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42화 (42/211)

#42. 거짓말쟁이에게 거짓말 폭격을

사람의 약지에서는 두 가지가 보인다.

결혼유무와 성욕의 농도.

논문이나 의학적인 것까진 모르겠지만, 언론/방송에서 하도 들은 속설이라 인용을 자주 하는데.

사주로 임상도 꽤 있어서 근거가 있다고 본다.

“싸우셨나 봐요.”

“아, 그런 건 아니고.”

“아 그런가요.”

각방? 하면서 물고 늘어지려다.

내가 먼저 접근했으니까 과도하게 캐는 건 좋지 않다.

이 사람은 기본적으로 어려운 상대다.

사주에 그렇게 적대적이니.

태어난 생년월일시를 알 리가 없을 것이고.

알려 줄 리도 없을 것이다.

이러면 소위 콜드 리딩, 누구나 다 맞는 이야기를 이놈만 맞는 듯.

속이는 짓과.

책 한 권에 허영만 화백의 ‘꼴’만 읽은 관상의 지식으로 녹여야 하니.

발릴 확률이 꽤 되어 방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긴 시간 관찰로 얻은 단서가 하나 있어 비집고 들어갈 만하다.

“제가 선생님 시위하는 목소리를 쭉 듣고 있거든요.”

“아, 예.”

“처음에는 좀 째진 목소리셨습니다. 뭐 처음 하다 보니까. 목이 쉬거나 그랬을 수 있죠.”

“아 그렇습니까?”

“근데 이렇게 시위하시는데 목소리가 점차 성량이 득음을 하셨다고나 할까. 풍부해지더라고요. 낮아지면서 발성이 울리고요.”

“그래요? 저는 모르겠는데.”

그건 모를 수 있지.

“혹시 군대 때 생각이 나십니까.”

“안 납니다.”

군대 때 생각이 안 난다고?

“…….”

빌드 업이 막혔다.

이야기가 이어져야, 논지를 펼치고 낚을 수 있는 건데.

아 이 새끼, 딜 안 박히네.

극도로 배타적인 거짓말하는 상대다.

심지어 거짓말 하는 티도 잘 안 나.

사주 보면서 가장 최악의 상대인데, 허물려면 일단 사주를 받던가.

친해져야 한다.

생각해 보니 할배들한테 욕을 듣고 난 직후라서,

적대감이 매우 높은 상태일 테니까.

적대감을 해소하는 방식 혹은 설전을 벌여 접근해서 캐내면서 단서를 하나씩 터뜨렸어야 했다.

지금도 늦은 건 아니니까. 화제를 전환했다.

별 수 없지, 나도 성경 내용 좀 아는 편이니까.

종교 논쟁을 걸어보자.

“사도 도마스 행전에 대해서 궁금한 게 있는데요.”

“예? 아, 예.”

이건 좀 받네.

종교적으로 입장이 첨예할 수 있는 사안 몇 가지를 안다.

이걸 들이밀어서 대화와 논쟁을 이끌어 내고 그 대화에서 허점을 잡을 계획이다.

“아잇 깜짝이야.”

그렇게 계산하고 말 걸고 있는데 누가 어깨를 두드린다.

“선생니임 뭐하세요.”

“아 너냐.”

“오늘은 밥 드실래요?”

수이는 이하영 황혜민을 끌고 밥 먹으러 간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식사 면회를 요청 중이다.

“아 그래 먹어 저녁 먹고 술 한잔하자고.”

“아…. 점심은요?”

어디서 남자랑 술 먹으면 안 된다는 교육을 철칙같이 받았나.

“장사해야지. 뭐, 그 옷 좀 갈아입고 나오면 사 줌.”

“안 이뻐요?”

“차라리 교복을 다시 입어….”

치마바지 스타킹은 고민이 있어 보였는데.

저놈의 티셔츠는 내가 사 주고 싶네.

이거 일부러 입고 나오나. 목 더 늘어난 거 같은데.

패션에 대한 고민은 있는데 그 방향이 왜곡된 거 같다.

“교복이요? 이제 질질 흘러내려서 못 입는데?”

거기에 대한 디테일을 알고 싶진 않고.

