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3화 (13/211)

#13. 관운이 올라 관아에서 찾음

손님 중에 나를 영업 대상으로 삼은 분이 있다.

아니 사주 몇 번이나 봤다고.

팔아 줬으니, 하나 가입해 달라고 뻔뻔하게 철판을 깔며 몇 차례 찾아왔었다.

그래서 살짝 긴장했는데 다행히 아무리 봐도 보험 서류는 아니다.

보험 서류를 저렇게 색색으로 입혀서 코팅으로 뽑지는 않을 거 같기도 하고.

“이게 뭔가요?”

“한번 봐 주시겠어요?”

공무원분이 주신 팸플릿을 읽어 보았다.

그리고 적힌 연도는 3년 전.

“3년 전 팸플릿이네요. 이게 왜……. 어.”

이게 왜, 어 하다가 팸플릿에서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명승 거사 초청 강좌……. 아. 그 명승 선생님이.”

이 홍보자료 전단을 받아 보니 이곳 구청 행정복지센터에서 3년여 전에 명승 선생님이 하던 구민 강좌가 있었던 것 같다.

“예 그 스승님이시던 명승 선생님이 일전에 저희 구청에서 실시하는 구민 강좌에 강연을 해 주셨어요.”

정말 이름난 거사이긴 한 모양.

하기야 등 뒤의 액자 속 사진이며 스크랩된 신문 기사며 죄다 명승 선생의 비범함을 나타내고 있으니까.

“아아, 선생님이 그러셨군요.”

“모르셨나요?”

명승 선생 어떤 양반인지 잘 모른다.

무협 소설 서사처럼 말하자면 내가 무슨 지체를 타고난 근골이라서 자신의 비급을 남길 기연의 주인공처럼 선택된 거 같고.

1인 전승인 문파의 장문인이 되어 대기하고 있는 거 같은데.

이런 서사가 일반인들에게 먹힐 리가 없잖은가.

그렇다고 정말 진솔히 답하면 생판 모르는 놈이 명성을 빌어 행세한다고 할까 봐.

말로는 친한 척하고 있다.

“저는 산에서 뵈었고 옛 명성에 대한 말씀을 하나도 안 하셔서요. 그나저나 사주 강연을 하셨던 건가요?”

“네. 구민 강좌 중에 가장 인기가 많았던 강좌였어요.”

아마 사주 공짜로 봐 줬을 거 같은데, 그럼 인기 많았겠지.

“구민 강좌면 그 어르신들 스마트폰 교육 같은 그거 말하는 거죠?”

울 엄마가 스마트폰 안 쓰고 끝까지 폴더폰 고집하다가 끝내 폴더란 화면이 접히는 거 말곤 앞으로 안 나올 것 같으니.

바꾸란 지 10년 만에 스마트폰으로 바꾸신 뒤 강의 나가던 걸 봤다.

“예 스마트폰 교육은 아직도 인기가 많아요.”

“그런데 이걸 왜 저한테 주신 거죠?”

이 팸플릿을 꺼낸 이유가 쉽게 짐작이 가지 않았다.

“사실 3년 전에 명승 선생님의 구민 강좌가 폐지됐었어요.”

“인기가 많았다면서요?”

“그게……. 아무래도 민원에 시달려서.”

“아아, 음. 그 뭐 그럴 수 있죠. 구청에서 운영하는 강연 프로그램이면 결국 나랏돈, 시민의 돈 아닙니까.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낭설을 구청에서 한다는 게 좀 그렇긴 해요.”

예상외의 답변이었던지 공무원분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묻는다.

“어, 도사님이 그렇게 생각하세요?”

“저도 현상이 있다는 것만 알지, 이게 왜 그런지는 증명을 못 하니까요. 당연히 세금 써서 자리 빌려주고 강연하게 한다는 거 반대까진 안 해도 안 좋게 보는 사람들 이해는 가죠.”

사주가 증명을 해냈으면 그게 과학이고 정론이겠지.

사주 강화술이면 증명력이 있다고 보지만.

이 좋은 걸 아무한테나 알려 주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에게 알려 주려고 해도 명승 선생님 허락 정도는 얻어야 한다.

그 양반 비급인데 내가 무슨 권리로 막 돌려 보겠나.

비급 대여점도 아니고.

