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74화 (374/615)

374화 악역(惡役) (1)

10분 전.

크리스는 몇 걸음 떨어진 위치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필요한 것은 얻으셨습니까?”

“예, 많은 것을 보았습니다. 발할라의 위대한 전사라고 평가받는 카를로스가, 남부의 무덤에 발할라의 추악한 진실이 있다고 표현한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귀를 기울였다.

무덤을 나온 직후.

로만 드미트리는 이상한 발언을 내뱉었다.

어쩌면 비에토 공작이 이번 일의 배후일 수도 있다는 말과,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든 절대 당황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크리스로서는 가설만으로도 피가 식는 느낌이 들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가능성에, 로만 드미트리의 예상이 처음으로 괜한 걱정으로 끝나기를 바랐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대화의 내용이 이상해졌다.

일반 사람들은 어색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적어도 크리스의 기준에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 대화였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일단 드미트리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당분간은 그간의 피로를 해소하며, 남부의 무덤에서 얻은 자료를 기반으로 ‘슈테른 발할라’에 대해서 알아볼 생각입니다. 그는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인물이 아닙니다. 그나저나 발할라 황제 폐하도 몸조심하십시오. 이번 일로 크로노스 제국은 황제 폐하를 암살 대상으로 지정할 것이 분명합니다. 황제 폐하가 무사해야, 발할라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미 각오한 문제입니다. 크로노스가 어떤 짓을 벌이든, 저는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을 생각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훈훈했다.

하지만 진실은 다르다.

로만 드미트리는 분명 비에토 공작을 배후로 지목했고, 그렇다면 현재 발할라의 황제라고 불리는 저 인물과 서로 훈훈한 대화를 나눌 이유가 없었다.

실제로 초반에 나눈 대화는 평소보다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당연히 격정적인 설전을 예상했는데, 처음과는 묘하게 엇나가는 대화 내용을 들으며 크리스는 검에 손을 가져다 댔다.

“케빈.”

“예.”

“전투를 준비하라.”

“알겠습니다.”

설명은 필요하지 않았다.

크리스의 신호에 케빈은 눈짓을 보냈고, 드미트리의 병사들이 저마다 마음의 준비를 끝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알지 못했다.

다만.

로만 드미트리를 믿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든, 그들은 눈에 보이는 진실을 외면하고 로만 드미트리를 따를 것이다.

그때였다.

콱!

“헉?!”

“이런 미친!”

돌발 행동이었다.

로만 드미트리가 대화를 잘 나누다 갑자기 발할라 황제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머리를 뒤로 젖히며 싸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먼발치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산체스가 눈을 부릅떴다.

황급히 달려 나가며 로만 드미트리를 저지하려고 했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은 믿을 수 없는 결말로 직결되었다.

“나는 본래 악역(惡役)에 익숙한 사람이다.”

콰득.

머리를 비틀어 버리는 로만 드미트리.

무려 5성의 검사인 발할라 황제는, 미처 반항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 * *

충격에 빠졌다.

산체스가 걸음을 멈추었다.

로만 드미트리와 발할라 황제를 번갈아 확인하는 시선은, 눈앞의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격하게 흔들렸다.

“으, 으아아. 으아아아아악!”

괴성을 질렀다.

발할라 황제가 누구인가.

모두가 전대 황제의 폭정(暴政)을 애써 외면할 때, 비에토 공작은 기꺼이 백성들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

숭고한 정신이었다.

적당히 현실과 타협했다면 평생 평안한 노후를 보냈을 텐데, 나라의 안위를 생각해 달라는 산체스의 외침에 누구도 짊어지지 않으려 했던 반란군의 수장이라는 역할을 떠안았다.

그는.

영웅이었다.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됐고, 무엇보다도 상대가 로만 드미트리라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이, 이런 개새끼가!”

“감히 발할라 황제 폐하를!”

사방에서 난리가 났다.

처음에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이들이, 로만 드미트리가 범인이라는 사실에 눈에 불을 켜며 오라를 끌어올렸다.

이곳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이들의 수는 상당히 많았다.

