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는 평범하게 살 수 없다-519화 (519/615)

519화 서울 정벌 (6)

영등포.

그곳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무대 위로, 대통령 김정태가 열화와 같은 환호성을 받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 김정태입니다.”

환호가 잦아들었다.

사람들이 김정태의 말에 집중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혼란한 시대에 이 나라를 이끄는 인물로서, 지방 사람들에게는 악인처럼 표현되나 서울 사람들에게는 달랐다.

그로 인해 서울은 안전한 나날을 보냈다.

대재앙이 들이닥칠 때마다 서울의 안전만큼은 어떻게든 확보해 주었기에, 서울 시민들에게 김정태는 영웅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서울 시민 모두가 그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나, 적어도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그를 찬양했다.

“제가 여러분들 앞에 선 이유는 로만 드미트리라는 극악무도한 악인 때문입니다. 그가 지방 세력을 규합하여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대재앙 도중에 내란을 벌이는 것은 국제법에 위반되는 명백한 범죄이나, 그들은 대한민국의 혼란을 이용하여 이 나라를 벼랑 끝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지금은 서로 힘을 합쳐서 몬스터들에 대항해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 로만 드미트리는 대한민국의 안위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그것이 그의 본질입니다. 이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이와 같은 시기에 반란을 일으킬 수는 없습니다.”

본인에게 불리한 부분들은 배제했다.

김정태의 통치.

적절한 정보 왜곡에 있었다.

자신의 적들을 깎아내리고, 지방의 고통은 최대한 숨겼다.

서울 사람들은 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했기에, 김정태가 이루어 낸 업적만을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로만 드미트리는 하남, 구리와 같은 중앙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모조리 도륙했습니다. 그는 살인마입니다. 대한민국을 무너트리려는 괴물입니다. 국민 여러분. 로만 드미트리는 본인에게 대항했다는 이유만으로 하남시장의 머리를 잘라 내걸었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혼란스럽다지만, 그와 같은 잔인한 손속을 보면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 분명합니다. 대한민국 정보부에서 알아보았으나 로만 드미트리의 출신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근본도 알 수 없는 존재가 대한민국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습니다. 가능성은 두 가지입니다. 타국에서 대한민국을 무너트리려는 수작질을 벌였거나, 그냥 괴물 같은 인간이 비상식적인 살육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자극적인 부분을 부각했다.

로만 드미트리가 왜 반란을 일으켰는지.

중앙 정부가 로만 드미트리를 영입하려 했으나 거절당하고, 조달수와 같은 중앙 정부의 인물들이 살의를 드러냈다는 사실 등등.

로만 드미트리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는 부분들은 절대 얘기하지 않았다.

그래야 했다.

서울 시민들의 지지.

그들의 지지만으로도 김정태의 권력은 굳건했다.

그 사실을 알기에, 반란 세력이 들고일어난 지금 김정태는 서울 시민들의 인식에 마취제를 넣었다.

“제가 대한민국을 지키겠습니다. 서울을 지키겠습니다. 그러니 저를 믿고 힘을 보태 주십시오. 반란 세력이 떠드는 말에 휘둘리지 말고, 이 김정태가 행하는 정의를 지지하십시오. 언제나 그렇듯, 저는 서울을 지켜 내겠습니다!”

“김정태! 김정태!”

“김정태! 김정태!”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선동꾼들이었다.

미리 심어 두었던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 대자, 시민들은 마치 최면에라도 걸린 것처럼 따라서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태! 김정태!”

“김정태! 김정태!”

“대통령님! 믿습니다!”

“반란 세력을 무찔러 주십시오.”

불길처럼 번지는 분위기.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김정태는 환한 웃음을 보였다.

* * *

연설이 끝났다.

무대에서 내려오는 김정태는, 시야가 차단되자 환한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차가운 표정을 보였다.

“버러지 같은 새끼들. 누구 덕에 살아 있는지도 모르고, 사사건건 불만을 표출하다니.”

이번 연설.

의도적으로 만들었다.

반란 세력이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시민들을 보살펴 주었고, 그 시민들이 본인의 상황을 서울 사람들에게 알렸다.

