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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화 (150/615)

150화 탐욕의 수집가 (2)

그 시각.

드미트리의 연무장에서는 한참 훈련이 진행되었다.

타닥.

크리스였다.

매서운 눈빛으로 상대를 주시하던 크리스는, 번개 같은 움직임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홱.

공격이 빗나갔다.

크리스의 공격은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빨랐지만, 로만은 간결한 움직임으로 상대의 공격을 흘려보냈다.

그런데도 크리스는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앞으로 달려드는 움직임 그대로 연계 공격을 펼치며 로만의 퇴로를 차단했다.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지켜보는 병사들은 숨을 죽였고, 순식간에 십수 번의 공방을 주고받은 크리스가 기회를 포착했다.

‘지금이다.’

그 순간.

확!

“……?!”

갑작스럽게 로만이 치고 들어왔다.

완벽한 기회라고 생각한 타이밍.

단 한 번의 반격이 크리스의 호흡을 완전히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고, 크리스는 연신 밀리다가 결국 바닥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크리스의 노림수는 좋았다. 상대의 수를 예상하고, 궁지로 몰아넣은 과정까지는 흠잡을 것이 없었다. 문제는 승부를 결정하는 타이밍이다. 매끄럽게 이어지는 공격에서 순간적으로 힘을 분출할 때. 필연적으로 공격 간의 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점이다. 만약 상대가 그 틈을 공략할 수 있는 실력자라면, 결정적인 공격 이전에 상대의 균형을 무너트릴 확실한 카드가 있어야만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분한 기색은 없었다.

당연한 결과다.

로만은 아무리 공격해도 흔들리는 기색이 없었고, 그렇기에 기회라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공격했다.

실패의 대가는 경험이었다.

로만 드미트리는 자신보다 강한 상대가 어떻게 반격할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 주었고, 크리스는 초라한 모습으로 바닥을 굴렀는데도 부끄러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다른 병사들도 똑같았다.

남부 전선에서의 활약과 대회의 성적으로 사람들은 크리스를 비롯한 병사들을 치켜세웠지만, 그들은 어떤 평가를 받든 간에 로만의 앞에서는 초심자의 마음을 잃지 않았다.

천외.

로만은 압도적인 존재였다.

그런 존재를 따르는 사람들은, 감히 방심하고 현재에 안주하는 태도 따위는 보여 줄 수 없었다.

“다음.”

대련은 차례로 진행되었다.

크리스에 이어 케빈, 맥버니, 헨더슨 등등.

그들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로만과의 대련은 매일같이 반복되는 훈련이었고, 단 한 번도 로만을 상대로 공격을 성공시켜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그들은 악착같이 훈련에 매달렸다.

로만과의 승부를 반복할수록 본인들이 강해진다는 사실을 알기에, 패배하더라도 그 안에서 가르침을 얻으려고 노력했다.

드미트리의 연무장.

사내들의 땀과 거친 숨소리로 물들었다.

한참이나 진행되던 훈련이 마침내 끝나자, 먼발치에서 기다리던 한스가 다가왔다.

“도련님. 손님이 왔습니다.”

“안내하거라.”

손님의 존재.

이미 알고 있었다.

로만이 시선을 옮기자, 상기된 표정으로 기다리는 발렌티노 후작의 모습이 보였다.

* * *

기다림은 제법 길었다.

발렌티노 후작은 연무장에서 무려 2시간이나 기다렸지만, 그동안 지루함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

‘이게 로만 드미트리의 클래스인가.’

크리스를 비롯한 병사들.

다들 예사 실력자가 아니었다.

이번 대회에서 실력을 증명했듯, 그들 개개인은 웬만한 귀족 가문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만큼의 실력을 보였다.

특히 크리스의 존재는 압도적이었다.

일반인의 눈으로는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검술을 펼쳤고, 크리스 정도라면 동북쪽 일대는 씹어먹을 실력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로만을 상대로 상대가 되질 않았다.

강한 존재감을 발휘하던 검사들이, 로만을 맞닥트리는 순간 사그라지는 불길처럼 존재감이 옅어졌다.

