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5화 (5/211)
  • #5. 소문 잘 내 주는 착한 누나

    김순옥 어머님은 사주가 근간은 선하고 인자한 편이다.

    자식들한테는 좀 막 대하긴 할 건데.

    적어도 지인들에게는 재미있고 관대하며 재주도 있으나, 센스는 없는 친구로 여겨지고 있을 것이다.

    저 센스만 고치면 아마 적당한 재물을 거둘 수 있을 텐데…….

    직언하면 말은 맞다 해도 누구나 조금은 토라진다.

    맞는 말을 해도 기분 나쁜 말을 한 사람의 이야기니까.

    듣고 행하지 않는다.

    ‘작가잖냐, 떠올려라. 기분 나쁘지 않게 스타일 구리다고 할 말.’

    뜸을 들여 긴장감을 높이는 수법은 좋은데 할 말이 없다.

    순간 아주머니가 말씀한 이뻐머리방의 위치.

    시청 옆.

    그리고 공공기관 알바 찾는다고 살피며 본, 시청 홈페이지의 시청에서 하는 일들 보도 자료들.

    무엇보다 배움운과 어머니운이 떨어지는 면모.

    등등을 종합하면서 뭔가 한 가지 불확실한 결론을 도출했다.

    “혹시 할머니 할아버지들 미용 봉사 같은 거 다니세요?”

    김순옥 아주머니는 진짜 소름 돋게 놀라워했다.

    “네? 아니 그건 어떻게 아세요?”

    내가 더 놀랐다.

    와 씨, 찍었는데 맞았어.

    아니라고 한다면 아 봉사 활동 열심히 하실 것 같은 선한 팔자시다, 혹은 봉사 활동 해보시는 거 어때요? 그러려고 했다.

    “이 사주는 어머니 일찍 여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머니 운이 부실하고 결핍되어 있어요.”

    “저 엄마, 제가 어릴 때 돌아가셨어요.”

    “그, 유감이네요. 안 맞길 바랐는데.”

    “아니에요.”

    “계속 말씀드려도 될까요.”

    “예, 예 언능 말씀해 주세요. 어떻게 아셨어요? 나 사주 봐도 그런 말 하는 사람 한 명도 못 봤어요. 처음 들어요. 아니 진짜 용하시네.”

    찍었죠.

    “팔자가 돈 안 되는 남 좋은 일은 참 많이 하십니다.”

    내가 사주로 읽을 수 있는 건 저게 유일하다.

    ‘봉사 활동을 한다’ 까지는 김순옥 씨 사주에서 유추하기 어렵다.

    종교운이 좀 연관이 좀 되어야 보통 봉사 활동을 자주 다니는데, 김순옥은 종교운이 딱히 없다.

    그냥 미용실 위치가 시청에 미개발지 근처고, 노령인구가 많으며,

    시청에서는 미용 봉사자를 모집하고 사진 찍어서 보도 자료 돌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시청 근처 미용실이니까, 공무원 손님이 한번 권하지 않았겠나 싶어서 찍은 거다.

    그런 좋은 일은 응하는 사람이니까.

    “그렇게만 살아야 할까요? 저도 애들은 대학 가고, 남편은 은퇴하고, 쪼들리는 데가 많은데…….”

    김순옥 님의 목소리가 절실해졌다.

    이때다, 직언을 할 타이밍.

    사주쟁이로서 조언과 직언은 상대의 신뢰도를 많이 쌓았을 때 해야 효과가 있다.

    그리고 신뢰도를 쌓는 데는 일면식도 없는 그 사람의 인생을 맞히는 것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

    “할머니들이 해 달라는 머리를 좀 더 젊은 스타일대로 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그 딸뻘 되는 분들이 오시면 해 드리는 대로.”

    아무리 노티 나게 해도 설마 어쩌다 오는 딸뻘 손님들 머리를 그리하진 않겠지.

    “네? 아유, 엄마들이 되게 싫어하는데.”

    생판 모르는 할매들을 엄마들이라고 부르는 데에서, 그녀의 결핍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사주를 보는 사람들은 말에서 다 어느 정도 힌트를 준다.

