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8화 (18/211)
  • #18. 그거 공덕이 아니라, 공…… 그, 뭐, 저

    길거리에서 만난 뜬금없이 남자들한테 공덕을 준다는 여자들.

    사주팔자 본다는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꽤 흔들린다.

    나도 필살기 꺼내야지.

    “이쪽 분은 현침살이 있어 보이는데요. 몸에 칼을 한 번은 대는 게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출산할 때 제왕절개를 하실 거 같아요. 칼을 불상으로 맞지 마시고 스스로의 의지로 한 번 맞아 두는 게 운명에 도움이 됩니다. 이미 하셨다면 아주 좋은데, 아마 운명이 이끌어서 하시지 않았을까.”

    “네?”

    “맞죠?”

    “아, 네. 수술 한 번 했었어요.”

    쌍수에 눈 트임 하신 거 같아서 말이죠.

    자연산, 비자연산을 구분은 못 하는데 그냥 한국인 자체가 쌍꺼풀이 잘 없다.

    고로 쌍꺼풀이 있는 사람을 상대로 수술할 운이 있다.

    하면 틀린 적이 없다.

    아니 그냥 정확히 말하면 죽기 전에 다 몸에 칼은 대.

    수술에 시술조차 안 해 본 사람 없지 싶다.

    2인조는 당황한 게 보인다.

    신부한테 성경 강의 한 길거리 설문조사 전도 학생들 같으려나.

    “이쪽은 몸이 차세요. 꼭 따뜻한 장갑 끼시고 따뜻한 물 많이 마시시고.”

    수족냉증 아주 흔하다.

    특히 운동한 티가 전혀 안 나는 여성들이면 거의 90퍼 갖고 있다.

    그게 아마 동양 철학적으로는 여인은 음이니 음기가 강하여~

    이런 식이지만.

    의학적으로 보면 저혈압, 빈혈, 운동 부족 등의 문제로 발병하고.

    빈혈은 달거리 하는 여성이면 남성보다 빈도 높고.

    저혈압도 젊은 여성이면 다이어트를 달고 사는 분들에게 많으며.

    운동을 하는 관상과 안 하는 관상은……. 체형 보면 그냥 나온다.

    이건 사주가 아니라 헬스에 관심 좀 가졌다면 알 수 있는 일이며.

    그게 아니더라도 어디서 본 보건 관련 통계조사에서 10대~20대 여성층이 한 70%는 운동 부족이라고.

    이러면 어떻게든 ‘수족냉증을 앓아 본 여성’이 되고 올가미 안에 걸려든다.

    “아, 아닌데요?”

    아니라고 저항하는 반응은 예상외지만, 굴복시킬 방법이 있다.

    “아니에요? 자.”

    “뭐예요?”

    “악수.”

    여기서 굳이 의심하는 사례가 있다면 확인시켜 주면 될 일이다.

    이게 내 손 온도가 평균보다 살짝 높은 건지 모르겠지만.

    여자들 손이 나보다 뜨겁다고 느껴 본 적은 없었다.

    왠지 최소 여자들보다는 내 손이 뜨겁다.

    “어머.”

    그리고 이걸로 수족냉증이 아닌 사람도 수족냉증이라 의심하게 만들 수 있다.

    공 잡으면 공에 불꽃 모양 새겨지는 거 아닌지 몰라.

    “네. 수족냉증인 거 맞네요.”

    동공에 지진 온 듯한 눈빛에 호기심이 묻어난다.

    가만, 근데 왜 내 손등을 문질러?

    그 와중에 손등을 문지르는 걸 보았는데, 눈빛이 당혹감보단 유혹이 가능하다 싶은 요망한 뱀 눈초리 같다.

    옆의 마음의 눈 드립한 아가씨는 수술 운세 공격 맞고 당황한 기색이 여전한데.

    이쪽이 더 고수인 모양.

    이젠 손가락으로 내 손바닥을 슬슬 파네?

    여기서 불쾌감 느끼고 손 빼는 거 기 싸움에서 밀릴 각이라. 하게 냅뒀다.

    “그리고 여성 부인병, 호르몬 불균형. 두 분 다 조심해야 합니다. 뭐 여자들이면 보통 조금씩은 있는데 두 분은 심하셔요.”

