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역술인이 되었다-3화 (3/211)
  • #3. 사주 강화로 건물주의 길

    사주 강화술 프로그램은 마치 텍스트로만 된, 게임 같았다.

    “이게 설마 게임은 아니겠지, 하긴 누가 이런 재미없는 게임을 만들어. 가만…….”

    급히 노트북 가방 속 명승 선생의 비결을 열었다.

    다시 한번 쭉 살펴보니, 이건 프로그램 가이드북이기도 했다.

    강화술 프로그램에는 여러 운들이 마치 스킬과 스킬 레벨처럼 있었다.

    내 이름과 사주 밑으로 이런 윈도우 창이 있다.

    물 포인트 1,200 비겁운 투자 / 신체 기능 투자.

    나무 포인트 1,050 식상운 투자 / 신체 기능 투자.

    불 포인트 40 재성운 투자 / 신체 기능 투자

    흙 포인트 341 관성운 투자 / 신체 기능 투자.

    쇠 포인트 541 인성운 투자 / 신체 기능 투자.

    물, 나무, 불, 흙, 쇠 순서대로 창이 있었고 하위로 ‘운’과 ‘신체 기능’을 클릭해서 하위 운세를 볼 수 있었다.

    비겁, 식상, 재성, 관성, 인성.

    사주의 오복이라 불리는 분류의 탭이 중요하다.

    간략하게 얘기하면 비겁운은 자신의 주관, 친구, 지지자, 동료 운.

    식상운은 수명과 재물의 보조, 재주.

    재성운은 말 그대로 돈 그리고 여자와 배우자, 아버지.

    관성운은 말 그대로 소위 관운, 명예, 부하, 디버프인 고통.

    인성운은 어머니, 공부, 거주지, 신념 등. 인간의 근간을 말하는 운이다.

    “아저씨들이랑 놀았다고 이게 오르나.”

    동료와의 친교를 나눠서 투자할 수 있는 비겁운을 클릭했다.

    비겁은 ‘나’로 인생의 주체이며 사주팔자의 주인공이다.

    오복에 다른 건 없어도 ‘나’가 없는 사주는 없다.

    그리고 ‘나’를 추종하고 지지하고 응원하는 조력자 혹은 경쟁자들을 말한다.

    라이벌과 친구, 지지자, 팬과 안티팬, 형제와 동료 등이다.

    보통 강해 봐야 고집만 세지고 돈만 해쳐서 별로인 경우가 많은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인생의 주체가 ‘나’가 아닌 인생은 결국 행복하지 않다.

    “아, 근데 돈 없는 인생도 행복하진 않지…….”

    결국 주체는 나인데 돈 많은 팔자가 좋다.

    비겁운에는 지지자운이 있었는데, 작가인 내게 지지자란 곧 독자들이다.

    투자 포인트가 1,200점 있었는데, 다음과 같았다.

    <지지자 운 LV5> 다음 레벨까지 491/1000

    후원금까지는 내지 않는 지지자들이 많습니다. 당신의 재주를 동경하고 좋게 보나, 재물까지 희생하고 싶지는 않음입니다.

    딱 내 인생이었다.

    짐작도 하고 있었다.

    자아운도 한 번 살폈는데 레벨은 6레벨, 중간 정도 레벨이다.

    <자아운 LV6> 다음 레벨까지 90/1200

    대운 강화 +LV2, 대운 강화 효과는 LV8 자아운 참조.

    정신승리에 능해 뻔뻔하고 이유 없이 당당합니다. 정신 건강이 좋으며 좌절이 있어도 여전히 자신과 미래에 대해 강한 확신이 있습니다.

    “알고 있는 건데 보니까 뭣같네.”

    내 고집, 내 지지자들을 강화하는 것들이다.

    내가 부리는 뚝심에, 야 너 잘한다. 박수 칠 사람들.

    그리고 박수를 받으니까 그 뚝심은 더욱 강해진다.

    지지자운을 만렙 찍으면 도달할 수 있는 경지는 자그마치 선출직 국가원수다.

    자아운을 만렙 찍으면 위인이 된다고 한다.