    “진짜로 싫으실까요? 그리고, 김순옥 님. 그런 할머니분들 웃게 하실 능력 있잖아요.”

    “정말요?”

    “예, 사주가 친구들 나보다 약한 사람들 웃게 하고 즐겁게 해 주고 편하게 해 주는 쪽에 특화되어 있어요. 사실 공부운이 있었다면 상담이나 선생님 같은 쪽을 했으면 좋았을 거 같은데.”

    “그 말씀은 꼭 하시네. 어느 분이나.”

    “미용실에서도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하실 수 있고, 그 약간만 머리를 엄마들 말고 젊은이들처럼 한번 도전해 보세요. 아주 큰 돈을 벌 팔자라곤 못 하겠지만.”

    그러니까, 인정을 할머니들에게만 받은 거다.

    그 인정을 받으니 기뻐서 그 머리대로만 하는 거고.

    사실은 할매들도 공짜로 깎아 주니까, 싫은 소릴 안 하는 거고.

    할매들 머리니까. 아줌마들은 싫어하고.

    사람은 좋으니 가서 노는데, 머리하기는 꺼린다.

    이런 사주를 가진 사람에게 사주쟁이로서 할 수 있는 건, 또 다른 인정이다.

    당신은 뭘 잘한다.

    “착하게라도 살면 좀 늦지만 복은 옵니다. 일은 나이 더 드셔서도 하실 거 같은데요. 환갑 넘으셔서 일하시면 돈 좀 만지십니다. 아들 장가갈 땐 집 한 채 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스타일을 지금 바꾸면 지금 몇 푼 더 벌겠고.

    고집한다면 다들 늙었을 때는 같이 늙은 분들에게 인기 있는 미용실이 될 것 같다.

    사실 나쁘게 말하자면 늙어서도 서서 일하란 소리긴 한데, 정말 노년엔 운이 있다.

    그 선택은 김순옥 님이 직접 하게끔, 직언을 하지 않는 선에서 끝마쳤다.

    * * *

    “진짜 잘 보시네요. 어우, 사주는 막 그 한복 입으신 분이나, 그 나이 지긋이 드신 할아버지들이 보시는 줄 알았는데.”

    “과찬이십니다.”

    “순옥 언니가 진짜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더라고요. 그 언니 무당집 가는 거 좋아하는데 이렇게 용하단 분은 첨 봤네.”

    음 평생 사주 3만 원, + 배우자/자식 사주 합쳐 5만 원 받은 게 저렴해서 그런 건 아닐까.

    사주의 근거를 사주명리학에서 전적으로 캐치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일반 인문학이나, 소설 쓴답시고 주워들은 잡학이나 삶의 사례.

    거기에 추가로 통계를 섞어서 감평하는 나는 고수라 자부할 만한 실력은 못 된다.

    사주 강화술 비결을 읽어서 좀 더 눈이 트인 게 없잖아 있긴 한데.

    “아지매들이라 그런가. 그냥 젊은 놈이 맞장구 쳐 주고 꽃이라 해 주고 그 난리라서 기분 좋게 본 거 아닐까.”

    김순옥 발 미용실 아줌마 손님 11명을 받았다.

    다들 잘 맞았다, 용하다 수다를 떨고 가셨다.

    한두 분이면 모르겠는데 다 그러니까, 빈말에 맞장구인지 진짜인지는 가물가물하다.

    복채를 안 주겠다 버티는 분은 없어서, 아마 맞는 거 아닌가 싶긴 한데 신기할 따름이다.

    “아줌마 전문 되겠네.”

    중년 아주머니들은 내가 가진 표본이 많지 않다.

    대표적으로 마주하기 힘든 집단이니까.

    그냥 엄마랑 이모들, 고모들 어떻게 사는지 보고.

    엄마 친구들 좀 보고.

    작가질 하면서 밤낮이 없다 보니.

    주부 대상 프로그램인 아침 드라마나 KBS1도 좀 보고 하는 소린데.

    고민들이 비슷하고 유사하고, 해결책도 비슷비슷하다.

    “뭐 그러니까, 김순옥 여사랑 놀겠지.”