‘최근 카이로 왕국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주제가 있지. 헥토르 왕국의 랭킹 2위를 쓰러트린 로만 드미트리가, 과연 카이로 왕국에서는 몇 위의 랭킹을 부여받을 것인가. 의심이 많은 부류는 20대 중반의 나이를 들먹이며 버틀러를 쓰러트린 것이 요행일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내가 직접 확인한 로만 드미트리는 절대 과소평가할 인물이 아니다. 크리스와 같은 실력자들도 아무렇지도 않게 쓰러트리는 존재감. 그는, 세간의 평가보다도 더 압도적인 실력을 갖추었다.’

심장이 뛰었다.

단순히 무력만 뛰어난 존재였다면.

발렌티노 후작을 이토록 설레게 만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카이로 왕국 최고의 재능. 나는 그가 만들어 낸 검을 보유하고 있다.’

대단한 상징성이었다.

그런 존재를 만난다는 생각에 아름다운 이성을 만나는 것처럼 설렜고, 접객실로 걸음을 옮기는 와중에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발렌티노 후작이라는 이름값을 떠나서. 인간 대 인간으로서 잘 보이고 싶었다.

“로만 드미트리입니다.”

접객실에 도착하자.

로만이 먼저 악수를 청했다.

순간.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저 손으로 명검을 만들었다는 생각에, 발렌티노 후작은 바지에 손을 쓱쓱 닦더니 손을 맞잡았다.

“발렌티노 후작입니다.”

“일단 앉으시죠.”

“감사합니다.”

묘한 분위기였다.

둘은 초면이었지만, 발렌티노 후작의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인해 접객실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

발렌티노 후작은 좀처럼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로만 드미트리를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자신이 확인한 단 하나의 사실이 로만을 향한 무한한 호감을 형성했다.

그가 말했다.

“로만님을 찾아온 이유는 바로 블레이즈 때문입니다. 블레이즈가 어떤 물건인지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대단한 보물이 경매장에 풀린 것에 놀랐고, 어떻게든 차지해야 한다는 생각에 낙찰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동안 블레이즈를 만들어 낸 장인을 알아내기 위해서 정말 많은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리고 오늘, 최종 목적지로 드미트리를 찾아왔습니다.”

목소리가 살짝 격양되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수집가로서 발렌티노 후작의 열망은 대단하다고.

그것은 거짓되지 않은 순수한 감정이었고, 그렇기에 로만의 앞에서 후작의 권력을 내세우지 않았다.

“로만 님. 정말, 당신이 블레이즈를 만들어 낸 장본인입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열망으로 물든 눈빛.

재밌는 상황이었다.

설마 검의 가치를 알아보려던 의도가, 이런 결과로 직결될 줄은 몰랐다.

‘발렌티노 후작을 사람들은 탐욕의 수집가라고 부른다지.’

블레이즈의 경매.

익명으로 진행했다.

그건 정체를 감추려는 의도보다는, 자신의 이름값이 검의 가치를 좌지우지하지 않기를 바랐다.

고로.

“맞습니다.”

숨길 이유가 없었다.

사실을 인정하는 발언.

발렌티노 후작은, 터져 나오는 기쁨을 참아 내지 못했다.

* * *

발렌티노 후작.

카이로 왕국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탐욕의 수집가라는 별명을 떠나서, 카이로의 권력 체계를 설명할 때 그는 반드시 언급되는 인물이었다.

‘중립의 세력 중. 그는 가장 강력한 세력을 갖춘 인물이다.’

네 개의 파벌.

국왕파, 귀족파, 크로노스 제국파, 발할라 제국파.

그들은 카이로 왕국의 권력을 나눠 먹었고, 항상 나머지 세력들을 견제하면서 자신들이 제일의 자리에 올라서기를 바랐다.

그 과정에서 발렌티노 후작은 상당히 매력적인 존재였다.

카이로의 상권을 휘어잡은 그의 재력(財力)은 권력의 균형을 무너트릴 만한 힘을 갖추었지만, 네 파벌이 수년간 러브콜을 날렸는데도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말했다.

