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11화 (11/211)
  • #11. 위를 거스르는 공무원

    미용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어 놓으셨다.

    이런 아부가 절로 나올지 나도 몰랐는데 공연히 뿌듯하다.

    누군가 재미있게 만들면 그렇더라고.

    진짜 기분 좋은 듯 웃으시네들.

    “꽃밭이라네.”

    “아하하하 아이고 참. 말 진짜 잘해.”

    “어떤 꽃인데요?”

    “말씀드렸을걸요. 화단의 해바라기, 물가의 봉오리 덜 핀 연꽃, 색 없는 장미.”

    아예 내가 캐릭터로 만들어서 붙여 드렸다.

    표출과 표현의 운이 없는 분은 ‘색 없는 장미’ 드립쳤고.

    연꽃 철 아닐 때 태어난 물이 많은 ‘수다목부’ 사주.

    한 마디로 물 많은데 나무로 태어난 사주한테는.

    물가의 여물지 않은 가냘픈 연꽃이라고 드립쳤다.

    을목에만 얼추 수백 개는 가져다 붙일 수 있다.

    썩어도 준치라고 그래도 작가질 하는 놈이다.

    사주를 보고 그 사람에게 캐릭터를 부여하는 건 일도 아니다.

    “뭐가 제일 이쁜데?”

    “복채 많이 주는 꽃이요.”

    미용실은 이내 다시 웃음판이 됐다.

    “아니 근데 왜 다 꽃이야? 총각이 이거 턴 거 아냐?”

    아줌마 한 분이 손을 부리 모양으로 만들어 캐스터네츠처럼 닫고 연다.

    “꽃이 꽃들이랑 놀지 누구랑 놀겠어요. 세 분 다 꽃으로 태어난 거 맞으세요.”

    “그 아부 좀 하려고 그런 거 아니고?”

    본질을 아셨네. 그래야 장사가 잘되니까.

    근데 비법은 말하면 안 되니 둘러댔다.

    “꽃은 원래 열 명 중 한 명씩 꽃으로 태어나요. 이상할 것도 없어요. 한 반에 30명 있으면 여자애들 셋이서 몰려다니는 경우 있잖아요? 걔네들 셋 다 같은 속성인 경우 꽤 있어요.”

    “아, 열 명 중 한 명이야?”

    “예, 흔하진 않은데 그렇다고 드물지도 않아요. 사람은 끼리끼리 모여요. 관심사나 생각도 비슷비슷하고.”

    “아이 이쁘단 소리 아니었어?”

    “그것도 맞는데요. 별로면 그냥 나무로 태어나신 분, 가지치기 다 되어서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라고 해요. 아무한테나 꽃이라곤 안 합니다.”

    이건 거짓말이다.

    자존감 없는 사람이거나 나이 드신 분들은 무조건 꽃이라 말한다.

    “에이 총각한테 아줌마들이 진짜로 예쁘겠어?”

    “그래도 따님은 기대되는 누님들이시죠.”

    머리도 공짜로 깎는 마당이라 입 몇 번 못 놀릴 이유 없다.

    가면 갈수록 사람이 직언보다 아부를 잘하게 바뀐다.

    사주를 개떡같이 봐도 기분만 좋게 해 주면 복채를 내는 게 사람이다.

    사람들은 사주쟁이가 거짓으로라도 꽃길을 말해 줬으면 하더라.

    “딸이 없어, 시집갔고.”

    “언니가 하나 더 낳으면 되겠네.”

    “애가 뭐 그냥 생겨?”

    어 빨간 대화 시간,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아지매들 하여간 별소릴 다 한다.

    메시지가 들렸다.

    [당신은 언변으로 지지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고 공세를 막아 냈습니다. 지지자운이 있는 물운/비겁운과 화술운이 있는 나무운/식상운에 포인트가 적립됩니다.]

    진짜 별것이 다 오르네.