    지지자 운, 형제 운, 자아 운, 친구 운, 경쟁력 운 중 하나를 골라 강화해야 했는데, 1레벨 올라서는 그렇게 좋은 게 별로 없었다.

    그리고 티도 안 난다.

    내 비겁운은 물이므로 물과 관련된 신체 기능 투자도 활성화되어 있었다.

    비겁운에서 뒤로가기 누르고 신체 투자를 눌렀다.

    <고환 기능 LV9> 다음 레벨까지 3952/4800

    (강화 가능, 34세 이하이므로 강화 포인트 보너스)

    생식력이 오릅니다. 사정량, 성욕이 오릅니다.

    진짜 쓸데없이 만렙 바로 직전 레벨이다.

    [젊으면 보통 강하지만 이 경우는 특출납니다. 고로 늙어도 쉽게 감소하지 않습니다.]

    부가 설명이 참으로 미묘한 기분이다.

    그 외에도 사주에 물이 강하면 같이 건강한 장기와, 물이 강하면 갖는 적성들 레벨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내 팔자엔 물이 많아서 레벨이 전체적으로 높다.

    “두뇌 기능 레벨8, 모발 기능, 신장 기능, 피부 미용, 소염 효과, 수면 효과.”

    건강 관련은 가진 레벨과 스텟에 비해 높게 표시되는데, 젊어서 그렇다고 친절히 설명 쓰여 있다.

    ‘타고난 명줄을 소비해, 인생의 운수들을 높여 가는 것이 사람의 삶이다.’

    반대로 말하면 젊을 때는 딱히 올릴 게 없다.

    “친구 운이나 지지자 운 올리는 게 지금 확인이 되나?”

    지지자 운에 굉장히 솔깃한 게 있어서 올리고 싶었는데, 2레벨이나 올려야 해서 확인이 불가능했다.

    지지자운, 자아운은 둘 다 최종 테크가 꽤 맘에 들었지만 올리는 데 포인트 소비가 많다.

    그리고 진짜 진지하게 생각하자면.

    이게 오르겠냐.

    “뭐 사주를 배경으로 무협 온라인 게임이라도 만들다가 퇴사하신 양반이었나. 아니 무협이 아니라 심즈 같은 인생 게임?”

    사주 소재로 무협을 썼던바.

    사주 소재로 게임을 만들려고 했던 사람이 관심을 보였다. 그게 이해된다.

    “씁.”

    ‘강화가 가능합니다.’라고 반짝대는 저 스킬창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그래도 혹시, 혹시 모른다.

    이게 장르 쓰는 글쟁이라 그나마 헛된 꿈을 갖고 기대하지, 사실 택도 없는 일 아닌가.

    산불 관리원으로 번 포인트로 인생을 강화해?

    개뿔.

    ……인데, 눌러서 컴퓨터가 터진다거나.

    그러진 않을 거니까. 아마도?

    솔깃해서 누르기로 했다.

    결국 고른 건 누르면 바로 알 수 있는 신체 관련 운들이었다.

    그것도 티 나는 것들은 피부 미용 혹은 체모 기능인데.

    털……은 많다. 아직 많다.

    “탈모를 이걸로 고칠 수 있으면 떼돈을 벌겠구먼.”

    당장 강화해서 명백하게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피부 미용 레벨뿐이었다.

    안 그래도 그놈의 산불 관리원 다니면서 얼굴이 많이 탔다.

    [정말 피부 미용을 LV7로 강화하시겠습니까?]

    나는 예를 누르기 전.

    비포, 애프터를 확인하기 위해 거울 확인 뒤.

    셀카로 증거까지 남겨 두었다.

    마침 가무잡잡해져서 딱 좋다.

    그리고 클릭했다.

    [피부 미용 레벨이 7로 올랐습니다. 주름살, 기미, 주근깨가 제거되고 동안이 됩니다]

    그 메시지가 컴퓨터 스피커에서도 나면서 귓가에도 울렸다.

    참으로 묘한 일이었고, 나는 곧장 거울과 셀카로 확인해 보았다.

