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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역술인이 되었다-24화 (24/211)

#24. 주거, 부동산 운을 올리는 희한한 수단

신력으로 운명을 판단한다면 거짓말은 안 할 셈이다.

그 거짓말을 간파할 테니까.

다만 신력으로 봤다고는 판단이 어려운 게.

수이의 행색이…….

목 늘어난 티셔츠 입고 애인 만나는 여자가 있으려나.

편하니 입겠지만 이걸 또 입고 외출을 했어.

굳이 목 늘어난 티셔츠로 가슴골을 좀 부각시키는 목적이라면 가능은 하겠는데.

그러려면 그런 용도로 나오는 다른 브이넥 같은 게 있지 않나.

근데 우리가 무슨 관계라고 설명해야 하지?

싶던 찰나.

수이가 번뜩 나선다.

“아뇨. 애인인데요!?”

뭐야 미친.

순간 당황했다.

수이는 이 신당을 들이받을 생각인 모양이다.

소녀보살의 강연이 실력은 인정하지만.

무척 고까웠던 모양인데.

그 혼났다는 애가 얜가 봐.

짧은 찰나 고심하며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수습하지 싶었는데.

그래도 같이 왔으니 결국 원팀.

똥볼 같지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같이 살아요. 여기 방 얻었고.”

일단 한술 더 뜨고.

수이의 복장을 물고 늘어지지 못하게 할 만한 발언까지 넣었다.

나나 수이의 패션으로 짐작하지 못하게끔.

나 같으면 어느 데이트 중인 연인이 복장이 이러냐면서 물어뜯은 다음, 연인치고 거리감 있는 모습을 지적했을 것이다.

최대한 빠르게 표정 수습을 했지만 내가 당황하는 낌새도 노출됐을 거고.

“같이, 사신다고요?”

소녀보살의 신딸은 갸우뚱하며 묻는다.

신기로 본다면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겠지.

나처럼 관찰력으로 짐작해 말한 거면 당황하겠고.

표정 하나는 포커페이스라 관찰력인지, 신력인지는 알 수 없다만.

이미 뻥을 거하게 쳤으니.

수이 인마는 지가 먼저 질러 놓고.

응 전 아닌데요. 식으로 전선 앞에 발렛파킹하고 빠지지만 않으면야.

뻥으로 우길 셈이다.

수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쳐다보는데 별로 당황하지도 않고.

“네에, 결혼해요.”

얜 몇 술을 더 뜨네.

합이 잘 맞아서 쳐다봤더니, 빙긋 웃는다.

아까까지 무섭다던 애 맞나.

애인 아니시지요, 에 급발진을 하냐 왜.

발끈하던 버릇은 그대로인 거 같긴 한데.

“안 무서워?”

“오빠가 있으니까. 괜찮아.”

팔을 아예 잡아끄는데, 뭐. 자연스러우니까. 봐준다.

끼는 있는데 드러내지 못하는 사주였던 걸로 기억한다.

몰입력이나 연기력이 좋아서 상황극을 조성하면 재밌을 친구다.

“두 분의 모습이 데이트하는 연인으로는 보이지가 않습니다만.”

“동거한 지 좀 됐거든요. 그냥 슬리퍼 질질 끌고 다녀요.”

사실 나도 예의상 그렇게 안 하다 뿐이지.

신력으로 사주 보나, 공부로 사주 보나 시험해 보고 싶다.

그러기엔 거짓말로 밀고 들어가는 게 가장 효과 있는 방법이고.

“아, 네 그러셨군요. 후우. 제가 부족했습니다. 그러면 어디 사주를 한번 줘 보시겠습니까.”

여기서 실망했다.

찍기를 잘하는 감이 있는 역술인이지, 무당이 아니다.

아니 사실 우리의 행색에서 수상함을 느꼈을 테니 찍어도 됐을 텐데.

찍기도 좀 모자라다.

둘이 서로 합을 맞추지도 않은 거짓말을 하면 말이나 행동이 안 맞는 게 보이지 않을까.

“아, 저는 괜찮습니다. 사실 잘 안 믿어서요. 제 여자친구가 너무 좋아해서 그냥 같이 왔어요.”

“예. 오빠가 너무 싫어하는데 억지로 끌고 왔어요.”

옆에서 수이의 사주를 풀어 주는 걸 듣고 있자니 참견이 하고 싶었지만.

사주 풀이는 꽤 제대로다.

근데 이 정도 업장에 신딸까지 두고 월급 주면서 일하려면.

1인 사주 3~40만 원은 받아야겠는데.

그 정도로 돈을 안 받으면

사주를 인스턴트하게 5분 10분씩 보고 다음 사람.