“밥이 아니라 옷을 사 주고 싶네.”

“옷을요?”

늘어져서 민망하게 살갗 보이는 티하며, 저 저 스타킹.

“야 너 스타킹 올 나갔다.”

“이것도 나름 이쁜데.”

“올 나간 스타킹이?”

수이의 습격에 리듬이 잠깐 깨졌는데.

1인 시위자 양반의 시선을 순간 포착했다.

수이의 다리를 흘깃하며 계속 곁눈질로 보고 있다.

어? 저거?

흠, 혹시 싶네.

스타킹 취향은 광범위하고 유구한 역사(?)가 있는 편이라.

‘아 이놈이구나.’ 하며 범위를 좁히긴 어렵다.

수이가 각선미 등 몸매 비율이 좋기도 하고.

“안 들어가세요?”

“어 먼저 들어가 있어, 이분하고 얘기 중이거든.”

“아 죄송합니다. 기다릴게요.”

그런데 수이의 등장이 호재였다.

찔러도 뭐 하나 안 나올 리액션 자린고비였는데.

꼬투리가 하나 잡힌 것이다.

수이의 다리를 보던 시선이 나랑 마주쳤거든.

정신 놓고 보더라?

내가 언제까지 보나 보자 하고 흘기고 있는데.

뒤늦게 눈치채고 체면치레하더군.

웃으면서 말했다.

“스타킹 좋아하시나 봐요.”

“예, 아, 그게. 아뇨.”

“아 그럼 허벅지를 좋아하시는 거구나.”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예 아닙니다.”

또 그러네, 이건 안 되겠다.

강압 전략이 안 먹히는 놈이지만.

지금은 꼬투리가 잡혔으니 다를지도 모르지.

태도를 바꾸고 무섭게 나가 봤다.

“아니긴 뭐가 아냐. 이 새끼야. 너 남의 여자 친구 스캔깨나 하더라?”

“예에? 아, 아, 아, 아니라니까요.”

때릴 듯이 한번 다가가니, 그제야 당황한다.

졸지에 여자 친구 만든 건 미안한데 너도 써먹었으니 함 써먹자.

“야 솔직히 말해 봐. 너 스타킹 좋아하지?”

“무슨 소립니까. 그게?”

“내 여자 친구 목 늘어난 티셔츠 좋아해서 자주 입거든. 넌지시 보면 가슴골이랑 브라가 보여.”

“에, 예에?”

“여간한 남자들이면 시선을 거기다 두게 되어 있어. 본능이거든. 와 살갗이 보일랑 말랑 하네. 하면서, 한데 거긴 눈여겨도 안 보고.”

“아, 아니 안 봤다니까요.”

“시선이 더 밑으로 쭉 가데, 배꼽 밑 하 참나. 뭔 생각을 하는지 그냥 보이던데.”

“아니, 아니, 아니. 아닙니다. 아니에요.”

대단히 당황한다.

뭐 스타킹 신은 각선미를 본 것 같지만.

배꼽 밑.

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좋지 않겠어?

상상에 좀 더 날개를 달아 주니까.

“올 나갔다는 얘기 들으니까. 아예 눈을 못 떼던데? 아 물론 내 여친이 다리가 섹시하긴 해. 근데 왜 하필 올 나갔다는 거에 그렇게 반응을 해?”

“아니 저기 선생님 그게.”

아 이 인간 당황하는 거 재밌네.

“스타킹에 취향이 있으면 내가 납득을 할게. 근데 그게 아니다? 본 게 올 나간 스타킹이 아니라 그 속의 몸이겠지. 남의 여친 배꼽 아래 허벅지 중간 거기에 관심이 있었어? 뒤지고 싶냐?”

“아니, 선생님 그게 아니라까요.”

차라리 스타킹이 취향이라고 말하고 싶어지게 몰았다.

“쟤 인제 수시 합격해서 취미로 나오는 고3이야.”

“고…. 3이오?”

“내가 여기 시위하시던 목사님이 고등학생 배꼽 아래나 헤벌쭉 쳐다보고 있었다고 신도인 분들한테 얘기나 좀 해 드릴까.”

고등학생 빼곤 전부 팩트다.