“어, 그런 면이 없잖아 있었지만요. 강좌를 유지해 달라는 분들의 민원도 많았어요.”

“그 아무도 모르는 지역 군소 신문에서나 칼럼 한두 줄 쓰고 말 이슈 같은데 그럼 그분들 민원대로 유지를 하시지…….”

“그게 그러려고 했지만.”

“뭐 그럼 책임자 선에서 없애 버린 거겠네요. 민원 거는 사람들 시끄럽다는 명분 삼아서요.”

“아, 네 그게 그렇게 됐어요.”

“그리고 지금은 아마 그 책임자나 이를 탄핵하던 사람이 실각하거나 없어졌나 보네요.”

지방선거가 끝난 시점인바 와닿는 게 있어, 먼저 선수 쳤다.

공무원 아주머니는 입을 틀어막았다.

놀란 모양이다.

“혹시 연주 씨한테 들으셨나요?”

“일 얘긴 딱히 안 하셨습니다.”

이걸 3년 지난 이 시점에 갑자기 내 앞에서 왜 꺼내겠어.

이 강좌 다시 시작할 거 같으니까.

명승 선생님 어디 계신지 좀 찾아봐 달라, 그런 뜻에서 꺼낸 말이겠지.

왜 다시 시작하냐?

지방선거 있었던 걸 빗대어 보면 그냥 이 지역의 권력이 교체되어 3년 전에 이 강좌를 폐지 시킨 권력자가 물먹든지, 딴 데 갔다.

그 정도로 짐작된다.

안 그럼 굳이 이럴 이유가 없다.

“저희가 3년간 계속 설문한 결과에 개설해 줬으면 하는 강좌 1위가 3년 연속으로 명승 선생님의 사주명리학 강좌였거든요. 그런데.”

공무원 아주머니의 열변이 있었다.

과연 내 짐작대로 선출직 시의원들 몇몇이 사주 강좌를 계속 딴지 놓고 감사를 했다고 한다.

그 탓에 당시 인기 많던 명승 선생의 강좌는 폐강되었다는데.

명승 선생의 구민 강좌에 버금갈 정도의 강좌가 3년간 없었다고.

“직원분들 중에 명승 선생님 덕에 암을 조기 진단하신 분이 계셔서. 직원분들도 오셨으면 하는 분들이 계시고요.”

공무원들에게도 신망이 있었던 모양.

사실 공무원들이 강좌 폐강된다고 일자리 잃는 건 아니고.

그냥 좀 꿀보직에서 다른 보직으로 전보되는 정도일 테니까.

민원이 있건 없건, 없앴던 강좌 애써 다시 만들 이유는 없다.

그저 윗선에서 ‘아 강의실적 별로인데 예전에 잘나갔던 그 강좌 다시 한번 해 볼까요?’ 등으로 압박 주니까. 이리 일하겠지.

결과적으로 이 공무원 누님이 무슨 말을 할지 알 거 같다.

명승 선생 찾아내! 이거겠지?

“그러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알 것 같네요. 선생님 어디 계시냐? 이거겠죠?”

“네!”

“근데 선생님이 현재 수행에 들어가셔서 모시기가 좀…….”

문제는 나도 그 양반 연락처를 모른다.

윗집 아줌마가 명승 선생 대리인의 연락처는 안다던데.

뭔 대리인이지 싶다.

그런데 공무원 양반은 별로 아쉽거나 안타깝다는 말투가 아니다.

“그러셨어요?”

“오히려 선생님이 예전에 쓰시던 연락처가 구청에 있지 싶은데요. 가지고 계시면 주세요. 저도 연락이 안 되어서.”

“음, 혹시 도사님은 명승 선생님한테는 많이 좀 배우셨나요?”

“수제잡니다.”

“와, 수제자셨구나.”

옛날 개그 생각나서 그렇게 대답했는데 먹히진 않은 모양.

너무 진지하게 받으셔서 내가 좀 더 당황했다.

또 다른 수제자가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좌우지간 그런 거 같긴 함.

비급에 분타까지 물려주는 건 진짜 수제자다.

옛날 공개 개그 대사처럼 따라 한 게 민망해서 물이나 한 모금 마시고 대화가 끊기지 않게 뭔 말을 할까 고민하던 찰나였다.

공무원분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러면 명승 선생님 대신에 도사님을 강사로 초빙할까 하는데요.”

