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45화 (45/211)
  • #45. 망나니의 목줄을 쥐었다

    사주와 사람이 좀 안 맞는다.

    흔한 일이다, 그러니 사주에 때려 맞추려고 사람 눈팅 오지게 하고.

    말에서 꼬투리 잡고 그러지.

    이놈은 일단 지 아버지 젊을 때랑 빼다 박아서 대타거나.

    거짓 사주는 아닌 듯하나.

    딱 하나, 이상하게 꽤 갖췄다고 보이는 지성이 빛나진 않는다.

    배움이야 없는데 사람에게서 재치와 기지가 안 느껴지네.

    정말 이러면 어디 쓸 만한 곳이 없는 사람인데.

    “그러니 효도해라. 아니 잘해 줄 필요도 없어. 여자 친구들 만나듯 밥도 먹고 옷도 사 드리고 한번 그러던가. 대충 아 몰라 엄마 생각나서 사 왔어 하면서 먹고 싶은 거 사다 드리던가.”

    “그러면 될까? 정말로.”

    “여자랑 데이트하는 10분의 1만 정성 들여도 돼. 해 보고 말해.”

    “이게 내 사주랑 무슨 관련이야. 근데?”

    “엄마를 부정하는 건 태어남에 대한 부정이다. 스스로 잘못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위험함과 음험함이 주변에 느껴져 신뢰받지 못해. 그러니까, 네 존재부터 긍정을 해. 그 첫 단추가 어머니를 이해하는 거다.”

    설민혁은 그 말 듣고는 허 하고 웃으면서도 감탄했다.

    “와…. 욕 한 다음에 좋은 말 해 주는 게 특기야?”

    “니 인생 잘되라고 사주 보는 건데, 당연한 거 아니냐.”

    이놈 사주의 관건은 인생의 근간인 인성운을 살리는 것인데.

    어머니, 공부, 종교, 집콕, 기예에 부여된 운세다.

    내가 주거운에 미쳐 사주강화술 하듯이, 해야 한다.

    일단 엄마부터 쥐는 게 자연스러운 운의 개선법이다.

    “마지막으로 때.”

    “때?”

    “너 운세 올해부터 바뀌더라 용신 대운으로.”

    “무슨 말이지?”

    “보통은 갖고 싶은 갈망하던 게 생기는 운을 말하지. 너는 가업?”

    “가업?”

    설민혁의 눈빛에 안광이 순간 초점이 맺힌다.

    그래 욕망이 없을 리가 있겠나.

    “어 눈빛 빛나는 거 봐. 갑자기 총기가 넘치네.”

    “하하하하 와 진짜 재밌다. 싯팔, 장단 맞춰 주니까 막 입으로 소설을 쓰네? 울 아버지가 그럴 거 같아?”

    뭔 놈의 욕을 이리하지? 그 망나니 캐릭터 지키려고 노력하나?

    완전 쓸데없는 거.

    “아버지는 안 그럴지 몰라도 너는 욕심이 있지. 임마.”

    “없어, 없어. 그래 니 말대로 울 엄마 에미 X년이야. 첩년도 아니고 말야. 난 애초에 사람 새끼가 아닌 걸로 태어났다고.”

    “니 생각이 그런 건 알겠다만, 앞으론 그런 소리 하지 마라.”

    “왜에? 맞는 말이야 첩년 자식. 악.”

    그대로 정수리로 들이받았다.

    “거 새끼 말 X같이 하네, 남은 욕해도 니가 욕하면 안 되지. 이 새끼야.”

    참고로 쟤가 나보다 두 살 연상.

    효도하라고 새 빠지게 설득해 놨더만 지랄을 하고 있어.

    이놈은 갱생시키긴 아득하네.

    “야 이 개….”

    “너네 아부지가 너 패래. 진짜로.”

    ‘때려서라도 고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라고 했다, 때리란 말로 해석한다.

    달려 들려던 설민혁은 아버지가 패라 했다는 말에 그냥 괴성만 지르고 만다.

    “아 노인네, 아아아.”

