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6화 (16/211)
  • #16. 사주 강화술을 강화함

    구민 강좌 특강을 준비하기에 앞서.

    밀려 둔 글부터 적었다.

    우선 콘텐츠 진흥원의 음식문화 스토리 공모전 원고를 미친 듯이 써서 마감했다.

    음식문화 스토리 공모전 ‘불편한 정은씨’, ‘고추장 영웅 김말석.’, ‘4대 고장 변강쇠 선발 대회’를 모두 분량 맞춰서 냈다.

    곧바로 정산이 되어 약 300여만 원의 고료가 입금된다.

    <마감>

    납품 기한을 맞춰 사회적 합의를 이행했습니다. 사회성을 뜻하는 관성운의 포인트가 상승합니다.

    <부정기급여>

    부정기적 급여를 수급했습니다. 근로소득운이 포함된 재성운의 포인트가 상승합니다.

    마감이 관성운 20포인트 정도를 부여했고, 급여가 재성운 30포인트를 부여했다.

    납품을 마치자 콘텐츠 진흥원에서 확인차 연락도 줬다.

    [예 작가님, 콘텐츠 진흥원 엄대한입니다. 원고 잘 받았고요.]

    “예, 고생하셨습니다.”

    [진짜 많이 써주셨네요. 세 작품을 다 해 주셔서 저희가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그 뭐, 실적 때문에 그런가 보죠?

    그 얘긴 굳이 안 했다.

    마감하기 이틀 전에 콘텐츠 진흥원에서 원고는 잘 되고 계시냐고 전화가 오더라고.

    아무리 작가님들이 마지막에 몰아치신다고는 해도 너무 원고들이 안 들어온다고.

    그런데 응모인 중 유일하게 세 작품 넣어서 은상 수여한 내가 세 개나 넣어 줬으니 이번 공모사업을 보고할 실적이 쌓인 모양이다.

    [저희가 최대한 게임, 영상화 등을 할 수 있게끔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말이야 좋게 했지만, 폭력 시위, 북한, 섹스킹 선발이 주제인 글을 파는 게 가능할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런 내 생각을 비웃듯이 며칠 뒤, 콘텐츠 진흥원에서 호출이 있었다.

    “불편한 정은씨로 게임을 만든다고요?”

    “예!”

    지역의 게임 개발팀 CN을 만났다.

    공기업 스토리장터에 불편한 정은씨를 올리고 고료를 받은 이후.

    이번 공모전은 끝났다.

    스토리장터는 이 스토리를 이용해 뭔가를 활용하려는 사람들이 드나들며 창작자와 접촉한다는데.

    누가 정은이가 전북 임실에 간첩 보내서 에멘탈치즈 생산이 가능한 젖소를 훔쳐 가는 스토리를 보고 2차 창작을 만들겠나?

    그래서 스토리장터 조회를 연재 사이트만큼 신경 쓰진 않았다.

    올려놓고 방치한 수준.

    한데 그걸 한다는 놈들이 있었다.

    너무 이해가 안 되어서 물었다.

    “진짜 만들고 싶어서 만드는 건가요, 아니면 뭐 지원금 따내긴가요?”

    지역 콘텐츠 진흥원 홈페이지를 보니까 ‘지역을 홍보할 게임사업’ 사업자 모집을 하고 있었다.

    그 게임 개발 지원금이 5천만 원에서 최대 1억 정도다.

    이 게임 개발도 지역 홍보가 목적이므로 지역 특성화 스토리들이 필요는 했을 것이다.

    “어, 음. 지원금 따내기요.”

    CN 개발팀의 김진택이 목소리를 낮춰가면서 대답했다.

    여긴 콘텐츠 진흥원 미팅실이다.

    공기관 직원들도 다 알면서 이런 사업을 하는 거겠다마는, 그래도 진심을 들키면 별로니까.

    난 진지한 줄 알고 놀랐다.

    “아 그래요. 그런 거면 뭐. 그래도 뭘 넣긴 해야지 않겠어요? 기획 의도 같은 거. 이 스토리로 기획이 뽑힐까요?”

    불편한 정은씨로 게임을 만든다는 상상을 안 해 본 건 아닌데.

    이게 견적이 나오긴 하나?

    믿기지가 않는다.

    “일단 모바일 횡스크롤 액션 게임으로 개발할까 생각 중인데요. 한국의 마리오를 모델로.”

