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화 〉[IS]취중연가-후일담2
상귀스 사의 회장실, 그곳에서 업무를 보던 알케니는
꽤나 많은 양의 업무를 끝내고서는 책상에 엎드려있었다.
회장이라는 자리는 남들이 보기에는 무척이나 편하고 간편할지 모르지만
아래에서 올라오는 안건들을 검토하거나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하게끔
설득하고 유도하는 등의 노력들이 필요했다.
즉, 돈은 많지만 일반 사원과 다를바없이 바쁘고 힘들다는 이야기.
그리고 알케니는 간신히 일들을 전부 끝내고 쉬고 있는---.
"아, 나도 치후유처럼 하지메랑 지내고 싶다."
정정, 치후유에 대한 부러움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쇼타콘인 그녀로써 하지메는 확실히 인류의 보물로 보이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하지메는 이미 다른 사람의 것.
딱히 남의 연인을 자신이 원한다고 빼앗는 취향이 없는 알케니는
나중에 치후유와 하지메가 결별을 하게 된다면 모를까
지금은 둘이 사이를 고의로 갈라놓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녀도 하지메와 데이트를 하거나
같이 동거를 하는 등의 일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남의 것을 빼앗기는 싫지만, 갈망한다는 욕구는 어쩔 수 없는 것이며
솔직히 그녀로써는 치후유가 너무나도 부러웠다.
"하지메----."
"어이, 회장아줌마. 일해."
"다했어....아아, 하지메---."
"회의 자료 검토는?"
"틀린 부분 지적다 해놨어---."
그런 그녀의 앞에 나타나는 시노노노 타바네가 만들어낸 고성능 자율행동 AI, 마리나.
현재는 알케니의 곁에서 일하고 있는데 서로 죽이 잘 맞아서 거의 개인 비서쯤 되고 있었다.
물론 실제 있는 비서는 별개로 존재하였으며, 마리나가 하지 못하는 것들을
대신 해주면서 일을 해주고 있는 상태.
"가름----이리와---."
끼이이잉---.
책상에 엎어져있는 알케니는 이내 소파에서 쉬고 있던 가름을 부르니
주인의 부름에 당장 달려오는 가름은 주인에게 애교를 부리면서 힘을 내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것에 알케니는 고맙다고 말하면서 녀석을 마구 쓰다듬어주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기분이 풀리지는 못했다.
아니, 기분이라고 할까. 욕망과 욕구가 해소되지는 못하는 상황.
하지메를 계속해서 곁에두고 싶으며 같이 데이트도 하고 어디에 있던
자신이 원할때마다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그녀와 그러한 모습을 보고 있는 마리나.
"차라리 오빠의 사진을 찍어서 가지고 다니던지."
"그건 의미가 없어---. 치후유를 바라보면서 기뻐하는거지 날 봐주는게 아니잖아---."
"허이구.... 그러면 차라리 예전에 일본에서 유행한 게임 같은걸 하나 만들어보던지."
"....응?"
그 말이 시작이었다.
"왜 일본에서 대인기를 끌었던 게임있잖아?
핸드폰에 이식해서 오빠로 일상연애 시뮬레이션같은 앱을 만들어보라---."
"그거다!"
"...엥?"
*
"에에...오빠, 심리테스트 좀 도와줄래?"
[심리테스트? 어떤건데?]
"다음 상황에 처했을때 할법한 말들 좀 알려줘."
휴일에 치후유씨와 함께 오리무라 가에서 쉬고 있는 자신은
치후유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나타난 마리나의 갑작스러운 부탁에
의아함을 품었으나 이내 심리 테스트가 어떠한 것인지 궁금했기에 도와주기로 했다.
치후유씨는 잡지에서 나오는 심리 테스트는 하지 않으시고
자신이 보던 것들에는 그런 것이 전무 했다.
덩달아서 리즈무는 이런건 믿을게 못된다고 넘어가니까---.