    “아, 정말요?”

    마음의 눈을 가진 눈이 예쁜 여자분은 혹하는 모양인데.

    내 손 매만지던 여자분이 눈치를 준다.

    저 둘의 관계가 친구라기보단 상하 관계에 있음을 시사한다.

    그나저나 사주팔자 본다고 하고 지금 하는 말은 죄다 관상 드립인데.

    아무 의문 제기를 안 한다?

    뭐 이런 전도사들을 쓰나.

    “근데 왜 남자들한테 공덕을 베풀어요?”

    이건 짐작 가는 바가 없지 않은데, 진짜인가 싶어 물었다.

    내가 만나 본 전도사들 중에 가장 이질적인 전도사들이다.

    아줌마들 둘, 깡마르고 재미없게 생긴 남자들 둘.

    대학로에서 본 수수한 차림의 설문조사 하는 학생들.

    이런 사람들이 흔히 떠오르는 길거리 전도사들이다.

    그런데 이분들은 눈 화장부터가 예사롭지가 않다.

    “저희는 미륵님의 구원을 얻고자 공덕을 쌓고 있는데요.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음기가 강해서 양기를 빨아들이는 숙명을 가졌습니다. 저희는 그래서 양기가 너무 강하신 남성분들의 편중된 기를 안정시켜 용화미륵님을 받아들여 구원에 이르게 하고 있어요.”

    아, 뭔 소린지 알겠음.

    그래, 너무 대놓고다. 숨길 생각도 없어 보이긴 했지만.

    ‘내가 사이비 교주라면 남자들을 전도할 때 뭘 할 것인가?’ 를 묻는다면 주저 없이 대답하겠다.

    미인계.

    여자에 미쳤다면 혹하게 될 것 같다.

    물론 나도 미친 쪽에 가깝긴 한데. 미인계를 알면서 빠져드는 바보이고 싶진 않다.

    “그걸 무슨 방법으로?”

    “아실 거 같아요.”

    그래, 알 거 같은데 마음의 눈 여자분 어깨에 손은 왜 올리지?

    살짝 떨고 있는 마음의 눈 여자한테 수족냉증 여자가 어깨에 손을 올리고 두드린다.

    아, 얘랑 할 수 있다? 그거?

    거 제정신들이 아닌 뚜쟁이네.

    “그럼 반대로 음기가 강한 여러분들은 구원에 이르려면 음기의 중화가 필요하겠군요.”

    “그래서 남성분들에게 공덕을 주로 드리는 거죠. 양기가 정말 많으신 것 같아요.”

    묘하게 성적 긴장감을 조성하는데.

    그놈의 공덕 받으러 가면 코가 꿰이는 정도가 아니라, 신변이 구속당할 것 같지 않은가.

    그러다 갑자기 안드로이드 시스템 메시지로 소식이 왔다.

    CN 애들이 사주 강화술을 애플리케이션화 하는 것도 모자라 나름 업데이트도 해 줬다.

    그래서 신기하게 음성 서비스를 끄면 귀에 들리는 것도 없었다.

    <갱생, 해방>

    타인의 믿음을 그것도 믿음이 매우 공고한 이들의 믿음을 바꾸는 것은 어쩌면 정복과 통치보다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명백한 종교 착취 집단에 착취당하는 이들을 구원하고 동양 철학, 사주명리학을 곡해하는 자들을 퇴치하면 10레벨 단위의 인성운도 한 번에 올릴 수 있을 만큼 많은 포인트가 오릅니다.

    인성운 2,400포인트, 비겁운 800포인트.

    와 2,400? 미쳤다.

    근데 얘네를 사이비에서 탈출시키라고?

    포인트가 굉장히 많이 오른다.

    나 정도의 평균 4~5레벨인 팔자에선 사주 강화 레벨을 한 세 개는 찍을 수 있을 정도이고.

    2,400포인트면 주거운 8레벨에서 9레벨로 강화 가능한 수치.

    근데 공권력도 못 하는 걸 내가 어떻게 하냐.

    알람 끄기 눌렀다.

    허접한데 퀘스트를 거창한 걸 줬네.

    포인트가 많아서 탐은 나는데 말이지.

    ‘떡밥 정도는 던져 보고. 아님 말자.’