    “윗집 가정집이다. 소리 지르지 마라. 그래도 네 아부지는 너 생각을 하셔, 그러니 진정해.”

    “지랄.”

    “유언장에 너네 누나들한텐 돌아가는 거 없게 해 두셨다더만. 다 커 가지고 젖먹이인 너 괴롭힌 인성이 썩어서.”

    이건 설양훈이 비밀로 해 달란 말이긴 하나.

    이놈 사람 만들어 달라는 게 더 간절해 보이니까 까겠다.

    “뭐…?”

    “솔깃하지?”

    “거짓말?”

    “진짠지는 뭐 보면 알겠지.”

    “항상 누나들 편만 들었단 말야.”

    “그건 뭐 당시면 본부인 있을 테고, 딸이라지만 여자들 셋이 난리 피워대면 넌 감당할 자신 있냐?”

    “어 4P는 되는데.”

    “에라이 미친놈아.”

    이번엔 이마에 안면장을 쳤다.

    고래 얘기하는데 킹콩으로 빠지는 전형적 정서 불안이네.

    이러면 사람은 생뚱맞아 웃긴데, 집중해서 해결하는 게 부족하다.

    근데….

    이 생뚱맞음에서 비상한 면모가 엿보이는 게 또 그런 사람들의 특징이다.

    문제는 그런 게 이성 관련한 쪽에만 보이네.

    “야 씨 사람 때리는 면허 받았냐? 그만 쳐.”

    “아빠도 부정하지 마라. 니가 입은 옷, 니가 처먹는 밥. 다 너네 아빠 돈이니까.”

    “그건 그렇지.”

    “넌 그 돈이 존나 탐나잖아?”

    “미치지, 더 갖고 싶어. 그 돈이면 1억으로 못 먹는 애들 10억으로 벌릴 수 있거든.”

    허황됨이 과하네.

    아무리 부잣집 아들이어도 1억을 저렇게 쓸 수 있는 사람 흔치 않다.

    그것도 이렇게 정통성 없는 놈이.

    한데 너무 멍청한 소리라 들던 생각이 확신으로 변한다.

    “너 근데 왜 빡대가리인 척하냐?”

    “어?”

    “공부는 등한시했어도 머리가 나쁜 놈이 아냐. 충동에 못 이겨서 망나니짓을 했을 수도 있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아 씨 뭐야.”

    손을 한 번 또 칠 듯이 휙 들었다.

    그러자 설민혁은 본능적으로 움찔한다.

    그런 뒤 내가 손만 들고 아무것도 안 하자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진다.

    거기다 대고 한마디 했다.

    “겁이 많거든. 너 아까부터 내가 엄마 욕하고, 네 욕하고 심지어 몇 대 때리기까지 했는데 암것도 안 하더라.”

    “아니 때리려고 하면 그건 당연하지. 뭔.”

    “그게 네 캐릭터에 어울리냐? 아까도 화를 내는 척만 하고? 캐릭터가 너무 어중간하지 않아? 겁 많은 망나니?”

    “…….”

    겁 없는 척이라도 하던가, 맞으면 물고 늘어지던가, 왜 이렇게 사려.

    난 한바탕할 수도 있겠다 생각으로 툭툭 건드린 건데.

    “보통 겁이 왜 많냐면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래.”

    “여자 생각?”

    화제를 또 엉뚱한 걸로 몬다. 그걸로 넘어갈 거 같냐.

    무시하고 내 할 말만 했다.

    “왜 그럴까? 입은 개망나니인데? 불행한 과거도 있겠고, 그러겠지만 기본적으로 처신이지.”

    “처신이라….”

    “예의는 겁에서 발생하는 거라서 말이지. 생각이 아주 많은데, 행동이 이런 거면 그건 생각대로 행동하는 거라고 봐야지. 안 그래?”

    “……내가 그런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충동적인 면이야 있겠지, 근데 그건 억눌린 이성 때문에 성적 욕망으로 표현되는 거겠고. 정신과 약이라도 좀 타 먹고 그래 아니 이미 먹고 있을 수도 있어. 머리 빠지는 게.”

    “이야…. 재밌네. 진짜. 재밌어.”