“예? 저를요?”

“네, 구청 문화예술과 직원분들이 하나같이 좋은 말씀들을 하셔서요. 저도 지금 보니까. 잘하시는 거 같고요.”

어……. 이건 예상 못 했다.

장사한 지 몇 개월 채 되지도 않았는데?

“음…….”

“주 2회, 하루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 강연 시간을 잡아두고 있고요. 자세히 한번 읽어 보세요.”

강사 모집 공고를 내게 내민다.

주 2회에 강연에 적절한 강연료 지급을 한다고 한다.

썩 부담되는 스케줄도 아니고 강연료도 몹시 적절하다.

안 그래도 올해 관운도 있고 관성운 사주 강화 포인트도 자꾸 오르더만 나라에서 별 제안이 다 오네.

“사학을 공공의 장소에서 강론하는 게 아름답지 못합니다.”

“네?”

말투를 고풍스럽게 바꿨는데 좀 과했나.

무협 쓰며 외래어를 제한하다 보니 밴 말투인데.

평상시엔 이상해 보이니까.

안 그래도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는 ‘사주쟁이’ 캐릭터일 때만 쓴다.

“공공의 장소에서 강론을 하는 자들은 사람을 쉽게 모으지만, 적도 무척 쉽게 모읍니다. 그런데.”

“네.”

“사주학, 운명학은 세상에 적이 너무 많고. 세금을 타 먹기에 적합한 업종이 아닙니다.”

이성과 합리의 시대다.

사주가 과학과 합리의 제도권에 궤도에 들지 못한 이상.

미신과 구태의 이미지를 못 벗을 텐데, 그런 미신과 구태를 공기관이 지원한다?

“그런데 주권은 국민에 있고 구민센터는 구민을 위해서 존재하니까. 구민들이 원하는데 그런가요?”

눈망울 하나는 초롱초롱하신 공무원 누님. 순진하시네.

“구민들이 원하는데도 폐강했던 지난 3년이 그 말이 원론에 불과하다는 걸 증명하고 있지 않습니까.”

조선 시대에도 사헌부 사간원 같은 데서 지랄병을 떤 일일 텐데.

뭔 명분이 있나.

앞서 말한 대로 내가 구민으로 봐도 명분이 없다.

극구 반대할 것까지야 아니지만 ‘헛돈 쓰네. 쯧쯧.’ 혀는 찼을 듯.

“어려우실까요?”

“사주 강의는 공공성을 충족시키지 못하니, 고민이 많이 됩니다.”

“저희도 사실 그런 고민은 하고 있어서, 우리 지역에서 명성이 대단하셨고 일전에도 강의를 담당해 주셨던 명승 선생님이나 그 문하를 물색하고 있었는데.”

“그 다른 스포츠나 IT 강좌는 강의를 하실 만한 전문가나 경력자들을 공채로 모집하고 계시잖아요. 그런데 사주판은 그게 아니고 공신력 있는 인증 기관 인증서도 없지 않나요.”

“그렇죠.”

“최소한 검증 절차는 있어야 하고, 그게 투명하진 않을지 몰라도 투명한 척이라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절 뭘 보고 뽑나요. 장사 경력도 2개월인데.”

“명승 선생님 제자시니까?”

“명승 선생님도 어디서 자격증 같은 게 있으시진 않을 텐데요.”

“명승 선생님은 사주 관련 연구 교육 저서를 내신 적도 있어서요. 우리 지역엔 그런 분이.”

아, 그냥 명승 선생님이 책 내고 신문 나오고 방송 나와서 그런 거다?

공공 기관이 검증을 사기업인 출판사와 언론사의 판단에 맡기면 어떡하나.

그거 1인 출판으로 그냥 아무 선녀보살이 내도 됐다는 건데.

“좌우지간 저는 생각 좀 해 보고 적임자가 정 없다면 잡음이 생기지 않게 채용 공고가 나면 지원은 해 보겠습니다.”

자리가 탐이 안 나는 건 아니다.

특히 교육은 사주 강화술에 명기된 온갖 레벨을 다 올리는 대사업이다.

정복, 타인 갱생, 자선, 공부, 여행, 중매, 수련, 양육 등이 사주 강화술 포인트를 대폭 올리는 핵심 사업인데.

교육은 갱생/양육/수양 등을 포함한 종합 지표로.

