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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는 평범하게 살 수 없다-568화 (568/615)

568화 단 1년간의 변화 (1)

아이슬란드.

그곳에서 비상 회의가 소집되었다.

이유는 바로 최근에 반복되는 몬스터들의 출몰 때문이었다.

“6번째 대재앙도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도 밤낮으로 몬스터들이 날뛰는 것을 보면, 대재앙의 여파가 이 땅에 남아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대대적인 소탕 작전으로 몬스터들을 자극하는 존재를 처리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아이슬란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할 것입니다.”

“나 또한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슬란드의 전력으로는 현 상황을 감당할 수 없다.”

아이슬란드의 대통령.

아론 비다르손이 참담한 표정을 보였다.

그도 수뇌부의 말처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는 약소국에 불과했고, 대대적인 소탕 작전을 위해서는 주요 거점의 방비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게 문제였다. 일주일 전에 아이슬란드의 한 마을인 셀포스 인근에서 이상 현상을 발견, 그것을 해결하려고 병력을 보낸 사이에 마을이 쑥대밭이 되어 버렸다.

그때부터는 문제가 발생할지라도 해결하기보다는 성문을 굳게 닫고 상황을 관망했다.

인구 약 30만의 작은 나라.

아이슬란드로서는 대재앙의 여파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사실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도, 그동안은 감당할 만큼의 시련이 부여되었기 때문이었다.

아론 비다르손이 말했다.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유럽 연합’에 도움을 요청했었다. 그들의 대답은 단기적으로 도와줄 병력을 보내 줄 수는 있으나, 만약 그 기간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병력을 다시 복귀시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너희도 알다시피 아이슬란드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단기간의 도움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만일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때는 이 나라의 멸망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애초에 30만도 되지 않는 작은 나라가 지금까지 버틴 것도 대단한 일이지.”

“대통령님…….”

“대통령이라 부를 것도 없다. 나는 이 나라의 어려움을 해결할 능력이 없다. 너희에게 명확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함을 말해 줄 뿐이다.”

그동안 고민에 빠졌다.

앞으로의 미래.

아이슬란드를 위해서 무엇이 옳은 일인지를.

계속해서 들려오는 사망 소식에, 아론 비다르손은 참담함을 삼켜 내며 두 가지의 방향을 생각했다.

“첫 번째는 이 나라를 포기하는 것이다. 작은 섬나라에 연연했다간, 언젠가는 이 나라의 국민이 모두 죽음을 맞이하는 날이 찾아올 것이다. 아직 유럽 연합에 소속되어 있는 지금, 어떻게든 동정에 호소하여 지상으로의 이전을 실행한다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다. 물론 유럽 연합으로서는 30만의 인구를 전부 받아들이는 것을 원하지 않겠지만, 여론을 잘 형성한다면 그들도 무조건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건 안 됩니다.”

“나라를 포기하다니요. 그동안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습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그동안 외면했던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수뇌부들의 반발.

2번째 방향성에 무게가 실렸다.

수뇌부들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아론 비다르손은 단호한 목소리로 마지막 희망을 말했다.

“대한제국. 그들에게 충성을 맹세한다면 우리는 이 나라를 지킬 수 있다.”

* * *

대한제국.

최근 그들의 행보는 대단했다.

지난 1년 동안 제주도와 북한을 탈환했고, 대한제국에서부터 북한, 중국으로 이루어지는 거대한 세력을 형성했다.

이미 그들이 세계 제일의 강대국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하지만 1년 전에 로만 드미트리가 자신의 야망을 드러낸 이후, 사람들은 대한제국을 약간 불편하게 바라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황제라 칭하고 국제 사회를 주도하는 행보는, 자칫 잘못했다가는 독재로 이어질 수 있었다.

로만 드미트리는 사람들에게 1년의 시간을 주었고, 그동안 공개적으로 대한제국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나라는 중국이 유일했다.

한 치의 고민도 없는 결단이었다. 1년 전에 곧바로 중국이 지지 의사를 밝힌 이후, 현재까지 1년이 지나도록 아무도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아론 비다르손이 금단의 영역을 거론했다.

곧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다가온다지만, 아이슬란드의 독단적인 선택은 분명히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수뇌부가 말했다.