그것이 문제였다. 서울 시민들이 혼란에 빠졌다. 그들은 김정태가 말하는 것들을 진실이라 믿었는데, 반란 세력은 같은 국민을 보살피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지방의 실태가 빠르게 퍼져 나갔다.

지방 정부가 왜 반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들로 인해서, 김정태는 황급히 그들을 내란죄로 붙잡아 들인 다음 연설 자리를 만들었다.

머릿속에 마취제를 넣었다.

현실에 무뎌지도록.

자신을 신뢰하도록.

김정태가 인식을 조작했다.

이제 반란 세력을 쓸어버린다면, 그들은 진실을 밝힐 기회도 없이 그렇게 사라지고 말 것이다.

“로만 드미트리는?”

“조금 전에 광명마저 무너트렸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재정비 이후, 곧바로 서울을 공격할 것 같습니다.”

“쯧쯧, 미리 반란 세력의 공격을 예고했는데도 며칠을 버티지 못하다니. 이래서 대한민국에 쓸 만한 인재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 거야. 로만 드미트리가 곧바로 이곳 영등포를 공격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백의의 마법사가 반란 세력에 합류함으로써, 영등포의 주요 거점들의 위치가 노출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예상하고 마법 방해를 겹겹이 형성했습니다. 백의의 마법사라 할지라도 마법 방해를 뚫고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만약 영등포 한복판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미리 대기하고 있던 병력으로 인해 궁지에 몰릴 것입니다.”

“로만 드미트리. 참 멍청한 녀석이야. 반란을 일으킬 생각이라면, 일을 조심스럽게 처리했어야지.”

김정태가 이죽거렸다.

로만 드미트리는 자충수(自充手)를 두었다.

새로운 정권 교체가 목적이라면, 그는 반란을 일으키는 충분한 목적을 증명할 필요가 있었다.

민심이 동반되어야만 하는 일.

그런데 국제법을 어기면서까지 내란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 같은 나라의 사람들을 학살하는 잔인한 손속을 보이니 로만 드미트리를 깎아내릴 요소는 차고 넘쳤다.

사람들은 보이는 것만 믿는다.

자신의 방관이 수많은 사람을 죽였을지라도, 직접 죽인 사람을 손가락질할 수밖에 없다.

멍청했다.

로만 드미트리가 적법하게 민심을 휘어잡았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은 불리해졌을 것이다.

섣부르게 일을 처리한 덕분에, 중국을 끌어들이는 등 유리한 상황을 선점할 수 있었다.

“로만 드미트리가 아무리 강하다 할지라도, 그는 정치의 ‘정’ 자도 모르는 초보인 것이 분명하다. 그런 멍청한 녀석에게 배후가 있을 리가 없겠지. 각 의원에게 명하라. 방어 체계를 공고히 하고 버틴다면, 중국의 지원군과 친위대를 보내 반란 세력을 토벌할 것이다. 서울 인근 도시들은 시간을 버는 용도로 사용되었지만, 서울에 발을 들인 순간 그들을 살려 보낼 수는 없다.”

“알겠습니다.”

다시 표정을 변화시켰다.

차로 이동하는 길에 마주칠 시민들을 대비해, 그는 다시 인자하고 강인한 대통령으로 변했다.

그때였다.

경호원 하나가 헐레벌떡 달려와 소리쳤다.

“대, 대통령님! 지금 영등포 광장에 로만 드미트리가 나타났습니다!”

“뭐?!”

만일의 가능성.

그건.

도저히 믿기지 않는 충격적인 전개였다.

* * *

너무 대놓고였다.

하늘이 일그러지더니 로만 드미트리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는 담담한 얼굴로 지상에 착지했다.

탁.

“……이게 무슨.”

“로만 드미트리다!”

“반란 세력의 지도자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

얼빠진 얼굴로 로만 드미트리를 바라보던 병사들이, 뒤늦게 소리를 꽥꽥 질러 대며 로만 드미트리를 포위하는 그림을 만들었다.

수백, 수천 단위가 아니었다. 수만 명의 병사였고, 그들 중에는 서울을 대표하는 실력자 헌터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척척척.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상황.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로만 드미트리는 담담하게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더니, 먼발치에 있는 시민들에게 들리도록 소리쳤다.

