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50화 (50/211)
  • #50. 명분을 싣는 유언장

    “어디 보자, 이걸 이렇게 옮기면…. 맥은 이게 어렵네.”

    휴대폰 한 대 더 얻은 겸, 혹시 비상하게 쓸 수 있을지도 몰라.

    사주강화술 프로그램을 IOS에 전송하고 있었다.

    번호는 설은겸 번호 딱 하나 있는 휴대폰.

    이게 장식이지…. 이 휴대폰 출고가면 주식을 10주는 더 사겠구먼.

    “뭐, 뇌물이겠지.”

    뇌물받을 위치 되니까 신기하다.

    비선이란 게 원래 그렇긴 해, VIP와 가깝다는 이유 하나로 특혜와 접대를 받는 거니.

    맥 환경은 학교에서 정보화 교육 할 때 이후론 처음이라 영 적응 안 된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이쪽 생태계를 한번 써 보긴 할 셈이었는데. 우연찮게 됐군.

    IOS 환경에 사주강화술을 이식하니까, IOS 사주강화술이 반응한다.

    <사주강화술 in IOS>

    당신은 당신의 IT환경을 넓혔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획득할 수 있는 정보와 환경이 넓어졌습니다.

    당신은 하나의 신분을 따로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신에게 부여되는 새로운 IT 환경의 정보가 당신의 정보적 지적 우위를 더해 주어, 사주강화술 효과를 높입니다.

    종교/신념/도덕운이 상승합니다!

    특) 용화미륵천부경을 폐기할 시, 사주강화술 효과가 최고조에 달하여 당신의 종교/신념/사상운을 LV1 완벽하게 더해 줍니다.

    “…헐.”

    이거 좀 짐작하긴 했는데 진짜 되네.

    용화미륵천부경의 종교운 –200 때문에 <사주강화술 in IOS>가 종교운 LV1을 올려 주는 순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여자운과 부하운 올려 주는 이 용화미륵천부경 팔면 종교운 LV9 해 준다 이거죠?

    보상 판매 하냐.

    물론 여자운 300포인트 상시 보정에, 부하운 페널티 삭감의 용화미륵천부경은 안 버린다.

    종교운 200포인트, 그건 내가 성경, 불경, 꾸란을 읽어서라도 올림.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오늘 장사도 안 되는 거, 명승철학관을 나서서.

    <미니 성지순례>

    교회, 성당, 절 그리고 이슬람 모스크.

    기타 동방정교회, 성공회, 유교 서원 등등을 하루에 다 찍으면 인성운을 5포인트 주는.

    그걸 하고 왔다.

    “아이고 힘들다. 허리야. 도시 탐험을 했네.”

    전북대병원 쪽에 위치한 이슬람 전주성원까지 찍느라 많이 걸었다.

    이거 40일 하면 종교운 LV9, ‘성직자 사상가인데 장사가 잘됨’이다.

    이미 좀 성직자, 사상가 효과로 장사가 괜찮은 거 같지만.

    더 잘되려면 찍어야지.

    순익이 좀 남는다.

    연간권도 있고 복채도 있고 사과폰도 있고.

    그래도 그걸로 그칠 수 있나.

    “어, 이제 오십니까?”

    미니 성지순례 하고 오는데 명승철학관 앞 인도 침범 방지턱에 걸터앉은 남자가 있었다.

    원래 요 앞 카페가 있어서 대기 손님은 거기 있으시면 됐는데.

    지금은 없으니.

    설민혁이네.

    찬바람에 머리는 허한데, 코트와 구두가 잘 어울린다.

    “오, 효자.”

    “아이 뭔 효잡니까.”

    “어 그럼 코스튬 효자. 들어오시죠.”

    “어디 갔다 오셨어요?”

    “아 성지순례요.”

    “예에?”

    같이 명승철학관 문 열고 들어왔다.

    “날도 싸늘한데 어디 가 계시지.”

    “그럼 따끈한 커피 한잔 안 줍니까? 맛있던데.”

    “드려야죠.”

    “반말 안 하시네요?”

    기본적으로는 존댓말이다.

    말 안 듣는 손님들 대할 때만 좀 강압의 느낌을 살려서 반말을 하는 편.