사주 강화술 포인트를 물약으로 치자면 체력, 마력, 스태미나 다 회복되는 종합 물약, 모든 스텟 다 준다는 퀘스트 같은 느낌이다.

그렇지만 신중하고 싶다.

경력이 고작 2개월에 내가 학문이 깊어서 맞히는 게 아니고.

‘갈굼 당하며 보는 사주’로 체득한 눈칫밥이 우선인 데다.

명승의 제자라는 타이틀이 있긴 한데.

사주 강화술이 내가 아는 일반론의 사주명리학과 괴리된 내용이 너무 많다.

공공 기관의 부적절한 세금 낭비 행위는 그냥 명분이고.

“그런데요. 말씀하신바, 검증 시스템이 없어서 공채가 어렵습니다. 뽑는 방식도 홈페이지나 워크넷에 공고가 되니까, 뽑기도 전에 사업이 좌초할 여지가 있고요.”

“음.”

“또 공채를 한다 해도 채용을 할 만한 분을 가릴 권위자를 모시는 것도 어려워요. 그래서 부탁드리는 거예요.”

“그러니 애초에 안 하면 되지 않습니까?”

공기관이 공공성이 보장 안 될 사업은 애초에 하면 안 되지.

“이번에 전통문화 지원 사업에 우리 지자체가 선정되어서 하는 사업이라. 제 선에서는…….”

“아, 중앙에서 하라고 내려 온 거면 인정합니다.”

나라에서 그런 거 하라고 돈 줬으면 킹정이지.

안 그래도 지역 민방에서 소식을 들었다.

이 동네가 근 몇 년간 중앙 정부에서 전통문화 복원 사업 시범도시 이런 거 뽑혀서 국고 지원을 받는다고.

걸로 한옥도 더 짓고, 한지 공예에 투자도 하고, 무형 문화재들 지원도 늘리고 해외에 팔 레토르트 비빔밥 공장 세우고. 뭐 그런 걸로.

그 외에도 자잘한 사업들을 지자체가 알아서 할 건데.

운영비는 모르겠지만 하는 강사가 받는 인건비는 계산해 보니 5~60만 원이니까.

왠지 공공성 관련해 품은 의문이 해소된다.

이건 나라가 공인한 사업이라는 말인데.

나라가 보험을, 혹은 최소 공범은 되어 준다.

다만, 음. 아무리 생각해도.

선발 과정이 누구의 제자니까. 네가 해봐. 내정자로 정해 둘게.

이런 식은 좀.

“그래도 저는 아직 부족합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전주는 북쪽으로 차로 한 시간 거리 내에 계룡산이.

남쪽으로 차로 한 시간 거리 내에 지리산이 있는.

수양하는 도사들을 찾으려면 한 다스는 찾을 수 있는 요지다.

그 사람들만큼 공부한 적 없다.

산중에 있는 부대에서 공부한 걸 경력으로 친다면 치겠다만.

어거지잖아.

“음, 아직은 시간이 있으니까. 생각이 바뀌시면 연락 주세요.”

공무원분이 대단히 아쉬워하며 돌아가셨는데.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인정받았다는 거 아니냐.

<겸양>

때로는 명분 있는 거절이 사람의 품격과 권위를 돋보이게 만듭니다.

관가의 제언을 거부하였으나 그 명분이 정당하여 명성을 떨치게 되니 관성운이 증가합니다.

관성운 포인트가 오릅니다. 흙운/관성운 관련 레벨을 올릴 수 있습니다.

엥? 이게 아예 올랐어?

거절했다고 오르는 건 뭔데. 참 종잡을 수가 없다.

세 번쯤 거절하고 받으면 천을귀인 때 마냥. 뭔 특수 업적 있는 거 아냐?

관성운 관련해서 뭐 찍을 게 있나 싶어 살펴보려는데.

<홍염살 LV5> LV+2 이벤트 강화.

<도화살 LV7> LV+1 이벤트 강화.

殺이 올라 있었다. 그 살 말고.

것도 죄다 이성, 특히 육체적 끌림과 관련된 운세들이.

뭐지, 혹시 세상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몰래 날 짝사랑하나.

헌데 나처럼 여자운이 낮은데 색정, 이성과 관련된 살이 성하면.

보편적이진 않은 이성이 주위를 맴돌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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