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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역술인이 되었다-38화 (38/211)
  • #38. 책팔이의 분노

    저 1인 시위자와, 공덕녀분들을 저울에 둔다면.

    공덕녀들이 낫다.

    이분들은 그 용화 뭐시기한테 떼어 놓기만 하면 내 주거운을 7레벨은 기본이고.

    8레벨 가깝게 만들어 놓을 나름의 귀인들인데.

    저 양반은 내 비정규직 6개월 강사 퀘스트에 방해꾼일 뿐이다.

    “그 혜민 씨?”

    “네?”

    “저 남자 관상 한번 보실 수 있으세요?”

    “안 가르쳐 주셨잖아요?”

    “그래도 어떤 남자인 거 같으세요?”

    “시끄러운 남자요?”

    스무 살에 산전수전 다 겪은 팔자인 사람인데.

    통찰력이 영.

    이분은 정말 그놈의 용화미륵한테 세뇌되어 몸만 이용당하는 그런 처지인 분 같다.

    “하영 씨는요?”

    “욕구불만이 있으신 거 같네요.”

    오?

    확실히 수족냉증, 이하영 씨가 수준은 높다.

    “그건 어떻게 보셨나요.”

    “남자의 양기와 카르마가 해소되지 않고 왜곡되면 저래요. 열광적인 활동에 몰두하고 큰소리를 치며. 난폭해져요. 지금도 몹시 난폭하네요.”

    “공덕을 줘서 중화할 수 있나요?”

    “물론이죠. 과중한 양기를 중화시키면 온순해지겠죠.”

    아주 당연한 음양론이긴 한데. 그래도 알고는 있군.

    우선 밥을 먹으러 갔다.

    당장 구청 앞 저 인간 치우고 싶은데.

    이분들을 활용해서 구청 앞 종교 전쟁을 벌이느냐.

    아니면 내가 어떻게든 들이밀면서 약점 파서 조지느냐.

    정도를 고민하다.

    생각이 마뜩잖을 때는 밥이 들어가는 게 낫다 싶다.

    메뉴는 무난하게 돈까스 정도.

    “밥 더 달라 그럴까요?”

    이 두 분은 살집이라는 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날씬한 편이라.

    별로 안 먹을 줄 알았는데.

    잘 먹는다.

    그 귀부인처럼 잘 먹는다가 아니라. 걸신들린 듯이 잘 먹는다.

    특히 혜민씨 엄청 잘 먹네.

    “아 그래도 돼요?”

    황혜민 씨는 반색한다.

    용화미륵 거기는 뭐 밥도 안 준다냐.

    이게 뭐 관리해서 마른 게 아니라 못 먹어서 말랐나.

    그런데 그 질문 뒤 이하영 씨의 눈치를 싹 본다.

    “근데 뭐 때문에 저희한테 밥을 사 주고 그러시죠?”

    “할 말이 있으니까요.”

    “어떤?”

    “안 돌리고 말할게요. 구청 근처에선 전도하지 마세요. 벌써 말 나와요.”

    “흐응.”

    분위기가 쎄 해지자, 황혜민은 눈치 보며 밥숟갈을 놓는다.

    반면 이하영은 옆머리를 슬슬 꼬면서 한참을 날 쳐다보다 말했다.

    “그래요. 알았어요.”

    “…아, 네. 예.”

    마땅히 반발 나올 거라 지레짐작하고.

    설득하거나 몰아갈 거리 한창 생각하고 있는데.

    너무 순순히 고개 끄덕여서 뻘줌해졌다.

    “공사 구분은 해야죠.”

    그게 되는 분들이었군요. 우와.

    의외로 대화가 되는 사람들일지도 몰라서 궁금했던 걸 물었다.

    “여기 강의는 근데 왜 나오시는 거예요?”

    “사주랑 관상 그냥 가르쳐 주는 곳이 여기뿐이라서요.”

    “아아.”

    걱정을 사서 하는 스타일이라.

    뭔 일이 닥치면 거의 모든 일에 대응법을 상상하곤 한다.

    용화미륵인가 뭔가가 날 조지라고 했다거나.

    구청 사람들을 공덕 줘서 세뇌시켜 오라고 했다거나.

