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7화 통합 랭킹 (4)
경기장이 뜨거운 환호성으로 물들었다.
잔뜩 달아오른 얼굴로 소리를 질러 대는 관중들의 시선에, 득달같이 달려드는 볼칸의 모습이 보였다.
콰르르르르르릉.
저돌적이었다.
성난 맹수처럼 달려들던 볼칸이, 순간 고개를 틀었다.
번뜩.
팟.
간발의 차이로 날카로운 기운이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수많은 전장을 전전하며 크리스와 손발을 맞추었기에, 몇 걸음부터가 그의 공격 범위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경험을 밑바탕으로 한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공간을 찢어발긴 크리스의 검이 방향을 틀고 따라붙자, 볼칸은 공격을 강하게 받아치며 다리의 마나를 폭발시켰다.
훅.
코앞에.
크리스가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뒤얽히는 순간, 일반 사람들은 확인하지도 못할 빠른 공방을 주고받았다.
카앙!
카카카카카카캉!
격렬했다.
가슴팍을 베어 버리려는 검을 막아 내면, 크리스는 곧바로 방향을 틀어 머리를 노렸다.
정신이 없었다.
단 한 번의 방어에서 이어지는 수십 번의 공격을 볼칸은 하나하나 맞받아쳤고, 조금이라도 공격할 타이밍을 포착하는 순간 본인 또한 주저 없이 머리를 베었다.
생사의 문제?
그딴 건 중요하지 않았다.
둘은 지금 서로의 실력을 겨루기 위해 마주했고, 상대를 배려한답시고 이번 승부에서 패배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건 승기를 완전히 확보한 이후의 문제였다.
무엇보다도 볼칸으로서는 전력을 다해도 된다는 확신이 있었다.
상대를 죽일 듯이 몰아붙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존재가 크리스기에, 기회를 포착할 때마다 상대의 급소를 노렸다.
팟.
간발의 차이였다.
크리스가 심장을 노린 공격을 흘려보내자, 볼칸의 오라가 폭발적으로 증폭되었다.
‘지금이다.’
콰앙!
콰르르르르르르릉.
볼칸의 전매특허.
강격(強擊)이었다.
거대한 근육을 꿈틀거리며 오라를 폭발시켰고, 시뻘겋게 달아오른 오라가 볼칸의 의지에 따라 벼락처럼 떨어졌다.
한번 기세를 잡으면 상대는 방어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을 입히기에, 볼칸은 강하게 몰아붙이는 이 한 타이밍을 위해서 때를 기다렸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관중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상대는 크리스다.
로만 드미트리를 제외하고는 단언컨대 드미트리 제일의 검사라고 불리는 존재인데, 그를 몰아붙이는 볼칸의 존재감은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볼칸이 무명의 검사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크리스와 케빈에 비해서는 한참 모자란다는 평가가 있었던 것은 분명한데, 사람들이 직접 확인한 볼칸의 무력은 대단했다.
멘데스?
레이먼?
그들이 볼칸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을까?
힘들었을 것이다.
볼칸의 무지막지한 괴력에, 그들은 크리스처럼 버텨 내지 못하고 살려 달라고 검을 버렸을 것이다.
‘할 수 있다.’
볼칸이 열망으로 일렁였다.
크리스가 로만 드미트리를 우러러보듯, 볼칸을 비롯한 사병들은 크리스를 그렇게 바라보았다.
그들로서는 현실적인 목표였다.
본인들의 재능이 로만 드미트리에는 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래도 크리스를 넘어섬으로써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 보이고자 했다.
크리스 밑에.
수많은 경쟁자가 있었다.
단순히 케빈뿐만 아니라, 볼칸과도 같은 인물들도 항상 크리스를 넘어서기 위해 발악해 왔다.
오늘은.
꿈을 이룰 차례였다.
강렬한 의지로 가득한 볼칸의 모습에, 숨이 막힐 듯 몰아치는 공격에, 관중들이 열렬한 환호성을 보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크리스의 심기를 건드렸다.
* * *
볼칸의 실력.
인정했다.
케빈만큼은 아닐지라도 비약적인 성장을 보인 존재였고, 이번 대회에서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을 쓰러트리겠다는 강한 열망을 표출하는 눈빛이, 승기를 잡았다는 듯이 몰아붙이는 모습이, 그리고 그에 기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자신은.