무려 수십 만에 달하는 숫자였고, 주변 어디를 보아도 사람들로 득실거릴 만큼 그들은 주변을 에워싼 상태였다.

일촉즉발의 상황.

드미트리의 병사들은 로만 드미트리의 뒤를 지켰다.

그들 또한 혼란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였으나, 어떤 상황에서든 로만 드미트리의 판단을 굳게 믿었다.

그리고.

“일이 정리되는 대로 상황을 따로 설명하겠다.”

로만 드미트리가 이렇게 말했다.

믿었다.

로만 드미트리는 절대 필요하지 않은 일을 행할 인물이 아니고, 크리스는 발할라 황제와 둘이 나눈 이질적인 대화에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켜켜이 쌓인 신뢰의 수준이었다.

언제 전투가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산체스가 정신이 나간 듯 분노한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로만 드미트리! 설마 처음부터 이런 의도였나. 내게 비에토 공작님을 찾아가 반란을 시도하라던 그 말이, 발할라와 드미트리의 공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발할라를 나락으로 빠트리기 위함이었느냔 말이다!”

악에 받쳤다.

고래고래 소리치는 그 모습에, 로만 드미트리는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다. 산체스, 진정하고 내 말을 듣고자 한다면 상황을 설명…….”

“아니, 네 녀석의 설명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비에토 공작님은 발할라의 황제가 되었다. 그분은 발할라의 희망이고, 앞으로 발할라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인물이었다. 너는 그런 분을 죽인 것이다.”

말을 툭 끊었다.

목소리가 격양되었다.

분노로 물든 눈빛은,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만약 지금 바닥에 쓰러진 존재가 모두가 비난하던 슈테른 발할라였을지라도. 이방인에 불과한 네 녀석 따위가 발할라의 황제를 처단할 권한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 스승인 모랄레스 님도, 우리의 미래였던 발할라 황제 폐하도. 모두 네 녀석이 죽였다. 감히 발할라가 시작된 이 신성한 땅에서, 너는 우리를 조롱하듯 발할라의 희망을 짓밟아 버렸다는 의미다.”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광기로 그득그득한 눈빛.

귀를 막았다.

분노에 매몰되었다.

산체스가 검을 뽑아 들며,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오라를 끌어 올렸다.

쿠르르르르르릉.

“발할라의 전사들은 들어라. 우리는 로만 드미트리의 목숨으로 발할라 황제 폐하의 죽음을 추모할 것이다.”

상황이 격정적으로 변했다.

10분 전.

발할라의 사람들은 로만 드미트리를 찬양했다.

발할라의 전사들은 로만 드미트리를 존경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악인을 바라보듯, 분노로 일렁이는 그들의 눈빛에 로만 드미트리는 더는 설명하려 애쓰지 않았다.

‘발할라 황제는 만일의 상황을 대비했다. 발할라 전체를 물들일 발할라 황제를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죽을 경우 상황을 주도할 선동꾼들을 미리 심어 놓았겠지. 애쓴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발할라 황제가 실제로는 알렉산드르의 지시를 받는 존재라는 사실이 밝혀진 순간부터, 어떤 방향으로든 드미트리와 발할라는 공존할 수 없게 되었다.’

덤덤했다.

발할라의 전사들을 바라보며 경고를 내뱉었다.

“나는 분명히 해명할 기회를 요구했고, 그것을 들으려고조차 하지 않은 것은 너희들이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공격해!”

“죽여!”

“발할라 황제 폐하의 복수를!”

콰릉.

콰르르르르르르르릉.

사방에서 발할라의 전사들이 달려들었다.

* * *

장관이었다.

시야를 가득 메울 만큼 사방에서 달려드는 그 모습에, 로만 드미트리는 전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천마검법 중반부 일초식.’

번뜩.

콰르르르르르르릉.

오라가 폭발했다.

파괴적인 기운이 순간적으로 전방을 휩쓸어 버렸고, 분노에 빠져 달려들던 수십의 전사가 단번에 찢겨 나갔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죽음은 두렵지 않다는 듯이 빈자리를 메우는 전사들의 모습에, 로만 드미트리는 앞으로 뛰쳐나가며 발할라의 전사들을 정면에서 맞닥트렸다.