하는 정도에, 신딸한텐 숙식 제공한답시고 최저시급을 안 쳐주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주로 대화하다 보면 한 시간 금방이라. 시급이 좋진 않은데.

돈이 많다……라.

“여기 선생님 굿이나 이런 것도 하시나요?”

“예, 받들고 계십니다.”

신딸이 그냥 신기가 약해서 사주를 가르친 것일 수도 있겠지마는.

소녀보살까지 신기가 없는데 굿이나 하고.

작두 기술로 돈을 받는다면, 기망의 느낌이 심하다.

그게 심지어 한두 푼이 아닐진대.

“궁합을 주로 보러 오시는데, 궁합은 안 보시는 겁니까?”

그 와중에 궁합까지 영업 제대로 하시네.

커플인 척 위장해서 왔는데 궁합을 아예 안 보면 그것도 이상해서, 사주 줬다.

“그 생일만 드려도 되는 거죠?”

“시간을 모르시는 겁니까?”

“네 뭐, 잘 안 봐서요. 근데 이 친구는 자주 보러 다니는데 생일만 봐도 궁합은 봐 준다는 분이 계셔서.”

끝까지 모른 척 연기했다.

옆에서 수이가 계속 좀 티 나게 여자친구 흉내를 낸다.

같이 살 정도로 볼 장 다 볼 사이면 저렇게까지는 안 할 거 같은데 말이지.

너무 푹 빠진 연기라 어색하다.

그렇게 소녀보살의 신딸에게 사주 보고 나오니 수이가 후기를 말한다.

“신점 아니죠?”

“예, 누가 봐도 공부한 사주로 봐 주네요.”

“와, 근데 선생님 진짜, 그, 그.”

“장단 잘 맞췄다?”

“네. 진짜 딱 맞게. 뻔뻔하게 잘하셨어요.”

“뭐 근데 거기서 얘가 미쳤나. 할 수도 없고. 신당이 신을 모셨다고 광고를 했으면 그런 거짓말은 간파했어야죠. 사주가 아니라 신점을 보러 온 사람들한테 그러면 기망인데. 잘했습니다.”

“아, 잘한 거예요?”

“오늘 그 강연 가서 소녀보살한테 혼났죠?”

“예, 으. 휴대폰 좀 잠깐 봤더니 소리를 막.”

“그럼 뭐 복수해 줘야지.”

강의 듣는 사람이면 서비스를 받는 사람인데, 소리를 지르고 난리.

“근데요, 우리가 같이 자기들만의 공간에서 있을 궁합이라네요?”

“뭐 편인 심해서 집에서만 있는 사람들이면 가능한 거 맞죠. 그런 분이랑 만났던 적도 있고.”

“만났었어요? 진짜로? 그 사주 선생님 거잖아요.”

그게 여복이 적지 없는 사주는 아닌데. 모솔로 자꾸 몰아가네.

안 그래도 재성운 올라서 강화술로 여자운 4레벨 찍을 참이었구만.

“아, 설정을 착각했네. 모솔 맞아요.”

“그쵸오?”

옜다 약점. 놀리려면 놀려라.

나한테만 일방적으로 처맞고 토라지길래.

물어뜯을 거리 하나 던져 줘서 수습했다.

물어뜯게 놔두고 뭐 그분이랑 찍었던 사진 같은 거 슬쩍 보게끔 놔두면.

나중에 입틀막 하고 민망해하겠지.

그게 훨 재밌다.

* * *

2회차 강연이 끝나고 내 강연이 다음 주로 다가왔다.

긴장은 딱히 안 한다.

강연 경험은 이미 있고 수업 경험도 몇 번 있다.

그러다 보니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수업 시연 계획서를 이미 다 써서 구상은 해 두었다.

‘수업과 강의는 한 시간의 이야기다.’

이런 신념이 있어서 극과 대본을 쓰듯이 시나리오처럼 적어 두었다.

그리고 2강이 끝난 다음 날 저녁, 김연주의 방문이 있었다.

“강의하던 보살님한테 들었거든?”

“아, 뭘요?”

도발적인 발언과 함께.

“그분이 나 관둬도 잘된다던데? 그리고 지금 남친이랑 결혼하면.”

김연주의 말을 끊었다.

여기서 듣고만 있으면 나는 거짓말쟁이로 몰린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남편도 단명한다.”

“어…….”

보통은 남자가 본능적으로 생존을 쫓아 집을 나가든가.

그냥 애초에 기력이 약한 남자가 들어오겠지만.

딴 데서 사주 보고 와서 따지는 거 하루 이틀인가.