    설민혁은 한참 감탄하다가 목소리를 살짝 낮추고 말했다.

    “그게 보여?”

    “보이니까 말하지.”

    “용하네.”

    고개를 살짝 숙인 덕에 이놈 머리 위가 보이는데.

    M뿐만 아니라 땜도 있나 보네.

    젊은 남자 아니면 여자들만 보다 보니 탈모의 수준을 파악하는 능력은 내가 모자라다. 가발도 못 알아보겠고.

    “너 그럼 혹시 내가 왜 그러는지도 알 거 같냐?”

    왜냐고 묻는다면 사실 연상은 안 된다.

    그 이상부터는 너무 허무맹랑하다. 진짜 그런 일이 있어? 싶은.

    그래도 사고 수를 높이는 백호대살이 있으니 미루어 볼 때.

    사고당할 확률이 높은 인간이며, 애매한 정통성….

    특히 ‘원치 않는 아이.’

    “죽을 뻔했냐?”

    “……아아. 하하하. 스읍 하.”

    설민혁은 웃음을 그치고 제법 멀쩡한 자태로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건 아녜요. 여기 복채요. 재밌었습니다.”

    그거 아녜요가 아녜요로 곧이곧대로 들리지가 않는 어색한 인사다.

    말을 끊고 가려는 듯싶어서 한마디를 더 남겼다.

    “죽을 길에서 수가 안 보이면 또 와도 돼.”

    “아 그래요?”

    “그리고 엄마는 꼭 찾아가고.”

    “예 그래 볼게요.”

    처음에 올 때처럼 멀쩡한 척하며 설민혁은 말을 끊고 철학관을 나섰다.

    뭐가 있긴 있네.

    “흠.”

    그리고 계룡이란 곳이 이놈을 왜 자꾸 찍었는지 알겠다.

    최고의 자리에서 돈을 거머쥘 운명이고.

    거기다 대운까지 좋다. 이제 딱 풀려.

    인성이 쓰레기라 유지를 오래 못 하는 게 문제겠지만.

    뭐 대수인가? 설 회장은 잘 물려줬네 하고 만족하고 죽겠지.

    설민혁이 돌아간 뒤, 노트북을 열었다.

    <재벌가 망나니 서자 직접 본 썰 푼다>

    “흐음. 아무래도 관찰자 시점은 재미가 없겠지?”

    백스페이스를 눌러, 간략히 줄였다.

    <재벌가 망나니 서자>

    재벌물 쓰기 시작했다.

    * * *

    수이가 몹시 아쉬워한다.

    “아, 선생님 그 카페 왜 망했어요!?”

    “어 사장님이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걷다가 숨이 끊기고 싶대.”

    그 양반 외로움은 타는지 유럽 사진 몇 장 보내더라.

    주변에 같이 가던 유럽 나이 든 양반들이랑 친구 먹고 재밌어 보이더만.

    길은 혼자 걷는다는군.

    “아, 마들렌 먹고 싶었는데.”

    “녹차 프라푸치노는 내가 되는데.”

    “내가 제빵 배울걸.”

    “적성 된다. 홈 쿡. 배워 봐.”

    “근데 뭐 하세요?”

    “어 인터넷 사주풀이 글 적고 있어.”

    “그걸 왜 하는데요?”

    아니 사실 <재벌가 망나니 서자> 쓰고 있는데.

    굳이 보여 주고 싶진 않다.

    물론 인터넷으로 사주 봐 주는 걸 틈틈이 안 하는 건 아니다.

    4800명 채워야, 8~10레벨 뚫리니까.

    대면하는 하루 열댓 명으론 부족하지.

    “어 온라인에 사주 본다는 사람 여자 많아서.”

    “와 꼬시는 건가?”

    “응 다 꼬시지, 미인 사주이신 것 같은데 그 자태 한번 뵙고 싶네요. 등등부터 시작함.”

    <유혹>

    당신은 이성을 유혹합니다. 유혹에 1포인트, 교류 성공 시, 재성운에 2포인트, 음양합일로 이뤄냈을 시 10포인트가 오릅니다. 지속적인 관계 시 2포인트씩 계속 오릅니다.