모두의 목표가 되었다.
로만 드미트리의 존재를 넘보듯, 드미트리의 검사들이 자신을 넘어서려는 상황은 너무나 당연했다.
하지만.
그 다짐이 어렵기를 바랐다.
자신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큰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을,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았다가는 넘어설 수 없는 벽을 마주하게 된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증명해 보이고자 했다.
자신은 드미트리에서 실력을 증명받는 최종 관문이 아니라, 로만 드미트리를 제외하고 모두를 압도하는 확실한 이인자가 될 것이다.
콰앙!
콰르르르르르르르릉.
엄청난 충돌이었다.
크리스가 볼칸의 공격을 쳐 내더니, 살짝 중심이 흔들린 볼칸을 곧바로 따라붙었다.
파팟.
카카카캉!
정석적인 패턴이었다.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눈에 보이는 허점을 공략했다.
막기에는 편했다.
오른쪽이 비면 오른쪽을, 왼쪽이 비면 왼쪽을, 뻔한 패턴에 일반 사람들도 경기장의 상황이 보였다.
그런데.
팟.
“……크윽?!”
볼칸이 침음성을 삼켰다.
크리스의 공격.
숨이 막혔다.
분명히 눈에 보이는 패턴에 막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으나, 공격을 받아칠 때마다 내부가 완전히 뒤엉키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점점 공격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자신은 오른쪽 옆구리가 비었기에 그곳을 막았는데, 상대는 이미 그 이후의 허점을 예상해서 그곳을 공략했다.
머리가 팽팽 돌았다.
크리스의 의도가 보였다.
막아 봐라.
뻔하게 상대해 줄 테니, 순수한 실력으로 공격을 버텨 봐라.
크리스가 도발을 걸었다.
끓어오르는 호승심에 악착같이 발악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크리스의 존재감이 점점 부풀었다.
서걱.
옆구리가 베였다.
비틀거리며 공격을 쳐 내자, 이번에는 허벅지가 베였다.
압도적인 실력 차이였다.
단순한 패턴임에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격렬하게 몰아붙이는 공격에 볼칸은 미칠 것만 같았다.
알고는 있었다. 크리스가 어떤 존재인지를.
하지만 이번 대륙 전쟁을 경험하면서 스스로 강해졌다는 확신이 생겼기에, 눈앞에 보이는 산을 등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착각했다.
그 산은.
생각보다 먼 곳에 있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에 둘러싸인 봉우리가 볼칸의 존재감을 짓눌렀다.
그 순간.
빠악.
“크악!”
검이 부서졌다.
손아귀가 찢겨 나가며, 볼칸이 그대로 나뒹굴었다.
정적으로 물드는 경기장.
방금까지 환호성을 내지르던 사람들이, 찬물이라도 끼얹은 것처럼 단번에 얼어붙고 말았다.
척.
검을 들이밀었다.
가슴팍에 겨누어진 검에, 볼칸은 두려움에 물든 얼굴로 크리스를 올려보았다.
“……제가 헛된 망상을 꾸었군요. 패배를 인정하겠습니다.”
2라운드.
모두가 기대했던 드미트리 내전의 결과는, 크리스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 * *
크리스와 볼칸.
둘의 경기가 끝나자마자, 사람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헐레벌떡 어딘가로 달려갔다.
“서둘러!”
“늦었다간 경기를 놓쳐!”
같은 시각.
또 다른 빅 매치가 있었다.
에드윈 헥토르와 케빈의 대결에, 두 경기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았다.
‘과연 누가 승리할까.’
궁금했다.
상식적으로는 케빈의 우위였다.
크리스의 압도적인 실력을 보았기에, 그의 자리를 넘보는 케빈이라면 에드윈 헥토르를 충분히 쓰러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쉬운 승부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레이먼을 쓰러트렸던 에드윈 헥토르라면, 충분히 이변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믿었다.
그야말로 미리 보는 결승전이었다.
겨우 2라운드에 불과했지만, 여기에서 승리하는 사람이 결승전에 올라가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게.
현장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거친 숨을 내쉬며 경기장을 확인하자, 경기장 위에서는 충격적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와아아아아!”
“에드윈! 에드윈!”
“이대로 끝내 버려!”
경기장 위.