    안 되면 포기할 퀘스트다 생각하고 편하게 접근했다.

    그래도 사이비 탈출을 시킨다면 뭔가 전략은 여러 가지 구상이 된다.

    이런 잔꾀가 상상으로 마구 몰려오니까 재미는 있네.

    여기선 두 명으로 이뤄진 팀에는 이간질을 거는 게 가장 효과가 있을 거 같고.

    둘 다 낚으려면…….

    반대로 내가 낚이기 직전까지 한번 담가 보자.

    여자 둘이니까, 피해서 도망치는 건 어렵지 않아 보이고.

    여기서 떡대들 나오기 직전까지만.

    “아, 여기서 이야기하긴 좀 그러니까. 조용한 데로 갈까요? 그 공덕도 받으면서.”

    “저희 공덕을 받으시겠어요?”

    “그 공덕이 뭔지 얼추 짐작 가는데, 아주 좋죠. 오래 서 있었으니.”

    “네, 힘드시겠어요. 앉아서 이야기할 수 있게 같이 가셔요.”

    “어, 그러면 눕는 데로 가는 게 아닌가요?”

    “앉아서라고 공덕을 못 드리는 건 아니니까요.”

    “아하.”

    명언이다. 마음속에 되새기겠다.

    “저희가 그 공덕을 드리기 전에 치성을 드릴 제단이 있어서요. 치성을 먼저 드려야.”

    마음의 눈 아가씨 본론이 먼저 나온다.

    그럼 안 가죠.

    그 제단에서 뭔가 세뇌를 잔뜩 받은 다음에 아마 그 본부에서나 보상(?)의 느낌으로 공덕을 내린다.

    이런 메커니즘으로 장사하는 거지 싶다.

    듣기에 말도 안 되는 뭣 같은 소리에 의식 행사나 치르고 돈도 뜯기지만, 그놈의 공덕을 받는다.

    전형적인 당근과 채찍이다. 울타리에 가둬지기 좋다.

    공덕을 안 쌓을 수도 있다. 그게 더 가능성 높다.

    내가 교주면 그 공덕을 하기 직전까지 분위기를 조성해 흥분시키되, 딱 거기까지만 할 것이다.

    “치성은 좀 재미없을 거 같은데요.”

    “제단 같은 곳이 아니어도 공덕부터 드리고 치성을 드려도 되니까. 편안하게 생각하세요. 눕고 싶으세요?”

    반면 수족냉증 아가씨는 권한이 좀 넓은 모양이다.

    안 따라갈 것 마냥 부정적으로 말하니 달래려고 저리 말한다.

    이건 전도는 못 하고 괜히 공덕만 주는 경우가 꽤 발생할 것 같지만, 저 여자들의 의사가 뭐가 중요하겠나.

    이들을 뜯어먹는 자들은 이 여자들의 몸이 소비되는 거야 신경 안 쓸 공산이 크다.

    반대로 돈이 나가는 걸 극혐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여자들한테 전도할 때는 이런 소리 못 할 테니, 아마 3인 커피값 정도 되는 대실 1만 원대 모텔이려나?

    그런데 진짜 가는 길이 숙박 2만 원 써 붙인 허름한 2002년 월드컵 지정 숙소 모텔촌 쪽이다?

    “흐음.”

    “왜 그러세요.”

    “생년월일시, 그러니까 사주 지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여기서요?”

    “공덕을 드리는 방법이 합궁이면 그 공덕을 더 많이 쌓을 조합이 있을 겁니다. 저는 그걸 꽤 따지는 편이라. 두 분 사주를 알고 싶네요.”

    조금 머뭇거리다가 2인조는 둘 다 사주를 읊어 줬다.

    시간이며 육십갑자를 외우고 다니는 분들이시네.

    수족냉증 여인은 사주를 말해 주면서도 왜 굳이 시간 끄느냐는 듯 말한다.

    “공덕을 저희 둘에게 모두 주시면 되는데.”

    “그게 돼요? 한 번에?”

    “물론이죠. 좋은 일을 나누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

    이런 식의 전도라니 미쳤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럴 거면 차라리 포주를 해서 착취하는 게 돈은 더 받지 않아?

    잡혀갈 때 형이 다른가?