    하는 상상을 좀 했다만.

    의외로 정말 배우고 싶다는 순수한 목적이었나?

    “거기선 안 가르쳐 주긴 하겠네요.”

    전도를 위해서는 사주 관상을 가르쳐 줘서 사람들 현혹시키는 게 좋다고 보는데.

    그것도 어느 정도 교세가 있을 때 이야기고.

    내가 교주라면 안 알려 준다.

    정보와 지식이 쌓이면 ‘아 이런 식으로 우릴 속였구나.’ 라고.

    신도들이 의구심을 갖지 않겠는가.

    가만, 근데 그러면 왜 여기로 사주를 배우라고 보냈을까?

    단독으로 배우려고 온다는 건 말이 안 되는데.

    “다른 걸 가르쳐 주시죠.”

    “그럼 그 다른 걸 배우시지 왜.”

    “용화미륵 님께서 그 수업에 가서 세상의 헛된 사주 관상 따위를 뛰어넘는 힘을 보여 주라 하셨거든요.”

    “아 사주를 뛰어넘는 힘이오?”

    “궁금하세요?”

    “들어는 보고 싶네요.”

    원래는 1도 궁금하지 않다.

    그런 목적으로 온 수업에서 말하는 족족 발리고 있고.

    근데 사주강화술도 나름 사주를 뛰어넘는 힘 아닌가.

    뭔지 들어나 보자.

    이하영은 가지고 다니는 가방에서 당당하게 책 한 권을 꺼낸다.

    “이거 한 권 읽으시면 돼요.”

    용화미륵천부경.

    정가 30만 2300원.

    “…….”

    아.

    책팔이였구나.

    신세는 나랑 같네.

    대화해 보고 이분들이 이 강의가 열리는 대의에 공감한다면

    이분들을 사주해 구청 앞 종교 전쟁을 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둘 다 내쫓는 게 좋을 것 같다.

    다른 건 참아 줄 만한데, 책을 이 단가에 파는 건 못 참겠다.

    이거 종이도 몇 년 묵히면 변색될 만화책에 쓰는 용지 같고.

    마케팅 비용이 1도 안 들었을 테니.

    제작비, 유통, 마케팅 다 빼고 저자 천용화 씨.

    인세가 권당 30만 원이라는 얘기 아니냐.

    30만 원짜리 책이라 열 권만 팔아도 300만 원.

    역술인의 정체성뿐 아니라 작가의 정체성까지 저자를 조지고 싶어진다.

    “아 잠시만요.”

    이하영은 휴대폰 연락이 왔다.

    연락을 받는 사이 황혜민을 슬쩍 보고는.

    그냥 나가서 통화를 한다.

    6세대 은하폰이네 저게 출시된 지가 언제야.

    그리고 이하영과 황혜민이 최초로 분리됐다.

    어, 이건 기회 같은데?

    이 사람들을 무너뜨려서 탈출시키고 역으로 세뇌하려면.

    분리시켜서 각개 격파하는 게 상책이었으나.

    자꾸 둘이 몰려 다녀서 그럴 엄두조차 못 냈었다.

    “그 밥을 원래 그렇게 많이 드세요?”

    “아뇨, 입 짧아요.”

    두 공기째인데.

    아무리 일식 스타일 돈까스가 밥 양을 조금 준다 해도 좀 많이 먹는다.

    두툼한 돈까스 두 덩어리만 먹어도 여자들 벅차 하던데.

    “근데요. 이거 밥에 뿌린 거 뭐예요?”

    “어 저도 잘 모르겠는데. 저기 혹시 샐러드도 좀 더 주실 수 있나요? 소스도 좀 아 새우튀김 2피스랑 사이다 하나 추가요. 밥에 뿌리는 것도 좀 많이 주세요.”

    밑반찬 너무 많이 달라 하는 거 같아서 민폐 될까.

    주문도 추가로 했다. 음료수 팔아 주면 얼추 메우겠지.

    더 먹을 거 같기도 하고.

    “더 드시려고요?”

    “부족한 거 같아서요. 안 드시면 제가 먹고.”

    “괜찮은데. 감사합니다.”

    “그 왜 두 분이 매일같이 다녀요?”

