주세요. 하면서.”

    “오오오 그게 뭐예요? 인기?”

    그리고 타인이 바라는 대로의 모습만 투영하다 보니 단연 타인의 선망의 대상이 된다.

    어떤 사람이 내가 기대하는 대로의 모습만 보여 주려고 노력하면 기특하고 예쁘고, 호감을 사며 이상형이 된다.

    그 선망을 저버리기 힘들어서 스스로의 모습을 바꾸는 사람이므로.

    자길 열렬히 원하는 사람에 약하다.

    즉 유혹에 약하다.

    유혹에 약하니 여자는 애인이 많거나 어장을 키우고 남자는 자식이 많다.

    “그러니 공부해라.”

    “네?”

    이런 사람이면 타인들이 집단으로 뭉치고 돈이 있는 ‘국가’, ‘기업’이 선망하는 인재상일 수도 있다.

    근데 그 대신 ‘국가’, ‘기업’이 원하려면 최소한 공부는 해야 한다.

    독창적 인재? 입발림 소리다.

    그건 최상류층의 자제분 쌓아 올릴 필요 없이 높은 곳에 꽂아 넣을 때 넣는 핑계 같은 것.

    근데 사실상 공부, 그걸 중학교로 끊겠다는 선언 아닌가.

    이러면 기업과 국가가 원하는 쪽으로 인생이 안 풀리고.

    사람이 배우고 쌓은 지식과 경험, 재능이 아니라.

    단순히 사람이 타고 난 몸뚱이만 보고 원할 건데.

    그런 걸 원하는 사람이 아주 많은 직종은 뭘까?

    “공부 잘할 건데?”

    “와아아아아. 아저씨 대박이에요. 연예인한다고 하면 죄다 공부 안 할 것처럼 생각들 하던데. 어떻게 그게 나와요?”

    “재미는 없고, 널 위해 하는 공부 아닌 거 같고.”

    “소름 돋아….”

    야 임마 공부하고 싶은 학생이 어딨어.

    이런 친구들은 아이일 때는 부모와 어른이 투영하는 자신의 모습을 살기 때문에.

    공부 열심히 하고, 교우 관계 좋고 학교에서 안 어긋나는 학생이다.

    “넌 돈 벌고 싶어서 연예인 하겠다는 거고.”

    “어…헤헤, 그럴 수밖에 없잖아요?”

    “세상에 돈 많이 버는 직업이 그거 말곤 마땅한 게 없으니까?”

    “네!”

    “돈이 왜 벌고 싶은데, 사고 싶은 게 많아?”

    “돈 많이 벌어서 엄마도 고생 덜 시켜 주고, 동생도.”

    생각은 가상한데 최악이구먼.

    심지어 돈도 없어서 안 좋은 길 갈 확률이 더 높네.

    아버지운이 이 친구도 비었는데 멀쩡한 아빠가 돈 벌어다 주는 집안이 아니라는 소리.

    실제로도 누군지 알 거 같으니까.

    명승철학관 40대 중 최고의 소싯적을 자랑하시던 그분.

    그러면 남자들이 투영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고.

    그들이 앞다투어 돈을 내려 하는 삶을 사는데.

    그 돈에 눈이 돌아갈 확률이 가난했기에 더 높다.

    유흥 지구인 유성온천역에 내리면 정문이 보이는 학교에 다니면서 오픈톡 사주를 보던 입장에서 이건 표본이 있다.

    화류업과 연예계는 레벨 하나 차로 갈린다.

    “공부로 돈이 안 벌릴 거 같은가요?”

    “그게 되는 세상일까요?”

    아이들은 의외로 촌철살인적인 면모가 있다.

    그건 명백히 어른들 잘못이지.

    물론 내가 그런 사회 만드는 데 크게 보탠 적 없으니.

    내가 책임은 안 지겠다. 나도 어립니다?

    돈이라도 있음 아메리칸 소녀 스타일이거나 인스타 인플루언서 정도로 그칠 건데.

    이이잉, 이이잉.

    휴대폰이 두 대 생기니까, 두 대서 다 울리네.

    “아 잠시만요.”

    <진로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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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성지순례 24일만 해도 되네?

    이건 강화술이 아니어도 해 볼 참이었다.

    왠지 모르게 자꾸 이 소녀의 인생이 내가 봤던 사주들과 똑같이 흘러갈 거 같아서 안 되겠다.

    하고 싶은 길과 가서 좋은 길은 다르지만.

    확률로 볼 때, 정답은 공부시키는 것이다.

    1퍼의 대박 인생, 99의 하류 인생으로 가는 길이 있다면 6~70퍼의 중간 인생으로 모는 게 제일 낫다.

    난이도가 보통은 아니다.

    지구상 모든 부모와 선생이 시도해 본 일 아닌가? 다만.

    ‘무지성 칭찬, 닥치고 긍정으로는 뚫려.’

    청소년기 아이들은 칭찬에 목말라 있다.

    하물며 남의 바람을 투영하는 사주의 소년 소녀들은 더더욱 그렇다.

    고로 사주쟁이인 내가 그렇게 기대를 품은 듯.

    닥치고 인정해 주면 내 기대에도 어긋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공부 잘할 거 같고, 공부로도 돈 벌 일은 있죠. 돈에 대한 집착이 있어서 충분히….”

    그렇게 칭찬 빌드 업을 쌓으려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가만, 원래 엄마 말도 잘 듣는 소녀다.

    엄마가 바라는 인생도 자신에게 투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데 엄마랑 대판 싸우면서 연예인한다고 갑자기 고집을?

    이걸 단순히 ‘사춘기이기 때문에 그렇다.’로 때우는 게 가능할까.

    혹시 나처럼 투영해서 앞길을 바꿔 보려는 인물이 있는 거 아닐까?

    “그 연예인 말이죠.”

    “네. 솔직히 그 고등학교 나오고….”

    그렇다면 아마 지금의 진로는….

    “그래서, 누가 해 보자고 하고 있어요?”

    다른 누군가가 바라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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