"그러면 첫번째 질문, 연인이 갑자기 자신에게 귀여운 옷을
추천해주면서 입어보라고 할때 할법한 말 3가지."
[에? 심리 테스트 원래 그렇게 하는거야?]
선택지가 아닌 자신에게 할법한 말을 세가지를 말해보라는
마리나에 조금 의문이 들어서 질문을 하는 자신이었으나
그녀는 중요 키워드를 찾으려는 것이라며 말해보라고 말하였다.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자신이었기에 조금은 이상하기는 했지만
이내 그러려니하고 생각하면서 그녀의 질문에 대답을 하기 시작했고
그 뒤로도 계속되는 질문에 계속해서 대답을 하였다.
자신의 심리가 과연 어떠한 상태로 나올까, 기대하는 자신.
아, 그런데 이게 어떤 심리 테스트인지 궁금한데----.
[저기 마리나?]
"수영장에 갔을때 수영복이 벗----왜 오빠?"
[이거 어떤 심리 테스트야?]
"연애 심리 테스트."
자신의 질문에 주저없이 대답하는 마리나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이었으나, 동시에 이상한 것이 느껴졌다.
연애 심리 테스트라니, 그런걸 할 필요 있나? 나 치후유씨랑 사귀고 있는데?
"무슨 생각하는지는 아는데, 그 뭐지....재, 재미를 위해서?"
[그러면 치후유씨에게도 할거야?]
"새언니한테 하면 혼날 것 같달까....필요없다고 해야할까..."
"....?"
"어, 어쨋든 수영장에 갔는데 수영복이 벗겨졌을때 할법한 말은!?
이건 5개정도!"
[아니, 그때는 말하기 보다는 빨리 수영복부터 입어야지.]
*
"하지메군---!!!"
"무슨 일이냐, 뒤누아?"
[아, 샤를로트 누나 오셨어요?]
주말의 아침부터 활기찬 목소리로 집에 쳐들어와서는 하지메를 찾는 뒤누아.
오늘은 이치카와 데이트를 하지 않기에 프리한 것 같은 그녀는
무언가 엄청나게 큰 가방을 가지고 있었다.
뭐냐, 이제는 당당하게 동거를 하려는건가?
자신은 그것을 이제 슬슬 동거를 하려는 것인가,하고 생각하면서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는데----.
"사진회하자!"
"....?"
"무슨 헛소리냐, 뒤누아."
다짜고짜 사진회라니, 이해가 가게끔 말해달라는 의미로 말하는 자신이었으나
뒤누아는 그런 것은 신경쓰지 않고서 곧장 가방을 열더니 옷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어디서 꺼낸 것인지 모를 행거에는 수많은 옷들이 걸쳐져 있었는데
남성복 여성복 구분이 없이 하나같이 하지메에게 어울릴 법한 옷들 뿐.
아니, 정확하게는 말하자면 남성복보다는 여성복의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마리나랑 내기를 했는데 무려 제가 이겨버려사 말이에요!"
"호오? 무슨 내기지?"
"하지메군에게 어울릴법한 옷 100벌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한 내기!"
[마리나, 너무해.]
"....."
거 무척이나 의미 없는 내기구만,하고 생각하는 자신이었으나
그것과는 별개로 품안의 하지메를 한번 내려보고 다시 고개를 들어올려서는
뒤누아가 가져온 옷들을 바라보는 자신.
마리나가 어째서 그런 내기를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뒤누아가 가져온 옷들은 하나같이 하지메에게 잘 어울릴 법한 것들이었으니
그것들을 입은 하지메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상상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하지메는 여성복을 입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기에 강요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한번 입어주었으면 하는 욕망이---.
[누나.]
"왜그러냐 하지메?"
[지금 제가 저 옷들 입었으면 한다고 생각했죠.]
"....."
돌연 자신에게 메모장을 내밀면서 질문을 하는 그.
그것에 자신은 차마 거짓말은 하지 못하기에 시선을 피하기만 했다.