사주란 데이터는 누구에게나 같고 읽는 방식도 큰 틀에서 유사하다.

다만 그 사주 데이터를 읽는 사주쟁이들이 분석 후 내리는 결론이 다른 경우가 있다.

공무원 옷이 안 맞는 핏이니, 관두면 잘된다고는 나도 말할 수 있다.

위를 거스르는 사주니까.

아마 다른 적성에서 성공하면 공무원 따위는 생각도 안 날 정도로 행복하겠지.

근데 그래서 성공하냐고.

“단명 안 해요. 설사 단명한다 쳐도 무슨 요절 같은 거 안 합니다. 늘그막에 여자가 남자보다 오래 사니까, 늙어서 독수공방하는 정도에 불과해요. 그게 정 문제면 연하를 만나면 되는 거고.”

“그런 거야?”

“본인이 이미 본능적으로 알아요. 연하를 만나야 오래 가겠다고. 그리고 당연히 고생하지. 스물아홉보다 연하면 직장이 제대로 있어 모은 재산이 있어. 남편 자리 잡을 때까지 한참 고생하지.”

이 얘길 내가 또 해야 하나.

단명이 말이 그렇지 쉽나.

나도 단명 드립을 친 적이 있지만 그건 거짓 선동이고.

의학이 발달한 시대에 요절할 사주란 건 잘 들어맞지 않는 사주다.

물론 현대에도 요절할 사주가 정말 요절하는 경우 봤다. 있다.

다만 요절할 사주인데 나이 풍성하게 드시고 잘만 사는 경우를 더 많이 봤다.

그럼 요절 사주가 아니잖아. 요절 위험성이 있는 사주지.

그건 사주보다 가족의 가족력이 더 잘 들어맞는다.

“사표 내려고.”

“그 얘길 저한테 하는 이유라면? 마지막으로 근거 있게 말려 달라?”

“응.”

“내세요.”

“복채는 줄게.”

“뭐 것도 좋지만. 사표요.”

말릴 줄 알았는지 놀란다.

“정말이야?”

“저는 위를 거스르는 사주는 공무원 하기 힘들다고 지금까지 말해 왔고, 그 제 사견이 들어맞는 거니까.”

이미 어디선가 더 좋은 희망찬 말을 잔뜩 듣고 와서 설득이 안 된다.

물론 내 인생 아니니 상관없다.

잘되어서 나더러 돌팔이네 사이비네 하며 비난할 확률이 한 30퍼 되는데.

망해서 후회할 확률이 70이다.

그리고 내가 초 쳐서 망했다고 말할 확률도 꽤 높다.

고로 망할 때 본인이나 성찰하게끔 말이나 잘해야겠다.

“거기가 잘못 보는 거 아닐까?”

좋은 말만 할 때는 그 말속에 독이 있는 것인데, 그걸 이제 의심하네.

“제일 세 비싼 한옥마을에 가건물이나 길바닥도 아니고 아예 업장에 직원을 두고 일하더만요. 돈을 훨씬 많이 번다는 이야기죠. 그러면 그분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입니다. 저도 그 말씀의 근거를 알겠고, 공감합니다.”

“용하시더라고.”

“그래도 한마디만 더 합니다.”

“뭘?”

“그냥 다니라고요.”

“아냐 못 버티겠어. 정말. 육아휴직을 해? 말이 쉽지. 어느 세월에 결혼을 해. 그 어린애들이 누가 결혼을 해.”

물론 현실로 보면 그 말도 맞다.

내 대책이란 것도 내가 구체적으로 말만 안 했다 뿐이지, 속도위반을 전제로 급조된 것이고.

일반적으로 속도위반 결혼은 쉽게 생각하고 결정할 일도 아니며.

일의 성사도 하늘에 달려 있다.

애가 생겨야 결혼도 하고 관두기도 하지.

“그러면 잘되길 빕니다. 말마따나 갑옷을 입고 수영하는 격이었는데 수영을 관두고 전장에 나선다니 갑옷이 효과를 보겠죠.”

“갑옷을 입고 수영에 성공하는 게 멋있다고 했었는데 말야. 정말 팔자대로 살아야 하나 봐.”

“그래도…….”

“응?”

“나는 마지막까지 막았습니다.”

그쪽은 부추겼고.

돌아서던 김연주는 멈칫거렸다.

“어……. 그게 그렇게 안 좋아?”

그 질문부터는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다시 한번 물어볼게.”

내 침묵이 무서웠는지 김연주는 소녀보살을 다시 찾아간 듯했다.

가게가 멀지 않다. 도보 약 10분. 예약제긴 한데.