    “진짜 좋아지는데?”

    피부 톤이 하얘졌다.

    산불관리직원 다니면서 얼굴이 바싹 탄 편이었는데, 그게 일거에 사라졌을 뿐 아니라 얼굴에 몇몇 지저분하던 잡티 같은 게 사라졌다.

    시험용으로 셀카를 찍었는데도 같은 장소, 같은 조명임에도 그렇다.

    “진……짠가?”

    탄 피부가 하얘지고 여드름이 사라졌다.

    뭔가 피부에 변화가 확실히 있다는 건 느껴졌지만, 이게 그냥 우연의 일치이거나 느낌뿐일 수 있어서 강화 포인트가 활성화가 되어 있는 ‘나무, 식상운’ 탭을 눌렀다.

    수명과 화술, 활동과 일복이 활성화되어 있다.

    나 같은 경우는 활동과 일복은 낮은 편이고, 수명은 젊어서 상당히 길고, 화술은 꽤 있다.

    “나무 관련 신체 기능, 뭐 주로 간이나 뼈가 강화되겠지……. 어!?”

    아주 솔깃한 운이 있었다.

    <성장 LV2> 0/400 강화 가능.

    키가 레벨당 5센티 자랍니다. 만 20세 이후부터는 3센티. 만 30세부터는 1센티, 만 40세부터는 허리가 굽는 것을 막는 효과뿐으로 어렸을 때 올려야 좋습니다. 최대 10레벨까지만 가능합니다.

    두말할 것 없이 키 성장을 눌렀다.

    일단 티 바로 나는 거고, 나는 키가 작은 편이라 키에 대한 욕망이 아주 크다.

    3레벨이면 170 넘는다. 레벨 6 만들면 180 된다.

    이거 되면 바로 어떻게든 벌어서 투자해야 해. 더 늦으면 안 돼.

    그리고, 메시지가 들렸다.

    [키 성장 레벨이 강화됩니다. 신체가 하늘에 가깝게 자랍니다.]

    이건 그냥 바로 체감이 온다.

    소매 끝자락이 올라왔고, 끝단이 항상 신발 뒷굽에 걸려 절로 찢어진 청바지가 되던 바짓단이 상승했다.

    몸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진짜로 키가 커졌다.

    그냥 서 보니까, 시야가 올라왔다.

    3센티가 한 번에 크니까 그냥 알겠다.

    이 나이에 키가 컸다.

    이건, 진짜였다.

    “아 명승 선생님, 아아아. 감사합니다. 아아아아아, 제가, 제가 자비 출판을 해서라도 선생님께 역술인의 검 나머지 4~8권을 바치겠습니다.”

    곧장 무릎 꿇고 손깍지 끼며 안 계신 명승 선생님을 찬양했다.

    진짜 눈물이 다 난다.

    키높이 깔창 3형제 중 맏이를 오늘 임무 종료시킬 예정이다.

    족저근막의 건강을 드디어 되찾을 실마리가 보이는구나.

    산불을 막았는데, 키랑 피부를 보상으로 얻었다.

    나무를 지켜서인지, 하늘을 향해 햇빛을 더 받으려고 앞장서서 자라는 상승 기운의 결정체.

    나무와 관련된 운이 아직도 투자할 포인트가 남아 있었다.

    “다 필요 없고 우선 키 성장 LV4다. 가자 174, 국방부 병역 자원 표준 키. 강화. 바로 강화.”

    흥분해서 가진 바지를 죄다 반바지 만들 기세로 클릭했다.

    강화 버튼을 눌렀는데, 레벨은 여전히 3이었다.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귓가에 울린다.

    [사주명리학의 수준이 떨어져 같은 운을 한 번에 연속 강화할 수 없습니다.]

    “어?”

    경고음이 귓가로도 울렸고, 경고창도 떴다.

    한마디로 사주 공부가 떨어져서 한 번에 강화가 안 된단다.

    프로그램을 잘 뒤져 보니, 의문의 숫자가 있었다.

    2483

    뭔 암호인가 해서 클릭해 봤다.