“저는 권력에 관심이 없습니다. 누가 권력을 차지하든, 발렌티노는 항상 똑같은 자리에 있기를 바랍니다.”

영리한 선택이었다.

하나의 세력을 확실하게 지지하는 순간부터, 그가 하는 일들은 모두 파벌 싸움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도를 지켰다.

눈을 가리고.

입을 다물었다.

카이로가 어떻게 돌아가든 말든, 그는 돈을 벌어들이며 본인의 취미 생활에만 집중했다.

카이로의 핵심 인물.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다.

그런 대단한 사람이, 로만이 밝힌 진실에 소녀팬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역시! 로만 님이 블레이즈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 맞군요! 정말 영광입니다! 제가 로만 님을 얼마나 만나고 싶어했는지 잘 모르실 겁니다. 처음 아델리안 경매장에서 블레이즈를 목격했을 때, 하늘에서 벼락이라도 떨어지는 것 같은 강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체 이런 명검을 어떻게 만드신 겁니까? 드미트리가 대장장이들의 성지라더니, 역시 아버님의 핏줄을 물려받으신 겁니까?”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순수한 팬심.

그는 악의적인 의도가 없었다.

정말 로만을 만나 보고 싶었고, 이것저것 물어보던 그가 로만이 가진 검에 시선이 갔다.

“……정말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 검을 한번 봐도 되겠습니까?”

검을 보겠다는 부탁.

전장이라면 허락되지 않을 일이었다.

하지만.

로만은 검을 건넸다.

상대를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검을 받아 든 발렌티노 후작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꿀꺽.

발렌티노 후작이 마른침을 삼켰다.

엄청난 보물이라도 받아 드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검을 만지며 이곳저곳을 확인했다.

‘……이게 무슨.’

경악했다.

블레이즈와 샐러맨더.

충격적일 정도로 대단한 명검이다.

그것만으로도 로만에 대한 존경심이 가득 차올랐는데, 다크니스는 완전히 차원이 달랐다.

어둠을 머금은 것처럼 묵직한 검.

그간 수많은 명검을 경험했던 발렌티노 후작의 안목은 단번에 다크니스의 진가를 알아보았고, 너무 놀란 나머지 눈가가 파르르 떨릴 정도였다.

로만 드미트리는 대단한 장인이었다.

그것도 필생의 역작을 만들어서 식어 버린 불길이 아니라,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첫 번째 검 샐러맨더.

두 번째 검 블레이즈.

세 번째 검 다크니스.

‘새로운 검을 만들 때마다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로만 드미트리가 검사로서 역대 제일의 천재라고 불린다면, 그것은 대장장이의 세계에서도 다르지 않다. 이런 괴물이 앞으로 만들어 낼 검은 얼마나 더 대단할까? 그리고 로만 드미트리가 장인으로서 명성을 떨친다면, 그가 만들어 낸 검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다.’

너무 경악스러워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블레이즈.

사람들은 겨우 검 한 자루에 과하게 투자했다고 생각했다.

그게 일반적인 상식일진 모르겠지만, 다크니스를 확인하며 발렌티노 후작은 앞으로의 미래가 보였다.

로만 드미트리는.

최고의 검사이자, 최고의 장인으로 불릴 것이다.

툭.

검을 내려놓았다.

발렌티노 후작은, 로만을 바라보며 사뭇 진지한 표정을 보였다.

“이 검의 판매를 부탁한다고 해도 절대 승낙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로만 님에게 특별한 제안을 해도 되겠습니까?”

* * *

특별한 제안.

조건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 검을 판매하게 된다면, 제게 꼭 기회를 주십시오.”

개인적인 욕심이었다.

로만이 블레이즈의 경우처럼 새로운 주인을 찾는다면, 발렌티노 후작은 그 주인이 되기를 바랐다.