    이 둘은 붙어 다니지만 친해 보이진 않는다.

    당연하지만 독재 사회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2인 상호 감시로.

    한 명이 돌출 행동을 할 여지를 차단한다.

    만약 그런 경우가 있다면 다른 한 사람이 연대로 책임을 지는 형태.

    “뭐 문제라도 있나요?”

    문제가 있나요? 면 부정적, 신경질적인 반응.

    문제가 있는 거다.

    “궁합이 되게 안 좋아서요.”

    2인 상호 감시면 잘잘못을 서로가 감싸 주는 식으로 친분이 생성되면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을 듯싶다.

    특히, 일전 사주를 받아 비교해 보니.

    이 둘은 가히 최악의 궁합이다.

    누군가의 돌발 행동으로 문제가 생기면 연대로 피해를 입는데.

    그 연대로 입은 피해로 인해 서로를 원망하고 있을 가능성을 매우 높이 본다.

    마치, 궁합이 이러니까. 이것들이 의기투합하지는 않을 거 같다.

    이걸 미리 예견하고 조를 짜 준 느낌?

    “아니오. 세상의 궁합 같은 말 믿지 말라고 하셨어요.”

    정작 너희 조는 나름 궁합을 고려하고 짠 것 같은데.

    “그때 제 사주는 믿겨지지 않았나요?”

    “거짓말이래요.”

    “진짜 거짓말이에요?”

    “네 거짓말쟁이세요.”

    “그럼 공덕이라는 게 남자와 어떻게 하는 건데요?”

    “어, 어 그냥 제사 지내는 거예요. 같이. 깨끗이 씻고. 어.”

    그쪽이 오히려 더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듯한데.

    그사이 추가 주문한 밑반찬들이 더 나왔는데.

    황혜민은 살짝 상큼하다고 해야 하는 드레싱? 을 유독 샐러드에 많이 뿌린다.

    약간 초 맛이 나던데.

    “씻고 뭐요?”

    “몰라요. 궁금하시면 해 보세요. 다들 좋대요.”

    모르쇠로 굴며 배시시 웃는데, 여우가 따로 없네.

    나는 이 황혜민을 경찰청 앞 시위하시는 부모들이 찾는 딸.

    황혜민으로 생각하고 있다.

    얼굴이 조금 다르지만 성형 시술의 흔적과 성장을 했으니 그럴 수 있다.

    동명이인으로 생각하기에는 두 명이 너무 흡사한 인생을 살고 있지 않나?

    확률이 너무 희박하다.

    김이박혜민이면 혹시 몰라 싶겠지만 아니다.

    그러면 그 시점부터 성명학도 믿고 좀 파겠다.

    “새우도 하나 드세요.”

    “네에 안 드세요?”

    “이하영 씨 거니까.”

    그거 뭐 이하영 씨 들어오면 주고 아니면 양보해야지.

    꽤 길게 안 들어오네.

    그나저나 황혜민 씨의 먹는 양이 범상치가 않다.

    여자들이 그 미친 듯이 먹을 게 땡기는 주간이 호르몬으로 인해 있다는 이야기는 듣긴 했고.

    그걸 사주감평에도 써먹는데.

    호르몬이 주기가 다 찬 상태인 건가.

    아니면…?

    “그 산뜻한 거 드시고 싶지 않아요? 체리나, 뭐 요즘은 없지만 딸기. 귤도 슬슬 나올 때 됐고.”

    “오 맛있겠어요. 안 그래도 먹고 싶더라고요.”

    소녀보살은 지금은 신기 빠져서 무당 간판 달고 역술인이 되었지만.

    어른 되기 전에는 분명 용한 무당으로.

    소녀보살의 7년여 전의 신점에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안 그러면 돈 그렇게 못 번다.

    사람들이 바본가. 안 들어맞는 무당한테 돈 가져다 바치게.

    고로 그녀의 예언이 귓가에 맴돈다.

    “요즘 배 좀 나오시지 않았어요?”

    “어, 네 좀 불룩한 거 같기도 해요.”

    이거 되게 조심스럽게 말했는데 별거 아닌 양 받네.

    체형 지적을 받으면 불쾌하다가 프로그래밍이 안 되어 있나.