    그나저나 김순옥 여사님 정말 머리카락 개성 넘치게 깎는구나.

    외모와 매력을 상징하는 식상운 재성운 안 떨어지나?

    안 떨어지죠?

    그런 메시지 안 뜨길 바라며 참혹하게 박박 밀려 가는 머리카락을 보고 있는데.

    여전히 아줌마들은 딸 관련 토크로 난리다.

    따님 주십시오 한 것도 아닌데 왜들 그러시는지는 모르겠다.

    나 같으면 프리랜서+자영업 비정규직에 비정규직을 겹친 이런 놈한텐 시집 안 보낼 거 같은데.

    아마 김순옥 여사는 딸이 없고 젊으신 분은 딸이 어릴 거다.

    “현숙이 언니 딸이 공무원이야 공무원.”

    그러자 색 없는 장미였던 강현숙 여사님 사주가 확 떠올랐다.

    강현숙 여사님 큰딸 사주로 고민을 그렇게 하셨다.

    “아, 이직 끝까지 막으세요.”

    “어휴 큰일이야. 죽겠다. 죽겠다. 공부할 때보다 더 죽겠다 그래. 그러고 보니……. 자기가 공무원 사주 아니라고 그랬나? 위를 거스르는 사주라고.”

    강현숙 여사 큰딸은 내가 사주를 틀렸다.

    공무원 할 줄을 짐작을 못 했다.

    공무원, 군인 사주 같은 경우는 내가 거의 안 틀린다.

    된 사람들 보면 공통점이 있고 그 공통점이 비슷비슷하거든.

    이건 우연이라 보기는 힘들 정도의 표본이 있다.

    다만 강현숙 여사 큰딸 사주는 틀렸다.

    위를 거스르는 사주가 교직, 복지가 아닌 일행인 공직자로 일하는 경우는 몇 번 본 적 없는 사례다.

    “공무원이면 공무원 사주지 그런 게 어딨나요. 정장 입고 건설 트레일러를 모는 것 같은 기분은 들지만, 응원한다고 전해주세요. 트레일러만 잘 몰면 되죠.”

    사주를 뛰어넘는 아웃라이어들은 보면 왠지 기분이 좋다.

    운명 따위 X까 하고 이겨 낸 사람들 아닌가.

    좋은 사주인데 반대로 이겨 내 버린 사람들이 많을 뿐.

    사주를 거스른 사람은 상당히 많고 분명 존재한다.

    “처음엔 자기가 사기꾼이라고 하더니 요샌 그 위를 거스르는 사주가 신경 쓰이나 봐.”

    “그냥 요새 상사한테 혼 좀 나나 보죠. 사람은 머리 크면 다 위는 거슬러요. 티를 내나 안 내나의 차이지.”

    “티 낸다며?”

    “그건 그럴 건데, 저는 추측이고요. 딸은 엄마가 제일 잘 알아요. 엄마도 윗사람이거든요. 딱 보이시지 않아요? 저놈의 가시나 시집가면 우째 살지, 일터 나가서 꼬박꼬박 말대꾸하고. 그럴 거.”

    “어머 맞어…….”

    모르는 엄마도 많아요. 관심 있는 엄마시네.

    팔자, 사주, 운명을 스스로 바꾼 건 대단하다.

    하지만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사주 강화술을 보니까, 가진 운을 강화하는 건 되어도.

    뜯어고치는 수준의 개벽은 불가능하다.

    사주라는 게 한날한시에 태어나도 누군 동네 이장이고.

    누군 대통령인 걸로 보아 개뻥이긴 한데.

    이장급, 대통령급으로 레벨이 다를 뿐.

    리더의 운명 자체를 타고 태어난 것은 같다.

    ‘운명을 비틀기까지는 가능하다고 보는데…….’

    고로 이장이나 할 그릇으로 대통령이 될 수도 있고.

    이장이나 하는 대통령의 그릇일 수도 있다.