“두 번째. 새로운 검을 만든다면 그 소식이라도 알려 주십시오. 아니, 가능하다면 그 검이 어떤 검인지를 구경이라도 해 보고 싶습니다. 장소와 시간은 상관이 없습니다. 드미트리에 있든, 머나먼 타국에 있든, 아니면 인간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 오지에 있든. 로만 님이 허락만 해 주신다면, 저는 어떻게든 찾아가서 명검의 자태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눈빛이 열망으로 일렁였다.

로만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발렌티노 후작.

카이로의 거물은 혼자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그가 혼자 생각한 전부를 모두 토해 내기를 기다렸다.

“만약 두 가지만 약속하신다면, 발렌티노 가문은 앞으로 드미트리를 지지하겠습니다.”

그 발언.

예상을 벗어났다.

단순히 수집가로서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그는 중립의 포지션을 포기하겠다는 발언을 내뱉었다.

재밌었다.

로만은 차를 마시며, 상대의 눈을 보았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하는 말씀입니까?”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발렌티노 가문은 그동안 중립의 포지션을 지켜 왔습니다. 덕분에 상단을 운영하면서 특별한 문제가 없었고, 사람들은 발렌티노 가문을 카이로 제일의 대부호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왜 드미트리를 지지하시려는 생각입니까? 단순히 수집 욕구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발렌티노 후작님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발렌티노 가문은 너무 많은 것을 희생하게 됩니다.”

중립의 세력.

그가 한쪽의 편을 든다는 것.

그 상대가 네 개의 세력이 아닐지라도, 카이로를 사분하는 권력자들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발렌티노 후작이 말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최근에 네 개의 파벌에서 상당한 압박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카이로의 권력 싸움이 점점 격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발렌티노도 언제까지고 중립의 포지션을 지킬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어떤 세력을 지지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귀족파가 좋을까, 크로노스 제국파가 좋을까, 아니면 발할라 제국파가 좋을까. 그러던 중에, 로만 드미트리 님이 북부의 영주들을 물리치고 ‘드미트리 동맹’을 창설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방금의 제안.

순간적인 판단이 아니다.

로만을 만나기까지, 발렌티노 후작은 손익을 철저하게 계산했다.

“사람들은 저를 탐욕의 수집가라고 부릅니다. 저는 값진 물건에 그에 합당하는 대가를 지급하지만, 그 대상은 물건으로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저는 사람에 투자하는 것도 정말 좋아합니다. 아직은 저평가되어 있는 사람이 발전해서 무언가를 이루었을 때, 그건 수집으로는 느낄 수 없는 엄청난 쾌감을 부여합니다.”

로만 드미트리.

그의 행보는 파격적이었다.

사람들은 단순히 그가 쓰러트린 적들의 이름값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발렌티노 후작은, 로만이 그동안 보여 준 지도력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드미트리 동맹.

자신과 마찬가지로 중립의 포지션을 지키던 드미트리가, 처음으로 중립을 벗어나는 움직임을 보였다.

“카이로의 네 파벌 중, 제가 따를 세력은 없습니다. 하지만 로만 님이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오합지졸 같았던 동북쪽 일대를 단숨에 휘어잡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로만 님이 이끄는 드미트리 가문이라면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게다가. 블레이즈를 만들어 낸 장인이라는 사실까지 확인했는데, 제가 로만 님을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드미트리는 이미 돈이 많습니다. 굳이 중앙 정부의 견제를 받으면서까지 발렌티노 가문을 아군으로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발렌티노 후작의 예상대로였다.

상대는 대세를 따를 생각이 없었고, 방금의 물음으로 그만한 담력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대단했다.

카이로 제일의 대부호를.

그들은 굳이 필요한 존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드미트리가 얼마나 대단한 부를 쌓았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다익선(多多益善).

발렌티노 후작이 웃었다.

“돈은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바라는 건 많지 않습니다. 앞으로 로만 님과의 인연을 맺을 수 있다면, 카이로에서 발렌티노가 건재할 수만 있다면 드미트리를 위해 무엇이든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수집가의 본능.

발렌티노 후작을 지금의 자리까지 끌어올린 감각이, 로만 드미트리를 강하게 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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