    그리고 설민혁이는 엄마 만나러 갔잖아, 반말 효과를 본 거지.

    “멀쑥한 신사한테 욕부터 박으면 그건 그거 나름 문제죠.”

    “선생님 말대로 해서 효과를 봤어요. 아버지가 엄마 가게도 하나 내주고 건물도 하나 관리해 보래요.”

    노인네였는데 아버지가 됐네, 물질로 자식 사랑을 받으면 그래야지.

    “관리실 직원이네.”

    “관리비 내 주머니 슈킹인데?”

    “결단코 혁명이다.”

    반공 투사였는데 저놈을 보니 급 죽창이 필요해졌다.

    “아무튼 그, 고마워요.”

    “뭣이 고마운디요.”

    “엄마한테 효도하면 아빠가 움직인다. 이게 되네요.”

    “캐릭터가 괜찮다니까요.”

    “어떻게?”

    “개호로 잡놈의 새끼니까. 기본만 해도 효과가 좋은 거.”

    “욕… 같은데?”

    알긴 아네.

    “그래서 오늘은 여기까지 무슨 일입니까?”

    “아버지가요.”

    “좋은 거 또 주셨나 봐요.”

    아버지 소리 듣고 선수 쳤다.

    “오 그렇죠. 맞아요. 어떻게?”

    “호칭이 그 노인네에서 아버지 됐잖아요. 홍길동의 울분을 푸셨겠죠. 뭔데요? 또 돈입니까.”

    “아니오, 아버지 유언장이오.”

    유언장이라, 아주 큰 패를 까셨네.

    “아? 진짜요? 이건 효력 있죠. 문서인데.”

    “보실래요?”

    “보여 주려고 가져온 거 아닙니까? 봐도 되면요.”

    [혼외자 설민혁을 호적에 올린다. 상속에서 그 몫을 다 받아가게끔.]

    [민혁에겐 마음의 빚이 있다.]

    [민혁이를 학원폭력, 소위 왕따를 가하듯 괴롭혀 온 못난 딸들의 심성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그 폭언을 내 일찍이 녹취, 채증해 두었다.]

    [폭언, 욕설 832회, 감금 2회, 직접적인 폭력 행사 47회….]

    증거 채집이라니 이 양반, 치밀한 거 봐.

    설양훈은 유언장을 통해 설민혁에게 상속 의지를 표명했으며 가정 폭력의 당사자인 세 딸의 지분을 가장 낮게 책정했다.

    거기다 딸들을 버릴 만한 증거까지 다 수집했다고 명시해 뒀다.

    가히 그룹엔 폭탄이다.

    “근데 이걸 왜 저한테 보여 주나요?”

    다 보고 나서 딴소리하는 것 같지만, 겸손이 생명이다.

    내가 종교운 빨로 재벌가 홀리고 있는 건 알겠지만 운수 레벨을 더 쌓기 전까지 내가 갑인 양 당연하게 굴면 이런 VIP 손님 놓친다.

    설민혁 이놈도 정신 좀 차리면 박대는 안 할 생각.

    “그 아버지가 당신이 귀인일 테니 가서 물어오래요. 돈 많이 주고.”

    “그런 거라면 환영이죠. 근데 이 증거 녹취라거나 그런 건 없고요?”

    20여 년 전의 일이라 아마 테이프 등의 형태로 존재하지 싶은데.

    이런 증거가 남아 있을까는 좀 의문이다.

    “그건 돌아가시면 공개하시겠다네요.”

    “그래서, 이제 의지가 좀 생겼습니까?”

    설민혁의 흐리멍텅한 눈에 순간 안광이 어렸다.

    “해 봐야죠.”

    “무서워하더만.”

    “다 먹으면 그것들이 무섭게 될 텐데요.”

    확실히 겁쟁이보단 이게 나은 거 같기도.

    “일단 이 유명은 절대 발설하지 마시고, 그래도 끝까지 아버지를 잘 모시세요. 솔직히 말해, 아들놈 힘 북돋아 주려고 거짓으로 쓴 유언장일 수도 있고 유언장 내용을 변경하는 건 일도 아닙니다.”

    “어 그래야죠. 알면 그년들이 트집 잡을 테니까.”