    [위 접속자는 지금까지 2,483명의 사주를 감평했습니다. 사주 강화술 프로그램 복사를 허용하고, 사주 강화술 사용과 방송 안내가 가능합니다.]

    더 뒤져 보니 자세한 설명이 컴퓨터 스피커로, 음성으로 양방향으로 들리고 보인다.

    [3,600명의 사주를 보면 중급 레벨 제한이 풀리고 연속 강화가 가능해집니다]

    경험치였다.

    사주 강화술이다 보니 그 기준이 몇 명의 사주를 봤냐였다.

    군대에서 천 명 넘게 보고 온 게 꽤 도움이 됐다.

    병사 및 간부 약 500여 명.

    그리고 그들이 준 지인, 가족, 그들이 홀로 썸타는 썸녀들 사주 합쳐 1,000명 정도.

    그리고 전역 후 거기서 자신감 얻어서 인터넷에 심심할 때 무료 사주 올려서 봐 준 사주들.

    명승 선생은 아마 그 기준을 파악하고 비결을 준 것 같다.

    2,400명이 강화술을 사용할 수 있는 최소 요건이었다.

    강화술 맛을 보니, 뭔가를 더 올리지 않고서는 안 되겠다.

    특히 인성운에 있는 주거운.

    이건 사주 강화술 책을 읽을 때부터 있으면 좋겠다고 상상하며 탐내던 거다.

    현재 내 주거운 레벨은 5레벨.

    <주거운 LV 5> 291/1000

    집에서 나가지 않아도 연구/학문/창작/발명/지대/이자 등을 통해 적당한 수입을 얻습니다. 이는 부업 수준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뿐입니다. 집에서 틀어박혀 아무것도 생기지 않는 것보다야 낫겠습니다만.

    “생활 유지가 안 되는데요…….”

    이 주거운을 7레벨까지 강화하면, 이런 것이 활성화된다.

    <주거운 LV 7>

    집에서 나가지 않아도 저작권료/출연료/광고 수익/발명 개런티/임대 소득/주식 차익 등등을 얻어 가만히 놀아도 수입을 얻습니다. 타인의 본업 수준으로 재물을 얻으므로 집과 일체가 되어도 바가지를 긁힐 일이 없습니다.

    타인의 본업만큼……이라.

    현재의 내 목표다.

    나가서 일하는 사람들만큼은 글을 써서 돈을 벌고 싶었다.

    그리고 대망의 11레벨.

    <주거운 LV11>

    백작급 성, 토지, 타워 혹은 도로, 항로의 주인이 되어 조세와 통행세를 수취해 먹고 살 걱정이 없습니다. 현대의 타워와 성은 건물과 마천루에 혹은 이를 가질 권리에 비견되며 날 때부터 11레벨은 마치 백작급 영주와 같은 운명을 타고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거다. 이거.

    “공간을 얼마나 넓고 크게 가졌느냐에 따라, 신분이 결정되지. 예나 지금이나.”

    신났는지 혼잣말 잘한다. 원래도 좀 했지만.

    재성운 쪽의 재물 탭에도 돈을 버는 강화는 있었으나, 나는 주거운에 굉장히 매력을 느꼈다.

    주거운이 강하면 집에서 안 나가고 일과 활동을 안 해도 돈이 굴러들어오는 고급진 신분이 된다.

    작게는 용돈, 저작권료, 개런티, 주식배당금, 은행이자, 임대 소득, 토지 사용료 등을 받으며, 크게는 아예 조세 수취가 가능하다.

    “지주, 성주, 건물주는 같으니까.”

    뭔가 걷어가서 먹고사는 운명의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있었다.

    예전엔 영주나 지주들이었고, 지금은 건물주다.

    그래서 주거운이 강한 사람들한테, 호텔, 숙박, 임대업을 권하는 사주 해석이 나온다.

    “건물주 되기는 속물 같은데, 영주나 성주 되는 건 폼 나네.”

    영지물은 중세 판타지가 잘나가던 시기 흥한 장르인데, 영지의 주인에서 건물주가 되는 욕망으로 트렌드가 변했다.