    그래 뭐 수익성 극대화 랜덤박스 모델보단 그게 낫지.

    그럼에도 정은이가 한국의 마리오가 된다는 게 본질적 혐오감이 든다.

    걜 그렇게 캐릭터화해서 팔아도 되는 거냐.

    물론 내가 할 소린 아닌데. 차라리 정우니로 할까.

    “돌겠네요.”

    “기획서엔 그런 거 써야 해서요. 하하.”

    실로 황당한 기획 미팅이었는데.

    나야 이 스토리로 뭐라도 만들면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생기는 것이고.

    얘네들은 이런 지역 스토리를 어거지로라도 써먹고.

    국가, 지자체에서 나오는 개발 지원금을 타 먹을 생각인 듯했다.

    세금 많이는 안 내는데 지역민으로서 참 별로네.

    음식 문화 공모전 후원 명단, 게임 개발 사업 후원 명단에 지자체들 줄줄이 있더만.

    물론 나도 불편한 정은씨 같은 거 써 주고 고료 받으니 할 말은 아닌데.

    높으신 양반들 생각이란 건 참.

    이런 걸 뽑고 이런 걸로 홍보를 하면 그래 어째 치즈가 더 팔린대?

    “어떤 게임으로 구상 중이신가요?”

    “정은씨 캐릭터가 직접 남침을 해서 스테이지를 뚫고 치즈를 먹다가 임실에 도착해서 에멘탈 치즈를 먹는 방향으로 구상하고 있어요.”

    그거 어딘가에서 전화하지 않을까?

    “그거 거의 대왕 빨갱이의 남한 침투 작전 같은데, 그런 내용이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기로서니 먹힐까요.”

    “예 그래서 쏟아질 지적 등을 피하기 위해서, 반공 요소도 넣으려고요.”

    반공 요소는 또 뭐야.

    그런데 사실 나도 쓸 때부터 철 지난 반공물 느낌으로 스토리를 구상한 건 맞아서 그러려니 했다.

    요즘 시대에 반공물이면 너무 역행해서 웃기겠거니 한 것이다.

    “그 뭐 스테이지에서 치즈 못 먹고 체력 줄어서 죽으면 캐릭터가 참수된다거나 화형된다거나 하는 겁니까?”

    “예! 바로 그렇죠. 정은씨 캐릭터가 게이머가 실수하면 다양하게 죽거나 잡혀서 현충원에서 조리돌림을 당하는 거죠. 죽은 형 정남과 삼촌 성택 씨가 하늘로 데려간다거나 하는 등등으로요. 우리나라 보수 진영 분들도 불쾌하지 않게끔요.”

    적당히 미친놈들이 아니네.

    귀문관살 레벨 5~6렙 정도 되는 거 같은데 이놈들?

    어울리진 말아야겠다.

    “아, 치즈를 먹으면 그 치즈 맛에 정상회담이란 식으로 나라를 가져다 바치고?”

    “와, 예리하십니다.”

    “강원도 스테이지에서 게임 오버 되면 포박된 채 이승복 어린이 동상 앞에서 공산당이 싫어요 노래 부르고?”

    “그것도 좋은데요? 저희 시나리오팀 오실래요?”

    근데 나도 이런 잡소리에 신나서 같이 맞장구치고 앉아 있다.

    꼭 상대가 1절을 넘어 뇌절을 하면 나도 같이 한단 말이지.

    “그래도 전북 지역 음식 문화 스토리인데 강원도는 좀 그렇지 않나.”

    “그럴까요?”

    “예 전북지역 해안 경계를 책임지는 35사단이 뚫린 것도 지역 홍보가 목적인 본 컨텐츠에 적합하진 않을 거 같네요.”

    임실 치즈 관련 컨텐츠 적어서 낸 사람인데.

    임실군이 줄어 가는 인구에 타 지역 같으면 기피 시설인 군부대 받고도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지역 사단인 35사단 실드 좀 쳐야겠다.

    좌우지간 이놈들 느낌이 개발 지원금만 타 먹고 게임은 흐지부지되다 소스만 만들거나, 무슨 RPG 메이커로 만든 쯔꾸르 게임 제출하고 끝날 것 같다.

    5천만 원에서 1억 지원인데.

    뭐 사무실은 진흥원에서 내준다고 하니까. 임대료 없고.

    개발비 뭐 식대, 인건비 들어갈 텐데.

