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6화 (6/211)
  • #6. 천을귀인과 기연

    천을귀인은 설명이 딱히 없었고 1레벨이다.

    아는 내용이니까, 그냥 바로 2렙으로 올……리기 전에.

    “키부터 올리자, 연속 강화 안 되니까.”

    키 성장 LV4부터 찍어야 했다.

    현재 작업실의 내 노트북으로 강화 중이다.

    사주 강화술 프로그램은 복사가 된다.

    그래서 일단 내 컴퓨터와 USB 등으로 옮겨 두었다.

    현주컴퓨터 윈도우 2000NT는 조만간 운명할 것 같으니까.

    “이걸 스마트폰에 옮기면 굳이 상태창이 필요가 없는데 말이지. 스마트폰 변환은 안 된단 말이야.”

    얼마 전엔 상태창 나타나는 소설 구상하다가.

    사주 강화술도 스마트폰에 넣어 다니면 상시 상시 사용할 수 있지 않나? 싶어서.

    휴대폰으로 옮기다가 실행은커녕 읽지도 못하는 사태에 직면했다.

    검색하다가 윈도우폰이 아니면 안 돌아가고.

    윈도우폰은 옴니아 같은 것 말곤 구하기가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윈도우폰이나, 윈도우 태블릿. 혹은 사주 강화술을 안드로이드, iOS에서 읽게 할 수 있는 로더가 필요해졌다.

    “일단 새 노트북 사서 옮겨야지. 키 성장.”

    아버지운을 내 컴퓨터로 강화했는데, 강화가 되는지는 의문이다.

    복제는 되는데 효능은 다를 수도 있지 않겠나.

    그러면 이놈의 현주컴퓨터를 평생 고치고 업글해야 한다는 소리니까.

    [나무 포인트를 모두 소진하여 키 성장 레벨을 4레벨로 올렸습니다.]

    “아, 된다 돼. 복사해도 돼.”

    키는 바로 느껴진다. 시야가 낮았던 인간이라 알 수 있다.

    이제 깔창 3형제 다 폐기 처분해도 되겠다.

    마지막으로 천을귀인에 투자했다.

    신살탭은 물/비겁, 나무/식상, 불/재성, 흙/관성, 쇠/인성. 5개의 운과 별개의 탭에 존재했다.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도화살, 역마살, 백호대살, 귀문관살, 화개살 등의 살작용과.

    반대되는 작용인 귀성, 귀인 작용에 투자가 가능했다.

    살에 투자하면 흉이 같이 와서 좀 꺼려지지만 탐나는 게 없지는 않다.

    반대로 귀인은 투자하면 좋은 작용만 온다.

    최강의 귀인인 1티어 천을, 2티어 천덕, 3티어 월덕이 있다.

    남성향이야 귀인의 조력보다는 주인공이 잘난 게 재밌으니.

    여성향 로판에 비교하자면 악녀가 주인공을 궁지에 몰아넣고 싸대기 날리려는 순간.

    천을이면 황제급 끗발의 제1 남주가 와서 구해주고.

    천덕이면 황제의 라이벌 공작급 제2 남주가 와서 도와주고.

    월덕이면 시종이나 기사급 제3 남주가 악녀한테 몸 날려 대신 처맞아 준다.

    셋 다 없으면 직접 그 악녀랑 머리채 잡고 듀얼 떠야.

    나는 3티어 월덕은 7레벨로 상당히 높다.

    천덕은 없고, 천을은 있지만 1레벨로 작용이 크지 않았는데.

    지금 막 올렸다.

    “내 턱시도 가면은 누가 되려나.”

    사주 관련 소설을 쓰면 하고 싶었던 게.

    천을귀인이 매우 강한 주인공이면 하늘이 도와 회귀하고 상태창 열리고.

    그런 사주라서 그런다, 천을귀인이 강해서 그런다고 하면.

    개연성이란 놈이 부여되지 않나 싶은 구상이 있었다.

    그 사람은 인생이 주인공지체 급이니까.

    * * *

    “흠…… A4 2장 이내야?”

    작업실 가던 도중 플래카드를 하나 봤다.

    전북지역 음식문화 콘텐츠 스토리 공모전.