뭐 사업 따다 주는 공무원이니 개인 시간에도 받을지 모르지.

김연주는 내가 퇴근하기 직전쯤에 다시 명승철학관을 찾았다.

“아, 이걸 내가 어쩌다가. 그……. 거기 보살님이 이거 가져다주래.”

“뭔데요?”

김연주는 쪽지를 하나 내밀었다. 보아하니 한지에 붓글씨로 뭔가 쓴 듯했다.

펼쳐 보니.

죽을래?

명승 선생님의 명성을 도둑질한 쓰레기.

“뭐야 이건.”

나 같으면 협박장에 죽일 살殺은 쓸 건데. 개유치하네.

나는 돈 많이 버는 사람은 만만하다고 생각을 안 한다.

근데 돈 많이 버는 듯한 사람인데. 이렇게 유치해?

그럴 수 있다.

무당은 무척이나 괴리된 환경에서 살아가는 직종이다.

보편적인 삶, 보편적인 종교, 보편적인 사상 그 뭣도 없으니.

이런 협박을 날릴 때, 그게 잘못됐다. 잘했다 구분과 판단이 없는 것이다.

왠지 정체가 짐작이 간다.

그 행색이면 주변 시선 따위에 대한 고려가 없는 모습이다.

얼굴 본 것도 같고.

다만 확신은 없어서 얼굴 본 김연주에게 물었다.

“진짜 소녀에요?”

“아니아니, 어른이야. 목소리가 진짜 앳되긴 한데.”

“아, 하긴 어른이어야 구청에서도 고용할 수 있겠죠.”

“뭐 해?”

뭘 뭐해 112지. 성인이라고? 겁도 없네.

그냥 비난 글도 아니고 죽어보겠냐는 으름장부터는 협박이다.

증거가 너무 명확하고 증인까지 있으니.

어디 공권력 맛 좀 봐라.

* * *

경찰청에 협박으로 형사 고소하고 사건을 접수했다.

사건 접수 문자가 도착했는데, 사주 강화술 앱의 알림도 함께 온다.

<고소>

당신은 형부에 억울함을 호소하였습니다. 당신은 형사 행정에 개입함으로써 국가 사법 체계를 체험하고 권리를 주장하였으므로 권리에 관련한 인성운과 형리와 관련된 관성운이 오릅니다.

인성운 포인트가 올라 인성운에 투자 가능합니다! 지금 레벨업 가능합니다.

주거운, 어머니운도 레벨업 가능합니다!

인성운. 바로 그 바라마지 않던 주거운이 속한 그 운이다.

기분은 좋은데 어이가 없어서 웃기기도 하고.

“허 참 나, 그러면 거 뭐. 아 허. 흠.”

눈엣가시였던 사람들 몇 있는데, 다 고소할까.

이거 뭐 고소 많이 하면 영주, 성주, 건물주 되겄어?

저작권 침해 사건 이후로 고소 두 번째인데, 고소로도 포인트가 오를 줄은 몰랐다.

안 그래도 집필이나 사주 강화술, 그리고 그냥 영어 같은 공부를 다다음 달까지 하면 주거운 6레벨까지 오를 거라 예상했는데.

고소로 두 달 넘게 당겼다.

인성운은 고민할 필요가 없이 주거운이다.

스마트폰으로 곧장 주거운을 올렸다.

<주거운> LV6 (22/1500)

당신에겐 미개척 영토의 점유권이나 수도권이 아닌 주택의 상속권이 존재합니다. 또한 본가와 거리가 먼 아지트를 장만했을 때 유지할 수 있어 활동 영역이 넓어집니다. 주거와 관련된 행동이 아닐 경우 기존까지 당신에게 권리로서 재물을 주던 것 말고도 다른 계약과 권리가 생겨납니다.

주거운의 6레벨은 한 마디로 소일거리 할 땅이 생기거나.

분양권에 당첨이 된다거나.

독립해서 자신만의 공간을 갖는다. 정도의 운이다.

뭔가 다른 계약이나, 권리 등. 돈은 당장 안 되는 기반이 생긴다는 뜻도 된다.

“전혀 짐작이 안 가는데.”

명승철학관 2년 계약으로 들어 온 것만 해도 6레벨 주거운 같긴 한데. 뭔 일이 나려나.

일단 7레벨, 멀리는 11레벨 보고 가는 운세니까.

빌드업으로 올렸다 생각했다.

엥, 아버지가 뭔 일로 전화를 다.

마지막 통화가 3개월 전이다. 집에 계셔서 연락할 일이 딱히 없는데.

“어, 예 아부지. 집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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