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구박을 받아내며 말 잘 듣는 인형 같은 아내 따위.
절망하는 아버지와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 제 발로 선택한 길이었지만 이제는 무리였다.
누구보다 저를 걱정했던 어머니까지 세상을 떠나버리자 인내심은 바닥이 났다.
제 목을 옥죄는 이 모든 것에서 떠나고 싶었다.
“... 저, 이혼할 거예요.”
참고 참아왔던 속내를 드디어 터트렸다.
누구도 아닌 묵묵하게 제 옆을 지켜주던 그, 나의 충직한 비서를 향해.
*
처음부터였다. 위태로우면서도 청순가련한 그녀가 시헌의 마음에 들어온 것은.
하지만 억지로 제 마음을 억눌렀다. 그녀가 남편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러던 어느 날,
“저, 이혼할 거예요.”
억압당하던 그녀가 드디어 내뱉은 그 말에 시헌의 입가가 희미하게 휘었다.
“제가 도와드리죠.”
다정한 말로 그녀를 안심시키면서 뒤돌아서서는 그 누구보다 냉혹해졌다.
“이혼이라. 기다리던 말인데….”
느릿하게 밀어 올리는 그의 눈꺼풀 아래로 소유욕이 짙은 눈이 빛을 냈다.
“누가 감히 우리 송아를 이혼까지 생각하게 할 정도로 힘들게 했을까. 밟아주고 싶게.”
깔끔하게 치워야 했다. 그동안 그녀를 힘들게 했던 것들을.
그리고 이제는 제가 행복하게 만들어줄 시간이었다. 채송아, 그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