    식대 및 인건비 뻥튀기하는 거 일도 아니잖아.

    “그러면 저희가 개런티 협약을…….”

    개런티도 준다는데 원작자로서 뭐 딱히 할 말은 없다.

    근데 이런 휴대폰 게임 만드는 개발진들에게 부탁하고 싶었던 일 한 가지가 떠올랐다.

    “아, 그런 것보다 혹시 용역 하나만 맡아 주실 수 있을까요?”

    “어떤 일일까요?”

    “다름이 아니라 윈도우 2000NT 버전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 하나를 스마트폰에서 구동하고 싶거든요. 안드로이드 및 iOS에서도 구동이 되게요.”

    “그거 안 어려워요.”

    “폰맹이라 어렵네요. 그냥 그것만 실행되게 만들어 주시면 용역이라 생각하고 개런티는 안 받을까 하는데.”

    “그래도 잘되면 개런티 받으셔야죠. 뭔데요? 저희가 그냥 해 드릴게요.”

    “그럼 마다하지 않고 맡길게요. 감사합니다.”

    개런티도 주고 용역도 해 준다니 고맙네. 염치 불고하고 거절 안 했다.

    오늘의 운세의 귀인들이 당신들인 모양이여.

    그나저나 그게 잘 될까?

    게임학과 애들이 졸업 작품도 만들고 세금도 좀 해 먹을 생각인 거 같다고 여겼는데.

    진지했나?

    진지하다면 더 무섭다. 진지하게 미쳤으면 답이 없잖아.

    “아, 그러면 동의하신거라 생각하고 여기 계약서에 서명 부탁드릴게요.”

    CN이 내민 계약서는 일종의 용역 계약서였다.

    옛날에 모바일 게임 관련 스토리 용역을 했는데 그 계약서와 흡사하다.

    스토리는 적었는데 쓰이진 않고, 그냥 소정의 대가만 수령했었다.

    “거 뭐, 네. 진짜 잘 되면 챙겨주십쇼.”

    “잘될 겁니다. 성공시킬 수 있어요.”

    사주 달라고는 못 하겠고 눈썰미로 관상만 보는데 그럴 놈들 같지는 않은데.

    불편한 정은씨 안드로이드 앱 게임 부분 다운로드 1위!

    이건 나와 이놈들이 천을귀인을 10레벨씩 찍은 주인공지체급이어도 아마 안 터질 행운 아닐까.

    * * *

    그리고 놀랍게도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고추장 영웅 김말석을 쓰고 싶다고요?”

    고추장 영웅 김말석에 관심이 있단다.

    전국농민연합 전북지부에서 온 전화였다.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자길래. 전농연 전북지부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은 사무실답지 않게 창고처럼 깃발과 큰 북 등이 있고.

    사무실에 어울리지 않는 농활용 등산복 입은 어르신들이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멀쑥한 중년의 여직원이 맞아줬다.

    농협 직원 같은 관상이시다.

    종이컵 양촌리 커피 한 잔 받고 그들 이야기를 들었다.

    “스토리가 화끈하고 캐릭터가 매력적이더라고요.”

    뭐 계약 조건 얘기는 딱히 없이 글 칭찬만 하는데.

    요즘 눈칫밥 먹다 보니 감이 왔다.

    ‘대가가 적거나 없나 보네.’

    계약서 조건이 변변치 않으면 과한 칭찬이 많더라.

    그런데 그 수준이 아니었고 대화에서 들은 힌트로 미루어 볼 때.

    원하는 건 재능 기부 같았다.

    말 빌빌 돌리는 거 같은데, 그냥 이럴 때는 내가 선수 치는 게 낫다.

    “음, 뭐 제 저작이라는 것만 명기해 주시면야 그냥 쓰셔도 됩니다.”

    “정말요?”

    “취업할 때 이력서에 적을 테니까, 나중에 뭐 회사나 기관에서 확인 전화 오면 그것만 좀 확실히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내가 고마워할 일인데 대단히 고마워하며 몇 가지 혜택을 줬다.

    전국농민연합에서 발간하는 잡지를 1년간 보내 주고.

    전농연에서는 배지와 기념품을 하나 선물해줬다.

    배지는 금칠 벼 배지.

    기념품은 농민 직거래 판매센터 상품권 10만 원어치와 동칠을 한 한우 기념품이다.

    어린이 씨름 대회 참가상처럼 생겼다.