“나는 지금부터 대한민국을 나락으로 빠트린 김정태와 중앙 정부를 단죄하고자 한다. 그들은 지금껏 소수 권력자의 안위를 위해 대한민국 전체를 희생시켰다. 지방 정부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든 외면했으며, 본인들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지방 정부들은 지원을 차단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직접적인 위협으로 죽음을 강요했다. 나 또한 그들의 협박을 경험했다. 중앙 정부를 따르든, 아니면 중앙 정부에 의해 해를 당하든. 그들에게 강요받은 선택지에 이 나라는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헛소리!”

“네 말은 믿을 수 없다!”

병사들이 소리쳤다.

그중 하나가, 로만 드미트리를 신랄하게 비난했다.

“너는 하남의 병사들을 모조리 죽였잖아! 우리가 네 녀석 같은 살인마의 말을 어떻게 믿지?”

연설의 효과였다.

반란의 명분은 충분하나, 사람들은 다른 주제를 걸고넘어졌다.

로만 드미트리가 차갑게 반응했다.

“적을 죽이는 게 왜 문제가 되지?”

“적이라니! 하남도 우리와 같은 국민…….”

“그것이야말로 개소리다. 나는 중앙 정부와 같이 갈 수 없음을 알았고, 하남을 비롯한 지방 세력들에게 선택지를 주었다. 나를 따를 것인지, 아니면 중앙 정부를 따를 것인지. 이 나라가 잘못되었음을 알면서도 중앙 정부를 선택한 자들을 나는 적으로 규정했다. 그들이 이 나라의 국민이며, 병사 개개인에게 특별한 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만약 그들이 어쩔 수 없이 전장에 내몰렸다고 한들, 나는 그들에게 베푸는 같잖은 자비로 인해서 내 사람들이 위험해지는 가능성을 허락할 수 없다. 만에 하나다. 나는 적들을 확실하게 섬멸하여, 그 이상의 피를 흘리지 않고자 한다. 평화를 들먹이는 녀석들의 전쟁은 끝이 없을 테니까.”

김정태의 연설.

의미가 없었다.

로만 드미트리는 모두에게 잘 보일 생각이 없다.

자신의 사람들만을 우선으로 여기는 그에게, 바닥으로 떨어진 평판은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처음부터 내 반대편에 서지 않았으면 될 일이다. 나는 반란을 일으키며 시민들은 단 한 명도 해치지 않았다. 너희가 무엇을 믿든 그것은 자유이나, 너희가 믿는 것에 따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스륵.

검을 뽑았다.

시야 가득 적들이 보였다.

상식적으로 이 많은 인원을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로만 드미트리는 서슴없이 걸음을 옮겼다.

“지금부터 나를 가로막는 자들은 모조리 적으로 간주할 것이다.”

* * *

반란 소식을 접한 직후.

수도 방위 병력은 수도 없이 훈련을 진행했다.

반란군이 영등포 한복판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머릿수를 앞세워 상대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훈련대로였다.

병사들이 달려들었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그들은, 머릿수에서 나오는 자신감을 분출했다.

그러나.

번뜩.

파파파파팟.

머리가 날아갔다.

먼저 달려들던 병사들이 피를 흩뿌렸고, 뒤이어 따라온 병사들이 어떻게 반응할 새도 없이 재앙이 그들을 휩쓸었다.

사방에서 비명이 들렸다. 로만 드미트리를 상대로 단 일격을 버텨 내는 사람이 없었다.

마치 방파제에 부딪히듯, 맹렬하게 밀려들던 파도가 단번에 부서져 나갔다.

압도적이나.

상대는 한 명뿐이다.

수도의 병사들은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고, 그때부터는 아군과 적을 가리지 않고 공격했다.

“파이어 캐논(Fire Cannon).”

“난사(亂射).”

화륵, 화르륵.

파파파팟.

대인 공격.

주변에 있는 아군들이 휩쓸릴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들을 로만 드미트리를 붙잡을 미끼로 사용했다. 이것 또한 훈련의 일부였다.

김정태는 적들을 상대하는 과정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명령했고, 그렇게 활활 타오르는 화염과 수백 발의 화살이 아군에게 그대로 작렬했다.

“아악!”

“크아아아악!”