    상금 대상 200만 원, 금상 100만 원, 은상 50만 원, 장려상 30만 원.

    수상 후 고료 별도 지급.

    수상작 영화화 웹툰화 게임화 지원.

    기성 신인 무관.

    콘텐츠 진흥원 공모전인데.

    전북 지역의 음식 문화를 원 소스 멀티 유즈로 영화, 웹툰, 게임, 소설 등으로 만들 스토리를 모집한다고 한다.

    요강 및 활용을 보면 저작권은 작가 귀속.

    그리고 공기업인 콘텐츠 진흥원에서 수상작과 관련하여, 영상화 게임화 웹툰화를 한다고.

    “오늘까지? 근데 A4 2장이면 껌인데.”

    일단 A4 2장 이내만 응모해도 된다는 게 참으로 맘에 들었다.

    이내니까 사실 더 적게 써도 문제 없다.

    웹소설 작가한테는 분량이 왕이다.

    “대충 2천 자 정도 되겠는데? 웹소설 반 편도 안 되네. 재미 삼아 써 볼까.”

    2천 자로 최대 200만 원이라면 웹소설 판형으로 계산해 봤을 때.

    “어디 보자. 대강 13만 6천 자에서 14만 자니까. 그걸 써도 내가 200을 못 받는데. 얼추 수천만 원.”

    저 분량대로 200만 원을 수령한다면.

    월 천이 문제가 아니라 월 억에 육박한다.

    물론 나랏돈을 그리 퍼 줄 리는 없지만.

    200만 원이 어디인가. 탐이 난다.

    운장산 물다람쥐 짓 한 달 내내 하면서 번 돈보다 많지 않던가.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쓴 글의 상상 속 캐릭터가.

    뭔가 실체를 얻어서 움직이고 누군가 연기해주는 상상은 실로 즐거운 것이다.

    야심 차게 쓴 사주 무협 역술인의 검 실패 이후.

    라이트노벨의 문을 두들겼던 데는 그런 이유도 있었다.

    그림 작가와 함께 하는 글이기 때문에, 만화화나 애니화가 상대적으로 쉽고.

    그렇지 않더라도 내 캐릭터들을 최대한 어여쁘게 그려 주는 일러 작가와 함께 일하기 때문이다.

    “내가 쓴 글 영상화라…….”

    콘텐츠 진흥원에서 진행하는 공모전이니까.

    영상화, 게임화 등과 연결이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은 나도 든다.

    일러스트화와 일러스트가 들어간 굿즈까지는 이뤄 봤는데.

    그 이상은 아직 내겐 꿈이다.

    “근데 전주비빔밥, 임실 치즈, 남원 추어탕, 고창 복분자, 순창 고추장, 장수 한우로 영상화, 게임화, 웹툰화로 만들 스토리…….”

    한데 주제가 몹시 고약스럽다.

    “어차피 사주 강화술 올리려면 무한도전을 혼자 찍어야 할 판이니. 뭐, 해 보자.”

    인생의 업적을 달성하면, 뭐라도 운을 강화할 수 있으니까.

    도전이라도 해 보는 건 어려울 게 없었다.

    음식 문화 콘텐츠 스토리 공모전을 한번 차분히 구상해서 아이디어를 적어 보았다.

    우선 생각나는 건 아동 관련 컨텐츠이다.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생각하고 썼다.

    <건강한 전북맨>

    ‘건강 음식을 권하는, 정의의 전북맨!’

    ‘나쁜 패스트푸드와 탄산에게 건강한 비빔밥 맛을 보여주자구!’

    ‘에잇 너희들 용서할 수 없어. 비빔 파워!’

    ‘고추장 싫어하는 아이 안 돼요.’

    ‘건강한 추어탕을 먹어야지.’

    적다 보니 자괴감이 드는 건 뭔가.

    “으, 흠……. 이런 컨텐츠가 팔릴까? 도대체 무슨 의도야.”

    아동 컨텐츠는 일단 좀 아닌 거 같아서 새로 적어 보았다.

    농업이 산업의 주력인 낙후 지역 전북의 한을 담아서.

    왠지 그런 걸 써야 또 뽑아 줄 것도 같고.