에드윈 헥토르가 케빈을 압도하고 있었다.
* * *
초반 패턴은 레이먼의 경기와 비슷했다.
따라붙는 케빈.
반격하는 에드윈 헥토르.
다만 질적으로 다른 둘의 수준에, 지켜보는 사람들로서는 시작부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확.
화르르르르륵.
케빈이 화염을 뚫고 달려들었다.
거세게 몰아치는 화염에도 그는 단번에 취약한 부분을 파악했고, 주저 없이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피부가 빨갛게 달아오르는 상황에도, 그는 최소한의 마나로 피부를 보호하며 에드윈 헥토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시야에는.
본인과 마찬가지로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 에드윈 헥토르가 보였다.
“윈드 캐논(Wind Cannon).”
휘잉.
화르르르르륵.
전략을 바꾸었다.
화염을 아무렇지도 않게 뚫고 들어오는 움직임에, 휘몰아치는 바람을 발사해 열기를 퍼트렸다.
장기전을 위한 포석이었다.
케빈에게 마나의 소모를 유도했고, 먼 거리에서 계속해서 마법을 발사하면서 케빈을 몰아붙였다.
결국에는 꼬리가 붙잡히고 말았다.
악착같이 따라붙은 케빈이 에드윈 헥토르의 몸을 베어 버리자, 마치 신기루가 흩어지는 것처럼 파사삭 사라지고 말았다.
“일루전(illusion).”
환영 마법.
함정이었다.
윈드 캐논의 바람으로 불길을 일으켜 시야를 방해했고, 그사이에 일루전을 자신인 것처럼 내세웠다.
동시에.
“플레어.”
화르르르르르륵.
하늘 위.
날개를 펼친 에드윈 헥토르가 마력을 폭발시켰다.
케빈이 자신의 환영을 베어 내는 타이밍과 동일하게, 플레어를 그 자리에 폭격시킬 준비를 끝냈다.
콰앙!
화륵, 화르르르르르르륵.
엄청난 열기였다.
좁은 무대라는 것은 그만큼 피할 공간이 많지 않았고, 강렬한 불길이 그대로 케빈의 존재를 집어삼켜 버렸다.
사람들이 경악성을 내뱉었다.
웬만한 사람은 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공격에, 어쩌면 케빈이 이대로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화염을 뚫고 나타난 오라의 다발이, 에드윈 헥토르의 날개와 가슴팍을 찢어발겼다.
파파파팟.
“실드(shield).”
콰드드득.
가슴팍이 베어지는 것은 막았다.
겹겹이 쌓인 실드가 전부 부서지는 상황에, 블링크를 사용해서 일단은 공격 범위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케빈이 있었다.
맹수처럼 거친 눈빛의 케빈이, 이미 마나의 흐름을 읽고 에드윈 헥토르의 위치를 포착했다.
콰르르르르르르르릉.
레이먼과는 달랐다.
레이먼은 마나의 흐름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케빈을 비롯한 드미트리의 검사들은 마법사를 상대하는 방법을 익힌 상태였다.
고로 블링크는 통하지 않았다.
일루전의 페이크는 에드윈 헥토르가 교묘하게 상황을 만들었지만, 블링크로 인해 만들어지는 마나의 흐름은 눈에 보였다.
번뜩.
쾌검.
공간을 갈랐다.
그대로 목을 베어 버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에드윈 헥토르가 블링크를 연달아 사용했다.
“블링크.”
번뜩.
10cm의 차이.
이동 거리를 줄여 캐스팅을 빠르게 실행하더니, 곧바로 케빈의 코앞에서 손가락 하나를 치켜들었다.
“체인 라이트닝(Chain Lightning).”
빠지지지직.
정말 경악스러울 정도의 대응 능력이었다.
정신없이 몰아붙이는 공격에도, 에드윈 헥토르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케빈의 공격에 반격했다.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사람들은 숨 한 번 제대로 내쉬질 못했다.
1초 간격으로 확확 달라지는 상황은 그 누구의 승리도 함부로 예상할 수 없었고, 그렇기에 절대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검사의 강점.
마법사의 강점.
서로 맞부딪혔다.
상황을 주도하는 것은 에드윈 헥토르였으나, 시간이 갈수록 케빈이 따라붙는 속도가 빨라졌다.