    무당 팔자인데 역술인 되기.

    접대부 팔자인데 연예인 되기.

    여자 못 만날 사주인데 신부나 스님 되기.

    직업이나 급은 사람의 운이 강화되느냐 마냐에 따라 갈리는 건 맞는데.

    ‘기질’은 바뀌지 않는 듯 보인다.

    ‘위를 거스르는 팔자’도 마찬가지로 그 기질은 같다.

    위를 거스르는 팔자가 진짜 잘 풀리면 언론인, 혁명가가 되긴 하는데.

    보통은 그냥 불평분자 불만분자가 된다.

    “우리 아들도 그러는데.”

    김순옥 여사가 맞장구치면서 묻는다.

    “근데 또 집에서는 편하다고 그러는 건방진 자식이 있는 반면, 사회에선 네, 네 하는 스타일이 있죠.”

    아들내미들 군대 갔다 와서 소위 철들었다고 하는데 진짜 그렇진 않고.

    내가 철 안 들었거든.

    그냥 ‘복종하는 인간상’을 주입받았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수직 구조의 조직 적응에 어려움을 덜 타는 면모는 아무래도 있다.

    단 김순옥 씨 아들은 그냥 전형적인 방구석 여포라서 밖에서는 안 샐 것이다.

    “어휴, 우리 딸은 관둔다고 난리도 아니야.”

    이렇게 위를 거스르는 팔자가 수직적인 공무원 집단의 일원으로 국가의 법령에 따라 일한다는 건.

    진짜 풀 플레이트 아머 입고 수영하는 것 같다.

    고로 이 경우는 아마 일을 관둘 것이다.

    갑옷을 벗든가 수영을 하지 말든가 이니까.

    사람이 그 갑옷을 벗는 건 상당히 어렵다.

    수영을 안 하고 말지.

    근데……. 요즘 세상에 갓 9급 관두고, 뭐 해?

    “저 같으면 쭉 다닐 텐데. 아쉽네요. 따님이 어렵게 쥔 걸 그렇게 쉽게 버리고 그 이상의 좋은 것을 쥘 수 있을까요?”

    “그러게.”

    “도사님 뭐 방법이라도 있을까. 부적 같은 거라도.”

    “아주 좋은 방법이 하나 있거든요. 그런데 안 들을 겁니다. 이미 그 방법을 말씀하셨을 거거든요.”

    솔직히 사주대로 된다고 하면 끝내 공무원을 관둘 것 같은데.

    관둘 거라고 맞히고.

    거봐요. 맞았죠? 이러고 싶지는 않았다.

    “무슨 말을?”

    “시집가라요.”

    “그러면 얌전히 다닐까?”

    그건 아니다.

    남편이 벌어먹여 살리겠다고 한다면 그래도 되는데 냉정하게 사주로만 보면 성격이 안 된다.

    미모는 얼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일단 꾸밈과 애교에는 능하다.

    “아뇨 정확히 말씀드리면 시집가서 애 낳아라, 라고 해야겠네요.”

    “질색을 하는데, 자긴 뭐 엄마처럼 키울 자신이 없다나.”

    “말 참 잘하죠?”

    “말은 잘해. 근데 애 가지면 안 관둘까?”

    “그렇진 않아요. 그저.”

    “그저?”

    “육아 휴직을 쓸 수가 있죠. 안 관두고도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거든요. 결국 답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겁니다.”

    애 셋 둬서 텀두고 쉰 후 그 뒤 복직한다?

    그러면 답이 있다.

    이분은 약 20년간 하늘이 관성운 레벨을 2~3레벨 정도 임대해 준다.

    관성운은 복종, 통솔, 사회적 적응도라서 이 운세가 오면 윗선과 지배 체계에 순응한다.

    이러면 위를 거스르는 본질이야 있지만.

    마땅한 위가 없는 자리에 오르거나.