    사주로 보면 시대가 다를 뿐 그 욕망이 같게 느껴졌다.

    무조건 이거 간다 주거운 11렙.

    현대에는 지적재산권으로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어서.

    내가 바라마지 않던 지적재산권 수입으로 건물주 되기가 가능해진다고 한다.

    저놈의 11렙만 찍으면.

    주거운으로 건물주 되어, 밥걱정 없이 글을 내 멋대로 한번 써 보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키.”

    우선 키는 6렙, 주거운은 11렙까지.

    주거운 11렙은 8,400명의 사주를 봤을 때.

    그리고 지지자운과 재물운이 일정 레벨 이상일 경우에만 활성화가 된다.

    6천 명 남았네.

    인터넷에 ‘무료로 사주 봅니다’ 하면 하루 열댓 명씩 보는 게 가능하다.

    다만 비대면 사주의 경우 머릿수는 쌓이는데, 사주 강화 포인트는 대면 사주보다 안 벌린다. 10분의 1 수준.

    다급히 사주 숫자가 필요한 경우에만 써먹을 생각이다.

    “하루 열다섯 명 내외로 1년 안에 달성한다.”

    8,400명을 본다고 11렙을 찍을 만큼 포인트가 모이는 건 아니고, 8,400명의 사주를 봐야 11렙, 최상급 레벨 강화가 해금된다.

    그 중간인 4,800명, 6,000명, 7,200명에도 추가 보상이 있었다.

    강화술 포인트는 타인의 사주를 대면으로 봐주는 걸로도 전체적으로 조금씩 오르긴 하는데.

    주로 인생 경험으로 오른다고 설명이 명시되어 있었다.

    어떤 인생 경험으로 오르는지는 그때마다 사주 강화술 프로그램에서 공지한다고 한다.

    “인생을 무한도전화 시키는데…….”

    주거운은 큰 범주인 ‘인성운’, ‘쇠운’ 에 포함되어 있다.

    인성은 사람의 타고난 기반 운세로 학문, 엄마, 종교, 주거, 기예로 명기된 권리를 뜻한다.

    그러니까, 학문, 엄마, 종교, 주거와 관련된 노력이나 쇠, 굳셈, 단단, 철강과 관련된 적성을 찾으면 인성운이 오르고, 그 인성운을 토대로 주거운에 투자가 가능하다.

    이걸 개운법開運法이라고 한다.

    나는 그 방법은 알고 있다. 사주 그래도 안 배운 거 아니니까.

    그리고 친절하게 인성운 탭에 쓰여 있다.

    “공부, 연구, 창작, 발명, 요리, 여행, 기록, 신앙생활, 교화, 부업, 복수 전공, 전통 수호, 면벽수련, 은거, 점복술, 예언, 모친께 효도, 대모의 후원, 부동산, 주식, 채권, 정복……. 정복은 뭐여. 무기 지참, 갑옷 착용, 금이빨, 임플란트, 차, 기차, 비행기, 배 탑승 및 조종.”

    뭐가 무지 많다.

    내가 할 수 있고 또 하고 싶은 건.

    창작, 기록. 작가 일.

    전통 수호, 부업, 예언, 사주 궁합 관상 등.

    그리고 여행 정도다.

    하던 짓 계속하기만 해도 인생 레벨을 올려 주겠다는데, 못 할 것도 없었다.

    뭔가,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라는 응원 같지 않은가.

    딸랑-.

    그때, 철학관 문이 열렸다.

    화려한 색상의 등산 재킷을 입은 아주머니 한 분이 둘러보며 물었다.

    “안녕하세요? 영업하시나요?”

    “아, 예. 그…….”

    명승 선생이 말은 사주를 봐 주라고 했지만, 별로 그럴 생각까진 없었다.

    것도 돈 안 되고 자신도 별로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고민할 거 없었다.

    그냥 봐 준다. 복채 안 내도 봐 준다.

    내가 틀리면 복채 돌려준다.

    맞히고 틀리고는 상관이 없다.

    누군가의 사주를 봐 주고, 상담을 받으면 포인트가 오르니까.

    “예, 사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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