팟.
콰르르르르릉.
일루전은 모조리 베어졌다.
환영 따위는 단숨에 찢어발기며, 넘실거리는 화염을 뚫고 에드윈 헥토르가 블링크를 사용할 때마다 따라붙었다.
극한의 쾌검은 실드로도 막을 수 없는 수준. 팽팽한 분위기였다.
10cm 간격으로 블링크를 사용하는 에드윈 헥토르나, 그걸 모조리 받아치는 케빈은 인간의 수준을 넘어섰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마법을 퍼붓던 에드윈 헥토르가 블링크를 사용했고, 케빈은 그것을 미리 알아채고 공간을 점했다.
번뜩.
새로운 공간.
에드윈 헥토르가 나타났다.
케빈이 곧바로 들이닥쳤다.
바로 코앞에서 케빈의 숨결이 느껴지는 순간, 에드윈 헥토르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마법 트랩, 인탱글(entangle).”
“……?!”
파바바박.
상대와 접전을 벌이는 동안.
에드윈 헥토르는 더블 캐스팅으로 마법 트랩을 발동시켰다.
접전을 벌이는 공간과는 조금 떨어진 거리였고, 그것은 케빈조차도 눈여겨보지 못할 정도로 미세한 흐름이었다.
그리고 준비가 끝났다는 판단에 트랩 위로 블링크를 사용.
케빈이라면 분명히 곧바로 따라붙을 것이고, 케빈의 뛰어난 능력이 오히려 그를 함정에 빠트릴 것이다.
예상대로였다.
툭.
트랩에 발을 들였다.
인탱글의 마력이 폭발하며, 마력을 강화시킨 거대한 나무줄기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케빈을 옭아맸다.
찰나의 순간.
기회는 길지 않았다.
기껏해서 2~3초의 시간을 벌겠지만, 강자와의 대결에서 지금과 같은 기회는 치명적이었다.
“버닝(burning).”
휘이이이이잉.
마력이 들끓었다.
8서클의 영역에 들어섰다.
붉게 넘실거리는 적발에, 빨갛게 물든 눈동자가 케빈의 모습을 향했다.
“헬 파이어(Hell Fire).”
지옥의 불길.
그것은 승부에 종지부를 찍는.
그야말로 파괴적인 힘이었다.
강하게 휘몰아치는 지옥의 불길이, 케빈이 미처 벗어나기도 전에 그 공간을 그대로 쓸어 버렸다.
콰앙!
화륵, 화르르르르르르륵.
* * *
사람들이 넋을 잃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한 사람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끝난 건가.”
둘의 대결.
엄청난 승부였다.
끝까지 따라붙는 케빈이나, 그것을 모조리 맞받아치는 에드윈 헥토르나 모두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확실했다.
둘은 우승 후보에 어울리는 사람들이었다.
안타깝게도 2라운드에서 서로를 만났을 뿐, 그들은 대회가 끝나고 최상위 랭커에 이름을 올릴 자격이 있었다.
쿠르르르르르르르릉.
화염의 여파가 가라앉질 않았다.
승패를 떠나.
생사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토록 파괴적인 공격에, 케빈이 살아 있음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헉.”
“저, 저길 봐!”
타오르는 불길 너머로.
인간의 형체가 걸어 나왔다.
불의 화신인 것처럼 전신에 불길이 일렁였고, 엄청난 화력에 피부 일부는 화상을 입어 녹아내렸다.
찰나의 순간.
케빈은 공격 범위에서 벗어났다.
에드윈 헥토르는 상대를 완벽하게 함정에 빠트렸다고 생각했지만, 마나의 흐름을 포착한 케빈이 한발 빠르게 반응했다.
2~3초의 시간조차 벌지 못했다. 겨우 1초.
단번에 인탱글을 풀어내서 공격 범위에서 떨어졌고, 마나로 몸을 보호했으나 그 여파만으로도 이 몰골이 되어 버렸다.
화륵, 화르르륵.
기괴했다.
불에 타오르는 인간이, 고통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담담한 얼굴로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에드윈 헥토르 왕자님. 드미트리는 이 정도로는 무너지지 않습니다.”
웃음을 보였다.
그 순간.
사람들은 보았다.
웃는 입술과는 달리 악귀처럼 일그러진 표정을.
아직 대결은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