    잡지는 필요 없지만 한우 기념품과 배지는 받는 기분은 괜찮은 아이템들이었다.

    “이건 나름 귀엽게 잘 만들었네, 상품권도 엄니는 좋아하시겄어.”

    안 그래도 집에 오는 길에 전북지역 직거래 판매센터 있길래 둘러봤다.

    순창 고추장 비빔밥 소스, 장수 한우, 임실 구운 치즈 등 각종 치즈 상품, 고창 복분자주, 남원 추어탕 레토르트 팩.

    전북 지역 음식 문화 스토리 공모전 소재들이네.

    나머진 됐고 한우를 사 본 적이 없어서 비싼지 싼지 모르겠지만 집었다.

    상품권을 한 번에 다 써야 한다기에, 두 팩 집었다.

    2차 저작권을 헐값에 판 것 같다는 느낌은 들지만.

    저걸 사 간 사람들이 너무 별종이다.

    “그나저나 콘텐츠 진흥원이 매니지를 꽤 잘하네?”

    게임이야 진흥원이 제작 지원하는 자회사 게임이라 끼워 판 거겠지만.

    고추장 영웅 김말석을 농민 단체에 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중에 들은 건데, 현업 종사자가 아니라.

    지역의 글 좀 쓸 줄 아는 역술인이 낸 스토리라서.

    지역의 창작자 양성 실적을 낼 명목하에 키운 10명의 당선자 중.

    아마추어인 내 스토리를 좀 더 적극적으로 팔아 봤다고 한다.

    다른 아마추어인 단체팀이었던 학생들은 기한 내에 제출을 못 했고.

    나머지는 죄다 현업 창작자들이라.

    아마 공문서에 올리는 ‘지역 스토리 작가 발굴’이란 명분을 충족을 못 했다고.

    * * *

    CN의 김진택에게서 메일이 도착했다.

    사주 강화술 안드로이드+iOS 호환 압축 파일 확장명.

    폰맹이라고 하니 설명이 조금 동봉되어 있었는데 어렵지 않게 따라 할 수 있었다.

    “다 해 줬네. 새끼들. 고맙네.”

    내 마음속 미친놈들이었지만 조금 고맙다.

    스마트폰 구동 가능, 음성 알람 해제 기능까지 넣어 줬다.

    메시지만 들리지 창은 안 뜨니까. 꽤 불편했던 게 사실이다.

    스마트폰으로 구동 가능하면 허공에 창이 뜨는 정도는 아니어도 상시 확인 및 레벨업이 가능하니까.

    그리고 그렇게 레벨업이 가능하면 실험해 보고 싶은 것도 있고.

    음성 알람이 해제되면 이제 귓가에는 안 들리고 시스템 메시지로 오나.

    사주 강화술 애플리케이션이 가동되자, 안드로이드 시스템 메시지가 딱 뜬다.

    여기에 음성 서비스와 진동 메시지 알람까지, 최신 UI에 맞춰서 개선되어 있다.

    “야, 역시 전문가 시켜야 했었네. 보기 편해진 것 봐.”

    컴퓨터 화면용 프로그램이었는데 스마트폰에도 딱 맞게 적용된다.

    이 자식들 무상으로 의뢰한 건데도 맘에 들게 만들어 오네?

    잘될 놈들 같다.

    그렇게 뉴 사주 강화술 안드로이드를 매만지고 있는데.

    휴대폰 진동 알람과 함께 메시지로 뜬다.

    [사주 강화술이 신버전에서 가동됩니다. 사주 강화술을 강화했습니다!]

    [당신은 사주 강화술의 한 꺼풀을 벗기어 생명력을 부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모바일 환경으로 개선된 사주 강화술은 그 수명이 한층 더해질 것입니다.]

    [사주 강화술의 특수 효과가 당신에게 부여됩니다.]

    [사주 강화술 비결에서 특수 효과가 발현됩니다. 사주 강화술 비결이 종교/도덕/신념운에 LV3, 공부/학위운에 LV1을 더해 줍니다.]

    그렇게 삽시간에 종교운과 공부운.

    레벨이 무려 도합 4나 올랐다.

    “미쳤…….”

    [사주 강화술 비결을 소유하는 한, 위의 운세는 다운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사주 강화술 비결은 개화되면 사람의 종교/도덕을 3렙. 학식을 1렙.

    무조건 더해 주는 아이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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