하지메에게 거짓말을 하기는 싫지만, 그렇다고 사실대로 말했다가는
상처를 주기는 싫기에 대답을 하지 않기로 한 자신.
물론 이것으로 이미 대답을 해버린 것이나 다름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직접 말해서 그에게 상처를 주는 것보다는 이게 나으리라.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하지메가 자신에게 화를 낼 것에 대해서 대비를---.
[100일 기념이라고 생각하세요.]
"....에?"
폴짝,하고 품안에서 내려가는 하지메는 그대로 뒤누아에게
옷을 몇벌 받아서는 방안으로 들어가는 한편, 뒤누아는 무척이나
기쁘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카메라를 들어올리고 있었으니---.
"....오늘, 100일이었나?"
자신은 멍청하게 혼자서 중얼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
「그러니까, 상귀스 사의 회장님께서 저같은 사람에게 이런 일을 의뢰하시는건가요?」
"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랄까,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의뢰하는것이지
상귀스 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지라 편하게 해주셔도---."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면서 상대방에게 의뢰의 내용을 전하는 자신은
사진들을 확인하는 한국의 한 뮤직아티스트에게 부탁했다.
유명,하다고까지는 힘들지만 믿을만한 실력을 가진 사람으로써 각종 BGM을 만들어내고
덩달아서 CG효과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신세인.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으로써는 가장 적격인 사람이었기에
부디,라는 말을 붙일 정도로 자신은 그녀가 이 일을 수락해주었으면 했다.
「뭐, 좋네요. 그러면 언제부터 착수하면 될까요?」
"지금 당장! 선금은 지금 입금하겠습니다!"
「그러면 어디보다.....BGM종류가 대략 30개에 지금 보내주신 CG는 대략 20장이니....
2달뒤에는 완성될듯 하(세인아 밥먹어)응, 알았어 유진아! 무든 2달 뒤에 메일로 보내고 연락드릴게요.」
"네, 그러면 잘부탁드리겠습니다!"
그것을 끝으로 통화를 종료하는 자신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착착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에 만족스러워 하고 있었으니
이대로만 간다면 자신은 두달 뒤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치후유나 하지메군에게 들킨다면 무슨 봉변을 당할지는 뻔했지만....
개인적으로 써먹을건데 뭐 어때!? 안들키면 장땡이라고!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리나의 소개로 알게된 뒤누아양이 보내준 사진을
바라보면서 무척이나 기분 좋게 웃으면서 그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잘 찍힌 사진들은 하지메의 매력을 잘 어필하고 있었으며
드문드문 배경에 피가 튀는게 보였는데, 누구의 피이고 어떤 것인지는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젠장, 부럽다 치후유! 죽어라 도동년! 나랑 1살차이면서 11살 차이의 연하를
이렇게 훔쳐가다니! 연장자에 대한 배려가 없어도 너무없다!
"어이, 프로그래밍 거의 다 끝나간다고."
"마리나, 수고했어! 그러면 이제 BGM만 오면 되는건가?"
"그렇지. 그런데 이거 이름 어떻게 할거야?"
"응?"
갑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하는 마리나. 이름? 무슨 이름?
"당연히 이 앱의 이름이지. 아무 이름 없이 그냥 만들고 끝내기는
좀 그렇지 않아? 무언가 이름은 정하자고."
"그러네...흐음...이름이라-----."
마리나의 말대로 그냥 앱을 만들고 끝!하기에는 꽤나 노력을 들인 것인지라
이름을 지어주는게 좋다고 생각하는 자신은 이내 의자에 기대면서
잠시간 고민을 하다가 이내 간단하고 심플하게 이름을 정해버렸다.
그것은 이 앱의 모티브가 된 게임의 이름을 살짝 바꾼 것이니----.
"러브하지메,는 어때?"
"이름에서부터 대놓고 오빠가 나오네."
뭐 어때? 내 욕망이라고?