    아주머니 손님들 사주를 보고 나면 심력이 다한다.

    나도 김순옥 여사님처럼 돈에 대한 욕망은 있지만 티는 못 내는 쪽에 가까워서, 아줌마들의 세 치 혀에 네고를 있는 대로 다 당했다.

    ‘김순옥 여사 돈 못 버는 이유가 있었구먼.’

    3번째 손님이 4인 가족 사주 다 보고 가시면서 깎아 달래서.

    12만 원 받을 것을 특별할인가 10만 원! 하다가 8만 원에 해 드렸다.

    그리고 11번째 아주머니를 이번엔 자식들 사주까지 다 봐 줬는데, 3명 사주 보고 6만 원 받았다.

    한 명 3만 원, 두 명 5만 원, 세 명 6만 원 이런 식인데.

    진짜 장사는 처음 해 봐서 이런 영업 전략이 맞는 건지는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김순옥 여사님 소개로 온 분들밖에 안 왔으니까.

    누군 싸게, 누군 비싸게 받는 게 불가능하다.

    “목적이 사주 포인트 수집이지, 돈은 아니니까. 물론 돈 있으면 더 좋긴 한데.”

    박리다매 전략을 구상을 안 한 건 아닌데, 복채를 낮게 부르면 신뢰도에 의문을 더 쉽게 품는다.

    김순옥 여사한테 소개를 받았어도, 내가 처음에 어떤 인생임을 맞히기 전까지는 불신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아, 무료 혹은 라면 한 개로 몰려드는 시장이 있긴 있었다.

    군대.

    [2,520명의 사주를 수집했습니다]

    [여성 사주, 여성의 고민을 청취하고 해결해 주며 재물을 획득했으므로 불에 깃든 재성운과 불 관련 운세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아줌마 사주 및 아줌마들의 자식, 남편 사주를 통해 2,520명을 달성하자 재성운에 투자가 가능해졌다.

    말 그대로 재물, 돈복이며, 아버지운과 여자 운을 함께 본다.

    아버지가 잘 살면 금수저를 물려받고, 월 천만 원 이상 버는 남자의 이혼율은 0%에 수렴하니까.

    내 재물운 레벨은 낮다.

    아예 없거나 마이너스까지는 아닌데 그렇다고 높지도 않다.

    바다 위 나룻배의 촛불 정도로, 풍랑이 닥치면 위태롭다.

    그 덕에 레벨도 낮은 편이고.

    재성운의 운세들을 한 번 죽 살펴보았다.

    “정규, 유동 재물운 전부 1렙……. 참 뭐 없긴 없다.”

    두 재물운은 죄다 1렙이고 2렙을 활성화하면 저런 운들이 열린다.

    <정규 재물운/근로소득 LV2>

    갖고 싶은 물건을 저렴하게 삽니다. 혹은 저렴하게 흥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흥정이 먹히는 것은 상대의 재운에 달렸습니다.

    <유동 재물운/횡재 LV2>

    적당한 투자 도박에서 소액의 이득을 거둡니다. 그릇이 크지 않아 애초에 크게 배팅을 못 하고 운도 애당초 크지 않은 편입니다.

    둘 다 마음에 안 들어.

    레벨이 워낙 낮아서 성능이 확 체감이 안 된다.

    ‘갖고 싶은 물건을 저렴하게 삽니다’ 는 그냥도 가능한 거 아니었나.

    설마 인생 살면서 지금까지 산 물건 다 제값이었는데 속아서 산 건가.

    정규 재물운 1렙은 ‘바가지요금과 성수기를 피하는 요령을 가졌습니다.’ 이다.

    내가 가진 운인데.

    “바가지요금과 성수기 요금을 감당할 재산이 없습니다. 겠지.”

    다른 운을 살펴보았다. 재성운에는 아버지운이 있다.

    <아버지운 LV1> 321/400(강화 가능)

    아빠가 용돈을 안 숨김.

    이건 뭐여.

    현재 아버지운은 레벨1. 아빠가 용돈을 숨기진 않으신단다.

    운이 아예 없거나, 레벨이 0 이하로 다운당하면.