    그년들이면 아마 누나겠지?

    “세 분 계신, 이복누이들과는 좀 소통하고 지냅니까? 한 명 정도라도.”

    “그년들이오? 말도 하지 마세요. 제가 법만 없으면 죽여 버릴 겁니다.”

    와 적대감이….

    “그래도 아예 말도 안 겁니까? 셋 중에 한 명이라도 좀 덜 괴롭힌 사람 없나요.”

    “그런 누나가 없진 않죠. 괴롭히는 게 죽어라는 아니었던 누나.”

    “양호하지 않아요?”

    “알을 떼 버리려 했는데?”

    “최고로 나쁜 년이네.”

    “글쵸.”

    어떻게 괴롭혔는지는 상상도 엄두도 안 가는데 굳이 묻진 않았다.

    성인 여성 셋이서 어린애를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롭혔다니. 원.

    “그래도 보통 사람이 셋이면 포지션이 보수 진보 중도로 갈리니까요. 개중에 친한, 아니 번호라도 아는 누나가 있나요?”

    “저한텐 다 강경 보수인데요.”

    “집단의 이득에 따라 한 사안을 바라볼 때 그럴 수 있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초강경 보수, 그냥 보수, 중도 보수가 존재할 겁니다.”

    “그건 일리 있네요.”

    그럼 전략이 간단한데.

    “그 중도 보수 누이와 손잡고 나머지 누나들 제압하면 됩니다.”

    그 누나 한 명 밀어서 자매들 쌈 붙이고, 나중에 그 누나는 가정 폭력을 폭로해서 보내 버리면 설민혁이 다 먹는 것이다.

    굳이 설은겸까지도 필요 없었다.

    설은겸은 동생들 주식 지분 다 모아 오기 전까진 스카이피아의 슈퍼 개미에 불과하다.

    “손 잡아 준답니까?”

    “이런 탐욕쟁이 아비 밑에 탐욕쟁이 자식이 없을 리 없습니다. 당신의 돈과 약간의 지분. 그것마저도 필요한 사람이 분명 있죠.”

    설회장의 의중과는 별개로 세간은 4~50대로 사회적 위치가 어느 정도 준비된 딸들을 대안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회장 본인 말로는 딸들 인성을 불신한다지만.

    사전 상속 작업이 없다면 아마 설양훈의 가산은 감옥의 차남, 세 딸에게 공평하게 분배되겠지.

    그리고 그 사전 상속 작업을 훼방을 가득 놓을 것이고.

    거기다 딸들이 시집간 가문들이 탄탄해 ‘시댁에서 빌린 군사와 자금’을 통해 참전하는 게 불가능하지도 않다.

    “그 누이가 우두머리가 되려고 할 텐데.”

    “사주로 보면 물질에는 본디 여성이 더 저돌적입니다. 옆을 모르고 전진한다면 반드시 측면에 틈이 있을 터이니, 이를 약점 잡아 뒤집으면 됩니다.”

    “난리 났죠, 물불을 안 가려요.”

    “나중에 누나들 팔자 가져오시죠. 될 팔자인데, 뒤가 허술한 누이를 점찍어 드리죠. 그녀를 도와 공을 세워 몫을 받고.”

    “근데 제가 도운다고 공이 돼요?”

    “충분히 되는데요.”

    “왜?”

    “누나를 고르면 되잖아요.”

    “누나를 골라?”

    얘는 참 자기가 가진 무기를 활용할 줄 모르네.

    없는 사람인 적이 없어 봐서 그런가.

    아니면 그냥 내가 사람을 겉에서 보니까, 훈수 두기가 쉬운 건가.

    “이해 쉽게?”

    “예.”

    “설민혁 씨는 세 누나한테 심하게 당한 가정 폭력의 피해자잖아요. 그 누나 중 한 명과 친하게 지내면 그 누나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비치겠죠. 아 쟤는 그래도 민혁이한테 용서를 받았구나.”

    “아하, 이야 그러네.”

    “용서를 받을 만큼 자신을 굽힐 줄 아는구나. 피해자임에도 친하게 지내게 구슬리게 만들 사람 홀리는 재주가 있구나. 그렇게 아버지 눈도장을 충분히 찍을 수 있죠.”