참혹한 광경이었다.

아군의 목숨을 대가로 로만 드미트리를 공격했으나, 그들의 공격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확.

화르르르륵.

화염을 뚫고 나왔다.

염화신공으로 인해서 화염은 오히려 로만 드미트리에게 강력한 힘을 부여했고, 스킬을 사용한 화살인데도 피부에 닿기 전에 힘을 잃고 말았다.

압도적인 마력이었다. 로만 드미트리는 원거리 공격을 모조리 쳐 내더니, 앞으로 달려들며 적들로 득실거리는 공간을 파고들었다.

번뜩.

퍽.

머리를 베었다.

상대는 A등급 헌터였다.

그럴듯한 스킬로 로만 드미트리를 막아섰으나, 그가 죽는 모습은 일반 병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번뜩.

“크아아아악!”

팔이 날아간 헌터도 마찬가지였다.

B등급의 헌터는 기습적으로 공격을 시도했지만, 로만 드미트리는 간발의 차이로 공격을 흘려보내며 팔뚝을 잘라 버렸다.

로만 드미트리 또한 이 싸움이 대한민국을 갉아먹는 싸움이라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필요한 과정이었다.

김정태는 20년간 대한민국에 뿌리를 내렸고, 그것은 어쭙잖은 공격으로는 절대 무너트릴 수 없는 견고한 성을 쌓았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뿌리부터 잘못되었다.

김정태가 옳다고 믿는 사람들을 설득하기보단, 그들이 믿는 썩은 뿌리를 도려낼 필요가 있었다.

크로노스.

발할라.

전생에 그들도 같았다.

알렉산드르로 인해, 그들의 내부는 회생 불능할 정도로 썩어 들어갔다.

대화는 허락되지 않았다.

애초에 그들의 야망과 반대되는 길을 걷기에, 그들은 본인들이 멸망하는 순간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주장을 펼쳤다.

기나긴 전쟁 끝에 대륙은 평화를 되찾았다. 로만 드미트리의 방식은 분명히 많은 피를 부르나, 그렇다고 그것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대화는.

인간과 하는 것이다.

이미 본인의 욕망을 위해 사람들을 희생시킨 사람들은, 대화가 아닌 그에 합당한 단죄가 필요하다.

김정태가 그러했다.

많은 피를 흘렸다.

20년간 업보를 쌓았다.

중앙 정부의 정보를 확인하며, 로만 드미트리는 그들의 존재를 처음부터 배제했다.

인천 정부.

부산 정부.

울산 정부 등등.

대혼란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득바득 발악한 존재들은 받아들였지만, 대한민국에서 제일 강력한 세력을 갖춘 중앙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차이였다.

중앙 정부가 조금이라도 본인의 위치를 자각하고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해냈다면. 로만 드미트리는 그들과의 관계를 되돌아보았을지도 모른다.

헥토르를 위해 카이로를 공격했던 에드윈 헥토르는 수하로 받아들였지만, 본인의 안위를 위해 자국민을 희생시키는 김정태는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번뜩.

퍽.

맞닥트리는 적들을 모조리 죽였다.

무지(無知) 또한.

그들의 죄다.

현실을 외면한 것 또한.

그들의 죄다.

만약 이것이 자신의 업보로 남는다면, 로만 드미트리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위해 그 업보를 기꺼이 감당할 것이다.

이기적이라 말해도 좋다. 자신을 잔인하다며 비난하는 말들은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천마 백중혁으로서 살아갈 때도, 로만 드미트리 황제로 살아갈 때도. 그가 추구하는 것은 일반적인 정의가 아닌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의 평화일 뿐이다.

김정태의 대한민국은, 자신의 울타리에 들어올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압도적인 무력.

사람들이 경악했다.

처음에는 로만 드미트리의 의도를 의심했다.

성동격서(聲東擊西)라는 말이 있듯, 이곳에서 시선을 끌고 분명 다른 계획이 있다고 믿었다.

지금은 아니었다.

순식간에 천여 명의 병사를 베어 버리는 모습에, 그들은 그제야 로만 드미트리의 진심을 깨달았다.

“……설마.”

확실했다.

로만 드미트리는.

홀로 이 많은 적을 모조리 도륙할 생각이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