    아빠가 용돈을 숨기는 모양.

    하긴 내가 달라고 안 할 뿐이지, ‘돈 좀 주쇼. 아부지.’ 하면 몇 푼 꺼내 주시긴 한다.

    <아버지운 LV2>

    부친이 크게 앓지 않거나 보험이 있어 자식에게 병환으로 손 벌릴 이유가 줄어듭니다. 부친의 병환은 부친이 가진 운세로 결정되지만 최소한 그 발병 확률은 적절히 감소합니다.

    “음, 이거 괜찮은 듯. 부모님이 아픈 인생도 골치야.”

    김순옥 여사님 입소문발 손님 중에 치매 어머니 수발하던 따님이 있었는데, ‘엄마가 언제 죽을까요?’ 질문엔 좀 철렁했다.

    그 손님은 김순옥 여사가 외려 부럽단다. 마더리스라서.

    재물운, 여자운을 올릴 수 있었고 작게나마 소득이 있다.

    돈에 쪼들리던 상황에서 그 작은 소득도 무시할 건 아니다.

    새 노트북 살 생각이었거든.

    ㅂㅈㄷ 제대로 써지는.

    하필 비읍 지읒이라 저거 빠지면 무슨 피휘한 것 같잖아.

    그리고 재물운은 주거운 11렙을 찍기 위해 유동재물운, 정규재물운 둘 다 최소 6레벨은 필요하다.

    그게 테크트리다.

    1렙 갖고는 안 돼.

    현실적으로도 성, 토지, 타워가 생기려면 진짜 정복 전쟁에 나서지 않는 이상. 이를 교환하고 유지할 재물이 필요하다.

    고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재물운을 찍으려다, ‘엄마가 언제 죽을까요.’ 하는 아주머니의 침울한 목소리를 생각하니 아버지운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 뭐, 아버지 건강하게 오래 사셔야지. 돈은 좀 나중에 찍어도 되잖아. 아버지운 올리자.”

    [아버지운이 2렙이 되었습니다.]

    아버지운은 뭐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게 없다.

    조만간 국가 건강검진 받으신다는데, 이제 약 안 드셔도 된다면 좋긴 하겠다.

    “됐어. 건강하십쇼. 뭐 아버지운 만렙 찍으면 아빠가 나라를 물려준다니까. 쭉 올려 봐도 재미는 있겠네.”

    아버지운을 만렙까지 찍으면 아빠가 나라를 물려준단다.

    이건 아마도 저 이북 땅에 김씨 삼대 정도나 타고난 운 아닐까 싶다.

    순간 메시지가 들렸다.

    [재성운 탭의 모든 운세 중. 재물과 여자를 마다하고 가장 먼저 부친의 건강을 선택한 당신은 하늘이 감격하는 효성을 지녔습니다.]

    이 추가 메시지에 황당했다.

    아버지가 하란 거 안 하고 글이나 쓰고 자빠져 있는 자식이라 효자란 생각 안 해 봤는데, 효자라니 민망해서 되물었다.

    “예? 아니 뭐 그, 태호 복희씨? 예수님? 부처님? 명승 선생님? 저 뭐 특수 업적이라도 있어요?”

    허공에 대고 물었는데 질문에 맞게 대답해 준다.

    [하늘의 성덕을 얻었으므로 천을귀인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신살 탭을 눌러 강화해 주세요.]

    “아, 천을귀인이었어?”

    천을귀인은 사주에 있는 신비한 작용이다.

    이게 강한 사람은 천행이 따르고.

    인간사회에서 꽤 고강한 백이 생겨 뒤를 봐주고,

    항시 위기에 은인이 나타나는데, 그 은인이 보답을 바라지 않고 적극 도와준다.

    그러니까……. 과장 좀 섞어서.

    위기에 놓이면 턱시도 가면이 나타나는 세일러문이거나.

    필연 같지 않은 우연, 지나가는 선비의 도움이 계속 생긴다거나.

    소설로 따지면 한마디로 개연성이 결여 된 위기 탈출,

    쥐뿔도 없는데 유력자와 친구 먹고 그 유력자가 내 뒤를 봐줌.

    이라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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