    <고추장 영웅, 김말석>

    ‘그는 농민들의 영웅으로,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무분별한 자유 무역 협정에 저항.’

    ‘장수 한우 장군이를 타고 정권의 하수인인 경찰들의 차 벽을 돌파한다.’

    ‘자랑스러운 장수 한우 장군이는 자그마치 차 벽을 뚫고 지나가고.’

    ‘김말석의 비장의 무기는 팔리지 않은 고추를 갈아 만든 한국인의 매운맛.’

    ‘이 무기를 쓰고 싶지 않았지만.’

    ‘받아랏. 물대포에 저항하는 순창 고추장포.’

    의경으로 전역한 친구 놈이 시위 막는데,

    무슨 스톤 콜드 스티브 오스틴이 맥주를 발포하는 것처럼 고추장을 쏜 사람이 있었다는 증언에 영감을 받아 적었다.

    “……미친.”

    써 놓고 보니 이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는 불편할 내용이다.

    그래도 공공기관에서 공모하는 건데.

    이딴 걸 써도 되나?

    일단 쓰다 접어 두었다.

    <비빔밥으로 치는 점술>

    비빔밥에 담긴 색채에는 전통의 오행 철학이…….

    중앙에 놓인 것은 노른자로 황의 흙이요, 우측에 청경채와…….

    “어우 재미없어.”

    철학관을 작업실로 쓰는 중이고, 일단 사주도 보는 투잡맨이므로 이런 걸 한 번은 써 봐야겠다 싶어 적었는데, 버티질 못하고 전부 지웠다.

    어찌 됐건 재미는 있어야 한다.

    재미가 있으려면?

    말초적이어야지.

    <4대 고장, 변강쇠 선발 대회>

    ‘치즈는 로마 시절부터 먹어오던 사내들의 자양 강장 음식. 임실의 아랫도리의 묽은 치즈. 왕진핵.’

    ‘미꾸라지의 그 강렬한 헤엄침과 뚝심. 그녀들을 헤집어 놓을 남원의 굵은 미꾸라지, 양기서.’

    ‘복분자를 말해 무엇하랴. 요강을 발사한다. 고창의 보랏빛 혈관, 남근강.’

    ‘캡사이신 성분에 담긴 자극, 고추장의 붉은 열정…….’

    ‘이 4대 정력 음식만 먹어 온 4개 고장의 정력남들이, 그들의 강력함을 자랑한다.’

    이건 스스로를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야설 작가 아니랄까 봐.”

    그래도 음식 홍보는 아주 직관적이라 괜찮을 성싶다.

    정력 마케팅은 불패 신화라 들었다.

    거기다 변강쇠전의 고장 아닌가.

    지역의 고전 춘향전도 원전 판소리 보면 완전 야설이야.

    춘향이 나이는 미성년자고.

    나라가 뭐 성리학 교조주의 때보다 성적 검열이 심해.

    그래도 수위를 놓고는 고민을 좀 했다.

    일단 야설 쓰다가 수위 넘어서 자르라거나 고치라는 말 듣는 건 내게 흔한 일이라, 살짝 순화해서 스토리를 마련해 두었다.

    그런데 켜 놓고 작업하던 TV 뉴스에서 정은이 얼굴이 떴다.

    “올, 아버지운 만렙.”

    딱 치즈 관련해서 자료를 찾던 도중이었다.

    ‘치즈가 정말 정력에 좋으면 왜 피자는 정력 마케팅을 안 쓰나?’

    이런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온 가족을 타깃으로 하는 식품이라서 그랬겠지만. 근거가 없는 얘기일 수도 있으니.”

    치즈를 스태미나 식품으로 먹었다는 건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라 확실치가 않았다.

    로마 병사들이 그런 식으로 먹었다던가.

    근데 그런 식으로 따질 거면 비빔밥도 정력에 좋고, 한우는 더 좋아야지 않나?

    그러던 중 어느 때나 위키질이 그렇듯.

    목적대로 치즈만 찾는 게 아니라.

    치즈의 종류, 품종, 푸른곰팡이 치즈 이런 거 찾고 있는데.

    TV에 정은이가 나오니까.

    어디서 뉴스 같은 게 있었던 게 떠올랐다.