고등학생을 붙인 건, 그래야 더 쫄릴 테니까.

목회자+여고생+스타킹+배꼽아래+시선.

다 더해서 터뜨리면 호도하기 좋지.

마침 구청 앞엔 사람들이 꽤 지나다닌다.

고등학생+배꼽 아래 드립엔 사람들이 흘깃하고 지나간다.

“아니, 당신은 그럼?”

거 반격 거리 하나 찾았나 보다?

“저 스물둘입니다. 세 살 차인데요. 뭐 문제 있어요? 사랑해서 만난다는데 학생 때부터 만났는데요?”

거짓말을 그리했으면 거짓말로 받으면 된다.

누군 거짓말 못 해서 안 하나.

“아니 그게, 아 정말.”

“하 아저씨 피켓 내려놓고 따라와 봐요. 음료수나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합시다.”

“왜요?”

“아 그럼 여기서 동네사람들 여기 목사님이 내 고3 여친 무릎 위 배꼽 아래 빤히 봤대요. 소리칠까?”

누군 시위 못 해서 안 하는 줄 아나.

사주가 귀신 섬긴다는 건 뻥이지만, 이건 사실이다.

“…가시죠.”

주도권 잡았다.

일단 구청 앞에서 치우고 ㄷ자형 구청 내부의 벤치에서 자판기 음료를 하나 깠다.

“드시고 싶은 거?”

“어, 없습니다.”

“목이 쉬어라 목청 썼을 텐데 마시지.”

“괜찮습니다.”

물론 돈 써 주고 싶은 상대도 아니라, 나만 하나 까서 마셨다.

주머니에서 동전 찾는 척하면서 할 게 하나 있었거든.

“아이 아저씨, 스타킹 취향이 죄야? 뭐 그럴 수도 있지. 대화 좀 하고 친해져 좀 볼라고 다가갔는데. 왜 이렇게 죽자 사자. 철벽을 쳐 치기를.”

“저랑 왜 친해집니까?”

솔직히 별로 안 친해지고 싶긴 해.

“사실 나 여기 사주 강의 다니는 도삽니다. 거슬리긴 하지만 아저씨 하시는 말에 틀린 점 정정도 하고 왜 그러시나 대화도 좀 나눠 보면서 풀려고 나 나름대로 친한 척, 관상 보고 이야기도 좀 하려는 거였던 건데. 그걸 막 소통 자체를 거부하니까 이러죠.”

“아, 아 그랬습니까? 그건, 미안합니다.”

일단 머리 한번 조아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스타킹 좀 본 거 딱히 죄도 아니고, 솔직히 인정하세요. 내 여친이 수행 쌓은 목사님도 침 흘리며 쳐다볼 정도로 스타킹 신은 다리가 이뻤다. 이렇게 난 이런 이쁜 여친 사랑 받는 남자다. 좋게 받아 들일라니까.”

“그게….”

“내가 사과받는다고 했습니까. 회개는 십자가 가서 하시고 인정만 하시라고요. 이야기 좀 하게.”

“하아.”

“스타킹을 본 목회자는 어머 별꼴이야지만, 그 속을 탐낸 목회자는 사람 취급을 못 받을건데.”

말마따나 스타킹이 나아. 빨리 인정해.

“예, 그 봤습니다. 죄송합니다….”

“스타킹이 좋았던 거 맞지?”

“예, 그랬습니다.”

어휴 허물기 힘들었다.

사람은 언제나 한번 굽히게 만들어야 몰아가기 쉽다.

“그래요 됐어요. 그 아저씨?”

“예.”

“요새 성욕은 넘치는데 정력은 떨어지지 않아?”

“예에?”

“아이 뭐야 아저씨 스타킹 좋아하잖아. 앉아 봐.”

나도 이런 철판 깐 캐릭터 연기하기 힘든데.

저 인간이 더 당황해서.

티가 안 난다.

“나 사주랑 관상 보는 거 좋아해서 아저씨 사주 좀 맞추려고 이러거든. 못 맞추면 괜히 찝찝해. 목회자 사주 되게 궁금하단 말야. 표본이 많이 없어.”

“그렇습니까?”

“아저씨 교회에 잘못한 거 있지?”