    이성운, 도화살 레벨이 높을수록 성공 확률은 증가합니다.

    성공 확률이 낮을 뿐.

    저거 하면 재성운 오르니까. 그냥 한다.

    반응 좋아, 진짜로 보실래요? 하는 분도 있긴 있어.

    “느에에에에에에.”

    “너도 미인 사주여.”

    “제 사주에 어딜 봐서요?”

    “얼굴 몸매. 됐지?”

    “무지 건성이야….”

    나는 사주강화술 때문에라도 호감 꽤 보이는 편인데 건성이라네.

    호색한, 색골의 사주라 여자를 딱히 마다한 적 없다.

    그리고 기술이 구리지 나름 유혹은 하는 건데.

    지이잉.

    음, 사주강화술이냐.

    문자메시지네.

    “음. 너 대전 같이 갈래?”

    “대전이오? 갑자기?”

    “어 마들렌 사 줄게.”

    “마들렌이 거기도 있어요?”

    “대전 유명한 거 빵밖에 없거든. 뭐 다른 빵도 맛있는데 같이 가면 사 준다.”

    “진짜요?”

    “어 먹을 수 있는 만큼 사 준다. 케익도 괜찮고.”

    “오, 오. 언제요?”

    “잠깐만.”

    문자 무지 오랜만에 쓰네.

    스마트폰은 쓰는 거 같더만 그 할배.

    이런 건 대행하는 비서 없나 싶다가.

    기업 명예회장이 사주쟁이를 비선으로 셋이나 뒀는데 알릴 일은 아닌 듯 싶고.

    구청 스마트 교육 나오셔야겠어.

    “뭐 지금 가도 되긴 하는데, 내일?”

    “당일치기 돼요?”

    “서울도 당일치기 되는데 무슨 대전 갖고. 버스나 기차로 한 시간이면 가고 기차는 막차 새벽까지 있음.”

    “아 그렇구나….”

    “너 지리 안 배웠니?”

    “어릴 때 한번 가 봤나? 처음인가? 모르겠어요.”

    “어, 아니다. 그러고 보니 호텔 뷔페 갈래?”

    “호텔 뷔페요?”

    “스테이크 존맛이야. 어, 여기.”

    한글창 내리고 노트북으로 스카이피아 앤티크 호텔. 레스토랑 리뷰 보여 줬다.

    “와 맛있어 보인다. 우와, 이거 이거 뭐예요. 디저트.”

    “나도 모르지, 아 이건 몽블랑. 밤 크림 같은 거 쌓아서 올린 케이크.”

    “왜 이런데 샌드위치가 있어요?”

    “이거 멘보샤라고 모르냐. 그 중화요리야.”

    “고기 진짜 크다.”

    “진짜 맛있어.”

    “근데 인당 19만 9천 원인데요?”

    그래도 니가 날린 조니신발 푸른띠보다 싸다.

    “어 식사 초대권 있어.”

    “빵은요?”

    “빵도 먹어.”

    “이걸 먹고요?”

    “어 이 호텔서 빵집까지 꽤 멀거든. 걸으면 다 소화될 거야. 8~9킬로 정도?”

    충분히 소화 가능할 거다.

    “그, 그렇게 걸어야 돼요?”

    “아님 뭐 배 꺼질 때까지 있든가. 두 끼 먹으면 되지.”

    “두 끼 먹으면 늦을 거 같은데.”

    “새벽 1시가 막차니까. 늦으면 그거 타. 정 늦으면 택시 타고 오지 뭐.”

    “아, 그래요. 그럼 그럴까요? 근데 대전 왜 가세요?”

    “출장.”

    “우와 출장…. 멋있다. 근데 저를요?”

    “조수라고 하지 뭐.”

    이건 왠지 내 느낌이긴 한데, 부동산 관련해서 운수가 변동이 있을 거 같다.

    원래 한 장소 비우고 출장이 잦아지고 어딘가 다니기 시작하면.

    변동 수가 있다고 보니까.