    하긴 뭐 그게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으면 영업을 못 하지.

    온갖 욕을 다 받고 살 텐데.

    “이전보다 더요?”

    “이전…을 말씀하시면 잘 모르겠는데요. 보실래요?”

    “보여 주시려고요?”

    “궁금해하시는 거 같네요. 자꾸?”

    “네 궁금한데요.”

    “어머. 그거?”

    “제사만 안 지내면.”

    “공덕 없이는 잘 안 하는데요. 제 배가 그렇게 보고 싶어요?”

    에라, 모르겠다. 직장 아니니까 내지르자.

    “생리 안 하신 지 좀 되지 않았습니까?”

    “네? 어, 네.”

    너무 순순히 대답하는 거 아뇨.

    강사와 강의 듣는 학생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져서.

    나는 나름 신중하게 접근했는데 그런 보람(?)은 좀 없이.

    거리낌 없다.

    “근데 그걸, 어떻게 알아요?”

    “방금 전 무시한 사주로요.”

    “뭐 문제 있어요?”

    “얼마 전, 한 몇 주, 며칠 전 쯤엔 좀 오래 밥을 못 드신 거 같은데요. 요즘은 다시 막 들어가죠? 막 계속 욱 하면서 구역질 하셨고.”

    “네. 와 이런 건 대체 어떻게 맞춰요? 천부경도 안 읽으시고.”

    응?

    아니 그럼 이게 뭔 뜻인지 알아야 하지 않아?

    입덧 몰라요?

    그거 드라마에 단골로 나오는 ‘이 결혼 반대’ 의 상황을. 진흙탕 속으로 끌고 가는 최고의 소재이자 신호 아닌가.

    “그 TV 안 봐요?”

    “없어요. 천부경 공부해야 돼요.”

    그놈의 용화미륵천부경은 얼마나 불쏘시개길래.

    TV도 안 보고 공부한 학생이 마음의 눈 드립이나 치고 있냐.

    그리고 나름 애 엄마가 데리고 다니는데 애 엄마는 눈치를 못 챘어?

    “이하영 씨가 뭐라고 안 해요?”

    “교무님이랑은 별말 안 해요.”

    직책이 교무인가 보군. 이쪽은 평신도고.

    “4개월 정도 된 거 같아요.”

    “뭐가요?”

    “무슨 말인지, 알게 되면 귀띔이라도 해 주세요.”

    그 때 황혜민의 휴대폰이 부르르 떨었다.

    이 친구도 휴대폰이 낡았다.

    이분이 지닌 폰은 6세대 사과폰. 마찬가지로 상당히 낡았다.

    “네 교무님, 아. 아? 네? 네. 알겠습니다. 저, 저, 저 먼저 일어날게요. 잘 먹었습니다.”

    황혜민은 황급히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새우는 대가리까지 다 먹네.

    “엥, 저기요. 가방.”

    너무 후딱 나가서 말릴 새도 없어 가방만 덩그러니 남는다.

    나 저 사람들 연락처도 모르는데 다음 강의는 다음 주고.

    경찰서는 멀고, 구청에다 가져다 줄 겸 들고 가는데.

    지퍼가 쫙 열리더니 물건 와장창 떨어진다.

    “아놔. 귀찮게.”

    다른 건 몰라도 지퍼가 알아서 헐거워지는 가방이면 좀 사라.

    책 30만 원에 파는데 인센티브 한 푼도 안 떨어지나.

    인센티브는 떨어지니까 그래도 팔러 다닐 거 아냐.

    할배할매들 조심시키긴 해야겠다.

    근데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진 게 별 게 없다.

    용화미륵천부경. 자그마치 30만 원짜리 책. 2권.

    판매용이지 하나는?

    이러니 무겁지.

    이어, 아기를 안고 있는 이하영 씨 사진.

    “…….”

    이하영 씨 가방이었나 보네.

    지갑이나 신분증 같은 건 일절 없다.

    돈이 있어 보이는 행색도 아니었으니까. 이해는 간다.

    몇몇 푼돈 동전.

    그리고, 마이크로 SD카드.

    돈도 지갑도 신분증도 없는데 이걸 여기다 왜 보관해 두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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