    <김정은 살찌운 ‘에멘탈 치즈’ 어떤 맛이기에>

    <김정은 에멘탈 치즈에 강한 집착……>

    실제로 옛 인터넷 신문 기사도 있었는데 그걸 본 나는 문득 아이디어가 스쳤다.

    “이거다.”

    <불편한 정은씨.>

    정은씨는 스위스 유학 시절 먹었던 에멘탈 치즈의 맛이 그립다.

    하지만 그의 제2의 고향과 같았던 스위스에서도.

    그만 사악한 미제의 경제 제재에 의해 사치품을 수출하지 않는단다.

    (인간극장 BGM).

    정은씨는 스위스 에멘탈 치즈에 버금가는 치즈가 먹고 싶다.

    그런데 이제 구하기가 힘들단다.

    정말 참지 못한 정은씨는 그만, 조총련계에 심어 둔 요원들에게 일본 호텔에 공급하는 에멘탈 치즈를 훔쳐 오라 시켰고.

    들키고야 말았다.

    부끄러워진 정은씨,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런 정은씨에게 정찰총국이 보내온 하나의 전보는 뜻밖이었다.

    남한의 전북 임실에서.

    에멘탈 치즈를 만든단다.

    인민무력부 정찰총국 제1 공작선전부.

    이상한 전보를 받는다.

    남한 가서 젖소를 훔쳐 오란다.

    (인간극장 BGM)

    과감하게 영상화를 생각하고 BGM까지 선정해서 적었다.

    당선되면 영상화 협약이랑 해 준다니까.

    혹시 아는가, 다른 건 몰라도 지역 방송 CF 같은 건 가능해 보인다.

    목소리는 이금희 씨 내레이션으로.

    “이런 정치적 소재는 좀 피해야 하는데.”

    근데 이걸 적어 놓고 보니까, 앞서 고추장 영웅 김말석이랑 뭐가 다르지 싶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전주비빔밥, 임실 치즈, 장수 한우, 순창 고추장, 고창 복분자, 남원 추어탕으로.

    영화 만화 웹툰 게임을 만들 스토리를 짜기가 힘들다.

    “그러니까 돈 주고 뽑겠지 뭐…….”

    그냥 내기로 했다.

    결국 뽑는 사람들이 상금 주기로 하고 뽑는 거지.

    쓴 내 잘못은 아니다.

    이상하고 못 써먹을 내용이면 그냥 안 뽑으면 되는 거지, 아닌가?

    고추장 영웅 김말석, 4대 고장 변강쇠 선발 대회, 불편한 정은씨를 죄다 보낼 생각이다.

    원고를 압축해서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갔다.

    업로드로 지원 가능했다.

    이미 몇 가지 작품들이 비밀글이긴 하지만 올라와 있었다.

    다만 제목 정도는 볼 수 있었는데.

    다 뭔가 제목부터가 품격 있었다.

    느낌이 내가 쓰려다 접은 <전주비빔밥에 담긴 오행문화와 사주>와 유사한 <비빔밥, 색의 이야기>와.

    <장맛이 변하면 집안이 망한다>

    <지정환 신부의 첫 하와이안 피자>

    이런 순문학이나 리포트 느낌 나는 게 아무래도 당선되지 않겠나 싶다.

    제목부터가 괜찮게 느껴졌으니까.

    “시어머니와 며느리 이야기 같은 거면 구성도 잘 되고 재밌겠네.”

    <장맛이 변하면 집안이 망한다> 는 나도 사주 느낌으로 좀 민속 속설을 섞어 적을 수 있었겠다 싶어, 제목만 봐도 아이디어가 아쉬웠다.

    “제목들 좋네……. 아 참말로. 다시 쓸까?”

    그 사이에 낀.

    고추장 영웅 김말석, 불편한 정은씨, 4대 고장 변강쇠 선발 대회.

    눈에 띄긴 확 띄는데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아무리 봐도 어그로 능력만 느는 것 같어.”

    필명이고 실명이고 감추길 잘했다.

    필명과 실명으로 다 책을 내 본 적이 있어서, 들통나면 두 배로 쪽팔릴 거 같다.

    그런데, 당선됐다.

    기연발을 받았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