    “아 근데 용서하기 싫은데.”

    “한 번만 유들하게 굽혀 봐요.”

    “패 죽여도 용서하기 싫은 건 싫은 건데요. 난 진짜 찢어 죽여 버리고 싶은데.”

    하긴 피해자인데 돈 바라보고 친한 척하는 가해자면 더 괘씸하긴 할 테니.

    강요할 순 없겠다.

    “그럼 먼저 손 내밀지는 말고, 제가 한 말 그대로 그나마 곱게 죽이고 싶은 누나한테 말을 해 봐요. 찢어 죽이고 발라 죽일 사람 말고.”

    “어떻게요?”

    “설명해 줬잖아요. 누나가 나랑 친하게 지내면 아버지한테 점수를 따니까. 계약 남매 하자. 하면 됩니다.”

    “그거 야설 제목 같네요.”

    “야 임마.”

    으름장은 놨지만 나도 말해 놓고 그 생각 들더라.

    “에휴 암튼 그 뒤부턴 쉽습니다. 세 누나가 경쟁하다가 그 누나 한 명이 그 방법으로 아버지 눈도장을 찍으면 그 뒤로는 그 모든 누나가 민혁 씨 마음에 들려고 노력하겠죠?”

    “오….”

    “그거 나름 통쾌하지 않습니까? 빌고 기게 만드는 거? 기어 봐.”

    “무지 재밌을 거 같긴 하네요.”

    “그렇게 그 누나 밀어주는 척하면서 받을 거 다 받고, 마지막에 유언을 통해 뒤엎으면 됩니다.”

    버스 타는 2인자 전략은 설민혁에게도 유효하다.

    “근데 꼭 그렇게 해야 할까요?”

    “형제운이, 이제는 괜찮으니까. 하세요.”

    “어, 큰형은 진짜 좋은 사람이었죠. 근데, 그년들이오?”

    “설민혁 씨는 만석꾼, 그러니까. 아니다. 자 길 가다 널려 있는 금덩어리를 봤어요. 최대한 들고 오고 싶어요.”

    만석꾼, 마지기 이런 거 모를까 봐 동화처럼 비유했다.

    어쩌다 보니 말투도 좀 어린이 구연동화 하듯 변하네.

    “아 네.”

    “근데 손은 두 개잖아요. 다 못 들어요. 그걸 같이 들어 달라고 하는 겁니다. 똑같이 그 황금에 눈이 먼 사람한테.”

    “그게 그것들이다?”

    “예.”

    “그럼 그쪽이 결국 황금을 들고 가잖아요?”

    “다른 생판 남이 들고 가는 것보단 낫지 않아요?”

    “남이 낫죠.”

    그리 말할 줄 알았다.

    “아니죠.”

    “왜에? 일꾼 쓰면 좋잖아요.”

    “일꾼은 그걸 자기 몫으로 알고 가져가죠. 밥팅아 무식한 캐릭터 하지 마 좀.”

    “아 그, 좀 봐줘요. 대가리 빻은 척 안 하면 사람들이 날 웃으면서 안 본다고.”

    그건 사연이 있겠다 싶어 더는 뭐라 안 했다.

    예능 보면 머리가 비상한데 일부러 바보인 척하던가.

    가방끈이 짧아서 잔머리는 좋지만 상식에 약해 웃기는 사람들 있잖아.

    그런 생존법을 썼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어쨌거나 그쪽은 가족이니까. 같이 집으로 들고온단 말이죠. 그럼 그 집에서 배신하고 뺏으면 됩니다. 남은 누가 가져갔는지도 알 수 없으니까 그게 안 되고요.”

    “아하, 오 그러네.”

    “그리고 의리 지켜 줄 만큼 착한 사람들이에요? 아닐걸요? 그쪽도 먼저 설민혁 씨가 들고 온 황금을 빼앗을 생각일 겁니다. 그럼 됐죠?”

    자원 많은 맵인데 일꾼이 없으면 자원이 무슨 소용.

    그래서 신왕재왕 사주는 사람도 많이 모여들고, 돈도 많이 모여든다.

    문제는 이놈이 사주대로 안 살아서 사람이 모여들 짓을 안 했다.