“뭘 잘못을.”

“원래 말야. 아저씨 같은 사람을 변태라고 해. 기본적으로.”

“예에?”

과장되게 부정하는데.

목사에 변태 붙이면 매우 평판이 좋지 않긴 하지.

“그 심혈관 기능은 그럭저럭인데 고환 기능이 되게 좋게 난 사람들이 있어, 고환 기능이 좋아서 정액을 엄청나게 만들어 내는데 제때제때 막 언제 어디서나, 두 번 하나, 세 번 하나 잘 서진 않는 거야.”

“어, 그게…. 그렇군요.”

“서는 기능에는 자극이 중요하거든 그러다 보니까. 정욕이 넘치니까. 해소하고 싶어서 자극에 몰두를 해요. 그래서 변태야.”

“일리가 있네요.”

“아저씨는 그 먹히는 자극이란 게 스타킹인 거고. 맞아? 틀려?”

심혈관, 고환 둘 다 좋으면.

자극이 아주 필요하진 않다.

이 경우는 여자라면 다 좋아하는 호색한, 색골이 되는 편.

취향? 여자면 됌. 인 사람들이다.

“이, 이런 이야기를….”

“내가 이런 말 하기는 뭐한데 아저씨 얼굴이 재미는 없어 보이는데 이목구비는 괜찮거든. 이게 교회는 여자들이 많다 보니까. 아저씨 같은 얼굴도 경쟁력이 충분히 있어. 결혼을 빨리 했을 거야.”

“그건 그랬습니다.”

결혼들을 안 하는 풍조에.

그나마 종교가 결혼을 견인하는 면모가 있다.

요즘은 일찍 좀 결혼했다 싶으면 신앙인이 많더라고.

“근데 지금 아저씨. 아까 말했듯이 목소리나 반지 빼 놓는 거나 이런 거에서 충분한 성욕 해소가 없는 거 같어. 부인이랑 소원해 지금.”

“아아.”

“맞아 아니야?”

“예, 허…. 사주라고 했나요. 사특하긴 하네요.”

사특하다고 표현하는 건 신선하네.

“나 지금 사주 안 받았는데? 사주는 생년월일시야. 말 안 해 줬잖아.”

“…아.”

“됐고, 이게 같은 종교에서 결혼을 했을 거니까. 생육을 의무처럼 지고 있는 여성이 무조건 부부 관계를 거부하고 그러지 않기 쉽지 않거든.”

“그렇지요.”

“그러니까. 교회 내 다른 여자랑 내연 관계, 같은 거 터졌었지?”

“……!”

표정으로 말하는 건 알겠지만, 입으로 들어야겠다.

“대답 안 할 거? 여고생 배꼽 아래….”

“그, 그걸 어떻게. 아는 거죠?”

“안 그러면 아저씨, 본인이 생각해도 이거 구청 강의 트집 잡으면서 1인 시위하는 거 어이없잖아 근데 이런 거라도 해서 잘 보여야 할 사람들이 생겼다. 이거란 말야. 어디겠어. 교회에 신도들에 잘 보여야지. 안 그럼 십계명부터 어겼는데, 목회자 하겠어?”

“꼭 그렇진 않아요. 아닙니다. 그게 저.”

“그리고 취향상 스타킹 순순히 입어 주고 찢게 해 주는 여자랑 놀아났을 거야. 아마 그런 취향을 찾기 힘들었다면 그렇게 좀 어린애들을 길들였던가. 청년부.”

여기서부턴 혹시나 싶어 짚어 말하는 부분이다.

보기 드문 젊은 목회자, 스타킹 변태.

교집합에서 떠오르는 인물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안 그래도 경악한 표정이 공포로 바뀐다.

“맞냐고? 맞으면 대답 좀 하소?”

“아,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맞네. 아저씨 아까 내 여친 고3이라고 하니까. 되게 흔들리더라고. 고3이라니까. 넌 나이 몇이냐고 의기양양하게 반격도 하고.”

“그게, 아니 그게 정말 아닙니다. 어떻게 그렇게 됩니까. 말도 안 되죠.”

“휴대폰에 스타킹 사진이 증명해 줄걸.”