“무모한 선택입니다. 아직 국제회의에서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슬란드만 대한제국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힌다면 국제적으로 왕따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저희는 지금 유럽 연합에 소속되어 있지 않습니까.”

“무엇보다도 로만 드미트리에 관한 소문이 걱정됩니다. 그가 정말 폭정(暴政)을 추구하는 인물이라면, 그의 손아귀에 쥐어진 권력은 이 세상을 파멸로 빠트릴 것입니다.”

1년 전.

로만 드미트리는 인류의 영웅이었다.

하지만 1년의 세월이 흐르며, 로만 드미트리에 관한 불길한 소문이 퍼져 나갔다.

로만 드미트리가 레드문, 중앙 정부, 러시아 등을 잔인하게 처단했던 일들이 거론되며, 그는 자신의 의견에 반하는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처리하는 악인으로 표현되었다. 살귀의 사건도 문제가 되었다. 드미트리의 악귀는 훗날 인류에 도움이 될 존재인데, 그를 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처리해 버렸다면서 말이 많았다.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지만, 전승자의 폭주는 본인이 원해서 살인을 저지르는 게 아니지 않은가. 적합한 절차 없이 곧바로 죽여 버린 것은, 로만 드미트리가 얼마나 근시안적으로 생각하는지를 증명했다.

불안감이 팽배해졌다.

잔인무도한 로만 드미트리가 권력을 독식한다면,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물론 모두가 그러진 않았다.

절반이 불안감을 표출한다면, 나머지 절반은 인류를 구한 영웅을 매도하지 말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불안한 마음이 결단을 막아선다는 것이었다.

아직 중국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아이슬란드의 선택은 이목을 집중시킬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아론 비다르손이 말했다.

“세간의 소문이 걱정스럽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나는 로만 드미트리의 행보를 믿는다. 그가 아무리 잔인한 손속을 보였다고 한들, 그는 6번째 대재앙과 기술 혁명 등 인류를 위한 행보를 보여 주었다. 그동안 내가 결단을 내리지 못했던 이유는, 단순히 그에 대한 불안함 때문이 아니라 ‘유럽 연합’이라는 거대한 세력에서 아이슬란드만 다른 의견을 내비쳤을 때 돌아올 여파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관이 없지 않은가. 유럽 연합이 아이슬란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 나라를 버리는 것보다 끝까지 발악해 보고 싶은 것이 내 심정이다.”

다들 말을 삼켰다.

그들도 동감했다.

선택의 갈림길.

먼 미래에 이 나라를 버려야만 한다면, 대한제국을 믿고 따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지임은 분명했다.

걱정은 되었다.

아이슬란드의 선택에 엄청난 비난이 따라붙을 테니까.

중국은 비난을 감당할 국력이라도 갖추었지, 아이슬란드는 그런 힘조차도 없었다.

결국.

“알겠습니다. 대통령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저희는 이 나라를 지키고 싶습니다.”

1년의 기한이 끝나 가던 무렵.

아이슬란드는 결단을 내렸다.

* * *

아이슬란드의 결단.

유럽 연합이 발칵 뒤집혔다.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고 1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각 나라에서 연락이 미친 듯이 빗발쳤다.

잉글랜드, 프랑스, 독일 등.

차례로 비난의 목소리를 내뱉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유럽 연합은 하나의 집단입니다. 모두가 인류의 생존이라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데, 아이슬란드만 다른 생각을 말한다면 우리의 입장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론 비다르손 대통령님. 지금 큰 실수하신 겁니다. 로만 드미트리는 어쩌면 폭정으로 인류를 망칠지도 모르는 인물인데, 그를 무턱대고 따랐다간 큰 화를 일으킬 것입니다.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로만 드미트리를 따른다고 한들 우리에게는 확신이 필요하고, 그에 관한 것을 약속받기 전까지는 절대 타협할 수 없습니다!”

“세간의 소문을 듣고도 무턱대고 대한제국을 지지하고 싶습니까? 당장 발표를 철회하십시오.”

난리가 났다.

유럽 연합은 국제회의를 통해 전체의 의사를 결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아이슬란드가 돌발 행동을 하니, 그들은 같은 목소리로 아이슬란드를 신랄하게 비난했다.

훗날 그들도 대한제국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선택은 적어도 로만 드미트리의 해명을 들은 이후, 불안감이 해소되고서야 가능한 일이었다.