    위를 거스르지만 명분 있는 거스름을 가할 만큼 인격이 성숙해서.

    명분을 틀어쥐니, 직장에서의 평판이 떨어지지 않는다.

    한 30대 중반부터 50대까지는 인생 100년 중 20년간 위를 거스르지 않거나 거스를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니까.

    나름 평생직장으로 구색을 갖추며 다닐 수 있다고 본다.

    “애 낳으면 해결돼?”

    “어 삼 남매를 연달아 낳으면 직장에서 버틸 힘이 사주 상 굉장히 좋아질 것 같네요. 삼 남매 연년생이면 휴직을 몇 년을 줄지는 모르겠는데. 4~5년은 주겠죠?”

    “현숙이는 외손주만 셋 보겠네.”

    “시집을 가야지 말이지.”

    “남자 만나는 재주는 좀 있을걸요. 아, 그런데 결혼은 힘들 수도.”

    “왜 힘들어? 우리 딸이?”

    그분 사주대로라면 연애는 많이 한다.

    “스물아홉이었죠?”

    “응.”

    “연하 취향이라 힘들어요.”

    “응? 연하인 게 왜?”

    “어머님 가슴에 손을 얹고 본인도 생각해 보세요. 사윗감 좀 괜찮은 분 들이고 싶죠.”

    “그렇지 당연한 거지.”

    “그럼 그럼.”

    다른 아줌마들까지 맞장구를 친다.

    “어머님만 그러진 않겠죠? 따님도 야무질 텐데 비슷한 생각을 하겠죠.”

    “그런 건 철들었어. 관둔다고 해서 문제지.”

    “그럼 안정감 있고 재력 있는 연하남을 원할 텐데. 그런 이십 대 연하남이 대한민국 땅에 어디 있으며, 그런 연하남이 장가를 들겠어요?”

    강현숙 여사는 끝내 에휴 한숨을 쉰다.

    “고놈의 가시나는 뭔 재주로 그러는지 모르겠네.”

    “연하 좋지 왜에.”

    김순옥 여사가 놀리기까지 한다.

    그 공무원 양반 정말 연하만 만나고 다니는 모양이다.

    “걔 왜 연하만 만나는지도 사주에 나와?”

    “어, 나오죠. 위를 거스르는 팔자다 보니까, 오빠들이랑 상성이 안 맞아요. 본인도 알걸요.”

    “근데 우리 딸보다 어리면 순옥 언니 아들 정도나 되는데.”

    “아휴 남자애들 군대 막 갔다 와서 막 전역하고 그럴 때라 자리 못 잡았지.”

    “어렵긴 하겠네요.”

    대학물 안 먹고 실업계 졸업 후 바로 일하며 돈 버는 고졸 남편을 굳이 찾자면 재산이나 직업안정은 되어 있을 것이다.

    근데 아마 저 집 엄마 욕심이 그 정도 남자가 성에는 안 찰 거 같은데…….

    연하남 중에 인서울 대졸 4년제 9급 신부에 맞는 짝이 흔한 편은 아니다.

    특히 사무직 남자 중에서 최소 비슷한 4년제 9급 정도 바라면 지방에선 드물다.

    한 33세쯤 나이 차면 남자 몇몇은 가시권에 들어 올 수도 있고.

    한데 그사이에 딸이 그 어렵게 들어간 공무원 관둬 버리면.

    말짱 도루묵이다.

    “도사님이 어떻게 뭐 안 될까? 부적 같은 거 못 써?”

    “공무원 안 관두는 부적이랄 게…….”

    무당과 역술인의 차이를 이해하지도, 이해하실 생각도 없으신 듯.

    부적 쓸 줄도 모른다.

    진짜 효험 보려면 명산대천에 수행 기도 며칠 하는 것 정도만 흉내 낼 수 있겠다.

    그런 다음 대충 가라로 휘갈겨서 팔면 장사야 되겠지만.

    그건 사기고.