    그렇다면 혹시 모르겠지만.

    전주 본점을 맡길 인재가 필요한데 이 녀석 말곤 생각이 안 난다.

    안 그래도 지금 출장이 잦아서 인력 하나 필요하기도 하고.

    그리고 다음 날 오후 1시쯤. 전주역에서 수이를 만났다.

    “야 아직 낮엔 덥다.”

    “밤엔 추워요.”

    11월에 롱패딩은 좀 오버 같은데.

    “코트 없냐.”

    “어 짜잔.”

    “그걸 굳이 짜잔. 이라고 해야 돼?”

    “사 준 거 입었지롱.”

    좀 극과 극이네. 맨다리 롱패딩이었군. 학교 가냐.

    그래도 좀 갈아입히니 낫네.

    기차를 타고 대전에 도착하니 시간은 3시가 조금 넘었다.

    저녁에 뵙기로 했고 밥은 미리 먹을 참이니. 빵집을 갔다가.

    빵 사 들고 호텔로 가면 오후 5~6시쯤 도착하겠다 싶은데.

    서대전역에 도착하니 기사님이 또 마중 나와 계셨다.

    “도사님.”

    아이고 또 마중 나오셨어. 오늘은 조수석에 못 탈 거 같은데.

    “억, 오늘은 그냥 간댔는데요. 지하철 타고.”

    “그래도 모시고 오라고 하셔서. 그리고 저녁 약속 취소되셔서 지금 계십니다.”

    “아, 아아. 그럼 후딱 가죠. 기다리시겠네.”

    “이쪽은?”

    “어 조수 겸, 제잔데요. 오늘은 밥이나 먹일까 해서요. 회장님이 여자 친구나 데려와서 식사나 해 보라고 이런 거 주시기도 했고.”

    “예. 같이 가시죠.”

    “야 너 영혼 어디로 가출했냐.”

    수이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멍 때리고 있다.

    “아, 아니요오…. 이, 이런 분을 만나세요? 기사님이랑 다니는 분?”

    목소리도 쭉 기어 들어가고.

    호텔에 도착하니 이건 가히, 유원지 놀러 온 초등학생에.

    생에 처음 호강하는 것 같은 산골 소녀마냥 휘둥그레져서. 두리번 거리고 난리 났다.

    “수이야. 이걸로 먼저 밥 먹고 있어. 더 기다려야 되면 여기 스파도 쓰고.”

    “어, 아. 선생님.”

    스무 살 넘게 먹은 애가 무슨 미아 되는 것마냥 팔을 펭귄 파닥이듯이 하누.

    얼마 전 설양훈한테 술 선물과 함께 받은 뷔페 이용권과, 스파 이용권을 수이에게 남기고 우선 그 양반부터 보러 갔다.

    원래 밥 먹고 저녁 스케줄인데 만나고 저녁을 먹어도 될 것 같다.

    “안녕하세요.”

    설양훈은 날 보자마자 통쾌하게 웃는다.

    “하하하하하하하.”

    “왜 웃으세요?”

    “그놈이 선생한테 맞았다더군요.”

    “그걸 그새 아빠한테 이르네.”

    “잘하셨습니다.”

    그걸 잘했다고 할 거면 아빠가 좀 때리지.

    “그걸 잘했다고요?”

    “그놈이 3년간 안 보던 제 어미를 찾아갔다고 하던데. 그건 선생을 만난 후의 변화라고밖에는 여겨지지 않아서 말이지요.”

    “아 잘됐네요. 부모와 자식은 만나야죠.”

    “도대체 그 녀석에게 무슨 얘길 하신 겁니까?”

    “그건…. 그쪽이 준 복채가 아직 뜨끈하니까. 발설하진 않겠습니다.”

    “제가 더 드리면?”

    “아버지 욕인데 값을 치르시고 욕을 듣는 건 안 권하고 싶네요.”

    말은 들었던 모양이군. 그거 하나만은 반드시 하라고 했더만.

    야망을 떠나서 도리부터 해야지 사람이.

    “그래요, 각설하고 그놈 어째, 써 볼 만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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