선동의 무서움이었다.

1년간 켜켜이 쌓아 온 소문으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에는 불안함이 자리 잡았다.

그것이 대다수의 의견이 아닐지라도, 소수의 불안감은 전체의 의견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일련의 상황.

아론 비다르손은 후회가 밀려들었다.

각 국가 수뇌부들의 차디찬 연락에, 어떻게든 아이슬란드의 힘만으로 버텨야 했는지 하루에도 수십 번 생각이 오락가락했다.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유럽 연합 전체와 다른 선택을 내린 순간부터, 다시는 입장을 표명하기 이전의 상황으로 돌이킬 수 없음을 알았다.

믿었다.

대한제국의 약속을.

안전을 보장해 주겠다던 자신감을.

하지만 다음 날.

대한제국의 대표랍시고 찾아온 인물의 모습에, 아론 비다르손은 진심으로 실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일의 장윤태입니다.”

“……아론 비다르손 대통령입니다.”

장윤태라니.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처음으로 혈을 뚫어 주는 발표이니만큼, 대한제국에서 나름대로 이름이 알려진 인물을 보낼 줄 알았다. 로만 드미트리가 직접 나타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김준혁이나 김판석 등, 대한제국을 상징하는 인물들이 나섰다면 대한제국이 이번 일에 정말 진심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런데 장윤태라니.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장윤태는 아론 비다르손의 생각을 읽었는지, 여유가 가득한 얼굴로 본론부터 말했다.

“거두절미하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연합의 형태는 간단합니다. 아이슬란드와 대한제국은 서로를 도와주되 명령권은 대한제국에 있습니다. 그리고 약속대로 아이슬란드의 수도인 레이캬비크를 비롯한 주요 거점에 텔레포트 마법진을 형성할 것이며, 해당 마법진의 관리는 대한제국이 맡을 것입니다. 대규모 텔레포트를 위해서는 그만한 인력이 필요할 테니까요. 그리고 아이슬란드의 상황을 즉각적으로 해결해 줄 주둔군(駐屯軍)도 일부 배치할 예정입니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 찾아온다면 텔레포트를 통해 지원군을 보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아이슬란드의 병력과 주둔군만으로도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속사포처럼 내뱉는 말.

아론 비다르손은 말문이 막혔다.

주요 거점에 설치하는 텔레포트 마법진, 아이슬란드에 머무는 주둔군 등 문제의 여지는 많았다.

대한제국이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언제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나, 반대로 대한제국이 말한 체계대로라면 아이슬란드는 안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중간하지 않았다. 대한제국을 따르는 대가로, 사전에 약속한 것처럼 확실히 보호할 수 있는 체계를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명령권이 대한제국에 있다고 한들, 대한제국은 아이슬란드에 부당한 대우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거 아십니까? 1년 전에 중국이 결단을 내린 이후, 아이슬란드는 가장 먼저 대한제국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황제 폐하는 과감한 결단을 높이 평가하시는 분입니다.”

웃었다.

장윤태는 상부로부터 명령을 받았다.

“지금부터 대한제국과의 연합이 어떤 의미인지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 * *

아이슬란드의 무역 거점.

케플라비크.

그곳의 텔레포트 마법진이 환한 불빛으로 물들었다.

이번 텔레포트를 위해 상당한 준비가 필요했고, 이윽고 무언가를 실은 수레가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철크럭, 철크럭.

수레 안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경비대장은 일단 첫 번째 수레를 멈춰 세웠다.

대한제국의 요청대로 텔레포트를 받아 주었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할 필요는 있었다.

만약 대한제국이 나쁜 마음을 먹고 폭탄을 옮긴 것이라면? 굳이 아이슬란드를 상대로 그럴 이유는 존재하지 않지만, 한 도시의 안전을 도맡은 경비대장으로서는 꼭 확인해야 할 절차가 있었다.

내용물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 이게 다 뭡니까?”

화들짝 놀랐다.

수레 안.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무구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경비대장으로서는 무구들의 품질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매끄러운 자태에 예사롭지 않은 마력은, 최소 C등급 이상의 무구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수레를 담당하는 인물이 담담하게 말했다.

“연합군에게 드리는 대한제국의 선물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몰랐다.

지난 1년.

대한제국의 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수준으로.

“아직 1차 보급품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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