콰직!

가장 처음 맞닥트린 적의 오라를 그대로 부숴 버렸다.

산산이 조각 나는 오라에 눈을 부릅뜨는 그때, 로만 드미트리가 상대의 머리를 단숨에 베어 버렸다.

서걱.

머리가 날아갔다.

육체와 머리가 분리되며 확보되는 그 작은 공간으로, 뒤이어 달려드는 발할라 전사들의 분노한 표정이 보였다.

로만 드미트리는 격렬하게 치고 들어오는 공격을 막아 냈다.

발할라의 전사들은 방어를 도외시하고 득달같이 공격했지만, 그들의 공격은 채 2번을 넘기지 못했다.

콰앙!

검을 내리친 직후.

곧바로 몸에서 피가 튀었다.

대체 어떻게 공격당했는지 인식하지도 못할 만큼 빠른 공격이었고, 달려드는 족족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런 동료들의 시체를 발판 삼아 다른 전사들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 또한 두 번 이상의 공격을 이어 나가지 못했다.

적진 한복판에서 날뛰는 로만 드미트리는, 사방이 둘러싸이고도 소름이 돋을 만큼 간결하고 깔끔한 대응을 보였다.

그때였다.

“크륵, 크르르르륵!”

“크악!”

소수 민족이 달려들었다.

야인.

짐승으로 변한 그들은 빠르게 공간을 파고들더니, 동료들이 피를 뿌리는 순간을 포착해 공격했다.

콰앙!

콰르르르르르릉.

사방에서 공격이 작렬했다.

짐승의 발톱에서 오라가 일어났고, 변칙적이고 갑작스러운 공격은 로만 드미트리의 살갗을 찢어발길 것처럼 위험천만한 장면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그뿐. 그들의 공격이 닿기도 전에 머리가 날아갔다. 몸통이 찢겨 나갔다.

짐승의 극도로 발달한 감각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능력을 보이건만, 발달한 감각으로도 로만 드미트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공격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머리가 날아간 뒤였다.

야인들이 달려드는 상황에, 불을 일으키는 소수 민족이 볼을 크게 부풀리며 불길을 뿜어냈다.

“후우.”

화륵.

화르르르르륵!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는 화염!

주변에 뒤얽혀 있던 아군조차도 화염에 무사하지 못했고, 아군의 안위를 배제한 채 오로지 로만 드미트리의 목숨만을 노렸다.

그 순간.

확-

화르르르르르륵.

불길을 뚫고.

로만 드미트리가 치고 들어갔다.

화염은 로만 드미트리를 상대로 전혀 통하지 않았고, 저주를 사용하는 소수 민족의 억압 주술은 단번에 와해되었다.

눈이 팽팽 돌았다.

분명히 이렇게까지 하면 수적 우위에 애를 먹는 모습을 보여야 하건만, 로만 드미트리는 어떤 공격을 맞닥트리든 압도적인 힘으로 부숴 버렸다.

게르도 마찬가지였다.

야인들을 동반해 달려들던 그는, 충격적인 현실에 눈을 부릅떴다.

번뜩.

“컥.”

가슴팍에 피가 튀었다.

게르는 무려 5성의 검사로서, 야인의 육체적인 강점이 더해진다면 6성 검사를 쓰러트릴 수 있을 만큼의 강자였다.

그런데 그가 일반적인 발할라 전사와 다르지 않은 현실에 직면했다.

게르조차도 두 번 이상의 공격을 이어 나가지 못하고, 로만 드미트리의 공격에 가슴팍이 길게 찢겨 나갔다.

비틀거렸다.

몇 걸음 물러난 그는, 혼란스럽게 뒤얽히는 광경을 바라보며 뒤늦게 현실을 깨달았다.

“……설마.”

압도적이었다.

어떤 방향에서 달려들든.

로만 드미트리가 도륙해 버렸다.

사람들은 시험의 무대에서 보여 준 모습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건만, 지금 보니 그것은 로만 드미트리의 전력이라고 할 수 없었다.

로만 드미트리의 존재감이 크게 부풀었다.