“그런 거, 없습니다.”

“없어? 정말 클라우드에까지?”

“없다니까.”

“동네 사람들 이 아저씨 핸드폰에. 솔직히 말 안 하면 다 얘기한다? 공개하라고 시위한다.”

“너, 너.”

이제 반말하네.

아무래도 발끈하는 게 내가 아는 스타킹에 미친 그놈인 듯 싶다.

“말했잖아. 솔직히 얘기하라고 난 이해해. 그거 뭐 목회자라서 숨기고 싶은 거지, 가질 수도 품을 수도 있는 마음이야. 바람도 뭐 이제 나라에서 죄 아니라는데 상관없잖아. 난 그냥 그 거짓말 하는 게 그냥 싫어. 그래서 이래.”

“지울 테니까. 말하지 마.”

“아 지울 거야?”

“그래!”

“그 민짜면 꼭 지워. 뭔 일 날라고 그런 걸 갖고 있어. 사주로 보니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야.”

“정말 사특하시네.”

“자 여기까지.”

띠링.

일부러 다 들리라고 대놓고 앞에서 껐다.

“뭐, 뭡니까?”

“뭐긴 녹음이지, 미성년자. 스타킹. 불륜. 배꼽 아래. 여기에 목회자 더하면?”

“내놔!”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고 나한테 달려들려 한다.

공공의 장소에서 그럼 쓰나.

그것도 남의 휴대폰을.

“구청 사람드으으으을! 여기 목회자가 사람 패려고 한다아아아아. 미성년자. 배꼽 아래에.”

수업하던 강의실까지 들리던 목청을 그대로 돌려줬다.

그러자 치켜든 주먹을 낮춘다.

나도 좀 상스런 소리 해서 사람들이 쳐다보고 그랬지만.

뭐 대수인가.

메이저 종교의 목회자는 스타킹만 붙여도 이상하지만.

미신 학문 사주팔자는 별로 쪽팔릴 거 없다. 이미 미신 붙었는데.

“이, 이. 너, 너 이새끼.”

“목회자가 욕한다아아아.”

“큭.”

지금 보니 사주가 처맞기만 하는 밑바닥이어도.

밑바닥이니 할 수 있는 게 있다.

“앞으로 다신 여기 오지 마. 알았지? 꺼져. 보이면 여기저기 다 이른다?”

“으, 으, 으아아아아.”

저놈은 돌아서서 가는 와중에도 괴성을 한번 지르는데.

뒤에다 대고 한마디 더했다.

“공무원들 일하시는 데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좀 닥쳐.”

노려보지도 못하고 가는 뒷모습이었지만.

뒤돌아 볼 때 더 열 받으라고 오스틴 아저씨한테 배운 쌍퍽큐를 들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켕기는 놈이 더 앞장서서 난장을 피우는 법이다.

* * *

구청으로 돌아가려는데 수이가 대기하고 있다.

“선생님, 제가 선생님 여자 친구라고요?”

“어, 혹시 미행?”

“네~에. 다 들었습니다.”

하긴 뭐 난동을 피우긴 했지 가까운데에서.

“그 소녀보살네 찾아 갔을 때부터 애인이었는데 뭐 새삼.”

“전혀 애인을 대하는 태도답지가 않은데요?”

“그런 태도를 바란다면, 아마 네 옷고름부터 풀려고 할 거 같은데.”

“어 뭐…야. 미쳤나 봐.”

“그리 되면 갈아입힐 권한은 얻을 수도 있겠네. 재미있겠다.”

“그걸 그렇게 덤덤하게 말해요? 진심이 안 느껴지잖아.”

진심으로 변태스러우면 그건 그거 나름 문제 아닌가.

“듣지 않았냐. 너 예쁘단 소리만 몇 번을 했을 건데.”

“어, 어. 진심?”

원래 없을 때 하는 칭찬이 진짜배기다.

다만 그런 얘긴 스킵.

“그래 뭐 오늘은 점심 먹자.”

“아 정말요?”

“끝나고 옷이나 보러 가자. 티 하나 사 줄게.”

그래도 시의적절하게 나타나 줘서 다행이었고 고마우니.

옷 하나 사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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