    돈이 많다는 걸 알면 모여들긴 할 건데, 죄다 나 같은 떡고물이나 기대하는 인물들이겠지.

    그럴 바엔 적들 중에서 튕겨 나오는 적 한 명을 받아들이는 게 낫다.

    그 누나들 셋이서 아마 기싸움 오지게 하고 있을거고.

    삼파전에선 원래 둘이 연합해 하나 죽이고 시작하는 게 정석이다.

    “정 그렇게 해야 되나요?”

    “사실 친구운이나 지지자운이 있으면 그들과 함께하면 더 좋긴 한데 말이죠.”

    “그렇죠.”

    “워낙 개차반 짓을 해 놔서 쓸 만한 친구도 지지자도 없어요. 이 쓰레기야 술이나 돈 써서 붙은 앞길 없는 하류 인생들과 어울리면서 물주나 하고 있잖아.”

    설민혁은 뚱한 표정을 짓다가 실실 웃는다.

    “아, 진짜. 도사님은 날 너무 잘 아네.”

    “그러니까. 적인 누나들 중에 밀려난 누나 한 명이랑 공동전선 펴세요?”

    “졸라 명쾌하네요. 그래요. 해 보죠 뭐.”

    “잘 생각했습니다.”

    한다니까 목소리를 좀 풀었다.

    “근데요. 도사님.”

    “예.”

    “만약 그년들이 도사님 찾아와서 사주 물어보고 이런 전략 달라고 하면 어떡하실 겁니까?”

    “이게 뭔 전략입니까. 그냥 고객님한테 하는 덕담이지.”

    남의 인생에 훈수 두면서 전략을 말하는 게 재밌기는 한데.

    난 덕담의 차원이다.

    돈 받고 사주 보면서 잘될 거라 덕담하는 직업.

    “사장님 말대로라면 그것들도 그렇잖아요. 저한테 하신 얘기 똑같이 하실 건가요?”

    별 같잖은 걸 묻네. 당연히.

    “그렇다면 복채 많이 주는 쪽에 더 유효한 조언을 하죠.”

    “아하…….”

    설민혁은 뭔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도사님, 여기 임대료는 얼마나 냅니까.”

    “얼마로 보십니까? 이제 임대 사업자시니까.”

    “그걸 물어보려는 게 아니고, 음 제가 이번에 맡은 데가 주상복합형 도시 아파트라고 1~2층엔 상가 두고 위는 원룸인데요. 온천역 접근성이 진짜 좋아요. 걸어서 3분도 안 걸리는.”

    “아아, 예.”

    “여기 2층엔 사무소도 두고 할 계획인데, 거기서 카페 안 해 보실래요?”

    …왠 카페?

    커피 이제 그냥 취미를 좀 깊게 판 정도인데.

    “어우 그런 곳 임대료 비싼데요.”

    “도사님이 제 사주 봐 주시면 임대료 안 받을게요. 복채 낸 셈.”

    “오~ 복채 비싸게 내시네.”

    그 거리면 대전이어도 유동 인구는 꽤 있다.

    지하철 근처고 어딘지 짐작이 감.

    목이 좋다고 예상되니까 솔깃하긴 하네?

    안 그래도…. 흠.

    “선생님이 방금 그랬죠? 내가 친구며 지지자가 없다고? 돈이나 쓰면 모여드는 사람들이라고.”

    “예.”

    “그럼 지금까지 쓸모 있는 친구와 지지자가 없었다고 하면 믿어 줍니까?”

    간만에 말문 막히게 한다, 돈으로 밀고 들어오면서.

    원래 재물을 근간으로 한 저런 자신감이 있는 놈이어야 맞지.

    “어….”

    “믿어요. 안 믿어요?”

    설민혁은 덕담을 빙자한 갈굼 한참 듣다가 제대로 된 명분과 돈까지 푼 제안을 해서 스스로도 뿌듯한지 의기양양해 있다.

    내가 솔깃해 보이기도 했을 거고.

    그 모습 보며 잠시 뜸을 들이고 대답했다.

    그래 뭐, 여태껏 그런 사람 없었으니까. 네가 해라.

    말 되지, 근데….

    “그냥 그 사람들을 쓸모 있게 못 쓴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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