여기에서 단순히 살아 나가겠다는 것이 아닌, 막아서는 모든 존재를 도륙해 버리겠다는 의지에 게르는 소름이 돋았다.

‘우리가 만약 그에게 도전했다면, 체력의 손실은커녕 무의미하게 죽었을 것이다.’

확실했다.

천외의 존재.

그가 도전하는 순간부터 시험의 통과는 확정적이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대륙 제일검의 수준을 깨달았지만, 게르로서는 그렇다고 뒤로 물러날 수 없었다.

그는 발할라의 전사다.

그것도 소수 민족의 대표.

전사들에게 강자와 싸우다 죽는 것은 명예로운 일이다.

기꺼이 목숨을 걸었다.

발할라 황제의 복수를 위해.

전사로서 긍지를 증명하기 위해.

그렇게.

번뜩.

로만 드미트리를 향해 달려들던 그는, 공격을 시도해 보지도 못한 채 그대로 머리가 날아가고 말았다.

* * *

사방에서 비명이 들렸다.

죽음이 난무했다.

공격을 명령한 산체스는, 주변에서 튄 핏방울과 뒤섞여 피눈물을 흘렸다.

“아아-.”

절망스러웠다.

이성을 잃어 갔다.

정신적인 지주였던 모랄레스에 이어 발할라 황제마저도 죽어 버리자, 산체스로서는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반란에 성공했을 때 그는 정말 기뻐했었다.

이제 드디어 발할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생각했건만, 학살이 벌어지는 눈앞의 광경은 그의 꿈을 부정했다.

끝났다.

발할라의 희망이 죽었다.

그의 복수를 해내지 못한다면, 산체스는 발할라의 전사로서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 죽여. 죽여 버려.]

[로만 드미트리를 반드시 죽여야만 해.]

[발할라 황제를 죽였잖아. 발할라의 영웅을 죽였다고. 그런데 대체 뭘 망설이는 거야?]

그의 귓속으로.

악마의 속삭임이 들렸다.

산체스는 그것을 환청(幻聽)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의 진심이었다.

로만 드미트리가 행한 일을 보라!

발할라 황제를 죽여 놓고.

반성의 의지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발할라와는 한 하늘 아래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였고, 지금 지휘권은 산체스의 손아귀에 있었다.

정신이 흐릿해졌다.

약을 빤 것처럼, 산체스는 비틀거리며 광기에 물든 표정을 보였다.

“반드시, 반드시 죽인다.”

삑.

마법 통신기를 들었다.

이번 전투.

예전에 발할라의 영토에서 벌어졌던 전투와는 얘기가 달랐다.

그때도 로만 드미트리는 발할라와 크로노스의 공격을 이겨 내고 무사히 드미트리로 도망쳤지만, 단언컨대 이번에는 불가능하다고 확신했다.

사람들은 발할라의 근본이 바로 이곳 남부 밀림에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단순하게 상징적인 의미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나무로 빽빽한 이 밀림 속에 발할라 전체 전력의 30%에 달하는 전사들이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들은.

발할라의 내란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오로지 외부의 위협에만 반응하는 그들에게, 로만 드미트리는 밀림의 전사들을 움직일 명분이 되었다.

마법 통신기를 통해, 산체스가 울부짖는 것처럼 소리쳤다.

“발할라의 전사들은 들어라. 발할라 황제 폐하가 죽었다. 외부인 로만 드미트리가, 감히 발할라의 신성한 땅에서 발할라의 영웅을 죽였다. 지금부터 황제 폐하의 대리인으로서 발할라의 모든 전사에게 명령한다. 로만 드미트리를 죽여라. 그가 남부 밀림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막아라.”

악에 받쳤다.

학살을 벌이는 로만 드미트리를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며, 산체스는 피로 물든 이빨을 활짝 보였다.

“이는 황명(皇命)이다.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응하라.”

남부 밀림.

그들 전체를 동원하는 명령.

그것은 발할라가 제국으로 도약한 이후,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었다.

산체스는 확신했다.

로만 드미트리는.

절대 남부 밀림에서 살아서는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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