    아니면 꼴에 종교라고 교리상 안 되나?

    사주를 분석할 시간이 약간 필요했는데 둘이 에워싸고 지켜보고 있다.

    사주를 입수하자 캐릭터를 알 것 같다.

    마음의 눈 여자는 나이는 이제 고작 스물이다.

    그리고 이 여자에게 남자운이 침투하는 시기가…….

    “하.”

    입으로 헛웃음이 나오네.

    그냥 상시 남자가 있는 전형적인 매력 있는 여인이지만.

    사주에 거부할 수 없는 남자가 너무 일찍부터 지배력을 행사한다.

    “스무 살인데 공덕을 드린 지가 꽤 오래됐네요. 몇 년 전부터네.”

    “아.”

    저 한마디를 하자, 마음의 눈 여자는 눈시울이 붉어져 격동했다.

    그러자 수족냉증 여자가 당황하여 마음의 눈 여자를 손을 채서 내게서 등을 돌리게 했다.

    나는 그러고 있는 수족냉증 여인을 팔을 잡았다.

    “뭐 하시는 거예요?”

    수족냉증 여자는 스물다섯이다.

    “잠시만요. 여기 혼자 계실 수 있죠. 조금만 따라오세요.”

    “네? 갑자기 왜?”

    “저분 들으면 안 될 말을 해야 할 거 같아서요.”

    어디서 따로 지켜보는 2조가 더 있을 수도 있다 생각은 들어.

    아주 멀리 가지는 않았다.

    그런 다음 수족냉증 여인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아기랑 같이 못 살고 있죠?”

    그러자 더 고수이자 급수 높아 보이던 수족냉증 여인도 드디어 눈빛이 흔들린다.

    그냥 둘 다 결혼이나 남자가 빨리 들어오는 팔자더라.

    수족냉증 여자는 자식운이 이르고 제법 든 편이라.

    반드시 자식이 있을 거라고 사주로 판별했고.

    이런 짓을 하고 다닐 거면 자식과는 분리되었을 가능성을.

    그것이 알고 싶은 프로그램 등을 보며 주워들은 정보로 주입했다.

    가족 전체를 가입 못 시키면 가족이랑 분리하는 게 주 수법들이니까.

    몇 마디 안 했는데 둘 다 난리다.

    특히 마음의 눈 여자를 관리하던 수족냉증이 오히려 더 평정심을 잃은 듯했다.

    “혹시 저희 미륵님 가르침 받으신 적 있으세요?”

    그 미륵이란 사람, 동양 철학 배워서 써먹는 것 같다.

    저렇게 오용해서 써먹는 놈들 때문에 이미지가 안 좋아지니 징벌하고는 싶은데, 종교운이 10레벨은 되어야 상대 되지 않을까.

    신상을 맞히니 전도사들은 태도가 돌변한다.

    이제 저들이 가장 절실할 것 같은 떡밥을 던진다.

    “두 분 모두 사주에 돈이 꽤 필요하실 텐데, 제가 재물운이 트이게 할 수 있거든요.”

    “정말요?”

    여기까지.

    다 된 밥이라는 인상을 심어준 데다, 사주로도 효과를 본 듯하다.

    마침 길 건너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켜질 때쯤.

    나는 휴대폰을 꺼내서 보고 연기를 했다.

    “헉.”

    “왜 그러세요?”

    “아, 엄마가 밥 먹으래요. 안 되겠다. 죄송해요. 먼저 갑니다.”

    “네에?”

    “아, 못다 한 이야기는 어, 모르겠다. 이 시간에 이 길로 퇴근하니까, 혹시나 보고프면 여기에 계시면 됩니다. 나중에, 나중에 얘기해요.”

    개인정보는 하나도 남기지 않은 채 절단신공 쓰고 빠져나왔다.

    집 방향은 알 수 없게끔 빙 돌아가는 길로.

    저 여자들을 세뇌한 이론이 있을 것이고, 그 근간은 내 기술과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착취 없는 비슷한 이론으로 다르게 세뇌하면 된다.

    그러나 저들과 동선이 겹치거나 신분이 노출된 채로면 내가 귀찮아질 공산이 클 뿐 아니라.

    도와달라.

    그 한마디도 못 하는 사람들을 도와줄 이유도 딱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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