    결론은 답이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눈앞에 있으면 차라리 관두고.

    공부로 시험에 붙을 정도의 운과 실력은 있으니까.

    교대나 다시 가라고 하고 싶긴 한데.

    일단 자식이 붙은 공무원은 안 관두길 바라는 엄마 앞에서.

    그리 말하기도 좀 그렇다.

    “말마따나 언능 애를 낳게 혀. 육아휴직 자꾸 쓰다 보면 다른 데로 발령 나서 비기 싫은 윗사람 꼴은 안 보고 그럴 거 아녀.”

    “시집부터 보내야지 언니. 아휴. 진짜로 연하만 만나요. 새파란 애들 대학생들. 걔네들이 진지하게 생각을 하겠어?”

    “연하 만나는 그것도 능력이여.”

    “총각 뭐 아는 친구들 없어?”

    “지금 얼추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을 텐데요. 그 애인이랑 같이 사주 한번 직접 보러 오라 그러세요.”

    “그래? 만나고는 있는 거야?”

    얼마나 시집가라 들들 볶았으면 그 나이에 굳이 몰래 연애를 하겠습니까.

    그리고 아마 결혼하겠다고 하면 부모가 좀 신중히 생각해 보라고 태세 전환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중매>

    역술인은 전통의 커플 매니저를 역임해 왔습니다~

    어 역시 뜨네.

    사주단자를 통한 중매는 퀘스트였다.

    동거남과의 재혼 고민 중인 아줌마 상담해 줄 때 한 번 떴었다.

    사주단자를 통한 중매는 성사되면 1~4렙 정도의 초급 사주 강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한 포인트가 한 번에 들어온다.

    그리고 결혼한 커플이 해로하면 해로할수록 약간씩 쌓인다고 한다.

    그 덕에 굉장히 어렵지만 도전해 볼 만한 일이었다.

    * * *

    “아, 네 따님 오늘 오신대요? 예약, 아 저희 철학관이 아직 예약까지 받을 정도는 아니어서 그냥 오셔도 되는데. 예, 그래도 예약해 드릴게요. 같이 오시나요? 아, 혼자요. 네 알겠습니다.”

    아직 막 줄 서고 대기 손님 있을 정도는 아닌데.

    강현숙 어머님 딸이 방문을 한다고 연락이 왔다.

    “같이 오실 것 같았는데, 뭐 이게 낫지. 쌍으로 잔소리하는 것 같을 테니.”

    강현숙 씨 딸을 사주 보러 오라 권한 것은.

    사주를 통해 좀 고급지게 잔소리하기 위함이다.

    엄마가 같이 오면 옆에서 엄마까지 잔소리 할 건데.

    나는 쌍으로 잔소리하는 시누이가 될 테고.

    그런 식으로 사주 봐주면 부정적 생각이 먼저 들어서 내 말 절대 안 듣는다.

    “흠, 흠, 아, 아.”

    위를 거스르는 사주는 지 맘에 안 드는 말은 절대 안 믿어서.

    이런 분들은 믿게 하려면 기선제압이 필요하다.

    그 덕에 거울 보며 표정 연기 연습도 좀 하고, 언더테이커처럼 눈 뒤집어 까는 것도 조금 연습했다.

    그리고 철학관 문이 그 예약 시간 정시가 되기도 전에 열렸다.

    “저, 여기 예약을…… 어?”

    철학관을 들어오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그런 얼굴을 하고 있다.

    뭐라고 날 놀라게 하거나 번개같이 맞출까. 기대 반 긴장 반.

    마치 제 발로 테마파크 유령의 집을 가는 사람들 같다고나 할까.

    그런 얼굴로 들어 온 여자는 이내 눈매가 내려가고.

    입가가 피식 올라갔다.

    ‘관상이라도 보게 사진 한 번 달라 그럴 걸 그랬나.’

    동네 장사니까, 이런 일도 있겠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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